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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작가: 레몬맛 고양이

제1장

"와 목정침은 귀국하고 돌아오자마자 또 우리 제도의 예술 학원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기부했다며? 역시 돈이 많아서 그런지 통이 커!"

"듣자 하니 걔 우리 남대 졸업했다고 하던데, 기부하는 건 뭐 그리 이상할 건 없는데 제도에서 돈이 제일 많잖아. 근데 그것보다도 엄청 잘생겼잖아… 국민 남신인걸, 걔처럼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이렇게 서민적이니 세상에 둘도 없는 남자지~." 남대 예술대학 전체가 목정침의 소식에 휩싸여 있는 와중에 유독 온연만이 그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단에 앉아서 식어서 딱딱해진 찐빵으로 허기를 채우고 찐빵과 똑같이 차가운 생수로 목을 축이며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음식물 삼키기가 조금 힘들었다.

3년 만에 목정침이 돌아왔다.

"연아 너 왜 또 찐빵 먹어?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진몽요는 털털하게 온연 옆에 앉았다.

온연은 고개를 흔들더니 남은 찐빵을 막 입으로 집어넣었다. 일어선 후 가방을 들어 어깨에 맨 그녀의 모습이 그녀의 몸을 더 가냘파 보이게 했다. "시간 없어, 나 이제 가야 해."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너는 내가 진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내일 아침에는 찐빵 먹지 마, 내가 아침 싸다 줄게…"

진몽요의 목소리는 온연의 움직이는 자전거에 따라 점점 멀어졌다. 그렇게 겨울의 찬바람에 실려 한 점도 남김없이 휩쓸려 사라졌다.

'집'으로 도착한 후 온연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낡은 자전거를 구석에다 세워 놓은 후 뒷문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좁고 습한 창고방으로 돌아간 후 신속히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았다.

금방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유씨 아주머니가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 "연아, 오늘은 일 안 도와줘도 돼, 도련님이 찾으셔…휴…조심해. 또 기분 나쁘게 하지 말고 되도록이면 말하지 말고 또 트집 잡을라."

온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너무 많이 빨아 색이 바랜 외투에 자신의 손바닥을 닦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지저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 방문을 두드리는 그 찰나 온연은 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고 떨리고 있었다. 못 본 3년 사이 그녀는 이만큼 컸는데 그는 또 얼마나 바뀌었을까?

"들어와." 겨울 햇살만큼 부드러운 목정침의 목소리가 문안에서 울려 퍼졌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냉기도 섞여있었다.

그녀는 조금 더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부러 문은 닫지 않은 채.

그는 얼굴을 통유리창으로 향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잡지 한 권을 손에 들고 있었고, 몸에는 주문 제작한 값비싼 슈트가 입혀져 새하얀 겨울에 세련된 회색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앉아있어도 그의 다리가 길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뼈마디 마디 분명한 손가락이 수시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정교하게 다듬은 듯 완벽한 이목구비가 빛에 비쳐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목정침, 그는 결국 돌아왔다.

"보름만 있으면 너도 이제 열여덟이지?"

그의 무심한 말투가 온연의 가슴에 깊이 상처를 냈다.

온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테이블 위로 보던 잡지를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동자에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

"네…" 그녀는 놀란 사슴처럼 무서워했다.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목정침은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그녀는 공포에 떨며 뒷걸음 쳤다.

문 근처로 물러섰을 때 그녀는 하마터면 반쯤 열린 문에 걸려 넘어질 뻔했고 그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손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문을 닫았고 그녀가 그의 몸과 문 사이로 갇히게 되었다.

"내가 무서워?" 그의 목소리에는 조롱과 증오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감히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보다 훨씬 키가 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그의 가슴만 보일 정도로. 그의 숨소리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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