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이거 목가네 소유의 부동산인데,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봐.”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집 문서 한 다발이 그의 손에 들려져 있었고, 문서의 두께를 보자 그녀는 간신히 턱이 빠지는 것을 면하고는 대답했다.“뭐...뭐에요? 난 필요 없어요...”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자들은 안정감을 필요로 하지 않나? 아까 진락이 차에서 나한테...” 그녀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눈길을 집문서에서 떼며 대답했다.“진심이에요? 왜 나는 당신이 최근 너무 이상하게 변했다고 생각이 드는거죠? 어떻게 원수한테 집을 줄 수가 있죠? 저는 부족한게 없어요, 목 씨 집안에는 먹을 것도, 마실것도, 입을 것도 있고, 또 당신이 나한테 돈을 돌려줘서 부족할 거 하나 없어요. 빨리 도로 놓고 와요, 나는 집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그의 눈꺼풀은 무거워 보였고, 집문서 한 다발을 소파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원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걸, 넌 내 와이프잖아. 이 집들이 마음에 안 들면 몇 채 더 골라, 내가 사 줄게.” 그녀는 그가 진심인 것을 깨닫고 그녀 역시 진심으로 대답했다. “정침씨...나 정말 필요없어요. 난 다른 사람과 달라요, 우리...우리도 다른 사람과 다르고. 지금이 너무 좋아요, 정말로.”그는 그녀가 하는 말을 믿지 못하고 되물었다. “정말? 정말 좋은거야? 이혼얘기는 꺼내지도 않을거야?” 그러자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내가 말을 꺼내도 당신이 허락하지 않을거잖아요. 배고파 죽겠어요, 내려가서 밥 먹어요.”그는 그녀의 마음을 좀처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녀의 커가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았기에, 그녀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여겼지만, 그녀의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이 그의 통제에서 벗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 또한 여자였지만, 모든 여자가 원하는 안정감을 그녀는 원하지 않았다. 이유는 딱 한 가지 뿐이였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안정감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이
그녀는 목정침이 화를 낼까 봐 조금은 두려웠지만, 그렇다고 아무 커피숍이나 가서 공짜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은 싫었다. 다른 사람의 에어컨을 쐬는 것과 자신의 집에 있는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차이가 크다. 46층에 다다르고, 온연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엘리가 그녀를 부르며 말했다. “사모님, 목 대표님 손님이 와 계세요.” 손님이 왔다고? 그녀는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그 말은......제가 지금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건가요?” 엘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그저 말씀드렸을 뿐입니다.”그녀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말했을 뿐이라고? 어떤 손님이길래 이토록 ‘정중’하지? 의혹이 생김과 동시에, 그녀의 시선이 엘리의 가슴으로 향했고, 그녀는 줄곧 엘리가 늘씬한 미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매는 뛰에난데다, 정장차림을 하고 있어도 여자조차도 유혹당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목정침은 매일 이렇게 아름다운 여비서를 상대하며 어떻게 담담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더욱 신기한 것은, 엘리의 사무용 책상을 그의 사무실 문 밖 복도에 놓아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참혹하기 그지없다. “사모님, 안 들어가세요?” 엘리의 목소리에 그녀는 어색하게 시선을 옮겼다. 비록 둘 다 여자이기는 하지만, 그녀도 가당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전 시선처리는 그녀도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이었다......“들어가요! 당연히 들어가야죠!” 그녀는 어색하게 기침을 두 번 하며 대답했다. 엘리의 새빨간 입술은 아슬아슬한 곡선을 그렸고,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들어가시죠 사모님.” 그녀의 미소에 온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가 훔쳐본 걸 들킨걸까? 온연이 머리를 파묻고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공기가 순간 차분해지자 그녀는 눈을 치켜 뜨며 목정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전지의 하찮은 얼굴도 말이다.엘리가 말한 손님은 전지였다. 전에 있었던 사건의 반전으로 인해 그녀는 어떻게 전지를 대할지 몰랐고, 그녀는 아무렇
그는 말이 없었고, 그녀 또한 계속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에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전지는 밥을 사겠다는 말을 한 뒤, 그 날 저녁에 바로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다. 목정침은 메시지를 받자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저녁에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밥 먹기로 했어.” 온연은 전지가 불렀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물었다. “전지가 부른거죠?”그는 싫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또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이것은 그녀가 보기엔 그가 협박당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의 성격으로 봤을때, 그가 내키지 않는 일이라면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는데 말이다.그녀가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자, 그의 얼굴빛이 약간 누그러졌다. “바빠 죽겠는데 전지도 상대해야 하다니, 짜증나게......” 그녀는 아무 대답 없이 견과류를 꺼내 먹었다. 오후 5시반, 두 사람은 함께 백수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전지는 홀의 4인 테이블을 예약했다. 틀림없이 진몽요도 온다는 것이었다.진몽요가 오자 그녀는 곧장 온연의 옆에 앉았고, 그녀는 왜 전지가 온연과 목정침에게 식사를 대접하는지 조금 헷갈리기도 했지만, 관건은 전지가 정말로 목정침이라는 ‘신’을 모셨다는 점이다. 전지는 진몽요의 궁금증을 오래가게 두지 않고, 주문을 끝내고 곧 바로 말을 꺼냈다.“몽요야, 다시 소개할게, 여기는 내 형이랑 형수님이야.” “어? 어떻게 된 일이야? 난 왜 몰랐어? 진심이야?” 전지는 목정침의 비뚤어진 시선을 무시한 채 말했다. “말하자면 길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랑 단 둘이 살았고, 비록 목가네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내가 목가네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치 형?”분위기가 갑자기 굳어졌고, 목정침이 아무 말이 없자 온연도 덩달아 긴장했다. 전지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여자 친구 데리고 부모님을 뵈야 하는데, 목씨 집안 어른들이 다 안 계시니까 난 내 형을 찾아갔지, 나랑 몽요 안 좋게 보는 건 아니지? 몽요는 형수님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스트레스가 밀려왔고, 고개를 들어 경소경의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침묵이 몇 초간 지속된 뒤, 경소경이 진몽요를 한 번 보고는 와인을 받으며 대답했다. “그러죠.”남녀의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온연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세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목정침은 시종일관 싸늘했고, 경소경과 전지는 서로에게 공손이 대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경소경이 떠나자, 그제서야 진몽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많이 먹지 않았는데 이미 배가 부른 것 같아 젓가락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난 다 먹었어, 다들 천천히 먹어, 나는 출구 쪽에서 바람 좀 쐬고 있을게.” 온연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도 다 먹었어, 몽요랑 같이 갈게.”문 밖으로 나가서야 온연이 진몽요에게 물었다. “몽요야 어떻게 된 거야? 너 평소 밥 먹는 양 치고는 너무 안 먹던데......” 진몽요는 억울한 듯 온연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내가 평소에 많이 먹는다는 거야? 사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그냥 뭔가 억압당하는 느낌이야, 경소경을 보니까 좀 난처하고, 특히 전지가 그 사람이랑 대화했을때 더 그랬어, 나 왜 이러지?”온연은 감정적으로 워낙 백치인 데다 그 속내를 알아차리기 힘들어 했다 “네가 왜 그러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너 설마 그 사람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 너 지금 전지 여자친구 아니야?” 진몽요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대답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난 아직 전지랑 다시 만나기로 하지도 않았는데, 걔는 내가 동의한 줄 알아.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나랑 전지는 확실히 예전의 감정을 회복하기가 힘들어. 이전에 나는 전지를 위해서 몸을 던질 수도 있었고, 설령 전지가 나한테 조금의 다정함이 없어도 나는 견딜 수 있었어. 근데 지금은, 걔가 나한테 아무리 잘해줘도 예전 같지 않아......”온연은 아리송해하며 물었다. ”그럼 지금 너랑 전지는 사귀기로 한거야
밥을 먹은 뒤, 그와 온연과 차를 몰아 목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전지는 몽요를 집에다 바래다주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전지는 또 한 번 그 반지를 꺼냈다. "몽요야, 지금은? 대답해 줄 수 있어?" 진몽요는 숨이 조금 막혔다. "전지… 미안해. 생각할 시간을 좀 줘." 그녀의 말에 전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반지를 한쪽에 치워놓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퇴원하면 대답해주기로 했잖아.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그거 하나 고르는 게 그렇게 힘들어? 아님,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진몽요는 창문을 열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한참을 멍해 있었다. "아니… 나… 사실은 우리 엄마가 반대할까 봐 걱정돼서… 너도 알잖아. 우리 엄마 성격 이상한 거. 가끔은 나도 감당이 안 돼." 그녀는 자기의 엄마를 방패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전지의 기세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바로 승낙하기에는 후회할 것 같고… 전지는 입술을 깨물더니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정말 엄마가 걱정되서 그런거라면 그건 나한테 맡겨. 내가 해결할게.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을게. 난 또 네가 좋아하는 사람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그때 진몽요의 머릿속에 경소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마음이 요동쳤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짧은 침묵 끝에 전지가 입을 열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 그만두고, 우리 회사로 오는 거 어때? 월급 높고, 일은 쉬운데로 찾아줄게. 나중에 결혼하면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돼. 내가 너 먹여 살릴게. 널 남부럽지 않게 살게 할 능력 정도는 있어. 그 땅, 결국 내 손에 들어왔거든. 그 땅이 옛날에 누구 거였는지 알아? 너희 집 꺼야. 목정침이 사서 나한테 줬어. 앞으로 우리 같이 노력하자. 분명 점점 나아질 거야." 목정침이 전지에게 땅을 사줬다니. 그녀는 조금 의아했다. 회사 그만두는 건 한 번도 생각
전지가 자신이 목씨 집안 사생아라는 사실을 인정할 리가 없었다. 그는 눈 밑의 담긴 냉소를 숨기더니 환하게 웃었다. "아는 사람 별로 없어요. 정 못 믿겠으면 몽요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목정침한테 직접 전화 쳐서 물어보셔도 되고요. 맞다, 저번에 말한 땅 증여서 들고왔는데. 한번 보세요. 진짠지 아닌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그가 증여서를 가지고 왔다. 강령은 그 서류를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진짜인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의 말을 믿어주었다. "아까… 우리 몽요 얘기하던데… 무슨 일 있어? 혹시 둘이 다시 만나?" 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며칠 전에 차 사고가 났었는데 계속 몽요가 간호해줬거든요. 그때 헤어진 것도 저 때문이고... 근데 이제는 아무 문제 없어요. 저는 몽요랑 결혼하고 싶은데. 몽요가 아직 허락을 안 해줬어요. 음… 어머님이 반대하실까 봐 걱정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오늘 찾아뵌 거예요. 오늘 제가 여기 온거 몽요는 몰라요. 제가 너무 일찍 왔나 봐요. 몽요도 아직 방에서 자나요?" 강령의 얼굴에 드디어 웃음꽃이 피었다. "맞아. 방에서 자고 있어. 일단 우리끼리 얘기나 할까? 조금 있으면 깰 꺼야. 너희 둘 사이… 허락 못 해줄 것도 없지. 네가 그때처럼 나쁜 애도 아니고. 몽요 행복하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알지? 설마 우리 딸, 한 번 더 차 버릴 건 아니지?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제대로 잘 생각해봐." 전지는 자신의 확고함을 보여주기 위해 솔직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저도 알아요. 혼수는 필요 없어요. 다 제가 해드릴게요. 얼마면 되나요? 집이랑 차는 이미 다 가지고 있어요. 대출 없고요. 그 땅 해결되면, 그 자리에 건물 하나 세울 생각이에요. 다달이 나오는 월세만 해도 어마어마할 거예요. 그리고 저 회사도 있어요." 강령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혼자 힘으로 하려고? 너도 목씨 집안사람이잖아. 그럼 목씨 집안 재산에 네 몫도 있겠지? 혼자선 아무리 노력해도 목씨 집안 재산 반도 못
진몽요는 웃을 수가 없었다. 왜 하필 백수완 레스토랑이랑 못 넘어가서 안달이지? 그것도 굳이 경소경이랑? 경소경과 아무 사이 아니라고 그에게 해명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강령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인지라 돈만 쓸 줄 아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눈치도 빨랐다. 백수완 레스토랑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이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그럴까 그럼? 거기가 확실히 괜찮긴 하지.”강령이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 진몽요는 그만 참지 못하고 전지에게 물었다. “전지,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아? 나 진짜 경소경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고.”그녀의 말에 전지는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아무 사이 아니면 더 방해될 거 없지 않나? 아니야? 편하게 좀 생각해. 둘이 정말 아무 사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난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아, 내가 이쯤 했으면 너도 빨리 답을 줘야지. 나 정말 진심으로 너랑 결혼하고 싶어.”진몽요는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왜 이 불편한 기분을 못 느꼈을까? 잘 생각해 보면 전지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든 말든, 다른 남자와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젠 이 모든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거겠지?무거운 분위기에 그녀는 몸을 돌려 강령의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준비 다 됐는지 보고 올게.”방문을 닫은 그녀는 그제서야 한숨 돌렸다. 진몽요는 낮은 목소리로 강령에게 말했다. “엄마, 백수완 레스토랑은 왜 간다고 한 건데? 경소경 만나는 거 어색하지 않겠어?”강령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어차피 너랑 경소경 연기한 거잖아. 가짜, 어색할게 뭐가 있어? 아님 진짜 경소경이랑 뭐 있는 거야? 너 전에 내가 소개해 준 남자 다 눈에 안 찬다며. 미리 말하는데. 너 전지같이 잘난 남자가 먼저 다시 시작하자고까지 했는데 복에 겨운 소리 하지 마. 옛날에는 전지가 돈이 없어서 반대했던 거지 전지가 목정침
진몽요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진짜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한 거 맞죠? 사랑이란 게 불꽃처럼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헤여졌다 다시 만나는 건데, 진짜 다시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는 오랜만에 사적인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이 그녀를 조금 놀라게 했다. 한참 고민 후에야 그녀는 대답 같지 않은 대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삼년이나 만났으니까요. 저는 삼년 동안 진심을 다했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다시 만나보기로 했으니까 진심을 다해보려고요.”드디어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띄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쪽 일 잘 못하거든요? 딱히 그만둔다고 해도 회사에 큰 손실은 없으니까 걱정은 하지 말아요. 사직서는 흔쾌히 처리해 줄 테니까.”그 말에 진몽요는 경소경을 째려보았다. “드디어 밥만 축내는 직원 처리하셨네요. 어떻게, 제가 축하라도 해드려요? 됐어요, 그냥 그렇게 저 몰래 기뻐하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방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사직서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의 컴퓨터에는 전지가 그동안 했던 악랄한 행동들이 낱낱이 쓰여 있었다. 그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 진몽요가 불구덩이로 떨어지게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는 말할 수 없었다. 한쪽에는 목정침, 한쪽에는 진몽요…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쓰레기통에서 사직서를 다시 꺼내 사인을 했다. 수없이 썼던 자신의 이름을 쓰는 데에 그 어느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들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올 때쯤 진몽요가 또 한 번 찾아왔다. “인수인계는 다 끝냈어요. 제 사직서에 사인은 하셨어요? 저 그거 들고 재무팀에 월급 받으러 가야 해요.”그는 사직서를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그녀가 방을 나서려고 할 때 그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였다. “저녁에 같이 밥이라도 먹을래요?”뜻밖의 말이었다. ”밥이요? 왜요? 퇴직 기념이라도 해주시는 거에요?”“그런 셈이죠?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