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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장

백루루는 허탈한 듯 침대 맡에 앉아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경성욱을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결국 그녀는 생각했던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 했다. 그녀는 그가 당연히 혼자 올 줄 알았는데, 지금은 하람이 있으니 그녀는 그런 난감한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건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별 거 아니에요, 제가 진 거 인정해요. 저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이도 다른 사람 아이고요. 끝이에요.”

  하람은 혐오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봤다. 그녀의 입에서 신선한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고작 저 정도 얘기일 줄 몰랐다. “당신도 딱 그정도네요. 그럼 더 방해 안 할게요. 아가씨, 앞으로 처신 똑바로 하세요.”

  결국, 백루루는 목정침한테 돈과 집도 받지 않았고, 이 싸움에서 자신의 명예가 추락한 것 빼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조건은 악플들을 없애고 그녀에게 다시 평온함을 돌려주는 거였다. 이 남자는, 정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경소경과 경성욱 부자간에 균열은 어떻게 해도 메꿀 수 없었다. 하람도 더 이상 경소경에게 매주 경가네 공관으로 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부자는 이제 서로에게 원수와도 같았다.

  경성욱 부부는 목정침을 초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싶었으나 목정침은 거절했다. 그가 도와준 건 그의 형제 경소경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었고, 그가 회사에서 있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온연과 함께 있어야 했기에 다른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머지 않아, 제도에는 첫 눈이 내렸다. 온연은 따듯한 안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고, 목정침이 제일 좋아하던 창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지금 왜 그가 이 자리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왜냐면 시야가 넓어서 정원과 대문 밖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창문 밖에 큰 나무가 자리잡고 있어 그 위에 쌓인 흰 눈을 보면서 집 안에서도 겨울을 느낄 수 있는 게 또 다른 매력이었다.

  하얀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바깥 풍경이 너무 예뻐서 그녀는 책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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