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보십시오, 이 제단 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북양 왕 한 명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방금 무맹 장로들은, 그동안 맺힌 모든 원한을 여기서 해결해도 된다고 선포까지 했습니다!”“그 말은 즉, 오늘 북양 왕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이내 대장로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실 대장로는 백연무가 갑자기 나타난 것에 대해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 틈을 타 그에게 도움을 청해 공정을 따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백연무의 말 한마디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충분히 쫓아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한지훈도 무사히 자리를 떠날 수 있다. 사실 한지훈의 실력으로 이 난관을 뚫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 절반 이상의 무종 종문이 모두 이곳에 모이게 되어, 대결이 심각하게 번지게 되면 용국 무종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대장로는 그런 불상사를 보고 싶지 않았고, 더욱이는 한지훈이 오늘의 일로 인해 무종과 대척점에 서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이야?”이내 백연무는 고개를 돌려 단해룡을 바라보았다. 단해룡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천성 대진은 백연무를 상대하기에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단지 실력으로만 따져도, 단해룡 두 사람이 달려들어도 백연무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선배님, 저 허튼소리 듣지 마세요! 한지훈이 북양 왕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지훈은 엄연히 죄 없는 장월동을 죽이고 그 후에 장도령까지 죽였어요!”“게다가 오늘은 장도령의 절친인 구만리까지 죽였습니다. 단지 몇 마디 논쟁만 했을 뿐인데 한지훈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구만리를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이곳은 어디인가요, 상고 시대의 전신인 치우의 제단입니다! 저희 수천수만 명의 무종 제자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찌 한지훈으로 인해 이곳이 피로 뒤덮이는 걸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결국 어쩔 수 없이 저희
곧이어 백연무는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한지훈, 어찌 됐든 장 씨 집안은 줄곧 우리 용국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야. 그런데 네가 그런 장 씨 집안사람들을 죽인 건 확실히 잘못한 거야!”“게다가 장도령과 구만리까지 죽인 건, 용납할 수가 없어!”“하지만 내가 이곳까지 온 이상 당연히 이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막을 거야. 모든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만들 거야!”이때 백연무는 갑자기 몸을 돌려 단해룡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단해룡, 너 정말 머리 하나는 잘 굴리는구나! 전신 치우의 제단을 이용하여 한 후배를 사지로 몰아넣어?”“배짱이 아주 크네!”백연무의 말에, 단해룡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백연무가 날 도우러 온 게 아니라고? 만약 백연무가 한지훈을 도우려 한다면, 오늘 일은 계획대로 끝내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숭산은 줄곧 구석진 곳에서 종래로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었다. 그런데 만약 백연무가 한지훈을 지지하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5대 명산과 무종을 향해 입장을 밝히게 되는 것이다. “아니... 선배님, 제발 상황을 직시해 주세요. 구만리가 이놈의 손에 죽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놔뒀다가는...” 단해룡은 씩씩거리면서,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 기가 찼다. “너희들 정말 우리 무종의 체면을 제대로 깎는구나. 수천수만 명의 선배라는 놈들이, 각 종파 장로 문주라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여서 한 후배를 죽이려 하다니, 너희들은 정말 부끄럽지도 않아!”백연무는 큰 소리로 노발대발하였다. 우렁찬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두 귀가 윙윙거리는 와중에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대장로는 불안한 마음을 마침내 내려놓았다. 백연무는 과연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적어도 여전히 공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백연무는 갑자기 몸을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 네가 사당에 있든 다른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든, 넌 여전히 무종의 일원이야, 맞지?”“무종의 일원인 이상
대장로는 그제야, 뱀이 쥐 무리와 함께 한 배를 타게 된 걸 알게 되었다. 백연무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방금, 한지훈이 몇 명의 고수와 겨룰 때에도 그는 멀리서 모든 걸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이미 한지훈의 모든 수법과 밑판을 간파하였다. 이 상황에 한지훈에게 손을 대면, 그가 전혀 막아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너희들...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구나! 어쩐지 우리 무종이 근 몇 년 동안 줄곧 유럽 사람들에게 눌리우고 얻어맞게 되더라니. 너희 같은 배신자들이 있었던 탓에 무종이...”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에게 따귀를 한 대 날렸다. “대단한 배짱이네. 네가 무종 대장로면 멋대로 떠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항렬도 신경 안 쓰고 망언을 할 수 있다는 거야?”백연무는 차가운 눈빛으로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의 몸에서는 살기가 분출되기 시작하더니, 순간 주위의 공기는 차가워졌다.“항렬? 난 도리여 오늘 누가 감히 북양 왕을 건드리려 하는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 너희들은, 명산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면 국가의 법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이대로 북양 왕이 암살당하게 된다면, 과연 어느 명산이 용국의 군대를 막아낼 수 있고, 어느 종문이 20만 파룡군을 막아낼 수 있을까!” 대장로가 이를 갈며 말했다. 한편 한지훈은 손을 살짝 흔들며, 대장로더러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다는 듯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알다시피, 백연무든 단해룡이든 이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이익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의 이익을 따지는 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오직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여 그들을 굴복시키고, 그들이 감히 자신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대장로님께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모두 충분히 하셨습니다. 저도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필경 무종 대장로시니 어떤 일들은 제가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뽀얗던 그의 얼굴은 갑자기 흐려지게 됐다. 게다가 이마 한구석에서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배어 나오기도 했다. “어때,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 같지? 네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자기장도 더 이상 소환할 수 없게 된 거 아니야?”백연무는 뒷짐을 진 채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한지훈뿐만 아니라 단해룡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물론 단해룡의 힘도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블랙홀에 의해 모든 기운이 한꺼번에 다 뽑힌 듯했다. 단해룡은 더 이상 제자리에 우뚝 설 힘조차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주변에 서있던 실력이 다소 약한 무종 제자들은 이미 연이어 땅에 쓰러지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거품까지 뱉기 시작했다. 다만 백연무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 4대 가문 중 천왕계에 아직 다다르지 못한 고수들만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원상용은 믿기지 않는 그 기괴한 장면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느새 옆에 있던 동방 소조차도 이미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게 되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이게... 이게 바로 칠성대진인 건가?” 그 와중에도 대장로는 이를 악문 채 버티고 쓰러지지 않았으며, 백연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백연무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게 바로 칠성대진이야. 그 누구도 칠성대진의 속박을 벗어날 수는 없어!”“심지어 실력이 강한 자일수록 체력이 더욱 빨리 빠져나가게 될 거야!”“한지훈, 얼른... 얼른 도망가!”이내 대장로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힘껏 밀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이미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백연무의 말대로, 역시나 실력이 강할수록 체력이 더욱 빨리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지훈은 순식간에 모든 힘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심지어 오릉군 가시조차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한지훈, 넌 이제 날개가 있다 해도 도망가기 어려울 거야. 어때? 아직도 고집부리고 그 천생 서문을 내놓지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절벽 끝으로 몰리게 됐다. 비록 5성 용급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검을 들 힘조차 없었다. 체내의 자기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 어떠한 진법도 사용할 수 없고, 자기장 또한 소환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굳이 단해룡이 손을 쓰지 않아도, 갓 입문한 종무 제자라 하더라도 한지훈의 목숨을 쉽게 빼앗을 정도였다. “나야 더는 말할 것도 없고, 갓 입문한 평범한 우리 제자들도 마음먹고 손을 쓰게 되면 얼마든지 널 처단할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설마, 천생서문이 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거야?” 백연무는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한지훈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한지훈을 죽이기만 하면 자연스레 천생서문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그 위에 적힌 비밀 언어는 한 씨 집안사람들만이 해석할 수 있었다. 설령 백연무가 정말 천생서문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마치 암호를 보는 것처럼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 이 사실은, 무종뿐만 아니라 명산도 잘 알고 있었다. 천신계가 세속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은, 단시간 내에 해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백연무와 같은 강자의 유일한 출로는, 가능한 한 빨리 경지를 향상해 천신계로 돌파해야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원수들이 찾아올 것이고, 심지어 천신계 강자들이 그를 귀찮게 할 수도 있다. 때가 되면 그는 죽음으로 향하는 길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단해룡과 같은 강자가 천산에 들어서기 위해 사당과 국왕을 적으로 만드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유이다. “천생서문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 한 씨 집안사람들의 사명이야. 그러니 백연무, 넌 더 이상 헛수고할 필요가 없어!”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백연무를 바라보았다. 그의 무심하고 태연한 태도는, 백연무조차도 탄복하게 했다. 한지훈... 역시나 용국의 백전 명장답네. 죽기 직전
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새끼들,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쫓아낼 거야!”바로 그때, 산 아래 오솔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이 천천히 제단으로 올라섰다. “혹시... 예 씨 어르신인가요?”한지훈은 멍하니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곤륜 예충기였다. 이번에는 예 씨 어르신의 부인도 함께 자리에 오게 됐다. 활짝 웃는 예충기의 표정과는 달리, 노파의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게다가 그녀의 실력은 예충기보다도 한 단계 높았다. 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창령산은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큰 굉음을 내었다. 이내 노파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녀의 용머리 지팡이에서는 알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쾅!”“우르릉!”곧이어, 백연무가 펼친 그 칠성대진은 뜻밖에도 큰 소리와 함께 가루로 흩날리게 됐다. “푸!”칠성대진이 깨지게 됨과 동시에, 백연무는 거칠게 피를 뿜어내고는 몸을 휘청거리더니 털썩 넘어져 버렸다. “뭘 또 기다려? 얼른 지옥으로 보내!” 살기 가득한 노파가 지팡이로 백연무를 가리키자, 깜짝 놀란 백연무는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정말 너무나도 커, 상대방의 위압만으로도 백연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반격은커녕 그는 꿋꿋이 버틸 용기조차 없었다. “예 씨 어르신! 저희... 저희가 잘못했어요!”결국 단해룡은 털썩하고는 무릎을 꿇었다. 예충기, 그는 자고로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신화이다. 더욱이는 용국에서도 천하무적의 존재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에 반면 단해룡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5대 명산의 장교가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모두 공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잘못했다고? 허허!”예충기는 차갑게 웃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단해룡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크게 놀란 단해룡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예충기와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만약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놈은 진
“장씨 집안?”노파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장 씨 집안, 설마 이젠 문 닫으려는 거야?”“착실하게 조룡의 묘지나 지키지 않고, 사방으로 날뛰면서 시비나 일으키다니! 장진원, 너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 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 천산을... 할머니의 목소리는 계속 메아리가 되어 멀리서 들려왔고,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천산을 짓밟는다고? 그 말을 들은 수천수만 명의 무종 제자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여편네, 대체 정체가 뭐야? 감히 천산 장 씨 집안을 상대로 큰소리치고, 감히 천산을 짓밟는다고 위협까지 하다니? 무려 5대 명산의 으뜸, 천산을 말이야? 심지어 단해룡이든 백연무든 감히 머리도 들지 못했다. 그들의 어두운 표정을 보아도, 이 노부부는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방 선배님, 이... 노인네들은...”“팍!”원상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방 소가 손을 흔들어 힘껏 따귀를 때렸다. “너 죽고 싶어? 상대는 예충기와 정봉교야! 너는 더욱 말할 것도 없고, 너희 원 씨 집안에 남은 세 영감이라 하더라도 이 두 사람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돼!”“그렇게 죽고 싶으면 너 혼자 죽어, 나까지 연루시키지 말고!”깜짝 놀란 동방 소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충기나 정봉교의 그 차원에 이르게 되면 귀 또한 매우 밝아, 10리 밖의 바람 소리가 동남풍인지 서북풍인지까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러니 방금 원상용의 망언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순간 창령산 전체는, 마치 저승사자가 휩쓴 듯이 조용해졌다. “움직일 수 있겠어?”이내 예충기는 몸을 돌려 한지훈을 힐끗 보았다. 사실 칠성대진이 무너진 이후, 한지훈의 체력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다만 그 회복의 속도는 매우 느렸다. “어르신께서 제 생명을 구해 주신 은혜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제가 감히 어찌 보답을 해드려야 할지!”한지훈은 한쪽 무릎을
“아무튼 네가 명심해야 할 건, 네 목숨은 단지 너 자신 것만이 아니라는 거야.” 예충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예충기를 바라보았다. 한 씨 집안에 비밀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러나 한지훈과는 달리, 단해룡은 한 글자라도 더 듣기 싫은 듯 한사코 귀를 막고 있었다. 이내 백연무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그의 머리는 한 지팡이에 부딪히게 됐다. “팍!”예상치 못한 타격에 백연무의 이마는 벌겋게 붓게 되었다. “네가 들어서는 안되는 거야. 들으면 죽는다고!”노파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녀는 그저 무덤덤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저희 못 들었습니다...”“선배님, 저희 한 글자도 듣지 못했습니다... 저... 저는 천성적으로 귀가 먹게 돼서...”“어르신... 저... 저도 귀먹은 놈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곧이어 제단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정말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사실 예충기가 갑자기 이렇게나 많은 비밀을 털어놓을 줄은 몰랐고, 심지어 그들에게 회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너희들이 들었든 못 들었든, 오늘 이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살아서 떠날 생각하지 마!” 노파의 우렁찬 목소리는,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을 놀라게끔 했다. “선배님, 그건...”대장로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정봉교의 눈에서는 갑자기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설령 대장로라 할지라도, 그 또한 노파의 살기 어린 눈빛에 놀라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물러서게 됐다. “빌어먹을 놈들은 마땅히 죽어야 돼!”노파는 지팡이를 짚고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뎠다. “푸!”바로 그때, 눈 깜짝할 사이에 맨 앞 세 줄에 무릎을 꿇은 무종 제자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이내 겁에 질린 단해룡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땅바닥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우린... 우린 더 이상 이 미친년이랑
“좋습니다! 부인께서 이처럼 저를 믿어 주시니, 제가 한 번 나서 보겠습니다! 여봐라, 차를 준비하라!”황약사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한 끝에,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설령 한지훈이 정말로 중독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그를 구해 준다면 한지훈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그렇게 되면 오히려 한지훈과 강우연의 의심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황 문주님,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강우연이 황약사에게 정중히 예를 표했다.“부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진심으로 부인과 한지훈 선생님과의 친분을 소중히 여깁니다. 한지훈 선생님이 위기에 처했다면, 저 또한 온 힘을 다해 돕는 것이 마땅하지요!”황약사는 그렇게 말하며 강우연에게 안으로 들라는 손짓을 보냈고, 곧바로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강우연과 도청전인 역시 지체할 틈이 없었고, 즉시 황약사를 데리고 한지훈이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이때, 유준혁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방을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소파에 누운 한지훈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겉보기에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입가에는 이미 선혈이 맺혀 있었다.이는 곧 독이 상당히 깊숙이 퍼졌다는 뜻이었다.만약 곧바로 해독하지 못한다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를 지경이었다.“부인!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황약...”유준혁은 강우연의 뒤에 서 있는 황약사를 보자, 하려던 말을 멈추고 급히 몸을 숙였다.“황 문주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러나 황약사는 유준혁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한지훈이 누워 있는 소파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한지훈 선생님께서 언제 중독된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황약사가 묻자, 도청전인과 강우연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말하자면, 한지훈 선생님께서 걸린 독은 느리게 퍼지는 만성 독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누군가와 격전을 벌였기에, 독이 급격히 퍼진 것이지요. 지금 이 상태로는 저조차 손을 쓰기 힘든 상황입니다!”황약사는 미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알려라! 강우연 부인께서 직접 방문하여 황약사를 뵙기를 청한다고 전하라!”도청전인은 엄중한 표정으로 지시했다.문을 지키던 약왕파의 제자 두 명은 놀란 표정으로 강우연을 몇 번 훑어보더니, 그중 한 명이 재빨리 몸을 돌려 안쪽으로 달려갔다.“보… 보고합니다! 강... 강우연이 왔습니다!”그 제자는 숨을 헐떡이며 대청으로 뛰어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이때 황약사는 대장로를 비롯한 고위층들과 함께, 향후 어떻게 한지훈을 방심하게 하여 약왕파의 세력을 키울 것인지 논의하고 있었다.그러나 제자의 외침을 듣자, 모두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뭐라고? 강우연이 왔다고?”대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네! 그리고 조금 전에 저희 약초를 가져갔던 도청이라는 노인도 함께 왔습니다! 그들이 문주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제자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오호? 강우연이 나를 직접 찾아왔다고?”황약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문주님, 어떻게 할까요?”대장로가 고개를 돌려 황약사의 의중을 떠보았다.“들여보내라! 전원 소집해서 강우연 부인을 정중히 맞이한다!”황약사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네!”제자는 급히 대청을 나가 지시에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약왕파의 거대한 정문이 좌우로 열렸다.황약사는 직접 일곱 명의 대장로와 문하 제자들을 이끌고 문 앞에 나와 강우연을 맞이했다.“약왕파의 문주, 황약사가 강우연 부인을 뵈옵니다!”황약사는 강우연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쥐어 예를 갖추었다.“황 문주님,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과거의 일들은 뒤로하고, 황문주님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드리러 왔습니다!”강우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디 안으로 들어와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요.”황약사는 안으로 청하는 손짓을 취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금 지훈 씨가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황 문주님뿐입니다. 황 문주
강우연은 전화기 너머로 초조하게 외쳤다.“괜찮아... 그냥... 몸에 힘이 빠져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도청전인을 보내 나를 데려가게 해 줘.”한지훈이 힘겹게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보낼게요!”전화를 끊자마자, 강우연은 급히 도청전인을 불러 말했다.“어르신, 지훈 씨가 뭔가 이상해요. 빨리 공항으로 가서 그를 데려와 주세요. 절대 다른 일에 휘말리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해요!”“알겠습니다!”도청전인은 강우연의 표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읽고는, 제자 두 명을 데리고 신속히 공항으로 향했다.“한지훈 선생님!”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지훈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빨리! 한지훈 선생님을 차에 태우고, 즉시 돌아간다!”도청전인은 두 명의 제자와 함께 한지훈을 조심스럽게 들어 차에 태운 후, 전속력으로 별장으로 돌아갔다.마침, 이때 유준혁은 팔극수명단을 만들고 있었고 도청전인이 한지훈을 막 별장 안으로 옮겼을 때 곁에 있던 제자에게 말했다. “어서 유 문주를 모셔 와라! 당장!”얼마 지나지 않아, 유준혁과 강우연이 급히 거실로 들어왔다.유준혁은 소파에 누워 있는 한지훈의 얼굴을 보더니, 즉시 눈썹을 찌푸렸다.“흠... 이건 보통 독이 아니군. 이런 독을 제조할 수 있는 문파는 단 세 곳뿐입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맥을 짚어 보더니,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그게 무슨 뜻이죠? 한지훈 선생님이 도대체 어떤 독에 중독된 겁니까?!”도청전인이 다급히 물었다.“이건 일종의 지독한 만성 독약입니다. 원래라면 한 달 후에야 발작해야 하지만, 한지훈 선생님의 무공이 강한 탓에 혈류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빨라졌죠. 결과적으로 독이 짧은 시간 안에 온몸에 퍼져 버린 겁니다!”“하지만, 이 독은 제가 해독할 수 없습니다.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독을 만든 자이거나, 아니면 약왕파의 황약사뿐입니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의식을 잃고 있으니, 즉시 약왕파에 연락해야 할
낙청풍은 한지훈을 향해 돌진하며, 손끝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한지훈을 죽이는 것!하지만 이 순간, 한지훈은 자신의 힘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심지어 체내의 자기장조차 흐트러져 있었다.그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낙청풍의 공격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지훈이 물러날수록 그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숨을 들이쉬는 찰나의 순간, 낙청풍은 이미 한지훈의 코앞까지 접근했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한 걸음도 채 되지 않았다!그때, 낙청풍의 단검이 허공을 가르며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쉭!”한 줄기 차가운 섬광이 스쳤고, 한지훈은 간신히 낙청풍의 일격을 피하며 다섯 걸음 더 물러섰다!“한지훈, 어떠냐? 전혀 힘을 쓸 수 없지 않나? 우리 낙씨 가문의 독은 아무나 해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괜히 저항하다간 비참하게 죽게 될 거다!”낙청풍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의 수법이야말로 더럽기 짝이 없군. 하지만, 아무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는 웬만한 독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한지훈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지금 그는 겨우 체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한 상태였다.그나마도 체내의 자기장이 작용하여 일부 독기를 억제해 준 덕이었다.“용급 천왕계? 하, 대단하군 그래! 하지만 난 고작 일성 준천왕일 뿐이지만, 너 따위 하나쯤 죽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말을 끝내자마자, 낙청풍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다시금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쉭!”또다시 번뜩이는 칼끝이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낙청풍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한지훈이 중독되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해도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의 육체는 금강석처럼 단단했다.웬만한 칼이나 창으로는 그의 몸에 상처조차 낼 수 없었기에, 한지훈을 죽이려면 오직 목을 베는 방법뿐이었다!한지훈을 죽이든, 아니면 심각하게 부상을 입히든, 어떻게든 그를 무
또한 신경 마취제의 약효는 보통 매우 느리게 발현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독이 퍼져 갑자기 발작을 하게 된다. 며칠 후, 한지훈이 독에 의해 죽게 되면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그 자식이 눈을 감을 때까지 기다리자고!”찻집 주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어 보였다. 사실, 한지훈은 그 차를 마신 직후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그의 체내 자기장이 조금만 변해도 바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함을 바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한지훈은 조금 더 걷자, 체내 자기장이 갑자기 혼란을 일으키며 눈앞이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혹시 독차인가?!한지훈은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다.이곳은 사람도 없고, 만약 중독이 되거나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역시 한지훈이 예상한 대로, 백 미터도 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한지훈의 앞길을 막았다.“한지훈, 너는 이미 중독되었다. 나 낙청풍이 네 시체를 수습하러 왔으니 만약 네가 스스로 두 다리를 자르면, 널 살려는 주도록 하지!”낙청풍은 거만하게 말하며 너그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말은 마치 낙청풍이 매우 강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한지훈이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는 자신의 체면뿐만 아니라 천신종의 체면과도 관련이 있었다.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괜찮지만, 만약 종문의 체면을 구긴다면 집사나 법 집행당의 사람이 바로 그의 가문을 몰살할 것이었다. 지금 낙청풍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은 한지훈과 싸우는 것이다.낙청풍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한지훈이 죽은 후 그에 대한 명성을 얻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도 말하지. 너와 그 사람이 같이 다리를 부러뜨린다면 너희 생명을 보장해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넌 목숨을 잃고, 온몸의 경락이 끊어질 거다!”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오?”낙청풍은 얼굴을 찡그리며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낙청풍은 그가 지금까지 들었던 말 중 가장 웃기는 농담이었다
낙천택은 고개를 숙여 깊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둘째 어르신, 한지훈에게 신미향을 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 때처럼 효과가 있을까요?”천신종의 신미향은 무종 내에서도 매우 유명했고, 천신계 강자도 이 향기를 맡으면 전투력이 모두 사라진다고 전해졌다. “물론이지, 천신계 강자라도 신미향을 피할 수는 없다!”노인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낙천택은 이를 악물었고, 팔극수명단의 단방을 얻기 위해 낙씨 가문은 이를 시도할 가치가 있으며, 천신종도 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다.“우리가 예전에 합의했던 대로, 약종의 성회를 열어 강우연을 속여서 오게 한다면 한지훈도 반드시 참석할 거다. 단방이 누구 손에 있든지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할 수 있지!”노인의 말을 들은 낙천택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잠깐, 가는 길에 한지훈에게 좋은 정보를 조금 흘려주도록 해.”노인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둘째 어르신, 그게 무슨 뜻인가요?!”낙천택은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만일을 대비하자는 소리다!”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낙천택은 말을 마친 후, 곧장 마당을 나섰다.같은 시각, 창릉에 있던 한지훈은 막 창릉산을 떠나고 있었다.산길을 따라 오전 내내 걸어가던 한지훈은 앞에 있는 작은 찻집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찻집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주인이 끓이고 있는 차에서 나는 향기가 매우 진하게 퍼져 나왔다.한지훈은 신기해하며 다가가 물었다.“어르신, 이건 무슨 차길래 이렇게 향이 좋습니까?”그러자 찻집 주인이 친절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운무모봉이라는 겁니다! 운무산에서 채취한 거지요. 향이 좋지 않습니까?!”주인은 자랑스러운 듯 한 모금 마시고는 한지훈에게 작은 컵을 하나 더 따라줬다.한지훈은 그 차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향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렇게 좋은 차가 있다니요, 얼마입니까?”한지훈
“우선 먼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임상을 해보고, 과연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적어도 암이나 백혈병 같은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는 진짜 팔극수명단이 꽤 좋은 효능을 보일 거니까요!”“제가 알기로는, 예전에 용각의 한 장로가 집안에 먼 친척이 암에 걸렸었는데 황약사가 팔극수명단을 가지고 가서 그를 살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유준혁이 진지하게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이 일은 어르신께서 처리해 주세요. 이번 기회에 약왕파의 진짜 속마음을 시험할 수 있을 것 같네요!”강우연이 단방을 도청전인에게 건넸다.이 중 약왕파에 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도청전인밖에 없었다.유준혁의 청운종은 약종의 순위에서 그리 높지 않았고, 명실상부한 제1대 약왕파와는 대화할 자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도청전인이 단방을 받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제가 다녀오겠습니다!”도청전인이 떠난 후, 유준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만약 그들이 준 단방이 진짜라면, 저희 항암 신약은 더 이상 개발할 필요가 없겠군요. 팔극수명단이 이 부분에 효과가 있으면, 저희는 영향력을 두 배로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그러자 강우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당장은 기뻐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쪽이 팔극수명단을 미끼로 다른 속셈이 있다면, 저희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커요!”약왕파에 대해서 강우연은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했고, 유준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모님 말씀도 맞습니다. 그럼 도청 형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도록 하지요! 약재만 준비되면 저희는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니, 진위 여부는 만들어보면 알겠지요!”강우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 몇 마디 당부한 후 유준혁을 떠나보냈다.표면적으로는 평화로운 강중과 용국 무종이지만, 사실 그 뒤에는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한편, 창릉산에서 한지훈이 구만리를 물리친 소식은 이미 퍼졌고, 근 백 년 동안 은거하던 예충기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한지훈을 지지한 소식이
이 광경을 본 강우연은 문득 도청전인을 흘깃 바라보았다.약왕파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그녀는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모님, 제 생각에는 대장로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팔극속명단의 단방을 가지고 올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가능하다면, 약왕파에 조금의 생명줄을 남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니까요.”도청전인은 잠시 생각한 후,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약왕파가 진정으로 마음을 바꾼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동을 봐야 알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강우연에게는 상당한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도청전인이 계속 눈짓을 보내자, 강우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대장로께서 이토록 성의를 보이시니, 그 예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강중 제약 기업의 이익 일부를 약왕파에 양보하여,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이 말을 듣자, 대장로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더 이상 볼일이 없다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강우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대장로는 노련한 사람이었기에, 강우연이 여전히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게다가 도청전인의 말도 애매한 부분이 많았기에, 이런 상황에서 강우연이 그를 오래 머물게 할 리 없었다.“강 대표님,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저는 먼저 물러가겠으니,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약왕파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대장로는 강우연에게 예를 갖춘 후, 천천히 대청을 나섰다.그가 완전히 떠난 후, 강우연은 작은 나무 상자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폈다.“어르신, 약왕파의 의도가 대체 무엇일까요?”강우연은 황약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좀처럼 알아낼 수 없었다.도청전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제 오후 장씨 가문에서 전국 언론을 통해 주상께 공개적으로 사죄를 했습니다. 아마 그 사건이 황약사의 마음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아직까지 약왕파를 완전히 신뢰해선
“어르신, 들여보내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멀리서 온 손님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으니까요!”강우연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유준혁에게 문자를 보냈다.최근 유준혁은 새로운 항암제를 연구 중이었으나, 진전이 매우 더뎠다.이는 최상의 약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기도 했고, 또 다른 점은 청운종의 단방이 상당히 제한적이라 새로운 약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강우연의 문자를 받은 유준혁은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팔극속명단”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팔극속명단의 단방이라면 무종뿐만 아니라, 약종과 의종에서도 모두 꿈에도 그리던 것이 아닌가!“문주님! 혹시 그 처방전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신 겁니까?”옆에 있던 청운종의 제자들이 유준혁의 반응을 보고 급히 물었다.“흥! 해결 방법? 팔극속명단이 있는데 무슨 처방전을 연구하겠어?! 다들 여기서 기다려! 난 당장 가봐야겠어!”더 이상의 설명 없이, 유준혁은 즉시 한지훈의 저택으로 향했다.한편, 도청전인은 이미 대장로를 거실로 안내했고, 강우연을 보자마자 대장로는 급히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강 대표님, 제가 무례했습니다. 이전까지 저희 약왕파가 여러모로 실례를 범했으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그는 공손히 팔극속명단의 단방이 담긴 상자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이것은 저희 약왕파에서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팔극속명단의 단방입니다. 곡주 황약사의 명으로 이를 직접 바치러 왔으니, 부디 기쁘게 받아주십시오!”도청전인은 나무 상자를 받아 바로 강우연에게 건넸다.그러나 강우연은 상자 안의 단방을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저희 우연 그룹은 처음부터 누구를 적대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약왕파가 줄곧 우리 그룹을 견제하고 방해해 왔죠.”“이제 와서 약왕파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면, 저희도 그 손을 뿌리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