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용린만이 한지훈과 해리스의 대전을 겨우 볼 수 있었다.용일 조차도 그들의 동작이 모호하게 보였다.그러니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눈앞의 장면이 마치 20배속으로 띄워져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거꾸로 날아가 지면에 좁고 긴 자국을 남긴 뒤,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빨갛게 된 눈으로 맞은편 남자를 주시했다.'졌어?!''명왕이 졌다고?'명왕전 사람들이 속으로 생각했다.명왕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반면 한지훈은 조금도 다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사람들 속에 섞여있던 류천도도 지금 숨을 죽였다.명왕이 강한 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그러나 그런 명왕이 지금 한지훈한테 졌다.그러니 한지훈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때 명왕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냉소하며 땅에서 일어서서 말했다. "역시 북양왕이군. 이미 육성에 도달한 건가?"한지훈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명왕을 묵묵히 바라보며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명왕은 웃으며 허리춤에서 열쇠 하나를 더듬어 한지훈에게 던졌다. "내가 졌어. 이게 바로 흑뢰의 열쇠야. 당신에게 충고해줄게 있다면 흑뢰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거야. 그곳은 진짜 지옥이야! 흑뢰에서 소식을 알아보거나 사람을 구하는 것은 승천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그곳의 다섯 명의 사령관급 강자 중 그 누구도 약자인 사람이 없어. 내가 알기로는 흑뢰에 육성이 무려 두 명이나 있다더군.""그리고 흑기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둬. 내 명왕전이라고 해서 흑기와 비길 수 있진 않아. 조심해, 흑뢰에서 죽지 마. 나는 당신과 다시 싸우기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말을 마친 해리스는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한지훈은 떠나가는 명왕 해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손에 든 고풍스러운 검은색 열쇠를 바라보며 의심이 들었다.'이게 바로 흑뢰의 열쇠라고?'
한지훈은 심여운을 바라보며 물었다.“심 선생님은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심여운이 웃으며 대답했다.“아,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가 가려는 곳이 그만큼 위험한 곳이지 않습니까. 그곳에는 총사령관 급이 되는 인물이 통솔하고 있고 수많은 전신급 강자들이 지키고 있다고 들었어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심 선생의 안전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시름이 안 놓이면 이따가 섬에 들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심여운이 웃으며 말했다.다음 날.심여운은 바루크에게 연락하여 바다로 나가겠다는 뜻을 표했다.미리 부두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던 바루크는 한지훈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한 총사령관, 오랜만입니다. 그때 헤어진 이후로 계속 뵙고 싶었습니다.”한지훈도 예의 바른 미소로 호응해 주었다.간단한 인사가 오간 뒤, 그들 일행은 배에 올랐다.이번 바다 행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몇 시간 후, 그들은 흑뢰가 있는 섬 근처까지 도달했다.한지훈은 갑판에 서서 뾰족한 초석에 둘러싸인 섬을 잠깐 바라보았다.섬 주변은 좁은 부두를 제외하고 족히 10미터가 넘는 검은색 성벽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멀리서 보기에도 숨이 막히는 장관이었다.부두를 제외한 성벽 근처에는 아찔한 전기망이 쳐져 있었기에 등반조차 불가능한 구조였다.잠시 후, 그들을 태운 배가 부두에 멈추고 일행은 배에서 내렸다.바루크는 배 위에서 한지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한 총사령관,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기한은 3일, 3일이 지나면 무조건 부두로 나오셔야 합니다. 기한이 지나면 저는 선원들을 데리고 여기를 떠날 것입니다. 이건 흑뢰의 원칙이에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이끼가 가득 낀 낡은 계단을 밟으며 배에서 내렸다.대략 3백 미터쯤 가니 드디어 흑뢰의 유일한 출입구 앞에 도착했다.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좁은 출입구 앞에 건장한 체구에 거뭇거뭇한 피부의 사내가 비수를 든 채, 싸늘함을 사
그의 뒤에 지키고 서 있던 용병들도 총을 둘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여운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수 도 없었기에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한 선생,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한치 주저도 없이 답했다.“제가 들어가겠습니다.”“사령관님!”“안 됩니다, 각하!”“절대 안 됩니다. 내부에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저희는 사령관님의 신변을 지켜야 합니다.”용일과 용린이 다급히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 내가 알아서 잘 대처할 수 있어. 너희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3일이 지났는데도 내가 나오지 않으면 돌아가서 전에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면 돼.”“예, 알겠습니다!”용린과 용일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다시 닫히고 용린과 용일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문밖에 똑바로 섰다.문지기는 싸늘한 눈빛으로 용일을 노려보다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그 모습을 본 용일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옆에 있던 용린이 그를 말렸다.“일 복잡하게 만들지 마.”용일은 그제야 분을 참으며 묵묵히 주먹을 내려놓았다.사내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땅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겼다.그 시각, 거대한 성벽의 안쪽.한지훈은 총을 든 용병들과 함께 긴 통로를 걷고 있었다.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원시우림이었다.흑뢰는 원시우림의 바깥을 성벽으로 들러 지어진 곳이었다.이곳은 완전한 야생이 살아 숨쉬는 곳이었다.주변에서 야수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길가에는 야수에게 물어 뜯겨 죽은 해골들이 즐비했다.해골들의 팔과 발에는 철녹이 가득 낀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이곳에 갇힌 죄수들은 원시우림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다가 죽었단 말인가?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앞에서 걷던 사내가 유
그의 질문에 질주하던 사내가 갑자기 차를 멈춰세웠다.황인종 사내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한용을 찾으러 온 거야?”한지훈은 눈썹을 꿈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황인종 사내의 표정이 어둡게 일그러졌다.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재밌네. 한용을 찾으러 온 사람은 네가 세 번째야.”“내 앞에 둘이나 있었다는 말이야?”한지훈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를 제외하고 할아버지를 찾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맞아.”사내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한용을 만나지도 못하고 떠났지.”“왜지?”한지훈이 재차 물었다.남자는 잠깐의 침묵 뒤에 대답했다.“여기 한용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거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가슴이 철렁했다.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틀렸단 말인가!당황한 그의 표정을 보며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충격이 큰가 봐? 왜 외부에서 한용이 여기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지 모르지만 한용은 여기 없어.”한지훈은 인상을 잔뜩 구기고 침묵했다.상대가 계속해서 말했다.“여기 있는 자는 한용이 아니거든.”“그게 무슨 뜻이지?”한지훈이 물었다.남자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죄수는 흑뢰에 발을 들이면 과거를 깨끗이 잊어야만 해. 이곳에서 과거의 기억은 하나도 쓸모가 없거든. 살아남는 게 이곳의 전부야. 그래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거가 없어. 너희가 찾는 한용은 여기서 한용이라고 부르지 않아. 코드네임으로 불리지.”“코드네임? 그건 또 뭐야?”“넘버1”그렇게 대답하는 사내의 얼굴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그는 자신을 꿰뚫어보려는 듯한 한지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용을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넌 코드네임이 뭐야?”한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황인종 사내가 웃더니 답했다.“넘버075.”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앞에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거대한 탱크와 장갑차, 그리고 헬기
입구에서 간단한 검사를 마친 뒤, 한지훈은 사내를 따라 동굴에 입장했다.길이가 십 미터는 족히 넘는 동굴 안은 습기가 가득했다. 축축한 동굴을 지나자 눈앞에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졌다.동굴 안에는 정교한 무기와 탄약들이 쌓여 있었다.무기를 점검하던 건장한 용병들은 다가오는 황인종 남자와 한지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렇게 10미터 정도 더 가자 모니터가 잔뜩 달려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전방위로 흑뢰 내부를 볼 수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이었다.가끔 화면에 용병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갔다.모니터 앞에는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한 여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한지훈을 등지고 서 있었다.남자라면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뒷모습이었다.한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기에 웬 여자가 있지?’“보스, 데려왔습니다.”황인종 사내는 공손히 그녀에게 보고를 올리고는 옆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다리를 꼬고 앉아 과일을 집어들고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때, 정장을 입은 여자가 팔짱을 낀 채로 뒤돌아섰다. 차가운 빛을 띤 파란색 눈동자가 싸늘하게 한지훈을 응시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이름.”여자가 차갑게 물었다.“한지훈.”그 말을 들은 여자는 매력적인 걸음걸이로 한지훈의 앞에 다가와서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용국의 북양왕도 별거 없네. 난 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궁금했지 뭐야.”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상대가 자신의 신분까지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였다.여자는 그의 의아한 표정을 바라보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앨리스라고 해. 흑뢰 서부의 치안관리를 맡고 있지.”한지훈은 여자가 내민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앨리스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왜 네 신분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할 필요없어. 네가 섬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이곳은 평범한 곳이 아니야. 아무도 이곳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 없
한지훈은 인상을 쓰며 앨리스에게 물었다.“왜 하필 나야?”앨리스는 대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만큼 네가 강하다고 들었으니까.”간단명료한 대답에 한지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는 잠깐의 고민을 거친 뒤에 말했다.“너희를 대신해 북부를 평정하면 넘버1을 만날 수 있는 거야?”“물론이지.”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한지훈이 말했다.그의 대답을 들은 앨리스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말했다.“아주 좋아. 지금 출발하자!”말을 마친 그녀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기고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했다.그러자 사내들은 흥분제라도 먹은 것처럼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달려나갔다.그 뒤를 이어 수십 명의 용병들이 동굴에서 무기를 챙긴 뒤에 대기했다.입구에는 장갑차와 탱크가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군복을 입은 용병들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총을 들고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앨리스는 군용 트럭에 뛰어올라 운전대를 잡더니 한지훈을 향해 손짓했다. 한지훈은 묵묵히 조수석에 탔다.“출발!”앨리스의 지령이 떨어지자 대기하던 차들이 용수철 튕기듯이 앞으로 튕겨나갔다.북부는 서부에서 대략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앨리스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전방을 주시하며 한지훈에게 물었다.“넘버1은 왜 만나려는 거야?”한지훈이 답했다.“그 사람은 내 할아버지야.”그 말을 들은 앨리스는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려 진지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랬구나. 넘버1에게 손자가 있었다니. 오늘 처음 알았네.”“질문에 답했으니 나도 질문 하나만 해도 돼?”한지훈이 물었다.“물론이지.”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넘버1도 죄수의 신분이야?”한지훈이 물었다.앨리스는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야.”한지훈이 예상했던 답이었다.그는 처음부터 할아버지가 죄수의 신분으로 이곳에서 산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10분 뒤, 차가 멈추고 수십 명의 용병들이 차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널브러진 시체가 즐비했다.쾅!그리고 이때 폭발음이 들려왔다.밀림 깊은 곳에서 발사된 로켓탄이 앨리스를 향해 날아갔다.앨리스가 알아차리고 몸을 피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그리고 이 순간, 시커먼 그림자가 갑자기 허공에서 내려오더니 앨리스를 껴안고 옆으로 굴렀다.쾅!앨리스가 서 있던 자리는 로켓탄에 의해 초토화되었고 불길이 하늘을 찢을 것처럼 치솟았다.바닥을 구른 앨리스는 조금 전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생긴 커다란 구덩이를 바라보며 욕설을 퍼붓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한지훈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네?’전쟁은 점점 더 백열화 단계에 진입했으나 북구 쪽 화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앨리스는 대원들에게 손짓하여 화력을 멈추라고 지시했다.밀림에서 스산한 바람소리와 주변에서 들리는 야수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긴장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타다닥!밀림 안 쪽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상대를 알아본 앨리스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왔어! 전신급 강자가 나타났어!”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한지훈에게로 쏠렸다.한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싸늘하게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아니, 그것은 절대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상대가 이곳을 향해 돌격해 오는 소리였다.쾅!검은 그림자가 한지훈이 주시하던 전방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마치 검은 표범처럼 공중을 날아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하늘을 찌를 듯한 위압감이 풍기더니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지닌 사내가 나타났다.“후퇴!”순식간에 앨리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수십 명의 용병들이 후다닥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한지훈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검은 그림자를 노려보고 있었다.쾅!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다리를 들어 공중으로 발차기를 했다.한지훈을 향해 달려들던 그 검은 그림자는 그의 급습을 피하지 못하
한지훈은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내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넌 내 상대가 안 돼.”“그건 겨뤄봐야 아는 거지!”상대는 분노의 고함을 지르더니 한지훈의 코앞에 와서 갑자기 상체를 숙이고 급소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만약 전신급 이상의 실력자가 아니었다면 그 일격에 심장이 산산조각이 나서 급사했을 것이다.한지훈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손을 뻗어 그대로 상대의 주먹을 잡았다.넘버13이 아무리 발악해도 한번 잡힌 주먹은 한지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악!”사내가 갑자기 분노한 함성을 지르더니 왼손으로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단도를 꺼내들었다.칼날이 번뜩이며 번개처럼 빠르게 한지훈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의 동작을 노려보았다.쾅!그리고 다시 손을 들어 그대로 사내의 가슴을 가격했다.그의 주먹은 포탄과도 같이 묵직하게 상대의 가슴을 치고 상대를 공중으로 날려보냈다.바닥에 추락한 사내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더니 단도를 잡은 손을 뻗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리고 속도를 조금씩 줄이며 습격의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괜히 힘만 빼지 마. 넌 내 상대가 아니라니까. 난 단지 사람을 만나러 북부에 온 거야.”“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아무도 북부에 발을 들일 수 없어! 그래도 가야겠다면 내 시체를 밟고 가!”사내는 다시 포효하며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단도가 번뜩이더니 한지훈의 명치를 노렸다.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손을 뻗어 허리춤에서 오릉군가시를 꺼냈다.촤르륵!오릉군가시는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더니 상대가 들고 있는 단도를 가격했다.챙그랑!아찔한 소리와 함께 상대가 들고 있던 단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다.오릉군가시는 그대로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한지훈에게로 돌아갔다.그리고 다시 손을 뻗자 쇠사슬이 공중을 뻗어나가더니 사내의 몸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