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던 진몽요는 물었다. “아니면… 제가 목정침한테 부탁해볼까요? 물론 어른들 일에 저희가 끼어드는 게 맞는 건 아니지만, 아버님은 평생 그림만 그리셔서 이런 여자 상대하실 수 있을까요? 이럴 때 일수록 여론을 우리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원래는 경소경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경소경은 절대 경성욱을 돕지 않을 것이다. 이제 부자는 완전히 원수가 되어버렸다. 경성욱은 망설였고, 하람이 먼저 대답했다. “그럼… 몽요야, 네가 목정침한테 가서 말해봐 줄래? 이 일은 내가 해결하기에도 그렇고, 지금 경가네가 위기해 처해 있으니 이런 큰 사단은 목가네에서도 한번에 해결하긴 힘들거야. 나도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어. 정정당당하게 한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 나이 먹고 오점이 잡힐 줄은 몰랐네. 심지어 내 아들보다 어린 여자한테 말이지. 만약 그 여자를 만나면 바로 싸대기를 한 대 날려줄 거야!” 진몽요도 목정침을 찾아가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옛말에 집안 망신은 절대 밖에 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괜찮아요… 그럼 제가 지금 갈게요. 그래도 제가 연이의 제일 친한 친구이고, 목정침도 소경씨랑 돈독한 형제 같은 사이니까 분명 도와줄 거예요. 두 분도 싸우지 마세요. 아버님이 잘못하신 것도 아니고, 다 백루루 그 여자 때문이잖아요. 저는 그럼 가 볼게요.” 그녀는 회사로 목정침을 바로 찾아가지 않고, 먼저 목가네에 온연을 찾으러 갔다. 그녀는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다. 혹시 경소경이 이미 목정침에게 말을 해뒀을 수 있으니, 그녀는 먼저 온연을 찾아가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온연은 그제서야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걸 알았다. 온연도 진몽요가 처음 이 일을 들었을 때와 똑같이 멍해졌다.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어? 근데 목정침 지금 회사에 있는데, 나랑 같이 만나러 갈래?”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에 내가 너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날 죽여버릴 거야. 그냥 전화해서 집으로
목정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너가 오늘 날 패 죽이더라도 난 집에 가봐야 해. 비록 너희 아버지를 내가 잘 모르지만, 진몽요가 날 찾아온 걸 보면 뉴스에 난 게 사실이 아닐수도 있잖아. 넌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우리집 와이프랑 아이는 화나게 할 수는 없거든. 일단 사무실에서 진정 좀 하고 있어. 때릴 만큼 때렸잖아. 이젠 나한테 맡겨.” 목가로 돌아온 후, 목정침은 진몽요를 보더니 온연 옆으로 가서 앉았다. “왜 불렀는지 알아, 전화 받을 때 소경이도 옆에 있었어. 나 잘 처리 못하면 분명 맞아 죽을거야…” 진몽요는 뒷일이 두려웠다. “우리는 그 사람이 옆에 있는 줄 몰랐어요… 그 사람 모습 보고 오늘 정말 놀랐지 뭐예요. 경가네 공관에서 내가 그 사람 뺨도 때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스러워요. 하지만 그때는 상황이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또 위로는 하고 싶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어떤 방법을 써도 먹히지 않았어요.” 목정침은 한숨을 쉬었다. “걱정 마요. 그쪽한테 화난 거 아니니까. 그럴 때는 때리는 게 맞는 거니까 잘못한 거 없어요. 이 일에 대해서 대충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우선 내가 직접 백루루를 찾아가서 어떻게 해야 입장을 바꿔줄지 설득해보는 거예요. 지금 만약 경가네 사람이 찾아가면, 경가네가 항복했다고 인정하는 꼴이니까 내가 가는 게 좀 더 적절한 거 같아요.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그 여자가 다시 입장을 바꿔서 발표해주면 아버님 입장도 난처해지지 않겠죠.” 온연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백루루 예술계에서도 꽤나 유명하던데, 다들 각자의 신분이 있으니 이 일의 진상이 알려지면 그 여자한테 불리할 텐데 무슨 수로 마음을 돌려요? 아니면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거짓말을 시키는 것도 방법인데 그건 난이도가 좀 높은 거 갖고, 사실을 말하기에는 그 여자 명예가 추락하는 거잖아요. 당연히 원하지 않을 거 같은데요?” 그런 여자는, 원래도 수입이 나쁘지 않은데 이런 방식으로 매달리는 거 보니 야망이
노부인은 이 장면을 보고 또 한 소리했다. “봐봐, 네 남편이 다른 여자랑 가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고, 이러다가 일 나면 넌 또 울거잖아.” 온연은 그 순간 대들었다. “할머니! 그냥 같은 길이어서 가는 거예요.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누구나 다 그럴 수 있지만 몽요는 아니에요. 몽요를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노부인은 팔을 흔들며 정원으로 나가자 온연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사람은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 그녀는 나중에 노부인이 진몽요를 더 알게 되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기분 나빠 하지는 않았다. 진몽요는 목정침과 함께 사무실로 갔고, 경소경을 보자 그의 옆에 앉아 빨갛게 부은 손을 보았다. “아파요?” 경소경은 슬쩍 고개를 돌렸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그저 조용히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목정침이 밖에서 그녀가 경소경을 데려가길 기다리자, 진몽요는 최대한 좋은 태도로 말했다. ”소경씨… 미안해요, 아까 때리면 안됐었는데. 그때 분위기를 잘 몰랐겠지만 난 정말 놀랐어요. 나한테 소리까지 지르고. 물론 당신 마음 이해돼요. 나였어도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아버님은 정말 그러지 않으셨어요. 아버님이 자초하신 건 맞지만, 만회할 기회를 드리는 게 어때요?” 경성욱을 언급하자 경소경은 표정이 일그러져 아무 말없이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진몽요는 얼른 따라 나갔고, 목정침을 지나칠 때 그녀는 OK사인을 했다. 그를 데려가기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천천히 달래주면 되는 일이었다. 아래로 내려오자, 진몽요는 경소경 손에서 차키를 받아 운전석에 앉았다. “손 아플 텐데, 내가 운전 할게요. 오늘은 회사 가지 말고 집에서 잘 쉬고 있어요. 데려다주고 나는 얼른 회사에 들어가 볼게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요. 나는 기분 안 좋을 때 물건 왕창 사고 맛있는 거 잔뜩 먹는데, 당신도 해봐요.” 경소경은 드디어 그녀를 돌아보며 반응을 했다. “난 당신이랑 달라서 물건 왕창 사는 것도 싫고, 맛있는
경소경은 대답을 하고 눈을 감은 채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백수완 별장. 그는 피가 잔뜩 튄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진몽요는 비상약을 꺼내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순간 그녀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겉으로 보기에 강해 보이는 경소경의 마음도 연약한 걸 보니, 그녀는 그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고 정말 그와 함께 하며 그를 기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더 깊게 생각하고 있을 때, 경소경은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안았고,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웠어요…” 그의 비누 냄새를 맡자, 그녀는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그저 그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이러는 걸 알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그가 놀았을 때처럼, 그녀는 그의 충동적인 습관을 없애고 오직 그와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알코올 솜을 꺼내 그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안돼요, 난 당신이 기분 안 좋을 때 이러는 거 싫어요. 난 우리가 정말 서로가 필요할 때 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어렸을 때 외로웠던 거 알아요. 앞으로 당신이 있는 모든 저녁에 내가 함께 할게요, 늘 같이 있어 줄게요. 그리고 앞으로 당신도 화내기 전에 내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찾을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그럼 내가 당신한테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경소경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보자 충동적인 행동을 참고,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래요.” 그가 조금 진정이 되자, 진몽요는 마음을 놓고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A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그 뉴스 진짜예요? 지금 회사 사람들 다 알았던데…” 진몽요는 벌써 짜증이 났다. “아니요, 다 가짜예요. 내가 대충 설명해줄게요. 사건 속에 여자는 그저 경소경씨 아버지의 제자였어요. 실질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 여자 혼자 매달리는 거예요. 그 아이도 절대 경소경씨 동생이 아니에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지금 이 일은 해결하고
사실을 증명해주듯 그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직 하루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의 기분은 이미 회복되어 있었다. 그는 하얀색 요리복에,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마치 부잣집 셰프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의 마음은 이미 무너져 겉으로만 괜찮아 보이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속상한 마음에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소경씨…” 경소경은 살짝 굳었고, 얼른 웃었다. “왜 갑자기 다가와요? 어차피 집에서 혼자 있으니까 할 일도 없길래 그냥 밥이나 차리려고요. 얼른 가서 씻고 와요, 거의 다 됐어요.” 진몽요는 장난치듯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 “알겠어요, 깨끗이 씻고 올게요~” 경소경이 노력해서 만든 훈훈함이 좋은 작용을 한 건지 진몽요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그녀는 흥얼거리면서 샤워를 마치고 내려와 밥 먹을 준비를 했다. 눈 앞에 놓인 한상 가득 맛있는 요리들을 보자 그녀는 침 흘리기 직전이었다. “고생했겠네요, 이 정도 차리려면 시간도 오래 걸렸을 텐데. 둘이 먹는데 넘 많이 하진 말아요. 어차피 다 버려야 하잖아요.” 경소경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난 당신이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보기엔 많아 보여도 양은 다 적당해요. 지금 살 빠진 거 내가 다시 돌려 놓을 거예요. 살이 좀 있어야 만지는 느낌도 있죠. 너무 마르면 안을 때 꼭 로봇 같아요.” 진몽요는 기분이 좋아져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더니 음식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밥을 먹고 두 사람은 같이 주방 정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봤다. 조용히 둘 만의 시간이 평화로웠고 점점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진몽요는 누워서 경소경의 다리를 베고 있어 그의 불타는 눈빛을 보지 못 했다. 그의 손이 점점 그녀의 목으로 향했고, 그의 따듯한 온기가 전해지자 그를 올려다봤다. “뭐예요?” 그는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티비에는 지루한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고, 이미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다. 진몽요의 얼굴은 발그레 해졌고, 무고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목정침은 담배를 꺼냈고, 옆에 있던 경호원이 불을 붙여 주었다. 그는 연기를 뱉고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나는 경가네 입장을 대표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랑 얘기해도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면 경가네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아버님이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는 거 다들 알고 있지만 그냥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죠.” 백루루는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쪽이랑 대화하는 걸 거절하면요?” 그는 고갤 들어 그녀를 보고 썩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요. 얘기 안 하면, 다신 못 할 거예요.” 백루루는 의식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래요, 이렇게 된 이상 나도 그냥 말 할게요. 일단 천수산 쪽에 별장 하나 갖고 싶어요. 그리고 현금 200억. 이게 내 조건이에요, 더 이상은 타협 안 해요.” 천수산에 별장? 그리고 200억? 목정침은 소리 내어 웃었지만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다.”하… 당신…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천수산 별장 한 채 가격만 해도 200억이 넘는데, 현금을 200억 더 달라니, 야망이 크시네요.” 백루루는 애써 침착했다. “제가 야망이 작았다면 경성욱을 찾아 다니지도 않았겠죠. 이렇게 오랫동안 찾아다닌 거 치고는 적은 액수 같은데. 못 주겠으면, 더 얘기할 것도 없겠네요.” 목정침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위험한 기운을 뿜어냈다. “진짜 감히 갖겠다면, 내가 줄게요. 경가네가 못 주는 거 내가 줄 수 있어요.” 백루루는 그의 생생한 눈빛을 보고 속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 남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닌 걸 알았기에 애초에 만나기를 거절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정했다. 옛말 중에 부귀는 쉽게 누릴 수 없다는 말에, 그녀는 두려워도 어쩔 수 없었다. “알겠어요, 동의하셨으니 물건이 손에 들어 올때까지 기다릴게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천수산 별장도 내가 투자한 거라 명의 하나 주는 건 쉽죠. 돈은 3일안에 계좌로 입금될 거예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그래요, 이렇게 된 이상 나도 그냥 말 할게요. 일단 천수산 쪽에 별장 하나 갖고 싶어요. 그리고 현금 200억. 이게 내 조건이에요, 더 이상은 타협 안 해요.” 이건 그녀가 3일 전 목정침과 사무실에서 한 대회 내용이었다. 이 부분만 간결하게 편집되어 업로드 되어 있었고, 이 파일은 충분히 그녀가 돈만 밝힌다는 걸 설명해주었다! 그녀가 미혼모인 사실도 사람들의 의해 알려졌고, 어떤 네티즌은 그녀의 핸드폰 번호와 신분증 정보까지 공개했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전원을 꺼놨고, 호텔 문 밖으로도 감히 나갈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목정침과의 만남에서 녹음 때문에 걱정되서 최대한 말 실수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저지르면 안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때, 경성욱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와의 갈등을 밝혔고, 경성욱의 전 제자들은 그를 도와 증언을 했다. 티비로 이 모든 장면들이 공개되었고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내가 뭘 잘못했어?! 경성욱!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한참을 화풀이하던 그녀는 손을 떨며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당신이 이런 거죠?” 전화너머 목정침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필요한 거 주면 입장 바꿔주겠다고 했잖아요? 난 그냥 사실을 말했고, 당신이랑 똑같은 행동을 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되었나요? 걱정 말아요, 돈은 금방 계좌로 받을 거예요. 시간 되면 회사로 와요, 집 그쪽 명의로 해줄게요.” 그녀는 애초에 자신을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보낼 생각은 없었다. 이미 일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그녀는 호텔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을뿐더러 당당하게 목정침을 찾아가 집을 받을 수도 없었다. 지금 그 별장과 200억은 그녀에게 뜨거운 감자 같았다. 이 남자의 행동은 잔인했고, 그녀는 감히 그가 주는 물건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에는 받은 대로 토해내야 될 수도 있었다. “목 선생님… 저를 놓아주지 않으실 거죠?” 목정침은 단언하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욕심
백루루는 허탈한 듯 침대 맡에 앉아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경성욱을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결국 그녀는 생각했던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 했다. 그녀는 그가 당연히 혼자 올 줄 알았는데, 지금은 하람이 있으니 그녀는 그런 난감한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건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별 거 아니에요, 제가 진 거 인정해요. 저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이도 다른 사람 아이고요. 끝이에요.” 하람은 혐오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봤다. 그녀의 입에서 신선한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고작 저 정도 얘기일 줄 몰랐다. “당신도 딱 그정도네요. 그럼 더 방해 안 할게요. 아가씨, 앞으로 처신 똑바로 하세요.” 결국, 백루루는 목정침한테 돈과 집도 받지 않았고, 이 싸움에서 자신의 명예가 추락한 것 빼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조건은 악플들을 없애고 그녀에게 다시 평온함을 돌려주는 거였다. 이 남자는, 정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경소경과 경성욱 부자간에 균열은 어떻게 해도 메꿀 수 없었다. 하람도 더 이상 경소경에게 매주 경가네 공관으로 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부자는 이제 서로에게 원수와도 같았다. 경성욱 부부는 목정침을 초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싶었으나 목정침은 거절했다. 그가 도와준 건 그의 형제 경소경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었고, 그가 회사에서 있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온연과 함께 있어야 했기에 다른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머지 않아, 제도에는 첫 눈이 내렸다. 온연은 따듯한 안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고, 목정침이 제일 좋아하던 창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지금 왜 그가 이 자리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왜냐면 시야가 넓어서 정원과 대문 밖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창문 밖에 큰 나무가 자리잡고 있어 그 위에 쌓인 흰 눈을 보면서 집 안에서도 겨울을 느낄 수 있는 게 또 다른 매력이었다. 하얀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바깥 풍경이 너무 예뻐서 그녀는 책을 내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