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한번 실수는 두렵지 않지만, 평생 실수하는 게 가장 두렵다는 말이 있어요. 문휘가 이번에 처음으로 실수를 저질렀고 지금 이렇게 무릎 꿇고 싹싹 비는 문휘를 보고도 아버지께서는 기회를 안 주실 건가요?”소강호가 물었다.그의 말을 들은 소창규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도 원래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전하가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라전에 대해서는 그도 가족들에게 알려 줄 수가 없었다.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차갑게 말했다.“됐어. 더 이상 말하지 마. 난 이미 결정했어! 문휘의 후계자 자리는 폐지되고 앞으로 우리 소씨 집안에는 오직 한 명의 후계자만 있어. 바로 소문하야!”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멍해졌다.그 누구도 소문휘의 후계자 자리로 올라간 사람이 소문하일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소문휘의 후계자 자리가 폐위되었다는 사실을 들을 때보다 심지어 더 놀랐다.소문하는 작은 부인이 낳은 아이이기 때문에 아무런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소문하는 원래 노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기에 더더욱 소씨 집안의 미래 가주 자리를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서평도 자기 귀를 믿지 못하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기 아들을 바라보니 이 모든 것이 사실인 것 같았다.그녀는 아들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소강휘는 이 말을 듣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나서서 말했다.“아버지, 뭐라고요? 소문하가 소씨 집안의 후계자가 된다고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문하는 하루 종일 노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하는 쓸모없는 인간인데, 무슨 능력으로 후계자를 할 수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소문이 나면 우린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고요! 이건 제 체면이 깎이는 건 물론이고, 아버지 그리고 우리 소씨 집안의 체면도 깎이는 거예요!”그가 입 밖으로 뱉은 소문하라는 이름 세 글자에는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소문하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매우 나빠졌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못
소창규는 소씨 집안의 족장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직접 족장 자리를 소문하에게 물려줄 수 있었다.게다가 그는 소강호가 원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씨 집안의 많은 사업들도 그가 직접 책임져야 했다.그는 원래 자신의 사업들을 소문휘에게 물려주려고 결심했다.지금은 소문하로 바뀌었을 뿐이다.소창규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뭐라고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소씨 집안이 오늘 같은 지위가 있게 된 건 대부분의 공로가 소창규에게 있었다. 그가 단번에 소씨 집안은 지금의 지위로 밀어 올렸다.그래서 지금의 소씨 집안에서 소창규의 말이 곧 법이었다.다만 소창규가 그렇게 아끼던 손자인 소문휘를 이렇게 단호하게 버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심지어 그는 소문하를 후계자 자리에 올리려고 했다.소문휘는 이미 창백한 얼굴에 두 눈이 멍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했던 일 때문에 할아버지가 왜 이토록 변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말도 안 돼.’소문하도 몹시 놀랐다. 그와 동시에 예천우가 할아버지께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었다.소강호와 왕나희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도 예전에 그렇게 문휘를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이렇게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방금 소창규가 했던 말은 그를 확 깨어나게 했다.“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문휘를 너무 신경 써서 제가 좀 충동적이었어요.”“잘못을 알았으면 됐어. 소씨 집안의 사업을 너에게 맡겼다고 해서 정말 내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소씨 집안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내가 일인자야.”소창규가 차갑게 말하자 소강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고 왕나희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그때 소창규가 고개를 돌려 소문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문하야, 할아버지는 네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억울함과 불만
사실 이 일은 가족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그러나 소문하가 대놓고 말한 건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고 싶어서였다.어찌 됐든 소문하는 완벽하게 대응했기에 소창규는 속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소창규은 소문하가 복수만 생각하고 있을까 봐 두려워했다. 만약에 그렇다면 앞으로 나날들이 걱정되었다. 심지어 소문하는 수라전 전하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다행히도 소문하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자기 원망을 내려놓으니 소창규는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서평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는 자기 아들이 당한 수모와 고초를 잘 알고 있었고 아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소문휘를 짓밟고 그의 자리에 서려는 생각뿐이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기 아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창규의 노여움을 사서 좋은 기회를 낭비할까 봐 걱정했다.그때 소문하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할아버지, 만약 오늘 이후에도 누군가가 저를 괴롭히거나 박해한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소문하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이 마음이 철렁거렸다.소문하는 참으로 똑똑한 사람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소문휘와 왕나희는 후계자의 자리가 이렇게 없어지는 것을 절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든지 소문하에게 온갖 방법을 생각해서 괴롭힐 것만 같았다.이런 상황에서 소문하는 먼저 너그럽게 소문휘를 용서했고 소문휘가 다시 자신을 괴롭히려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를 혼내주고 싶었다.그렇게 하면 모든 사람은 그의 편이 될 것이다.이건 명백한 음모였다. 소문휘의 성격에다가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후계자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절대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반드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마침내 소문하가 그들이 본 것처럼 그렇게 쓸모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오랜 세월 동안 오히려 소문하가 일부러 그들한테 보여주려고 연기했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은 소창규가 이 물음
소문휘의 안색은 아주 좋지 않았지만 그는 할아버지의 차가운 시선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반지를 빼서 소문하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지금 소문하를 바라보는 소문휘의 마음속에는 후회로 가득 찼다.그동안 그의 눈에 소문하는 언제든지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에 불과했다.그는 단지 다른 사람에게 그가 너무 인간미가 없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고 게다가 소문하는 먹고 놀 줄밖에 모르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기에 죽이지 않고 내버려둔 것이었다.그런데 이렇게 쓸모없다고 생각한 벌레 한 마리가 판을 뒤엎을 줄은 몰랐다.그래서 그는 달갑지 않았다.하지만 할아버지마저 소문하의 편이니 그도 어쩔 수 없었다.소문휘와 비기면 소문하는 지금 평온한 표정이었다.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나는 것뿐이었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미 성난 파도가 일고 있었다.그가 줄곧 이렇게 오랫동안 참고 어렵게 살아온 건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다.하지만 소문휘가 하도 가족들의 호감을 사고 능력도 훌륭했기 때문에 그는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천우의 도움을 받으니 전혀 자신이 힘을 쓸 필요도 없이 거의 식은 죽 먹기였다.“소문하, 내가 널 정말 얕잡아 봤어.”소문휘가 이를 갈며 말했다.“형님, 과찬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께서 비록 소씨 집안의 사업에 손을 대지 못하겠지만 용돈은 적지 않게 드릴게요. 그러면 형님은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소문하의 이 말은 거의 소문휘를 두 번 죽이는 셈이었다.소문휘는 얼굴이 찡그러졌고 그는 직접 자기 두 손으로 소문하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소창규는 마음이 아파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야. 문하만 남고 다들 돌아가.”“네!”소문하가 고개를 끄덕이었다.다른 사람이 떠나자 소창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문하야. 아무리 어찌해도 문휘는 결국에는 네 큰 형님이야. 지금 넌 소씨 집안의 후계자 자리를 가졌으니, 네가 좀 많이 참아줘.”“알겠어요.
“좋아. 네 말대로 하자.”소창규는 소문하에게 이 일을 전적으로 믿고 맡겼다.소문하가 떠나자 소강호와 소문휘가 바로 찾아왔다.그들은 오늘의 일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오늘 반드시 무슨 영문인지 알고 싶었다.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본 소창규는 그들이 묻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난 너희들이 무엇을 묻고 싶은지 알고 있어. 하지만 너희 둘만 알고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서는 안 돼. 알겠어?”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문휘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사람을 건드렸어. 그 사람의 실력은 너희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야. 그 사람이 손가락 하나 까딱이면 소씨 집안이 사라질 수 있어.”“무슨 사람인데 그렇게 무서운 실력이 있죠? 혹시 교토의 대가족 도련님이에요?”소강호가 깜짝 놀라 묻자 소문휘가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요즘에 제가 하는 일이 별로 없기에 누구를 건드린 적도 없어요. 교토의 도련님을 건드릴 기회는 더더욱 없었고요.”“네가 건드린 적이 분명히 있어.”소창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절대 아니에요. 잠깐, 한 사람은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일반 기업의 대표와 직원들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하잖아요?”“바로 그 사람이야. 예천우라고, 맞지?”“뭐라고요! 예천우라니.”소문휘는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이었다니!’지금에 와서 보니 그는 마침내 예천우가 왜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심지어 그의 위협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지 알게 된 것 같았다.‘그렇구나!’소문휘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소강호는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이 사실임을 알아차리고 이내 멍해졌다.그는 이렇게 무서운 일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는 원래 아버지의 마음을 바꿀 수 있기를 원했는데 이런 이유라면 자기 아들은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을 것이다.소창규는 화를 자초할까 봐 그들에게 있어서는 안 될 생각은 단념하라고 했다.그
지금 임완유의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들이 임연 그룹에서 새로 출시한 화장품에 대한 리뷰를 읽어보는 것이었다.물론 자기 일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바로 그때 소정이 들어와서 그녀에게 보고했다.“완유야, 소씨 그룹의 후계자가 널 찾으러 왔어.”지난번 일 이후로 소정은 줄곧 순순히 임완유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이번의 큰 소동에도 그녀는 임완유의 모든 상황을 공손진에게 알려주었을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임완유와 예천우를 떼어놓으려는 딱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자신이 얻을 수 없는 건 다른 사람들도 얻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소씨 그룹? 아마도 소문휘겠지.’임완유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일이래?”“잘 모르겠어. 사람들이 몇 명 온 것 같은데. 뭐 하러 왔는지 몰라.”“알겠어. 일단 그들을 회의실로 데리고 가봐. 내가 이따가 갈게.”임완유는 마음속으로 몹시 화가 났지만 상대방은 소씨 그룹의 도련님이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소씨 집안은 그녀가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였다.소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가서 일을 처리했다.임완유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왜 그런지 지금 예천우에게 조금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의 의견을 묻고 싶었다.“천우야, 소씨 집안의 도련님이 지금 사람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어.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온 걸까?”임완유는 지금 이 시각에 소문휘가 왜 이곳으로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예천우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그럴 리가. 소문휘는 지금 이미 폐위되었을 텐데. 그가 사람을 데리고 임연 그룹까지 갈 필요는 없을 거야.’이렇게 생각한 예천우가 물었다.“소씨 집안의 큰 도련님이 확실해?”“당연하지. 소씨 집안의 도련님이라면 소문휘 말고 또 누가 있겠어?”“그 사람은 예전의 도련님이야.”“그게 무슨 말이야?”“아무 일도 아니야. 걱정 말고 가봐. 괜찮을 거야.”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정말? 네가 또 뭘 알고 있는 거 아니야?”“확
“소 도련님께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으세요?”임완유가 다급하게 물었다.그녀는 새로 올라온 소씨 집안의 후계자가 자신에 대한 예의가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예전에 예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특히 처음에 그는 소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은 사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약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게다가 소씨 집안의 후계자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때 그녀는 그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믿지 않았다. 게다가 소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은 듣기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서 절대 능력이 훌륭한 소문휘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모든 것이 이렇게 순식간에 변해버릴 줄은 몰랐다.중요한 건 예천우의 말이 전부 정확했다.‘어쩐지 방금 전화할 때 말투가 이상하더라니. 분명히 소문휘가 아닌 소문하가 왔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나쁜 놈, 항상 이렇게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임완유가 묻자 소문하가 대답했다.“사실 별일이 아닙니다. 우리 소씨 그룹에서 갖고 있는 루루 화장품의 주식 때문에 왔어요. 소씨 그룹에서 앞으로 화장품 사업에 계속 진출할 계획이 없으므로 지금 갖고 있는 주식을 내놓으려고 해요.”“그렇군요. 소씨 가문이 정말 더 이상 협력할 의사가 없으시다면 우리는 상관없어요.”임완유는 예천우가 그 신비한 제품에 대해 그렇게 허풍을 떨었고 게다가 지금 루루 화장품이 뜨기 시작했으니 소씨 그룹에서 주식을 내놓으면 나쁠 게 없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다만 지금의 임연 그룹은 자금이 빠듯한 상황이에요. 돈을 바로 드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식 가격이 너무 높으면 우린 감당할 수 없어요.”임완유의 마음속에 200억 원 이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사하고 싶었다. 결국 주식이 20포인트 밖에 없으니 가격이 더 높으면 그녀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당시 소문휘가 돈을 많이 주고 주식을 적게 가진 것은 분명히 자업자득이었다.소문하는
“네. 그럼 기다리겠어요.”소문하는 예천우가 이미 와있는 것처럼 꼿꼿이 앉아 있었다.임완유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천우야, 지금 회사에 있어?”“응.”공교롭게도 예천우는 오늘 마침 회사에 있었다.“잘됐네. 그럼 회의실로 와줘.”“무슨 일이야?”“별일 아니야. 오면 알게 될 거야.”“알겠어.”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회의실로 향했다.예천우를 본 소문하는 몸을 더 곧게 펴고 재빨리 일어나 공손하게 말했다.“예천우 씨.”임완유는 놀란 표정으로 소문하를 바라보았다.‘천우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소문하가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걸까?’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 소 도련님이 왜 날 찾으러 왔지?”임완유는 별생각 없이 서둘러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러자 예천우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내가 그 주식을 가져서 뭐 해? 차라리 네가 갖고 있는 게 더 낫다고 봐. 그러면 네가 더 잘 통제할 수 있잖아.”“주식을 갖고 뭘 하라는 게 아니야. 주식도 없으면 넌 가진 게 하나도 없어. 게다가 네가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나를 해치겠어? 그리고 네가 안 가지면 바로 회사 주식이 될 거고 회사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잖아.”임완유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예천우가 대답했다.“거의 네 것과 다름없잖아. 남은 것도 전부 임씨 집안 거고.”“너! 내 말 똑바로 들어. 자꾸 이렇게 못난 척하면 나랑 사귈 생각도 하지 마.”임완유는 화가 난 나머지 옆에 소문하가 있다는 것도 깜빡 잊었다.‘나쁜 놈, 이럴 때마다 날 화나게 해.’하지만 예천우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려성한의 20포인트가 되는 주식은 이미 임완유의 손에 넘어갔다. 어제 오후 임완유는 똑같은 방범으로 사업개발부 이사인 왕건의 손에 있던 5포인트의 주식과 유희정의 5포인트 주식을 모두 가졌다.신안은행의 대폭 지원으로 인해 그녀는 돈이 많았다.따라서 이것만으로도 임완유는 30포인트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고 바깥에 있던 주식을 모두 회수해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