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후 목정침은 상황을 물었고 온연은 아이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통통한 자식, 3.5키로가 넘어요. 엄청 건강하고 경소경씨랑도 꽤나 닮았어요.” 목정침은 말없이 생각에 잠긴 듯했다. “무슨 생각해요?” 그녀가 물었다. 그는 멈칫하다가 말했다. “진몽요가 애를 낳았으니 예군작이 가만히 안 있을 거 같아서.” 온연의 기쁘던 마음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러게요, 몽요가 안정적으로 애를 낳게 해준 것도 이미 그 사람 인내심의 한계일 텐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요. 경소경씨도 속으로 분명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예군작이 전지라는 건 조만간 들통나겠죠.” 목정침은 계속해서 돌을 던졌고 그녀의 마음 속엔 파도가 일렁였다. “예군작이 오늘 국청곡을 해성에 데려다줬어. 국청곡도 임신한지 몇 개월 됐는데, 이럴 때 그 여자를 돌려보낸다는 건 분명 어떤 액션을 취하려는 거겠지. 국청곡이 여기 있으면 걸림돌이니까.” 온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국청곡은 왜 해성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거예요? 그 여자는 지금까지 하나도 의심을 안 한 걸까요? 아니면 예군작이 다른 여자랑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걸까요? 이제 국청곡이 떠났으니 예군작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네요.” 목정침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국청곡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증거는 충분히 많이 잡았을 텐데 말이야. 됐어, 우리는 이미 준비된 생각들이 있잖아. 일어나지 않은 일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소경이한테만 조심하라고 하자.” 목가네로 돌아온 뒤 온연은 골치거리를 잠시 접어두고 아이에게 집중했다. 콩알이랑 같이 있을 때면 그녀는 마음에 긴장을 풀고 아무런 생각도 안 할 수 있었다. 마침 진락이 밖으로 짐을 옮기고 있었고, 그녀는 아이를 안고 그를 놀렸다. “벌써 나가는 거예요? 앞으로는 두 사람의 생활이 되겠네요. 미리 행복을 빌어요.” 진락은 그녀의 말에 민망해졌다. “사모님… 아직이에요. 벌써 놀리지 마세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까요.” 온연은 혀를 찼다. “왜 그런
목정침은 그녀를 몇 초간 응시했다. “내가 진락한테 뭐 줬는지 안 물어봐?” 온연은 입술을 씰룩거렸다. “물어볼 게 뭐가 있어요? 당연히 돈이겠죠. 당신은 겉으론 차가워 보여도 주변 사람들한테는 잘해주잖아요. 특히 진락, 유씨 아주머니, 임 집사님은 같이 목가네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한테요. 지금 진락은 당연히 예전보다 돈도 더 많이 들 테고, 결혼하면 집도 사야해서 다 돈 써야 될 일 밖에 없잖아요. 돈 말고 당신이 뭘 줄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이제 반쯤은 가정이 생긴 사람인데, 앞으로 일하는 시간도 조정해줘요. 24시간 대기하게 만들지 말고요.” 목정침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근무시간은 이미 상의했어. 돈 얘기는 너무 평범해 보이잖아. 그리고 돈 줘도 안 받아. 너무 많이 주면 걔가 해고당한다고 느끼는 거 같아. 혼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죽어도 안 받으려고 하고, 너무 적게 주자니 또 내가 쪼잔한 거 같잖아. 그래서 집 열쇠로 줬어, 신혼집으로 쓰면서 계속 거기서 살 수 있게. 주는 거라고는 안 했어 안 받을까 봐. 집 호적 얘기는 나중에 하지뭐. 지금 얘기하면 그 성격상 절대 안 받아. 돈보다는 집으로 주는 게 낫지. 그래도 내 밑에서 몇 년 동안 있었는데 집 사는데 돈을 다 쓰게 할 수는 없잖아. 지금 걔한텐 집이 제일 필요할 거야.” 온연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왜 그 생각을 못 했죠? 역시 당신은 생각이 깊네요.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제일 큰 지출이 집일 텐데, 당신이 바로 집을 사주면 훨씬 수월하겠어요.” 목정침은 갑자기 그녀의 코를 꼬집었다. “내가 마음대로 너랑 상의도 없이 집을 사줬는데, 넌 불만도 없어? 그래도 이건 우리의 공동 재산인데, 넌 그렇게 별 생각이 없는 거야? 그래도 먼저 물어볼 수는 있었잖아?” 아이는 그의 동작을 따라하며 온연의 코를 꼬집었고, 온연은 아이의 손을 치웠다. “비록 우리가 결혼 전에 재산공증은 안 받았지만, 이게 다 당신 돈이고 당신 재산인 거 알고 있어요.
서양양이 택시를 타고 왔을 때 목정침은 이미 밥을 다 먹고 콩알이를 데리고 위층에 올라가 있었다. 온연은 거실에서 서양양과 얘기를 나눴고, 서양양이 떠나려 할 때 마침 비가 그쳤다. 공기는 비가 그친 후에 상쾌한 냄새와 빗물의 습기가 섞여 있었다. 온연은 서양양을 택시타는 길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일 봐요.” 서양양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얼른 들어가세요 언니, 내일 봬요. 맞다, 언니네 집 너무 예뻐요, 역시 비싼 저택 답네요~” 온연은 웃으며 차가 멀어진 뒤에야 집으로 들어갔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서양양은 차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런 꽉 찬 하루도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가슴 아픈 생각을 할 여유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유가 생기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마치 지금처럼… 제시카가 감옥에 들어가고, 당천도 연루가 되었으니 당천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생각을 잠겼다가 그녀는 갈수록 창밖 풍경이 낯설어 지는 게 느껴졌다. 자신 같은 젊은 여자 혼자서 이 저녁에 택시를 탔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당황했다. 그녀는 슬쩍 눈 앞에 택시 기사를 보았고, 기사의 얼굴은 차 흔들림 때문에 살결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도 같이 떨렸다. 그녀는 순간 젊은 여성들이 늦은 시간 택시에서 범죄를 당한 뉴스들이 생각나 공포심이 마음을 지배했다. 여기서 그녀의 집까지는 아직 멀리 남은데다가, 이 길은 점점 더 낯설고 외진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그녀는 이빨까지 떨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아빠가 잘 때 핸드폰 전원을 끄고 잔다는 게 생각났고, 이 시간에 부모님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럴 땐 이성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는 연기를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그녀는 연락처를 뒤지며 당천의 번호에 시선이 멈췄다. 그녀는 귀신에 홀린듯이 전화를 걸었고, 전화가 연결되자 당천이 말을 하기도 전에 얼른 말했다. “어디서
그녀는 1초간 망설이다가 그를 믿기로 했다. 그녀는 그가 정말로 국내에 있을 줄 몰랐고, 이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켜고 황급히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가로등 아래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비춰졌고, 바닥에 닿는 구두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서 그녀의 심장을 울렸다. 그녀는 애써 침착하며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저 걷고 있어요, 어디까지 왔어요…?” 그가 어디까지 왔는지 물어보는 것 외에는 지금 이 관계에서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지 몰랐다. 당천은 운전을 하고 있어서 빠르게 대답했다. “근처요.” 그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 들려왔고, 텅빈 저녁에 울려퍼지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좋고, 맑고, 매력적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약 10분이 지나고, 그녀가 마음을 졸인 그 10분이 흘러가자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 한참을 멀리 지나친 후에 갑자기 멈춰서 다시 후진했다. “타요.” 서양양은 당천의 목소리를 듣고 차 문을 연 뒤 탔다. 몸은 아직도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감사해요…” 당천은 대답하지 않고 운전을 하며 계속 주변을 둘러봤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저 차가 계속 그쪽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나한테 전화해서 다행이에요.” 서양양은 그의 시선을 따라 밖을 보았고, 역시나 그 차는 그녀가 차에 타는 걸 보고 유턴을 해서 돌아갔다. 그녀는 또 두려움을 느꼈다. 만약 당천이 몇 분이라도 늦었거나, 해외에 있었거나,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걸 선택했다면, 아마 무서운 일을 당했을 테다. 서양양은 계속 참아왔던 눈물을 그제서야 터트렸다. “앞으로 혼자 택시 못 타겠어요, 너무 무서워요.” 당천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사실 그렇게 무서울 것도 없어요.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문제없으니까요. 내가 차 번호 기억해 뒀으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 이제 집에 데려다 줄까요?”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
당천의 표정엔 장난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쪽도 내가 여자 등쳐 먹는 쓰레기라고 생각하죠?” 서양양은 순간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녀가 단호하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가식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2초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려던 찰나에 당천이 막았다. “됐어요, 대답 안 해도 돼요. 난 다른 사람 생각 신경쓰지 않아요.” 분위기는 살짝 굳었고, 서양양은 차 안이 답답해서 창문을 열었다. 저녁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치며 샴푸 향기가 차 안에 퍼져 좋은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당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머리 묶어요.” 그녀는 어색하게 말했다. “머리끈 없는데…” 그는 마법처럼 머리끈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자.” 머리끈을 받고 나니 더 어색해졌다. 그건 그녀가 전에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때 두고 간 거였는데 그가 아직까지 갖고 다닐 줄도 몰랐을뿐더러…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그녀가 이상한 생각을 할 때 당천이 웃었다. “설마 내가 그쪽을 그리워해서 그쪽 물건을 안 버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버리려고 했는데 계속 시간이 없었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뿐이에요. 내 옷이랑 같이 이미 몇 번이나 빨았어요.” 그녀는 그 순간 실망했다. “안 버려서 다행이네요. 저 이 머리끈 좋아하거든요.”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서양양은 가방에서 열쇠를 뒤졌지만 열쇠의 짤랑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심장이 철렁했다. 당천은 그녀의 동작을 보고 물었다. “설마 열쇠 안 챙겨온 건 아니죠?”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네, 안 챙겼네요. 근데 괜찮아요, 집에 부모님 계셔서 문 열어 달라고 하면 돼요.” 당천은 손목시계를 보다가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 “11시가 넘었는데, 안 혼나는 거 확실해요? 저번에 그랬던 거 같은데, 어머님이 잘 때 누가 깨우면 죽여버릴 정도로 성질이 더럽다고요.” 서양양은 대답을 못 했다. 혼나지 않는 건 불가능했고, 심지어 지금 엄마한테 혼날
다시 한번 당천의 별장에 들어오자 당천을 자신을 비웃듯이 웃었다. “이 집, 내가 예전에 회사 대표로 나간 대회에서 상 받아서 제시카씨가 준 거예요. 내가 공짜를 좋아해서 이 집을 받은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한테 가져다준 이익이 이 집보다 훨씬 커서 부끄럽지 않게 받은 거예요.” 서양양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당천씨... 제시카씨 좋아해요?” 그녀는 그와 제시카의 사이를 안 후, 계속 이 질문이 하고 싶었다. 당천은 그녀를 뚫어져라 보았다. “알고싶어요?” 그녀는 그의 시선이 불편했다. “저… 전 그냥 물어본 거예요, 말하기 싫으면 말아요.” 당천은 술장에서 술을 한 병 꺼낸 뒤 그녀에게 한 잔 따라주었다. “말하기 싫을 것도 없고, 말못할 것도 없어요. 한 때는 존경했었죠. 벌써 몇 년이나 됐네요. 젊었을 때 사랑에 환상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운이 좋은 사람은 자기랑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서 지지고 볶는 연애를 하겠죠. 운이 안 좋은 사람은 희생양이 되는 거고요.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그 사람은 나랑 연애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많은 남자들한테 둘러 쌓인 그 느낌이라는 걸요. 신선함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나는 그나마 그 사람 곁에서 비교적 오래 머무른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 곁에 있던 남자들은 수도 없이 많이 봤죠. 우리가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안 다음엔, 그 존경심이 증오가 되었어요. 아직까지도 그 사람한테는 증오만 남았죠. 나중에 계속 치근덕 댄 것도 결국 다 이익 때문이었겠죠.” 서양양은 살짝 이해가 됐다. “그럼 안 좋아하는 거네요? 저도 제시카씨 만나 봤어요. 분위기 있고 잘 꾸미고 당연히 돈도 많아 보였죠. 그런데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그 분 욕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살짝 놀랐어요.” 말을 하면서 그녀는 긴장해서 술을 한 모금 크게 마셨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강렬한 맛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삼켰다. 그녀가 평생 술을 마신
어제 저녁 당천은 아마 늦게 잠들었는지 그녀가 갈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적어도 간다는 말을 해야 예의가 있는 것 같아 그에게 메모 한 장을 남겼다. 회사에 도착해서 문을 들어서자 그녀는 온연에게 붙잡혔다. “양양씨 어머님 오셨어요. 회사 사람들한테 어제 밤샘근무 했냐고 물으셨는데, 어제 회사에 사람이 없던 걸 알고 엄청 화나신 채로 기다리고 계세요. 어제 저녁에 어디 갔었어요? 택시 타는 거 내가 봤잖아요. 집으로 바로 안 갔어요?” 서양양은 얼굴색이 하얘졌다. “언니… 엄마가 올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저 좀 꼭 도와주세요! 어제 택시 타긴 했는데 택시 기사한테 문제가 좀 있었어요. 저를 외진 곳으로 데려가길래 무서워서 당천씨한테 전화했고 그 분이 절 데리러 와줬어요. 왔다 갔다 하니까 시간도 많이 늦었고 또 열쇠를 안 챙겼는데 저희 부모님은 주무실 때 늘 핸드폰을 꺼놓으시거든요. 그래서 깨우면 안될 거 같아서 당천씨 집으로 갔어요. 엄마한테 제가 남자 집에서 잔 거 걸리면 전 죽음이에요! 언니…”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당천씨랑요…?” 서양양은 그녀가 잘못 생각한 걸 알고 얼른 손을 저었다. “아니요, 다른 거 없이 진짜 잠만 잤어요! 사실 진짜 좋은 분이세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랑 달라요. 어제 그 분 아니었으면 오늘의 생사도 확신할 수 없어요. 언니, 저랑 같이 엄마한테 거짓말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다음에는 절대 이럴 일 없을 거예요! 부탁드려요!” 온연은 서양양이 평소에 거짓말을 안 하는 걸 알고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양양씨가 회사에서 엄마한테 혼나는 모습을 볼 순 없으니까요. 가요, 올라가서 어제 우리집에서 잤다고 하죠.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무슨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내가 책임질게요.” 위층 사무실에 도착하자 서양양의 엄마는 서양양 앞을 가로 막았다. “너 어제 어딨었어? 나한테 감히 거짓말까지 하고, 회사에서 야근도 안 했더만. 어쩐지 이상하더라, 어떤 회사에서 밤샘
온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 서양양과 당천의 관계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당천은 이런 일을 당해서 앞 날이 캄캄한데, 그녀는 서양양과 당천의 일을 어떻게 봐야할지 몰랐다. 흘러 가는대로 두는 수밖에. 오후 퇴근 시간. 목정침은 그녀를 데리러 왔고, 두 사람을 과일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진몽요는 아파서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 했고, 예전의 그녀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수술 둘째날에는 무조건 침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매일 맞는 수액의 양만 봐도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가야했다. 매번 진몽요는 화장실을 갈때마다 처참하게 울었고, 소리를 들으며 부축하는 경소경도 식은땀을 흘렸다. 온연과 목정침이 온 걸 보고 진몽요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었다. “연아, 이럴 줄 알았으면 네 말 듣고 순산할 걸 그랬어, 아파 죽을 거 같아…” 온연은 그녀를 부축해서 눕힌 뒤 그녀에게 바나나 한 개를 까주었다. “세상에 후회를 치료할 약은 없어. 순산도 아파, 낳는 속도도 느리고. 태동이 느껴지는 순산부터 낳을 때까지 며칠이나 걸리는데, 그 기간 내내 계속 아프니까 제왕절개보다 더 나을 건 없어. 어찌됐든 아픈 건 다 똑같아. 회복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문제지. 당분간 영양가 있는 거 많이 먹어. 그래야 회복도 빠르고, 한 이틀 지나면 안 아플 거야. 나 믿고 좀만 참아.” 경소경은 세심하게 진몽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말아요, 엄마가 산후조리 할 때는 울면 안된다고 했어요. 후유증 남으면 안되잖아요.” 진몽요는 원망스럽게 그를 보았다. “난 아직까지도 그때 무슨 생각으로 애를 낳겠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해야 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거죠? 죽었다 다시 살아난 느낌이에요…” 경소경은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입가에 대고 세심하게 어루만졌다. “알아요, 나 다 알아요. 당신 고생 많았어요. 남은생은 내가 더 고생할 테니까 딱 이번만 나 대신 참아줘요.” 목정침은 작은 침대에 있던 아이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