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이어서 말했다. "해고하던 날 그동안 일한 월급을 계산해서 줬어요. 가게에서 공짜로 먹은 음료랑 디저트 돈은 빼지도 않고 그냥 지각비만 조금 뺐는데 엄청 불만이더라고요. 한참 동안 싸우고 나서야 가게를 떠났어요. 그날부터 계속 친구들이랑 작당해서 가게에 악플을 달더라고요. 배달시키고 평점 낮게 주고. 우리 가게 음식 뭐라고 한 사람 없었는데… 가게 위생이 더럽다고 한 사람은 더더욱 없고요. 그냥 우리 가게를 모함하는 거예요." "언제 한번 백소가가 시킨 주문에 배달을 갔었는데. 딱히 협박하고 그러진 않았어요. 그냥 쟤랑 쟤 친구 아이디 차단하기만 했어요. 앞으로 악플 그만 달라는 뜻으로. 녹음도 해서 증거 남겼다고 앞으로 그만하라고 하긴 했지만 녹음도 안 했어요. 이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우리 가게에 페인트칠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그 문 다는데 200만 원 넘게 들었는데. 배상 청구할게요. 앞으로 계속 우리 가게를 더럽힌다면 소송 걸 거예요." 기록을 끝낸 경찰은 백소가를 쳐다보았다. "더 할 말 있어요? 저 말이 다 사실이에요? 아님 그 친구들 불러서 물어볼까요?" 백소가는 당황했다. 온연이 집 앞에 찾아온 그날 이후 친구들은 더 이상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낙서도 백소가 혼자 벌인 짓이었다. 친구들이 경찰서에 온다면 분명히 혼자 살겠다고 자기를 팔아버릴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에요… 복수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예요… 배상할 돈이 없는데… 저 이제 감옥 가는 건가요?" 경찰은 입을 삐죽거렸다. "감옥까지는 아니고. 아마 유치장에 갇힐 거예요. 어떻게 합의하느냐의 문제인데. 그 문은 이미 떼졌어요. 저희가 이미 사진 찍어 증거도 남겼고요. 엄청 심하던데. 배상은 하셔야 할 거예요. 얼른 가족에게 연락하세요. 아님 계속 여기 계셔야 합니다." 온연이 착한 사람이란 걸 백소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온연을 보며 애원했다. "잘못했어요
온연은 진몽요를 등졌다. "걔 얘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자고 깨니 벌써 저녁 7시였다. 진몽요는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방에 들어가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라면은 온연이 잘 끓인다. 라면이 모두 다 퍼져버렸지만 온연은 아무 말 없이 그릇을 비워냈다. 밥을 먹은 후 두 사람은 같이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때 온연이 갑자기 결정을 내렸다. "목정침이 준 비법 말이야. 써볼까 해. 분명히 수준급 파티시에한테서 얻어왔을 거야. 호의를 거절하면 안 되지." 진몽요가 깔깔 웃어댔다. "언제부터 그렇게 융통성이 있었어? 처음에는 싫다고 안 쓴다더니? 이제 좀 납득이 돼? 내가 그랬잖아. 두 사람 사이에 이제 빚진 게 없다고. 이젠 계산도 안 되지 않아? 서로 끊을 수 없는 사이라니까." 온연은 진몽요의 말을 무시했다. 목정침이랑 상관이 없었다. 그 비법의 유혹이 너무 컸기에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갑자기 진몽요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몽요는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다. "뭐에요? 왜 이렇게 자주 연락하는 거예요?" 말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경소경이 분명했다. 진몽요는 경소경이 여길 온 걸 알게 되었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그에게 저녁에 일정이 있는 물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대답했다. "저녁에 술집이나 가려고요. 올래요?" 진몽요는 쿨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 이런 데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전화를 끊은 후 온연에게 물었다. "연아, 같이 갈래? 전에 갔던 술집." 전에 갔던 술집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 난 온연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안 갈래. 너 혼자 갔다 와." 진몽요는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온연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었다. "네가 안가는 데 혼자 가기 좀 그렇지… 혼자 집에 있는 거 외롭지 않을까?" 온연은 그녀를 째려보았다. "그만해. 진짜 안 갈래. 어쩌다 생긴 혼자만의 시간인데. 조금 이따 일찍 잘래. 너도 빨리 갔
경소경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뭘 걱정하는 거예요?” 그녀는 그의 시선이 불편했다. “신경 쓸 일 아니잖아요! 관심 꺼요!” 그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여기 난방 잘 되는데, 스카프 매고 있으면 안 더워요?” 그녀는 스카프를 뺐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지는 거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서 그가 선물한 스카프를 매고 그를 만나러 나왔다고 생각했다. “설마 나 만난다고 일부러 그거 매고 온 거 아니죠?” 그녀는 몸이 살짝 굳었다. 경소경이 나쁜 자식, 모른 척해주면 어디 덧나나? 자신이 미쳤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그가 한번 더 자각시켜주었다. 그녀는 불쾌한 듯 말했다. “아니거든요! 그냥 나오기 전에 아무거나 집은 거예요! 여긴 당신이랑 같이 놀아 줄 몸매 좋은 아가씨들 따윈 없어요. 하여튼 어딜 가나 이런 곳에 오는 버릇은 못 고치네요. 당신 같은 사람은 평생 혼자 살아야 돼요. 침침한 눈으로 다른 노인네들이 광장에서 춤추는 걸 보면서, 혼자 불쌍하게 늙어가야죠.” 경소경은 멈칫하더니 눈을 게슴츠레 떴다. “누가 예전에 뭐라고 했더라… 맞다, 내가 헤어지라고 해서 헤어지면, 당신이랑 잘해볼 거냐고 물었죠? 난 그때 승낙했는데, 이제 솔로니까 그 약속 지켜야하는 거 아니예요? 당신이 말한대로 생각해 봤어요. 근데 혼자 불쌍하게 늙어 죽고싶진 않아요. 최소한 옆에 댄스 파트너 정도는 있어야죠.” 진몽요는 그의 말에 얼굴이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밀었다. “적당히 해요! 내가 왜 당신의 댄스 파트너가 되어야 하죠? 나는 고상한 할머니로 늙을거에요! 큰 집 마당에서 석양도 볼 거예요!” 경소경은 그녀의 손을 잡아 얼굴에서 떼며 진지하게 말했다. “당신이 광장에서 춤을 추던 큰집 마당에서 석양을 보던 난 다 괜찮아요.” 그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가 이미 자신이 납치된 후 당한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는 일부러 방정맞
경소경이 황급이 뒤따라가, 그녀가 차를 잡자 얼른 차에 올라타 그녀를 끌어당겼다. “여기항첩호텔로 가주세요!” 진몽요는 호흡이 불안정했다. “호텔가서 뭐하게요? 나 집에 갈 거예요! 기사님 차 돌려서 성원단지로 가주세요!” 경소경은 지갑에서 현금을 한 뭉치 꺼내더니 기사에게 내밀었다. “호텔로 가주세요.” 기사는 눈 앞에 현금을 보자 단순한 사랑싸움이라고 생각해 친절하게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경소경은 어두운 얼굴로 진몽요를 끌고 갔고, 진몽요도 그가 진심인 걸 알자 더 이상 소란을피우지 않았다. 그녀는 발버둥을 치며 작은 목소리로 “이러지 마요… 우리 다른데가서 대화로 해결하면 안돼요? 도망 안 갈게요…”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그녀에게 대화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끌고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없자 진몽요는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요? 당장 놔줘요! 계속 이런식이면내가… 내가… 내 말 지금 듣고 있어요?”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며 “듣고 있어요. 계속 말해요. 당신이 뭘 어쩌게요?” 그녀는 화병나서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가 이곳에 온 건 분명 계속 이 호텔에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금 전 들어올 때 체크인도 무료였고, 그녀는 더 이상 도망갈 기회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벽에 밀쳤다. “이래도 도망 갈래요?” 그녀는 가방을 가슴 앞에 꽉 끌어안고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안 도망 갈게요… 너무많이 마신 거 아니예요? 너무 늦어서 이제 가봐야 할 거 같은데.” 그는 한 손으로 벽을 잡고 있었고, 벽과 자신의 몸 사이 갇힌 불쌍한 그녀의 모습을 보자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났다. “나 많이 안 마셨어요. 그때 약속한건데 왜 안 지켜요? 당신이 헤어지면 나랑 잘 해보겠다는 말 본인 입으로 한 거잖아요. 말 뱉어놓고 다시 삼키게요?” 그녀에 등은 벽에 딱 붙어 움직일 수 없었고 시선은 그의 가슴에 의해 가려졌다. “그냥
경소경은 영상을 자신의 폰으로 전송하고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집 갈래요 아니면 여기 있을래요?” 그녀는 방방뛰며 “당연히 집에 가야죠!” 어딜 헛수작을 부리려 하는거지? 집에 안 가면 아까 찍은 영상은 괜히 찍은 거나 마찬가지다. 예전에 같이 잘 때 그가 그녀를 건들이지 않은 건 다 연기였고, 지금은 그녀가 여자친구가 됐으니 그의 자제력을 더욱 믿을 수 없었다. 경소경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요, 그럼 데려다 줄게요. 맞다, 나 내일 청침이랑 제도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시간 있을 때 보러 올게요. 만약에… 혹시라도 딴 짓하면 이 영상 온연이랑 가게에 알바생들한테 다 보낼거예요. 날 좀 도와 달라는 차원에서.” 진몽요는 이를 갈며 속으로 그를 저주했다. 방에서 나오자 경소경을 찾으러 온 목청침과 마주쳤다. 목청침은 두 사람이 같은 호텔에 머무른다고 생각했고, 진몽요는 얼굴을 가리고 빠르게 뛰었다. 경소경은 짓궂게 웃으며 “청침아, 이따 다시 올 게!” 목청침은 두 사람이 같이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걸 보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또 무언가가 떠오른 듯 다시 미소를 숨기고 눈빛은 차가워졌다. 진몽요를 아파트 단지까지 데려다 준 뒤 경소경은 뻔뻔하게 키스를 요구했다. “이별 키스 안돼요? 나 내일이면 가는데… 그럼 한동안은 못 보잖아요.” 진몽요는 닭살이 돋았다. “어찌됐던 이제 겨우 사귄지 20분 밖에 안됐는데, 이렇게까지 애틋할 거 뭐 있어요?” 그는 그녀의 태도가 맘에 안 들었지만 살짝 입을 맞췄다. “됐어요, 얼른 올라가요.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요.” 진몽요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멈춰서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 그에게 뛰어가 큰 포옹을 해주었다. “다음에 오면 놀아줄게요.” 경소경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스카프를 정리했다. “좋아요. 얼른 들어가요.” 진몽요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마치 사랑 노래에 리듬을 맞추며 걷듯 가벼웠다. 그녀 때문에 잠에서 깬 온연은 비몽
온연은 마음이 녹아내리는 거 같았다. “언니 진짜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봐, 딸이 너무 귀엽다, 이름이 뭐야?” 란샹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쳐다봤다. “이름은 통루야, 태명은 야야.” “너무 귀엽다, 만약에 집에 사정 생기면 아이 가게로 데려와도 돼. 괜찮아.” 온연은 매일매일 이런 귀여운 아이를 보고 싶었다. 란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중에 딸 낳아봐, 너도 이렇게 이쁜데 딸도 분명 예쁘겠다. 온연의 웃던 얼굴에 표정이 굳었다. “나… 애 못 낳아.” 란샹은 의아했다. “왜?” 온연온 과거를 회상하고 싶지 않았다. “이순이랑 애들이 하는 얘기 못 들었어? 결혼은 해도 애는 못 가져.” 란샹은 멈칫했다. “남편 때문에?”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나 때문이야. 그럼 이만 일하러 가볼게.” 이 일을 듣고 난 란샹은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온연은 아직 젊은데 아이를 못 낳는다는 건 잔인한 일이었다. 그녀는 뒤에서 몰래 진몽요에게 물었고 진몽요는 딱 한 마디만 했다. “걔 남편 목청침이잖아. 그때 보지 않았나? 연이가 두번이나 유산을 해서 더 이상은 힘들어. 더 얘기하면 복잡하니까 여기까지 말할게요.” 더운 하루가 지나가고, 디저트 가게의 매출은 승승장구했다. 예상보다 빨리 원금을 벌었고 이건 다 목청침이 알려준 비밀 레시피 덕이었다. 이곳에서는 일반 가격으로 고급 디저트를 먹을 수 있었으니 손님이 끊기지 않았다. 가게도 점점 정상화 되어가고, 출퇴근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다 보니 온연과 진몽요는 더 이상 예전처럼 새벽에 귀가하지 않아도 됐다. 이 도시는 4월이 되자 기온이 점점 올라갔다. 해가 쨍쨍한 날에는 다들 반팔을 입었고, 비오는 날에만 겉옷을 입었다. 이 곳은 바다 옆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해산물이 매우 비쌌다. 가장 일반적인 해산물 조차도 너무 비싸서 아무리 좋아해도 온연은 돈이 아까워서 사먹지 못했다. 진몽요는 먹고 입고 자는 것에 예민했다. 특히나 입으로 들어 가는 건 절대 함부로 사지 않았고
경소경은 웃었다. “에이 어딜 감히 형수님을 욕해요. 그냥 비유한 거지 누구를 욕한 게 아니잖아요. 나한테 덤탱이 그만 씌워요.”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경소경씨, 몽요가 아까 당신 욕했어요, 이렇게 계속 안 와서 자기 요리만 먹다간 미쳐버리겠다고. 보고싶어 죽겠데요, 빨리 오셔야 되겠어요.” 진몽요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온연을 덮쳤다. “누가 그렇게 말하래, 사람 쪽팔리게! 난 저 사람 전혀 안 보고싶거든!” 온연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너 분명 보고싶어 했잖아! 그러게 누가 카메라로 날 비추래? 손 다 기름진 채로 새우 먹고 있는데 말이야. 아무리 경소경이어도 내 못생긴 모습 보이면 안돼지! 네가 먼저 그랬다.” 목가네, 경소경은 고개를 돌려 목청침을 쳐다봤다. “온연 봤지? 내 생각엔 이제 찾으러 가도 될 거 같아. 아니면 진몽요가 내가 너희 오작교 재결합 도우려고 사귀는 걸로 오해할 수 있잖아. 그렇다면 난 억울해…” 목청침을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야, 전지가 죽지 않는 한 방심할 수 없어.” 경소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미 사람 시켰어. 너도 알다시피 해외에서 일 처리하는 건 난이도가 좀 있잖아. 언제 처리할 될지 모르겠네. 넌 계속 기다리게? 견딜 수 있겠어?” 목청침은 창가로 걸어가 의자에서 자고 있던 탕위엔을 안았다. “못 견디더라도 견뎌야지. 연이가 내 곁에 있으면 전지가 언제든지 나의 인질로 삼을 수 있어. 내가 포기 못 한 거 아니까. 그때 계획이 실패했더라도, 걘 날 불행하게 만들려고 할 거야. 내가 지금 갑자기 방심하면 안돼. 우선 지금 같은 상황을 유지해야지. 연이 그쪽 사람들은 빼지 잘 감시하라고 해.” 경소경은 한숨을 쉬었다. “걱정하지 마, 걔네 안전해. 너가 그 가게에 이순도 보내 놓지 않았어? 경호원 출신이라 우리 없어도 잘 싸울텐데 뭘 걱정해? 나도 시간내서 가봐야겠어, 내 여자가 심심하다는데 네 일 신경쓰느라 내 일은 신경을 못 썼네.” ...... 다음날은 주말이었다. 가게
안야는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들 점심 뭐 드실래요? 같이 배달시키는 거 어때요? 안 먹는 거 있으면 말해주세요, 피해서 주문할게요.” 온연은 무언가 떠오른 듯 대답했다. “내가 시킬게, 거하게 먹자.” 그녀는 매번 똑 같은 배달음식이 질려 먹고싶지 않았다. 마침 오늘 경소경이 왔으니, 그의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면 됐었다. 전화번호도 있고 음식도 꽤나 빠르게 나오는 편이었다. 그래도 가끔씩은 직원들에게 맛있는 걸 사줘야했다. 그녀는 자신한테는 아끼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레스토랑, 진몽요는 의식해서 여성스러운 척을 하며 밥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었다. 예전에는 경소경이랑 같이 밥을 먹을 땐 다른 생각도 안하고,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지금은 남녀관계이니 그녀의 마인드가 바뀌었다. 최소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경소경은 눈썹을 올리며 놀렸다. “그만해요, 그냥 크게크게 편히 먹어요. 당신 답지 않은데요. 꼭 이런 모습 처음보는 거처럼 행동하잖아요.”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나도 체면이라는 게 있어요! 예쁜척 좀 하면 안돼요?” 그는 어깨를 들썩였다. “안 해도 돼요, 내 앞에서는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요. 밥 먹고 어디 가고싶은데 있어요? 같이 가줄게요.” 그녀는 생각했지만 딱히 가고싶은 곳이 없었다. “글쎄요, 평소에 맨날 집에 누워서 드라마만 봐서 그런지 가본데가 없어요. 우린 어차피 여기 토박이도 아니라 주변도 잘 모르니 그냥 여기저기 둘러봐요.” 그가 생각하더니 제안했다. “나 어제 잠도 얼마 못 자고 날 밝자마자 공항갔는데, 오후에 같이 호텔 갈래요? 가서 좀 쉬고 잠 좀 자게요. 저녁에 내가 가게 사람들이랑 다 데리고 저녁 살게요. 저녁 다 먹고 단둘이 뭐 할지 다시 생각해봐요. 어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밥을 먹고 같이 호텔로 향했다. 그와 단둘이 이런 곳에 오니까 약간 민망했지만 속으로 왠지 모르게 내심 기대했다. 장거리연애 때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