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장미를 손질하며 “일찍 아니야. 네가 살짝 늦게 나온거지. 얼른 가서 일해, 안야는 이미 병원에 도착했을거야.” 꽃다발 포장을 이미 다 뜯어서 진몽요는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인테리어를 위해 온연이 직접사온 거라고 생각했다. “알겠어~ 너 오늘 기분 괜찮은 가보네. 꽃도 예쁘고. 테이블 마다 몇 송이 꽃아 놓는다 해도 2,3일이면 다 시들텐데. 돈도 만만치 않고, 아까워서 어떻게 샀어?” 온연은 웃으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이 꽃은 자신의 돈을 쓰지 않아도 됐다. 모든 테이블에 꽂은 후에도 많이 남아서 카운터 꽃병에 꽂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어제저녁 목정침의 내일 보자는 말이 생각냈다. 오늘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 정말 나타날까…? 가게 문으로 황급히 들어온 그림자 하나가 온연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그 사람은 란샹의 시어머니였다. 청소를 하고 있던 란샹은 표정이 변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란샹의 시어머니는 목청을 높여 말했다. “여기 너네 사장 얼굴보고 너한테 월급 얼마나 주는지 직접 물어보려고 왔지. 하루종일 집안일도 안 하고, 애도 안 보고, 생활비도 안 주고. 다 늙은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공짜로 보모하라는거야? 너한테만 돈 쓰고 우리 입은 입도 아니다 이거냐?” 란샹으 화가나서인지 얼굴 새빨개졌다. “일 있으면 집에 가서 얘기하세요. 가게까지 와서 이러실 필요 없잖아요.” 시어머니는 개의치 않고 카운터에 와서 온연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제 란샹 한달에 얼마 받는지 알려줄 수 있죠?” 온연은 담담하게 “저는 채용만 관리하지 월급은 관리하지 않아요.” 노부인은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 “헐, 디저트가게가 그렇게 거창해요? 누가보면 뭐 세계에서 잘 나가는 파티시에라도 되는 줄 알겠네! 내가 오늘 여기 온 것도 당신 사장 의견 좀 들어보려고 왔수다. 매일 일을 그렇게 오래하니까 월급을 적게 주진 않을테고, 월급이 적지 않은데 왜 란샹
노부인이 화가 끝까지 나서 다 같이 싸잡아서 욕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다 똑같고만!” 진몽요는 눈으로 욕했다. “누구한테 하는 말씀이세요? 노인네가 맞고싶 어서 환장했어요? 란샹언니만 아니었어도 이미 입을 찢어버렸을 거예요!” 란샹은 너무 화가 나서 울고 있었고, 눈이 빨개진 채로 전화를 걸었다. 말투를 보니 남편에게 건듯했다. “당신 어디야? 어머니가 지금 내가 일하는 가게까지 오셔서 소란 피우고 계서, 어쩔거야?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오늘 안 오면 우리도 여기서 끝이야. 더는 같이 못 살아!” 노부인은 란샹이 아들에게 말하자 바로 핸드폰을 낚아챘다. “내 앞에서 감히 고자질을 해? 친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니? 교양없는 것!” 쟁탈중, 란샹의 폰을 바닥에 떨어져 밟혔고, 화면은 산산조각났다. 온연과 진몽요 그리고 나머지 직원은 다가가서 싸움을 말렸다. 겨우 진정이 되고나서 진몽요는 노부인을 의자에 앉혔다. “움직이지 마세요. 살면서 이렇게 괴팍한 노인네는 또 처음보네.” 란샹은 옆에서 계속 울고 있었고, 말도 못했다. 갑자기 발생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가게는 영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때 란샹의 남편이 도착했고, 얼굴만 보면 란샹처럼 지성있고 우아한 스타일인 걸 보니 두 사람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안경을 쓰고, 키도 크고 날씬한 게 꽤나 괜찮은 외모였다. 가게의 상황을 보고서 그가 먼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민폐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 후, 그는 눈빛으로 란샹을 위로했고 어쩔 수 없이 노부인 앞으로 걸어갔다. “어머니!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무슨 일인지를 떠나서 제가 월차내서 택시 타고 오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데요. 가뜩이나 사는 것도 힘든데, 여기서 막무가내로 이러지 마세요. 또 월급 때문에 이러시는 거죠? 제가 저번에도 확실히 말씀드렸잖아요. 결혼하고 나서 저희 재무관리는 제가 알아서 한다고. 이런식으로 간섭하실 필요 없어요. 결혼 전에는 제가 어머니께 월급 다 드렸던 거 알아요. 하지만
진몽요는 영업종료 팻말을 다시 되돌려 놓았다. “에이 괜찮아. 다들 많이 친해졌는데 그럴수도 있지. 언니 남편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네. 시어머니만 이상하지. 그렇게 아들 일에 간섭하고 싶으면 애초에 결혼을 시키지 말지. 언니가 이렇게 괴롭힘 당하는 거 보니까 진짜 보기만 해도 피곤해! 남편이랑 잘 얘기해서 분가해봐. 시부모님 아직 건강하시다며. 나중에 안 좋아지시면 그때 다시 합가하든지 하는거지.” 란샹은 숨을 내쉬었다. “만약 오늘 이 일이 안 일어났다면 난 정말 결정하지 못 했을 거야. 우리 남편이 곤란할까봐 걱정했거든. 근데 어머님이 소란 피우셔서 차라리 잘 됐지. 분가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생겼잖아. 사실 나랑 우리 남편 사이 엄청 좋아. 다 시부모님 때문에 내가 피곤해서 그렇지.” 오후, 란샹이 아이를 데리러 가자 진몽요는 주방으로 들어와 걱정스럽게 온연에게 물었다. “만약에 내가 나중에 경소경이랑 결혼하면, 고부갈등이 있을까? 란샹언니 보니까 벌써 무서워.” 온연은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에 경소경네 엄마는 저런 사람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나중에 모시고 살 것도 아닌데, 경소경은 어차피 백수완별장에 살잖아? 걔네 엄마는 그렇게까지 간섭 안 할 거야. 그리고 그 집안이 경제 주도권 때문에 이렇게 싸움 날 집안은 더더욱 아니고. 네가 걱정하는 거랑 란샹언니랑은 비교를 할 수가 없어. 상대적으로 보면 네가 분명 언니보다 편할 걸? 나중에 애 낳고도 경소경이 베이비시터 고용해서 너 편하게 해줄테고, 밥도 너한테 직접 해줄 수 있고, 가정부가 평소하고, 싸울 일이 없잖아? 싸운다고 해도 언니네 집이랑은 다른 이유 일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진몽요의 머리로는 그 이상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온연의 말에 동의하며 “그렇네, 내가 괜한 걱정을 했고만. 사람 일은 다 다르니까 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맞다, 저녁에 술집 갈건데, 갈래?” 온연은 의식적으로 물었다. “목정침은 가?” 진몽요는 희희 웃었다. “사람이 많아야
차에 탄 후, 그는 온연이 이번에 조수석에 탄 걸 보자 급하게 출발하지 않았다. 냉방을 틀고, 대화를 시작하려 했지만 자신의 행동이 이렇게 조심스러운지도 알지 못 했다. “이렇게 일찍 들어가면 잠이 와?” 온연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청소도 하고, 샤워도 하면 피곤해서 잘 수 있어요. 솔직히 난 지금도 벌써 졸려요. 하루가 피곤하니까. 당신은 머리 써서 돈 벌지만 난 힘써서 벌어야 되거든요.” 그는 작게 대답했다. “너도 머리 쓰면 되잖아…” 온연은 그에게 농담을 던졌다. “머리 써서 목가네 사모님 된 다음에 당신이 벌어다 주는 돈 쓸까요? 됐어요, 내가 남한테 기대서 사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목정침씨, 내가 생각해봤어요. 몽요랑 경소경이 결혼할 수도 있고, 당신이랑 경소경 사이도 너무 좋아서 툭하면 만날텐데, 나도 당신을 죽을 때까지 증오할 생각이 없어요. 그런데 계속해서 사모님 할 생각도 없고요. 그래서… 이혼 생각해 봐줄래요? 그냥 친구도 나름 괜찮잖아요.” 목정침은 그제서야 그녀의 생각을 알았다. 그와 친구하고 싶다? 목정침의 친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친구라는 말은 그와 선을 긋겠다는 뜻인데, 그녀가 앞에 있어도 건들이지 못 하는 게 가능할까? “연아, 너 언제부터 농담하는 법을 배웠어? 하나도 안 웃겨. 만약에 네가 말하는 게 ‘그런’ 친구라면 내가 고민해볼게. 그냥 친구는 됐어.” 온연은 말 문이 막혀 소리쳤다. “목정침!” 목정침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사실대로 말할게. 난 네 몸 뿐만이 아니라 너라는 사람 전체를 갖고싶어. 네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아. 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상 넌 계속 목가네 사모님이야.” 온연은 기가찼고 더 이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이 얘기는 이미 리듬을 벗어났다. “집에 데려다줘요, 아니면 내가 혼자 갈 수 있게 놔주던지!” 목정침은 시동을 걸었다. “당연히 데려다 줘야지. 자기 여자를 데려다 주는 건 당연한 일
그가 아무 말이 없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물었다. “왜 아무 말 안 해요? 거짓말 하는거죠? 거짓말이야! 탕위엔 도대체 어떻게 죽은 거예요? 이미 죽었는데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어요?” 목정침은 담뱃불을 끄고 고개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거짓말 아니야. 네가 차에서 내리고 임집사님한테 전화 왔었어.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 내가 거짓말할 이유도 없지. 이 일은 내 책임도 있어, 내가 세심하게 못 챙긴 잘못이지.” 온연은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큰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꼭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울어야 기분이 풀린다. “당신은 처음부터 걔를 안 좋아했어, 분명 엄청 싫어했어. 내가 데려가지도 못 하게 만들고 다 당신 잘못이야! 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건 다 당신이 뺏어가는 거예요? 걔는 그냥 고양이일 뿐인데. 당신한테는 싫어하는 고양이 따위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달라, 엄청 중요한 존재라고요!” 그녀는 오랫동안 그녀의 앞에서 담배를 피지 않던 목정침이 들어오자마자 피웠다는 걸 주의하지 못했다. 그녀는 항상 목정침이 탕위엔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도 속상함 때문인지 몰랐다. 목정침은 눈을 깔고 온연이 쿠션으로 자신을 때릴 때까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당신이 정말 너무 싫어!” 그는 그녀가 화풀이를 할 수 있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울음을 멈추자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위로했다. “미안해.”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한 쪽 옆에 앉아 쿠션을 안고 훌쩍였다.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닥쳐!” 목정침은 바로 입을 닫고, 휴지를 건내주었다. 그녀는 휴지를 받자 더 크게 울었다. “나 다시는 고양이 안 키워, 그리고 다시는 당신 얼굴 보고싶지 않아!” 목정침한테는 차라리 그녀가 울고불고 하는 게 아무 말하지 않는 것보다 나았다. 탕위엔이 죽은 걸 알았을 때 그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혹시 그녀가 아무 말없이 마음 속 깊이 그를 미워할까봐. 온
유삼도는 평소에 앨리가 온연에게 불만이 많은 줄 몰랐다. 어차피 대표의 사생활이니 감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었다. 유삼도가 간이 작아서 아무 말도 못 뱉는 걸 보자 앨리는 더욱 그를 무시했다. 그녀는 물 한잔 가지고 자리를 떠났다. 사무실 안, 목정침은 입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추후 탕위엔을 처리할지 맡겼다. 그는 이 일로 온연과 또 거리가 생기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건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했다. 아파트, 온연은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자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그녀는 머리가 울렸고 자신이 어떻게 침대에 올라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거실은 지나칠 때 소파를 보고서, 담요가 개어져 있는 걸 보았다. 누가 자고간 티는 안 났지만 그녀는 목정침이 어제 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을 열자, 눈 앞에는 거의 직원의 상반신만큼 큰 꽃이었다. 꽃은 직원의 얼굴을 다 가릴 정도였고 향기가 매우 좋았다. 그녀는 1초동안 경악했다. 이제 겨우 모든 게 안정되었는데 목정침은 무슨 생각인걸까? 왜 매일 매일 그녀에게 꽃은 선물하는 걸까? “손님, 꽃 배달왔습니다. 문제없으시면 사인 부탁드려요.” 꽃집의 청년은 힘들어 보였다. 그는 건장하지도 않아보였는데, 이렇게 큰 꽃을 배달하기엔 살살 무리인 것 같았다. 제일 중요한 건 시선을 가려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온연은 이 청년을 보자 얼른 사인하고 꽃을 집 안으로 들였다. 그러나 꽃을 내려놓기도 전에 노크소리가 또 들려왔다. 그녀는 그 청년이 무언가를 까먹은 줄 알고 다시 한번 문을 열었는데 이번에 나타난 건 배달원이었다. “아침 배달 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녀는 배달을 받고 당황했다. 이게 다 목정침의 짓인가? 언제부터 사람이 이렇게 자상해졌지? 어제 저녁도 조용히 있다가 그녀가 깨기전에 조용히 나가고, 이런 선물까지 보내다니… 그녀는 그의 어떠한 호의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지금 보니 현실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녀는 꽃과
진몽요가 끼어들어 말했다. “진작 분가했어야 됐어. 이제부터 3가족이서 좋은 날 보내야지. 그 노인네도 알아서 살아보라 그래. 최대한 만나지 말고. 첫인상부터가 별로였어. 살면서 쌓은 덕은 다 아들한테 갔나봐.” 란샹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격이 착해서 아무리 시어머니가 나빠도 뒤에서 어른의 욕은 하지 않았다. 가게가 저녁에 문을 닫고, 온연과 진몽요는 같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경소경은 나타나지 않다가 병원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목정침도 있었다. 한 순간에 병실은 시끄러워졌고, 임립을 침대에서 다리를 꼰채 경소경이 깎아주는 사과를 먹고 있었다. “다들 그래도 마음씨가 착하네. 내가 아픈 게 한두번도 아니고, 심지어 심한것도 아닌데. 얼굴 봤으니 들어들 가봐. 그리고 소개시켜준 아가씨 정말 괜찮더라, 이것저것 세심하게 잘 챙겨주고. 급여 올려줘야겠어.” 진몽요는 자신감이 가득차서 “그럼 당연하죠. 나랑 연이랑 소개시켜준 사람인데. 보니까 며칠뒤면 퇴원할 거 같은데, 앞으로 이 ‘귀한병’ 잘 챙기세요. 아무거나 막 먹지 말고요.” 임립은 입술을 삐죽거렷다. “앞으로 술만 안 마시면 돼요. 나중에 시간내서 수술도 하고 그러면 원래처럼 다시 활발해져요. 별 일 아니에요.” 수술? 온연과 진몽요는 그제서야 이 일의 심각성을 알았다. 전에 그녀들은 그저 임립의 위장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 수술까지 해야되는 줄은 전혀 몰랐다. 경소경은 임립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 내일 다시 올게. 오늘 하루 종일 바빴더니 가서 쉬어야겠어.” 진몽요는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나랑 연이도 하루 종일 고생했어요. 우리도 먼저 가볼게요. 몸 관리 잘하고요.” 그녀는 온연은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 경소경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 “왜 그래요? 왜 괜히 나한테 심술 부리는 거 같지?” 진몽요는 언짢은 듯 “오늘 하루 종일 뭐 했어요? 문자나 전화 한 통 못 해줄만큼 바빴어요? 그
온연은 강연연을 언급하고 싶었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남편과 동생이 사귀었던 일은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회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흥분이 가라앉자 목정침은 그녀가 마음대로 딴 생각하는 걸 눈치챘다. “뭘 생각해? 혼자 생각하지 말고 나도 좀 알려줘.” 그녀는 입술을 내밀었다. “당신이 매정하다고 생각해요. 강연연이랑 한때는 좋았었는데 직접 감옥에 보내다니. 걔는 이번생은 거의 망했다고 봐야죠.” 말을 하면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가 어떻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목정침의 말투는 담백했다. “나랑 사귀었던 건 맞지. 근데 널 해친 사람은 용서할 수가 없어.” 그의 반응이 온연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때는 분명 그와 강연연이 같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었나? 지금 자기 잘못은 싹 없애고 게다자 강연연이랑 사귀었다는 걸 지금 인정한건가…? 걔랑 사귀었던 게 맞다는 말이 그녀의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둘다 똑같아요. 누구 하나 더 나은 게 없어. 날 해친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으니 당신 본인도 용서하지 말길 바라요.” 목정침은 허탈했다. “허… 난 내 자신을 용서했던 적이 없어. 너도 그렇지 않아?” 맞다, 그녀가 떠난 게 그에게는 제일 큰 복수였다. 아파트 단지 앞, 목정침이 차를 세웠다. 온연은 기분이 좋지 않아 대충 손을 흔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목정침이 그녀를 불러세워 반 농담식으로 “잠깐 앉았다 가라고 말도 안 하나?” 온연의 낮은 목소리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증에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목정침은 고집부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냥 던진 말이었으니 결과가 어떻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 그도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호텔. 진몽요는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 사귈 때부터 경소경이 연락을 안 했던 날이 없었다. 오늘 갑자기 이러니 당연히 이상했다. 만약 그녀가 병원에 임립을 보러가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