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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6-30 12:30:28
#어제부터 사람을 시켜 가져온 것이라면 특별히 강연연을 위해서 준비한 것일 수도 있다. 오늘 마침 진함과 강연연이 왔었으니. 단지 식재료가 너무 늦게 와서 강연연이 미처 저녁까지 기다리지 못해 그녀가 운 좋게 떨이를 주운 것일 수 있다.

이 계절에 제도에서 이렇게 품질 좋은 대하는 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비행기로 태워 가져왔으니 목정침이 마음을 쓰긴 했나보다.

그녀가 막 입안으로 대하를 집어넣으려 할 때 목정침이 식탁에 도착했다. 대하 반절이 입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의 얼굴색이 좋지 않자 그녀는 규칙을 어기고 먼저 젓가락을 놀리는 걸 신경 쓰는건 줄 알았다. 대하를 뱉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그가 새우를 전부 그녀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먹는 모양 하고는."

그가 종래로 대하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녀가 다 먹을 수 있었다.

비록 말투는 좋지 않았지만 이미 그가 입을 열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사양하기가 귀찮았다. 두 손을 열심히 움직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앞에 대하 껍데기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접시에 담겨있던 온연의 손바닥만 한 대하를 거의 다 먹어치우고도 멈출 생각이 없는 그녀를 보며 목정침은 조금 놀라워했다. 그녀가 먹는 양이 이렇게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평소에는 식욕이 고양이만 하더니 설마 진짜… 그녀에게 너무. 각박하게 대한 건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인상을 쓰며 연어를 그녀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녀가 흘깃 쳐다보더니 연어를 다시 식탁 중간으로 돌려놓았다. "저 지금 생거 못 먹어요…"

목정침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자신이 말을 잘못한 걸 알고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가 황급히 말했다. "저 요즘 위가 안 좋잖아요… 당신 드세요…"

그가 몸을 바르게 세웠다. 그의 시선이 계속 오물거리는 그녀의 작은 입술에 고정되었다. 그도 궁금했다. 그녀가 얼마나 더 오물거릴 수 있는지….

반 시간 뒤, 온연은 접시에 있는 대하를 다 먹고는 채소를 곁들여 밥을 한 그릇을 뚝딱했다. 오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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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한동안 이렇게 같이 밥을 먹고 한 지붕에서 지낸 적이 없었다. 요즘 그도 먼저 그녀를 찾지 않았고. 그 말을 듣자 온연은 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저… 제가 담배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해서요. 계속 피세요. 괜찮아요. 전 객실방에서 자면 돼요.”예전에 그가 담배를 피울 때 그녀는 한 번도 싫다고 한 적이 없었다… 목정침의 눈 밑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담뱃갑을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몸을 일으켜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자자.”온연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 건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그녀가 싫다고 해서 담배를 전부 버렸다고? 그녀를 신경 써서 그랬다기에는 너무 말이 안 됐다. 그가 화가 나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걸어가 담배를 다시 주웠다. 방안에 있는 쓰레기통은 항상 깨끗했다. 하긴 평소에 그녀는 방에서 잠만 잤을 뿐이니까. “저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죄송해요.”목정침은 시계를 풀어 침대맡에 올려 두었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고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섞여 있었다. “싫으면 말해. 항상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그녀는 침묵했다.. 그녀는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 이번에는 습관성 침묵이 아니었다. 그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그게 언제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고 하고 싶은 말을 해 본 적도 없었다. 내 말에 그가 진심으로 나를 신경 써주다니….목정침의 옆에 누웠을 때 온연은 이 상황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냉랭했는데… 자세히 생각을 해보니 결혼한 삼년 동안 그들이 이렇게 같이 누워있던 시간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갑자기 목정침이 몸을 돌려 그녀를 마주 보더니 았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 안에 안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의식적으로 들자 온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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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3장

    #전화기 너머, 진몽요는 갑자기 전지 생각이 났지만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단지 말투가 조금 씁쓸해졌을 뿐이었다. “응… 다 괜찮아질 거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야 해!”전화를 끊고 온연은 다시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바쁜 오전이 지나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근처 백반집이 생각 났다. 오늘은 왠지 가벼운 음식이 먹고 싶었다. 백반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 두 가지를 시켰다. 반찬이 바닥날 때까지 천천히 음미했다. 식당을 떠날 때쯤 갑자기 밖에서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지 모를 비가 내리고 있었다.를 그녀는 발견했다. 지금 계절이 딱 그렇다. 날이 맑은지 흐린지 확실하지 않았다. 마치 목정침처럼…비는 작지 않았고 전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갇혀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비록 회사랑 먼 곳은 아니지만 그녀는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백반집 앞에는 주차를 위한 빈 공터가 있어 도로와 가깝지 않았고 택시를 부를 방법도 없었다. 옛날이었으면 아마 망설이지 않고 비를 뚫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뱃속에 있는 이 작은 녀석이 신경 쓰였다. 임신 초기에는 감기몸살이나 약물을 제일 금기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색 캐딜락이 공터 근처에 세워졌다. 그녀는 그 차를 알고 있었다. 전지의 차다. 전지는 당연히 이런 차를 몰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 되지 않는다. 이 차가 진몽요와 관련이 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과거 휘황찬란했던 진가의 모습이 눈에 보였고 지금 진가의 몰락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조금의 조롱도 그 속에 섞여있었다. 차에서 내리던 전지는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온연을 발견했다. 그는 비를 뚫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마치 옛 친구와 인사하듯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왜 있는 거예요?”온연은 생각을 멈추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비가 와서 못 가고 있어요. 그쪽은 밥 먹으러 왔어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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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4장

    #온연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 그쪽 몽요랑 똑같네요. 이 의심, 저 의심 하는 거 보니. 저 도착했어요. 옆에 세워 주세요.”차가 멈추고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황급히 자리를 떴다.멀어져 가는 그녀의 뒤 모습을 보던 전지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보아하니 진몽요가 아직 그와 헤어진 사실을 온연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곧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진몽요가 온연에게 문자로 원망 섞인 소식을 전했다. ‘일자리 찾는 거 너무 어려워. 게다가 오늘 비도 많이 오고. 짜증 나 죽겠어!’그때 온연은 손에 있던 일들을 거의 다 끝낸 상태였다. 그녀가 대답했다. ‘전지가 너 먹여 살릴 건데 뭐가 걱정이야? 예전에는 네가 도와 줬다면 이젠 걔가 너 도와 줘야 할 때지. 그 사람 이제 좋은 직장도 있고, 2억짜리 차도 몰고 다니고. 생활이 꽤 괜찮은 것 같던데. 너 일자리 찾는 건 천천히 해.’문자를 보내고 난 후 진몽요는 한참이 지나서도 답장이 없었다. 온연은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답장이 왔다. ‘나 전지랑 헤어졌어. 그 차 내가 생일선물로 사준 건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리 집 힘들 때 걔 그 차 팔아서 우리 집 도와줄 생각도 안 했어. 벌써 알아챘어야 했는데. 빨리 마음 접게.’온연은 그 문자를 본 후 침묵했다. 요즘 진몽요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는데 조금이라도 멘탈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벌써 못 버티고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다만 점심에 자신을 회사까지 데려다 준 전지가 진몽요랑 헤어졌다는 사실을 왜 그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전지가 티를 내지 않은 바람에 그녀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일순간 어떤 적절한 위로의 말을 건넬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진몽요가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 ‘난 괜찮아 연아. 나한테는 너랑 심개가 있는걸. 남자는 다 쓰레기야. 친구야말로 진짜지. 일자리 찾으면 밥 살게.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나 밥하러 갈게.’결국 온연은 ‘그래’라고 그녀에게 한마디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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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5장

    #욕실에서 나오자 목정침은 이미 식탁에 앉아있었다. 그의 몸에는 옅은 회색의 홈웨어가 걸쳐져 있었고 머리는 약간 젖어있었다. 온몸에서 샤워 후의 상쾌한 향이 뿜어져 나왔다. 언제 어디서든 그는 항상 언행에 조심했다. 마치 한순간도 몸에 힘을 푼 적이 없는 듯 자세가 꼿꼿했다.온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식사에는 대하가 두 접시나 놓여있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특별히 대하를 그녀 앞에 놓아주셨다. 그녀는 전혀 사양하지 않고 대하 껍데기를 벗겨 맛있게 먹는 데에 집중했다. 이와 달리 목정침은 우아하게 앞접시를 들고 느긋하게 국을 먹기 시작했다.그는 온연이 위염에 걸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그녀에게 다른 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마저 들었다.. 그의 눈길이 느껴지자 온연이 마지못해 그에게 물었다. "왜요?"목정침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며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체 했다.그녀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계속 대하 껍데기를 벗겼다. 아직 밥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대하 두 접시를 깔끔하게 비웠다. 그러고는 입가심으로 국도 한 그릇 마셨다. 그녀는 자신이 밥을 배부르게 다 먹고 나서야 목정침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이 먹는 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온연은 혀를 내밀어 입가를 핥았다. 그녀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제가 너무 많이 먹었나요?"목정침은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 "알면 됐어. 뭐 먹고 싶으면 주방장한테 말해. 누구한테 하대당해 굶어 죽은 귀신 씌인 것처럼 굴지 말고."그녀는 자신 앞에 산처럼 쌓인 대하 껍데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도 자신이 너무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다 아마 더 있었다면 반 접시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옛날의 자신과 비교하면 식욕이 너무 왕성해졌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온연이 거실을 거니는 동안 목정침은 서재에서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온연은 미지근한 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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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6장

    #온연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어젯밤 방에서 자지 않았었나? 왜 아침부터 서재에서 나오는 거지? 저 모습… 금방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그럼 한밤중에 안방에서 나와 서재로 간 건가?목정침의 행동이 온연의 머리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아침도 먹지 않고 바로 나와버렸다.유씨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죽을 들고 나왔다. 온연이 보이지 않자 그녀가 물었다. "연이는?"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눈에 계단에서 내려오는 목적침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깔려있는 어두움이 그녀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오전 내내 온연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고작 아침밥 한 끼 먹지 않았다고 이렇게 온몸이 힘이 없다니…. 심지어 머리는 어지럽고 속은 메스꺼웠다. 아침을 굶은 상태라 그런지 입덧 반응이 점점 더 심해졌다.퇴근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진몽요에게 전화가 왔다. "연아, 나 지금 너네 회사 밑인데 밥 사줄게. 빨리 내려와."일자리를 찾게 된다면 그녀에게 밥을 사주겠다는 진몽요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물었다. "일자리 찾았어?"진몽요는 대답을 피했다. "좀 이따 먹으면서 얘기하자~"퇴근시간이 되자 온연이 제일 먼저 회사를 나왔다. 회사 아래에서 기다리는 진몽요를 만난 후 두 사람은 근처 중국음식점에 들어가 앉았다. 진몽요는 예쁘게 꾸민 상태였다. 보아하니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적잖게 고생한 것 같았다.음식을 시킨 후 진몽요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어느 회사로 들어가게 됐는지 한번 알아맞혀 봐. 맞추면 선물 줄게!"지금 온연의 머릿속에는 온통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라 맞출 마음이 전혀 없었다. "모르겠어… 월급 많이 주는 곳인가 봐? 아니었으면 네 맘에 들지도 않았을 테고. 그래도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아무리 경력이 없다고 해도 전공만 맞으면 데려가려고 난리 나지." 진몽요의 눈동자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예전 걱정 없이 살던 때처럼. 집에 일이 생긴 후로 오랫동안 본 적 없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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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7장

    말을 하다 그녀는 그만 멈춰버렸다. 도무지 진함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진몽요도 그만 입을 다물었다. 둘 다 처지가 서로 비슷해서 누가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꺼내면 속만 더 상할 뿐이었다.갑자기 그녀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편지봉투 하나를 가방에서 꺼냈다. "연아, 네 편지야. 어떻게 된 일인지 이게 나한테로 부쳐졌어. 요즘이 어떤 시댄데 아직도 편지 쓰는 사람이 있는지. 핸드폰 쓰기 불편한가? 도대체 누구야? 내가 어디 사는지 어떻게 알고? 게다가 우리 둘이 아는 사이라는 것도 알아…"온연도 의혹스러운 마음에 편지를 받아 열어봤다. 편지에는 몇 자 적혀 있지 않았지만 글씨도 삐뚤삐뚤 해서 한참을 걸려서야 글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일순간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진몽요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소리마저 듣지 못했다."연아? 연아? 뭐라고 쓰여있는데?" 진몽요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재촉하며 물었다.온연은 다시 정신을 차리며 편지를 제대로 읊었다. 여러 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다시 목소리를 찾았다. "우리 아빠 그때 그 일이랑 관련된 거야… 편지 보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어. 자기가 누군지 신분도 밝히지 않았고. 편지봉투에 주소랑 이름은 적혀있다만… 근데… 그냥 '서씨'라고 적혀만 있고. 편지에는… 그때 비행기 사고가 우리 아빠랑 상관이 없다고, 그때 억울하게 누명 쓴 거라고, 그냥 피해자 중에 한 명이라고… " 말이 끝날 무렵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 사실에 진몽요는 조금 놀랬다. "이게… 얼마나 지난 일이야? 이 편지 보낸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진짜 이상하다..다른 말은 없었어?"온연이 고개를 저었다. "없어."진몽요가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 사람도 참. 말을 꺼냈으면 똑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야지. 안 그래? 괜히 여운이나 남기고, 우리 보고 알아맞히라는 거야 뭐야?"그때 종업원이 음식을 서빙했다. 벌써부터 배가 고팠던 온연은 젓가락을 들고 먹는 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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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8장

    #온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일순간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해의 일을 밝히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 그 얘긴 일단 그만하자. 난 우리 아빠 일부터 먼저 해결해야겠어. 이 편지는 내가 오늘 퇴근하고 나서 잘 연구해볼게. 주말에 편지에 쓰인 주소로 '서씨' 라는 사람도 만나러 가봐야지. 그때되면 뭐든지 다 확실해질 수도 있지."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되고.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하자. 다른 건 일단 생각하지 마. 너 지금 뱃속에 한 명 더 있는 거 알지. 혼자 가려고 하지 마. 내가 같이 가줄게. 지도 보니까 이 도시에 있는 것도 아니던데. 너 혼자 가는 거 나 마음이 안 놓여."밥을 먹고 회사로 돌아온 온연은 마음 편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편지에 쓰여진 한 글자 한 글자가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 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밝혀내고 싶었다. 편지를 보낸 '서씨' 는 대체 누굴까? 어떻게 그때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거지?퇴근 후 그녀는 고민거리를 안고 목가네로 돌아왔다. 만약 진짜로 그 일이 자신의 아버지와 상관이 없다고 밝혀진다면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의 원한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가? 그는 나를 놓아줄까? "유씨 아주머니, 목정침 오늘 집에 온다고 말했었나요?" 그녀가 물었다."아니 그런 말씀은 안 하셨는데. 이 시간 될 때까지 밖에서 밥 먹는다는 소리 없는 거 보면 아마 들어오실 거야. 왜 그래 연아? 도련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그녀가 목정침에 대해 유씨 아주머니에게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머니는 조금 의혹이 들었다."아니요… 그냥 한번 물어봤어요." 온연은 말을 마치고 잠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임신을 한 후 그녀는 목욕하는 동안 욕실 통풍이 잘되지 않아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했다그녀가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마침 목정침이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조금 멈칫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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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9장

    #게가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 아닌 적게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마음을 놓았다. 요즘 그녀는 해산물에 관심이 많아졌다.식사하는 동안, 온연은 게 두 마리만 먹고는 더 이상 게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반찬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씨 아주머니가 물었다. "사모님, 입맛에 안 맞으세요?"온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맛있어요."유씨 아주머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전에 사모님이 대하 먹는 양에 비교하면 게 한 마리도 모자라야 정상인데. 좀 더 드시지…" 목정침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았고 온연이 먹지 않으면 남은 건 다 버려야 한다 검소한 성격이었던 유씨 아주머니는 낭비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온연은 목정침을 한번 보고는 불편한 듯 말했다. "제가 오늘 입맛이 없어서…"지금 그녀는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일부러 밥을 한 그릇밖에 먹지 않았고 졸지에 배를 반만 채우게 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목정침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오늘 밤 외출 할 것이라는 걸 온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굴 만나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까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반 시간 뒤 그녀는 생수 한 잔을 부어 방으로 돌아와 숨겨놓은 엽산을 꺼냈다. 지난번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낼 뻔했다. 아직까지도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밝혀지기 전까지 아이 일은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그녀가 막 약병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열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더니 엽산 통을 바닥에 전부 떨어트렸다. 느슨해진 뚜껑이 침대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엽산이 바닥에 한가득 쏟아졌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문 앞에 서있는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호 기심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당황한 마음에 감히 손을 뻗어 주울 수가 없었다.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뭐야?"그녀는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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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60장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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