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어릴 때부터 종종 있어서 이미 익숙했다. 언제부턴가 어색해져 버려서 문제지만.거리가 가까워져서야 그의 몸에서 옅은 담배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술 냄새! 또 술에 취한 거야!"심개는 유학 갔는데, 이번에는 또 누구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니… 알려줘…누구야?"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의혹감이 가득 차있었다.온연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심개가 선물을 줬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해외로 쫓겨난 그가 더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몰라요…""모른다고? 모르는데 그렇게 꽁꽁 숨겨 놓은 거야? 연아…또 말을 안 듣네.." 그녀의 허리에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그의 손에 말할 때마다 힘이 들어갔다.언제 터질지 예측이 안 갈 정도로 온연의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저 진짜 몰라요…"그런 그녀에게 목정침은 더 이상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살냄새를 맡고 있었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알지?"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네 알아요. 다시는…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서 움직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런 행동은 분명 연인끼리나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그녀를 그렇게나 증오하는 그가 왜…이런 짓을 하는 걸까?그를 밀쳐 낼 용기가 없는 그녀는 그저 가만히 그 모든 것을 받아내고만 있었다. 목정침이 여기서 뭔가 더 할 거라는 생각을 하던 그때 그가 그녀를 툭 밀어냈다.온연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목정침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목정침은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선물상자를 그녀에게 전해줄 뿐이었다. "버려." 그의 말투가 차가웠다.그의 말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직접 버리라는 뜻인가?"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목정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 담긴 불쾌함이
온연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도의 벽에 기대어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고 있었다.진몽요는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잘못한 상황에서까지 깽판 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온연의 옆에 서서 저 멀리 공사 중인 기숙사를 보며 재잘댈 뿐이었다. "너 그거 알아? 저기 있는 기숙사도 목정침이 기부한 거래. 생각보다 엄청 근사하다? 그 사람은 진짜 돈이 많은가 봐. 우리 집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연아, 오늘 그 사람이 우리 학교에 참관…"온연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대꾸도 해줄 수 없었다. 배가 너무 아팠다.그때 교수님이 잔뜩 화가 나서는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너네 정말 웃긴다. 벌서라니까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어? 캔버스 꺼내와. 너네는 복도에서 그림이나 그려! 수업 끝날 때까지 못 바치면 알아서 해!"진몽요는 고개를 치켜들더니 교실로 들어가 캔버스를 챙겨 나왔다. 온연은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그녀의 허약한 모습을 본 교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 "캔버스 가지고 오라고! 내 말 안 들려?!"교수가 밀자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걸 본 진몽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교수한테 소리쳤다."왜 밀고 그래요?!"교수도 조금은 켕기는지 우물쭈물 대답했다. "살짝 밀었는데, 누가 쓰러질 줄 알았나…?"진몽요는 쓰러진 온연을 부축하면서 교수한테 소리쳤다. "당신 이제 끝났어. 이거 체벌이야. 당신은 선생 자격도 없어!"그 말을 들은 교수는 조금 억울했다. "쟤는 뭐 종잇장이야? 왜 저렇게 허약해? 툭 쳤다고 쓰러진다고? 그게 말이 돼? 진몽요, 너 집에 돈 좀 있다고 이러나 본데, 아무리 그래도 말 막 지어내면 안 되지! 온연 너도 이제 아픈 척 그만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허약한 척하는 거야?!"복도에서 울리는 그들의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앞장서던 교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
교장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목대표님…그건 특이, 특이, 특이 케이스에요. 그 교수는 그냥 시간강사에요. 제가 바로 내쫓을게요."목정침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불타오르는 그의 눈빛이 그의 분노를 암시해 주었다."시간강사요? 지어내시기도 잘 지어내시네요." 교장의 말에 진몽요가 냉소했다.교장은 어이가 없었다. "진몽요 학생, 오지랖 그만 부리세요. 학생이 학교 일에 대해서 뭘 안다고!"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렸다. 반박하려던 그 순간 의사가 걸어 나왔다. "누가 환자분 보호자세요?""저요." 진몽요랑 목정침이 동시에 대답했다.목정침의 목소리를 듣자 진몽요는 조금 의아해졌다. 온연의 오빠랑 연락이 안 돼서 보호자 노릇을 하려 했는데, 목정침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의사는 보호자로 더 '믿음직'스러운 목정침에게 온연의 상황을 설명했다. "큰일은 아니고요, 위염이에요. 아직 어린데 몸이 엄청 약해요. 음식 주의하시고, 몸보신 좀 시켜주세요. 링거 다 맞고 가시면 됩니다."목정침은 담담히 '네'라고 대답하고는 응급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온연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헝클어진 긴 머리가 조금 지저분해 보였다. 차가운 수액이 얇은 혈관을 타고 그녀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고, 몸은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그녀가 언제 이렇게 허약해진 건지 그는 알지 못했다.진몽요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그에게 말했다. "연이는 부모님이 없어요. 피 한 방울 안 섞인 오빠가 있는데 자기한테 신경조차 안 쓴데요. 한겨울에 찬물에, 식은 찐빵이나 먹고 다니는데 위염이 안 걸리고 배겨요?"목정침의 낯빛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다. 은하수가 담긴듯한 그의 눈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차올랐다."요즘 그 오빠라는 사람이 집에 돌아와서 매일 꼬박꼬박 집에 가던데.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거도 못 맥이게 하고,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진몽요가 계속 주절댔다."아프긴 해
목정침의 눈빛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까 내가 잘못 본 건가?"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느껴지자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저 괜찮아요…학교에 오실 줄은 몰랐어요. 폐 끼쳐서 죄송해요."폐? 그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나한테 끼치는 건 싫고, 남한테는 괜찮아? 온연, 왜 그렇게 남들 앞에서 처령한 척 하는건데? 나한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목정침이 또 화가 났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좀 흐른 뒤, 얼마 남지 않은 링거액을 본 목정침은 간호사를 불러 그녀 손 목의 주사바늘을 뺐다.그는 온연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차갑게 말했다. "이제 가자."온연은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며 황급히 일어섰다. 주사바늘을 꽂았던 곳 주위가 파랗게 멍이 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목정침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반쯤 주저앉아 그녀의 흰색 스니커즈를 신속히 신겨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의 행동이 조금 거칠었다.온연은 자신의 손에 있는 그의 외투와 자신의 그가 신겨준 신발을 번갈아 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사람이 진짜 목정침이 맞나? 다정하진 않았지만 그가 그녀를 이렇게 대해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가 가슴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거렸다…그녀가 따라 나갔을 때 목정침 멀리 가지 않고 복도 끝에 서있었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져서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은 앞뒤로 번갈아 서서 병원을 떠났다. 차 앞으로 걸어간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 그녀가 뒷죄석의 문을 여는 순간 그가 말했다. "앞에 앉아."온연은 망설이다 조수석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 목정침이 페달을 밟았다.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일 듯한 눈으로 앞을 주시하고 있었고, 차는 금방이라도 뭐에 부딪힐 것 같았다…. 목
그가 그녀의 턱을 잡고는 냉기가 흐르는 말투로 그녀가 거절할 수 없게 명령했다. "너 일단 쉬고 난 다음에 학교 가. 그전까지는 절대 못 가. 약해 빠진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 동정 사지 말라고!"그 말을 들은 온연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안돼요…"그는 온몸에서 냉기를 뿜으며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저 공부 열심히 할게요. 나중에 꼭 돈 벌어서 빚진 거 다 갚을게요. 10년 동안 돌봐주신 거 엄청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일자리 찾는 데로 짐 싸서 나갈게요."그렇다. 그녀는 그에게 평생 신세 지며 살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더 이상 빚지며 살고 싶지 않았다.목정침이 갑자기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서늘했다. 멀고 차가운 느낌에 감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똑똑히 알려줄게. 날 떠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온연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 볼 때마다 죽은 부모님 생각은 안 하는 거예요? 왜 나같은 사람을 곁에 두는 건데요? 진 빚은 꼭 갚을게요. 몸을 파는 한이 있더라도 갚을게요. 제 방식대로 평생을 걸려서라도 갚을게요!"목정침은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그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그녀는 그의 말을 감히 거역하지 못해 항상 고분고분했다. 그녀가 계속 성숙해져 가고 있다는걸, 그녀에게도 고집스러운 생각이 있다는 걸 그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그에게 벽을 세우고 칼을 들이밀 것이다.두 사람의 시선이 한참을 마주쳤다. 그는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풀어 헤치더니 정장 재킷을 벗어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졌다. "네 빚, 넌 평생을 갚아도 다 못 갚아. 내가 너한테 너무 친절했지."온연은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버렸다. 온연의 머릿속에는 여길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침대를 벗어나려는 그녀의 몸이 그의 손에 의해 저지되었고 그녀
온연은 오늘이 축제라는 사실이 그제서야 생각났다. 그 사람도 온다고…목정침은 그날 이후 한 번도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오늘 만나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그녀는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날…그 사람 뭐라 그랬어?""아니, 오히려 내가 너네 오빠에 대해서 뭐라 그랬지! 너네 오빠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다니까!" 진몽요는 불안한 온연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온연은 말문이 막혔다. 그날 갑자기 불같이 화낸 이유가 설마 진몽요가 한 말 때문인 건가…. 하긴 면전에 대고 욕하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긴 하지.돌연 시끄러운 소리가 아래층에서 전해졌다. 진몽요는 약이라도 먹은 듯 온연을 끌고 아래층으로 돌진했다. "목정침이 왔대! 우리도 빨리 가보자!"온연은 조금 당황했다. 온연은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아직 생각해놓지 않았다. "몽요야, 손…손 좀 놔줘…. 너 혼자 가. 난 안 갈래…""연아, 그래도 너 도와준 사람인데 고맙다 인사 정도는 해야지!" 진몽요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피할 생각뿐이던 온연은 눈앞의 사람을 보자마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목정침이 한무리의 학생들과 선생들에게 둘러싸여 걸어오고 있었다. 주문 제작한 검은색의 정장이 그의 피부를 더 하얗게 느껴지게 했고 그의 몸에 딱 떨어지는 옷은 그의 외모를 돋보이게 했다. 입가에 걸린 부드러운 미소가 어디서든 그를 한눈에 알아보게 했다.진몽요가 아직 멍 때리는 온연을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선배, 그날 덕분에 살았어요. 우리 연이가 수줍음을 많이 타서 제가 대신 감사 인사드려요."온연은 그의 표정이 어떤지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긴장한 듯 옷자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았다.그는 그녀에게로 다가오더니 살짝 몸을 수그렸다. "얼굴 좋아 보이네요. 잘 쉬었나 봐요."그녀가 대답이 없자 진몽요가 그녀의 팔을 어깨로 툭툭 치며 말했다. "선배가 너한테 말하잖아~!""감사합니다…" 애써 피하던 온연의 시선이 그의 부드러운
목정침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교장은 몸을 흠칫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잠시 후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급히 달려왔다. "도련님, 알아냈습니다. 범인은 지적 장애가 있는 21살 남자인데, 남대식당 아주머니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식당에서 잡일이나 도우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오늘 한 짓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한 짓이랍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감옥에 보내는 건…불가능할 것 같습니다.""그럼 정신병원에라도 처넣어! 제정신도 아닌 사람 학교에 남겨둬서 어쩌자고! 사람이나 찌르고 다니라고?" 목정침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흘러나왔다. 지옥에 떨어진 듯 음산한 그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네!" 경호원은 대답하고는 다시 급히 떠났다.그의 말에 교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입을 삐죽거리는 교장을 바라보던 목정침의 입가에 냉소가 퍼졌다. "왜, 제 결정이 맘이 안 드세요?""아, 아뇨… 그냥 …조금 모자라긴 해도 미친 건 아니예요…평소엔 엄청 얌전한데. 오늘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정신병원은 멀쩡한 사람도 미쳐서 나온다는데, 걔가 들어가면…" 교장이 급히 말했다.목정침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그쪽이 대신 들어가든가요."항상 온화하고 착한 목정침에게 이렇게 무서운 모습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탓하려면 모자란 자기 자신을 탓해야지, 그러게 누가 칼 휘두르래?얼마 후 드디어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 지난번에 온연을 치료해 준 의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곧바로 목정침에게 다가가 경과를 말해주었다. "지난번에 환자의 몸이 많이 약하다고 말씀드렸었죠. 이번에 출혈이 너무 많아서 아마 빈혈이 더 심해질 거예요. 몸 꼭 잘 챙겨드리세요. 봉합은 잘 끝났는데 상처가 너무 깊어서, 아마 흉터는 남을 것 같아요. 생명의 위협은 없고 이제 일반 병동으로 옮기셔도 됩니다. 며칠 경과 확인해보고 문제없으면 퇴원하셔도 됩니다."목정침은 긴장감에 경직되어 있던 몸에 힘을 풀며 숨을
"깼어?" 남자는 노트북을 덮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네…."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조금 움직였다. 왼쪽 어깨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났다."가만있어." 목정침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처를 살펴보았다.온연은 그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랫배에서 전해오는 느낌이 그녀를 난감하게 했다. 여긴 목정침 혼자뿐이였고, 화장실까지 혼자 가기에는 무리였다…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상처가 아렸다.그녀의 어색함 움직임에 이상한 낌새를 차린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화장실 가고 싶어?""네…" 온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목정침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 그의 행동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온몸은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했고, 상처를 감싼 거즈에 그녀의 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목정침은 거의 반쯤 안은 채로 그녀를 화장실까지 부축했다. 목정침이 그녀의 바지로 손을 뻗자 그녀가 소리쳤다. "제가 할게요!"그는 하던 걸 멈추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온연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기…자리 좀 피해주실래요?"그 말을 들은 목정침은 그저 몸만 뒤로 돌릴 뿐이었다. 그가 자리를 피해주지 않는다는 걸 안 온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동작 하나에도 어깨의 상처가 아려왔다. 특히 몸을 숙이는 행동, 그 간단한 행동도 그녀는 할 수가 없었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병원복을 물들이고 있었다.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목정침이 고개를 돌려 온연을 쳐다보았다. 빨갛게 물든 그녀의 병원복을 보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바지를 벗겨주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순간 그녀는 수치심에 쥐구멍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20분 뒤, 그녀는 수치심을 그만 날려버리기로 했다. 침대로 돌아와 그녀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