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입고 있던 검은색 잠옷 원피스를 혐오하는 듯 쓰레기통으로 집어 던졌다. 그 순간 그녀는 웃을 수 없었고, 오직 혼자 있을때만 슬픔을 표출하며 눈물을 흘렸다. 몸을 있는 힘껏 문질러 피부가 빨개졌을 때쯤, 그제서야 가운을 입고 게스트룸으로 향했다. 온연은 불을 끄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몽요야, 네 몸에 있는 상처 다 봤어. 전지가 때린거야? 다 지나간 일이니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어둠 속, 진몽요는 최대한 눈물을 참으려 했다. “말할 것도 없어… 왜냐면 별일 없었거든. 전지가 나한테 차여서 기분이 안 좋아서 자기 마음 편하자고 잠깐 그런거야. 너희가 날 못 찾았어도 어차피 며칠후면 날 놓아줄거였어. 졸리다, 얼른 자자.” 온연도 요 며칠 눈을 못 붙여서 대답을 하고선 잠에 들었다 진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키고선 몸을 돌려 혼잣말을 했다. “잘게…” ...... 간계도 별장에서 떠난 이후, 전지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야간 공연장’으로 향했다. 강연연을 처리하는 건 꽤나 복잡한 일이었기에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다. 전용 룸에 들어서자, 누군가가 빠르게 강연연을 데리고 들어왔다. 강연연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있었고, 진한 화장을 해서 부잣집 아가씨 같은 모습은 진작에 사라져 있었다. 이상한 취향을 가진 손님을 만났는지 그녀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전지를 보고선 그녀를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풀어주세요…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시키는 일은 다 할게요,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제발 풀어주세요…아무한테도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없던 일로 할 테니까 풀어주시면 안돼요…?” 전지는 팔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고선 연민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쯧쯧, 불쌍해라. 여기서이틀동안 얼마나 억울했겠어.” 강연연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니요… 하나도 안 억울해요… 제가 잘못 잡아왔으니 다 제 잘못이에요. 앞으로 절대 진몽요 건들이지 않을게요. 당신의 여자인지
“소경 오빠…” 그녀는 조금 당황했지만, 대충 그가 어떠한 목적으로 그녀를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목정침 외에 경소경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경소경은 무표정으로 그녀에게 차를 타라고 했고, 그녀는 들 뜬 표정으로 차 문을 열어 조수석에 앉았다. “소경 오빠, 무슨 일이에요? 너무 오랜만이네요.” 그가 전에 강연연에 나름 잘해줬던 이유는 목정침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형제가 만났던 여자는 절대 건들이지 않는 주의였기에, 그가 그녀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진몽요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전지가 널 찾은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경소경은 더 이상 자신이 마음대로 애교를 부릴 수 있는 소경 오빠가 아니고 온연과 진몽요와 같은 배에 탄 사람이었다. 그래, 그녀는 목정침이 차버린 그 순간부터 이미 그들의 무리에서 아웃되었다. “내가 안 말하면요?” 그녀는 더 이상 아양떨지 않고 태도를 바꿨다. 왜 온연과 진몽요만 모두의 관심을 받고, 왜 나는 모든 걸 잃어야 하지? 경소경은 버튼을 누르고 차 문을 잠궜다. “말 안 해? 그럼 우리 대화로 해결해보자. 우연히 내손에 네가 공연장에 손님 접대하는 사진이 들어왔어. 네 생각에도 과거 강가네 아가씨가 이런곳에서 손님 접대나 한다는 게 알려지면 참 재밌을 거 같지 않아?” 강연연은 이를 악 물고 타협했다. “그래요, 난 온연 질투했어요. 정침오빠가 날 차버리고 걔를선택해서 질투 났어요. 걔만 아니었어도 정침오빠가 투자 철회해서 우리집 망하게 안 했을 거예요. 그리고 엄마가 이혼 위자료도 다 걔한테 줬어요. 난 계속 복수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었거든요. 근데 딱 이때 전지가 날 찾아왔어요, 돈도 주고 복수할 기회도 주겠다면서. 그 사람이 온연의 사진 한 장을 줬어요. 사람을 써서 걔를 납치하고 나쁜 일 당하게 한 다음에 영상 찍어서 넘기
진함이 차가운 얼굴로 강연연에게 말했다. "강연연, 너 말조심해. 내가 너 어릴 때부터 가르치지 않았나? 근데 왜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이지?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나 너네 아빠랑 이혼했어. 이제 강균성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는 뜻이야. 너도 이제 성인이잖아. 네가 아직 학생 신분이기도 하고, 나한테 너에 대한 양육권이 없기도 하니까 생활비랑 학비 절반 정도는 내가 내줄 게. 딱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없어. 강균성, 너도 이제 일자리 찾아봐야 하지 않아? 강연연이 쓰는 돈 대줄 생각 없어. 네 뒷바라지는 더더욱 할 생각이 없고." 강연연에게는 엄마에게 빌붙어 살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강균성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보고 있었다. 진함의 태도는 확고했다. 그는 얼굴에 철판을 깔며 진함에게 말했다. "우리 연연이가 외국으로 유학 가려고 하고 있거든. 너도 알잖아. 유학비용 어마어마한 거.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돈이 없잖아? 아무리 이혼한 사이라고 해도, 딸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굴면 안 되지 않나? 일자리는 찾을게. 연연이랑 같이 있어 줘야지. 내가 뒷바라지 할테니까, 네가 돈을 대줘. 공평하지 않아? 그러면 멀리 사라져줄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 강연연은 하나도 내키지 않겠다. 그녀는 이 도시에 남아 목정침을 지키고 싶었다. 외국 따위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강균성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에 그녀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지금 제일 큰 문제는 돈이다. 강균성이 진짜로 자기를 해외로 보낼 리가 없는데… 그냥 진함한테서 돈만 받아내면 된다. 진함을 한참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래. 해외로 나가기만 한다면 매달 강연연이 쓰는 생활비는 내가 책임질게. 매달 2000만 원씩. 근데 딱 졸업까지만이야. 그 후에는 한 푼도 지원 못 해주니까 그렇게 알아. 진짜든, 거짓말이든 상관없어. 2000만 원밖에 못 해주니까 더 요구하지 마." 강균성은 2000만 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그가 입을
임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목정침은 차를 목씨 그룹 빌딩 앞으로 몰았다. 차에서 내린 그는 차키를 경비에게 주며 주차를 부탁했다. 길가, 노인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그 장면을 본 순간 그는 의식적으로 노인을 부축하러 앞으로 발을 움직였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온연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발 그 가식 좀 그만 떨어요!' 이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가식적인가? 나 지금 착한 척하고 있는 건가? 그는 인정이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 결국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히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경비가 노인을 부축해줬다. … 백수완 별장. 온연은 방금 진몽요와 한바탕 난리를 쳤다. 난장판인 거실 소파가 방금의 전쟁을 증명해주었다. 경소경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있었으면 분명 잔소리가 날라왔을 것이다. "연아, 너 이제 목씨 집안 사람도 아니잖아. 앞으로 뭐 하려고?" 그 말에 온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직 뭐 할지 고민 중이야… 솔직히 말하면 여길 떠나고 싶어. 완전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 온연의 말에 진몽요의 머릿속에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진몽요는 부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너랑 같이 가고 싶어. 다시 시작한다니… 정말 설렌다." 온연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넌 나랑 다르잖아. 엄마도 있고. 너네 엄마가 너 없이 어떻게 살겠어. 난 혼자잖아.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일자리 하나 찾든가, 아니면 가게 하나 차려서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 말에 진몽요도 떠나고 싶어졌다. 이 도시에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진몽요가 없어도 강령은 잘 살 수 있다. "연아, 전에 디저트 만드는 거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어? 우리같이 낯선 도시로 가자. 가서 디저트 가게나 차리자. 커피나 버블티 같은 거 파는 거지!
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몽요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 디저트 가게 하나 차릴 생각인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에요. 정 안되면 일자리나 찾아보죠 뭐. 먹고 살기만 하면 되거든요." 진몽요도 같이 떠난다는 소식에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래요… 어디로 갈지는 정했어요?" 온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천천히 준비하려고요. 갑자기 한 결정이라… 맞다. 혹시 목정침 집에서 탕위엔 좀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데리고 가야 하는데… 목정침이 동물을 싫어하거든요." 경소경은 목정침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고양이보다 못한 존재라니. "진짜 고양이만 데리고 갈 생각이에요? 정침이는요?" 그녀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장난치지 말아요. 그 사람이랑 앞으로 엮일 생각 없어요! 우리 아빠가 결백하다는 사실, 떠벌릴 생각 없어요. 다시 조사하지도 않을 거고요. 이제 그 사람이랑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없어요." 경소경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목정침이 한 짓이 아니라면요? 둘 사이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말 못할 비밀이라든가." 온연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저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요. 디저트 치우는 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 잠깐 쉴게요." 경소경은 그녀의 방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 나서야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목정침에게 말했다. "네 와이프. 네가 준 디저트 손도 안 대더라. 그냥 버리라던데? 그리고… 고양이 좀 보내달래." 목정침이 침묵했다. 그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안 보내준다고 전해." 말을 끝낸 후 그는 전화를 끊었다. 경소경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기대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찮을 일을 떠안게 되었다. 경소경은 바람처럼 자유로운 사람인데… 한 달 동안 매일 집에 와서 밥을 해야 하
전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전지는 차가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 진짜 내가 너한테 딴짓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넌 반항도 못 하잖아."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여전했다.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인테리어나 가구들이 그녀를 옛 생각에 잠기게 했다. 전지의 계획이 꽤 소용이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이라면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할 것 같았다. 이게 그녀를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다. 아주머니가 이미 밥상을 차려 놓았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던 그때로 말이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자신의 집안을 박살 냈다. 근데 지금 이 집 주인 신분으로 자길 데리고 오다니. 기분이 묘했다.. 전지는 진몽요를 안은 채 식탁으로 걸어갔다. 벗어나려 노력해봤지만 전지가 너무 세게 안는 바람에 그냥 안겨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아주머니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들을 연인 사이로 오해하고 있었다. 전지가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할 일 없으시면 그만 돌아가셔도 좋아요. 내일 출근하시면 됩니다." 그는 집에 낯선 사람이 지내는 걸 불편해했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치마를 풀었다. 정리를 다 끝낸 그녀는 집을 나섰다. 대문이 닫힘에 따라 진몽요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집에 전지와 단둘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긴장되게 했다. "너… 대체… 뭘 하고 싶은건데?"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전지는 진몽요의 옆에 앉더니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반찬을 집어주기 시작했다. 전지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 네가 나한테 잘해준 것처럼 너한테 잘해주려고. 너만 원한다면, 이 집 명의도 네 앞으로 해줄 수 있어." 그녀가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그때 차 한 대가 그녀의 옆을 빠르게 지나치더니 다시 그녀의 옆에 멈추어 섰다.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경소경씨? 여긴 어떻게?" 경소경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전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얼마나 놀라게 했는지… 하던 일도 그만두고 바로 달려 나올 정도였다. "전지한테 약점 잡힌 거 맞죠? 앞으로 전지가 만나자고 하면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다시는 협박 못하게 만들어줄게요. 그 새끼가 무슨 짓 하지는 않았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제 그만 놓아주겠데요. 약점 같은 거 잡히지 않았어요. 앞으로 새 출발 할 수 있겠어요. 이제 그만 우울해하려고요…" 경소경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진몽요의 눈이 동그래졌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설마 나 찾으러 헐레벌떡 뛰쳐나온거에요?" 경소경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차에 타며 그녀를 비웃었다. "아니거든요? 자기 애가 너무 넘치는 거 아니에요? 마침 근처에 살고 있어서." 옛날의 진몽요였다면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녀는 모르는 척 조수석에 올라탔다. "당신, 인물도 훤칠하고, 키도 크고, 돈도 많잖아요. 어머님이 그렇게 손주가 보고 싶으시다는데 결혼하는 게 어때요? 비혼주의 그런 거 이제 그만하고요. 회사는 누가 물려받을 건데요? 맘에 드는 사람 생기면 그냥 결혼해요. 둘이서 오붓하게 살아요. 여기저기 흘리지 말고요." "누가 보면 나보다 나이 많은 줄 알겠어요? 지금 저 돌려 까는 거죠? 저 엄청 별로예요. 바람둥이에 믿음직하지도 않고, 잘생기고 요리 좀 하는 거 빼고는 볼 게 하나도 없어요. 우리 집 재산은 우리 엄마아빠가 불려놓은거라서 나랑 상관 없고요." 그가 혀를 찼다. 자기를 이렇게 '칭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별로라고 하면서 이렇게 치켜세우다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얌전해
진몽요의 말은 무척이나 직설적이었다. 경소경이 못 알아들을리가 없었다. 그의 눈동자가 어두웠다. 조금 쓸쓸해 보였다. "그래요. 잘 풀리길 바래요. 가기전에 작별인사 정도는 해줄거죠?" 그가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말했다. 온연만이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몽요와 경소경의 마음속에 미묘한 감정이 요동쳤다. 한명은 결단을 내렸고, 한명은 그 결단을 존중했다. 설거지는 두 사람의 몫이 됐다. "아, 맞다. 고양이 보내달라고 했었잖아요? 정침이가 싫데요." 경소경이 말했다. 온연의 마음이 급해졌다. "왜요? 왜 싫데요? 옛날에는 키우지도 못하게 했었잖아요. 좋아는것도 아니면서 왜 싫다는건데요?" 경소경이 말을 보탰다. "진정해요. 그냥 싫다고만 했어요. 다른 말은 없었는데. 저도 몰라요. 이유가 뭔지. 그냥 편하게 생각해요. 고양이까지 데리고 떠나가에는 너무 불편하잖아요. 정침이네 집에 돌봐 줄 사람도 있잖아요. 설마 고양이 하나도 못 챙길가봐요? 정침이네 집에 부리는 사람이 몇인데요." 맞는 말이다. 유씨 아주머니가 분명히 잘 챙겨줄것이다. 그의 말이 그녀의 감정을 진정시켰다. "됐어요… 주기 싫다면야… 유씨 아주머니한테 부탁하는 수 밖에요." 떠나기전에 유씨 아주머니랑 임집사는 만나봐야지. 탕위엔 잘 돌봐달라고 부탁도 하고, 작별도 할겸. 어릴 때부터 그녀를 챙겨줬는데. 그들 덕분에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수 있었다. 아무말없이 떠나는 건 도리가 아닌것 같았다. 목정침은…. 그녀는 목정침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그녀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들이 일어났다. 그녀는 남은 여생동안 그를 가슴에 품으며 살기로 결정했다. 웃으며 그를 마주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많다. 날씨가 좋은 어느 오후, 그녀는 목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미리 유씨 아주머니에게 목정침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온연을 보자마자 유씨 아주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의 손을 내내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