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양이 택시를 타고 왔을 때 목정침은 이미 밥을 다 먹고 콩알이를 데리고 위층에 올라가 있었다. 온연은 거실에서 서양양과 얘기를 나눴고, 서양양이 떠나려 할 때 마침 비가 그쳤다. 공기는 비가 그친 후에 상쾌한 냄새와 빗물의 습기가 섞여 있었다. 온연은 서양양을 택시타는 길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일 봐요.” 서양양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얼른 들어가세요 언니, 내일 봬요. 맞다, 언니네 집 너무 예뻐요, 역시 비싼 저택 답네요~” 온연은 웃으며 차가 멀어진 뒤에야 집으로 들어갔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서양양은 차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런 꽉 찬 하루도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가슴 아픈 생각을 할 여유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유가 생기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마치 지금처럼… 제시카가 감옥에 들어가고, 당천도 연루가 되었으니 당천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생각을 잠겼다가 그녀는 갈수록 창밖 풍경이 낯설어 지는 게 느껴졌다. 자신 같은 젊은 여자 혼자서 이 저녁에 택시를 탔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당황했다. 그녀는 슬쩍 눈 앞에 택시 기사를 보았고, 기사의 얼굴은 차 흔들림 때문에 살결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도 같이 떨렸다. 그녀는 순간 젊은 여성들이 늦은 시간 택시에서 범죄를 당한 뉴스들이 생각나 공포심이 마음을 지배했다. 여기서 그녀의 집까지는 아직 멀리 남은데다가, 이 길은 점점 더 낯설고 외진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그녀는 이빨까지 떨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아빠가 잘 때 핸드폰 전원을 끄고 잔다는 게 생각났고, 이 시간에 부모님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럴 땐 이성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는 연기를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그녀는 연락처를 뒤지며 당천의 번호에 시선이 멈췄다. 그녀는 귀신에 홀린듯이 전화를 걸었고, 전화가 연결되자 당천이 말을 하기도 전에 얼른 말했다. “어디서
그녀는 1초간 망설이다가 그를 믿기로 했다. 그녀는 그가 정말로 국내에 있을 줄 몰랐고, 이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켜고 황급히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가로등 아래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비춰졌고, 바닥에 닿는 구두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서 그녀의 심장을 울렸다. 그녀는 애써 침착하며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저 걷고 있어요, 어디까지 왔어요…?” 그가 어디까지 왔는지 물어보는 것 외에는 지금 이 관계에서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지 몰랐다. 당천은 운전을 하고 있어서 빠르게 대답했다. “근처요.” 그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 들려왔고, 텅빈 저녁에 울려퍼지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좋고, 맑고, 매력적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약 10분이 지나고, 그녀가 마음을 졸인 그 10분이 흘러가자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 한참을 멀리 지나친 후에 갑자기 멈춰서 다시 후진했다. “타요.” 서양양은 당천의 목소리를 듣고 차 문을 연 뒤 탔다. 몸은 아직도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감사해요…” 당천은 대답하지 않고 운전을 하며 계속 주변을 둘러봤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저 차가 계속 그쪽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나한테 전화해서 다행이에요.” 서양양은 그의 시선을 따라 밖을 보았고, 역시나 그 차는 그녀가 차에 타는 걸 보고 유턴을 해서 돌아갔다. 그녀는 또 두려움을 느꼈다. 만약 당천이 몇 분이라도 늦었거나, 해외에 있었거나,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걸 선택했다면, 아마 무서운 일을 당했을 테다. 서양양은 계속 참아왔던 눈물을 그제서야 터트렸다. “앞으로 혼자 택시 못 타겠어요, 너무 무서워요.” 당천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사실 그렇게 무서울 것도 없어요.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문제없으니까요. 내가 차 번호 기억해 뒀으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 이제 집에 데려다 줄까요?”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
당천의 표정엔 장난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쪽도 내가 여자 등쳐 먹는 쓰레기라고 생각하죠?” 서양양은 순간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녀가 단호하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가식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2초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려던 찰나에 당천이 막았다. “됐어요, 대답 안 해도 돼요. 난 다른 사람 생각 신경쓰지 않아요.” 분위기는 살짝 굳었고, 서양양은 차 안이 답답해서 창문을 열었다. 저녁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치며 샴푸 향기가 차 안에 퍼져 좋은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당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머리 묶어요.” 그녀는 어색하게 말했다. “머리끈 없는데…” 그는 마법처럼 머리끈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자.” 머리끈을 받고 나니 더 어색해졌다. 그건 그녀가 전에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때 두고 간 거였는데 그가 아직까지 갖고 다닐 줄도 몰랐을뿐더러…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그녀가 이상한 생각을 할 때 당천이 웃었다. “설마 내가 그쪽을 그리워해서 그쪽 물건을 안 버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버리려고 했는데 계속 시간이 없었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뿐이에요. 내 옷이랑 같이 이미 몇 번이나 빨았어요.” 그녀는 그 순간 실망했다. “안 버려서 다행이네요. 저 이 머리끈 좋아하거든요.”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서양양은 가방에서 열쇠를 뒤졌지만 열쇠의 짤랑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심장이 철렁했다. 당천은 그녀의 동작을 보고 물었다. “설마 열쇠 안 챙겨온 건 아니죠?”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네, 안 챙겼네요. 근데 괜찮아요, 집에 부모님 계셔서 문 열어 달라고 하면 돼요.” 당천은 손목시계를 보다가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 “11시가 넘었는데, 안 혼나는 거 확실해요? 저번에 그랬던 거 같은데, 어머님이 잘 때 누가 깨우면 죽여버릴 정도로 성질이 더럽다고요.” 서양양은 대답을 못 했다. 혼나지 않는 건 불가능했고, 심지어 지금 엄마한테 혼날
다시 한번 당천의 별장에 들어오자 당천을 자신을 비웃듯이 웃었다. “이 집, 내가 예전에 회사 대표로 나간 대회에서 상 받아서 제시카씨가 준 거예요. 내가 공짜를 좋아해서 이 집을 받은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한테 가져다준 이익이 이 집보다 훨씬 커서 부끄럽지 않게 받은 거예요.” 서양양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당천씨... 제시카씨 좋아해요?” 그녀는 그와 제시카의 사이를 안 후, 계속 이 질문이 하고 싶었다. 당천은 그녀를 뚫어져라 보았다. “알고싶어요?” 그녀는 그의 시선이 불편했다. “저… 전 그냥 물어본 거예요, 말하기 싫으면 말아요.” 당천은 술장에서 술을 한 병 꺼낸 뒤 그녀에게 한 잔 따라주었다. “말하기 싫을 것도 없고, 말못할 것도 없어요. 한 때는 존경했었죠. 벌써 몇 년이나 됐네요. 젊었을 때 사랑에 환상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운이 좋은 사람은 자기랑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서 지지고 볶는 연애를 하겠죠. 운이 안 좋은 사람은 희생양이 되는 거고요.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그 사람은 나랑 연애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많은 남자들한테 둘러 쌓인 그 느낌이라는 걸요. 신선함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나는 그나마 그 사람 곁에서 비교적 오래 머무른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 곁에 있던 남자들은 수도 없이 많이 봤죠. 우리가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안 다음엔, 그 존경심이 증오가 되었어요. 아직까지도 그 사람한테는 증오만 남았죠. 나중에 계속 치근덕 댄 것도 결국 다 이익 때문이었겠죠.” 서양양은 살짝 이해가 됐다. “그럼 안 좋아하는 거네요? 저도 제시카씨 만나 봤어요. 분위기 있고 잘 꾸미고 당연히 돈도 많아 보였죠. 그런데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그 분 욕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살짝 놀랐어요.” 말을 하면서 그녀는 긴장해서 술을 한 모금 크게 마셨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강렬한 맛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삼켰다. 그녀가 평생 술을 마신
어제 저녁 당천은 아마 늦게 잠들었는지 그녀가 갈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적어도 간다는 말을 해야 예의가 있는 것 같아 그에게 메모 한 장을 남겼다. 회사에 도착해서 문을 들어서자 그녀는 온연에게 붙잡혔다. “양양씨 어머님 오셨어요. 회사 사람들한테 어제 밤샘근무 했냐고 물으셨는데, 어제 회사에 사람이 없던 걸 알고 엄청 화나신 채로 기다리고 계세요. 어제 저녁에 어디 갔었어요? 택시 타는 거 내가 봤잖아요. 집으로 바로 안 갔어요?” 서양양은 얼굴색이 하얘졌다. “언니… 엄마가 올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저 좀 꼭 도와주세요! 어제 택시 타긴 했는데 택시 기사한테 문제가 좀 있었어요. 저를 외진 곳으로 데려가길래 무서워서 당천씨한테 전화했고 그 분이 절 데리러 와줬어요. 왔다 갔다 하니까 시간도 많이 늦었고 또 열쇠를 안 챙겼는데 저희 부모님은 주무실 때 늘 핸드폰을 꺼놓으시거든요. 그래서 깨우면 안될 거 같아서 당천씨 집으로 갔어요. 엄마한테 제가 남자 집에서 잔 거 걸리면 전 죽음이에요! 언니…”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당천씨랑요…?” 서양양은 그녀가 잘못 생각한 걸 알고 얼른 손을 저었다. “아니요, 다른 거 없이 진짜 잠만 잤어요! 사실 진짜 좋은 분이세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랑 달라요. 어제 그 분 아니었으면 오늘의 생사도 확신할 수 없어요. 언니, 저랑 같이 엄마한테 거짓말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다음에는 절대 이럴 일 없을 거예요! 부탁드려요!” 온연은 서양양이 평소에 거짓말을 안 하는 걸 알고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양양씨가 회사에서 엄마한테 혼나는 모습을 볼 순 없으니까요. 가요, 올라가서 어제 우리집에서 잤다고 하죠.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무슨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내가 책임질게요.” 위층 사무실에 도착하자 서양양의 엄마는 서양양 앞을 가로 막았다. “너 어제 어딨었어? 나한테 감히 거짓말까지 하고, 회사에서 야근도 안 했더만. 어쩐지 이상하더라, 어떤 회사에서 밤샘
온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 서양양과 당천의 관계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당천은 이런 일을 당해서 앞 날이 캄캄한데, 그녀는 서양양과 당천의 일을 어떻게 봐야할지 몰랐다. 흘러 가는대로 두는 수밖에. 오후 퇴근 시간. 목정침은 그녀를 데리러 왔고, 두 사람을 과일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진몽요는 아파서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 했고, 예전의 그녀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수술 둘째날에는 무조건 침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매일 맞는 수액의 양만 봐도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가야했다. 매번 진몽요는 화장실을 갈때마다 처참하게 울었고, 소리를 들으며 부축하는 경소경도 식은땀을 흘렸다. 온연과 목정침이 온 걸 보고 진몽요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었다. “연아, 이럴 줄 알았으면 네 말 듣고 순산할 걸 그랬어, 아파 죽을 거 같아…” 온연은 그녀를 부축해서 눕힌 뒤 그녀에게 바나나 한 개를 까주었다. “세상에 후회를 치료할 약은 없어. 순산도 아파, 낳는 속도도 느리고. 태동이 느껴지는 순산부터 낳을 때까지 며칠이나 걸리는데, 그 기간 내내 계속 아프니까 제왕절개보다 더 나을 건 없어. 어찌됐든 아픈 건 다 똑같아. 회복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문제지. 당분간 영양가 있는 거 많이 먹어. 그래야 회복도 빠르고, 한 이틀 지나면 안 아플 거야. 나 믿고 좀만 참아.” 경소경은 세심하게 진몽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말아요, 엄마가 산후조리 할 때는 울면 안된다고 했어요. 후유증 남으면 안되잖아요.” 진몽요는 원망스럽게 그를 보았다. “난 아직까지도 그때 무슨 생각으로 애를 낳겠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해야 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거죠? 죽었다 다시 살아난 느낌이에요…” 경소경은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입가에 대고 세심하게 어루만졌다. “알아요, 나 다 알아요. 당신 고생 많았어요. 남은생은 내가 더 고생할 테니까 딱 이번만 나 대신 참아줘요.” 목정침은 작은 침대에 있던 아이
강령의 생각도 같았다. “몽요야, 너무 고집부리지 마. 다 너 좋으라고 그러는 거잖아? 집에서 산후조리하면 불편하지 않겠어? 소경이도 사돈도 같이 고생해야 하잖아. 한달 동안 편하게 쉬면서 아이도 아직은 연약하니까 산후조리원에 맡기는 게 낫지. 지금 우리 여건에 그 정도 돈 낭비하는 게 뭐가 걱정이야? 불안할 게 뭐가 있어? 소경이가 이제 너랑 함께하잖아.” 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에 낯선 환경에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아무리 고급스러운 곳이어도 집보다 편하지 않았다. 입원한 요 며칠도 그녀는 미칠 것 같아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경소경은 상황을 보고 말했다. “엄마, 다들 그만하세요. 몽요씨 하고싶은 대로 하게 해줘요. 몽요씨가 좋으면 된 거죠. 제가 밥 하고 아이보면 되고, 정 안되면 이모님께 부탁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이런 건 문제도 아니에요. 제가 만드는 산후조리 음식들도 조리원보다 나쁘진 않을 거 같아요.” 강령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둬 그럼.” 경소경은 그저 웃었다. 그녀의 여자이니 당연히 그가 다 받아줘야 했다. 병실 안에 사람은 많았고, 온연은 진몽요랑 수다도 떨지 못할 것 같아 오래 머물지 않고 목정침과 함께 떠났다. 지금 진몽요는 많은 사람들의 중심이라,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도 한 쪽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예 그 안에 끼지 못 했고, 물론 이건 제일 좋은 현상이었다. 목가네로 돌아와서 문을 들어서다, 목정침은 갑자기 멈춰 섰다. 신발을 갈아신던 온연은 이상해서 물었다. “뭐해요? 안 들어가고?” 목정침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고, 그녀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콩알이가 거실 소파에 서서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손에는 장난감을 쥐고 있었고, 어떠한 것으로도 몸을 지탱하고 있지 않았다. 이건…. 설마 벌써 걸음마를 배운 건가? 온연은 마음속으로 기뻐했지만 아이가 놀랄까 봐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온연은 의식적으로 목정침을 보았다. 사실 그녀의 성격은 조용한 편이 아니었고, 적어도 8살 전 까지는 행복만 가득했으며 친구들이랑 놀 때도 하늘과 땅이 떠들썩 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녀의 조용한 성격은 목정침과 오래 생기면서 만들어졌고, 콩알이의 성격은 아마 목정침을 닮았는지 커갈수록 선명해졌다. 저녁에 침대에 누운 뒤 온연이 물었다. “목정침씨, 당신 어렸을 때부터 차가운 성격이었죠? 콩알이가 당신 어렸을 때를 닮은 것 같아요.” 목정침은 팔을 들어 그녀의 코를 꼬집었다. “뭐라고 부른 거야? 왜 들을수록 불쾌하지?” 그녀는 그의 손을 쳐냈다. “이름 부른 거잖아요, 이게 정상 아니에요? 당신이 매번 ‘서방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해도 내가 못 해요. 내가 뭐라고 부르든 신경쓰지 말아요,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거 잖아요? 여튼 내가 물었잖아요, 당신도 어렸을 때 저런 성격이었냐고요.” 목정침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갖고 놀았다. “완전 그렇진 않았어. 일부는 나중에 생긴 성격이었지. 예전에 목가네는 지금 같이 이러지 않았거든. 내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밥 먹을 때 젓가락을 어떻게 잡는지, 음식을 몇 법 씹는지, 다 규칙이 있었어. 태어났을 때부터 난 목가네의 후계자로 키워졌기 때문에, 모든 게 압박이 너무 심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지. 학교 다닐 때도 스케쥴이 꽉 차 있었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기는커녕 그런 생각할 시간도 없었어.” 온연은 그의 얘기를 경청하며 약간 감탄했다. 그들이 만났을 때 그는 이미 18살이었고, 그 이전에 그의 인생엔 그녀가 없었어서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몰랐지만, 18살 때부터 목가네를 일으킨 걸 보면 목가네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엄격하고 잔혹했을 테다. 그래도 유비무환인 셈이었다. 큰 사고를 마주했을 때도 유일한 후계자는 놀고먹지 않고 상황을 대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보이자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다른 돈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행복하진 않아요. 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