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보고 있던 용린과 용일은 재빨리 나서려 했지만, 한지훈은 손을 들어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자 한지훈은 침착하게 자리에 앉아 화난 얼굴을 한 채 반대편에 앉아 있는 심여운을 바라보았다.심여운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총을 정말 쏠까 봐 두렵지 않은 겁니까?"그러자 한지훈은 웃으며 대답했다."심 선생님은 총을 안 쏘실 거잖아요."심여운은 찡그린 미간을 펴며 총을 치우고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죠?""심 선생님은 아직 내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한지훈은 자신감 넘치는 눈으로 침착하게 말했다. 짝, 짝, 짝!심여운은 손뼉을 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역시 용국의 북양왕이시군요. 당신의 담력과 자신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그러자 한지훈도 웃으며 말했다.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심 선생님, 저는 즉시 흑뢰로 가야 합니다."심여운은 테이블 위의 와인 잔을 들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한 선생님, 타이밍이 좋지 않네요. 최근에는 흑뢰로 들어갈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왜죠?"심여운은 손가락을 튕겼고, 그 뒤에 있던 부하가 재빨리 파일 가방을 꺼내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심여운은 침착하게 말했다. "흑기의 정보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흑뢰는 폐쇄 관리를 시작했고, 그 누구도 섬에 들어오는 걸 금하고 있어요. 만약 한 선생님께서 섬에 들어가고 싶다면, 보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보름이요?"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고, 초조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정보를 바라보았다.그는 보름씩이나 기다릴 수 없다! "섬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있나요?" 한지훈이 물었다. 방법이 없었다면, 심여운이 그를 만나러 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여운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역시 한 선생님을 속일 수는 없네요. 방법은 확실히 있긴 하지만, 매우 어렵습니다.""방법이 뭐죠?" 한지
"지훈아, 돌아왔구나!"류천도는 기쁜 얼굴로 문밖에서 그를 맞이했고, 한지훈을 껴안았다.한지훈도 웃으며 말했다."천도 삼촌, 이번에는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류천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훈에게 앉으라고 손짓한 뒤 물었다. "무슨 일인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도와야지."한지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천도 삼촌, 명왕이 흑뢰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걸 아세요?"이 말을 듣자 유천도는 얼굴빛이 어두워졌고, 정색하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심여운이 알려줬어요. 지금 흑뢰에 들어가려면, 해리스가 갖고 있는 열쇠를 얻어야 한다고요."류천도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서서 뒷짐을 진 채 복도를 앞뒤로 걸어 다녔다.잠시 뒤, 그는 멈춰 서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명왕이 흑뢰의 열쇠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걸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권한도 없어. 그 열쇠를 얻으려면 명왕과 직접 만나야 해.""알겠어요."한지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래, 그럼 내가 준비하지."류천도가 말을 마친 뒤, 산장을 떠났다. 저녁 무렵. 류천도의 산장 밖에 갑자기 많은 수의 총을 든 경호원들이 나타났고, 동시에 산장 바깥 도로에는 검은색 승용차 여러 대가 달려왔다. 차는 산장 입구에 멈췄고, 류천도는 먼저 차에서 내려 공손하게 뒷문을 열었다. 그러자 차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내렸고, 그는 명왕전의 명왕, 해리스였다!우람한 몸과 탄탄한 허리, 전형적인 서양 백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도 감히 고개를 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특히, 살벌한 기운으로 번쩍이는 그의 눈빛은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명왕 해리스는 서부의 십이성전 중에서도 뛰어난 전투력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소문으로 그의 실력은 이미 오성 용수 급이었다!하지만 이는 단지 소문일 뿐이었고, 명왕의 진정한 실력을 겪어 본 사람은 모두 이미 죽었다. 더욱
별 망설임도 없이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두 사람은 곧 거실을 떠나 별장 안에 있는 넓은 공지로 갔다.주위에는 많은 명왕전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용일과 용린은 한지훈 뒤에 서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 "용왕님, 명왕이란 사람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혹시나 함정이라도 있을까봐 걱정됩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알아."한편, 명왕, 해리스는 팔짱을 끼고 제자리에 서 있었는데, 우람한 체격은 사람들에게 거대한 압박감을 주었다.반면, 그의 앞에 선 한지훈은 아무 힘도 없는 일반인 같아 보였다.이때 명왕 해리스가 선공격을 했다. 그는 번개마냥 제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갑작스러운 폭발력에 그가 방금 서 있던 지면에는 무수한 균열이 생겼다.모두가 아직 반응하지 못 했을 때, 명왕 해리스의 폭발적인 힘이 담긴 주먹은 한지훈의 가슴을 향했다. 이 주먹은 어마무시한 힘이 실려있어 매우 공포스러운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먹에는 짙은 살기도 담겨져 있었다. 쾅!명왕의 주먹은 곧바로 한지훈이 서 있던 곳에 큰 구덩이를 만들어 냈다.동시에 흙과 돌맹이들이 사방에 뿌려졌다.한편, 원래 서 있던 곳에서 몇 걸음 물러난 한지훈의 눈빛은 매우 싸늘하게 변했다.한지훈은 아무런 망설임과 불필요한 동작 없이 명왕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이 한방은 탱크 한 대를 박살 내기에 충분했다.쾅!하지만!많은 사람들의 놀란 눈빛 속에서 명왕 해리스는 오른팔을 들어 한지훈의 발차기를 막았다.그 순간 단단한 철판을 찬 듯한 굉음이 났다.해리스의 오른팔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팔뚝이 매우 굵었는데 일반인의 허벅지보다 더 굵었다.해리스의 입가에는 잔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북양왕, 당신, 실력이 퇴보했군."말을 마친 해리스는 한지훈의 발목을 움켜쥐고, 힘껏 당겨 한지훈을 신속하게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그는 한지훈의 가슴을 향해 왼쪽 주먹을 날렸다.주먹에는 짙은 살기와
옆에 있던 용린만이 한지훈과 해리스의 대전을 겨우 볼 수 있었다.용일 조차도 그들의 동작이 모호하게 보였다.그러니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눈앞의 장면이 마치 20배속으로 띄워져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거꾸로 날아가 지면에 좁고 긴 자국을 남긴 뒤,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빨갛게 된 눈으로 맞은편 남자를 주시했다.'졌어?!''명왕이 졌다고?'명왕전 사람들이 속으로 생각했다.명왕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반면 한지훈은 조금도 다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사람들 속에 섞여있던 류천도도 지금 숨을 죽였다.명왕이 강한 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그러나 그런 명왕이 지금 한지훈한테 졌다.그러니 한지훈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때 명왕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냉소하며 땅에서 일어서서 말했다. "역시 북양왕이군. 이미 육성에 도달한 건가?"한지훈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명왕을 묵묵히 바라보며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명왕은 웃으며 허리춤에서 열쇠 하나를 더듬어 한지훈에게 던졌다. "내가 졌어. 이게 바로 흑뢰의 열쇠야. 당신에게 충고해줄게 있다면 흑뢰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거야. 그곳은 진짜 지옥이야! 흑뢰에서 소식을 알아보거나 사람을 구하는 것은 승천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그곳의 다섯 명의 사령관급 강자 중 그 누구도 약자인 사람이 없어. 내가 알기로는 흑뢰에 육성이 무려 두 명이나 있다더군.""그리고 흑기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둬. 내 명왕전이라고 해서 흑기와 비길 수 있진 않아. 조심해, 흑뢰에서 죽지 마. 나는 당신과 다시 싸우기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말을 마친 해리스는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한지훈은 떠나가는 명왕 해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손에 든 고풍스러운 검은색 열쇠를 바라보며 의심이 들었다.'이게 바로 흑뢰의 열쇠라고?'
한지훈은 심여운을 바라보며 물었다.“심 선생님은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심여운이 웃으며 대답했다.“아,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가 가려는 곳이 그만큼 위험한 곳이지 않습니까. 그곳에는 총사령관 급이 되는 인물이 통솔하고 있고 수많은 전신급 강자들이 지키고 있다고 들었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심 선생의 안전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시름이 안 놓이면 이따가 섬에 들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심여운이 웃으며 말했다.다음 날.심여운은 바루크에게 연락하여 바다로 나가겠다는 뜻을 표했다.미리 부두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던 바루크는 한지훈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한 총사령관, 오랜만입니다. 그때 헤어진 이후로 계속 뵙고 싶었습니다.”한지훈도 예의 바른 미소로 호응해 주었다.간단한 인사가 오간 뒤, 그들 일행은 배에 올랐다.이번 바다 행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몇 시간 후, 그들은 흑뢰가 있는 섬 근처까지 도달했다.한지훈은 갑판에 서서 뾰족한 초석에 둘러싸인 섬을 잠깐 바라보았다.섬 주변은 좁은 부두를 제외하고 족히 10미터가 넘는 검은색 성벽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멀리서 보기에도 숨이 막히는 장관이었다.부두를 제외한 성벽 근처에는 아찔한 전기망이 쳐져 있었기에 등반조차 불가능한 구조였다.잠시 후, 그들을 태운 배가 부두에 멈추고 일행은 배에서 내렸다.바루크는 배 위에서 한지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한 총사령관,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기한은 3일, 3일이 지나면 무조건 부두로 나오셔야 합니다. 기한이 지나면 저는 선원들을 데리고 여기를 떠날 것입니다. 이건 흑뢰의 원칙이에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이끼가 가득 낀 낡은 계단을 밟으며 배에서 내렸다.대략 3백 미터쯤 가니 드디어 흑뢰의 유일한 출입구 앞에 도착했다.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좁은 출입구 앞에 건장한 체구에 거뭇거뭇한 피부의 사내가 비수를 든 채, 싸늘함을 사
그의 뒤에 지키고 서 있던 용병들도 총을 둘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여운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수 도 없었기에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한 선생,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한치 주저도 없이 답했다.“제가 들어가겠습니다.”“사령관님!”“안 됩니다, 각하!”“절대 안 됩니다. 내부에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저희는 사령관님의 신변을 지켜야 합니다.”용일과 용린이 다급히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 내가 알아서 잘 대처할 수 있어. 너희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3일이 지났는데도 내가 나오지 않으면 돌아가서 전에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면 돼.”“예, 알겠습니다!”용린과 용일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다시 닫히고 용린과 용일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문밖에 똑바로 섰다.문지기는 싸늘한 눈빛으로 용일을 노려보다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그 모습을 본 용일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옆에 있던 용린이 그를 말렸다.“일 복잡하게 만들지 마.”용일은 그제야 분을 참으며 묵묵히 주먹을 내려놓았다.사내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땅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겼다.그 시각, 거대한 성벽의 안쪽.한지훈은 총을 든 용병들과 함께 긴 통로를 걷고 있었다.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원시우림이었다.흑뢰는 원시우림의 바깥을 성벽으로 들러 지어진 곳이었다.이곳은 완전한 야생이 살아 숨쉬는 곳이었다.주변에서 야수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길가에는 야수에게 물어 뜯겨 죽은 해골들이 즐비했다.해골들의 팔과 발에는 철녹이 가득 낀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이곳에 갇힌 죄수들은 원시우림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다가 죽었단 말인가?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앞에서 걷던 사내가 유
그의 질문에 질주하던 사내가 갑자기 차를 멈춰세웠다.황인종 사내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한용을 찾으러 온 거야?”한지훈은 눈썹을 꿈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황인종 사내의 표정이 어둡게 일그러졌다.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재밌네. 한용을 찾으러 온 사람은 네가 세 번째야.”“내 앞에 둘이나 있었다는 말이야?”한지훈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를 제외하고 할아버지를 찾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맞아.”사내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한용을 만나지도 못하고 떠났지.”“왜지?”한지훈이 재차 물었다.남자는 잠깐의 침묵 뒤에 대답했다.“여기 한용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거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가슴이 철렁했다.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틀렸단 말인가!당황한 그의 표정을 보며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충격이 큰가 봐? 왜 외부에서 한용이 여기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지 모르지만 한용은 여기 없어.”한지훈은 인상을 잔뜩 구기고 침묵했다.상대가 계속해서 말했다.“여기 있는 자는 한용이 아니거든.”“그게 무슨 뜻이지?”한지훈이 물었다.남자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죄수는 흑뢰에 발을 들이면 과거를 깨끗이 잊어야만 해. 이곳에서 과거의 기억은 하나도 쓸모가 없거든. 살아남는 게 이곳의 전부야. 그래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거가 없어. 너희가 찾는 한용은 여기서 한용이라고 부르지 않아. 코드네임으로 불리지.”“코드네임? 그건 또 뭐야?”“넘버1”그렇게 대답하는 사내의 얼굴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그는 자신을 꿰뚫어보려는 듯한 한지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용을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넌 코드네임이 뭐야?”한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황인종 사내가 웃더니 답했다.“넘버075.”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앞에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거대한 탱크와 장갑차, 그리고 헬기
입구에서 간단한 검사를 마친 뒤, 한지훈은 사내를 따라 동굴에 입장했다.길이가 십 미터는 족히 넘는 동굴 안은 습기가 가득했다. 축축한 동굴을 지나자 눈앞에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졌다.동굴 안에는 정교한 무기와 탄약들이 쌓여 있었다.무기를 점검하던 건장한 용병들은 다가오는 황인종 남자와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렇게 10미터 정도 더 가자 모니터가 잔뜩 달려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전방위로 흑뢰 내부를 볼 수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이었다.가끔 화면에 용병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갔다.모니터 앞에는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한 여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한지훈을 등지고 서 있었다.남자라면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뒷모습이었다.한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기에 웬 여자가 있지?’“보스, 데려왔습니다.”황인종 사내는 공손히 그녀에게 보고를 올리고는 옆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다리를 꼬고 앉아 과일을 집어들고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때, 정장을 입은 여자가 팔짱을 낀 채로 뒤돌아섰다. 차가운 빛을 띤 파란색 눈동자가 싸늘하게 한지훈을 응시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이름.”여자가 차갑게 물었다.“한지훈.”그 말을 들은 여자는 매력적인 걸음걸이로 한지훈의 앞에 다가와서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용국의 북양왕도 별거 없네. 난 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궁금했지 뭐야.”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상대가 자신의 신분까지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였다.여자는 그의 의아한 표정을 바라보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앨리스라고 해. 흑뢰 서부의 치안관리를 맡고 있지.”한지훈은 여자가 내민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앨리스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왜 네 신분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할 필요없어. 네가 섬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이곳은 평범한 곳이 아니야. 아무도 이곳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