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 오빠…” 그녀는 조금 당황했지만, 대충 그가 어떠한 목적으로 그녀를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목정침 외에 경소경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경소경은 무표정으로 그녀에게 차를 타라고 했고, 그녀는 들 뜬 표정으로 차 문을 열어 조수석에 앉았다. “소경 오빠, 무슨 일이에요? 너무 오랜만이네요.” 그가 전에 강연연에 나름 잘해줬던 이유는 목정침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형제가 만났던 여자는 절대 건들이지 않는 주의였기에, 그가 그녀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진몽요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전지가 널 찾은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경소경은 더 이상 자신이 마음대로 애교를 부릴 수 있는 소경 오빠가 아니고 온연과 진몽요와 같은 배에 탄 사람이었다. 그래, 그녀는 목정침이 차버린 그 순간부터 이미 그들의 무리에서 아웃되었다. “내가 안 말하면요?” 그녀는 더 이상 아양떨지 않고 태도를 바꿨다. 왜 온연과 진몽요만 모두의 관심을 받고, 왜 나는 모든 걸 잃어야 하지? 경소경은 버튼을 누르고 차 문을 잠궜다. “말 안 해? 그럼 우리 대화로 해결해보자. 우연히 내손에 네가 공연장에 손님 접대하는 사진이 들어왔어. 네 생각에도 과거 강가네 아가씨가 이런곳에서 손님 접대나 한다는 게 알려지면 참 재밌을 거 같지 않아?” 강연연은 이를 악 물고 타협했다. “그래요, 난 온연 질투했어요. 정침오빠가 날 차버리고 걔를선택해서 질투 났어요. 걔만 아니었어도 정침오빠가 투자 철회해서 우리집 망하게 안 했을 거예요. 그리고 엄마가 이혼 위자료도 다 걔한테 줬어요. 난 계속 복수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었거든요. 근데 딱 이때 전지가 날 찾아왔어요, 돈도 주고 복수할 기회도 주겠다면서. 그 사람이 온연의 사진 한 장을 줬어요. 사람을 써서 걔를 납치하고 나쁜 일 당하게 한 다음에 영상 찍어서 넘기
진함이 차가운 얼굴로 강연연에게 말했다. "강연연, 너 말조심해. 내가 너 어릴 때부터 가르치지 않았나? 근데 왜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이지?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나 너네 아빠랑 이혼했어. 이제 강균성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는 뜻이야. 너도 이제 성인이잖아. 네가 아직 학생 신분이기도 하고, 나한테 너에 대한 양육권이 없기도 하니까 생활비랑 학비 절반 정도는 내가 내줄 게. 딱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없어. 강균성, 너도 이제 일자리 찾아봐야 하지 않아? 강연연이 쓰는 돈 대줄 생각 없어. 네 뒷바라지는 더더욱 할 생각이 없고." 강연연에게는 엄마에게 빌붙어 살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강균성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보고 있었다. 진함의 태도는 확고했다. 그는 얼굴에 철판을 깔며 진함에게 말했다. "우리 연연이가 외국으로 유학 가려고 하고 있거든. 너도 알잖아. 유학비용 어마어마한 거.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돈이 없잖아? 아무리 이혼한 사이라고 해도, 딸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굴면 안 되지 않나? 일자리는 찾을게. 연연이랑 같이 있어 줘야지. 내가 뒷바라지 할테니까, 네가 돈을 대줘. 공평하지 않아? 그러면 멀리 사라져줄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 강연연은 하나도 내키지 않겠다. 그녀는 이 도시에 남아 목정침을 지키고 싶었다. 외국 따위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강균성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에 그녀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지금 제일 큰 문제는 돈이다. 강균성이 진짜로 자기를 해외로 보낼 리가 없는데… 그냥 진함한테서 돈만 받아내면 된다. 진함을 한참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래. 해외로 나가기만 한다면 매달 강연연이 쓰는 생활비는 내가 책임질게. 매달 2000만 원씩. 근데 딱 졸업까지만이야. 그 후에는 한 푼도 지원 못 해주니까 그렇게 알아. 진짜든, 거짓말이든 상관없어. 2000만 원밖에 못 해주니까 더 요구하지 마." 강균성은 2000만 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그가 입을
임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목정침은 차를 목씨 그룹 빌딩 앞으로 몰았다. 차에서 내린 그는 차키를 경비에게 주며 주차를 부탁했다. 길가, 노인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그 장면을 본 순간 그는 의식적으로 노인을 부축하러 앞으로 발을 움직였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온연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발 그 가식 좀 그만 떨어요!' 이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가식적인가? 나 지금 착한 척하고 있는 건가? 그는 인정이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 결국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히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경비가 노인을 부축해줬다. … 백수완 별장. 온연은 방금 진몽요와 한바탕 난리를 쳤다. 난장판인 거실 소파가 방금의 전쟁을 증명해주었다. 경소경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있었으면 분명 잔소리가 날라왔을 것이다. "연아, 너 이제 목씨 집안 사람도 아니잖아. 앞으로 뭐 하려고?" 그 말에 온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직 뭐 할지 고민 중이야… 솔직히 말하면 여길 떠나고 싶어. 완전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 온연의 말에 진몽요의 머릿속에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진몽요는 부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너랑 같이 가고 싶어. 다시 시작한다니… 정말 설렌다." 온연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넌 나랑 다르잖아. 엄마도 있고. 너네 엄마가 너 없이 어떻게 살겠어. 난 혼자잖아.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일자리 하나 찾든가, 아니면 가게 하나 차려서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 말에 진몽요도 떠나고 싶어졌다. 이 도시에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진몽요가 없어도 강령은 잘 살 수 있다. "연아, 전에 디저트 만드는 거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어? 우리같이 낯선 도시로 가자. 가서 디저트 가게나 차리자. 커피나 버블티 같은 거 파는 거지!
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몽요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 디저트 가게 하나 차릴 생각인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에요. 정 안되면 일자리나 찾아보죠 뭐. 먹고 살기만 하면 되거든요." 진몽요도 같이 떠난다는 소식에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래요… 어디로 갈지는 정했어요?" 온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천천히 준비하려고요. 갑자기 한 결정이라… 맞다. 혹시 목정침 집에서 탕위엔 좀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데리고 가야 하는데… 목정침이 동물을 싫어하거든요." 경소경은 목정침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고양이보다 못한 존재라니. "진짜 고양이만 데리고 갈 생각이에요? 정침이는요?" 그녀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장난치지 말아요. 그 사람이랑 앞으로 엮일 생각 없어요! 우리 아빠가 결백하다는 사실, 떠벌릴 생각 없어요. 다시 조사하지도 않을 거고요. 이제 그 사람이랑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없어요." 경소경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목정침이 한 짓이 아니라면요? 둘 사이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말 못할 비밀이라든가." 온연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저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요. 디저트 치우는 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 잠깐 쉴게요." 경소경은 그녀의 방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 나서야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목정침에게 말했다. "네 와이프. 네가 준 디저트 손도 안 대더라. 그냥 버리라던데? 그리고… 고양이 좀 보내달래." 목정침이 침묵했다. 그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안 보내준다고 전해." 말을 끝낸 후 그는 전화를 끊었다. 경소경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기대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찮을 일을 떠안게 되었다. 경소경은 바람처럼 자유로운 사람인데… 한 달 동안 매일 집에 와서 밥을 해야 하
전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전지는 차가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 진짜 내가 너한테 딴짓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넌 반항도 못 하잖아."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여전했다.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인테리어나 가구들이 그녀를 옛 생각에 잠기게 했다. 전지의 계획이 꽤 소용이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이라면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할 것 같았다. 이게 그녀를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다. 아주머니가 이미 밥상을 차려 놓았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던 그때로 말이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자신의 집안을 박살 냈다. 근데 지금 이 집 주인 신분으로 자길 데리고 오다니. 기분이 묘했다.. 전지는 진몽요를 안은 채 식탁으로 걸어갔다. 벗어나려 노력해봤지만 전지가 너무 세게 안는 바람에 그냥 안겨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아주머니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들을 연인 사이로 오해하고 있었다. 전지가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할 일 없으시면 그만 돌아가셔도 좋아요. 내일 출근하시면 됩니다." 그는 집에 낯선 사람이 지내는 걸 불편해했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치마를 풀었다. 정리를 다 끝낸 그녀는 집을 나섰다. 대문이 닫힘에 따라 진몽요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집에 전지와 단둘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긴장되게 했다. "너… 대체… 뭘 하고 싶은건데?"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전지는 진몽요의 옆에 앉더니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반찬을 집어주기 시작했다. 전지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 네가 나한테 잘해준 것처럼 너한테 잘해주려고. 너만 원한다면, 이 집 명의도 네 앞으로 해줄 수 있어." 그녀가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그때 차 한 대가 그녀의 옆을 빠르게 지나치더니 다시 그녀의 옆에 멈추어 섰다.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경소경씨? 여긴 어떻게?" 경소경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전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얼마나 놀라게 했는지… 하던 일도 그만두고 바로 달려 나올 정도였다. "전지한테 약점 잡힌 거 맞죠? 앞으로 전지가 만나자고 하면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다시는 협박 못하게 만들어줄게요. 그 새끼가 무슨 짓 하지는 않았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제 그만 놓아주겠데요. 약점 같은 거 잡히지 않았어요. 앞으로 새 출발 할 수 있겠어요. 이제 그만 우울해하려고요…" 경소경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진몽요의 눈이 동그래졌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설마 나 찾으러 헐레벌떡 뛰쳐나온거에요?" 경소경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차에 타며 그녀를 비웃었다. "아니거든요? 자기 애가 너무 넘치는 거 아니에요? 마침 근처에 살고 있어서." 옛날의 진몽요였다면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녀는 모르는 척 조수석에 올라탔다. "당신, 인물도 훤칠하고, 키도 크고, 돈도 많잖아요. 어머님이 그렇게 손주가 보고 싶으시다는데 결혼하는 게 어때요? 비혼주의 그런 거 이제 그만하고요. 회사는 누가 물려받을 건데요? 맘에 드는 사람 생기면 그냥 결혼해요. 둘이서 오붓하게 살아요. 여기저기 흘리지 말고요." "누가 보면 나보다 나이 많은 줄 알겠어요? 지금 저 돌려 까는 거죠? 저 엄청 별로예요. 바람둥이에 믿음직하지도 않고, 잘생기고 요리 좀 하는 거 빼고는 볼 게 하나도 없어요. 우리 집 재산은 우리 엄마아빠가 불려놓은거라서 나랑 상관 없고요." 그가 혀를 찼다. 자기를 이렇게 '칭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별로라고 하면서 이렇게 치켜세우다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얌전해
진몽요의 말은 무척이나 직설적이었다. 경소경이 못 알아들을리가 없었다. 그의 눈동자가 어두웠다. 조금 쓸쓸해 보였다. "그래요. 잘 풀리길 바래요. 가기전에 작별인사 정도는 해줄거죠?" 그가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말했다. 온연만이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몽요와 경소경의 마음속에 미묘한 감정이 요동쳤다. 한명은 결단을 내렸고, 한명은 그 결단을 존중했다. 설거지는 두 사람의 몫이 됐다. "아, 맞다. 고양이 보내달라고 했었잖아요? 정침이가 싫데요." 경소경이 말했다. 온연의 마음이 급해졌다. "왜요? 왜 싫데요? 옛날에는 키우지도 못하게 했었잖아요. 좋아는것도 아니면서 왜 싫다는건데요?" 경소경이 말을 보탰다. "진정해요. 그냥 싫다고만 했어요. 다른 말은 없었는데. 저도 몰라요. 이유가 뭔지. 그냥 편하게 생각해요. 고양이까지 데리고 떠나가에는 너무 불편하잖아요. 정침이네 집에 돌봐 줄 사람도 있잖아요. 설마 고양이 하나도 못 챙길가봐요? 정침이네 집에 부리는 사람이 몇인데요." 맞는 말이다. 유씨 아주머니가 분명히 잘 챙겨줄것이다. 그의 말이 그녀의 감정을 진정시켰다. "됐어요… 주기 싫다면야… 유씨 아주머니한테 부탁하는 수 밖에요." 떠나기전에 유씨 아주머니랑 임집사는 만나봐야지. 탕위엔 잘 돌봐달라고 부탁도 하고, 작별도 할겸. 어릴 때부터 그녀를 챙겨줬는데. 그들 덕분에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수 있었다. 아무말없이 떠나는 건 도리가 아닌것 같았다. 목정침은…. 그녀는 목정침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그녀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들이 일어났다. 그녀는 남은 여생동안 그를 가슴에 품으며 살기로 결정했다. 웃으며 그를 마주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많다. 날씨가 좋은 어느 오후, 그녀는 목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미리 유씨 아주머니에게 목정침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온연을 보자마자 유씨 아주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의 손을 내내 잡고
"일부러 내가 없는 시간대로 골라서 올 정도야? 나랑 마주치는게 그렇게 싫어? 가더라도 인사 정도는 해야하지 않아?" 그의 말투가 무척이나 담담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기분을 알아차릴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아무렇지 않은척 행동할수 있지? 한참동안 정적이 흘렀다. 목정침은 캐리어를 아래층으로 내려다주었다. 뜻밖이었다. 그녀는 목정침이 떠나지 말라고 하며 자기를 잡을줄 알았다. 옛날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제적으로 옆에 둘줄 알았는데. 이렇게 담담하게 행동하다니.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그제야 그와 대화할 용기가 났다. 온연은 그의 발걸음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기더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제 물건만 챙겼어요. 돌려줘야 할건 침대맡에 올려놨어요. 탕위엔은… 부탁할게요. 잘 돌봐줘요. 정 싫으면 그냥 무시해요. 다음에 제가 데려갈게요." 목정침은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온한 얼굴 아래로 그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담담하게 그녀를 보내주는것 말고는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그도 그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목정침은 그녀의 캐리어를 자기의 차 트렁크에 넣었다. "데려다줄게." 온연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이게 그와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녀가 어릴때부터 느껴보고 싶었던 다정함이었다… 유씨 아주머니와 임집사는 탕위엔을 안은채 대문에 서서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온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창문을 열어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낙엽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다 바닥에 떨어지는게 사람의 인생과 비슷한것 같았다. 목정침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목씨 저택이 눈에서 멀어짐에 따라 그의 눈동자에 담긴 미련도 점점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