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온연은 눈을 부릅 떴다. 온연은 그제서야 그가 이미 취해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몸에서 나는 술기운은 결코 조금 전 한 모금의 술로는 절대 나올 수가 없는 정도의 술기운이었다.목정침이 강압적으로 온연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키스는 그녀의 숨을 조금씩 집어삼켰다. 그의 키스는 강렬했다. 그녀가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을 때서야 그는 마침내 물러났다."음식 다 식겠어요!"그녀가 급히 소리쳤다.목정침이 취했을 때의 모습은 제정신일 때와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그는 술을 마셨을 때면 자신의 본성을 조금씩 드러낸다. 하지만 제 정신일 때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한없이 따뜻해진다.온연은 그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죽을 듯이 무서웠다.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진몽요가 전해준 심개의 말만이 되뇌어지고 있었다.'나 너 좋아해.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 줘. 나 꼭 기다려 줘야 해.'목정침은 그녀를 그녀의 등 뒤에 있는 침대로 밀어 넘어뜨렸다."남은 두 시간을 밥 먹는 데에만 낭비하면 너무 아깝잖아?"불빛을 등진 그의 표정은 읽기가 어려웠다. 수많은 여자들이 군침 흘렸던 그의 얼굴을 그녀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의 분노가 어렴풋이 느껴졌다.갑자기 그녀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러지 마.."그녀가 애원했다.목정침은 자신의 손을 그녀의 얼굴로 옮기더니 그녀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너의 눈은 나를 유혹하고 있는걸, 왜 날 그렇게 쳐다봐?" 그의 목소리는 치명적으로 유혹적이었고 조금 허스키했다."목정침..나…나 생리 해…"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그의 눈동자가 잠시 커졌다.그녀는 숨을 죽였다. 계단을 오르기 전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가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 거짓말이 탄로날 가능성은 없었다.하지만 슬프게도 목정침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절망에 빠지게 했다. 오히려 그는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찌릿하고 따금한 느낌이
온연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렸다. 목정침이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이 키스마크도 그가 남긴 거겠지.어제 일을 떠올리자 온연의 얼굴이 또 빨개지기 시작했다. "연아, 도련님이 너 진짜 좋아한다고 하면 그냥 도련님이랑 잘해봐.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걱정할 필요 없지. 도련님이 못생긴 것도 아니고, 그래도 10년 동안 쌓인 감정이 있는데." 유씨 아주머니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그녀는 더 이상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유씨 아주머니의 말을 끊고는 집을 나섰다. "지각하겠어요, 아주머니 저 먼저 갈게요."말을 끝내고는 도망치듯이 뛰쳐나갔다.목정침이랑 잘해보라고?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은 것 같은데.학교에 도착하자 진몽요는 온연에게 달려들어 목도리를 뒤적거렸다. "자기, 역시 보는 눈이 좀 달라, 목도리에서 복고의 느낌이 살살 풍기는데? 역시 우리 연이가 제일 예뻐, 아마 거적때기를 걸쳐도 이쁠 거야. 넌 특히 눈이 이뻐. 요 사람 홀리는 눈이."눈, 어제 목정침도 자신의 눈에 대해서 뭐라 한 것 같은데. 갑자기 불편한 기분이 확 올라왔다. "장난치지 마."그 순간 어디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진몽요랑 온연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봤다."내건 아니야, 내 벨소리랑 다른데?" 진몽요는 어깨를 으쓱였다.자세히 들어보니 벨소리가 그녀의 가방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온연은 가방을 벗어 확인해 봤다. 가방 구석진 곳에 모 브랜드의 신상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약간 놀란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보았다. 수신 전화에 목정침 세 글자가 찍혀있었다.언제 가방 안에 넣은 거지? 번호까지 저장해놓고…온연은 불편한 듯 어색한 표정으로 진몽요를 쳐다보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목정침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감미로웠지만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돈 보냈어. 식욕 떨어지니까 다음에는 그 구질구질한 차림 하고 있지 마."
온연이 끝마친 과제물을 본 교수님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 "목정침 그린 거니? 평소에 과묵해서 다를 줄 알았는데 너도 다른 여자애들이랑 취향이 같구나. 너랑 똑같은 사람 그린 애가 몇 명 더 있는데 그중에서 네가 제일 잘 그렸어. 사진 보고 그렸니? 무슨 사진인지 좀 보자."교수님은 이제 곧 서른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미혼이었다. 성격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학생들이랑 목정침에 대해 토론할 만큼 그에 대해 집착하고 있었다."사진은 없어요…."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교수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사진이 없다고? 사진 없이 이렇게 잘 그렸단 말이야? 상상해서 그렸다고? 실제로 만나 본 적 있는 거야? 이러면 재미없지. 빨리 꺼내봐. 그린 거 보니까…집에서 앉아있는 사진 같은데? 이런 사진은 인터넷에서도 본 적이 없어, 너 이 사진 어디서 났어?"이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진몽요가 나섰다. "뭐 하시는 거예요? 사진 없다잖아요. 얘 원래 그림 잘 그리는데, 교수씩이나 돼서 그것도 모르셨어요?"진몽요처럼 배경이 좋은 학생들을 교수는 꺼려 했다. "그래그래 알았어. 네 귀요미라 이거지? 사진 달라고 안 할게 됐지?"수업이 끝나고 진몽요가 온연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린 거야? 너 목정침 본 적 있어? 난 딱 한 번 본 적 있는데, 파티에서. 너는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줄 알았는데, 너도 국민남신에 대해 환상이 있었구나. 헤헤…"온연은 늘 그랬듯 침묵했다. 그녀는 목정침에게 환상이라곤 가진 적이 없다. 같은 지붕 아래 사는데 무슨 환상이 생길 수가 있겠는가? 그녀가 그를 그려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이미 그녀의 가슴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마 영원히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연아, 이번 축제 때 목정침도 온대. 하긴 기부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못 올 것도 없지." 그녀의 침묵에도 진몽요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잘댔다. 진몽요는 온연의 침묵이 익숙했다.축제, 학교에서 매 학기 방학하기 전에 진행하는 행사
온연은 갑자기 좌불안석이 되었다. 출장 간다고 하지 않았나? 왜 또 돌아온 거야? 그녀는 조금 겁이 났다. 진몽요랑 스케이트장에 안 가길 잘했다. 자전거의 체인이 재수 없게 빠졌을 뿐…그녀는 욕실로 걸음을 향했다. 샤워할 때 그녀의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오늘 밤 그는 틀림없이 그녀를 찾을 것이다. 욕실을 나와 거실을 지나는데 소파에 앉아있는 그림자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그는 옅은 회색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가 양복을 입었을 때 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고 덜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랭했지만. "이리와."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 반듯이 섰다. "돌아왔구나.""… 추워?" 왜 이렇게 늦게 집에 들어온 건지 추궁하려던 그의 말이 그녀 손의 상처에 쏙 들어가 버렸다.그녀는 우물쭈물 거리며 대답했다. "조금요…근데 괜찮아요." 그녀는 그를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따뜻한 티를 태연하게 그녀에게 건넸다. "다음부터 일찍 들어와."그녀는 그가 건넨 티를 받지 않았다. 왜 늦게 들어온 건지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도 내지 않았다.그의 냉랭한 눈빛을 본 그녀는 황급히 티를 받아 꿀꺽 마셔 버렸다. 티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지만 너무 급하게 마셔서 그런지 혀끝이 조금 아려왔다.그녀는 티가 담긴 컵이 그의 컵이라는 것을 다 마시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저…. 씻어서 드릴게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컵을 손에 쥐고 주방으로 돌진했다.목정침은 조금 심각해졌다. 그의 얇은 입술이 언짢은 듯 불쾌한 표정을 지어냈다. 내가 그렇게 무서운가?온연은 컵을 꼼꼼히 씻고 또 씻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수도꼭지를 닫으며 온연을 나무랐다."연아, 너 뭐해? 그러다 컵 닳겠다!"아주머니의 말에 정신을 차린 온연은 조심스럽게 컵을 쥐었다. "아니요…. 갖다 드리고 올게요.""그래그래, 얼른 가봐. "
순간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저 창고방에서 자는 것도 상관없어요!"그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냉랭하기만 했던 그의 눈길에 미묘한 감정이 일렁거렸다. "위층에서 자라 그랬지, 내방에서 자라 그랬어? 유씨 아주머니한테 옆방 치워 놓으라고 이미 말해놨어."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한 그의 말에 온연은 조금 부끄러워졌다.부엌에 밥을 다 차려 놓은 보모가 그들을 불렀다. "도련님, 아가씨, 식사하세요."목정침이 보던 잡지를 덮고는 몸을 일으켰다. "밥 먹어."그가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이게 얼마 만에 같이 먹는 밥인지도 그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푹 떨구고 가까이 있는 반찬을 집으며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긴장한 그녀와 달리 목정침은 여유로웠다.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부엌이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한쪽에 서있던 임집사가 한숨을 쉬더니 온연에게 반찬 몇 가지를 놓아주었다. "채소 말고 고기도 좀 드세요, 한창 잘 드셔야 하는 나이인데.""감사합니다."온연이 조용히 대답했다.갑자기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배가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임집사가 주는데로 집어먹어서 그런 것 같았다.식사가 끝나니 유씨 아주머니가 이미 방을 다 치워 놓은 상태였다. "연아, 내가 옮긴다고 옮겼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방에 한번 가봐. 아줌마가 빠트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온연은 찔린 듯 거실에 앉아있던 목정침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목정침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온연이 조용히 창고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침대 밑 박스에 숨겨 놓았던 선물을 챙기고는 살금살금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방문을 열려는데 옆방의 문이 열리더니 목정침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그런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잽싸게 손에 쥐고 있던 선물을 몸 뒤로 숨겼다."뭐야? 갖고 와."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그녀는 몇초간 머뭇거리다 이내 손을 내밀었다.목
이런 일은 어릴 때부터 종종 있어서 이미 익숙했다. 언제부턴가 어색해져 버려서 문제지만.거리가 가까워져서야 그의 몸에서 옅은 담배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술 냄새! 또 술에 취한 거야!"심개는 유학 갔는데, 이번에는 또 누구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니… 알려줘…누구야?"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의혹감이 가득 차있었다.온연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심개가 선물을 줬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해외로 쫓겨난 그가 더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몰라요…""모른다고? 모르는데 그렇게 꽁꽁 숨겨 놓은 거야? 연아…또 말을 안 듣네.." 그녀의 허리에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그의 손에 말할 때마다 힘이 들어갔다.언제 터질지 예측이 안 갈 정도로 온연의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저 진짜 몰라요…"그런 그녀에게 목정침은 더 이상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살냄새를 맡고 있었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알지?"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네 알아요. 다시는…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서 움직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런 행동은 분명 연인끼리나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그녀를 그렇게나 증오하는 그가 왜…이런 짓을 하는 걸까?그를 밀쳐 낼 용기가 없는 그녀는 그저 가만히 그 모든 것을 받아내고만 있었다. 목정침이 여기서 뭔가 더 할 거라는 생각을 하던 그때 그가 그녀를 툭 밀어냈다.온연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목정침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목정침은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선물상자를 그녀에게 전해줄 뿐이었다. "버려." 그의 말투가 차가웠다.그의 말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직접 버리라는 뜻인가?"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목정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 담긴 불쾌함이
온연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도의 벽에 기대어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고 있었다.진몽요는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잘못한 상황에서까지 깽판 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온연의 옆에 서서 저 멀리 공사 중인 기숙사를 보며 재잘댈 뿐이었다. "너 그거 알아? 저기 있는 기숙사도 목정침이 기부한 거래. 생각보다 엄청 근사하다? 그 사람은 진짜 돈이 많은가 봐. 우리 집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연아, 오늘 그 사람이 우리 학교에 참관…"온연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대꾸도 해줄 수 없었다. 배가 너무 아팠다.그때 교수님이 잔뜩 화가 나서는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너네 정말 웃긴다. 벌서라니까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어? 캔버스 꺼내와. 너네는 복도에서 그림이나 그려! 수업 끝날 때까지 못 바치면 알아서 해!"진몽요는 고개를 치켜들더니 교실로 들어가 캔버스를 챙겨 나왔다. 온연은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그녀의 허약한 모습을 본 교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 "캔버스 가지고 오라고! 내 말 안 들려?!"교수가 밀자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걸 본 진몽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교수한테 소리쳤다."왜 밀고 그래요?!"교수도 조금은 켕기는지 우물쭈물 대답했다. "살짝 밀었는데, 누가 쓰러질 줄 알았나…?"진몽요는 쓰러진 온연을 부축하면서 교수한테 소리쳤다. "당신 이제 끝났어. 이거 체벌이야. 당신은 선생 자격도 없어!"그 말을 들은 교수는 조금 억울했다. "쟤는 뭐 종잇장이야? 왜 저렇게 허약해? 툭 쳤다고 쓰러진다고? 그게 말이 돼? 진몽요, 너 집에 돈 좀 있다고 이러나 본데, 아무리 그래도 말 막 지어내면 안 되지! 온연 너도 이제 아픈 척 그만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허약한 척하는 거야?!"복도에서 울리는 그들의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앞장서던 교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
교장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목대표님…그건 특이, 특이, 특이 케이스에요. 그 교수는 그냥 시간강사에요. 제가 바로 내쫓을게요."목정침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불타오르는 그의 눈빛이 그의 분노를 암시해 주었다."시간강사요? 지어내시기도 잘 지어내시네요." 교장의 말에 진몽요가 냉소했다.교장은 어이가 없었다. "진몽요 학생, 오지랖 그만 부리세요. 학생이 학교 일에 대해서 뭘 안다고!"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렸다. 반박하려던 그 순간 의사가 걸어 나왔다. "누가 환자분 보호자세요?""저요." 진몽요랑 목정침이 동시에 대답했다.목정침의 목소리를 듣자 진몽요는 조금 의아해졌다. 온연의 오빠랑 연락이 안 돼서 보호자 노릇을 하려 했는데, 목정침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의사는 보호자로 더 '믿음직'스러운 목정침에게 온연의 상황을 설명했다. "큰일은 아니고요, 위염이에요. 아직 어린데 몸이 엄청 약해요. 음식 주의하시고, 몸보신 좀 시켜주세요. 링거 다 맞고 가시면 됩니다."목정침은 담담히 '네'라고 대답하고는 응급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온연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헝클어진 긴 머리가 조금 지저분해 보였다. 차가운 수액이 얇은 혈관을 타고 그녀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고, 몸은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그녀가 언제 이렇게 허약해진 건지 그는 알지 못했다.진몽요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그에게 말했다. "연이는 부모님이 없어요. 피 한 방울 안 섞인 오빠가 있는데 자기한테 신경조차 안 쓴데요. 한겨울에 찬물에, 식은 찐빵이나 먹고 다니는데 위염이 안 걸리고 배겨요?"목정침의 낯빛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다. 은하수가 담긴듯한 그의 눈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차올랐다."요즘 그 오빠라는 사람이 집에 돌아와서 매일 꼬박꼬박 집에 가던데.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거도 못 맥이게 하고,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진몽요가 계속 주절댔다."아프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