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가 작은 가게에서 맥주를 사고 거리로 나오자 밴 한 대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차에서 건장한 남자 두명이 내려선 약이 묻은 수건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막고 차에 태웠다. 맥주가 담겨 있던 봉지는 바닥에 떨어지고 맥주가 터지면서 발목에 튄 차가운 액체가 그녀가 느낀 마지막 감각이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 채, 그녀가 비몽사몽 눈을 떴더니 주변은 낯선 곳이었다. 낡은 민박집 같았고, 바닥은 젖어있었으며 환경이 더러웠다. 옆에선 남자 몇 명이서 더러운 얘기를 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이자 남자 한 명이 쳐다봤다. “오, 저 아가씨 일어났네. 얼른 가서 물어봐봐, 궁금해서 못 참겠다.” 그녀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상대는 최소 남자 5명이었고, 그녀는 손발이 다 묶인데 다가 약 때문에 기절해서 그런지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도망갈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남자 한 명이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려고 스피커 폰을 켰고 전화가 연결되자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 잡아왔어?” 전화를 걸던 남자는 진몽요를 쓱 보더니 험악한 미소를 지었다. “잡았어요, 보내주신 사람이랑똑같은 옷을 입어서 이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진몽요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 그 여자 목소리는… 분명 강연연이었다! 그리고 강연연이 잡으려던 사람은 그녀가 아닌 온연이었다. 하필이면 오늘 그녀가 온연의 옷을 입고나와 그들에게 잘못 걸려버렸다. 강연연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하이톤이 아닌 진지한 톤이었다. “이왕 잡아온 거 잘해주면 안되지. 너네 하고싶은 대로 해, 죽이지만 말고. 천천히 진행하고, 주소 나한테 보내줘. 그리고 나도 봐야하니까 촬영 까먹지 말고. 모든 사람한테 온연이 어떤 애인지 다 밝히고 말꺼야!” 전화가 끊기자 남자들은 진몽요 주위를 둘러쌌다. 진몽요는 이미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너희…너희 뭐하는 거야? 꺼져! 강연연이 고용한거지? 난 너네가 찾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너네는 걔 못 잡아! 난
전지였다. 그는 그녀를 망하게 한 것도 모자라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들고, 지금은 그녀까지 괴롭히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다 강연연이 꾸민 일인 줄 알았는데, 지금보니까 강연연네 집안도 망해서 돈이 없을 테니 범인은 결국 전이였다. ‘짝!’ 뺨을 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나면서 강연연은 억울한 눈빛으로 눈 앞에 남자를 응시했다. “왜나를 때려요?” 또 한번에 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매우 분노한 듯 보였다. 강연연은 아무 말을 하기가 무서웠고,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쟤한테 무슨 짓 한거야?” 강연연은 시선을 회피하고 고개를 떨궜다. “내가 아니라 저 사람들이 그런거예요… 내가 왔을 때부터 저랬는데, 당신이 시킨 거 아니예요? 당신이 준 사진이 너무 흐려서 온연인지 모르고 잡아온 거라고요.” 남자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 “네 말은 다 내 탓이라는 거야? 강연연, 넌 내 탓하면 안 돼. 난 기회를 줬고 네가 못 잡은거야.” 그는 서있는 남자들을 보며 “이 여자, 당신들 마음대로 해.” 남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신호를 주고받았다. 강연연을 옆방으로 끌고 갔고, 입을 막자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진몽요는 다가오는 전지를 보고 애써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이런 몰골을 들키는 게 두려운 것보다 단순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이렇게 낯설 게 변했다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몽요야…”그녀를 향한 전지의 손은 허공에 멈췄고 표정은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고 있었다. 진몽요는 차갑게 웃었다. “내 이름 그렇게 부르지 마! 역겨워! 이제 만족해? 이제 네 짓인 거다 알았어. 넌 날 사랑한 게 아니라 널 사랑했어. 우리 아빠가 너 3년 유학하는 동안 온갖 비용 다 내줬는데, 나중에 다 갚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래?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지금 당장 나 풀어줘!” 그는 양복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미안해…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난 그냥 목정침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벨소리가 5분 정도 울리자 드디어 문이 열렸다. 경소경은 잠옷을 입고 막 일어난 듯 그녀를 쳐다봤다. “여긴 어쩐 일이예요?”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몽요가…몽요가 술 사러 나갔는데 아직까지 안 들어왔어요. 한참 찾았는데도 못 찾았어요.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 방법이 없어서 찾으러 왔어요.” 진몽요가 실종된 걸 알자 경소경이 잠이 확깼다. “기다려요, 차키 가져올게요!”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진몽요가 갈 만한 곳을 날이 밝을 때까지 돌았지만, 결국 경소경은 말했다. “신고하죠.” 온연은 엉엉 울었고 경소경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있었어요?” 그녀가 사건을 다 털어놓자 경소경은 입술을 깨물으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그는 이 일에 대해서 다 알고 있었고, 그저 싼야에서 돌아오자 마자 온연이 알게 될 줄 몰랐다. 지금 제일 급한 건 진몽요를 찾는 일이니 그는 폰을 꺼내 ‘110’을 눌렀다. 아직 신호가 가기도 전에 목정침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왔다. ‘진몽요 전지한테 있어.’ 경소경은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얼른 차를 끌고 목가네로 향했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목정침과 만나서 얘기해야 했다. 다른 길로 가는 걸 보자 온연은 당황했다. “어디가요?”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 “정침이한테 진몽요씨 전지 손에 있다는 연락이 왔어요. 정침이가 알고있으니 일단 가서 같이 방법을 찾아봐야죠. 지금 걔랑 만나기 싫은 거 아는데 그래도 진몽요 죽으면 안되잖아요.”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목정침 얼굴을 봐야할 지 몰랐지만, 진몽요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목가네에 도착한 후, 경소경은 그녀가 차에서 움직이지 않자 한숨을 쉬었다. “나와요. 둘 사이에 일은 해결 안됐어도 진몽요는 챙겨야되잖아요. 들어가서 얘기해요.” 그녀는 아직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그쪽만 들어가요, 저는 차에서 기다릴게요. 몽요 일은 부탁할게요. “ 경소경
온연은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갑자기 정말로 목가네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당장 갈 곳이 없었다. “저…저도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호텔로 데려다주세요, 몽요네 집에서 캐리어만 챙겨서 잠시 호텔에 머물게요.” 경소경은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고민 끝에 제안했다. “우리집으로 가요, 혼자 호텔에 있으면 위험해효. 조금 이상하긴 해도 별다른 방법 없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일수록 경소경을 귀찮게 하고싶지 않았지만 만약 호텔에서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경소경은 그녀에게도 신경을 써야만 했다. 목가네, 목정침은 거실 앞 창문에 서서 온연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그녀가 차를 타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지금 유일하게 그녀의 곁에 다가갈 수 없는 건 오직 그 뿐이었다. 한참후에 그는 휴대폰을 꺼내 경소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대신 잘 돌봐줘.’ 갑자기 발끝에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져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탕위엔이 귀여운 얼굴로 그의 다리를 핥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쭈그려 앉아 탕위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너랑 나만 남았네.” 막 거실로 걸어나온 유씨 아주머니가 이 장면을 보자 눈시울을 붉혔다. “도련님, 아침드세요. 밤새 잠도 안 주무셨는데 식사하시고 얼른 쉬세요. 회사 일 하지 마시고요. 사모님이랑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오랜시간 함께 하셨으니 어떻게 바로 헤어질 수 있겠어요? 안정되시면 다시 집으로 데려오세요.” 목정침은 살짝 눈을 감았다. “그 사람을 잃어버렸어요, 다시 못 데려와요.” ...... 간계도 별장. 진몽요는 악몽에서 깨어나 침대 머리맡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 밖에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녀는 쳐다볼 생각조차 안했다. 그녀는 검은색 실크 잠옷 원피스로 갈아입었고, 하얀피부를 더 돋보이 게 만들었고, 얼굴과 몸에 난 상처도 더 뚜렷하게 보였다. 。 얼마 지나지 않고, 누군가가 방문을 열었다.
한 중년여성이 황급히 들어와 죽을 가져갔다. 전지는 진몽요의 등을 두들겨주고 싶었지만, 들었던 팔을 다시 내리고 그녀의 손에 닿는 거리에 손수건을 올려뒀다. “아까 그 분은 유씨 이모셔, 앞으로 네가 먹는 거 필요한 거 챙겨주실 거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저 분한테 말씀드려.” 진몽요는 식욕이 하나도 없고 감정기복도 심해 그의 말을 다 무시했다. 그저 마음속으로 그가 빨리 떠나길 빌었다. 지금 그의 얼굴을 볼 기분이 아니었고, 어떤 남자도 보고싶지 않았다. 둘째날, 전지가 그녀를 찾으러 왔을 때 그녀는 온연과 연락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실종되어 온연은 분명 마음이 급해져, 앞으로 여기서 며칠 더 머물러야 하니 다른 사람이 그녀를 계속 찾아다니는 걸 원치 않았다. 전지도 금방 왔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겉옷을 벗어 침대 옆에 걸어 놓으며말했다. “이미 걔네한테 연락해뒀어, 다들 네가 여기 있는지 알아. 내가 책 좀 가져왔어. 이따가아주머니께서 가져다주실 거야. 심심할 때 좀 훑어봐. 네가 책 싫어하지만 내가 챙겨 온 건 그래도 좀 재밌는 거야. 아직 일이 좀 남아서, 저녁부터 같이 놀아줄게.” 그의 말에서 그녀는 위험함을 감지했다. “같이 안 있어줘도 돼, 네 얼굴 보기 싫다고!”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만약에 여기서 평생 갇혀서 살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말해. 나도 인내심이 있어.” 그녀는 억지로 화를 삭혔다. 어차피 며칠 밖에 안되니 그의 뜻대로 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길 떠날수만 있다면, 이 악마를 떠날수만 있다면 뭐든 했어야했다. 오늘은 그가 오래 머무르지 않고 20분 정도 지나자 차를 끌고 떠났다. 차 소리가 멀어지자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좀 움직이고 싶었다. 이곳에 온 뒤로부터 그녀는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방이 넓어서 욕실도 있고 화장실도 있었지만 그저 감금장소일 뿐이었다. 그녀는 한번도 이렇게 억울했던 적이 없었어서 이미 견딜수가 없었다. 거실로 나오자 유씨 이모는 황급이 맞
그녀는 절망적인 듯 고개를 휘저었다. 눈물은 이미 뺨을 타고 흘렀고, 침대에 스며들었다.”만지지 마, 나 만지지 말라고!” 전지는 강제로 그녀의 얼굴을 잡으며 억지로 그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미 이렇게 됐어야 했어. 그냥 아쉬움 좀 달랜다고 생각해주면 안돼? 보름후에 날 떠나고 싶다면 떠나게 해줄게. 네가 남고 싶으면 결혼하고. 너한테 뭐든 강요하지만 나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어. 그 일이 너한테 엄청난 상처라는 것도 알아. 그래서 네가 갇힌 암흑속에서 나올 수 있도록 나도 돕고 있는거야.” 그녀에 눈엔 그가 미친놈 같아 보였다. 그가 직접 이 모든 상황을 연출하고, 그녀가 그런 나쁜짓을 당하게 해놓고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게다가 이걸 아쉬움이라고 포장하며 결혼하겠다고 말하니 그는 정말 미친거 아닌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암흑속에 갇혀 있지 않아… 나올 필요도 없고 네 도움은 더더욱 필요없어! 네가 날 안 건들이면 내가 뭐든 해줄 게. 보름, 그래 보름이면 되니까. 전지야 그땐 날 놔줘… 아니면 난 정말 살기 싫어질 것 같아…” 전지는 상처받는 듯 보였다. “내가 널 만지는 게 그렇게 싫어? 말해줘,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거야?” 진몽요는 울다가 웃었다. 웃는 모습이 우는 모습보다 더 슬퍼보였다. “못 돌아가! 이미 돌아가긴 글렀다고! 네가 우리집을 망하게 했을 떄부터 이미 끝난 일이야! 난 예전에 모든 걸 너한테 다 줬는데, 넌 나한테 어떻게 했어? 네가 날 여기에 가둔 이유도 내가 신고해서 그 사람들이 잡혀갈까봐 그런거잖아. 네가 한 짓인 걸 다 알게 되면 넌 망할테니까. 그러니까 모두가 날 건들여도 넌 안돼.” 맞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계획하고 있었다. 그녀를 감금해서 상처를 다 치료해주고 증거가 다 사라질 때쯤 다시 그녀를 놓아주려 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건들이지 말했어야 했는데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되었다. 이 시간동안 그는 이미 많은 증거들을 없앴
유씨 이모는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 걸 알자, 이미 마음에 준비를 해둬서 빠르게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전지는 그들이 생각보다 이 곳을 빨리 찾아내자 얼른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는 지금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더 이상 진몽요를 데리고 떠날 수 없었다. 그가 안방 앞에서 잠시 고민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몽요는 자는 척했지만 그에게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그와 마주치는 게 싫었다. 그는 그녀를 건들이지 않고 침대 앞으로 걸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폰에 영상 있어. 너도 여길 떠나게 된 후에 뭘 하면 안 되는지 알고 있겠지.” 그는 애틋하게 그녀를 보고선 방에서 나갔다. 유씨 이모는 지문이 남을 만한 모든 곳을 닦았고, 머리카락 한 올도 남기지 않았다. 다 치우고 난 후 이모는 숨을 헐떡였다. “선생님, 정리 다 했어요. 가셔도 돼요.” 전지는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갑시다.” 경소경이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에 도착했을 땐, 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진몽요의 방만 불이 켜져 있었다. 진몽요는 분주한 발걸음 소리를 듣자 무서워서 바로 침대 구석쪽으로 몸을 숨겼다. 딱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보자 그녀는 순간 당황해서 눈물이 흘렀다. “경소경씨…왔네요…” 그녀는 순간전지가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경소경이 올 걸 알고 있었고, 그 말은 드디어 그녀가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경소경은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작 이틀 못봤는데 그녀는 많이 야위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몸의 상처는 선명해 그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참 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나 왔어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용기를 내 그의 품에 꼭 안겼다. 그녀는 모든 남자의 손길이 싫었지만, 이 순간 그에게는 어떠한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같이 여러 번 동침했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으니 절대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지 않
진몽요는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입고 있던 검은색 잠옷 원피스를 혐오하는 듯 쓰레기통으로 집어 던졌다. 그 순간 그녀는 웃을 수 없었고, 오직 혼자 있을때만 슬픔을 표출하며 눈물을 흘렸다. 몸을 있는 힘껏 문질러 피부가 빨개졌을 때쯤, 그제서야 가운을 입고 게스트룸으로 향했다. 온연은 불을 끄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몽요야, 네 몸에 있는 상처 다 봤어. 전지가 때린거야? 다 지나간 일이니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어둠 속, 진몽요는 최대한 눈물을 참으려 했다. “말할 것도 없어… 왜냐면 별일 없었거든. 전지가 나한테 차여서 기분이 안 좋아서 자기 마음 편하자고 잠깐 그런거야. 너희가 날 못 찾았어도 어차피 며칠후면 날 놓아줄거였어. 졸리다, 얼른 자자.” 온연도 요 며칠 눈을 못 붙여서 대답을 하고선 잠에 들었다 진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키고선 몸을 돌려 혼잣말을 했다. “잘게…” ...... 간계도 별장에서 떠난 이후, 전지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야간 공연장’으로 향했다. 강연연을 처리하는 건 꽤나 복잡한 일이었기에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다. 전용 룸에 들어서자, 누군가가 빠르게 강연연을 데리고 들어왔다. 강연연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있었고, 진한 화장을 해서 부잣집 아가씨 같은 모습은 진작에 사라져 있었다. 이상한 취향을 가진 손님을 만났는지 그녀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전지를 보고선 그녀를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풀어주세요…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시키는 일은 다 할게요,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제발 풀어주세요…아무한테도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없던 일로 할 테니까 풀어주시면 안돼요…?” 전지는 팔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고선 연민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쯧쯧, 불쌍해라. 여기서이틀동안 얼마나 억울했겠어.” 강연연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니요… 하나도 안 억울해요… 제가 잘못 잡아왔으니 다 제 잘못이에요. 앞으로 절대 진몽요 건들이지 않을게요. 당신의 여자인지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