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진몽요가 말실수를 할까 무서워 황급히 말했다. "난 괜찮아. 너 도와주지 않으면 오히려 내 마음이 불편해."심개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네 여기서 좀 기다려. 나 먼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심개가 간 후 진몽요가 온연의 손을 잡았다. "너 손이 너무 차갑다. 어제 의사선생님께서 너보고 침대에서 일주일 정도 쉬라고 했잖아. 뭘 이렇게 돌아다녀. 여긴 심개랑 같이 있으면 돼. 그만 돌아가. 응?"여기까지 왔는데 온연은 당연히 지금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됐어. 심개앞에서 헛소리나 하지 마. 난 괜찮아."한편 화장실 문 앞까지 도착한 심개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그의 눈이 한 쌍의 차가운 눈과 마주쳤다. 잠깐의 침묵이 끝나고 그가 입을 열었다. "연이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지는 마세요."목정침의 표정이 조금 더 차가워졌다. "연이? 내 와이프랑 사이가 좋은가 보네."'와이프' 이 세 글자를 듣자 심개의 가슴의 조금씩 아파졌다. "목정침, 네가 무슨 수를 써서 온연이랑 결혼을 했든 걔한테 잘 해줘야 할 거야. 아니면 널 대신할 사람이 생길 테니까."목정침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 "넌 지금 무슨 신분으로 그 얘길 나한테 하는 건데? 전 남자친구? 아님… 대타? 내가 그녀한테 잘하든 못하든 심개 너랑은 상관없는 것 같은데. 네가 할 일은 그녀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져 주는 거야. 내가 네 귀국을 허락했다고 해서 네가 아무 걱정 없이 온연이랑 다시 재결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야."심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눈앞에 서있는 안하무인의 남자가 난생처음으로 그를 앞뒤 가리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고 싶게 했다. "지금 협박하는 거야? 그래, 네가 우리 심가를 망하게 하는 건 엄청 쉬운 일이겠지. 근데 슬프게도 넌 보기에만 모든 걸 손에 쥐고 있지 사실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방어하고 있잖아.참 안타까워… 만약 온연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제발 놓아줘. 내 눈에는 다 보여. 네가 계속 온연이를 괴롭히고 있다는게… 그게 아니라면
#심개는 온연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는 목정침을 만난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괜찮아. 오늘은 좀 늦었다. 일단 이 정도만 하자. 몽요 너는 어머님이랑 같이 있어 드려."진몽요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엄마 원래 저러시잖아. 네가 몰랐던 것도 아니고. 아빠 저렇게 돌아가신 거 아마 몇 년이 걸려도 진정 안되실거야."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 일 생기면 연락해."말이 끝나자 그녀의 눈에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는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보였다 그녀가 이미 외워버릴 정도로 익숙해진 차 번호였다. 목정침의 차였다…잠시 멍 때린 사이에 진락이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핸드백을 받아들었다. "사모님, 가시죠."온연은 목정침이 여기에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심개와 진몽요를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락을 따라 차에 탔다.차 안, 목정침은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여기에 있는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그는 창밖으로 스쳐지나는 건물들을 보고 있었다. "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건데?"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한참을 침묵하고 나서야 대답했다. "몽요네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어요. 전 그냥 일처리 해주러 온 거예요." 목정침이 계속 따져 물을 줄 알았는데 그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진중이 죽었으니까 돈은 안 갚아도 돼."그의 말에 온연은 얼어버렸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몽요가 안 갚을 리가 없어요. 몽요네 어머님 밑으로 엄청 큰 빚이 있어요. 부부 공동명의라 아빠가 돌아가셨어도 갚아야 할 거예요."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밑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어려있었다. "안 갚아도 된다고 했잖아. 너도 계속 심개 만나려고 이유 찾지마. 스캔들은 이미 충분히 많아. 적당히 해. 나는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아."목정침이 왜 갑자기 사람 좋은 일은 했는지 그녀는 그제서야
#어제부터 사람을 시켜 가져온 것이라면 특별히 강연연을 위해서 준비한 것일 수도 있다. 오늘 마침 진함과 강연연이 왔었으니. 단지 식재료가 너무 늦게 와서 강연연이 미처 저녁까지 기다리지 못해 그녀가 운 좋게 떨이를 주운 것일 수 있다.이 계절에 제도에서 이렇게 품질 좋은 대하는 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비행기로 태워 가져왔으니 목정침이 마음을 쓰긴 했나보다.그녀가 막 입안으로 대하를 집어넣으려 할 때 목정침이 식탁에 도착했다. 대하 반절이 입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의 얼굴색이 좋지 않자 그녀는 규칙을 어기고 먼저 젓가락을 놀리는 걸 신경 쓰는건 줄 알았다. 대하를 뱉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그가 새우를 전부 그녀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먹는 모양 하고는."그가 종래로 대하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녀가 다 먹을 수 있었다.비록 말투는 좋지 않았지만 이미 그가 입을 열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사양하기가 귀찮았다. 두 손을 열심히 움직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앞에 대하 껍데기가 한가득 쌓여있었다.접시에 담겨있던 온연의 손바닥만 한 대하를 거의 다 먹어치우고도 멈출 생각이 없는 그녀를 보며 목정침은 조금 놀라워했다. 그녀가 먹는 양이 이렇게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평소에는 식욕이 고양이만 하더니 설마 진짜… 그녀에게 너무. 각박하게 대한 건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그는 인상을 쓰며 연어를 그녀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녀가 흘깃 쳐다보더니 연어를 다시 식탁 중간으로 돌려놓았다. "저 지금 생거 못 먹어요…"목정침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왜?"자신이 말을 잘못한 걸 알고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그녀가 황급히 말했다. "저 요즘 위가 안 좋잖아요… 당신 드세요…"그가 몸을 바르게 세웠다. 그의 시선이 계속 오물거리는 그녀의 작은 입술에 고정되었다. 그도 궁금했다. 그녀가 얼마나 더 오물거릴 수 있는지….반 시간 뒤, 온연은 접시에 있는 대하를 다 먹고는 채소를 곁들여 밥을 한 그릇을 뚝딱했다. 오늘 그녀
#그들은 한동안 이렇게 같이 밥을 먹고 한 지붕에서 지낸 적이 없었다. 요즘 그도 먼저 그녀를 찾지 않았고. 그 말을 듣자 온연은 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저… 제가 담배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해서요. 계속 피세요. 괜찮아요. 전 객실방에서 자면 돼요.”예전에 그가 담배를 피울 때 그녀는 한 번도 싫다고 한 적이 없었다… 목정침의 눈 밑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담뱃갑을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몸을 일으켜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자자.”온연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 건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그녀가 싫다고 해서 담배를 전부 버렸다고? 그녀를 신경 써서 그랬다기에는 너무 말이 안 됐다. 그가 화가 나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걸어가 담배를 다시 주웠다. 방안에 있는 쓰레기통은 항상 깨끗했다. 하긴 평소에 그녀는 방에서 잠만 잤을 뿐이니까. “저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죄송해요.”목정침은 시계를 풀어 침대맡에 올려 두었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고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섞여 있었다. “싫으면 말해. 항상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그녀는 침묵했다.. 그녀는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 이번에는 습관성 침묵이 아니었다. 그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그게 언제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고 하고 싶은 말을 해 본 적도 없었다. 내 말에 그가 진심으로 나를 신경 써주다니….목정침의 옆에 누웠을 때 온연은 이 상황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냉랭했는데… 자세히 생각을 해보니 결혼한 삼년 동안 그들이 이렇게 같이 누워있던 시간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갑자기 목정침이 몸을 돌려 그녀를 마주 보더니 았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 안에 안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의식적으로 들자 온연이
#전화기 너머, 진몽요는 갑자기 전지 생각이 났지만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단지 말투가 조금 씁쓸해졌을 뿐이었다. “응… 다 괜찮아질 거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야 해!”전화를 끊고 온연은 다시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바쁜 오전이 지나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근처 백반집이 생각 났다. 오늘은 왠지 가벼운 음식이 먹고 싶었다. 백반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 두 가지를 시켰다. 반찬이 바닥날 때까지 천천히 음미했다. 식당을 떠날 때쯤 갑자기 밖에서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지 모를 비가 내리고 있었다.를 그녀는 발견했다. 지금 계절이 딱 그렇다. 날이 맑은지 흐린지 확실하지 않았다. 마치 목정침처럼…비는 작지 않았고 전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갇혀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비록 회사랑 먼 곳은 아니지만 그녀는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백반집 앞에는 주차를 위한 빈 공터가 있어 도로와 가깝지 않았고 택시를 부를 방법도 없었다. 옛날이었으면 아마 망설이지 않고 비를 뚫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뱃속에 있는 이 작은 녀석이 신경 쓰였다. 임신 초기에는 감기몸살이나 약물을 제일 금기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색 캐딜락이 공터 근처에 세워졌다. 그녀는 그 차를 알고 있었다. 전지의 차다. 전지는 당연히 이런 차를 몰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 되지 않는다. 이 차가 진몽요와 관련이 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과거 휘황찬란했던 진가의 모습이 눈에 보였고 지금 진가의 몰락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조금의 조롱도 그 속에 섞여있었다. 차에서 내리던 전지는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온연을 발견했다. 그는 비를 뚫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마치 옛 친구와 인사하듯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왜 있는 거예요?”온연은 생각을 멈추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비가 와서 못 가고 있어요. 그쪽은 밥 먹으러 왔어요?”전
#온연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 그쪽 몽요랑 똑같네요. 이 의심, 저 의심 하는 거 보니. 저 도착했어요. 옆에 세워 주세요.”차가 멈추고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황급히 자리를 떴다.멀어져 가는 그녀의 뒤 모습을 보던 전지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보아하니 진몽요가 아직 그와 헤어진 사실을 온연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곧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진몽요가 온연에게 문자로 원망 섞인 소식을 전했다. ‘일자리 찾는 거 너무 어려워. 게다가 오늘 비도 많이 오고. 짜증 나 죽겠어!’그때 온연은 손에 있던 일들을 거의 다 끝낸 상태였다. 그녀가 대답했다. ‘전지가 너 먹여 살릴 건데 뭐가 걱정이야? 예전에는 네가 도와 줬다면 이젠 걔가 너 도와 줘야 할 때지. 그 사람 이제 좋은 직장도 있고, 2억짜리 차도 몰고 다니고. 생활이 꽤 괜찮은 것 같던데. 너 일자리 찾는 건 천천히 해.’문자를 보내고 난 후 진몽요는 한참이 지나서도 답장이 없었다. 온연은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답장이 왔다. ‘나 전지랑 헤어졌어. 그 차 내가 생일선물로 사준 건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리 집 힘들 때 걔 그 차 팔아서 우리 집 도와줄 생각도 안 했어. 벌써 알아챘어야 했는데. 빨리 마음 접게.’온연은 그 문자를 본 후 침묵했다. 요즘 진몽요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는데 조금이라도 멘탈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벌써 못 버티고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다만 점심에 자신을 회사까지 데려다 준 전지가 진몽요랑 헤어졌다는 사실을 왜 그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전지가 티를 내지 않은 바람에 그녀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일순간 어떤 적절한 위로의 말을 건넬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진몽요가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 ‘난 괜찮아 연아. 나한테는 너랑 심개가 있는걸. 남자는 다 쓰레기야. 친구야말로 진짜지. 일자리 찾으면 밥 살게.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나 밥하러 갈게.’결국 온연은 ‘그래’라고 그녀에게 한마디 답장
#욕실에서 나오자 목정침은 이미 식탁에 앉아있었다. 그의 몸에는 옅은 회색의 홈웨어가 걸쳐져 있었고 머리는 약간 젖어있었다. 온몸에서 샤워 후의 상쾌한 향이 뿜어져 나왔다. 언제 어디서든 그는 항상 언행에 조심했다. 마치 한순간도 몸에 힘을 푼 적이 없는 듯 자세가 꼿꼿했다.온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식사에는 대하가 두 접시나 놓여있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특별히 대하를 그녀 앞에 놓아주셨다. 그녀는 전혀 사양하지 않고 대하 껍데기를 벗겨 맛있게 먹는 데에 집중했다. 이와 달리 목정침은 우아하게 앞접시를 들고 느긋하게 국을 먹기 시작했다.그는 온연이 위염에 걸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그녀에게 다른 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마저 들었다.. 그의 눈길이 느껴지자 온연이 마지못해 그에게 물었다. "왜요?"목정침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며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체 했다.그녀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계속 대하 껍데기를 벗겼다. 아직 밥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대하 두 접시를 깔끔하게 비웠다. 그러고는 입가심으로 국도 한 그릇 마셨다. 그녀는 자신이 밥을 배부르게 다 먹고 나서야 목정침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이 먹는 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온연은 혀를 내밀어 입가를 핥았다. 그녀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제가 너무 많이 먹었나요?"목정침은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 "알면 됐어. 뭐 먹고 싶으면 주방장한테 말해. 누구한테 하대당해 굶어 죽은 귀신 씌인 것처럼 굴지 말고."그녀는 자신 앞에 산처럼 쌓인 대하 껍데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도 자신이 너무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다 아마 더 있었다면 반 접시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옛날의 자신과 비교하면 식욕이 너무 왕성해졌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온연이 거실을 거니는 동안 목정침은 서재에서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온연은 미지근한 물 반
#온연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어젯밤 방에서 자지 않았었나? 왜 아침부터 서재에서 나오는 거지? 저 모습… 금방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그럼 한밤중에 안방에서 나와 서재로 간 건가?목정침의 행동이 온연의 머리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아침도 먹지 않고 바로 나와버렸다.유씨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죽을 들고 나왔다. 온연이 보이지 않자 그녀가 물었다. "연이는?"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눈에 계단에서 내려오는 목적침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깔려있는 어두움이 그녀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오전 내내 온연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고작 아침밥 한 끼 먹지 않았다고 이렇게 온몸이 힘이 없다니…. 심지어 머리는 어지럽고 속은 메스꺼웠다. 아침을 굶은 상태라 그런지 입덧 반응이 점점 더 심해졌다.퇴근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진몽요에게 전화가 왔다. "연아, 나 지금 너네 회사 밑인데 밥 사줄게. 빨리 내려와."일자리를 찾게 된다면 그녀에게 밥을 사주겠다는 진몽요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물었다. "일자리 찾았어?"진몽요는 대답을 피했다. "좀 이따 먹으면서 얘기하자~"퇴근시간이 되자 온연이 제일 먼저 회사를 나왔다. 회사 아래에서 기다리는 진몽요를 만난 후 두 사람은 근처 중국음식점에 들어가 앉았다. 진몽요는 예쁘게 꾸민 상태였다. 보아하니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적잖게 고생한 것 같았다.음식을 시킨 후 진몽요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어느 회사로 들어가게 됐는지 한번 알아맞혀 봐. 맞추면 선물 줄게!"지금 온연의 머릿속에는 온통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라 맞출 마음이 전혀 없었다. "모르겠어… 월급 많이 주는 곳인가 봐? 아니었으면 네 맘에 들지도 않았을 테고. 그래도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아무리 경력이 없다고 해도 전공만 맞으면 데려가려고 난리 나지." 진몽요의 눈동자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예전 걱정 없이 살던 때처럼. 집에 일이 생긴 후로 오랫동안 본 적 없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