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크리스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를 발로 차서 날려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첫째, 용국인은 쓰레기가 아니다! 둘째, 난 그저 심여운에게 안전하게 널 구출해 내는 것만 약속했을 뿐, 널 살려서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네가 만약 용국을 한 번만 더 모욕한다면, 네 결말은 이들과 같을 거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지프차에 올라탔다.크리스는 바닥에 쓰러져 배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용린에게 멱살을 잡혀 그대로 지프차에 던져졌다. 곧, 지프차는 현장을 떠났다.차 안에서 크리스가 소리쳤다."망할 심여운, 바보 같은 두 놈을 보내서 날 구하게 하다니! 너희 둘 기다려, 내가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네놈들을 죽일 테다!""퍽!"그러자 한지훈은 크리스의 머리를 가격했고, 크리스는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한지훈 일행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벙커 3층 꼭대기에 검은색 가운을 입은 두 그림자가 나타났다.한용은 멀리서 밀림 속을 누비는 지프차를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자, 보고하러 돌아가시죠." 검은색 가운을 입은 또 다른 인물이 차분하게 말하자, 두 사람은 감시 구역을 떠났다. 한지훈은 30분 뒤 서구의 본거지에 도착해 앨리스와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용국 국왕과 용 선생은 한지훈이 무사히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찍 흑뢰를 떠났다. 다음으로 마주할 국제정세는 더욱 위험했다. 서구 본거지. 앨리스는 한지훈이 지프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 신이 나서 한지훈에게 달려가 그를 껴안고 키스하려 했다. 다행히 한지훈은 잽싸게 그녀를 피했고, 앨리스는 그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미안해 앨리스, 난 이미 결혼을 했고 아내도 있어. 그러니 네 열정은 마음만 받을게."한지훈이 이 말을 하자, 앨리스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며 말했다."누구야, 누가 나 앨리스의 전신을 빼앗은 거지?! 지금 당장 가서 겨룬 다음 이기는 사람이 당신을 가지는 걸로 하자고!"이 말을 들
"젠장! 도련님, 괜찮으십니까?"심여운은 달려가서 크리스의 입에서 냄새나는 양말을 꺼낸 뒤, 그의 몸에 묶인 밧줄을 풀었다!그 순간, 크리스는 심여운의 허리에서 총을 뽑고 벌떡 일어나 멀리 있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용국 자식들아, 다 죽어버려!!!"탕, 탕, 탕!총 세 발의 총성이 울렸고, 이때 심여운은 놀라서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다!하지만 이 세 발은 역시나 한지훈을 명중시키지 못했다. 용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크리스의 손목을 잡았고, 그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았다.곧이어 용린이 크리스를 발로 걷어차자, 그는 수 미터 떨어진 곳에 내동댕이쳐졌다!그러자 용린은 총을 들고 땅바닥에 쓰러진 크리스에게 겨누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왕님을 암살하는 것은 중범죄입니다!"용린이 총을 쏘려는 것을 본 심여운은 달려들며 소리쳤다."잠깐만요! 용린 형제, 잠깐만!"그러자 용린은 심여운 쪽을 바라보았고, 심여운은 아첨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죄송합니다, 저희 집안 도련님께서 오만한 태도가 익숙해서 그렇습니다. 용린 형제님께서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용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때 한지훈이 다가와 여전히 분에 찬 듯한 얼굴로 바닥에 누워 있는 크리스를 바라보았고, 심여운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심 선생의 체면을 봐서라도 목숨만은 살려주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은 없습니다!""예, 예, 예!"심여운은 재빨리 돌아서서 크리스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이때, 크리스는 심여운의 뺨을 때리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심여운! 빌어먹을 자식! 네가 감히 용국 사람 몇 명한테 쫄아?!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다 말하고, 널 벌할테다!!!"말을 마친 크리스는 고개를 돌리고 휙 가버렸고, 심여운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으며 눈에는 한 줄기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표정을 감추고 뒤를 돌아 한지훈 일행에게 허리를 굽힌 뒤 크리스를 뒤쫓아가며 외쳤다."도련님, 기다리세요…
9개국 정상회에, 40만 대군이라고?!용일의 말을 듣자, 한지훈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눈매도 날카롭게 변해갔다. 감히 용국을 무력으로 위협하다니, 대단한 9개국 정상회 납셨군! 짐승 같은 놈들, 우리 용국을 멸하려 들다니!!!한지훈은 싸늘하게 소리쳤다."북양의 모든 병사들에게 전하라! 30만 북양 파용군을 즉시 집결하여 완전 무장하라! 10만은 북양에 머물고, 20만은 즉시 용정으로 돌진하도록! 명심해, 반드시 북양에 있는 30만 대군의 움직임을 하루 종일 알려야 할 거야!""예, 알겠습니다!"용일이 대답했다."그리고, 동팽전역과 남역구는 아직 소식이 없는 건가?"한지훈이 묻자, 용일이 대답했다."사령관님, 동팽전역과 남역구는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번 9개국 정상회가 용경에 집결한 건 사령관님의 미래를 위해서이니, 그들은 상황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휴대폰을 꺼내 먼저 동팽전역의 서효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한지훈은 어떠한 인사치레도 없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소더 킹! 9개국 정상회가 용경에 집결하고 40만 대군이 용국 사방 국문을 포위하고 있는데, 동팽전역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단 말인가?!"전화 반대편에는 동팽전역 총지휘 작전실에 서효양이 뒷짐을 진 채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바로 앞 거대한 작전 전광판을 엄숙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북양왕!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내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누가 그랬어? 9개국 정상회의 소인배들이 용경에 집결해 국왕님을 협박하고, 40만 대군을 용국으로 보냈는데! 동팽전역의 제1 상장군인 내가 어떻게 아무런 조치가 없을 수 있냔 말이야!""그런데 왜 당신이 군대를 파견하는 걸 보지 못한 거지?"한지훈이 냉랭하게 묻자, 서효양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언제가 그 때지?"한지훈이 다시 묻자, 서효양이 대답했다."당신이 용정에 들어서고, 9개국 정상회의 대사들을 만나 우리나라의 위세를 떨
곧 한지훈과 용일은 주군 본부의 전용기를 타고 곧장 용경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용경, 외국 대사를 접대하는 국빈 호텔 안. 이곳은 용경에서 가장 장엄한 호텔이었고, 연회 손님은 모두 전 세계의 대표들이었다. 웬만한 큰 사건은 이곳에서 회의와 뉴스 브리핑을 진행했다. 현재, 국빈 호텔 반경 5마일 안은 이미 모두 계엄령이 내려졌으며, 모든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모든 길모퉁이에는 짙은 녹색 군복을 입은 중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국빈 호텔 1km 이내에는 중무장한 경비병까지 있었고 탱크, 장갑차, 미사일 차량이 모두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국빈 호텔 최상층에는 약 2천 평에 달하는 거대한 회의실이 있으며,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문 앞에는 9개국의 깃발과 용국의 깃발이 놓여 있다. 9개국 정상회 대표들과 9개국 특별대사들은 얼굴을 붉힌 채 회의실 한쪽에 앉아 있었고, 반대편 용국 작전부 대표 및 용각 대표들과 격렬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그중 매부리코와 짙은 푸른 눈을 가진 중년의 백인 남자가 용국 외교대사인 왕린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왕 대사님! 이번 우리 9개국 정상회의 목적은 바로 용국, 북양의 총사령관 한지훈의 직위를 박탈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그를 작전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할 겁니다. 게다가 당신들은 흑뢰에 천억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기억하세요, 천억 달러입니다!""맞습니다! 이번에 용국은 아주 선을 넘었습니다! 그야말로 인권을 박탈하는 행위를 한 겁니다!""특히 그 한지훈은 직위에서 해임되고 군사 법정에 서야 합니다!!"맞은편 9개국 대사들은 격앙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앉아 있던 왕린과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는 여러분들의 요구에 응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 용국 전구 내부 문제이며, 우리 용국작전부가 결정할 일입니다! 9개국 정상회는 우리 용국 작전부의 결의에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왕린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예정천은 바로 앞에 있는 사내를 가리키며 재촉했다.“내가 말한 대로 저들에게 통역해 주세요!”왕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상대 측에 통역했다.순식간에 맞은편에 앉은 아홉 명의 대사들이 분노한 얼굴로 호통쳤다.“이건 너무 무례한 거 아닙니까! 용국 당신들 크게 실수하는 겁니다!”“우린 서부 9개국 정상회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협상하러 나왔어요! 언행에 주의해 주세요! 참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40만 대군을 동원하여 용국을 치겠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용국 전쟁부의 한지훈 사령관의 직위를 철수하고 군사재판에 넘기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선포하겠습니다!”대사들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들이 용국을 상대로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은 처음이었다.전에도 불만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협상의 태도를 보였었는데 오늘은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왕린은 착잡한 얼굴로 예정천을 바라보았다. 예정천은 손사래를 치며 그에게 말했다.“통역할 필요 없어요. 마지막 말은 나도 알아들었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섬뜩한 눈빛으로 아홉 대사를 노려보며 호통쳤다.“전쟁? 좋아! 난 언제든 너희들과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 전쟁이 얼마나 걸리든, 내가 너희를 상대해 주지!”예정천 주변에 앉아 있던 용국 전쟁부의 장군들이 전원 기립하더니 분노한 눈빛으로 아홉 대사들을 노려보았다.회의실 안에서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되었다.숨을 쉬는 것마저 조심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먼저 당황한 쪽은 아홉 대사였다. 그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눈앞의 용국 장군들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이때, 중간 휴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잠시 후, 9개국 정상회의 대사들은 씩씩거리며 회장을 떠나 지정된 휴게실로 왔다.“망할 용국 전쟁부, 저렇게 건방지게 나올 줄이야!”이국의 백인 대사는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분노한 얼굴로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울분을 토했다.다른 8개국 대사들도 분분
그들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미셸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3군에 연락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해! 그리고 함대에 연락해서 용국의 주변 해역에서 순찰을 돌도록 지시해. 이는 용국에 전하는 경고야. 우리 9개국 정상회는 이번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고!”“네!”금발의 미인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밖으로 뛰쳐나갔다.그 시각, 용국 전쟁부와 왕린의 휴게실.예정천은 뒷짐을 지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디 9개국 찌질이들이 감히 우리 용국을 도발해? 우리 용국 군대는 한 번도 도발을 두려워한 적이 없어! 그들이 꼭 전쟁을 해야겠다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한바탕 분풀이를 한 예정천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이 장군, 당장 용국 전쟁부의 이름으로 용국의 5대 주국에 연락해서 전원 집결하라고 해! 이번에는 그 건방진 9개국 정상들에게 용국의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사령관님, 조금 전에 입수한 소식인데 북양 전쟁부와 남령 전쟁부는 이미 전원 집결을 마쳤답니다!”이 장군이라는 사람이 공손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예정천은 그제야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좋아, 아주 좋아! 이게 바로 우리 용국의 군대지!”말을 마친 그는 뭔가 떠오른 듯이 굳은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동원 전쟁부와 서부 전쟁부는?”이 장구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소더 킹의 연락을 받았는데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예정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효양 그 녀석은 머리가 좋아. 일단 그쪽은 상관하지 말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 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거야. 저 머저리 같은 대사들이 무슨 말을 지껄여도 절대 받아주거나 타협하면 안 돼! 배상은 꿈도 꾸지 마!”“네!”현장에 있던 장군들이 기립 자세로 정중히 대답했다.대략 30분 정도의 휴식을 거친 뒤, 2차 회담이 시작되었다.격렬한 토론은 결국 나중에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그렇게 대략 한 시간이 지나 쌍방은 서로 얼굴만 붉히고 헤어지고 말
소식을 들은 용국의 백성들도 분노에 휩싸였다.거리와 골목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항의의 목소리가 용경의 하늘을 찔렀다.용경의 백성들은 격앙된 심정으로 거리로 나와 자기 나라와 북양왕을 위해 함성을 질렀다.뜨거운 열기가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고황성을 뒤덮었다.수백만 명의 용경 백성들은 전부 국빈 호텔로 몰려가서 주먹을 흔들며 항의를 표했다.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현장은 질서 있게 유지되었고 그들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자신들의 정서를 표출했다.9개국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용경의 하늘에 울려퍼졌다.“9개국 정상회는 용경에서 물러나라!”“용국과 용국 국민은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9개국 멍청이들은 당장 용국에서 꺼져!”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깃발이 용경 거리의 곳곳에 휘날리기 시작했다.용각에서도 신속히 입장을 내놓고 국빈 호텔 주변 5km까지 경계선을 취소했다.이 뜨거운 열기는 사면팔방에서 국빈호텔까지 휘몰아쳤다.국빈호텔 내부.미셸 일행은 휴게실 창문 앞에 서서 인상을 잔뜩 구기고 창밖의 인파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의 목소리는 벼락처럼 국빈호텔을 흔들고 있었다.이렇게 응집된 민심은 용국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미셸 일행은 충격을 금치 못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그들의 나라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멀리 바라보니 인파가 계속해서 몰리고 있었다.“미셸, 이제 어떡할 거야? 이건 국제적으로 큰 수치로 기록될 거라고!”“그래! 그냥 군사를 철수하고 용국 대표들과 다시 제대로 협상하자. 이러다가는 용국 전쟁부는 물론이고 10억이 넘는 용국 국민들의 미움을 사서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게 될 거야!”“안 돼! 당장 전쟁부에 연락해서 군사를 철수하게 해야겠어!”일부 대사들은 이미 자신들 나라의 전쟁부에 연락하여 경거망동하지 말고 새로운 지시를 기다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미셸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 이대로 철수할 수는 없어. 우리 9개국 정상회는 이 따위 쇼에 굴복하지 않아! 항의하라고 해. 국제
그가 말했다.“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소.”용 선생도 창가로 다가가며 말했다.“그의 선택이 곧 폐하의 선택이 될 겁니다.”국왕은 피식 웃고는 지시를 내렸다.“10만 용기군에 연락해서 무장하고 지시를 기다리라고 하시오. 만약 9개국 정상회가 군사를 철수하지 않는다면 바로 전쟁을 선포할 겁니다.”“예, 폐하!”용 선생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그 시각, 전용기 한 대가 용경 전쟁부의 공항에 착륙했다.전용기에서 내린 한지훈은 이미 대기하고 있던 군용차를 타고 국빈 호텔로 향했다.그 시각, 국빈 호텔 내부에서는 제5차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쌍방은 마주하자마자 또 격렬한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이미 전쟁을 염두에 두고 나온 쌍방이라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었다.“용국 전쟁부, 정말 우리 9개국 정상회랑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미셸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물었다.반면 예정천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전쟁은 당신들이 먼저 원한 거고 꼭 해야겠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그래! 누가 두려워할 줄 알고?”그 말을 들은 미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회의실 전체가 조용해졌다.미셸을 제외한 다른 대사들은 난감한 얼굴로 미셸을 바라보고 있었다.예정천과 함께 합석한 다른 장군들은 반면 태연한 얼굴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미셸은 짜증이 치밀어 마지막 경고장을 날렸다.“예 장군, 우린 군을 철수시킬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에 말했던 것처럼 한지훈은 용국 전쟁부에서 퇴출시키고 군사재판에 넘겨야 합니다. 용국 입장에서는 한지훈 한 명 손해보고 40만 대군을 물릴 수 있으니 남는 장사 아닙니까!”예정천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싫습니다!”“하!”분노한 미셸이 으르렁거리듯 물었다.“용국, 정녕 전쟁을 원한단 말입니까!”쾅!그리고 이때, 굳게 잠겼던 회의실 문이 열렸다.곧이어 싸늘한 목소리가 협상 회장에 울려퍼졌다.“전쟁?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청전인?”국왕은 지금까지 도청전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하지만 한지훈이 추천한 인물이라면 믿을 만했다.“그럼 짐이 그에게 관직을 하사하여,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는가?”국왕이 신중하게 묻자,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용국이 위기에 처하면 그가 스스로 나설 것입니다. 그는 무종 사람으로 자유로운 삶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관직을 주면 그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제가 그를 국왕께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오륙으로 떠나기 전까지, 적어도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국왕은 이 말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지훈, 그대는 진정 나라의 기둥이로구나!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내와 자식이 아니라 짐이라니! 짐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겠구나!”위기가 해소되자 국왕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오직 국왕 폐하의 근심을 덜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이제 할 말을 다 했으니, 저는 물러나겠습니다.”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국왕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한지훈, 이번 곤륜에서의 경험이 상당했을 텐데... 지금의 그대는 어느 경지인가?”잠시 침묵이 흘렀다.“천신입니다!”짧고 날카로운 대답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한지훈의 모습이 사라졌다.“천신...?!”국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국왕 폐하, 방금 누군가 다녀갔습니까?”진우가 문을 밀고 꼭대기 층 테라스로 들어오며 말했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그래, 한지훈이었다!”국왕이 담담히 대답했다.“한지훈이라고 하셨습니까?!”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귀신이나 환영 같은 걸 믿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지훈은 이미…“쓸데없이 놀라
이 시각, 강중에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용경은 한층 더 고요했다.용각에서 국왕은 홀로 천자각 꼭대기에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지금 한지훈이 부재한 상황에서, 용국은 반드시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만 했다!그러나 유청은 그 기준에 명백히 미치지 못했다.적어도, 실력이나 경지에 있어서 유청은 열국을 위압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내려앉았다!“누구냐!”국왕은 즉시 돌아서며 크게 외쳤고, 동시에 허리에 손을 뻗어 검을 뽑으려 했다.“국왕 폐하, 저입니다.”스윽—!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국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한... 한지훈?!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국왕은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너...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국왕은 말을 하며 몇 걸음이나 물러섰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세히 보니 과연 한지훈이었다!다만, 지금의 한지훈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고, 그의 분위기 역시 확연히 변화한 듯했다.예전의 한지훈에게서는 절대적인 위엄이 느껴졌다면, 지금의 한지훈은 더욱 깊고 심오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국왕 폐하,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하산한 뒤에서야 국상을 알았지만, 다행히 운 좋게도 죽지 않았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죽지 않았다니?!”국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눈가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한지훈! 네 녀석... 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 뻔했구나! 네가 정말 죽었다면, 용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겠느냐!”국왕은 말하며 성큼 다가와 한지훈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세차게 흔들었다.“하지만, 예 씨 부부는 저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두 부부 덕분입니다! 그 부부가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수정층 아래에 누워 있는 것은 바로 저였을 것입니다!”한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 예 씨 어르신
황약사가 말을 마치자,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마당을 나섰다.일반인들은 황약사가 의술이 뛰어나고 그 실력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극히 일부만이, 황약사가 진정한 천왕계 강자이며 무적천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설령 단해룡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황약사의 손에서 쉽게 이득을 보지 못할 터였다.황약사의 예상대로, 한지훈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씨 가문이든 단해룡이든 가슴 한편에 약간의 설렘이 부풀어 올랐다. 한지훈이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장씨 가문의 사람들이 괜히 희생된 것도 아니고, 단해룡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예충기가 살아 있다면 감히 나서지 못했겠지만, 그마저도 곤륜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젠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노 씨 어르신 무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각 문파와 접촉했고, 화산과 항산 역시 이에 호응하며 손을 잡았다. 이제 강우연이 강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그녀를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퍼졌다!겉보기엔 용국이 평온해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거센 격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사대 가문 중에서도 특히 동방 가문과 원씨 가문이 한지훈과 가장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기에,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가주님, 듣기로는 노 씨 어르신과 무맹이 이미 열 개가 넘는 문파를 규합하여 한씨 가문을 찾아가 응징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원상용은 차분한 시선으로 보고한 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원씨 가문의 원한이 그냥 묻힐 수는 없지!”“한지훈, 네가 살아 있을 때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이제 네가 죽었으니, 우리가 잔인하다고 탓하지는 말아라!”원상용은 말을 마친 뒤 보고를 한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원상호, 네가 원씨 가문을 대표하여 강중으로 가 강우연에게 책임을 물
이때, 약왕파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장로들이 하나같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비록 약왕파와 한지훈 사이에는 오래된 원한이 있었으나, 한지훈의 삶은 의롭고 당당하여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하아! 북양왕의 생애가 너무나도 짧았구나. 만약 그에게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이처럼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수만 도에 달하는 고온 속에서라면, 누구라도 수증기로 변해 사라졌을 것이야. 하지만 제릉산에 의관총이라도 마련된 것이 그나마 영광이라 해야겠지.”장로들은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오직 오 장로만은 깊은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생각엔 며칠 안 가서 무종의 사람들이 우리 문파를 찾아올 거요. 우리 약왕파는 이미 한지훈과 엮여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소?”그의 말에 주변 장로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오 장로, 자네가 한지훈에게 당한 게 있다 해도, 그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소!”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비록 무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했다.한지훈이 막 숨을 거둔 상황에서 즉각 손절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문파의 명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터였다.“제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약왕파 전체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단해룡이나 원씨 가문, 동방 가문 같은 세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장씨 가문, 천산, 화산, 항산의 인물들이 한지훈을 가만히 두겠습니까?”“그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한지훈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오직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예충기까지 함께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예충기 부부마저도 이번 사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그리고, 헬기를 통해 촬영된 그들의 시신 사진도 이미 공개되었습니다!”뭐라고?!앉아 있던 장로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
두 눈을 뜬 도청 전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당초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신계 경지를 돌파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20대의 나이에 천신이라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이내 도청 전인은 천천히 일어나 옆에 놓인 보자기 하나를 들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 아래로 걸어갔다. 비록 도청 전인은 아직 천신경로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그 경지까지 반 보 정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도청 전인은 진법에 대한 인식은 깊게 가지고 있었다. 그 또한 체내의 자기장을 동원할 때마다, 발 밑에서는 두 갈래의 회오리바람이 떠오르면서 어느 정도의 기운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곤륜에서는, 한지훈은 천천히 대전을 빠져나왔고, 그의 발은 지면에 닿을 때마다 뇌해의 고온 양향으로 융해된 지면에 층층이 잔잔한 물결을 일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치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한지훈은 다시금 예충기 부부의 시체 앞에 다가와 허리 굽혀 절을 하였다. 그는 여전히 비통한 마음이었다. 만약 생사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는 절대 이 두 노인을 자신과 동행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한지훈은 눈물을 훔치고는 다시 가슴을 쳐들고 산 아래로 걸어갔다. 한지훈이 자리를 떠난 후, 예충기와 정봉교의 시체 옆에는 기이하게 피어난 금색의 작은 꽃 두 송이가 나타났고 수정과도 같은 지면에는 약간의 균열이 나타났다. 한지훈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서 30분도 안 되어 작은 뜰로 다시 돌아왔다. 작은 뜰은 이미 텅 비었고, 신한국과 강만용조차도 종적을 감췄다. 결국 한지훈은 작은 뜰에서 잠시 머물다가 곤륜산 아래로 걸어갔다. 지금 이 순간 용국은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있었다. 용국의 백성들은 한지훈의 공적을 경외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한지훈을 위한 국장이 치러지는 날, 수백만 명의 용국 백성들은 함께 거리로 나가 한지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몇 줄로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한지훈은 급히 일어섰다. 후! 이때, 제단 주위에서는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더니 곤륜산 전체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이 한지훈의 감지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바로 이 대지의 주재자라도 된 것처럼, 그는 손 하나 발 하나로도 얼마든지 이 대지와 긴밀하게 융합할 수 있었다. 천신! 순간 한지훈의 마음속에서는 이 두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내 그가 주먹을 쥐자, 비할 데 없이 강력한 힘이 체내에서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마치 이 세상에 더 이상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 같았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났다. 백룡심을 융합시키고 나니, 또 다른 높은 경지에 다다르게 된 건가?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해도, 오로지 육안만으로도 수십 미터 높이의 돌로 쌓은 대전을 관통할 수 있었고 하늘의 노을빛까지 보아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천신의 경지에 다다른 징조이다. 게다가 천생서문에 따르면, 일단 천신계로 돌파하기만 하면 하늘에 노을빛이 나타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마침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바로 그 화려한 노을빛이었다. “엄마, 저거 봐, 불광이야!”한편 그 시각, 천부성에 있던 한 소녀가 하늘의 노을빛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린 소녀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많은 사람들은 그 눈부신 빛을 바라보았다. “어머, 진짜 불광이네. 영험한 보살이 나타났나 보구나!”“다들 얼른 무릎 꿇고 절하세요!”대낮에 어떻게 불광이 나타날 수 있는 거지? 어떤 사람은 단추까지 채운 채 공손하게 무릎 꿇었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뭐가 됐든 이 노을빛은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저 멀리 유럽에서는, 대전에 있는 한 백발의 노인은, 세계 각지에서 전송된 동영상 자료를 보고 있었다. 그는 하늘에 비춘 노을빛을 보고는,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용국에 또 천신 강자가 탄생한 거야? 마찬가지로 오르크스산에서는, 백발이
마치 금속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처럼 무섭게 들렸다. “칵!”바로 그때,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은제 상자는 떨어지게 됐다. 뒤이어 칠흑같이 어두웠던 제단은 갑자기 대낮처럼 밝게 비쳤다. 한지훈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방금 은제 상자가 놓여있던 곳에서는 눈부신 백광이 나타났다. 한지훈은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주시한다 하더라도 그 백광 뒤에 가려진 사물을 전혀 볼 수는 없었다. “설마 이게 바로 백룡심인 건가?”한지훈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천생서문에 있는 백룡심에 대한 기록을 다시 회상했다. 백룡심을 융합시키는 건 다른 용심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이유는 백룡심은 사실 생사상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년불멸의 용심은 영원히 살아있기에, 백룡심을 융합하려는 자가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생사가 맞아떨어져야 백룡심이 비로소 하나가 된다. 다만 문제는 그 조건이 매우 가혹하다는 것이다. 백광이 제단 전체를 밝게 비추는 가운데, 음양어 문양도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지훈은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쿵쿵쿵!” 심지어 한지훈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땅 위의 제단을 다시 한번 올려다본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른바 생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결코 이대로 허무하게 자결한다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땅에 그을린 몇 갈래 금은 모두 음양어로 몰리게 됐는데, 어느새 음양어의 한쪽은 이미 흰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럼 남은 반대쪽은 빨간색으로 물들여야 한다. 그 빨간색은 바로 피였다. 이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뽑아 들어 직접 자신의 손목을 찔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지훈은 순간 멍해졌다. “땡!” 오릉군을 내려치면서 뜻밖에도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 것이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힘껏 오릉군을 내리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목에 는 흰 점 하나만 보였다. 피는커녕 피부에 닿지도 못했다. 한지훈은
그렇게 한지훈은 예충기 부부의 시체를 향해 여러 차례 무릎 꿇고 참배까지 마친 후에야, 계속하여 곤륜허의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뇌해 구역을 지나 5리도 안되어, 한지훈은 갑자기 알 수 없이 넘쳐흐르는 생기를 느꼈다. 이내 주위에 깔려있던 회백색의 모래와 자갈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고, 전방에는 넓은 숲이 나타나더니 자연의 짐승들이 나무 사이를 누비는 걸 보게 됐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공기가 탁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예충기가 말한 바와 같이, 제준의 능묘로 들어설수록 생기가 오히려 짙어지고 있었다. 백룡심을 얻기 위해서는 생사를 건너야 한다더니. 방금 뇌해를 건너면서 한지훈은 이미 한 번의 죽음을 겪었기에, 지금 그의 눈앞의 펼쳐진 것은 바로 또 다른 삶이었다. 계속하여 이러한 생사의 왕복이 펼쳐질 예정이다. 동시에 한지훈은 내심 걸어온 길을 되새기며 생기와 사기를 번갈아 생각해 보았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한지훈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지훈은 생사의 오의를 깨닫지는 못하여 단지 모호한 개념만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상한 사실 하나는, 곤륜허에는 낮과 밤의 구분도 없는 것 같았다. 시간으로 계산하게 되면, 지금 시점은 노을이 지는 시점일 텐데 곤륜허는 여전히 대낮과도 같았다. 햇빛은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주위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이런 극한의 환경은 곤륜허를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또 몇 시간 계속하여 걸으면서 산등성이를 넘은 한지훈은, 갑자기 비할 데 없이 웅장한 궁전을 마주하게 됐다. 그 궁전은 길이가 수 미터에 달하는 돌로 쌓여 있었다. 비록 세월의 풍파를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대전과 벽에 보이는 금에서 당시 이 궁전이 얼마나 휘황찬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지훈은 곧장 대전으로 걸어갔다.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없는 한기가 한지훈에게로 밀려왔다. 이는 진정한 죽음의 기운이었다. 바로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극한의 한기였다. 대
국왕의 발언에, 종묘 장로들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젊어 보이지만 그 내면은 매우 단단했다. 이는 이번 기회를 빌어 아주 자연스럽게 4대 가문과 조정에 숨겨진 배후를 함께 물리칠 계획이었다. 재빨리 이 사실을 눈치챈 종묘 대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어귀에 있는 금위군을 향해 말했다. “여봐라, 당장 모두 밀어내!”“네!” 이내 한 무리의 금위군이 우르르 몰려들어 땅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 노신들을 밀어내려 하자 국왕이 차갑게 말했다. “그래도 엄연히 다들 우리 용국의 영웅들인데, 어떻게 밀어낼 수가 있겠어?” “네?”그 말에 한 무리의 금위군들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모두 끌어내! 3일 안에 용경을 떠나지 않는 자들은 가산까진 전부 몰수할 거야!”국왕의 노여움에 금위군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들어 멱살을 잡거나 팔을 잡아당긴 채 20여 명을 모두 용각 밖으로 끌어냈다. 그제야 조정은 비로소 평온을 되찾았다. 신한국은 끌려가는 노신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폐하, 이러면 이젠 4대 가문과 얼굴을 붉히게 될 것입니다!”강만용 역시 근심이 가득했다. “용국이 영원히 4대 가문의 용국은 아니야. 더욱이는 어느 명문 가문의 용국도 아니야. 자고로 용국은 백성들에게 속하고 만민에게 속하는 거야!”“나라를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은 마땅히 봉상을 받아야 하고, 그 유상 역시 마땅히 조상의 영예를 받아야 돼. 이것은 절대 당연한 천리야! 이 천리를 어기려 하는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될 거야!”국왕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그동안 4대 가문이 손을 뻗은 범위가 너무나도 넓었고 관리 범위도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국왕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닌 용국 전체의 의지를 대표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그 시각, 멀리 곤륜허에서는 사람 모양을 한 검은 숯덩이가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족히 10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람 모양의 검은 숯덩이는 겨우 몸을 버티고 땅에서 일어선 뒤 옆에 있는 유리석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