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감탄을 터뜨렸다.그것은 화산의 8대 절기 중 하나, 포광검영이었다!사실 그것은 단순한 햇빛이 아니라 검광이었고, 진법의 환영 효과로 인해 사람들은 그것을 평범한 햇빛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빛에 직접 노출된 자만이 그것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아무리 강력한 방어를 해도, 빛을 막을 수 없는 법. 그러나 막지 않는다면, 그 검광은 실제 보검보다도 열 배는 더 날카로웠다.한지훈은 잠시 방심한 사이, 검광의 한 줄기에 몸을 찔리고 말았다. "쉭!"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몸에는 백여 개의 가는 혈흔이 생겨났으며, 각각의 상처는 뼈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한지훈, 어떠냐? 죽기 전에 우리 화산의 8대 절기 중 하나를 보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영광이지 않느냐? 하하하!"창안백은 한지훈이 부상을 입은 것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단상 위에 있던 다른 이들도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대장로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이 무도한 무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러나 허회원 앞에서는 대장로조차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며, 두 사람의 지위는 너무나도 차이가 컸다.대장로는 고사하고 무종 전체도 그의 안중에 없을 것이며, 게다가 이곳은 무맹의 홈그라운드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보았느냐? 스승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려 한 것은 네 재능을 아껴서이지, 결코 내가 너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다!""네놈을 죽이는 데에 이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지!"허회원은 손에 든 검을 가볍게 흔들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하아, 오늘 한지훈이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구나.""흥, 한지훈이 굴복할 리 없지. 북양왕이라는 자존심이 있는데, 나라도 체면 때문에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을 거야!""구만리를 쉽게 제압했다고 해도, 명산의 진정한 강자들 앞에서는 아직 한참 멀었군 그래!"군중 속에서 몇몇 나이 든 문주들이 수군거리
진법 안에서 펼쳐지는 이 정도의 환영술은, 허회원의 무공 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한 경지에 이른 기술이었다.한지훈이 이전에 사용했던 환술 진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수준이 높았지만, 가짜는 결국 가짜일 뿐이었다.만약 그 검광이 진짜로 자신의 몸을 베었다면, 한지훈은 이미 산산조각 나 지금처럼 멀쩡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즉, 자신이 입은 부상은 허회원의 손에 들린 장검 때문이었다.검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허회원의 무도 경지가 매우 높아서, 그의 검이 너무 빨라 전혀 분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만약 다른 사람을 상대했다면 허회원의 이번 공격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문제는 그의 상대가 한지훈이라는 사실이었다.천생서문에는 이런 속임수에 대한 기록이 이미 있었고, 한지훈은 이 내용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익혔던 터였다.우윳빛 광채가 퍼져 나가자, 강력한 압박감이 제단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허회원은 자신의 가장 자신 있던 절기가 이렇게 간단히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허회원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또 한 번 청명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퍽!”허회원의 손에 들린 장검이 갑자기 산산조각이 나더니, 조각 중 하나가 그의 오른쪽 어깨에 박혔다.“푹!”둔탁한 소리와 함께 허회원은 어깨에 밀려드는 고통을 느꼈다.그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훨씬 더 강력한 힘이 그의 몸을 향해 들이닥쳤다.이번에 한지훈은 진법이나 자기장을 활용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육체적 힘만으로 허회원에게 돌진했다.허회원은 눈앞에서 번쩍하는 그림자를 보았을 뿐이었다.다음 순간, 한지훈은 허회원에게서 세 걸음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다다랐다.“아?!”허회원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한지훈은 이미 오릉군 가시를 손에 쥔 채 맹렬히 찌르고 있었다! 제기랄!허회원은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진종도 그만의 단점이 있었고, 이는 바로 근접전에서의 취약함이었다. 허회
조금 전 한지훈이 부상을 입은 순간, 허회원은 긴장을 풀어버렸다.그에게 있어 한지훈은 그저 과거 자신이 상대했던 자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고, 무력하게 화산 절기에 쓰러질 운명일 뿐이라 여겼다.하지만 누가 상상했겠는가?한지훈이 그 난공불락의 절기를 뚫어내리라니!그는 깊은 후회를 느꼈고, 한지훈을 과소평가한 자신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러웠다.결국 한지훈의 손에는 천생서문이 쥐어져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제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허회원이 처박힌 사람 모양의 깊은 구덩이 앞에 선 뒤, 가볍게 몸을 날려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었다.“쿵!”한지훈의 두 발이 허회원의 등을 강하게 짓누르며 착지했고, 곧이어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끔찍한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으아아악!”허회원은 돼지가 도살당할 때와도 같은 비명을 질렀다.“널 내 스승으로 모시라고?”한지훈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허회원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물었다.허회원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한지훈이 그의 등을 짓누르고, 다른 한쪽 발로는 그의 머리를 짓밟고 있었다.이런 상태에서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한지훈을 제자로 삼겠다니?그런 되지도 않는 소리를 왜 했던 건지!비록 지금 처참한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이 깊은 구덩이에 처박혀 있는 점에 대해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수치스럽기는 했지만, 적어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어떻게 이럴 수가!”임비양은 두 눈을 크게 뜨며 구덩이 안의 광경을 주시했고, 한지훈이 허회원을 짓밟고 있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후...”단해룡은 머리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천성대진을 사용한 후 그의 체력도 이미 한계에 달했기에, 지금 그가 나서서 막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그는 이미 경고한 바 있었다.한지훈을 풀어주는 것은 맹수를 산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고!그러나 빌어먹을 허회원은 그의 말을 의심했고, 이 사달이 난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그 누구도 감히 한지훈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단해룡마저, 한지훈이 한시라도 빨리 두 사람을 죽이고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한지훈이 그를 귀찮게 하지 않는 한, 그는 앞으로 영원히 은거하면서 더 이상 세속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이렇게나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될 줄은 몰랐다. “너희 화산 묘기로, 날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어?”한지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임비양에게 눌리게 된 허회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허회원이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한지훈은 임비양의 척추뼈를 더욱 힘껏 밟았다. 뼈가 뚝하고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임비양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어디 감히 나더러 죽으라고 망언을 해? 오늘 과연 누가 죽게 될지 똑똑히 지켜봐!”“철컥! 철컥!” “푸!”임비양은 너무 아픈 나머지 결국 피를 뿜어냈다. 한지훈에게 몇 번이나 짓밟히게 된 탓에, 그의 척추뼈 몇 마디는 이미 부러졌다. 어떤 뼈마디는 심지어 옷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다. 임비양은 그 고통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고,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도 보기만 해도 아파 나는 것 같아 모두 자신의 허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니... 한지훈! 나... 난 천산의 제자야. 너... 나한테 이렇게 함부로 해서는 안 돼!” 임비양은 입에서 피거품을 내뱉고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푸!”곧이어 오릉군 가시가 은빛을 띤 채, 바로 임비양의 목구멍을 찔렀다. “안돼!”오릉군 가시가 목구멍을 뚫는 동시에, 임비양은 절규하듯 노호하였다. 그러나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이내 임비양은 힘없이 쓰러지게 됐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허회원의 뺨을 타 그의 입으로 곧장 흘러들었다. 갑자기 전해져 오는 피비린내에 허회원은 깜짝 놀라 두 눈
한지훈의 말을 듣고 있던 제단 위 수많은 사람들은, 일제히 침묵하였다. 화산의 진종 수좌마저 한지훈의 손에 처단된 상황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감히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만약 방금 있었던 두 번의 대결에서, 한지훈이 모두 요행으로 이겼다면 이는 한지훈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필경 허회원은 구만리와는 달리, 바탕이 단단하고 심지어 화산의 수좌이기 때문이다. 진법만 놓고 보아도, 단해룡는 그와 비교할 급이 안된다. 그러나 한지훈은 단번에 진종 제자를 제압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약점을 하나 잡고는 허회원을 아예 불구로 만들었다. “한지훈, 너 시체도 아닌 잿더미가 된 채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허회원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패배했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의 배후에는 화산이 있기에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사당? 혹은 국왕? 하지만 명산에게 있어서, 사당이나 국왕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용국이 한지훈을 지키고 싶어 해도, 과연 그가 앞으로 몇 번이나 무사히 추격과 암살을 피할 수 있을까? 하물며 진법 고수들은, 반경 천 리 밖에서도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이 와중에도 못하는 말이 없네?”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허회원을 노려보았다. “난 너한테 독설을 퍼붓는 게 아니라, 화산을 대표하여 우리의 뜻을 밝힌 거야! 네가 나를 죽이려 하는 건 곧, 화산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거야!” 허회원은 피거품을 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척추마저 부러진 바람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말을 한마디씩 할 때도 매우 느릿느릿 입을 떼고는 한다. “뭐? 화산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거라고? 너희들 진작에 나한테 선전포고하지 않았어?”이내 한지훈은 한 손으로 허회원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오릉군 가시를 든 채 직접 허회원의 아랫배를 찔렀다. “푸!”그러자
숭산에서 지위가 매우 높은 그는 반쪽짜리 장교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실력은 절대적으로 유회원보다 한 수 위였고, 결코 그보다 약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의 장점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대를 마주하더라도 매우 조심하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사부님, 저희 꼼짝도 하지 않으면 이대로 한지훈을 풀어주게 되는 거 아닌가요? 장교님께서 저희더러 천생 서문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하셨잖아요!”이때 젊은 남자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백연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지훈은 확실히 3번의 경기를 연승하면서, 특히나 직접 허회원까지 참살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로 인해 아무도 감히 한지훈에게 도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반대로 한지훈 또한 도망가고 싶어도 쉽지는 않았다. 단해룡은 말할 것도 없고, 4대 가문의 대표들 또한 한지훈을 죽을 수 있는 이 절회의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절대로 쉽게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남은 전력들을 모두 안배해. 그리고 우린 조금 있다가 다시 출발할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백연무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지훈을 대처하려면 반드시 온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허회원 같은 말로를 맞이하게 된다. “네!”명령을 받든 젊은 남자는 백연무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이내 몸을 돌려 산 아래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지훈 한 명을 상대하는데 이렇게까지 조심할 필요 있어?”이때 숲 속에서 또 누군가 나타났다. 커다란 몸집에 검은색 긴 셔츠를 입고, 얼굴에는 검은 망사까지 두르고 있었다. “무 문주가 웬일로 이렇게까지 한가한 거지? 여기까지 와서 그저 관전을 하려는 거야, 아니면 직접 손을 나서서 번거로움을 해결하려는 거야?”백연무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 바로 무적천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그는 단해룡의 초청을 거절했지만, 한지훈을 죽일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에 마음이 통한 무적천은 절대 놓치고 싶지
“사부님, 그나저나 칠성 대진은 저희 숭산 진산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대단한 진법을 고작 한지훈을 상대하려고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사부님의 수법으로도 얼마든지 한지훈을 죽일 수 있지 않습니까?”이때, 젊은 남자가 백연무를 따라 맞은편 산봉우리로 걸어가면서 석연치 않게 물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던 사실은, 같은 천왕계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우열을 가릴 수 있다. 천신계의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바로, 누가 진법에 대한 이해가 더 깊고 누가 진법을 잘 운용하는가였다. 백연무는 명산이 든든히 지원해 주고 있고, 무수한 고서적 기록까지 갖고 있었기에 한지훈 앞에서 당연히 거만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백연무의 제자조차도 백연무의 신중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디, 잘 들어. 고수들이 제대로 겨루게 되면 단 한순간만에 생사가 결정될 수도 있어!”“허회원 봐봐. 만약 나랑 맞붙게 됐다면 허회원은 굳이 내가 백 수를 들 필요도 없긴 한데, 그가 어떻게 단 한 수로 한지훈에게 패하게 된걸가?” 백연무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옆에 있는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그건... 그가 방심한 게 아닐까요?” 그러자 오디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방심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점 하나를 놓쳤지. 그건 바로 한지훈이 줄곧 천성대진에 눌려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거야!”“우리가 보기에는 한지훈이 끝에 다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일단 천성대진이 사라지게 되면 한지훈은 곧 전력을 회복하게 될 거야. 이런 상황에서 허회원은 곧 오성 용급 천왕계 고수를 무시한 셈이지!”“게다가 놈 또한 마찬가지로 진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천성대진이 사라지게 되면 허회원은 더 이상 아무런 우세도 없는 거야. 그렇게 그가 오만하게 굴다가 바로 죽음을 자초하게 된 거잖아!”“숲속의 호랑이가 사냥하는 걸 목격한 적 있어?”백연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 두 번 정도 본 적 있습니다!” 오디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뒷짐을 지고 있는 한지훈의 맞은편에는, 단해룡과 수백 명의 종문 고수들이 그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단해룡이 일단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화산, 항산, 4대 가문 그리고 수천수만 명의 무종 고수들은 일제히 한지훈에게 공격을 가할 것이다. 한지훈과 단해룡은 숨 죽인 채 서로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오솔길을 따라 두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단해룡은 서서히 보이는 그림자의 정체가 백연무라는 것을 똑똑히 보아내고는, 얼굴의 긴장한 기색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 무슨 축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이곳에 모이니 정말 시끌벅적하긴 하네!”백연무는 느릿느릿 걸어 들어섰다. “털썩!”곧바로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백연무를 향해 절을 했다. 같은 수좌임에도 불구하고, 백연무의 지위는 결코 허회원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백연무는 5대 명산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비단 그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라, 흉악하고 악랄한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게다가 모두들 알다시피, 그는 백 퍼센트의 자신이 없는 한 절대 먼저 나서지를 않는다. 보아하니 백연무는 오늘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이내 백연무는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제단까지 올라갔다. 뜻밖의 그의 등장에, 대장로의 동공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정말 예상치도 못했다. “선배님!”이내 대장로 또한 백연무를 향해 엎드려 절을 했다. 대장로가 공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백연무의 지위가 초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라? 너였구나. 그동안 줄곧 무종 사당을 위해 일했다면서. 오늘은 어쩐 일로 이 시끌벅적한 곳까지 찾아온 거야?”백연무는 고개를 돌려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했다. “선배님, 북양 왕은... 정말 어쩔 수 없이...”“뭐라고? 북양 왕?”대장로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백연무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사실 전에 북양 왕 한지훈과 장 씨 집안, 그리고 화산 제자들 사이에 약간의 갈
“그래. 팔극속명단의 단방이 우리 손에 있으면 단지 약왕파의 진귀한 보물일 뿐이지만, 이것을 한지훈에게 건넨다면 그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황약사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문주님, 그것은 저희 약왕파에서 가장 중요한 단방입니다! 일찍이 국왕께서 직접 와서 요구했을 때도 문주께서는 내어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지훈에게 바친다는 것은…”대장로는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팔극속명단은 약왕파 사람들의 수명이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길게 유지되는 절대 비밀이었다!이 단방은 약왕파의 창립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비단으로, 천하에 오직 약왕파만이 보유하고 있었다!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약왕파가 천하의 무종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만약 팔극속명단을 잃는다면, 약왕파의 무종 내에서의 위상도 급락할 것이었다!“대장로, 사실 우리에게 단방이 따로 필요하겠나? 이 처방전은 이미 우리 가슴속에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한지훈이 이 단방을 손에 넣어도, 세상에 쉽게 유출하지는 않을 것이다.”“이토록 귀중한 것을 우리가 순순히 내어준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할 자가 어디 있겠느냐?”황약사의 말에 대장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것마저도 진정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진심이라 할 것이 더는 없을 것이다!과연 황약사의 말대로, 거짓의 궁극적인 경지는 남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조차 믿게 만드는 것이었다!“문주님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이 단방으로 한지훈의 신임을 얻는다면, 그는 결코 의심하지 않고 경계를 늦출 것입니다!”“다만, 청운종쪽도…”“유준혁은 위협이 되지 않아.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허리를 꺾였다. 청운종 또한 약종이라지만, 그들의 단방이 우리 약왕파와 비교할 수나 있겠느냐?”“일단은 그를 안정시키고, 청운종과 친밀히 지내라! 그들에게 단방 몇 개와 상급 약재를 건네도 좋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은, 이익으로 유혹하는 것이다!”황약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 문주님께서는 과연 계획이 주도면밀하시니
“대장로님, 어떤 일이든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대장로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대장로는 한지훈의 눈빛 속에서 단호한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아이고! 북양왕께서 이미 뜻을 굳히셨다면, 더 이상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대장로는 그렇게 말한 뒤, 한지훈에게 주먹을 맞대어 예를 표하고는 서둘러 산 아래로 내려갔다.그날 오후, 장씨 가문은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지훈에게 사과를 표명했다.무맹 또한 나서서 입장을 밝히며, 단해룡은 언론 앞에서 직접 자신과 한지훈 사이에 원한이 없음을 선언했다.그는 단지 소인의 감언이설에 속아 한지훈을 겨냥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고, 이 모든 상황은 황약사의 예상대로 흘러갔다.결국 예충기의 등장으로 인해 한지훈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문주님, 과연 신묘한 계략이십니다! 무종의 사람들 말에 따르면, 당시 한지훈은 이미 백연무에게 완전히 몰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예충기가 갑자기 나타나 백연무와 무종의 여러 사람들을 처치했다고 합니다!”“심지어 장씨 가문의 가주조차도 따귀를 여러 대나 맞았다고 합니다!”약왕파 대장로가 다급히 달려와 창릉산 전투의 결과를 황약사에게 보고했다.황약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예상대로였고, 예충기는 줄곧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장씨 가문 따위가 감히 한지훈을 죽이겠다고?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다!“문주님, 그럼 저희는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대장로가 조심스럽게 물으며 황약사를 올려다보았다.“어떻게 하다니? 그야 당연히 한지훈 쪽으로 붙어야지. 우리는 오직 강자만을 따른다. 청운종처럼 한지훈의 날개 아래에 있으면 약왕파가 비상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느냐?”황약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대장로는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멍해졌다.황약사가 누구인가?그의 자존심은 누구보다도 높았는데, 그런 그가 이렇게 쉽게 한지훈에
용국의 조정에서도 한지훈을 극도로 중요하게 여겼다.따라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예충기의 눈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도 빠듯했다.“좋습니다. 그럼 한 달 후, 곤륜허에서 뵙겠습니다!”한지훈은 예충기에게 주먹을 맞대어 예를 표했고, 예충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명심해라. 돌아간 후에는 이 일을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화를 초래할 것이야!”“용족 유적을 탐내는 자들은 광명파만이 아니다. 또한 용심을 융합하는 것은 용족 유적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니,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자들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예충기의 시선이 멀리 있는 산봉우리로 향했다.이때, 무적천이 두 눈에서 불꽃을 뿜으며 산 정상에 서 있었다.그는 눈앞에서 한지훈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고, 다시 한번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사실, 그가 몰래 이곳에 온 이유는 한지훈이 힘이 다할 때를 기다렸다가 불시에 습격하여 목숨을 담보로 용심을 융합하는 방법을 말하도록 협박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저 헛된 망상이 되고 말았다.심지어 장씨 가문의 어르신들조차도 그 곤륜의 노인을 그렇게 공손히 대하는데, 자신이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그가 감히 이 상황에서 감히 한지훈을 공격할 수 있을까?감히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다!“흥! 한지훈, 네놈의 목숨도 참 질기군!”무적천은 이를 갈며 독설을 내뱉은 후, 분노에 찬 채로 몸을 돌려 산 아래로 내려갔다.이때, 한지훈도 멀리 산봉우리 위에 서 있는 그 외로운 뒷모습을 발견했다.“무적천?!”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그래, 그는 꽤 끈질긴 자다. 다만, 반쪽짜리 흑룡의 심장을 손에 넣고도 끝내 융합하지 못했지. 십중팔구 그는 천생서문을 빼앗으러 온 걸 거다!”“무적천과 황약사, 이 두 사람을 반드시 조심하거라. 사실 수십 년 전, 이들은 모두 국왕의 후계자로 고려되었던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옛 국왕이 지닌 자애로운
“예!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예 선배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장진원과 단해룡을 비롯한 무리는 일제히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예충기에게 감사를 표했다.심지어 노 씨 어르신과 창 씨 어르신조차 무릎을 꿇고 연신 감사를 전했다.그들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예충기는 한지훈 앞으로 다가왔다.“정말 예상 밖이군. 몇 달 전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정말 나도 다시 보게 되는구나!”비록 한지훈은 여전히 오성 용급 천왕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지만, 자신의 자기장을 끌어올려 구만리와 벌인 전투 장면을 예충기는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한지훈이 지금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비로소 곤륜허에 들어가 백룡의 심장을 얻을 자격이 생긴 것이었다!“과찬이십니다, 선배님. 단지 우연히 깨달음을 얻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진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한지훈이 겸손하게 대답하자, 예충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뒷짐을 진 채 말했다.“그래! 교만하지 않고 차분한 마음가짐이야말로 큰일을 이루는 필수 덕목이지! 사실 네 나이에 이 경지까지 깨우친 자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야!”“내가 이번에 널 찾아온 이유는, 정식으로 곤륜허에 널 초대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뇌해를 건너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도와준다면 문제없을 것이다!”“나는 수백 년간 곤륜허를 지켜 왔지만, 이제 마침내 그 사명을 끝낼 날이 왔구나. 네 덕분에 나도 해방될 수 있게 됐다.”예충기가 한지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말하자, 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예 선배님, 과연 지금의 제 실력으로 뇌해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한지훈은 아직 곤륜허에 가본 적도 없고, 그곳의 뇌해가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본 적도 없었다.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위험천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더군다나 천생서문에는 천뢰가 다섯 명의 신을 멸한 전설이 기록되어 있었다.상고 시대에
그 말에, 원상용은 재빨리 땅에서 일어나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는 쏜살같이 오솔길을 따라 창령산을 뛰어내렸다. 원상용이 뜻밖에도 한지훈으로부터 특별 사면을 받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모두 급히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는 용서를 빌면서, 모든 책임을 단해룡과 장 씨 집안에게 떠넘겼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훑고는, 곧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도 얼른 돌아가! 그리고 앞으로는, 너희들도 용국의 일원이자 국왕의 신하라는 걸 명심해!”“나라를 위해 힘써야 할 때는 절대 몸도 사리지 말아야 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너희들을 찾아내 죄를 따질 거야!”“네!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제멋대로 굴지 않겠습니다. 나라가 저희를 필요로 하는 한, 모든 걸 내던져서라도 뜨거운 피를 보여주겠습니다!”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한지훈을 향해 패기를 보이고 나서야, 이내 벌떼처럼 산 밑으로 도망쳤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훈은 역시나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 사실 맨 처음, 한지훈이 원상용을 풀어준 이유는 원 씨 집안과의 원한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원 씨 집안이 오늘날 거의 절반이 넘는 무종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예충기가 그들을 창령산에서 죽이게 된다면, 용국의 무종은 반드시 단층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용국에게 있어서도 큰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예충기가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원 씨 집안사람들을 풀어주었고, 그 후 또 무종 사람까지 풀어주었다. 감격의 눈빛을 보내는 대장로의 모습에,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용서해 줄 줄 알아야 하잖아요. 저들 중 절대다수는 결코 저한테 악의가 없다고 믿어요!”“필경 모두들 생면부지이니, 원한이라 할만한 것도 없을 테죠!” “대장로님, 제 말 맞죠?” 그 말에 대장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예충기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선배님께
장진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한 대 맞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예충기의 추궁에 더욱 고개를 숙였다. 무종에서는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예충기 부부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장 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천산 전체가 다 나선다 하더라도 이 두 사람을 죽이기에는 버거웠다. 그렇기에 장진원이든 단해룡이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설령 그들의 실력과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예충기 부부를 상대로는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너한테 묻잖아. 안 들려?”뒤이어 다시 한번 우렁찬 따귀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장진원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장 씨 집안 가주조차도 순순히 맞을 수밖에 없으니, 다른 사람들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장진원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예충기를 바라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북양왕이 선배님과 여전히 관계가 깊을 줄은 저... 정말 몰랐습니다. 진작에 알았으면 저 절대 감히 솜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장진원의 표정에서 알 수 있는바, 그는 이미 간담이 서늘해 났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100여 년 전의 5대 명산에서, 천산이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당시 용국의 진정한 제1명산은 바로 화산이었다. 그러나 당시 화산의 수좌가 예충기의 제자 한 명을 잘못 다치게 한 탓에, 결국 화산은 살신이라는 큰 화를 불러오게 됐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화산 전체는 피바다가 됐고, 수많은 고수들은 예충기의 손에 죽게 됐으며, 심지어 화산의 무종과 진종 사이에는 단층이 나타나기도 했다. 수많은 젊은 세대의 고수들이 모두 처참하게 죽게 되었다. 그 후로부터 화산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고, 5대 명산의 지위에서도 곤두박질치게 됐다. 그렇기에 방금 정봉교가 한 그 말은, 절대 장 씨 집안에게만 충격을 안긴 것이 아니었다. 예충기 부부는 정말 천산을 죽일 수도 있었다. 장 씨 집안이 그 아무리 공적이 크다
“아무튼 네가 명심해야 할 건, 네 목숨은 단지 너 자신 것만이 아니라는 거야.” 예충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예충기를 바라보았다. 한 씨 집안에 비밀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러나 한지훈과는 달리, 단해룡은 한 글자라도 더 듣기 싫은 듯 한사코 귀를 막고 있었다. 이내 백연무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그의 머리는 한 지팡이에 부딪히게 됐다. “팍!”예상치 못한 타격에 백연무의 이마는 벌겋게 붓게 되었다. “네가 들어서는 안되는 거야. 들으면 죽는다고!”노파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녀는 그저 무덤덤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저희 못 들었습니다...”“선배님, 저희 한 글자도 듣지 못했습니다... 저... 저는 천성적으로 귀가 먹게 돼서...”“어르신... 저... 저도 귀먹은 놈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곧이어 제단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정말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사실 예충기가 갑자기 이렇게나 많은 비밀을 털어놓을 줄은 몰랐고, 심지어 그들에게 회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너희들이 들었든 못 들었든, 오늘 이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살아서 떠날 생각하지 마!” 노파의 우렁찬 목소리는,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을 놀라게끔 했다. “선배님, 그건...”대장로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정봉교의 눈에서는 갑자기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설령 대장로라 할지라도, 그 또한 노파의 살기 어린 눈빛에 놀라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물러서게 됐다. “빌어먹을 놈들은 마땅히 죽어야 돼!”노파는 지팡이를 짚고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뎠다. “푸!”바로 그때, 눈 깜짝할 사이에 맨 앞 세 줄에 무릎을 꿇은 무종 제자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이내 겁에 질린 단해룡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땅바닥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우린... 우린 더 이상 이 미친년이랑
“장씨 집안?”노파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장 씨 집안, 설마 이젠 문 닫으려는 거야?”“착실하게 조룡의 묘지나 지키지 않고, 사방으로 날뛰면서 시비나 일으키다니! 장진원, 너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 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 천산을... 할머니의 목소리는 계속 메아리가 되어 멀리서 들려왔고,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천산을 짓밟는다고? 그 말을 들은 수천수만 명의 무종 제자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여편네, 대체 정체가 뭐야? 감히 천산 장 씨 집안을 상대로 큰소리치고, 감히 천산을 짓밟는다고 위협까지 하다니? 무려 5대 명산의 으뜸, 천산을 말이야? 심지어 단해룡이든 백연무든 감히 머리도 들지 못했다. 그들의 어두운 표정을 보아도, 이 노부부는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방 선배님, 이... 노인네들은...”“팍!”원상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방 소가 손을 흔들어 힘껏 따귀를 때렸다. “너 죽고 싶어? 상대는 예충기와 정봉교야! 너는 더욱 말할 것도 없고, 너희 원 씨 집안에 남은 세 영감이라 하더라도 이 두 사람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돼!”“그렇게 죽고 싶으면 너 혼자 죽어, 나까지 연루시키지 말고!”깜짝 놀란 동방 소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충기나 정봉교의 그 차원에 이르게 되면 귀 또한 매우 밝아, 10리 밖의 바람 소리가 동남풍인지 서북풍인지까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러니 방금 원상용의 망언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순간 창령산 전체는, 마치 저승사자가 휩쓴 듯이 조용해졌다. “움직일 수 있겠어?”이내 예충기는 몸을 돌려 한지훈을 힐끗 보았다. 사실 칠성대진이 무너진 이후, 한지훈의 체력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다만 그 회복의 속도는 매우 느렸다. “어르신께서 제 생명을 구해 주신 은혜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제가 감히 어찌 보답을 해드려야 할지!”한지훈은 한쪽 무릎을
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새끼들,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쫓아낼 거야!”바로 그때, 산 아래 오솔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이 천천히 제단으로 올라섰다. “혹시... 예 씨 어르신인가요?”한지훈은 멍하니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곤륜 예충기였다. 이번에는 예 씨 어르신의 부인도 함께 자리에 오게 됐다. 활짝 웃는 예충기의 표정과는 달리, 노파의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게다가 그녀의 실력은 예충기보다도 한 단계 높았다. 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창령산은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큰 굉음을 내었다. 이내 노파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녀의 용머리 지팡이에서는 알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쾅!”“우르릉!”곧이어, 백연무가 펼친 그 칠성대진은 뜻밖에도 큰 소리와 함께 가루로 흩날리게 됐다. “푸!”칠성대진이 깨지게 됨과 동시에, 백연무는 거칠게 피를 뿜어내고는 몸을 휘청거리더니 털썩 넘어져 버렸다. “뭘 또 기다려? 얼른 지옥으로 보내!” 살기 가득한 노파가 지팡이로 백연무를 가리키자, 깜짝 놀란 백연무는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정말 너무나도 커, 상대방의 위압만으로도 백연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반격은커녕 그는 꿋꿋이 버틸 용기조차 없었다. “예 씨 어르신! 저희... 저희가 잘못했어요!”결국 단해룡은 털썩하고는 무릎을 꿇었다. 예충기, 그는 자고로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신화이다. 더욱이는 용국에서도 천하무적의 존재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에 반면 단해룡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5대 명산의 장교가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모두 공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잘못했다고? 허허!”예충기는 차갑게 웃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단해룡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크게 놀란 단해룡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예충기와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만약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놈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