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당천의 별장에 들어오자 당천을 자신을 비웃듯이 웃었다. “이 집, 내가 예전에 회사 대표로 나간 대회에서 상 받아서 제시카씨가 준 거예요. 내가 공짜를 좋아해서 이 집을 받은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한테 가져다준 이익이 이 집보다 훨씬 커서 부끄럽지 않게 받은 거예요.” 서양양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당천씨... 제시카씨 좋아해요?” 그녀는 그와 제시카의 사이를 안 후, 계속 이 질문이 하고 싶었다. 당천은 그녀를 뚫어져라 보았다. “알고싶어요?” 그녀는 그의 시선이 불편했다. “저… 전 그냥 물어본 거예요, 말하기 싫으면 말아요.” 당천은 술장에서 술을 한 병 꺼낸 뒤 그녀에게 한 잔 따라주었다. “말하기 싫을 것도 없고, 말못할 것도 없어요. 한 때는 존경했었죠. 벌써 몇 년이나 됐네요. 젊었을 때 사랑에 환상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운이 좋은 사람은 자기랑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서 지지고 볶는 연애를 하겠죠. 운이 안 좋은 사람은 희생양이 되는 거고요.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그 사람은 나랑 연애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많은 남자들한테 둘러 쌓인 그 느낌이라는 걸요. 신선함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나는 그나마 그 사람 곁에서 비교적 오래 머무른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 곁에 있던 남자들은 수도 없이 많이 봤죠. 우리가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안 다음엔, 그 존경심이 증오가 되었어요. 아직까지도 그 사람한테는 증오만 남았죠. 나중에 계속 치근덕 댄 것도 결국 다 이익 때문이었겠죠.” 서양양은 살짝 이해가 됐다. “그럼 안 좋아하는 거네요? 저도 제시카씨 만나 봤어요. 분위기 있고 잘 꾸미고 당연히 돈도 많아 보였죠. 그런데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그 분 욕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살짝 놀랐어요.” 말을 하면서 그녀는 긴장해서 술을 한 모금 크게 마셨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강렬한 맛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삼켰다. 그녀가 평생 술을 마신
어제 저녁 당천은 아마 늦게 잠들었는지 그녀가 갈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적어도 간다는 말을 해야 예의가 있는 것 같아 그에게 메모 한 장을 남겼다. 회사에 도착해서 문을 들어서자 그녀는 온연에게 붙잡혔다. “양양씨 어머님 오셨어요. 회사 사람들한테 어제 밤샘근무 했냐고 물으셨는데, 어제 회사에 사람이 없던 걸 알고 엄청 화나신 채로 기다리고 계세요. 어제 저녁에 어디 갔었어요? 택시 타는 거 내가 봤잖아요. 집으로 바로 안 갔어요?” 서양양은 얼굴색이 하얘졌다. “언니… 엄마가 올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저 좀 꼭 도와주세요! 어제 택시 타긴 했는데 택시 기사한테 문제가 좀 있었어요. 저를 외진 곳으로 데려가길래 무서워서 당천씨한테 전화했고 그 분이 절 데리러 와줬어요. 왔다 갔다 하니까 시간도 많이 늦었고 또 열쇠를 안 챙겼는데 저희 부모님은 주무실 때 늘 핸드폰을 꺼놓으시거든요. 그래서 깨우면 안될 거 같아서 당천씨 집으로 갔어요. 엄마한테 제가 남자 집에서 잔 거 걸리면 전 죽음이에요! 언니…”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당천씨랑요…?” 서양양은 그녀가 잘못 생각한 걸 알고 얼른 손을 저었다. “아니요, 다른 거 없이 진짜 잠만 잤어요! 사실 진짜 좋은 분이세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랑 달라요. 어제 그 분 아니었으면 오늘의 생사도 확신할 수 없어요. 언니, 저랑 같이 엄마한테 거짓말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다음에는 절대 이럴 일 없을 거예요! 부탁드려요!” 온연은 서양양이 평소에 거짓말을 안 하는 걸 알고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양양씨가 회사에서 엄마한테 혼나는 모습을 볼 순 없으니까요. 가요, 올라가서 어제 우리집에서 잤다고 하죠.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무슨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내가 책임질게요.” 위층 사무실에 도착하자 서양양의 엄마는 서양양 앞을 가로 막았다. “너 어제 어딨었어? 나한테 감히 거짓말까지 하고, 회사에서 야근도 안 했더만. 어쩐지 이상하더라, 어떤 회사에서 밤샘
온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 서양양과 당천의 관계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당천은 이런 일을 당해서 앞 날이 캄캄한데, 그녀는 서양양과 당천의 일을 어떻게 봐야할지 몰랐다. 흘러 가는대로 두는 수밖에. 오후 퇴근 시간. 목정침은 그녀를 데리러 왔고, 두 사람을 과일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진몽요는 아파서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 했고, 예전의 그녀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수술 둘째날에는 무조건 침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매일 맞는 수액의 양만 봐도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가야했다. 매번 진몽요는 화장실을 갈때마다 처참하게 울었고, 소리를 들으며 부축하는 경소경도 식은땀을 흘렸다. 온연과 목정침이 온 걸 보고 진몽요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었다. “연아, 이럴 줄 알았으면 네 말 듣고 순산할 걸 그랬어, 아파 죽을 거 같아…” 온연은 그녀를 부축해서 눕힌 뒤 그녀에게 바나나 한 개를 까주었다. “세상에 후회를 치료할 약은 없어. 순산도 아파, 낳는 속도도 느리고. 태동이 느껴지는 순산부터 낳을 때까지 며칠이나 걸리는데, 그 기간 내내 계속 아프니까 제왕절개보다 더 나을 건 없어. 어찌됐든 아픈 건 다 똑같아. 회복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문제지. 당분간 영양가 있는 거 많이 먹어. 그래야 회복도 빠르고, 한 이틀 지나면 안 아플 거야. 나 믿고 좀만 참아.” 경소경은 세심하게 진몽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말아요, 엄마가 산후조리 할 때는 울면 안된다고 했어요. 후유증 남으면 안되잖아요.” 진몽요는 원망스럽게 그를 보았다. “난 아직까지도 그때 무슨 생각으로 애를 낳겠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해야 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거죠? 죽었다 다시 살아난 느낌이에요…” 경소경은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입가에 대고 세심하게 어루만졌다. “알아요, 나 다 알아요. 당신 고생 많았어요. 남은생은 내가 더 고생할 테니까 딱 이번만 나 대신 참아줘요.” 목정침은 작은 침대에 있던 아이
강령의 생각도 같았다. “몽요야, 너무 고집부리지 마. 다 너 좋으라고 그러는 거잖아? 집에서 산후조리하면 불편하지 않겠어? 소경이도 사돈도 같이 고생해야 하잖아. 한달 동안 편하게 쉬면서 아이도 아직은 연약하니까 산후조리원에 맡기는 게 낫지. 지금 우리 여건에 그 정도 돈 낭비하는 게 뭐가 걱정이야? 불안할 게 뭐가 있어? 소경이가 이제 너랑 함께하잖아.” 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에 낯선 환경에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아무리 고급스러운 곳이어도 집보다 편하지 않았다. 입원한 요 며칠도 그녀는 미칠 것 같아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경소경은 상황을 보고 말했다. “엄마, 다들 그만하세요. 몽요씨 하고싶은 대로 하게 해줘요. 몽요씨가 좋으면 된 거죠. 제가 밥 하고 아이보면 되고, 정 안되면 이모님께 부탁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이런 건 문제도 아니에요. 제가 만드는 산후조리 음식들도 조리원보다 나쁘진 않을 거 같아요.” 강령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둬 그럼.” 경소경은 그저 웃었다. 그녀의 여자이니 당연히 그가 다 받아줘야 했다. 병실 안에 사람은 많았고, 온연은 진몽요랑 수다도 떨지 못할 것 같아 오래 머물지 않고 목정침과 함께 떠났다. 지금 진몽요는 많은 사람들의 중심이라,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도 한 쪽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예 그 안에 끼지 못 했고, 물론 이건 제일 좋은 현상이었다. 목가네로 돌아와서 문을 들어서다, 목정침은 갑자기 멈춰 섰다. 신발을 갈아신던 온연은 이상해서 물었다. “뭐해요? 안 들어가고?” 목정침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고, 그녀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콩알이가 거실 소파에 서서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손에는 장난감을 쥐고 있었고, 어떠한 것으로도 몸을 지탱하고 있지 않았다. 이건…. 설마 벌써 걸음마를 배운 건가? 온연은 마음속으로 기뻐했지만 아이가 놀랄까 봐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온연은 의식적으로 목정침을 보았다. 사실 그녀의 성격은 조용한 편이 아니었고, 적어도 8살 전 까지는 행복만 가득했으며 친구들이랑 놀 때도 하늘과 땅이 떠들썩 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녀의 조용한 성격은 목정침과 오래 생기면서 만들어졌고, 콩알이의 성격은 아마 목정침을 닮았는지 커갈수록 선명해졌다. 저녁에 침대에 누운 뒤 온연이 물었다. “목정침씨, 당신 어렸을 때부터 차가운 성격이었죠? 콩알이가 당신 어렸을 때를 닮은 것 같아요.” 목정침은 팔을 들어 그녀의 코를 꼬집었다. “뭐라고 부른 거야? 왜 들을수록 불쾌하지?” 그녀는 그의 손을 쳐냈다. “이름 부른 거잖아요, 이게 정상 아니에요? 당신이 매번 ‘서방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해도 내가 못 해요. 내가 뭐라고 부르든 신경쓰지 말아요,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거 잖아요? 여튼 내가 물었잖아요, 당신도 어렸을 때 저런 성격이었냐고요.” 목정침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갖고 놀았다. “완전 그렇진 않았어. 일부는 나중에 생긴 성격이었지. 예전에 목가네는 지금 같이 이러지 않았거든. 내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밥 먹을 때 젓가락을 어떻게 잡는지, 음식을 몇 법 씹는지, 다 규칙이 있었어. 태어났을 때부터 난 목가네의 후계자로 키워졌기 때문에, 모든 게 압박이 너무 심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지. 학교 다닐 때도 스케쥴이 꽉 차 있었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기는커녕 그런 생각할 시간도 없었어.” 온연은 그의 얘기를 경청하며 약간 감탄했다. 그들이 만났을 때 그는 이미 18살이었고, 그 이전에 그의 인생엔 그녀가 없었어서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몰랐지만, 18살 때부터 목가네를 일으킨 걸 보면 목가네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엄격하고 잔혹했을 테다. 그래도 유비무환인 셈이었다. 큰 사고를 마주했을 때도 유일한 후계자는 놀고먹지 않고 상황을 대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보이자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다른 돈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행복하진 않아요. 적어
...... 다음 날, 토요일. 목정침은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가지 않고 아이와 놀아주었다. 온연은 할 일이 없어서 병원에 진몽요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또 우연히 아택을 마주쳤다. 이번에 아택이 들고 있던 물건은 도시락통이 아닌 유아용품과 임산부 용품이어다. 아마 경험도 없고 다 큰 남자여서 그런지 사온 물건들이 어떤 건 쓸 수가 없었고, 어떤 건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분유도 신생아가 못 먹는 것이었다. 그녀는 참지 못 하고 알려주었다. “물건 잘못 사셨어요. 어떤 건 못 쓰는 물건들이고, 필요한 건 안 사셨네요. 안야도 출산했나요?” 아택은 자신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았다. “어제 양수 터져서 오늘 분만실에 들어 갔어요. 아마 오늘 낳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뭐가 더 필요한가요?” 온연은 측은지심이 들었다. 어찌됐든 안야는 지금 아이를 곧 낳을 거고, 주변엔 아택 말고는 다른 경험 있는 어른이 없어서 불쌍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오세요, 근처에 산모 용품점에서 사야되는 거 몇 개 알려 드릴게요. 남자 혼자서 챙기면 불편함도 있을 테고 못 챙기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산모는 몸이 약해서 마음대로 다루면 안되니까, 산후 도우미라도 쓰세요.” 아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도 아는 게 없어서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아택을 데리고 필요한 물건을 산 뒤 병원으로 돌아왔다. 온연은 진몽요의 병실로 가지 않고 아택과 함께 안야 쪽으로 왔다. 산모는 다 같은 층에 있었고 안야도 1인실에 머물렀다. 보아하니 아택은 안야에게 잘해주었다. 돈을 아끼지 않았고 방금 전 잘못 산 물건들도 다 비싼 거였다. 안야는 이미 분만실에 있었고, 온연은 사온 물건들을 일일이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었다. 복잡한 것들은 아택이 다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었고 그 진지한 모습은 연기가 아니었다. 온연은 참지 못 하고 한 마디 더 했다.
아택은 역시 예민해서 일반 사람들과는 달랐다. 온연은 입술을 문지르며 “제가 오늘 도와드린 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어서 굳이 그쪽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돼요. 먼저 가볼게요, 안야가 출산하면 잘 챙겨주세요.” 진몽요의 병실에 온 뒤 온연은 안야가 출산한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진몽요는 아이에게 수유를 하면서 툴툴거렸다. “진짜 몇 일 차이 안 나네. 나도 낳고 걔도 낳고, 그것도 같은 병원에서 말이야. 그 애가 경소경씨 아이가 될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해.” 옆에 있던 경소경이 투덜댔다. “다들 뭐든 내 탓 좀 안 할 수 없어요? 될 뻔했다니요? 전혀 그럴 뻔하지 않았는 걸요?” 온연은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몽요야, 넌 역시 말하는 게 ‘수준급’이야. 오늘 어머님이랑은 안 오셨어?” 진몽요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따돌렸어. 매일 감시당하고 있으면 너무 불편해. 온 가족이 다 둘러 쌓여 있으면 사랑받는 느낌보다 오히려 두려워. 갑자기 다들 아무것도 안 하고 나만 지키고 있으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이었어도 못 견뎠을 거야. 나한테 잘 해주시는 건 알지만 이건 별개잖아. 특히 내가 수유할 때 몇 사람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날 보고 있고, 우리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내 아들이 모유 먹을 때 제일 귀엽다고 말할 때마다 난 진짜 민망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온연은 못 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지금 너 수유하는 거 쳐다보고 있잖아. 왜 안 민망해해?” 진몽요는 헤헤 웃었다. “이건 다르지. 우리는 옷 갈아입을 때도 안 피하는데 다르지. 같은 취급하지 마.” 그녀가 웃으면서 얘기하며 아이에게 수유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고비는 잘 넘긴 것 같았다. 회복도 잘 된 것 같은 모습에 온연은 마음이 놓였다. “컨디션 좋아 보이네, 수술 부위는 별로 안 아픈가 봐?”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아파. 그저 예전보다 덜 아플 뿐이야. 이틀 지나면
진몽요는 조심스럽게 떠봤다. “내가 출산한지 얼마 안돼서 싸우기 싫은 거죠? 예전 같았으면 분명 표정 썩었을 거잖아요. 나 진짜 예군작씨랑 연락 안 했어요. 내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또 내 병실까지 어떻게 알고 보냈는지도 몰라요. 그저 호의였겠죠. 난 계속 그 사람을 친구로 생각했으니까요. 당신이 굳이 질투를 했던 거고요.” 경소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당신은 그 사람을 친구로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차피 난 두 사람 왕래하는 거 허락하지 않을 거고, 그 사람말고 다른 남자도 안돼요. 나 원래 이렇게 쪼잔해요.” 그녀는 바보처럼 웃었다. “드디어 당신 내면에 있는 사악함을 드러내네요. 쪼잔한 거 일찍 인정했으면 좋았잖아요. 그 사람이 나를 친구로 안 생각한다고 누가 그래요? 이미 결혼까지 한 사람인데 당신이 오해했어요. 됐고, 이 얘기 그만해요, 중요하지 않아요.” 경소경은 입술을 오므리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예군작이 전지인 걸 알게 된 다음에도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저녁, 목가네. 온연은 온호의 문자를 받았다. 온호는 인턴을 시작하려고 목정침의 회사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공부하는 분야는 건축이었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목가네는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온호에게 인턴을 할 기회를 줄 수 있었다. 그저 이 일을 온지령 부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부부가 그들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욕망은 더 커질 테고 또 평온해질 수 없었기에 그녀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온호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사람이어서 원래부터 이 일을 부모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고 그저 제도에서 인턴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한테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의미로 말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가족’의 일을 신경 썼다. 온호는 그녀가 몇 번 만나봐서 그런지 느낌이 괜찮았고 안 그랬으면 돕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녀는 명확히 의사를 전달했다.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온호의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