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다 그녀는 그만 멈춰버렸다. 도무지 진함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진몽요도 그만 입을 다물었다. 둘 다 처지가 서로 비슷해서 누가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꺼내면 속만 더 상할 뿐이었다.갑자기 그녀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편지봉투 하나를 가방에서 꺼냈다. "연아, 네 편지야. 어떻게 된 일인지 이게 나한테로 부쳐졌어. 요즘이 어떤 시댄데 아직도 편지 쓰는 사람이 있는지. 핸드폰 쓰기 불편한가? 도대체 누구야? 내가 어디 사는지 어떻게 알고? 게다가 우리 둘이 아는 사이라는 것도 알아…"온연도 의혹스러운 마음에 편지를 받아 열어봤다. 편지에는 몇 자 적혀 있지 않았지만 글씨도 삐뚤삐뚤 해서 한참을 걸려서야 글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일순간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진몽요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소리마저 듣지 못했다."연아? 연아? 뭐라고 쓰여있는데?" 진몽요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재촉하며 물었다.온연은 다시 정신을 차리며 편지를 제대로 읊었다. 여러 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다시 목소리를 찾았다. "우리 아빠 그때 그 일이랑 관련된 거야… 편지 보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어. 자기가 누군지 신분도 밝히지 않았고. 편지봉투에 주소랑 이름은 적혀있다만… 근데… 그냥 '서씨'라고 적혀만 있고. 편지에는… 그때 비행기 사고가 우리 아빠랑 상관이 없다고, 그때 억울하게 누명 쓴 거라고, 그냥 피해자 중에 한 명이라고… " 말이 끝날 무렵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 사실에 진몽요는 조금 놀랬다. "이게… 얼마나 지난 일이야? 이 편지 보낸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진짜 이상하다..다른 말은 없었어?"온연이 고개를 저었다. "없어."진몽요가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 사람도 참. 말을 꺼냈으면 똑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야지. 안 그래? 괜히 여운이나 남기고, 우리 보고 알아맞히라는 거야 뭐야?"그때 종업원이 음식을 서빙했다. 벌써부터 배가 고팠던 온연은 젓가락을 들고 먹는 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온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일순간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해의 일을 밝히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 그 얘긴 일단 그만하자. 난 우리 아빠 일부터 먼저 해결해야겠어. 이 편지는 내가 오늘 퇴근하고 나서 잘 연구해볼게. 주말에 편지에 쓰인 주소로 '서씨' 라는 사람도 만나러 가봐야지. 그때되면 뭐든지 다 확실해질 수도 있지."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되고.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하자. 다른 건 일단 생각하지 마. 너 지금 뱃속에 한 명 더 있는 거 알지. 혼자 가려고 하지 마. 내가 같이 가줄게. 지도 보니까 이 도시에 있는 것도 아니던데. 너 혼자 가는 거 나 마음이 안 놓여."밥을 먹고 회사로 돌아온 온연은 마음 편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편지에 쓰여진 한 글자 한 글자가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 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밝혀내고 싶었다. 편지를 보낸 '서씨' 는 대체 누굴까? 어떻게 그때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거지?퇴근 후 그녀는 고민거리를 안고 목가네로 돌아왔다. 만약 진짜로 그 일이 자신의 아버지와 상관이 없다고 밝혀진다면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의 원한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가? 그는 나를 놓아줄까? "유씨 아주머니, 목정침 오늘 집에 온다고 말했었나요?" 그녀가 물었다."아니 그런 말씀은 안 하셨는데. 이 시간 될 때까지 밖에서 밥 먹는다는 소리 없는 거 보면 아마 들어오실 거야. 왜 그래 연아? 도련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그녀가 목정침에 대해 유씨 아주머니에게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머니는 조금 의혹이 들었다."아니요… 그냥 한번 물어봤어요." 온연은 말을 마치고 잠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임신을 한 후 그녀는 목욕하는 동안 욕실 통풍이 잘되지 않아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했다그녀가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마침 목정침이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조금 멈칫했
#게가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 아닌 적게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마음을 놓았다. 요즘 그녀는 해산물에 관심이 많아졌다.식사하는 동안, 온연은 게 두 마리만 먹고는 더 이상 게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반찬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씨 아주머니가 물었다. "사모님, 입맛에 안 맞으세요?"온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맛있어요."유씨 아주머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전에 사모님이 대하 먹는 양에 비교하면 게 한 마리도 모자라야 정상인데. 좀 더 드시지…" 목정침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았고 온연이 먹지 않으면 남은 건 다 버려야 한다 검소한 성격이었던 유씨 아주머니는 낭비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온연은 목정침을 한번 보고는 불편한 듯 말했다. "제가 오늘 입맛이 없어서…"지금 그녀는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일부러 밥을 한 그릇밖에 먹지 않았고 졸지에 배를 반만 채우게 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목정침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오늘 밤 외출 할 것이라는 걸 온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굴 만나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까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반 시간 뒤 그녀는 생수 한 잔을 부어 방으로 돌아와 숨겨놓은 엽산을 꺼냈다. 지난번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낼 뻔했다. 아직까지도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밝혀지기 전까지 아이 일은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그녀가 막 약병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열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더니 엽산 통을 바닥에 전부 떨어트렸다. 느슨해진 뚜껑이 침대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엽산이 바닥에 한가득 쏟아졌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문 앞에 서있는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호 기심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당황한 마음에 감히 손을 뻗어 주울 수가 없었다.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뭐야?"그녀는 잠
#온연은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릇 안의 국물이 조금 흘러나왔다. 느껴지는 뜨거움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가까운 거실 테이블로 달려가 급히 그릇을 올려다 놓았다. 목정침의 눈앞에 올려다 놓은 것과 똑같았다. 국물이 사방으로 흘러나왔고 말을 하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질색할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티슈를 몇 장 뽑아 그의 주시하에 국물을 깨끗이 닦았다. "이렇게 일찍 들어오셨어요…?"목정침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몸을 일으켜 계단을 올랐다. "새벽 한시야."온연은 입술을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인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그가 돌아온 시간이 확실히 이르긴 했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그녀는 그가 오늘 밤 들어오지 않을 줄 알았다…라면을 다 먹은 후 그녀는 주위를 깨끗이 청소했다. 거실에서 한참을 활동하고 나서야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목정침이 홈웨어를 입고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끼여져 있었지만 불은 지펴지지 않았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계속 피세요. 저… 전 조금 이따 잘게요. 방금 뭘 먹어서 그런지 잠이 안 오네요."목정침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겨보았다. 무심결에 담배를 테이블 한쪽에 올려두고는 갑자기 입을 열어 그녀에게 물었다. "심개 요 며칠사이에 너 찾아온 적 있어?"심개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순식각에 엄숙해졌다.온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목정침의 입가에 냉소가 피워졌고 그에게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온연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하지만 심개에 관한 일은 더 물을 용기가 없었다. 묻게 된다면 그게 도화선이 되어 커다란 '전쟁'을 일으킬게 뻔했다. 다음날 아침.진몽요는 온연에게 '파이팅'이라는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개열' 회사로 들어갔다. 여기서 순탄히 인턴 기간만 거친다면 그녀는 안정적인 수입으로 집안은 먹여살릴 수 있었다.출근시간이 다 되어가는 걸 보며 그녀는 당당하게 거의 만원인 엘리베이터로 돌진
”부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을 쳐다보는 것에 따라 진몽요도 흥미진진하게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첫 출근에 윗사람한테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것도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소경의 그 모든 걸 하찮게 여기는 듯한 얼굴을 보자 그녀는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녀는 목이 메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무슨 부대표에요?”“사장님 아들이요. 우리 회사 부대표에요. 우리 회사 전체를 저 사람이 관리해요. 대표님은 지금 바지 사장이나 다름없죠. ‘개열’ 회사는 경씨 집안의 본사고요…”진몽요는 뒷부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니 듣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자신이 결국 경소경의 손안에 잡혀버릴 줄은 그녀는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자신의 윗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예전에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종합해 발뒤꿈치로 생각해 보아도 경소경이 그녀에게 인상이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전은 거의 불가능했다. 취직의 아름다운 꿈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녀는 도무지 웃음이 나지 않았다. 경소경이 바로 자신을 궁지 몰아 버릴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진몽요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오늘 완전 똥 밟았어. 오늘 처음 출근한 회사의 사장이 경소경이라니! 나 아무래도 일자리 다시 찾아봐야 하나 봐!’문자를 받은 온연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자리를 왜 다시 찾아? 난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넌 네 일해, 걘 걔대로 사장하면 되겠네. 중소기업은 네 성에도 안 차잖아. 겨우 찾은 일자리야. 제멋대로 결정하지 마.’온연이 하는 말을 진몽요가 모르는 게 아니었다. 제대로 따져본다면 그녀와 경소경 사이에 뭐 그리 큰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차 사고를 내놓고 돈을 물어주지 않았을 뿐… 그 후 만났을 때 태도가 오만하고 시비를
#식당에 도착하자 그녀는 창가에 앉아있는 진몽요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감정을 한바탕 정리하고 나서야 그녀는 서서히 진몽요의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몽요는 이미 쉴 새 없이 재잘대기 시작했다. “망했어. 망했어. 좋은 취직자리 찾은 줄 알았는데 대표가 경소경이라니! 정말 생각도 못 했어. 나 그 사람 차도 박고 시비도 여러 번 걸었는데. 난 원한을 안 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 사람 회사에서 난 분명히 계속 일하지 못할 거야. 그 사람한테 짤리느니 그냥 내가 그만둘래… “온연은 안절부절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방금 자신을 찾아온 전지 생각뿐이었다. 만약 지금 그 카드를 진몽요에게 꺼낸다면 전지가 아무렇지 않게 몇천만원을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지낸다고 설명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배신당한 여자에게 자신의 전 남자친구가 너보다 잘 지낸다고 말하는 것… 그것보다 더 잔인한 말은 없었다.그녀가 아무 대꾸도 없는걸 보자 진몽요는 마음이 급해졌다. “연아, 뭐라고 말 좀 해봐.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온연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몽요, 경소경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 목정침이랑 친한 사이야. 그 부류의 사람들 그렇게 쪼잔하지 않아. 아마 너 같은 여자애한테 원한 같은 거 갖지 않을 거야. 일단 다니고 상황 봐서 다시 결정해. 나… 그리고… 너한테 할 말 있어…”진몽요는 손을 턱에 괴고는 천진난만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일단 너부터 얘기해.”“전지가 아까 우리 회사 아래로 나 찾아 왔었어. 이런 걸 너한테 주래.” 온연이 오랫동안 고민한 결론이었다. 그녀가 계속 카드를 들고 있는 건 안될 일이었고 진몽요 성격으로 이미 그를 내려놓았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도 이 돈이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 사람이… 너 보고 뭘 전해주랬는데? 하하… 뭐 좋은 물건이겠어? 지금 돈 말고 날 기쁘게 할 수 있는 물건은 없어. 그 사람이 날 찾아오지 않은 건 현명한 선택이네.
#내일 ‘서씨’ 라는 사람을 만나 제대로 물어보면 그녀는 아마 그와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화원을 산책하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임신기간이라 그런지 잠이 쏟아졌고 그녀는 일찍 잠이 들었다. 수면의 질이 확실히 예전보다 좋아지기는 했다. 목정침이 언제 돌아와서 샤워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잠에 빠져 있었다. 새벽에 잠시 일어났을때 그녀는 창가에 앉아있는 목정침을 발견했다. 그가 언제부터 그곳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왔어요…?” 그녀가 비몽사몽한 상태로 물었다. 목정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다시 따뜻한 침대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녀가 문쪽으로 걸어갈 때 그가 갑자기 냉랭하게 물었다. “전지가 왜 너한테 카드를 준 거지?”온연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그녀의 정신도 많이 또렷해졌다. “당신 내 뒤 밟고 다니는 거에요?”그가 그렇게 한가할 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다니. 목정침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침묵을 긍정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설명했다. “그건 그 사람이 몽요한테 준거에요. 헤어짐에 대한 보상 같은 거죠. 전 그냥 전해 준 것뿐이에요.”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화장실로 갔다. 아직까지도 그녀는 그와의 공간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녀는 방안에 있는 화장실을 쓰지 않았다. 특히 그가 집에 있을 때. 정확히 말해서는 남의 울타리 속에서의 구속이었다. 그녀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목정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서재에 갔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온연은 그를 위해 홍차 한 컵을 타다 주었다. 내내 두 사람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짐 정리를 끝내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진몽요와 터미널에서 만났다. 편지봉투에 쓰인 주소 대로 그들은 장장 세 시간이나 가야하는 기차표
#세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기차가 멈춘 그 순간 온연은 바로 몸을 일으켜 가방을 메고 허겁지겁 기차에서 내렸다. 진몽요가 그런 그녀를 뒤따랐다. “야! 좀 천천히 가! 너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점심이 거의 다 된 시각. 두 사람은 주소에 따라 허름한 동네를 찾아왔다. 편지는 이곳에서 보낸 것이었다. 동네 전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길가에는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들 뿐이었다. 활력 넘치는 젊은 사람들은 보기 힘들었다.이곳은 경제가 너무 뒤떨어졌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주위 도시에서 출근을 하고 있었고 노인들만이 이곳에 남아있었다. 몇 번의 심문 끝에 그들은 드디어 ‘서씨’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가는 허름한 이층집이 눈앞에 보였다. 대문은 거의 가려져 있었고 문 앞에는 잡초가 한가득 자라있었다.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았다.온연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편지의 상태로 보아 새로 쓴 편지는 아닌 것 같았다. 미리 써놓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부친 건가?그때 옆집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진몽요가 앞으로 다가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혹시 여기 성이 서씨인 사람 살지 않나요? 여기 허름한 이층집에요....”할머님은 입을 삐죽거렸다. “갔어. 벌써 갔어. 이 집 삼 년 동안 비어 있었어. 저 집에 사는 사람 성이 서씨 인지 아닌지도 몰라.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으니까. 듣자 하니 불치병에 결렸다던데. 아마 죽었을 거야. 옛날에는 둘이서 애 하나 키우면서 살았는데 여자는 먼저 죽고 나중에는 애도 어디갔는지 몰라. 이젠 아예 사는 사람이 없어.”온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할머님, 확실한 거예요? 얼마전에 여기서 저한테 편지도 보냈는데…”할머님은 조금 귀찮으셨는지 대꾸했다 “몰라몰라. 아무튼 몇 년 동안 이 집 드나든 사람은 없어.”그 말이 온연이게는 악몽처럼 느껴졌다. 손에 들린 편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