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미셸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3군에 연락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해! 그리고 함대에 연락해서 용국의 주변 해역에서 순찰을 돌도록 지시해. 이는 용국에 전하는 경고야. 우리 9개국 정상회는 이번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고!”“네!”금발의 미인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밖으로 뛰쳐나갔다.그 시각, 용국 전쟁부와 왕린의 휴게실.예정천은 뒷짐을 지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디 9개국 찌질이들이 감히 우리 용국을 도발해? 우리 용국 군대는 한 번도 도발을 두려워한 적이 없어! 그들이 꼭 전쟁을 해야겠다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한바탕 분풀이를 한 예정천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이 장군, 당장 용국 전쟁부의 이름으로 용국의 5대 주국에 연락해서 전원 집결하라고 해! 이번에는 그 건방진 9개국 정상들에게 용국의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사령관님, 조금 전에 입수한 소식인데 북양 전쟁부와 남령 전쟁부는 이미 전원 집결을 마쳤답니다!”이 장군이라는 사람이 공손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예정천은 그제야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좋아, 아주 좋아! 이게 바로 우리 용국의 군대지!”말을 마친 그는 뭔가 떠오른 듯이 굳은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동원 전쟁부와 서부 전쟁부는?”이 장구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소더 킹의 연락을 받았는데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예정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효양 그 녀석은 머리가 좋아. 일단 그쪽은 상관하지 말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 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거야. 저 머저리 같은 대사들이 무슨 말을 지껄여도 절대 받아주거나 타협하면 안 돼! 배상은 꿈도 꾸지 마!”“네!”현장에 있던 장군들이 기립 자세로 정중히 대답했다.대략 30분 정도의 휴식을 거친 뒤, 2차 회담이 시작되었다.격렬한 토론은 결국 나중에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그렇게 대략 한 시간이 지나 쌍방은 서로 얼굴만 붉히고 헤어지고 말
소식을 들은 용국의 백성들도 분노에 휩싸였다.거리와 골목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항의의 목소리가 용경의 하늘을 찔렀다.용경의 백성들은 격앙된 심정으로 거리로 나와 자기 나라와 북양왕을 위해 함성을 질렀다.뜨거운 열기가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고황성을 뒤덮었다.수백만 명의 용경 백성들은 전부 국빈 호텔로 몰려가서 주먹을 흔들며 항의를 표했다.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현장은 질서 있게 유지되었고 그들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자신들의 정서를 표출했다.9개국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용경의 하늘에 울려퍼졌다.“9개국 정상회는 용경에서 물러나라!”“용국과 용국 국민은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9개국 멍청이들은 당장 용국에서 꺼져!”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깃발이 용경 거리의 곳곳에 휘날리기 시작했다.용각에서도 신속히 입장을 내놓고 국빈 호텔 주변 5km까지 경계선을 취소했다.이 뜨거운 열기는 사면팔방에서 국빈호텔까지 휘몰아쳤다.국빈호텔 내부.미셸 일행은 휴게실 창문 앞에 서서 인상을 잔뜩 구기고 창밖의 인파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의 목소리는 벼락처럼 국빈호텔을 흔들고 있었다.이렇게 응집된 민심은 용국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미셸 일행은 충격을 금치 못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그들의 나라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멀리 바라보니 인파가 계속해서 몰리고 있었다.“미셸, 이제 어떡할 거야? 이건 국제적으로 큰 수치로 기록될 거라고!”“그래! 그냥 군사를 철수하고 용국 대표들과 다시 제대로 협상하자. 이러다가는 용국 전쟁부는 물론이고 10억이 넘는 용국 국민들의 미움을 사서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게 될 거야!”“안 돼! 당장 전쟁부에 연락해서 군사를 철수하게 해야겠어!”일부 대사들은 이미 자신들 나라의 전쟁부에 연락하여 경거망동하지 말고 새로운 지시를 기다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미셸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 이대로 철수할 수는 없어. 우리 9개국 정상회는 이 따위 쇼에 굴복하지 않아! 항의하라고 해. 국제
그가 말했다.“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소.”용 선생도 창가로 다가가며 말했다.“그의 선택이 곧 폐하의 선택이 될 겁니다.”국왕은 피식 웃고는 지시를 내렸다.“10만 용기군에 연락해서 무장하고 지시를 기다리라고 하시오. 만약 9개국 정상회가 군사를 철수하지 않는다면 바로 전쟁을 선포할 겁니다.”“예, 폐하!”용 선생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그 시각, 전용기 한 대가 용경 전쟁부의 공항에 착륙했다.전용기에서 내린 한지훈은 이미 대기하고 있던 군용차를 타고 국빈 호텔로 향했다.그 시각, 국빈 호텔 내부에서는 제5차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쌍방은 마주하자마자 또 격렬한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이미 전쟁을 염두에 두고 나온 쌍방이라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었다.“용국 전쟁부, 정말 우리 9개국 정상회랑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미셸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물었다.반면 예정천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전쟁은 당신들이 먼저 원한 거고 꼭 해야겠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그래! 누가 두려워할 줄 알고?”그 말을 들은 미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회의실 전체가 조용해졌다.미셸을 제외한 다른 대사들은 난감한 얼굴로 미셸을 바라보고 있었다.예정천과 함께 합석한 다른 장군들은 반면 태연한 얼굴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미셸은 짜증이 치밀어 마지막 경고장을 날렸다.“예 장군, 우린 군을 철수시킬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에 말했던 것처럼 한지훈은 용국 전쟁부에서 퇴출시키고 군사재판에 넘겨야 합니다. 용국 입장에서는 한지훈 한 명 손해보고 40만 대군을 물릴 수 있으니 남는 장사 아닙니까!”예정천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싫습니다!”“하!”분노한 미셸이 으르렁거리듯 물었다.“용국, 정녕 전쟁을 원한단 말입니까!”쾅!그리고 이때, 굳게 잠겼던 회의실 문이 열렸다.곧이어 싸늘한 목소리가 협상 회장에 울려퍼졌다.“전쟁?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한지훈의 돌발 행동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무리 미셸이 괘씸해도 이국에서 특파한 대사인데 그대로 명치를 날려버리다니!바닥에 쓰러진 미셸은 배를 붙잡고 고통스럽게 신음하다가 보좌관의 부축을 받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지훈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건방진 자식! 감히 이국 대사인 나를 쳐? 당장 나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군을 파견하여 용국을 짓밟을 거야! 사과 안 해?”미국 대사로서 사람들 앞에서 이런 수모를 당해본 적 없는 미셸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그는 북양왕이라는 사내가 너무 건방지고 괘씸해서 견딜 수 없었다.자칫 잘못하면 양국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였다.한지훈은 태연한 얼굴로 뒷짐을 진 채, 남은 대사들을 둘러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너희가 전쟁을 원한다면 난 언제든지 오케이라고! 당장 군을 파견해! 우리 북양의 30만 파용군이 너희 군을 짓밟고 너희 이국의 수도에 깃발을 꽂을 테니까!”그 말에 회의실 전체가 조용해졌다.모두가 긴장감에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대단한 자신감이었다.그 말 한 마디로 당장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9개국 정상회 대사들의 얼굴에 수치와 분노가 서렸다. 그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한지훈을 비난하기 시작했다.현장이 다시 혼란스러워졌다.이때, 미셸의 보좌관이던 금발의 미녀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더니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미셸에게 다가갔다.“미셸 대사님, 큰일 났어요! 동원 전쟁부 40만 대군이 아군을 겹겹이 포위했습니다. 이국 본토 쪽에서도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어요. 변방의 7개국이 우리 이국을 향해 칼을 빼들었답니다. 사우디 제국에서 80만 병사를 집결하여 본토 변방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배후에는 동원 전쟁부 수장 서효양이 움직인 것 같아요. 국주께서는 당장 본토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미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뭐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사우디 제국이 왜 끼어들어? 젠
미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은 다가가서 그의 멱살을 잡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미셸! 여긴 이국이 아니라 용국이야! 네 협박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미국 전쟁부에서 우리 나라를 침범할 때까지 용국의 군대가 가만히 손 놓고 있을 것 같아? 계속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면 당장 내 군대를 동원하여 주변 해역에 있는 네 함대들을 폭파하라고 할 거야!”쾅!말을 마친 한지훈은 그대로 미셸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말했다.“끌고 가!”“네!”순식간에 사병들이 몰려들어 미셸과 금발 여인을 압류하여 끌고 나갔다.남은 대사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벌벌 떨었다.그들의 리더인 미셸마저 잡혀간 마당에 그들에게까지 화가 미치지는 않을지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고개를 돌린 한지훈은 대사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여러분, 또 볼일이 남았나요? 다른 볼일 없으면 사람을 시켜 여러분을 안전하게 공항까지 모시겠습니다.”여덟 대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였다.“북양왕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저희는 바로 떠나겠습니다.”잠시 후, 8인은 부랴부랴 국빈 호텔을 떠나 당일 날 비행기로 용국 영토를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군대도 전부 용국 해역에서 철수했다.왕린의 저택.왕린과 예정천, 그리고 한지훈은 왕린의 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한 사령관, 오늘 정말 대단했어! 한 사령관 덕분에 우리 나라의 위상이 더 높아질 거야. 선배로써 부끄러울 따름이네!”예정천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한지훈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예 사령관님, 과찬이십니다. 만약 예 사령관 같은 분이 대사들에게 압력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제가 도착할 때까지 회의가 진행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예 사령관님이야말로 용국의 영웅이십니다.”예정천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한지훈의 어깨를 잡았다.“녀석, 말 한번 예쁘게 하네!”왕린도 그들의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었다.그리고 이때, 천자각 전용차 한 대가 왕린의 저택 앞
“알겠습니다!”한지훈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떠날 채비를 하는데 국왕이 갑자기 그에게 물었다.“흑뢰에서 할아버지는 만났나?”한지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는 CCTV 메모리카드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국왕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건 그의 할아버지와 한씨 가문의 생사와 긴밀히 연관된 일이었기에 조금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그 말을 들은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자네의 할아버지는 용국에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네. 과거 사건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얽혀 있어. 4대 가문과 연관된 일이라 지금은 자네에게 다 말해줄 수가 없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언젠가는 자네도 알게 될 거야. 내 느낌이지만 자네의 할아버지가 큰 것을 준비하고 있네. 그리고 자네는 그 작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거고.”한지훈은 인상을 찡그리며 국왕에게 되물었다.“큰 것이라니요?”국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베란다로 가서 용경 전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과거 나와 자네의 할아버지는 한 가지 약속을 하였네. 우리 둘 사이에 한 명은 다음 대 국왕, 한 명은 대원수가 되기로. 그렇게 해서 용국의 형세를 완전히 뒤엎고 용국에서 4대 가문의 영향력을 완전히 지워버리기로. 우리는 4대가문을 일망타진하고 그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취한 재산과 권력을 몰수해서 백성들에게 돌려줄 꿈을 꾸었다네.”“다만 나중에 그 사건이 터지면서 자네의 할아버지는 4대가문의 음해를 당하였고 국내 여론의 압력 때문에 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네.”“한지훈, 자네는 내가 원망스럽나? 내가 4대가문과 끝까지 싸우지 않아서 실망했나?”한지훈은 어쩐지 지쳐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폐하께서 그렇게 하셨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저는 폐하의 생각까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할아버지와 만나고 과거 우리 가문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4대가문에 복수하는 겁니다. 이건 저도 양보할 수 없어요!”뒤돌아선 국왕은 한
“진심인가요? 그럼 저야 감사하죠.”한지훈은 피식 웃으며 흑용을 따라갔다.로비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장군들이 흑용과 한지훈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사령관님!”흑용은 대충 훑어보고는 자리에 앉아 한지훈에게도 자리를 권했다.“흑용 사령관,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자리에 앉은 한지훈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물었다.“별일 아닙니다. 내 부하들이 북양왕의 얼굴이 궁금하다고 해서 안면도 틀 겸 같이 오자고 한 거예요.”그러자 주변에 기립자세로 서 있던 장군들이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인사했다.“한 사령관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한지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흑용에게 말했다.“무슨 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더니 이런 이유일 줄은 몰랐네요. 다른 볼일이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난 집에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고요.”그러자 흑용이 인상을 찡그렸다.“한지훈 사령관, 당신은 아내와 딸밖에 모릅니까?”한지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답했다.“당신 같은 솔로들은 절대 몰라요. 나중에 여자친구 생겨야 알게 될 거예요.”흑용을 비롯한 장군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결국 흑용은 손짓하여 부하들을 물렸다.“다들 나가 있어.”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군들은 꼿꼿한 걸음걸이로 로비를 나갔다. 흑용은 그제야 한지훈과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원씨 가문에서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거 알고 있었나요?”“원씨 가문이요?”한지훈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흑용은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난 당신이 어떻게 북양 총사령관까지 올라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당신 첩보원들은 뭐 하고 있어요?”한지훈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답했다.“얼마 전까지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돌아온지 얼마 안 됐어요.”흑용은 기밀문서를 꺼내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거 잘 읽어봐요. 원씨 가문의 장로들은 이미 의견을 통일하고 한 사령관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고요. 그들은 과거 천용
“이따가 저랑 군부에 같이 가시죠?”흑용이 물었다.“흑 사령관의 군부에요?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겁니까?”한지훈이 눈썹을 꿈틀하며 물었다.흑용은 어색한 기침을 하며 답했다.“오늘 달력 안 봤어요? 한 달 뒤면 국제 군사 올림픽이잖아요.”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군사 올림픽은 각국 특전사들의 자질과 실력을 평가하는 대회이다.모든 나라가 다 참가할 수 있으며 용국은 대국으로써 당연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희망하는 바였다.과거에도 항상 1,2등을 다투던 그들이었다.이번 해에는 대회에 참석할 임무가 남령 전쟁부에 떨어지게 되면서 흑용은 이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아직 취임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사령관이 흑용군을 통솔하여 국제대회에 나가서 지기라도 한다면 아마 흑용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그리고 전쟁부 총사령관으로써 자질도 의심받을 것이 분명했다.그리하여 그는 한지훈을 그들의 군부에 초대하여 이번 올림픽을 대비한 훈련에 자문을 청할 생각이었다.“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요?”한지훈이 불만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그는 지금 당장 집에 돌아가서 강우연과 고운이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솔직히 그렇긴 해요. 오군에 있을 때도 백수생활하며 한가롭게 보냈잖아요. 그것 때문에 상급에 보고까지 올렸는걸요.”흑용은 그제야 자신의 진심을 말했다.“그럴 시간 없고 다시는 이런 일로 나를 찾지 마세요. 상부에서 지시가 떨어진다고 해도 난 고문 같은 거 해줄 생각 없으니까요.”한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흑용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대체 저 산만한 성격에 어떻게 북양 총사령관의 자리까지 올라간 걸까?그는 결국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직접 군부에 방문하지 않고 나가서 병사들을 만나보고 응원의 말이라도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사기를 북돋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한지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그에게 말했다.“좋아요. 그럼 나도 부탁 하나만 합시다.”“또 뭐요?”흑용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렇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
장도령의 기운은 순식간에 하늘 전체에 퍼졌다. 이내 경계가 낮았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 기운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쓰러진 제자 두 명을 본 도청 전인은 화가 나 주먹을 꽉 쥐었지만 결국 나설 수는 없었다. 필경 그가 가진 모든 실력은 장도령이 물려준 것이다. 장도령 앞에서 그는 전혀 손을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야? 대체 누가 날 이렇게 찾는 거야? 어떤 미친놈인 건데!”이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한지훈이 별장을 나섰다. 그의 눈길은 장도령과 그 뒤에 서있는 한 무리의 거물들에게로 향했고, 그 시선의 끝은 결국 장도령에게 떨어졌다. 그가 보기에도 장도령은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단지 기세만으로도 결코 일반적인 5성 용급 천왕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게 됐다. 게다가 그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은 반짝반짝 빛을 뿜어내는 게, 심지어 한낮의 햇빛보다도 더욱 강렬했다. “한 선생님, 이 분이 바로...”이내 도청 전인이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한지훈이 손을 흔들었다. 한지훈이 입구에 나타나게 되자, 강중과 강릉의 거물들은 저도 모르게 잇달아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심지어 강중의 시수는 한지훈을 쳐다보는 내내, 손수건으로 머리 위의 식은땀을 닦기도 했다. 그의 얼굴에는 어색한 웃음도 드러났다. 그 표정은 마치 사실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한지훈과 장도령은 조용히 서로를 훑어보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장도령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한 줄기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바로 무맹의 장로인 노 씨 어르신이었다. “한지훈, 넌 오늘 같은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러게 내가 그때 너더러 순순히 죄를 인정하라고 했잖아. 하지만 넌 도리여 뻔뻔하게 당문주를 죽이고 감히 내 뺨까지 때렸지!”“어떻게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겠어!”“너 이
옆에 있던 사람들은, 장도령의 말을 듣고는 모두 깜짝 놀랐다. 어쩐지 도청 전인이 장도령에게 매우 공손하더라니, 알고 보니 그들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과거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장도령의 실력에 대해 재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단지 간단한 가르침으로, 도청 전인을 단번에 무적천에 버금가는 무종 강자로 만들고 심지어 검경까지 깨닫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장도령의 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순간 많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장도령에게 흠모의 눈길을 보냈다. “선배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선배님과 적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장 씨 도련님이 그동안 한 선생을 사칭하여 천성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결국 한 선생에게 발견되었는데, 어찌나 뻔뻔하고 고집이 강한지 끝까지 한 선생을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했습니다!”“그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한 선생이 결국 손을 댄 겁니다. 정말 의도치 않게 장 씨 도련님을 죽이게...”“닥쳐!”도청 전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장도령은 노호하였다. “네가 뭔데 감히 내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따지려 하는 거야!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의 잘못을 나무라다니! 설령 도련님이 정말 한지훈의 신분을 사칭했다 하더라도, 심지어 나아가 한지훈을 죽였다 하더라도 너희들은 그저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야!”“우리 장 씨 집안사람들은, 너희 같은 놈들이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우리 장 씨 집안이 없었더라면, 용국은 이미 수백 년 전 전란 속에서 아예 사라지게 됐을 것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의 공적과 비교하면, 너희들 중 대체 누가 감히 우리 장 씨 집안을 경멸할 자격이 있는 건데!”“명심해, 우리 장 씨 집안이야말로 바로 너희들이 하늘처럼 모셔야 할 존재야! 너희들은 하늘이 시키는 대로, 죽음을 명령하면 반드시 죽기도 해야 돼!”장도령의 목소리는 하늘을 진동시켰다. 한 씨 별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강중
장도령은 그저 차갑게 웃기만 했다. 한지훈은 어린 나이 치고는, 확실히 남다른 점이 있었다. 설령 5대 명산 제자라 할지라도 무도나 진법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한지훈은 두 가지를 전부 장악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그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사실 진법을 수련하는 강자들은, 초기에는 무도를 수련하는 강자들에 비해 실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 특히 사령관 그 이상의 실력에 이르게 되면 결코 무도와는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한지훈이 바로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확실히 인재이긴 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 씨 집안사람을 죽이지는 말았어야 했어!”장도령은 거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법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장도령의 눈에는 그저 소꿉장난일 뿐이었다. 그 어떤 진법도 삼절진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듣기로는 도청 전인도 여기 있다던데?”이내 장도령이 담담하게 물었다. “맞습니다! 도청 전인 이 놈, 그야말로 무맹 중에서도 패륜입니다! 줄곧 한지훈의 곁을 따르면서 무종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습니다!”노 씨 어르신은 이를 악문 채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그 말에 장도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한 씨 별장의 대문 앞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도청 전인 그놈 지금 어디 있어? 왜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나를 맞이하지도 않는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진법이 섞여 있었다. 그의 단 한마디로, 큰 굉음이 폭발함과 동시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고막이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자리에 있던 거물들은, 그 기운에 모두 깜짝 놀랐다. 역시나 천신은 대단해, 이건 평범한 인간은 절대 할 수 없는 거잖아? 심지어 강중 시내 한복판에서도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씨 별장의 대문이 열렸다. 도청 전인은 억지로 웃는 모습을 보이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저 멀리 서있는 장도령을 향해 살짝 몸을 굽혀 인사하였다. “천검종 도
한씨 가문은 또 한 명의 아들을 얻으니 집안에 경사가 가득했다!도청전인을 비롯한 모두가 등불을 밝히고 집안을 장식하며,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했다.나씨 가문의 사람들 또한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와 축하를 전했다.“한 선생님, 이는 저희 나씨 가문의 작은 성의입니다. 꼭 받아주십시오.”나계홍이 말하며 돈봉투를 한지훈에게 건넸다.한지훈은 돈봉투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에 있던 천검종 제자에게 넘기고는 웃으며 물었다.“나계홍 씨, 이 시점에 축하하러 올 용기가 있었습니까?”나계홍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한지훈의 말 속뜻을 깨닫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한 선생님,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나씨 가문이 오늘날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 선생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이 시점에 한 선생님을 떠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배신이고 의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배신과 의리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이 용납할 수 없는 법이지요!”나계홍은 지금 이 순간, 한지훈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한지훈은 나씨 가문의 유일한 의지였고, 죽더라도 한지훈과 함께 죽는 것 외에는 길이 없었다!“좋습니다. 그대가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나씨 가문이 받은 은혜는 헛되지 않았네요. 밤이 깊었으니, 어서 돌아가 쉬시지요.”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강우연은 갓 출산한 몸이라 휴식이 필요했기에, 나계홍과의 접견은 불가능했고 나계홍도 더 머물지 않고 한지훈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강중에서 나씨 가문과 몇몇 이름 없는 작은 가문만이 축하 선물을 보냈고, 다른 모든 가문은 모른 척하거나 심지어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강중의 시장조차도 장씨 가문의 복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더불어 강릉의 많은 거물들도 고속도로로 모여들어 차 앞에 서서 조용히 장도령의 도착을 기다렸다.천성의 분위기는 전례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고, 모두가 서둘러 줄을 서거나 아첨하기에 바빴다.하지만
“명산도, 장씨 가문도 괜찮습니다. 만약 이 세상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먼저 국법을 지키는 것이 국가에 대한 충성의 길이지요!”“그들 장씨 가문은 조룡의 무덤을 지킨다고 해서 용국에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닙니다! 무덤 수호자로서 조룡의 무덤을 지키는 것은 그들의 의무일 뿐입니다!”“자신들이 해야 할 일만을 다하고, 전국 백성들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특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그런 자들은 죽여야만 합니다!”한지훈은 대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진우는 무력하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한지훈의 말이 분명히 맞았고, 장씨 가문은 이미 너무나도 거만해졌다. 국왕은 장씨 가문을 눈여겨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따라서 국왕은 장씨 가문을 적대 세력으로 분류하지 않았고,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에 대해서도 그저 눈감아 주거나 지나쳐 버렸다!“주군, 이분이 말씀하신 대로 장씨 가문은 상대하기 쉽지 않으니, 장도령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도청전인도 조용히 조언했다.하지만 한지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한지훈의 마음이 확고해지자, 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렇다면, 나 진우는 여기서 오래 머물게 될 것입니다. 아마 장도령은 천자각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관대한 처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한 선생님…”그때, 한 명의 간호사가 빠르게 대청으로 달려와 초조하게 말했다.“강 대표님의 양수가 터졌습니다. 곧 출산할 예정입니다! 이미 병원에 연락을 했고, 산부인과 의사가 곧 도착할 것이니 문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뭐라고?!한지훈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말입니까?! 그럼… 빨리! 선생님, 경비원에게 알리고, 의료진은 무조건 출입을 허용해 주세요. 절대로 막지 말아야 합니다!”“알겠습니다!”도청전인은 급히 대청을 나와 문 쪽으로 온 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한지훈은 검은빛 명함을 한 번 흘낏 보고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것이 진우의 것임을 알았다.이 명함은 흑병대에서만 사용하는 특별한 물건으로, 쉽게 꺼내지 않는 것이다.한지훈은 명함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를 안으로 모셔라!”잠시 후, 진우가 천검종 제자의 뒤를 따라 대청으로 들어섰다.“진 씨 형님,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습니다. 어서 앉으시지요!”한지훈은 태연한 태도로 다과상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진우는 먼저 한지훈을 살펴본 뒤, 도청전인을 한참 동안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나서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이 먼 길을 직접 오시다니, 여행을 온 것은 아니겠죠?”한지훈은 차를 따라주면서 웃으며 물었다.“아이고, 한 씨 형님, 이번에 저는 국왕 폐하의 명을 받고 급히 온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매우 긴급합니다!”진우는 한지훈이 내준 찻잔을 받았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옆에 내려놓았다.“무엇이 그리 급합니까?”한지훈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아이고!”진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등을 쳤고, 곧장 한지훈에게 대답했다. “장도령이 이미 천산에서 하산하여 지금 천성에 도착한 것을 모르십니까? 그가 지금 오고 있는 중입니다!”진우는 말을 하며 한 문서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이것은 국왕께서 친히 명령한 일입니다. 한 씨 형님께서 직접 오륙으로 가서 무도 학원을 감시하고, 즉각 출발할 것을 명하셨습니다!”한지훈은 넋을 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명령은 너무도 시기가 절묘했고, 문서에는 큼지막하게 기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이는 분명 국가 일급 기밀로,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이들 외에는 누구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했다.국왕은 사실 한지훈에게 오륙으로 가서 위기를 피하라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한지훈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곧바로 국왕의 의중을 이해했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오륙의 무도학원은 아직 설립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중요한 소식이 있다면 누군가는 제일 먼저 저에게 통지
장도령의 위명은 허언이 아니었다.그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르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그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더구나 이번에는 장씨 가문의 복수를 위해 나선 만큼, 더욱 가차 없는 행동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그렇다면 한지훈 선생님께 알리는 것이 좋을까요?”나한비가 고뇌에 찬 얼굴로 물었다.이번에도 나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모두의 반대편에 서게 되었다.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우리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게다가, 우리가 직접 나서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한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거리를 두실 수도 있으니 말이야.”나계홍은 말을 마친 후 천천히 눈을 감았고, 고개를 연신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며칠간의 상황이 도청전인에게 보고되었다.그중에서도 '장도령'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도청전인의 표정은 단숨에 굳어졌다.“어서, 한 선생님을 뵈러 가자!”이때, 한지훈은 서재에서 삼절진의 진수를 연구하고 있었다.겨우 약간의 깨달음을 얻으려던 찰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한 선생님! 큰일입니다! 천산 장씨 가문의 대변인인 장도령이 이미 하산했으며, 게다가...”천산 장씨 가문?!생각보다 빨리 왔군!한지훈은 고개를 들며 도청전인을 바라보았다.“게다가 뭐라고 했죠?”“그가... 그가 선생님께 양팔과 양다리를 스스로 끊고 장씨 가문에 가서 사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가문 전체를 멸족하겠다고 했습니다!”도청전인의 목소리는 몹시 낮았고, 얼굴은 극도로 어두웠다.“오, 그래요? 장씨 가문 놈들은 다들 정신이 나갔나 보군요, 걸핏하면 남의 다리를 끊으라고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그 사람의 말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도청전인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말했다.도청전인은 뒤에 서 있던 천검종의 제자들에게 눈짓해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 뒤, 한지훈에게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주상, 그자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한때 용
그 말을 듣자, 대장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사실, 모든 정보 중에서도 무신종과 국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조정 역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무적천 또한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보였다!“그 뜻은...?”그러자 황약사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으며 대꾸했다. “자네는 진왕의 반란이 왜 실패했는지 알고 있는가?”“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대장로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곤륜에 한 노인이 있었지. 그자는 손을 한 번 드는 것만으로도 무적천을 얌전히 물러서게 만들었는데, 장도령은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도 자네는 장도령이 정말 무적천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겉모습만 봐선 안 되는 법일세. 무적천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건, 그 역시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지! 그가 두려워하는 자가 누구일 거라 생각하는가?”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한지훈에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말씀이군요?”황약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노인이 한지훈의 비장의 카드가 아닐 수도 있고, 한용이 한지훈의 의지처라고 보기도 어렵네. 다만, 한지훈과 조정 모두 이렇게 고요하다는 건 분명 비범한 기운이 숨어 있다는 뜻이지!”“그러니 약왕파를 위해선 더더욱 참고 견뎌야 하네.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절대로 함부로 수를 두어 선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위험천만한 처지에 빠질 걸세!”대장로는 황약사의 입에서 '위험천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었다.그렇다면 지금의 국면은 겉보기엔 일방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 숨은 파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뜻이었다.황약사조차도 위험을 느끼고 있을 정도라니!“곡주님, 정말로 한지훈이 그토록 대단한 인물입니까?”대장로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러자 황약사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그 영상은 서로 다른 두 장면을 이어 붙인 것이었고, 첫 번째 장면은 한지훈이 동방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