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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1화

작가: 봄가을
그의 질문에 질주하던 사내가 갑자기 차를 멈춰세웠다.

황인종 사내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한용을 찾으러 온 거야?”

한지훈은 눈썹을 꿈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황인종 사내의 표정이 어둡게 일그러졌다.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재밌네. 한용을 찾으러 온 사람은 네가 세 번째야.”

“내 앞에 둘이나 있었다는 말이야?”

한지훈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를 제외하고 할아버지를 찾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맞아.”

사내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만 한용을 만나지도 못하고 떠났지.”

“왜지?”

한지훈이 재차 물었다.

남자는 잠깐의 침묵 뒤에 대답했다.

“여기 한용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거든.”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틀렸단 말인가!

당황한 그의 표정을 보며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

“충격이 큰가 봐? 왜 외부에서 한용이 여기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지 모르지만 한용은 여기 없어.”

한지훈은 인상을 잔뜩 구기고 침묵했다.

상대가 계속해서 말했다.

“여기 있는 자는 한용이 아니거든.”

“그게 무슨 뜻이지?”

한지훈이 물었다.

남자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죄수는 흑뢰에 발을 들이면 과거를 깨끗이 잊어야만 해. 이곳에서 과거의 기억은 하나도 쓸모가 없거든. 살아남는 게 이곳의 전부야. 그래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거가 없어. 너희가 찾는 한용은 여기서 한용이라고 부르지 않아. 코드네임으로 불리지.”

“코드네임? 그건 또 뭐야?”

“넘버1”

그렇게 대답하는 사내의 얼굴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을 꿰뚫어보려는 듯한 한지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용을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넌 코드네임이 뭐야?”

한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황인종 사내가 웃더니 답했다.

“넘버075.”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앞에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거대한 탱크와 장갑차, 그리고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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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금속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처럼 무섭게 들렸다. “칵!”바로 그때,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은제 상자는 떨어지게 됐다. 뒤이어 칠흑같이 어두웠던 제단은 갑자기 대낮처럼 밝게 비쳤다. 한지훈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방금 은제 상자가 놓여있던 곳에서는 눈부신 백광이 나타났다. 한지훈은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주시한다 하더라도 그 백광 뒤에 가려진 사물을 전혀 볼 수는 없었다. “설마 이게 바로 백룡심인 건가?”한지훈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천생서문에 있는 백룡심에 대한 기록을 다시 회상했다. 백룡심을 융합시키는 건 다른 용심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이유는 백룡심은 사실 생사상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년불멸의 용심은 영원히 살아있기에, 백룡심을 융합하려는 자가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생사가 맞아떨어져야 백룡심이 비로소 하나가 된다. 다만 문제는 그 조건이 매우 가혹하다는 것이다. 백광이 제단 전체를 밝게 비추는 가운데, 음양어 문양도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지훈은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쿵쿵쿵!” 심지어 한지훈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땅 위의 제단을 다시 한번 올려다본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른바 생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결코 이대로 허무하게 자결한다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땅에 그을린 몇 갈래 금은 모두 음양어로 몰리게 됐는데, 어느새 음양어의 한쪽은 이미 흰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럼 남은 반대쪽은 빨간색으로 물들여야 한다. 그 빨간색은 바로 피였다. 이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뽑아 들어 직접 자신의 손목을 찔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지훈은 순간 멍해졌다. “땡!” 오릉군을 내려치면서 뜻밖에도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 것이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힘껏 오릉군을 내리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목에 는 흰 점 하나만 보였다. 피는커녕 피부에 닿지도 못했다. 한지훈은

  • 용왕사위   제2518화

    그렇게 한지훈은 예충기 부부의 시체를 향해 여러 차례 무릎 꿇고 참배까지 마친 후에야, 계속하여 곤륜허의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뇌해 구역을 지나 5리도 안되어, 한지훈은 갑자기 알 수 없이 넘쳐흐르는 생기를 느꼈다. 이내 주위에 깔려있던 회백색의 모래와 자갈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고, 전방에는 넓은 숲이 나타나더니 자연의 짐승들이 나무 사이를 누비는 걸 보게 됐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공기가 탁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예충기가 말한 바와 같이, 제준의 능묘로 들어설수록 생기가 오히려 짙어지고 있었다. 백룡심을 얻기 위해서는 생사를 건너야 한다더니. 방금 뇌해를 건너면서 한지훈은 이미 한 번의 죽음을 겪었기에, 지금 그의 눈앞의 펼쳐진 것은 바로 또 다른 삶이었다. 계속하여 이러한 생사의 왕복이 펼쳐질 예정이다. 동시에 한지훈은 내심 걸어온 길을 되새기며 생기와 사기를 번갈아 생각해 보았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한지훈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지훈은 생사의 오의를 깨닫지는 못하여 단지 모호한 개념만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상한 사실 하나는, 곤륜허에는 낮과 밤의 구분도 없는 것 같았다. 시간으로 계산하게 되면, 지금 시점은 노을이 지는 시점일 텐데 곤륜허는 여전히 대낮과도 같았다. 햇빛은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주위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이런 극한의 환경은 곤륜허를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또 몇 시간 계속하여 걸으면서 산등성이를 넘은 한지훈은, 갑자기 비할 데 없이 웅장한 궁전을 마주하게 됐다. 그 궁전은 길이가 수 미터에 달하는 돌로 쌓여 있었다. 비록 세월의 풍파를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대전과 벽에 보이는 금에서 당시 이 궁전이 얼마나 휘황찬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지훈은 곧장 대전으로 걸어갔다.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없는 한기가 한지훈에게로 밀려왔다. 이는 진정한 죽음의 기운이었다. 바로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극한의 한기였다. 대

  • 용왕사위   제2517화

    국왕의 발언에, 종묘 장로들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젊어 보이지만 그 내면은 매우 단단했다. 이는 이번 기회를 빌어 아주 자연스럽게 4대 가문과 조정에 숨겨진 배후를 함께 물리칠 계획이었다. 재빨리 이 사실을 눈치챈 종묘 대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어귀에 있는 금위군을 향해 말했다. “여봐라, 당장 모두 밀어내!”“네!” 이내 한 무리의 금위군이 우르르 몰려들어 땅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 노신들을 밀어내려 하자 국왕이 차갑게 말했다. “그래도 엄연히 다들 우리 용국의 영웅들인데, 어떻게 밀어낼 수가 있겠어?” “네?”그 말에 한 무리의 금위군들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모두 끌어내! 3일 안에 용경을 떠나지 않는 자들은 가산까진 전부 몰수할 거야!”국왕의 노여움에 금위군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들어 멱살을 잡거나 팔을 잡아당긴 채 20여 명을 모두 용각 밖으로 끌어냈다. 그제야 조정은 비로소 평온을 되찾았다. 신한국은 끌려가는 노신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폐하, 이러면 이젠 4대 가문과 얼굴을 붉히게 될 것입니다!”강만용 역시 근심이 가득했다. “용국이 영원히 4대 가문의 용국은 아니야. 더욱이는 어느 명문 가문의 용국도 아니야. 자고로 용국은 백성들에게 속하고 만민에게 속하는 거야!”“나라를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은 마땅히 봉상을 받아야 하고, 그 유상 역시 마땅히 조상의 영예를 받아야 돼. 이것은 절대 당연한 천리야! 이 천리를 어기려 하는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될 거야!”국왕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그동안 4대 가문이 손을 뻗은 범위가 너무나도 넓었고 관리 범위도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국왕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닌 용국 전체의 의지를 대표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그 시각, 멀리 곤륜허에서는 사람 모양을 한 검은 숯덩이가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족히 10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람 모양의 검은 숯덩이는 겨우 몸을 버티고 땅에서 일어선 뒤 옆에 있는 유리석에 앉아

  • 용왕사위   제2516화

    “폐하! 이... 이건... 부당합니다!” 방금까지 책봉에 반대하던 노신들은 물론, 만조의 문무들 역시 잇달아 무릎을 꿇고는 울며 하소연했다. 그들이 한평생 전투에 참가하여 거액의 부를 축적한 이유는 바로 집안의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국왕의 이 조령이 일단 확정되게 되면, 그동안 몇 세대들이 노력해온 건 전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렇게 되면 후손들의 풍족한 생활은 더 이상 어떠한 보장도 받지 못하게 된다. “부당해?” 국왕은 차갑게 웃었다. “북양 왕은 일편단심 나라만을 생각하고 있어. 자신이 죽을걸 알면서도 저 멀리 곤륜까지 갔는데, 당신들은 여전히 그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규칙대로 따르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한지훈의 이번 희생은 오로지 나라만을 위한 거야!”“생명이 끝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나라만을 생각했어.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당신네들은 나라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깊기나 한 사람이 있어?”“어쩜 이렇게 한 무리의 가증스러운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굴면서 공신 한 명을 헐뜯으려 하는 거야! 자기 집안만 사리사욕을 다 채우게 하면 그만이긴 하지만...”“어떻게 공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고아와 과모가 될 유가족까지 궁지로 몰아넣으려 하는 거야. 정말 가증스럽네!”“너희들 모두 마땅히 처벌받아야 돼!”“여봐라!” “네!”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문 밖에 있던 수백 명의 금위가 순식간에 천자각으로 뛰어들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불길한 마음에 몇 명의 장로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말렸다. 그러나 국왕은 장로들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안심하라 하였고, 이내 옆에 있는 궁인에게 말했다. “방금 이 노신들이 뱉은 말들을 그대로 모든 매체에 공개해!”“용국의 모든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그러고 나서 각 지역의 있는 백성들이 앞으로 이들의 생사를 결정하게 만들 거야. 만약 백성들이 모두 이 노신들이 한 말이 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 나 또한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어

  • 용왕사위   제2515화

    국왕은 기가 찬 이 광경에, 연신 고개를 저었다. 4대 가문을 대표하든, 한지훈과 적대하고 있는 세력이든 아무쪼록 용국은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게다가 한지훈 유상에 관한 처리는 매우 중대한 일이기에 절대 허투루 할 수도 없다. 바로 이때 천자각 대전의 궁문이 열리더니 두 노인이 잇달아 대전으로 들어섰다. 바로 강만용과 신한국이었다. 두 사람이 나타나자 대전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폐하를 뵈옵소서!”“폐하를 뵈옵소서!” 두 각로는 연이어 국왕을 향해 경배하였다. “각로님들? 여기는 어쩐 일로...”강만용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폐하, 예 씨 어르신네 부부 두 분께서는 이미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북양 왕이 떠나기 전에 유언을 남기고 갔다고 합니다!”“뭐라고요? 한지훈이 어떤 말을 했는데요?”국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떠나기 전에 북양 왕이 폐하께 전하고픈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만약 이번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면 폐하께 미리 사죄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용국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 때문에 죄송하다고요. 그리고 폐하께서는 앞으로 몸 조심하시라고 당부까지 했습니다!”강만용은 말을 이어가던 도중, 결국 눈물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국왕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이내 그는 대전 안의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다들 말끝마다 한지훈 유상은 봉인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들 하는데!”“노서용 어르신, 제가 묻고 싶습니다. 그럼 어르신은 대체 어떻게 민부 주관으로 승진하게 된 겁니까?”국왕이 지목한 사람은 바로, 방금 소란을 일으킨 한 노신이었다. “저야 당연히 가부의 관작을 이어받아 평생 나라를 위해 힘쓴 거죠!”노인은 여전히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노 씨 집안은 줄곧 산에서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힘들게 민부를 경영해 오면서, 여러 세대의 노력을 거쳐 민부의 주요 관직을 확고히 장악하게 된 것이다. “그래요! 제 생각에는 다른 분들도 다들 이렇

  • 용왕사위   제2514화

    슬픔에 잠긴 강우연과는 달리, 4대 가문은 한지훈의 조난 소식을 듣고서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특히나 동방 소는 킥킥하는 소리를 내며 뉴스를 보면서 비웃기도 했다. “한지훈 이 놈, 결국 곤륜 뇌해에서 죽게 됐네. 하하!”“할아버님, 이 말은 즉 저희도 이젠 한 씨 집안을 향해...”그러자 동방 소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절대 한 씨 집안을 건드려서는 안 돼.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금방 죽었지만 그의 명망은 아직 남아 있어. 이 시점에 누가 먼저 나서려 한다면, 기어코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국왕에게 미움을 살뿐만 아니라 수억 명의 용국 백성들로부터도 미움을 살 수 있어. 비록 우리 동방 가문이 세력이 방대하긴 하지만, 물은 그저 배를 띄울 수만 있을 뿐 절대 전복시킬 수는 없는 게 불변의 법칙이야!”“하지만 천자각에서 의사를 진행하게 될 때, 강우연과 한지훈의 유상을 봉관 하여 왕작에 넣으려 하는 건 절대 반대하라고 우리 가문 사람들한테 당부해!” 동쪽 소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의 유상이 일단 왕작으로 봉인되게 되면, 적어도 신임 국왕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한 씨 집안의 기둥을 흔들 수 없게 된다. 하물며 신임 국왕은 정직하고 나이도 어려,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살기에도 끄떡없어 보였다. 수십 년 후 한 씨 집안의 어린 세대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있겠는데, 그때가 되어 한지훈의 자녀가 과연 4대 가문의 우환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동쪽 소뿐만 아니라 다른 3대 가문도 동시에 자신의 부하들에게 같은 명령을 내렸다. 한편 그 시각 천자각에서는, “또 이의 있으신 분 계십니까?”궁인이 성지를 낭독하고 나서야, 국왕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문무백관들은 소곤소곤 속삭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이건 분명히 국왕이 한 씨 집안 유상을 보호하려는 계획이었다. 왕작의 책봉이 있으면 누구도 감히 한지훈의 자녀들을 건드릴 수

  • 용왕사위   제2513화

    몇몇 종묘 장로들은 깜짝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지훈이 없다고 해서 용국이 망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절대 이 시점에 한지훈이 죽어서는 안 됐다. 열국은 이제 막 작전을 거두었고, 용국은 한창 좋은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지훈이 세상을 떠난 게 되면, 용국이 더 이상 전력이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셈이 된다. 즉 한지훈의 죽음은 북양이 다시 용국을 공격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열국의 부대들이 다시 한번 무장하고 대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란치 가문도 재차 수많은 고수들을 파견하여 용국으로 돌격해 용국무종을 와해시키려 할 것이다. 동시에 용국 내부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그야말로 국본에 치명적인 위협을 입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 생각에는 먼저 한지훈을 위해 장례를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장으로 제릉에 묘를 안장하고, 용경 백성들을 제외한 용국의 각지 백성들은 모두 조문하게끔 허용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파룡군은 현재 신임 장군으로 유청을 북부 전구 총지휘자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이젠 파룡군뿐만 아니라 서효양도 통제하게 되면서 북방 방어 전구를 형성하게 됐습니다!”“다들 저의 의견에 동의하시는지요?”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국왕은 천천히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자리에 있던 장로들은 똑같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됐다. 그렇게 족히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무종 대장로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말했다. “저는 이의가 없긴 하지만, 이번 일은 조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무종 대장로의 뜻은 매우 명확했다. 한지훈이 전사한 후, 4대 가문은 필연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게다가 무종 중에는 한지훈과 원한을 맺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이젠 한 마음으로 4대 가문과 손을 잡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4대 가문의 세력은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강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조회 결의를 통해, 4대 가문의 태도

  • 용왕사위   제2512화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일단 국상을 치르게 되면 다른 열국이 모두 알게 됩니다.”진우는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막아 나섰다. 그러나 국왕은 고개를 젓고는 휴대폰을 가리키며 진우를 향해 말했다. “일이 지금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우리가 과연 놈들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땅이 이렇게나 크게 흔들렸는데, 진작에 다른 열국들은 위성을 통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곤륜산을 확인했을 거야. 그리고 그 뇌해 속에 있는 사람이 바로 한지훈이라는 것도 알았겠지.” “만약 우리가 비밀리에 진행하여 숨기려 했다가 나중에 용국 백성들이 해외 매체를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백성들은 우리의 행위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한지훈은 단지 북양 왕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 마음속의 신 같은 존재야. 더우기는 용국의 군혼과도 같은 존재지. 이런 사람이 지금 곤륜 뇌해에 묻히게 됐는데 우리가 비밀리로 진행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이건 내가 나라의 수령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야.” “그리고 일단 무종 장로, 종묘 장로 그리고 용각의 두 각로더러 날 찾으러 오라고 해!”국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의 조난 소식이 국왕에게 안겨준 타격은, 강우연에게 안겨준 타격 못지않았다. 그동안 국왕과 한지훈 사이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갈등이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서로 잘 통한 사이였다. 열국을 상대하든 용국의 각 세력을 상대하든,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한지훈이 갑자기 운명하게 됐다는 것은, 곧 국왕이 자신의 팔다리를 잃어버린 셈과 다름없었다. 이미 계획한 많은 전략들은 다 무너지게 됐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지훈이 죽게 된 후, 열국이 용국에 가하게 될 압박까지 직면해야 했다. 이제 곧 국경에서 전보가 전해질 거라 예상도 들었다. 이러한 국면에, 국왕은 반드시 먼저 백성들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모든 사람들에게 한지훈처럼 그동안 용국을 위해 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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