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군작은 빈 잔을 들고 목정침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앉으세요.” 목정침은 경소경을 보더니 무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경소경이 입을 열었다. “정침아, 저 사람이 전지 맞데. 직접 인정했어. 이순도 저 사람이 죽였고.” 예군작은 딱히 해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죽였든 어르신이 죽였든 큰 차이는 없었다. “그래서 이제 두 분이서 저를 어쩌시려고요?” 목정침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지, 넌 생명줄도 길고 간도 크네. 아직까지 살아 있었으면 꼬리를 감추고 살았어야지 왜 돌아왔어? 또 죽고싶어? 아니면 예가네가 있다고 해서 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예군작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근데 예군작이라는 신분이 나한테 편리함을 가져다주긴 했지. 나를 이제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목정침, 난 너 때문에 돌아온 게 아니야. 난 이미 죽었으면 몰라도 안 죽었잖아. 너가 날 건들이면 온연이 널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서 이미지 만들었는데 순식간에 무너지면 안되잖아. 온연은 그럼 너를 그때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던 악마로 생각하겠지. 본성은 못 고쳐, 내기 할래? 난 우리가 서로 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목정침은 인상을 쓰고 물었다. “그럼 왜 돌아왔어? 예군작 신분으로 살고 싶어서? 그건 네 성격 아니잖아.” 예군작은 담배에 불을 붙혔다. “응, 맞아. 그건 내 성격이 아니지. 내 목적이 뭔지 알 텐데, 굳이 물어봐야 하나?” 경소경은 벌떡 일어났다. “진몽요씨한테 어디 가까이 오기만 해봐요!” 목정침은 그를 붙잡았다. “소경아, 흥분하지 마.” 경소경은 심호흡을 하며 다시 화를 참았다. 목정침은 이런 모습의 경소경이 언젠간 그를 건들일까 봐 걱정이 됐다. “여긴 나한테 맡기고, 먼저 나가 있어. 이따가 만나자.” 경소경은 예군작을 보며 분노한 채 나갔다. 목정침은 예군작을 보며 말했다. “너 설마 진몽요를 다시 돌아오게 만들려는 건 아니지? 너 국청곡이랑 결혼했잖아. 진몽요
목정침은 예군작의 결심을 보았는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안 끼어드는 건 불가능 해. 소경이는 내 제일 친한 친구고 걔랑 관련된 일엔 내가 손 놓고 방관할 수는 없어.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내 탓은 하지 마. 난 온연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널 무너트릴 거니까.” 연회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목정침과 경소경은 떠났다. 그들은 서예령과 나머지 한 여자에게 돈을 주고 알아서 택시타고 가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예군작이 전지인 걸 확인했으니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실직적인 증거를 수집할 수 없어 그를 공식적으로 감옥에 보내진 못 하기에 이건 긴 싸움으로 이어질 예정이었고 이건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경소경은 극도로 짜증이 났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래? 내 사람을 뺏어 갈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말라고 해!” 목정침은 한숨을 쉬었다. “진몽요가 출산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을 거니까 우선 진정해. 시간도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 봐. 최대한 예군작이 전지라는 사실은 숨기고 진몽요가 알게 하면 안돼. 도저히 못 숨기겠으면 그냥 그대로 둬. 너무 너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지 마.” 경소경은 차 뒤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고 짜증이 무너짐으로 바뀌었다. “난 못 숨길 거 같아. 내 마음속에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숨겨서 몽요씨한테 다 느껴질 정도야. 그 사람은 계속 예군작을 친구로 생각하고 아직도 나 몰래 연락할지도 모르는데, 예군작이 전지라는 걸 생각하면 난 제어가 안돼. 근데 또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난 예군작이 더 몽요씨한테 다가갈까 봐 너무 무서워…” 목정침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무너지게 만들어야지. 쟤가 전지라면 두 가지 길 밖에 없어. 한 가지는 죽는 거, 한 가지는 감옥 가는 거. 내가 네 곁에 늘 있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잠시 후 경소경은 담뱃불을 껐다. “알겠어. 그럼 먼저 들어가볼게. 상황보자.” 이때, 목가네. 온연은 발 빠르게 담요를 가져와 진몽요의 몸을 감싸주었다. 방금
온연은 오늘 연회 일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오후에 진함이 왔다간지 얼마 안되서 그녀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진을 보기 전까지 그녀의 마음은 평온했는데 목정침이 서예령을 안고 있는 사진을 보자 그녀는 굳었다. 그녀는 오늘 연회에 목정침이 데려갈 파트너가 서예령인 건 몰랏다. 사진 배경을 보니 계단 입구 쪽 같은데 그렇게 은밀한 곳에서 두 남녀는 이상한 자세로 같이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목정침을 믿자고 했다. 그가 그녀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나? 그녀는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왜 하필 서예령과 같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서예령의 배경을 대충 알았다. 가난한 집 출신에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섰는데 사진 속 서예령이 입은 드레스는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았고, 서예령의 경제조건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어찌됐든, 지금 진몽요는 배가 나왔으니 그녀는 먼저 진몽요의 기분을 달래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했다. “몽요야, 우리가 사진 한 장으로 그 둘이 나쁜 일을 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 돌아오면 다시 물어보자. 넌 지금 임신하고 있어서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면 안돼. 아이한테 안 좋아. 이렇게 하자, 너 일단 여기 있어. 목정침씨 돌아오면 우리가 물어보자.” 진몽요는 실망해서 고개를 저었다. “둘이 같은 편이라서 서로 편들어 줄 거야. 근데 예군작씨가 나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있을까? 없겠지, 그래서 분명 문제야 이건. 날 위로하지 마. 넌 이걸 보고도 괜찮니?” 온연은 순간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 그래, 그녀도 괜찮지 않았고 제대로 물어볼 생각이었다. 만약 진몽요에게 이걸 알린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몰라도 하필 예군작이라, 진몽요는 예군작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예군작을 믿지 않았다. 목정침이 돌아왔을 때 온연은 이미 아이를 재웠고, 진몽요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앉으세요.” 두 사람을 보자 목정침은 의아했다. “둘이…” 진몽요는 그를 노려보며 억울해서 말을 하지 못
그가 올라가는 걸 보고 진몽요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이게 해명하려는 태도야? 연아 넌 믿어? 지금 11시가 넘었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예군작씨가 불순한 의도를 가졌겠어? 경소경씨는 여자를 데리고 연회에 갔으면서 나한테 숨겼을까? 내가 임신해서 같이 못 가는 건 그렇다 쳐도, 넌 멀쩡하잖아. 목정침씨는 왜 너를 안 데리고 간 거야? 거짓말을 저거 밖에 못 한데?” 온연의 마음도 지금 혼란스러웠다. 만약 서예령이 없었다면 그녀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이게 정말 우연일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모든 의심을 접어두고 위로했다. “몽요야, 목정침씨는 거짓말 안 해. 경소경씨가 널 속인 것도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여기 오면 우리 같이 물어보자. 화 내지 말고 너무 성급히 생각하지 마. 지금 늦었는데 아님 좀 자고 있을래?” 진몽요는 소파에 기대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무기력해 보였다. “내가 잠이 오겠어? 지금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야. 요즘 안 그래도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게 느껴졌는데 거짓말한 게 지금 한 두번이 아니야. 근데 내가 어떻게 믿어야 해?” 온연은 침묵했다. 더 이상 비밀을 지키기 어려워 예군작이 전지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말을 해야하지만 못 하는 이 느낌은 정말 괴로웠다. 그녀는 지금 진몽요를 진정시킬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경소경을 기다려야 했다. 경소경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목정침의 전화를 받고 바로 운전대를 돌려 목가네로 향했다. 들어오고 난 뒤, 그의 급박했던 발걸음은 서서히 느려졌고 진몽요 앞으로 걸어오자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미안해요, 속여서. 회사 일 하러 간 거 아니고 연회에 참가하러 갔었어요. 당신 몸이 불편해서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갔는데 질투할까 봐 말 못 했어요.” 진몽요는 경소경을 보자 계속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나한테 앞으로 거짓말 안 하고, 숨기는 거 없을 거라고 약속했잖아요. 자기가 한 말도 못 지키는데 내
그녀는 마음이 불편해서 답장했다. ‘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요. 나 몽요랑 같이 있어야 해요.’ 목정침은 견고했다. ‘당장 안 오면 내가 갈 거야.’ 그녀는 당연히 그를 게스트룸으로 부르면 진몽요가 깰까 봐 어쩔 수 없이 살금살금 목정침이 있는 방으로 갔다. “할 말이 뭔데요?” 그녀가 묻자마자 그는 그녀를 힘을 써서 침대로 당겼다. 그녀는 아이가 깰까 봐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약간 화난 말투로 물었다. “뭐하는 거예요?” “너 나 의심했어? 응? 이게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아니야? 아직도 내가 다른 여자랑 뭐가 있었다고 생각해?”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한번 해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런 결과일 줄은 몰랐다. “나… 당신 믿어요…” 목정침은 세심하게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어때?” 온연은 얼굴이 빨개졌고, 그의 직설적인 말을 견딜 수 없었다. “당신… 믿는다고 했잖아요… 그냥 넘어가면 안돼요? 서예령인 걸 미리 말 안 해준 당신이 왜 날 탓해요? 서예령인지 몰랐던 건 당신 문제고, 어차피 당신 잘못이잖아요. 오늘은 당신이 콩알이 봐요. 난 몽요 챙겨야 해요. 내가 원래 말하려고 했는데 경소경씨는 아직도 몽요한테 숨길 생각인가 봐요. 이러다가 몽요가 이혼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에요. 오늘 가서 뭐 얻어온 건 있어요?” 목정침은 그녀의 옆에 누웠다. “있어. 예군작이 인정했어 자기가 전지라고. 근데 DNA 채취할기회는 안 주더라. 걔는 이미 우리가 연회장에서 기다릴 걸 알고 준비를 다 해놨더라고. 우리가 채취해도 밖으로 못 나가게. 목적이 명확해. 아무것도 필요 없고 딱 진몽요만 노리고 있어…” 온연은 살짝 놀랐다. 전지는 죽음을 이겨내고 예군작으로 돌아온 게 오직 진몽요 때문인가? 자세히 생각해보니 모든 게 말이 됐다. 전지는 어렸을 때부터 비참한 일을 많이 당했었고, 거의 부모님의 사랑을 하나도 받지 못한 채 서영생의 품에서 자랐다. 어린 마음엔 목가네를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
이 날 저녁은 그 누구도 마음 편히 잠들지 못 했다. 특히 경소경은 진몽요가 없으니 거의 잠에 들 수 없었다. 둘째 날 아침, 문 소리를 듣자 그는 진몽요가 온 줄 알았는데 문을 열어보니 하람이었다. 그는 실망한 눈빛이었다. “어쩐일로 오셨어요?” 하람은 임산부에게 필요한 용품들과 영양식품을 챙겨서 왔고, 생기 있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좋아 보였다. “당연히 내 며느라랑 손주 보러 왔지. 몽요는? 아직 안 일어났어? 이번주에 너희가 안 오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왔지.” 이게 바로 설상가상인가? 마침 진몽요가 없을 때 하람이 찾아왔다. 경소경은 당황했다. “그 사람… 없어요. 온연씨 집에 있어요.” 하람은 그의 표정과 말투를 보고 잘못된 걸 알았다. “싸웠어? 어제 저녁에 집에 안 왔단 말이야? 소경아,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하기 싫은데, 임산부랑 싸워서 좋을 게 뭐가 있어? 너 남자가 그정도도 몰라? 가, 가서 애 데려와.” 경소경은 소파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안 가요, 그 사람 진정되면 다시 얘기할 거예요. 지금가도 돌아온다고 안 할 거예요.” 하람은 그의 뒷통수를 때렸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어이가 없어서 “엄마, 저랑 그 사람 일 신경쓰지 마세요. 다 제가 알아서 할 거예요.” 하람은 못 믿었다. “그때 누가 결혼하고 싶어서 한 거야? 너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한 결혼이잖아. 근데 이게 무슨 태도야? 내가 널 무시하게 만들지 마. 자기 여자 하나 제대로 간수도 못 하는게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거야? 누가 너보고 집에 담배 피래? 임산부는 담배 맡으면 안돼. 나가서 펴. 너가 데리러 안 갈 거면 내가 갈 거야!” 하람이 나가려 하자 경소경이 붙잡았다. “엄마! 예군작이 전지예요.” 하람은 그대로 멈췄다. “뭐라고 했어? 그게… 말이 돼?” 경소경은 곤란한 듯 말했다. “정말이에요. 제가 이미 조사해 봤는데 그 사람은 몽요씨만 보고 돌아온 거예요. 지금 일이 좀 복잡하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몽요
어르신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너가 화나게 안 했으면 걔가 왜 갔어? 너가 뭐하고 다니는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우린 지금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야. 너가 내 말을 안 듣고 싶어도 들어야 해!” 그 말은 맞는 말이었기에 예군작은 드디어 반응을 했다. 하지만 그건 비웃음이었다. “그 여자가 왜 갔는지 정말 모르시겠어요? 그 여자는 제가 이순을 죽였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분명 본인이 이순을 구해줬는데 날이 밝기도 전에 사람이 죽었으니 제가 잔인하다고 생각한 거죠. 제가 데리러 가서 당신이 죽인 거라고 말할 까요? 그 여자 앞에서 했던 인자했던 이미지도 다 망가질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어르신은 말 문이 막혔고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정말 그게 다야?” 예군작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내가 애한테 전화해보마.” 전화가 빠르게 연결되자 어르신은 스피커폰을 켰고 예군작은 국청곡의 목소리를 명확히 들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어르신은 다시 인자한 가면을 쓰고 부드럽게 말했다. “청곡아, 집에 간지도 벌써 이렇게 됐는데 언제 돌아올 거니? 군작이가 바보라서 예쁜 말을 못 해줘서 그래. 아까 내가 물어봐서 너희 어떻게 된 일인지 들었어. 그건 오해야. 그 이순이라는 여자는 정말 굴러 떨어져서 죽은 거야. 군작이가 그러지 않았어. 너가 이미 구해줬는데 군작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했겠어? 이미 내가 혼냈으니까 앞으로 그런 일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돌아와.” 국청곡은 의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제가 물었을 때 반박하지 않았어요…” 어르신은 계속 그녀를 달랬다. “당연히 아니지, 넌 아직도 모르겠어? 너가 얘를 안 믿으니까 그냥 해명하기 귀찮아서 그런 거야. 하지만 그건 잘못된 행동이니까 할아버지가 혼냈고 이미 잘못했다고 반성했어. 애가 다리가 안 좋아서 널 데리러 갈 수는 없으니 내가 다른 사람 보낼게. 알겠지?” 국청곡은
국청곡은 표정이 변했고 청순한 얼굴은 살짝 창백해졌다. “그 일은 이미 당신한테 말했잖아요. 난 애 안 지워요. 당신이 그렇게 인정 못 하겠으면 내가 모든 사람들한테 말할 거예요. 이 아이 당신 아니라고요. 어차피 내가 바람 폈다고 하는 거니까 상관없겠죠, 그쵸?” 그는 휠체어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왜 꼭 이 아이를 낳으려는 거예요? 난 지금 갖기 싫어요. 나중에 얘기해요.” 그녀는 견고했다. “이건 내 첫번째 아이에요. 이런 일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어요. 내 의견도 좀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안 이기적일 수는 없어요? 이건 생명이고, 우리의… 아이에요. 지우고 싶다고 지울 수 있어요?” 결국 그녀는 말 끝을 흐렸고,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심 예군작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해주길 바랐다. 그녀는 아무리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친 자식까지 죽이자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어떻게 대하든 다 상관없지만, 아이에게까지 매정하자 그에게 매우 실망했다. 예군작의 시선은 그녀의 평평한 배 위로 향했다. 저 안에 생명 하나가 존재하고 있고, 그는 한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의 아이를 낳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마치 그의 어머니가 그를 갖고 나서 사랑을 못 받았던 것처럼, 만약 목정침의 아빠가 자신의 엄마를 사랑했더라면 오늘 같은 결과가 안 오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생각한 후,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아이 지우면 다 해줄 게요. 당신한테 하는 태도도 고치고, 결혼에 대해서 갖고 있던 환상이 있었다면 다 들어줄게요. 그저… 이 아이만 지운다면요.” 그의 깊은 눈동자를 보고 국청곡은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분명 절망스러웠지만 그녀는 또 하나의 희망이 생겼다. 만약 그가 정말 지금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게 맞다면? 그들은 아직 젊고 나중에 또 갖을 수 있었다.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싸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