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양은 마치 참고 있는 것처럼 이를 꽉 깨물었다. “엄마가 화해하자는 거 거짓말이었어요. 엄마는 단지 저를 속여서 집으로 불러들인 다음에 당천씨 신분을 알아내려던 거였어요. 엄마는 제 핸드폰까지 뒤질 정도로 선을 넘었고, 당천씨 사진을 보자마자 인터넷에서 당천씨의 정보를 뒤지시더라고요. 당천씨가 제시카씨랑 스캔들이 있던 걸 알자 당천씨한테 바로 전화해서 욕까지 했어요! 그 사람한테 사람 구실도 못하는 쓰레기라면서 저한테 매달리지 말라고요… 그래서 어제 새벽까지 엄마랑 싸우느라 가족들이 거의 잠도 못잤어요. 만약 아빠도 엄마가 너무하다는 생각을 안 하고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저는 아마 오늘 집 밖으로 못 나왔을 거예요.” 온연은 서양양 엄마의 행동이 서양양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당천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고, 안 그래도 굳건하지 못 했던 서양양과 당천의 관계는 더 약해져 심지어 거의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이 일은… 어머님이 잘못 하셨네요, 너무 과격하게 하셨어요.” 서양양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 됐어요, 엄마가 만족했잖아요. 제가 당천씨한테 전화해서 해명하려 했지만 그 사람은 제 전화도 안 받고,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는 문자만 왔더라고요. 저는 당천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제 모든 걸 장악하려고 해요. 저는 엄마 인생을 즐겁게 해주는 도구가 아닌데 말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이랬어요. 엄마는 늘 저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저의 어떠한 오점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제가 잘못하기만 하면 엄마는 엄청난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저를 용서하지 않았어요. 제가 학년에서 3등을 했는데도 엄마가 원하는 1등을 못 해서 집에 가지 못 했어요… 이번엔 제가 용기 내서 반항을 했지만, 엄마는 집요하게 당천씨와 언니가 절 물들였다고 생각하세요. 어차피 뭐든 다른 사람의 문제로 돌리니 엄마는 본인의 문제를 몰라요.” 온연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공감할 수는 없었다. 어렸을 때부
서양양은 약간 실망했다. “알겠어요… 언니, 저희 엄마가 언니한테 불만 있어서 저 멀리하시는 거 아니죠? 그건 제 생각이 아니라 저도 방법이 없네요.” 온연은 얼른 해명했다. “아니에요, 저 그렇게 생각한 적 없으니까 헛된 생각 말아요. 저 금방 올 테니까 얼른 가서 밥 먹어요.” 서양양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회사 밖으로 나갔다. 온연이 예상하지 못 한 건, 당천은 차를 끌고 와서 회사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고 서양양이 보이지 않자 안도했다. “얼른 가요, 양양씨가 뒤에 있어요. 지금 점심 시간이라 들키면 안 좋아요. 방금 양양씨가 저한테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당천씨가 싫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거절했거든요.” 당천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를 데리고 빨리 차를 출발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양양이 이 장면을 다 목격한 줄 몰랐고, 온연이 뒤를 돌았을 때 서양양은 의식적으로 몸을 숨겼었다. 그녀는 왜 온연이 자신한테 숨기면서 당천을 만나는지 몰랐고, 이건 의심할 것도 없이 또 다른 충격이었다. 그녀는 인생이 가장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혼자 남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 식당에 도착한 뒤, 주문을 하고 당천은 온연과 올해 패션 트렌드 방향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문적이었고 독특한 의견들도 많았다. 온연은 열심히 들으면서 그를 칭찬했다. “당천씨 디자인, 목정침씨가 괜찮데요.” 당천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면 뭐해요? 다 온연씨가 대신 팔아줘야 하잖아요. 자꾸 부탁드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지금 거의 다른 사람의 ‘총잡이’로 몰릴 지경이에요.” “총잡이”는 패션 업계에서 뒤에서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대신 그려주고 그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걸 칭했다. 온연은 당천이 어쩌면 단기간에 그 길로 빠질 것 같다는 생각에 원래 그녀는 목정침의 계획을 일찍 말해줄 생각이 없었으나, 당천이 흔들리는 걸 보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미리 밝혔다. “아직
당천은 웃었다. “그래요, 앞으로의 협력 기대할게요. 그… 전에 제가 약 탔던 일… 다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온연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건 당천씨의 의도가 아니었잖아요, 맞죠? 이전에 인생에서 제시카씨의 영향이 너무 컸었어서 그런 거겠죠. 앞으로 열심히 하시면 예전보다 훨씬 더 재밌게 살 수 있을 거예요. 궁금한 건데… 잘 됐을 때 서양양씨랑 어떻게 할지 생각 있어요?” 당천의 얼굴에 미소가 굳으며 침묵했다. 한참 후에 그가 말했다.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 지금도 그 사람이랑 그 가족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는 걸요. 제가 봤을 때 연애는 신성한 일이에요. 서로 좋아한다는 첫번째 요소가 있고, 두번째는, 결혼할 목적이 있어야 하며, 가족들의 축복을 받는 게 세번째 요소이죠. 근데 이 세번째 요소가 충족되지 않았어요. 제시카를 위해 몇 년 동안 시간을 낭비해서 예전에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분명 지금처럼 이렇게 매끄러운 성격은 아니었거든요. 아직도 제시카랑 처음 만났을 때 너무 긴장해서 말도 못 했던 게 생각나네요… 만약 제가 예전 같은 모습이었으면, 어쩌면 아무것도 망설이지 않았겠죠, 제 말 이해되나요? 예전 같았으면 제가 결혼을 목적으로 순수하게 연애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하면서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았겠지만, 제가 그렇게 운이 좋은 편은 아닌가 보네요. 그 사람은 좋은 아가씨라 저랑 어울리지 않아요. 처음에 그 사람이랑 사귀었을 때 다른 여자들이랑 다른 걸 느꼈어요. 몸에서 느껴지는 깨끗하고 순수한 분위기가 제 영감을 자극했죠. 근데 제가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한테 가족들을 배신하라고 하고 나몰라라 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아직까지는 제가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온연은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표면적으로 들었을 땐 되게 고상해 보이지만, 저는 다른 의미로 들리네요. 왜 당천씨가 양양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 같죠? 단순히 영감을 얻기 위
말을 한 뒤 서양양은 뒤돌아 뛰어갔다. 온연은 난감해졌다. 서양양과 당천 일에 그녀는 처음부터 끼는 걸 거절했었다. 그녀는 마더 테레사가 아니었기에 아무 일에나 관여하기 싫었는데 하필 그녀가 연루되고 말았다. 그들 사이에 일은 그녀가 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오후 내내, 서양양은 그녀를 아는 체하지 않았고, 예전처럼 시도때도 없이 수다를 떨러 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서양양이 속상해서 그런다고 생각해 해명할 생각도 없었고, 좀 진정되면 다시 상황을 보려고 했다. 다음 날 서양양이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을 줄은 그녀는 예상하지 못 했다. 서양양은 그래도 그녀에게 편지를 남겼고, 자신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른 일을 하러 갔다고 적었다. 충격을 받은 서양양은 엄마와의 전쟁을 포기하고 예전처럼 ‘착한 아이’로 다시 돌아갔다. 온연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서양양이 이 일을 좋아하는 걸 알았고, 처음에 회사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어도 회사를 떠나려 하지 않았었다. 매일 거의 제일 먼저 회사에 출근도 하고 바쁠 때도 의욕이 넘쳤다. 그녀가 다시 서양양에게 전화를 했을 때, 이미 없는 번호여서 이 번호가 사라진 상태였다. 생각을 한 뒤, 그녀는 이 일을 문자로 당천에게 말했지만 당천은 답장하지 않았다. 아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을 테다. 이렇게 두 사람은 짧은 추억을 뒤로 하고 새출발을 했다. 한달이 좀 넘게 지난 뒤. 당천과 제시카의 일이 드디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목가네도 정식으로 당천과 계약을 했고, 회사 홍보팀에 시켜 당천이 제시카 일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문을 적은 뒤, 당천의 짧은 영상도 제작했다. 영상 속 당천은 카메라 앞에서 매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와 제시카씨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처음 그 분을 만났을 때 저는 순진한 남자아이였고, 긴장해서 말도 못 했었습니다. 그 분이 저한테 애정을 표현하셨을 때 저는 결혼을 생각하고 사귀자는
당천이 영입되고, 여름 시즌이 다가왔다. 매 계절 초기엔 모든 회사들이 다 바빴고, 목정침의 퇴근 시간도 늦어졌으며 주말에도 대부분 회사에서 추가 근무를 했다. 온연은 주말에 지루할 때면 콩알이를 데리고 진몽요를 불러 같이 쇼핑을 했고, 진몽요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와 경소경이 얼마나 아이에게 불친절한지 욕을 했다. 온연은 농담식으로 말했다. “너한테만 잘 해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 사람한테 아이는 우선이 아니었잖아. 원래 결혼할 계획도 없었던 사람이 너 때문에 결혼이라는 새장 안에 갇혔는데, 적응할 시간 좀 줘야하지 않겠어? 친 자식이니까 언젠간 좋아하게 될 텐데, 넌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나도 처음엔 목정침씨가 콩알이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손에서 놓지를 않더라.” 진몽요는 씩씩거렸다. “경소경씨는 달라! 매일 퇴근하고 어머님네 갈 때마다, 내가 애 좀 안고 있으라고 해도 싫다고 하고, 내가 안고 있으면 된 거래. 그게 말이야? 나 혼자만의 아이가 아니잖아? 이것만 보면 그 사람은 얼음 같은 목정침씨 만도 못 해!” 의류 코너에서 쇼핑을 하면서 온연은 예전에 당천이 목정침에게 팔았던 디자인의 실물을 보았다. 디자인은 벌써 출시가 되었고, 마치 영혼을 불어 넣은듯 실물이 그림 보다 훨씬 생동감 있었다,. 진몽요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며 투덜댔다. “저거 그 당천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거라던데, 너네 목가네랑 계약했다며? 하긴 이런 뜨거운 감자 같은 일에 손 댈 수 있는 사람도 목가네 밖에 없지. 게다가 이 뜨거운 감자를 제대로 익은 감자로 만들어 놨으니, 다른 회사였으면 분명 회사까지 같이 망했을 거야.” 온연은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목정침씨 손에 들어가면 그렇게는 안되지.” 진몽요는 혀를 찼다. “얼씨구, 너 지금 자랑하는 거야? 그래, 네 남편 잘 났다 잘 났어, 됐지? 목정침씨 보고 처음에 겁먹었던 게 누구였더라? 목정침씨 피한다고 외지에서 디저트 가게 차린 게 누구였었지? 콩알이가 생겨서
한참 대화를 나눈 뒤, 진몽요는 그제서야 온연과 함께 화장품을 사러 온 게 생각났다. 뒤를 돌아봤을 때 온연의 표정이 좋지 않자 의심스럽게 물었다. “연아, 왜 그래?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 온연은 옅게 숨을 들이마셨다. “응, 갑자기 머리가 좀 어지럽네. 오늘은 그냥 안 살래, 가자.” 진몽요는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빈혈 때문에 어지러운 건가? 너가 너무 말라서 그래, 가서 목정침씨한테 제대로 몸보신 좀 해달라고 해. 이왕 왔는데, 사고 가는 게 낫지 않아? 계산하는 게 힘든 것도 아니고. 넌 앉아서 쉬고 있어, 내가 해줄게, 너가 어느 브랜드 쓰는지 아니까.” 예군작의 시선은 다시 온연을 향했고, 도발이 섞여 있는 눈빛에,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온연은 이 화를 삼키고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예군작과 1초라도 더 있다가는 조금이라도 더 위험해질 것 같아 그저 진몽요가 빨리 화장품을 사온 다음에 나가고 싶었다. 고의였는지는 모르지만 예군작은 그 꽃 얘기를 꺼냈다. “몽요씨, 제가 준 그 꽃 폈어요?” 진몽요는 카드를 직원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폈어요, 말 안 해줬으면 까먹을 뻔했네요. 겨울에 폈더라고요, 참 이상한 꽃이에요. 그렇게 오랫동안 키웠는데 한겨울에 피고 말이에요. 근데 계속 엄마 집에 있어서 보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꽃봉우리였거든요. 예전에 꽃이 피면 저한테 알려줄 비밀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오늘 마침 만났으니까 물어볼게요, 비밀이 뭔데요?” 온연은 숨이 멎었고 죽일듯이 예군작을 보았다. 예군작은 그녀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정말… 궁금해요? 마음의 준비가 안됐을까 봐서요.” 진몽요의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무슨 비밀이길래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되는데요? 저 멘탈 강해요, 그러니까 얼른 말해요, 흥미 떨어지기 전에요.” 온연은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어서 무섭게 일어나서 말했다. “몽요야! 우리 가자, 나 진짜 몸이 안 좋은 거
예군작과 아택도 금방 백화점을 떠나 차로 돌아왔다. 옆에 쌓인 여성용 물품들을 보면서 예군작의 미간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아택은 백미러로 그를 보며 낮게 말했다. “도련님, 기왕 해성에 돌아가셔서 사모님을 만나 뵙기로 하셨으니 옆에 있는 물건들 때문에 이미 결정하신 일에 영향받지 마세요. 만약 도련님께서 지금 다른 행동을 하신다면 어르신이 절대 실권을 넘겨주지 않으실 겁니다. 예군작은 창밖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만약 어르신의 압박만 아니었다면 그도 오늘 특별히 밖에 나와 국청곡을 위해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지 않았을 테다. 예상치 못 하게 이곳에서 진몽요와 온연을 만났고, 온연의 반응을 보니 목정침은 분명 그녀에게 숨기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 꽃은 다른 사람이 선물한 거였다. 남아프리카에서 특이한 품종이라 국내로 들이는 데 꽤나 고생을 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정확하지 않아서, 세심하게 돌 봐준다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원래 그 꽃이 피었을 때가 적절한 시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자신이 전지인 걸 말하려 했다. 그러나 계획을 변수들을 따라가지 못 했고, 계속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했으며, 그가 진몽요를 구하기 위해 다리를 다친 일도 그 안에 속했다… 방금 진몽요가 아이를 데리고 온 걸 봤을 때, 그의 질투심이 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그녀에게 모든 걸 말하려 했으니 지금 상황을 보니 마음대로 행동하면 안될 것 같았다. 만약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그였을 텐데… 저녁, 목가네. 목정침은 오늘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식탁에서, 온연은 낮에 진몽요가 예군작을 마주친 얘기를 꺼냈다. “오늘 몽요랑 애들 데리고 쇼핑 갔는데 예군작을 마주쳤어요. 근데 예군작이 당장이라도 자기가 전지인 걸 밝히려는 거 같아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리며 격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걱정 마, 이번엔 아마 우연히 마주친 거일 거야.
온연이 물었다. “왜 멈췄어요? 계속 해요.” 목정침은 꾀를 부리며 말했다. “너가 밀어주던지, 아니면 너가 데리고 타던지.” 온연은 어렸을 때 그네를 타다가 넘어진 적이 있어 트라우마가 있었다. “아니요, 당신이 데리고 타요, 내가 밀어줄게요. 근데 당신은 다리도 기니까 그네 타기 쉽잖아요. 힘도 안 들 텐데, 왜 나보고 밀어달라는 거예요?” 그는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너도 참여하는 느낌 좀 받으라고, 거기 가만히 얼빠진 거위처럼 서있지 말고.” 이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온연은 단념하고 두 사람의 뒤로 걸어간 뒤, 손바닥을 그의 등에 대고 살짝 힘을 실어 밀자, 그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콩알이는 신이 나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원래 콩알이는 서예령 앞에서만 몸을 움직이며 신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예전에 그녀가 콩알이를 놀아주던 방식이 너무 조용하고 딱딱했던 것뿐이었다. 엄마가 처음이고, 어린 아이와 거의 처음 접촉을 해본 거라 그녀는 아직 배울 게 많았다. 한편, 백수완 별장. 저녁 식사 후, 경소경은 평소처럼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진몽요는 늘 질리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주방 벽에 기대어 그를 보고 있었다. 경소경은 참지 못하도 장난을 쳤다. “뭘 그렇게 봐요? 당신도 설거지하고 싶어요?” 그녀는 애교스럽게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요, 내 손 거칠어 질까 봐 싫다면서요? 나한테 이런 거 시키기 싫은 거 아니었어요? 아이 낳으니까 생각이 변한 거예요? 난 당신 이런 모습만 보고 있는 게 좋아요, 꼭 억울한 며느리 같잖아요.” 그녀의 말에 그는 사레가 들렸다. “며느리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난 상남자라고요! 내가 집안일 한다고 당신이 날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할 것 그랬네요.” 자리를 다 치운 후 그녀는 비밀스럽게 그를 위층으로 끌고 올라와 불을 껐다. “줄 거 있어요.”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지자 경소경은 안정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