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벙쪘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아졌다. “그래도 당천씨가 양심이 있네요. 비록 제시카씨를 배신한 건 도박이었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서양양의 마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목정침은 화제를 돌렸다. “당천이 너 데려다 준 적 있는 거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왜 안도하고 있어? 너 지금 걔가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 온연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설마 대문에 감시 카메라 설치했어요? 유씨 아주머니가 말한 건아닐 것 같은데. 한번 데려다 준 적 있어요. 그땐 그 사람을 잘 모르기도 했고, 물론 지금도 잘 몰라요. 그것도 목적이 있었던 거 아닐까요? 물론 난 다른 생각한 적 없었어요. 게다가 서양양씨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둘이 잠깐 만났었는데, 그런 이상한 생각 좀 안 할 수 없어요? 제일 중요한 건, 난 당신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목정침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잘 아네. 나 오늘 저녁에는 야근 안 해도 돼. 당분간 그렇게 안 바쁠 거니까 집에서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온연은 창밖에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응’ 이라고 대답했다. 목정침은 나지막이 “그 ‘응’은 무슨 뜻이야? 내가 옆에 있어주겠다는데 안 기뻐? 내가 괜히 다정한 건가?” 온연은 고개를 돌려 웃으며 그를 노려봤다. “난 그냥 당신이 제시카씨가 탈세한 걸 어떻게 알아냈나 궁금해서요. 거기 오래있다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목정침은 가볍게 말했다. “그런 사람이 이런 짓을 하는 게 이상한가? 난 그냥 그 회사로 가서 가짜 장부를 만들어준 재무팀을 찾아서 협박 좀 하고, 보상으로 유혹했지. 해외에서는 탈세 행위를 신고하면 거액에 보상금을 주는데, 이런 유혹을 눈 앞에 두고 누가 숨겨주겠어? 사람 마음은 안 흔들리는 것 같지만, 가끔은 살짝 바람만 불어도 갈대처럼 흔들려. 그 여자가 사람의 마음을 매수하는 방식이 잘못됐어. 그건 이익과 협박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니까, 사
목정침은 당연히 거절했다. “꿈도 꾸지 마. 내 얼굴은 그런 여성스러운 걸로 망가트리지 못하게 만들 거야.” 그가 거세게 반항할수록 온연은 오기가 생겼다. 그녀는 팩을 꺼낸 뒤 그를 강제로 침대에 눕혔다. “움직이지 마요, 금방 다 될 거예요. 당신도 이 느낌 좋아할 걸요, 하고 나면 얼굴도 촉촉하고 있고 향긋해지는데, 좋은 거 아니에요? 자, 한번 해봐요.” 목정침은 매우 반항적이었고 계속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팩의 끈적거리는 액체가 몸에 닿자 그는 당황해서 크게 저항할 수 없었다. “치워, 난 이런 거 안 해!” 온연은 그가 세게 저항하지 않자 얼른 재빠르게 팩을 그의 얼굴에 붙였다. “이렇게 말 잘 들으면 얼마나 좋아요? 꼭 머뭇거린다니까.” 갑자기 온연의 핸드폰이 울렸고 어차피 할 일을 마쳤으니 그녀는 전화를 받으러 침대에서 내려가며 잊지 않고 그에게 당부했다. “혼자 팩 좀 피고 있어요, 주름 지면 골고루 안되거든요. 나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전화를 걸어온 건 서양양이었고, 일 얘기를 잠깐 한 뒤 급한 용건은 없었다.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자 목정침은 세심하게 얼굴에 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그가 팩을 뗐을 줄 알았는데… 벌써 생각이 바뀐건가?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당신 평소에 얼굴에 신경도 안 쓰는데 피부가 왜 그렇게 좋아요? 30살이 넘었는데 얼굴에 주름 하나도 없네요.” 목정침은 살짝 그녀를 흘겨보면서 그녀가 나이를 언급한 게 언짢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팩을 마치고 누운 뒤 목정침은 갑자기 그녀를 안았다. “사실… 문 앞에 감시 카메라 너 때문에 설치한 거야.” 그녀는 2초간 벙쪘다. “어… 그래서요?” 그는 망설였다. “전에 내가 해외에 3년 있었을 때, 너가 집에 제때 들어왔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지 다른 건 없었어. 나 감시 카메라 안 본지 한참 됐는데, 당천이 널 데려다 준 건 유씨 아주머니랑 임집사님이 하시던 얘기 듣고 안 거야.” 온연은 말을 하지
그가 굳어 있던 몸에 서서히 힘을 풀자 온연은 마음 편히 꿈나라로 향했다. ...... 봄이라 날씨가 풀리고, 사람들은 두꺼운 겉옷을 벗었다. 콩알이는 점점 더 빨리 기어서 유씨 아주머니의 체력뿐만이 아니라 온연의 체력도 딸렸고, 종종 콩알이 때문에 힘들어서 땀을 흘리곤 했다. 게다가 콩알이는 최근 걸음마를 떼는 움직임을 보이며 가끔씩 벽을 잡고 두 발짝 정도 걷다가 엉덩방아를 찌었지만, 넘어져도 울지 않고 씩씩했다. 진몽요는 벌써 출산 대기를 시작했다. 요즘 매일 온연에게 전화를 걸며 아이를 낳을 때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나,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는지, 반복해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 물으며 지나치게 초조해했다. 경소경은 손에 있던 일들을 다 내려놓고 매일 진몽요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예상 출산일이 다가오자 진몽요는 미리 입원을 했다. 원래 순산을 하기로 했고, 신체 조건도 받쳐줬지만 날짜가 다가오니 그녀는 말을 바꾸며 죽어도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했다. 온연이 병문안을 가서 말했다. “난 순산이 좋을 것 같아. 너 몸도 건강한데 순산 안 하면 아쉽잖아. 수술하면 회복도 더디고, 어차피 아픈 건 똑같은데 왜 생각을 바꿨어?” 진몽요는 요즘 초조해서 먹지도 못 하고 자지도 못 해서 혈색이 안 좋았다. 몇 달 동안 찌웠던 살들이 이제 점점 빠져가는 기미가 보였다. “그게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온연은 이해하지 못 했다. “뭐라고?” 진몽요는 비밀스럽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고 그녀는 순간 민망해졌다. “너도 참… 그런 걸 걱정한다니, 순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다들 큰 문제없지 않아?” 진몽요의 생각은 달랐다. “넌 제왕절개 했으니까 당연히 걱정할 게 없겠지.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만약 회복이 안되면 너무 속상하잖아? 난 칼로 배를 째더라도, 그 사람과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어. 순산만 생각하면 무서워…” 온연은 투덜거렸다. “그래 그래, 내가 했던 말들은 안 들은 걸로 해, 너만 좋으면 됐지. 나
“진몽요씨도 곧 출산이죠?” 온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손에 도시락 통을 든 아택이 있었다. 보아하니 진몽요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한 안야도 곧 출산이라 입원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안야도 곧이죠?” 아택은 ‘네’ 라고 대답했다.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는 그 자리에서 서서 온연이 먼저 들어간 다음에 따라 들어갔다. 지금 보니 이전에 안야는 쓸데없이 고생을 한 것 같았다. 아택은 아이의 생부이고, 또 세심한 신사였다. 안야는 이제 이 사람이 있으니 앞으로 고생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온연과 아택은 원래도 친하지 않아서 간단하게 두 마디 정도만 나눴다. 하지만 아택과 우연한 만남은 예군작이라는 ‘시한폭탄’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언제 터질지 몰랐다. 예가네 저택. 식탁. 예가네 어르신은 국청곡을 잘 챙겨주었고, 식탁 위에는 대부분 임산부를 위한 요리들이 가득했으며 요리를 집는 행동마저도 그녀가 직접 못 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가네에 시집가면 모든 게 다 완벽할지 몰라도 유일하게 예군작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르신이 잘 해줄수록 예군작은 더 선명하게 차가워졌다. 어르신은 늘 예군작이 국청곡을 대하는 태도를 눈뜨고 봐주지 못 했다. “군작아, 청곡이 배가 갈수록 나오는데, 너 다리 회복하는 김에 좀 더 같이 있어줘. 맨날 멍 때리면서 쓸데없는 생각만 하지 말고.” 예군작은 무표정으로 밥을 먹으며 대꾸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국청곡은 억지로 웃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군작씨가 다리 때문에 자유로운 생활을 못 해서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것 뿐이에요. 저는 이해할 수 있어요. 저 같은 임산부의 기분도 잘 보살펴 주시듯이 이 사람 기분도 똑같으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요즘 매일 같이 집에 있잖아요? 제가 보고싶을 때 볼 수 있으니 같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국청곡이 철이 들수록 어르신은 못난 예군작을 한심해했다. 예군작
진몽요의 이름을 듣자 예군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 일에 관심 끄고 본인 일이나 잘해요.” 그녀는 물었다. “내가 너무 진몽요씨한테 ‘관심’을 갖을까 봐 무서운 거죠? 걱정 마요, 아무 짓도 안 해요. 난 지금까지 그런 사람도 아니었고, 이 얘기를 하는 건 단지 당신한테 그 여자 상황을 알고 있으라는 거예요. 어차피 내가 말 안 해도 알고 있을 테지만요, 아닌가요?” 예군작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진몽요의 모든 걸 주시하고 있었고, 그녀가 지금 출산 대기중이라 입원한 것도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 순간, 국청곡은 진정으로 자신이 심리적 피로감으로 인해 지친 게 느껴졌다. 예군작은 마치 영원히 뜨거워지지 않을 돌 같았고,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지막에 결국 돌아오는 건 그의 차가움이었다. 가끔 그가 따뜻하게 대해도 결국 다 옆 사람 때문에 보여주는 가식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남은 임신기간을 우울속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 침묵한 뒤 그녀가 말했다. “내일 그냥 해성으로 돌아가서 태교하는 게 좋겠어요. 여기는 적응이 안되서요.” 적어도 국가네로 돌아가면 그녀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고, 여기서 시시때때로 마음 졸이면서 남의 생각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었다. 예군작은 짜증섞인 듯 말했다. “마음대로 해요! 여자들은 다 이렇게 성가셔요?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나간다고 그러고, 이런다고 해서 내가 달라질 줄 알아요?” 국청곡은 최대한 기분을 억눌렀다. “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그냥 단순히 여기 있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아요. 장기적으로 마음에 부담을 갖으면 아이한테도 안 좋을 거 같아서요. 당신이랑 화내면서 싸울 생각도 없고, 당신이 가식적으로 나를 기쁘게 해주는 건 더더욱 기대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할래요…” 말을 한 뒤, 그녀는 뒤돌아 다시 밥을 먹으러 갔다. 어르신은 촉촉한 그녀의 눈가를 보고 물었다. “쟤가 또 너 화나게 했어?” 국청곡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살짝
어르신은 그녀가 흥분한 걸 보고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청곡아, 오해야, 할아버지 뜻은 그런 게 아니야. 나도 네가 너희 가족들 앞에서 군작이를 감싸 주는 걸 원치 않아. 걔가 널 어떻게 대하는지 나도 알고 있고 다 걔 잘못이지. 할아버지는 그냥 너희가 갈등 때문에 별거를 하게 되면 문제는 해결도 안되고 더 멀어질까 봐 그래. 만약 정말 돌아가고 싶으면 군작이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가기 전에 꼭 사이좋게 화해하고, 알겠지?” 국청곡은 어르신의 속셈을 추측하는데 마음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겉과 속이 다른 건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계속된 추측에 너무 지쳤다. 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고, 다시 눈치 보고 않고 그저 마음 편히 아이를 낳고 싶었다. “네, 알겠어요.” 밥을 다 먹고 방에 돌아온 온 뒤에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어르신이 예군작에게 그녀를 직접 해성으로 데려다 주라고 한데에는 묘한 이치가 숨겨져 있었다. 예군작은 아마 높은 확률로 무시할 것 같았고, 그러니까 어르신의 말은 그녀가 만약 가고 싶다면 예군작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만약 예군작이 데려다 주지 않는 다면, 그녀는 떠날 수 없었고, 어르신은 그런 예군작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어르신은 그녀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예군작에 말에 그녀는 깨우쳤다. 그녀는 예가네에게 남일뿐이었고, 어르신이 이전에 그녀에게 잘해주었던 건 정말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없었다. 목적을 갖고 있는 호의는 어떠한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이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예군작에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당신 보고 나 해성에 데려다 주래요. 난 그저 돌아가서 태교하고 싶고, 아이 낳으면 다시 돌아올 거예요. 난 해성에서 자랐으니까 여기서의 모든 게 다 낯설어요. 전에는 임신중이 아니었으니 극복하고 참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임신중이라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더 커졌어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니까 당신이 내 생각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의외로 예군작은 이
서양양은 그녀가 장난치는 것 같지 않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언니,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이렇게 다급한 적이 처음이신 거 같아서…” 온연은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 뒤 흥분된 기분을 억지로 가라 앉혔다. “친구가 출산한다고 해서요. 지금 기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해요. 당장 가봐야 해서 샘플은 양양씨한테 맡겨야 할 것 같네요. 갔다 오면 밥 살게요!” 서양양은 안도했다. “저번에 같이 밥 먹었던 그 분 맞죠? 몽요언니요. 벌써 출산하실 줄은 몰랐는데 걱정 마시고 얼른 가보세요. 회사 일은 저한테 맡기시고요. 저는 언니한테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어요…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네요.” 아이가 태어난 다는 건 좋은 일이 맞지만, 온연에게는 진몽요의 안전이 더 중요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녀가 급하게 병원에 도착했을 때 경가네 사람들과 강령이 모두 와 있었다. 다들 수술실 밖을 지키며 긴장해서 얼굴이 창백해졌고, 심지어 경소경은 살짝 떨고 있었지만 벽에 기대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온연도 원래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으나 똑같은 표정인 그들을 보자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사실 제왕절개 수술은 안전성이 높아요. 사고 날 확률이 적으니까 다들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돼요. 특히 경소경씨, 너무 떨지 마세요.” 경소경은 민망해서 헛기침을 했다. “저… 저 안 떨었어요… 막말 마세요, 저 하나도 긴장 안 했는 걸요. 그냥 애 낳는 거잖아요?” 하람은 이 말을 듣고 긴장된 상황에서도 아들에게 한 마디 했다. “그냥 애 낳는 거? 너가 이런 말을 하고도 사람이야? 몽요는 안에서 힘겹게 수술중인데, 넌 마음이 놓여? 네가 나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는 것만 안 봤다면 널 팼어야 내 화가 풀렸을 거야.” 여기에 온 뒤에야 온연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그녀가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 진몽요는 전지를 만나고 나서 불행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진몽요가 가장 행복했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다 웃었고 온연은 다가가서 말했다. “괜찮아, 나중에 몸 좀 회복되면 둘째 낳아야지. 제왕절개는 한 3년 지나야 다시 임신할 수 있는 거 같던데, 그때면 우리 콩알이가 네 딸보다 4살정도 많을 테니 딱이네. 급하지 않으니까 우선 몸부터 챙겨.” 온연의 말을 듣고 진몽요는 마음편히 잠에 들었다. 그녀가 잠들자 경소경은 깜짝 놀랐다. “의사 선생님! 이 사람 왜 이래요? 이렇게 갑자기 잠들 수 있는 거예요? 기절한 거 아니에요?” 옆에 아직 있던 의사는 눈가가 씰룩거렸다. “아니요… 마취 기운이 아직 남아서 잠드는 게 정상이에요. 수술은 성공적으로 됐으니 혼자 너무 호들갑 떨지 마세요. 산모도 안 놀랐는데 본인이 더 놀라시면 안되죠. 우선 산모부터 편히 쉬실 수 있게 병실로 옮기도록 하죠.” 온연은 경소경의 어깨를 토닥였다. “들었죠? 뭘 그렇게 놀라요? 몽요가 아이를 안 낳았으면 소경씨 간이 이렇게 작은 줄 모를 뻔했네요. 얼른 병실로 옮기죠.” 진몽요가 잠든 시간동안, 병실에서 사람들은 큰 소리로 떠들지 못 했다. 하람은 목소리를 낮춘 채 아이를 소중히 다뤘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잠만 잤고 잠깐 배가 고파서 울려고만 하면 누군가 바로 젖병을 가져왔다. 진몽요의 수면에 방해될까 봐 아이에게 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이는 건강했다. 3.6키로로 태어나 수술실에 우렁찬 울음소리가 퍼졌고, 임신중에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했다는 게 보일 정도로 기운이 넘쳤다. 하늘이 어두워질 때쯤, 진몽요는 슬슬 잠에서 깨어났고 눈을 뜨기도 전에 신음소리를 냈다. ”아파 죽겠네…” 경소경은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수술한 곳 아파요?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통증 완화할 수 있는 방법 없는지 좀 물어볼게요.”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수술 동의서 쓸 때 의사 선생님이 필요한 약은 다 썼다고 한 말 잊었어요? 특히 진통제는 지금 옆에 걸려 있잖아요. 내가 약발이 잘 안 받나봐요. 사실 엄청 아픈 건 아니고 생리통이랑 비슷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