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경호원과 동행했고, 그의 경호원과 경비원이 충돌이 일어났을 때 당천이 걸어 나왔다. “벌써 심문하러 오신 거예요? 행동이 참 빠르시네요. 제시카씨가 못 들어오게 하라고 막았어요. 그 분이 원한을 갖고 계시거든요. 전에 그쪽 회사에 찾으러 갔을 때 회사 문 앞에서 막으셨잖아요?” 목정침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 “내가 진짜 못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나 보죠?” 당천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분은 바보지만, 저는 바보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는 경비원에게 손을 흔든 뒤, 경비원은 한쪽으로 물러났다. 목정침은 무표정으로 경호원을 데리고 들어갔다. 당천이 제시카의 회사에서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걸 보면, 제시카와의 관계가 정당하지 못 할 뿐 아니라, 특별한 것 같았다. 당천은 여유롭게 목정침과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어쩌시려고요?” 목정침은 차가운 얼굴로 대답하지 않았다. 당천을 혀를 찼다. “진짜 사람을 무시하시네요. 이런 얼음 같으신 분을 온연씨는 어떻게 참는데요?” 그의 말에도 목정침은 관심을 주지 않았고 아예 입을 닫았다. 제시카 사무실 앞에 도착한 후, 목정침은 경호원과 문을 박차고 들어갔고,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던 제시카는 깜짝 놀았다. 당천과 목정침이 함께 들어오자 그녀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기에 꾸짖지 않았다. “빨리 오셨네요. 제가 그 쪽 회사 들어가는 건 그렇게 어려웠는데, 저희 회사는 꽤나 순조롭게 들어오셨네요.” 목정침은 옆에 있던 소파에 앉았고 눈빛은 서늘했다. “어떻게 하고 싶은 거예요?” 제시카는 그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눈빛엔 그를 향한 뜨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제가 어떻게 하고 싶은 거 같아요? 제가 원하는 거 잘 아시잖아요. 제가 처음으로 남자한테 거절을 당해서, 갖지 못하니까 더 미치겠더라고요. 저는 그쪽을 좋아해요. 그래서 당신을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모든 걸 갖고 싶어요. 게다가 목정침씨가 저를 먼저 건드렸잖아요. 그게 오해든 말든, 잘못한 건 책임지
제시카는 아양을 떨며 웃었다. “어떻게 처리하실 건데요?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남자들의 사상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목정침은 더 이상 더러운 말이 듣기 싫어 차가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대화가 안되니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네요. 내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는 곧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제시카의 뜨거운 눈빛은 그가 멀어질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당천이 옆에서 생각에 잠긴듯 보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 앞에서 다른 남자 꼬시려고 하는데도 넌 하나도 질투를 안 하네.” 당천은 입꼬리를 올렸다. “남자가 그렇게 많으신데, 제가 질투할 게 있나요? 저는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니 그럴 필요가 없어요. 몇 년 동안 만난 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지만, 목정침의 속내가 뭔지 잘 알아내세요. 국내에 있었던 시간도 짧아서 저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망하게 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 제시카는 신경쓰지 않았다. “조사해봤어. 18살 때 가족을 다 잃고, 사업계에서는 완전 천재지. 어린 나이에 혼자 독립해서 그동안 목가네에 버팀목이 되었으니까. 근데 그게 뭐? 결국은 사업하는 사람이고, 머리가 아무리 똑똑해도 남자잖아. 바람 안 피는 남자는 없어. 아무리 온연을 사랑해도, 시간이 지나면 지쳐서 신선한 게 필요할 거야. 지금 이미 내 손바닥 안에 있어.” 당천은 혐오하는 눈빛이었지만 순식간에 숨겨서 발견하지 못 했다. “당신이 좋으면 된 거죠, 마음대로 해요. 맞다… 이번에 귀국했을 때 보니까 거기 괜찮더라고요. 저 당분간 거기 좀 있고 싶어요. 마침 반년정도 쉬었고, 영감도 없어서 사람들한테 감 떨어졌다는 얘기 듣기 싫거든요. 가서 기분전환 좀 하고 싶어요.” 제시카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재떨이에 털었다. “그래? 단순히 기분 전환이 필요한 거야, 아님 그 여자애가 그리운 거야? 네가 귀국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당천아, 너가 내 밑에서 몇 년이나
그는 유명 디자이너라는 명예 호칭이 따라다니는 게 익숙했고, 제시카가 그를 쉽게 망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번엔, 제시카가 혼자 망하거나, 둘이 같이 망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겉 보기에 그는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생활은 그에게 하나도 영감을 주지 않는다는 걸 본인만 알고 있었다. 그는 반년 넘게 좋은 작품을 내지 못 했고, 그는 더욱 자신이 여자에게 기대어 사는 쓸모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제시카의 우려대로 그는 귀국해서 서양양을 찾고 싶었다. 이름처럼 따뜻한 햇빛 같은 여자였고, 그녀와 함께 있으면 그는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반년 동안 멈춰 있던 창작 영감이 다시 생겨났다. 그는 제시카를 없이도 여전히 탑급 디자이너인데다, 아직도 세상을 놀래 킬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 한 가지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의지한 게 제시카가 아닌 자신의 능력이라는 걸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저녁. 목정침이 묵은 호텔 벨소리가 울렸고, 그는 경호원을 시켜 문을 열었다. 그가 휴식을 취하기 전까지 경호원은 그의 곁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문 밖에 있던 사람은 호텔 프론트 직원이었고, 누군가 그에게 서류를 보냈다. 경호원은 그에게 물건을 건넸고, 보기에 서류 봉투는 특별한 게 없었지만, 내용물이 두꺼웠다. 그는 의심을 품고 열어보았다. 그를 의아하게 만든 건, 안에는 제시카가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의 은밀한 사진들이었고, 그 안엔 대담하고 노출이 심한 사진도 있었다. 간단하게 훑어봤는데, 안에 당천과 제시카의 사진이 없는 걸 보니 누가 보낸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이미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명예부터 무너 트리는 게 가장 좋았지만, 그의 자료는 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이 서류봉투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귀찮은 일을 덜어주었다. 그는 봉투를 잘 간수한 뒤 경호원에게 말했다. “당천 행방 좀 알아봐.”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목정침은 이번에 화가 난 채로 전화를 끊지 않고, 서류봉투를 들고 여유롭게 말했다. “그래요? 내가 못 알아내는 거 확실해요?” 제시카는 자신의 비밀 사업에 자신 있었다. “당연하죠, 그래서 만나실 거예요?” 목정침은 차갑게 썩소를 지었다. “만나는 건 필요 없을 것 같고요, 별 일 없으면 끊을게요.”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승부는 이미 결정이 났다. 다음 날, 해외 포털 사이트에 제시카가 여러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서 순식간에 퍼졌고,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었다. 제시카가 직접 나타나 이 기세를 가라 앉히기도 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각 포털 사이트에서는 민감한 정보들을 다 삭제했지만, 아무리 빨리 삭제를 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다. 제시카의 거주지도 다 노출이 되어 기자들이 다 둘러 쌌고, 목정침을 찾으러 가기는커녕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런 일은 상승세를 타고 계속 추격하는 게 좋았다. 목정침은 제시카의 비밀 자료들을 다 폭로했고, 몇 년 동안 탈세한 것까지 들켜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 이변이 없다면 그녀는 밀린 세금들을 메꿔야 할 뿐 아니라, 엄청난 벌금을 물고 심하면 감옥살이까지 해야 했다. 이 모든 일을 마친 후, 목정침은 귀국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는 제시카가 어떻게 발버둥치는지 까지는 볼 시간도 없고 필요도 없었다. 제시카는 이미 24시간 동안 집에 숨어 있었고, 그녀가 자랑스러워하던 호화로운 자택은 우습게도 그녀의 감옥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꼭꼭 잘 숨긴 걸 목정침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독한 목정침은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회사는 이미 조사가 들어갔고, 불법 탈세라는 죄명이 붙으면 그녀는 끝이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목정침이 어떻게 증거까지 수집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때 문득 당천이 자신에게 목정침을 조심하라던 게 생각이나 손을 떨면서 당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녀는 애써 침착하
화풀이를 한 뒤, 그녀는 독한 눈빛을 하고 노트북을 켠 뒤 그녀와 당천의 일까지 폭로했다. 어차피 다 끝난 마당에 그녀는 하나 더 알려진다고 두려울 게 없었다. ...... 며칠 후, 해외에서 들려온 바로는 증거가 충분하고 사태가 심각해서 제시카는 3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제시카를 위해 일했던 유명한 남자 디자이너들도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서 다 보이콧 되었다. 온연도 국내에서 회사 사람들이 당천 얘기하는 걸 듣고 이 모든 걸 알게 되었다. 목정침은 일찍 귀국했지만 디테일한 건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다 해결되었으니 안심하라고만 말했다. 당천이 갑자기 가버렸을 땐 엄 매니저는 엄청난 인물을 잃어서 아쉬워했지만, 당천이 사건이 터진 걸 알고 엄 매니저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심지어 회사 전 직원에게 커피를 사며 남의 불행을 보고 극도로 기뻐했다. 온연은 커피를 챙겨 서양양 책상 위에 올려주었다. “자.” 서양양은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있었다. “언니… 저는 커피를 못 마셔서, 언니 드세요.” 온연은 그녀의 어깨를 두들겼다. “당천씨 일 다 알았죠? 아마 제시카씨가 폭로한 것 같은데, 당천씨가 그 여자를 대신해서 몇 년을 희생했지만 결국 끝까지 가만두지 않았네요.” 서양양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돼요. 제시카씨는 좋은 여자도 아니고 좋은 사람도 아니지 않아요? 끼리끼리 논다고, 그럼 당천씨도 같은 사람이겠죠?” 온연은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생각하지 말아요. 저녁에 샤브샤브 먹으러 갈래요? 우리 애 수유 끊어서 이제 아무거나 먹어도 되거든요.” 서양양은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나중에요.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요. 아무래도 잠이 안 깨는 거 같아서 나중에 제가 대접할게요.” 온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한숨을 쉰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엄 매니저가 휘파람을 불며 그녀의 앞으로 왔다. “온연씨, 당천씨 일 다 진짜예요? 그런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온연은 벙쪘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아졌다. “그래도 당천씨가 양심이 있네요. 비록 제시카씨를 배신한 건 도박이었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서양양의 마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목정침은 화제를 돌렸다. “당천이 너 데려다 준 적 있는 거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왜 안도하고 있어? 너 지금 걔가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 온연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설마 대문에 감시 카메라 설치했어요? 유씨 아주머니가 말한 건아닐 것 같은데. 한번 데려다 준 적 있어요. 그땐 그 사람을 잘 모르기도 했고, 물론 지금도 잘 몰라요. 그것도 목적이 있었던 거 아닐까요? 물론 난 다른 생각한 적 없었어요. 게다가 서양양씨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둘이 잠깐 만났었는데, 그런 이상한 생각 좀 안 할 수 없어요? 제일 중요한 건, 난 당신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목정침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잘 아네. 나 오늘 저녁에는 야근 안 해도 돼. 당분간 그렇게 안 바쁠 거니까 집에서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온연은 창밖에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응’ 이라고 대답했다. 목정침은 나지막이 “그 ‘응’은 무슨 뜻이야? 내가 옆에 있어주겠다는데 안 기뻐? 내가 괜히 다정한 건가?” 온연은 고개를 돌려 웃으며 그를 노려봤다. “난 그냥 당신이 제시카씨가 탈세한 걸 어떻게 알아냈나 궁금해서요. 거기 오래있다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목정침은 가볍게 말했다. “그런 사람이 이런 짓을 하는 게 이상한가? 난 그냥 그 회사로 가서 가짜 장부를 만들어준 재무팀을 찾아서 협박 좀 하고, 보상으로 유혹했지. 해외에서는 탈세 행위를 신고하면 거액에 보상금을 주는데, 이런 유혹을 눈 앞에 두고 누가 숨겨주겠어? 사람 마음은 안 흔들리는 것 같지만, 가끔은 살짝 바람만 불어도 갈대처럼 흔들려. 그 여자가 사람의 마음을 매수하는 방식이 잘못됐어. 그건 이익과 협박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니까, 사
목정침은 당연히 거절했다. “꿈도 꾸지 마. 내 얼굴은 그런 여성스러운 걸로 망가트리지 못하게 만들 거야.” 그가 거세게 반항할수록 온연은 오기가 생겼다. 그녀는 팩을 꺼낸 뒤 그를 강제로 침대에 눕혔다. “움직이지 마요, 금방 다 될 거예요. 당신도 이 느낌 좋아할 걸요, 하고 나면 얼굴도 촉촉하고 있고 향긋해지는데, 좋은 거 아니에요? 자, 한번 해봐요.” 목정침은 매우 반항적이었고 계속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팩의 끈적거리는 액체가 몸에 닿자 그는 당황해서 크게 저항할 수 없었다. “치워, 난 이런 거 안 해!” 온연은 그가 세게 저항하지 않자 얼른 재빠르게 팩을 그의 얼굴에 붙였다. “이렇게 말 잘 들으면 얼마나 좋아요? 꼭 머뭇거린다니까.” 갑자기 온연의 핸드폰이 울렸고 어차피 할 일을 마쳤으니 그녀는 전화를 받으러 침대에서 내려가며 잊지 않고 그에게 당부했다. “혼자 팩 좀 피고 있어요, 주름 지면 골고루 안되거든요. 나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전화를 걸어온 건 서양양이었고, 일 얘기를 잠깐 한 뒤 급한 용건은 없었다.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자 목정침은 세심하게 얼굴에 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그가 팩을 뗐을 줄 알았는데… 벌써 생각이 바뀐건가?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당신 평소에 얼굴에 신경도 안 쓰는데 피부가 왜 그렇게 좋아요? 30살이 넘었는데 얼굴에 주름 하나도 없네요.” 목정침은 살짝 그녀를 흘겨보면서 그녀가 나이를 언급한 게 언짢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팩을 마치고 누운 뒤 목정침은 갑자기 그녀를 안았다. “사실… 문 앞에 감시 카메라 너 때문에 설치한 거야.” 그녀는 2초간 벙쪘다. “어… 그래서요?” 그는 망설였다. “전에 내가 해외에 3년 있었을 때, 너가 집에 제때 들어왔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지 다른 건 없었어. 나 감시 카메라 안 본지 한참 됐는데, 당천이 널 데려다 준 건 유씨 아주머니랑 임집사님이 하시던 얘기 듣고 안 거야.” 온연은 말을 하지
그가 굳어 있던 몸에 서서히 힘을 풀자 온연은 마음 편히 꿈나라로 향했다. ...... 봄이라 날씨가 풀리고, 사람들은 두꺼운 겉옷을 벗었다. 콩알이는 점점 더 빨리 기어서 유씨 아주머니의 체력뿐만이 아니라 온연의 체력도 딸렸고, 종종 콩알이 때문에 힘들어서 땀을 흘리곤 했다. 게다가 콩알이는 최근 걸음마를 떼는 움직임을 보이며 가끔씩 벽을 잡고 두 발짝 정도 걷다가 엉덩방아를 찌었지만, 넘어져도 울지 않고 씩씩했다. 진몽요는 벌써 출산 대기를 시작했다. 요즘 매일 온연에게 전화를 걸며 아이를 낳을 때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나,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는지, 반복해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 물으며 지나치게 초조해했다. 경소경은 손에 있던 일들을 다 내려놓고 매일 진몽요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예상 출산일이 다가오자 진몽요는 미리 입원을 했다. 원래 순산을 하기로 했고, 신체 조건도 받쳐줬지만 날짜가 다가오니 그녀는 말을 바꾸며 죽어도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했다. 온연이 병문안을 가서 말했다. “난 순산이 좋을 것 같아. 너 몸도 건강한데 순산 안 하면 아쉽잖아. 수술하면 회복도 더디고, 어차피 아픈 건 똑같은데 왜 생각을 바꿨어?” 진몽요는 요즘 초조해서 먹지도 못 하고 자지도 못 해서 혈색이 안 좋았다. 몇 달 동안 찌웠던 살들이 이제 점점 빠져가는 기미가 보였다. “그게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온연은 이해하지 못 했다. “뭐라고?” 진몽요는 비밀스럽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고 그녀는 순간 민망해졌다. “너도 참… 그런 걸 걱정한다니, 순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다들 큰 문제없지 않아?” 진몽요의 생각은 달랐다. “넌 제왕절개 했으니까 당연히 걱정할 게 없겠지.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만약 회복이 안되면 너무 속상하잖아? 난 칼로 배를 째더라도, 그 사람과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어. 순산만 생각하면 무서워…” 온연은 투덜거렸다. “그래 그래, 내가 했던 말들은 안 들은 걸로 해, 너만 좋으면 됐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