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함이 잔뜩 욕을 먹은 채 말을 잇지 못하였고, 강연연과 대화를 끝마친 목정침은 침착한 얼굴로 다가와 온연을 차로 이끌었다. 차로 돌아온 후, 그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택으로 가.”진락은 이 곳에 올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왜 또 분위기가 바뀐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이에 말대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온연은 딱히 켕기는 것도 없었기에 그에게 곧바로 물어보았다.“강연연이랑 무슨 얘기 나누셨어요? 표정이 비 올 것처럼 우중충해요.”목정침은 그녀에게 곧바로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잠시 숙이고는 생각을 다듬는 듯하였다. 이내 입을 열었다.“사고나서 유산된 날, 심개랑 차안에서 뭘 했지?”온연은 그 날 일을 떠올리기 조차 싫었고,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 날 심개 기분이 안 좋았어요, 당신한테 회사가 인수 됐거든요. 그래서 절 불러서 얘기나 나누자고 한 거예요. 물론, 회사 인수 일을 바로 알리지는 않았고, 아무 얘기나 나눴어요. 말을 마치고서 저를 회사 입구까지 데려다 줬고, 차에서 내리려던 그 때 강연연이 차로 들이 받은 거예요. 왜 이 일을 다시 언급해요? 당신이 강연연을 감싸줘서 기사가 죄를 뒤집어 썼다는 걸 기억해내라는 건가요?”“솔직히 말 해. 내 질문에만 대답하면 돼.”그의 목소리에는 위엄감이 묻어나왔다.“얘기 드렸잖아요, 그저 대화를 나눴다고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요?”온연은 그가 이해되지 않았고, 마음만 울적해질 뿐이었다. 그가 갑자기 물어보는 것에는 강연연과 상관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었고, 곧바로 그에게 질문하였다.“강연연이 도대체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한 거예요? 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제가 어떻게 당신이 화난 이유를 알 수 있겠어요?”그는 말하기 어려운 것인지, 말하기 싫은 것인지 고개를 창가 쪽으로 완전히 돌려버렸다. 온연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제가 심개랑 몹쓸 짓이라도 했다는 말을 듣고 싶으셨어요? 제발, 거기는 회사 바로 앞이었어요. 사람들도 많았
그녀는 말을 하는 내내 목소리를 떨어 댔다. 여기까지 온 이상, 화살을 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기려면, 절대 먼저 머리를 숙여서는 안 됐다.“…그래……”목정침은 겸손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온연이 침을 한 번 삼켰다.“그… 모닝이 이 이틀안에 떠나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언제 떠날 거래요? 밥 한 번 사주는 게 어때요? 또, 여자 한 명이니까 짐 옮겨줄 사람도 찾아주면 좋을 것 같아요.”목정침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알고 있어. 난 이따가 경소경이랑 임립을 만나러 가서 집에서 밥 못 먹을 거야. 알아서 잘 챙겨 먹고 일찍 쉬어.”차가 곧 목가네 저택 입구 앞에 멈춰 섰고, 온연은 두려움을 가득 안은 채 차에서 내렸고, 그제서야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정침은 저택에 들어서지 않고 경소경을 찾아 가기 위해 곧장 백수완 별장으로 향하였다. 그는 돌연 진락에게 질문하였다.“방금 나한테 대든 거 맞지?”진락이 침을 꿀꺽 삼켰다.“아마… 아마도 그렇죠…… 사실 제 생각에도 도련님 잘못이 맞는 것 같습니다. 성격에 모난 곳 하나 없는 사모님께서 화를 내셨잖아요.” 목정침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모난 곳 하나 없었지… 그래서 더 맘에 들어. 진작 이렇게 하지.”그렇다. 진작 이랬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전부터 그녀는 언제나 침묵했고,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무조건 말을 잘 듣도록 배운 아이처럼, 일부러 부딪혀와도 그녀는 아무 말 않았을 것이다. 줄곧 억압적이고, 무미건조 했었는데,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그의 생활에 조미료가 된 느낌이었고, 흑백의 색조에 드디어 색깔이 물드는 듯하였다.차는 곧 백수완 별장 지구에 도착하였고, 임립은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경소경은 오늘 기분이 좋았는지, 직접 요리를 해준다 하였다. 그들 셋 중에서는 경소경이 그나마 취미들을 즐겼다. 예전부터 학문과 무예를 갖추며 겉과 속을
임립이 고개를 내저었다.“모르겠는데, 너 이건 거짓말로 밖에 안 들려. 형제 같은 우리까지 속이고 말이야. 우리가 널 모를 줄 알아? 바람둥이만 아니면 흠잡을 데 없을 텐데, 너랑 관계 있는 여자는 네 가족이 아닌 이상, 네 애인이잖아.”경소경이 웃음을 터뜨렸고, 더 이상 말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 때 주방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두피까지 소름이 끼쳐왔다.“너네 얘기 좀 나누고 있어, 갔다올게.”경소경이 자리를 뜨자, 임립이 작은 소리로 목정침에게 말했다.“이 일 형수님한테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형수님 절친이시잖냐.”목정침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 일에 감흥이 없음을 나타냈다. 임립은 단념하지 않고 예쁜 포장의 담뱃갑에서 담배를 한 대 들어올렸다.“피울래?”눈 앞의 담배를 본 목정침은 1초간 망설이고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안 피워.”임립이 비웃음을 흘렸다.“어이구, 진짜 금연이야? 난 네가 귀신일 거라고 믿는다. 형수님도 안 계신데, 허세 부릴 필요가 있나?”남자의 체면을 위해서인지, 목정침은 담배를 한 개비 들더니 창문 앞으로 향한 후, 불을 붙였다. 창 밖의 강변이 한 눈에 담겨왔다. 백수완은 고요하니 좋은 곳이었다.경소경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진몽요를 쉬게끔 하였다. 그녀가 거실로 걸어 나왔고, 곧바로 목정침과 임립을 발견할 수 있었다.“연이는 안 왔어요? 불러서 같이 있지 그래요?”목정침은 어딘가 떨떠름한 듯했다. 이런 상황은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남자 세 명이 모이면 못 할 말이 없었고, 그들 사이에 여자가 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생각하였다. 애초에 온연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귀띔을 받게 되자 조금 망설여졌다.계속 말이 없는 목정침에, 진몽요가 계속하여 부추겨왔다.“전화해서 오라고 해요, 사람 많으면 북적거리고 좋죠. 저도 여기 있잖아요. 아니면 저 혼자 심심하게 뭐 해요.”임립 역시 말을 얹었다.“그래, 부르자.”목정침은
임립이 자신의 가치관을 의심하며 분노했다.“……그래요! 어떻게 되던, 더 이상 말 안 할게요. 이거 하나 말해주겠는데, 만나서는 안 되고, 만날 수도 없는 사람이 있어요. 이건 나중에 온연과 어색해지지 말라고 얘기해 준 거예요. 소경은 남에게 강요하는 법이 없으니, 그 쪽이 거절한다면 끝낼 수 있을 거예요. 난 다 말 해줬으니 잘 곱씹어봐요.”진몽요가 그를 흘긋 쳐다봤다.“네네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비켜 주시죠, 빛 다 가리지 마시고!”……40분쯤 지난 후, 진락이 온연을 백수완 별장에 내려주었다. 경소경의 집 현관은 잠겨 있지 않은 듯했으나 노크를 했다.현관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진몽요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문을 열었다.“연아!”온연은 놀란 듯하였다.“몽요,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몽요는 그녀를 집 안으로 잡아 끌면서 아무렇게나 몇 마디 설명을 해주었다.“알바 하고 있는 거야. 청소나 뭐 그런 거 해주고 있어.”온연은 마음이 시큰했다. 원래의 진몽요는 다른 이들과 똑같을 수 있었는데……온연은 굳이 표정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다시 물어보지도 않았다. 거실에 다다르니 담배 냄새가 맡아졌고, 온연은 곧장 창문으로 다가가 창문을 벌컥 열었다.목정침이 돌연 기침을 두어 번 하였고, 그의 기침에 놀란 임립이 온 몸을 흠칫거렸다.“그… 정침은 안 피웠어요.”목정침이 소파에 기대어 앉았고, 멋쩍은 듯 손을 들어 턱을 만지작거렸다. 임립의 머리는 돼지 머리가 아닌지 의심되었다. 이는 분명 그가 꼬드긴 것이었고, 자신이 기침을 한 것은 정말 기침이었을 뿐, 그에게 눈치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온연이 별 신경 안 쓰인다는 듯 대답했다.“괜찮아요… 그냥 창문 좀 열고 환기시키면 돼요. 담배 피우셔도 돼요.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그 때, 경소경이 부엌에서 머리만 내민 채 말했다.“무슨 냄새야? 여기 불 킨 것도 없는데, 뭐 타는 거 아니야?”진몽요의 얼굴이 금세 창백 해졌고, 경소경의 침실
솔직히 말하자면, 경소경 같은 남자를 거절할 여자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는 재벌 가의 자제였고, 점잖게만 행동하지 않고 무심코 지나는 듯한 젠틀함을 보여주는 등 카사노바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잘생기고 자본까지 두둑했으니, 털털한 진몽요라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목정침과 온연이 경소경의 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밤 10시였고, 식사를 하며 모두가 술을 곁들인 상태였다. 온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많이 마신 것은 아니었기에 얼굴에 열이 좀 오를 뿐, 의식은 또렷하였다.진락은 진작부터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올라탄 온연이 어둠 속 화려한 별장을 눈에 담았고, 돌연 질문을 하였다.“경소경, 결혼했나요?”목정침이 잠시 뜸을 들인 후 대답했다.“아니, 근데 금방 할 것 같아. 적당히 라는 걸 아는 애니까, 안심해도 돼.”역시 목정침이였다. 한마디만으로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냈다. 여자로서, 남자에 대한 직관은 아주 정확하였다. 감수성 면에서도 경소경 같은 남자는 아주 특별했다. 절대적인 매력을 지닌 듯했다. 사람을 마주할 때면 두 눈에 항상 웃음기를 머금었고, 준수한 외모에 재력까지 갖추었으며 성격까지 좋았다. 게다가 요리 실력까지 좋은 듯했다. 아무렇게나 하는 듯했으나 특급 요리사 수준이었다. 결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온연은 진몽요와 경소경이 같이 오래 지내며 정이라도 생길까 걱정이었다. 부딪혀서는 안 될 사람과 부딪혀서는 안됐다.별장 안, 진몽요는 난장판이 된 테이블을 마주했고, 무기력해 졌으나, 그녀는 이를 모두 치워야만 돌아갈 수 있었다. 알바생의 입장에서는 한 끼 얻어먹는 것도 감지덕지인 데다가, 오늘 그 식사는 백수완 레스토랑의 수준이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군말 않고 일 해야 했다.한동안 휴식을 취하던 그녀는 다시금 앞치마를 두르고 청소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입은 재잘거림을 멈추지 않았다.“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네, 음식 솜씨가 이렇게 좋을 줄
”이유라도 말 해줄 수 있나? 다 큰 사람이면서, 혼자 자는 게 두렵나? 아님 어두운 게 무서워?”진몽요는 거의 농담하는 투로 말했다.“그렇다고 쳐. 다시 고민 한 번 해봐.”경소경은 몸을 일으켜 빈 잔에 술을 따랐고, 단숨에 잔을 비워냈다.진몽요는 고민 끝에 이를 거절했다.“차 부른 거 금방 도착할 거야. 그리고…… 우린 이러는 거 어울리지 않아. 임립이 그러던데, 결혼 내정돼 있다고. 그럼 그 쪽은 약혼자가 있다는 뜻인데, 이럴 때 약혼녀를 찾으면 되잖아. 왜 나한테 이래? 난 남들한테 지저분한 일로 욕 먹고 싶지 않아. 됐어, 혼자 자는 거 무섭지도 않잖아. 잘 자, 그럼.”경소경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딘가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약혼자? 저번에 식당에서 본 적 있잖아? 걔는 너 만한 활기가 없어.”진몽요는 일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녀만 한 활기가 무엇인가? 그 여자가 촌스럽다는 건가? 그녀는 그저 차가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30분을 넘게 기다렸음에도 차가 오질 않자, 그녀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차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좀 봐줘,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경소경이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그녀의 눈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취소했거든. 차는 더 없을 거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 너 혼자 택시타는 건 안전하지도 않고.”그녀는 불만 가득히 볼을 볼록하게 부풀어 보였다.“너 사람이 대체 왜 이래? 같이 자자고 강박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너 진짜 깡패 아니야…?”경소경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고, 몸을 그녀에게로 기울여 소파와 자신 사이에 그녀를 가두었다.“깡패라고 해도 좋아. 무료는 아닐 거야, 다시 생각해봐.”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는 소리쳤다.“싫다고! 난 아직 순백색 처녀라고, 너 진짜 몹쓸 사람이다. 빨리 비켜! 택시 타러 나갈 거니까!”순백색 처녀? 경소경은 의외라고 생각했고, 금세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그렇게 까지 악질은 아니었다.진몽요는 거
”네가 고의로 이랬지?”진몽요가 그를 잔뜩 노려보며 말했다.“아닌데, 난 분명 소파 팔걸이 위에 와인잔을 올려 놨을 뿐이야. 어쩌다 쏟아진 건지 난 몰라.”경소경은 어깨를 으쓱였다.“너 나를 아주 일부러 괴롭히는 구나, 분명 내가 힘들게 청소한 거 알면서도 또 나를 귀찮게 하네! 소파를 이렇게 해 놓으면 나 더러 뭐 어쩌라고?!”그녀는 금방 울 듯했다. 이런 소파를 다루는 것에는 전혀 경험이 없었다.진몽요는 그의 웃음거리였다. 일부러 소파를 더럽혀 그녀를 괴롭힌 것을 탓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머릿속 회로는 여전히 남달랐고, 영원히 다른 정상인들과 같은 수준이 될 수 없을 듯 했다.이미 새벽이었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진몽요는 별 수 없음을 인정하였다. 다만, 경소경과 각각 이불을 덮은 후에야 안정감이 들 뿐이었다.목가네 저택.온연은 모닝에게 붙잡힌 채 모니터 앞에서 한정수량 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모두 모닝의 해외 친구들이 추천해 온 것으로, 시차가 있었기에 그녀들은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모닝,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둘까요? 졸려 죽겠어요……”온연은 버티기가 힘들었다. 시간은 12시 30분이 지나고 있었고, 그녀는 집에 돌아온 후로부터 쭉 모닝에게 잡혀있던 상태였다. 목정침은 이미 잠들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닿자, 그녀는 그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그녀 역시 너무나 자고 싶었다.하지만 모닝은 혈기왕성 했고, 영원히 피곤하지 않을 것 처럼 보였다.“금방 끝나요. 갈팡질팡 말고, 빨리, 하나 고를 수 있게 해 줄게요. 내가 선물하는 거예요.”온연은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놀려 베이지색 가방을 집어 내었다.“이걸로 할게요.”간신히 다 골라내고 나니, 이미 시간은 한 시가 되어있었다. 온연은 눈을 감은 채 복도를 지나 침실로 향하였고, 그녀의 눈꺼풀은 누군가 바느질로 꿰맨 것 마냥 무거웠다.막 침대에 눕자 목정침이 다가와 그녀를 빈틈없이 안아왔고,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흐릿했다.
거친 비바람이 한바탕 몰아친 후, 그는 몸에 있는 물을 닦고 드디어 욕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이따가 모닝은 내가 데려다 줄 테니까 일어나면 음식 좀 먹다가 다시 자.”온연은 얼굴을 붉히고 다시 이불 속으로 파묻었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목정침은 침대에서 내려오자 다시 차가운 모습을 보였지만, 둘 사이의 대화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그녀에게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을 것이다.한편 백수완 별장에서는, 진몽요가 추워서 잠에서 깼다. 몸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 말고는 아주 쌀쌀했다. 침대 위의 이불 두 장은 언제 바닥으로 떨어 진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원래는 경소경과 침대를 반반 씩 차지 하고 있었는데, 깨어보니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그녀를 일방적으로 안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의 손은 그녀의 허리 위에 있었다. 만약 그의 손이 허리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면 그녀는 그를 반 쯤 죽여 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지금에서야 그가 말한 ‘잠’은 그에게 배게 역할을 하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진몽요는 어젯밤에 너무 많이 걸어서 일찍 일어나기 싫었다. 발에 힘을 주어 이불을 침대 위로 올리고 나서 다시 깊이 잠에 들었다.갑자기 다짜고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진몽요는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아서 그 곳이 자신의 집 인줄 착각하고, 소리를 질렀다.“미친놈 아니야? 두드리긴 왜 두드려! ” 경소경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리는 순간, 그의 몸은 굳어버렸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온 거에요?”앤니는 예쁜 도시락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제가 소경씨한테 주려고 맛있게 만들어 온 거에요. 요리 잘 하시잖아요, 저도 한번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빨리 드셔보세요, 평가 좀 해줘요.” 경소경은 말이 없었다. 앤니는 그의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