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놓고 이튿날에 바로 다른 여자랑 자버리다니. 분명히 천우가 잘못했는데 내가 왜 굳이 먼저 전화해야 하는 거야!’하지만 전화하지 않으려니 또 임완유는 궁금해서 몇 번이고 전화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그러다가 임완유는 결국 참고 전화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예천우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러자 임완유는 마치 조건반사 하는 것처럼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녀는 전화를 받는 순간 또 후회했다.‘좀 이따가 받지. 왜 이렇게 급하게 받는 거야. 분명히 천우가 잘못했는데 내가 왜 굳이 빨리 전화를 받을 필요가 있어?’“완유야!”“흥. 왜? 자고 있었다며. 계속 잘 거지 왜 나한테 전화하는 거야? 참, 옆에 여자는 예쁘게 생겼지? 어때? 널 잘 모셨어?”임완유는 화가 나서 예천우에게 연신 욕설을 퍼부었다.그녀는 자신이 당당한 임연 그룹의 대표로서 보통 여자처럼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데 임완유는 사실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욕하고 싶었고 심지어 예천우를 쥐어패고 싶었다.예천우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해명했다.“네가 오해했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절대 아니야. 나 지금 차 안에 있어.”“차 안에 있다고? 심지어 차 안에서 그런 짓을 한 거야?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임완유는 더더욱 화가 났다.‘이 개자식이 심지어 차 안에서...’“아니. 차에서 뭘 한다는 거야. 난 아까 졸려서 조수석에서 잠시 눈을 붙였을 뿐이야. 아까 전화 받은 사람은 그냥 운전하고 있었던 내 친구고.”예천우가 재빨리 말했다.“그래? 그럼, 영상 통화하자.”임완유도 자신이 예천우를 오해하길 바랐다.“그게...”예천우는 방금 자기가 피를 뿜었기에 차 안 곳곳이 피투성이였다. 특히 그의 몸 앞쪽에는 피가 많이 있었다.게다가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양체은이었다.‘완유가 이걸 보면 또 오해할 거야.’“왜? 영상 통화할 수 없는 상황이야?”임완유는 또 화가 났다.“그런 건 아니고. 그러면 영상 통화를 해.”
예천우는 그 말을 듣자 일부러 뒤의 질문을 피하며 대답했다.“아니야. 어떻게 피가 있을 수 있겠어. 네가 잘못 본 거야.”그리고 즉시 말했다.“됐어. 30분 후면 집에 도착할 테니 일단 돌아가서 말해.”“아니야. 일단 집에 가지 말고 회사로 와. 오늘 밤 나랑 같이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해.”약속 시간이 밤이니 임완유는 예천우가 옆에 있으면 안전하고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하지만 예천우는 지금 피투성이인 데다 중상을 입었으니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무슨 일인데 꼭 내가 가야 하는 거야?”“싫어?”임완유는 어리둥절해졌다.‘어젯밤에는 그렇게 날 지켜줄 듯하더니. 오늘 나랑 고객 만나러 가는 것도 싫은 거야? 나한테 관심도 없어? 내가 나가서 고객을 만나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 텐데? 게다가 다른 남자들은 여자의 몸을 얻고 나서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넌 나를 얻지도 못했잖아. 참, 아니네. 지난번에 호텔에서 나랑 그런 일이 있었으니 어쩌면 날 가진 것도 맞네.’예천우는 당연히 임완유의 그렇게 많은 생각을 몰랐기에 재빨리 해명했다.“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오늘 좀 피곤해서 그래.”예천우는 임완유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걸 걱정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임완유의 곁에 이미 고수를 배치하여 은밀하게 임완유를 보호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임완유는 상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적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예천우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하지만 임완유는 그 사실을 당연히 몰랐고 예천우가 단지 힘들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기와 함께 가지 않으려하자 즉시 화를 냈다.“흥. 피곤하면 가서 푹 쉬어. 나 혼자 가면 되지 뭐. 만다는 고객이 양아치이든 깡패든 난 몰라.”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말문이 막혔지만 임완유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예천우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어서 다시 전화했지만 임완유는 이번에 정말 화가 난 것 같았고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문자를 보내 바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양체은에게
‘나쁜 자식! 예천우, 넌 정말 나쁜 놈이야.’‘잠깐만, 방금 전화할 때 양체은은 천우가 자고 있다고 했어. 그리고 전화가 통했을 때 다른 특별한 소리가 없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그런데 바로 그때 휴대 전화가 울리고 예천우의 문자가 도착했다. 예천우가 바로 회사에 오겠다고 했다.그제야 임완유는 기분이 좀 풀렸다.‘이따가 물어보자. 양체은은 이미 당문에 시집간 사람이잖아. 천우가 함부로 양체은을 건드렸다간 당문 사람들이 알면 천우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양체은은 예천우가 안배해 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예천우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익숙한 집에 돌아오니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했다.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양대복은 차가운 시선으로 양체은을 바라보았다.어릴 때부터 양대복은 항상 양체은을 가장 사랑했다.하지만 이번에 그는 잔뜩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양체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당문에서 널 내쫓은 거야?”양체은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대답했다.“아빠, 누가 당문에서 절 내쫓았다고 했어요?”“누구겠어? 당문의 당범수 장로님께서 직접 전화해서 너와 당문의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고 했어.”양대복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넌 당문으로 시집가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알아? 게다가 일이 이렇게 되면 우리는 당문의 미움을 사게 되고 앞으로 우리 가문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도 몰라.”그 말을 들은 양체은도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아빠의 마음속에는 제가 뭐예요? 아빠는 제가 이 결혼을 원하는지, 그곳에서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 왜 아빠의 권세를 위해 제가 희생해야 하나요?”“그게... 난...”양대복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지연수가 말다툼 소리를 듣고 재빨리 다가와서 말했다.“우리 체은이가 돌아왔어?”“네. 엄마. 끝내 돌아왔어요.”양체은은 그 순간 억울한 마음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딸이 이렇게 슬퍼하
“뭐라고!”그 말을 들은 양대복과 지연수는 놀라서 귀를 의심할 정도로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너무 무섭고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양체은은 즉시 오늘에 일어난 모든 일을 자세히 말했다. 다만 예천우의 실력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렸다. 양체은은 예천우가 자기 실력을 좋기는 드러내지 말라고 부탁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예천우의 무서운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양대복은 예전에 예천우가 사씨 가문의 종사를 상대할 때부터 그의 막강한 실력을 실감했다.다만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절대 몰랐다.“네가 말한 게 사실이야?”양체은의 말을 들은 양대복은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양체은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게다가 천우 오빠가 당문으로 간 건 저 때문이었어요.”양체은은 또 뒤에 일어난 일을 말했다.“뭐라고!”조금 들었을 뿐인데도 양대복과 지연수는 놀랍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양체은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두려웠다.‘젠장. 당찬성이 체은이와 결혼하자고 했던 목적이 바로 체은의 몸에서 구음지기를 흡수하기 위해서 일 줄이야.’지금 이 순간 그들은 정말 무서워서 몸이 떨렸다.하지만 양체은은 예천우가 당문을 접수했다는 일을 말하지 않았다. 양체은은 이 일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로 결과만 양대복과 지연수에게 알려줬다.놀란 나머지 양대복은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어서 재빨리 물었다.“체은아, 네 말은 네가 전화만 했고 심지어 하소연도 하지 않았는데 용왕님께서 바로 직접 널 구하러 갔다는 거야?”양체은은 예천우의 신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양대복은 급한 나머지 바로 용왕님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이라고 해도 예천우의 신분을 함부로 말해서는 절대 안 되었다.“네! 게다가 저 때문에 천우 오빠는 심한 상처를 입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그렇다면 용왕님은 널 무척 아끼는구나.”“물론이죠! 천우
“괜찮아요. 천우 오빠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난 어떤 명분도 필요 없어요.”양체은이 이렇게 나오자 양대복과 지연수도 딸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구음지기를 흡수하면 정말 체은이가 괜찮은 걸까?’갑자기 양대복은 예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 당시 옛 용왕님의 말을 들어보니 양대복은 딸의 덕을 보고 용문에 들어갈 수 있었고 용문의 공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설마 그 당시 옛 용왕님이 체은이를 구해준 건 그의 제자가 나중에 체은이의 구음지기를 흡수하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래. 분명 그럴 거야.’이렇게 생각하자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이렇게 된다면 우리 양씨 가문에도 나쁜 일이 아니야. 체은이도 용왕님을 이토록 좋아한다니 말이야. 그런데 정말 체은의 몸에 해를 주지 않을까? 용왕님이 괜찮다면 정말 괜찮겠지.’이번 일 때문에 양대복은 더 이상 양체은이 누구를 좋아하든 간에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든지 양체은이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예천우는 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했다. 갑자기 산 옷이라 가격이 비교적 비싸고 핏감이 좋은 옷이었다.예천우가 입으니 더욱 멋져 보였고 약간 재벌 2세의 느낌마저 들었다.그래서 예천우가 회사에 들어오자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바로 임완유의 사무실로 향했다.바로 그때 유사라가 지나가다가 예천우를 보고 흥분한 표정으로 다가가 인사했다.“천우 씨, 어쩐 일로 왔어요?”“왜요? 절 보니 반갑지 않아요?”예천우가 농담을 던졌다.“그럴 리가요. 천우 씨가 매일 왔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이 회사는 천우 씨의 회사잖아요.”“하하. 그럼 됐어요. 사실 회사에 올 시간이 없었어요.”“그러게요. 천우 씨가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춘 사람인데. 굳이 회사에 작은 일 때문에 올 리가 없겠죠.”“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완유를 만나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볼게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떠났다.유사라는 망설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원래 예천우에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난 너를 제일 사랑해.”예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리 가! 징그러워!”임완유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지만 불쾌하게 말하면서도 마음속은 달콤했다. 그리고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하지만 방금 전의 일을 생각하자마자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흥!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예전 일을 안 물어볼 줄 알아?”“그래, 물어봐. 내가 다 말해줄게.”“차에 있던 그 여자는 누구야?”임완유가 물었다.이 질문을 듣자마자 예천우는 그녀가 양체은의 신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며 바로 대답했다.“그건... 사실 너도 알잖아. 양씨 가문의 딸 양체은이야.”“역시 걔구나!”대답을 듣자 임완유는 불쾌했지만 예천우가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한 걸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왜 같이 있었던 거야?”“말하자면 길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예천우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당문에서 있었던 일까지 다 말하면 임완유가 자신과 양체은의 관계를 더 걱정할 테니 앞으로는 양체은과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솔직히 말해. 그 휴지들은 뭐야?”임완유는 물으면서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휴지?”예천우는 잠시 멍해지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상한 생각한 건 아니겠지?”“그냥 솔직히 대답해!”임완유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절대 그런 건 아니야.”“정말이야?”“응.”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생에 나랑 관계를 가진 여자는 너뿐이야.”“저리 가. 그런 적 없잖아.”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졌다.“그래? 그럼 오늘 밤이네.”“무슨 소리 하는 거야.”“네가 그랬잖아. 내가 홀스 그룹 대표 자리에 앉으면 네가 나를 임연 그룹 부대표 자리를 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짜릿한 밤을 선물해 준다면서? 내가 이날을 얼마나 꿈꿔왔는지 너는 모를 거야.”“뭐라는 거야. 오늘 밤에 난 협력안을 검토하러 가야 해. 먼저 그 일에 대
그 말을 듣자 임완유는 마침내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게 되었다. 불안한 예감에 그녀는 예천우가 함께 회의에 참석하기를 바랐다.홀스 그룹에서의 직급이든 주식 소유량이든 모든 예천우가 훨씬 더 월등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예천우에게 연락해야 한다.하지만 왜 임완유를 직접 찾았을까? 혹시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게다가 약속을 저녁에 잡았고 장소는 마침 호텔이었다.“왜?”이때 예천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그러고 보니 정말 수상해.”임완유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러면 그냥 거절해. 빨리 집 가서 밥 먹자. 그리고 저녁에 침대에서 해야 할 일도 있는데.”예천우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뭐야.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임완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만약 정말 그런 목적이라면 이번 한 번 피한다 해도 다음에 또 나를 상대할 수도 있어.”“그럼 어떻게 할 건데?”예천우가 물었다.“같이 가자.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네가 나를 지켜줄 수 있잖아.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뭐 하는 자식이기에. 계속 이렇게 피할 수만은 없지.”임완유는 조곤조곤 말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 걱정하지 마. 아무도 널 다치지 못할 거야.”임완유는 자기가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진기를 쓸 수 없고 체력이 전보다 못해졌지만 보통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그럼 이따가 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나가서 기다려. 시간이 되면 전화할게.”임완유가 말했다.“싫어. 시간이 남았으면 저녁에 어떻게 뜨겁게 놀지 얘기해야 하지 않겠어?”예천우는 임완유의 섹시한 몸매를 보며 헤벌쭉 웃었다.“정말 그런 것밖에 몰라? 어떻게 자기 실력을 끌어올릴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임완유는 한심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미 노력했잖아. 전에는 평범한 직원이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부대표 자리까지 왔는데 이걸로 부족해?”그 말을 듣자 임완유는 말문이 막혔다.“마음대로 해.”“마음대로? 무
임완유는 점점 흥분하면서 다소 거친 숨소리를 냈다. 예천우는 마침내 자기 여신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없이 흥분되었다. 게다가 이런 특별한 곳에서 말이다.그런데 바로 그때 사무실 입구에서 노트 소리가 났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도취 중이던 임완유를 이내 정신을 차리게 했다.‘사무실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부끄럽게.’임완유는 예천우를 밀어냈다. 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바지를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아쉬운 마음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임완유는 흐트러진 옷차림을 빠르게 정리하였다. 긴장된 마음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문을 미리 잠갔어.”예천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완유는 그 말을 듣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런데 왜 내 사무실인데 자기가 들어오면서 문을 잠가?’어쩌면 예천우는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만약 누군가 들이닥쳤다면 정말 창피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무슨 일이야?”“대표님, 접니다. 상의할 게 있어서요.” 메이크업 담당 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하문이었다. 그녀는 확실히 임완유와 소통할 중요한 사항이 있었다.임완유는 하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수상한 낌새를 발견할 거로 생각했다.“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시간이 없어. 내일 다시 와.”“하지만 급한 일인데요.”하문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그럼 30분 정도 기다려.”“네.”하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갔다. 예전 같으면 임완유를 찾을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임완유는 그녀를 들여보내곤 했다. 정말 시간이 없으면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했다.하지만 오늘은 너무 이상했다.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너무 친한 사이인지라 하문은 문을 두드리자마자 바로 손잡이를 잡았다.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으로 잠긴 것 같았다.하문은 돌아가다가 마침 비서를 보았고 이내 물었다.“방금 누가 들어갔어요?”“네. 천우 대표님이 들어가셨습니다.”
백도훈이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본 김희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뭐야? 나 때문이라는 건가?’그녀는 자신이 직접 때린 것도 아닌데 백도훈이 왜 이런 눈빛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예천우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말도 안 돼! 분명 처음에는 도훈이가 우세였는데.’김희자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야!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예천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쓸데없는 말 말고 빨리. 2조 원은 언제 줄 건데?”“뭐? 2조 원? 웃기지 마. 네가 사기를 쳤잖아. 이런 건 인정 못 해.”“그래?”예천우는 눈빛이 차갑게 변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보아하니 아침의 교훈이 부족했나 보네.”“너,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여긴 경찰서 바로 앞이라고! 살려...”“짝!”“으악!” 김희자는 비명을 지르며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예천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누가 아까 경찰 부르지 말자고 했더라? 마지막으로 물을게. 2조 원은 줄 거야? 말 거야?”김희자는 이를 악물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줄... 줄게!”“좋아. 근데 너 같은 사람이 한 번에 2조를 내놓을 리 없으니 우선 2천억부터 보내. 남은 돈은 하루 안에 준비해.”그 말에 김희자는 얼굴이 새파래졌다.“나, 나 지금 당장 2천억은 없어...”“그럼 어쩔 수 없지.”예천우는 담담하게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며 말했다.“네 목숨이 2조 원짜리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지금 여기서 처리하면 백씨 가문도 돈 굳겠네?”“잠, 잠깐만. 있어. 있어!”김희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급하게 소리쳤다.“그럼 빨리 보내. 5분 줄게. 5분 안에 입금 안 하면 네 목숨으로 대신 받을게.”“알겠어.”김희자는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지시했다.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깨달았다.‘이 자식 미쳤어... 진짜야...’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백강호가 돌아오면 돈을 다시 뺏어오면 되겠다고
예천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이제까지 지켜본 결과 백도훈의 움직임은 확실히 정교했다.그렇다는 건 분명 누군가가 뒤에서 가르쳤다는 뜻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이 수련하는 무공으로 이렇게 정교한 몸놀림이 나올 리 없었다.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누가 가르쳤든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그가 아직 반격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바로 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그런데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더 이상 봐줄 필요가 없었다.반면, 백도훈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처음에는 예천우가 얼마나 강한지 긴장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뭐야,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자신이 계속 몰아붙이고 있는데 상대는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고 있었다.운이 좋게 몇 번 피해 간 게 아니었더라면 이미 몇 대는 맞았을 것이다.그리고 지금쯤이면 상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강한 줄 알았는데 고작 암경 절정의 경지겠네? 나랑 한 단계 차이가 나는데?’처음에는 예천우를 경계했지만 이제 보니 괜한 걱정을 한 듯했다.그가 흑호를 이긴 것도 아마 기습 덕분일 가능성이 컸다.‘아하, 신법이 워낙 뛰어나니 흑호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당했겠군.’그렇게 생각하니 자신감이 더욱 차올랐다.예천우가 더 이상 피하지 못하도록 유도해야 했기에 그는 일부러 멈춰 서서 비웃듯 말했다.“계속 도망만 다니는 게 네가 할 줄 아는 전부냐? 나랑 정정당당하게 한 번 붙어볼 용기는 있어?”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원한다면야.”백도훈은 속으로 비웃었다.‘이 녀석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군. 이렇게 쉽게 도발에 넘어오다니.’그가 반대로 도망치는 처지였다면 절대 이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주먹을 꽉 쥐고 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소리쳤다.“좋아. 그럼 한 방 받아 봐!”그의 주먹이 날아갔다.처음에는 위압감을 주기 위해 힘을 조금 감춘 상태였다.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역시 김희자 씨, 대단하시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곧 네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알게 될 거야.”김희자는 싸늘하게 웃었다.“보아하니 김희자 씨는 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나비 회사에 투자할 돈이 2조 원이라 했지. 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호구가 있군.’“내기?”“네. 만약 제가 백도훈을 이기면 당신이 저에게 2조를 주는 거예요.”“뭐라고? 2조 원?”김희자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자식아, 넌 2조 원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대체 뭘 걸고 나랑 내기하겠다는 거지?”“제 목숨을 걸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은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풋, 네 목숨 따위가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희자는 조롱하듯이 크게 웃었다.‘저 하찮은 녀석의 목숨이 감히 2조 원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그럼 내기는 취소하고 그냥 싸우죠.”예천우는 무심하게 덧붙였고 그때 김희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안 돼! 내기할 거야.”예상대로였다.김희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좋아. 네가 제안한 거니까 우리가 지면 2조 원을 주지. 하지만 네가 지면 네 목숨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형수님, 그건...”백도훈이 당황하며 말하려 했지만 김희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걱정할 것 없어. 난 널 믿어.”김희자는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겨우 저런 풋내기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화경 초급의 경지인 백도훈을 이길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건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안 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이기기만 하면 이놈을 내 손으로 철저히 짓밟을 수 있어.’백도훈도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어차피 말뿐인 내기였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좋아요. 저는 이미 녹음
진 서장은 이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김희자란 여자는 도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감히 경찰을 이렇게 무시해?’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꾸짖으려 했지만 그때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 서장님, 이분들이 이렇게 싸우고 싶어 하시니 그냥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요?”그러면서 그는 백도훈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백도훈 맞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한 번 겨뤄보자. 단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든 책임은 각자 지는 걸로 하자.”백도훈은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김희자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좋아. 이건 네가 먼저 제안한 거야. 네가 죽어도 우리 탓이 아니라고.”백도훈은 순간 멍해졌다.‘형수,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건 내가 해야 하는데 왜 형수님이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는 신중한 성격이라 예천우를 계속 살펴보고 있었으나 보면 볼수록 상대를 쉽게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경계심이 커졌다.다행스럽게도 그때 진 서장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싸우더라도 경찰서 안에서는 절대 피를 보거나 사상자가 나오는 일은 허락할 수 없어요.”그러자 김희자는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그럼 밖으로 나가서 하면 되잖아?”“좋아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백도훈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이제 진짜 피할 수도 없게 됐네...’진 서장은 김희자가 계속하여 억지를 부리자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나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아요. 당신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당연하죠.”김희자는 확신에 찬 듯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별일 없을 거야. 우리는 말이지. 저놈은 박살 나겠지만 말이야.’진 서장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주변 경찰들에게 지시했다.“너희들도 각자 할 일에 집중해.”경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장님의 명령을 따랐다.그들이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