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신없이 바빠보였다.“...”임완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사인을 하려다가 말했다.“그만합시다. 너무 번거로워요. 예천우, 네가 이 일을 처리해 줘. 난 지금 다른 일 때문에 떠나야 해.”임완유는 이 말을 하고 그냥 혼자 가버렸다.소문하는 그곳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건 분명히 임완유가 주식을 자기에게 주려고 한 행동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자기 이름을 쓴 후 변호사의 협조로 관련 절차를 밟았다.일을 마치자 소문하는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먼저 나가라 했다. 그들이 나가자 그는 바로 두 무릎을 꿇고 말했다.“천우 형님, 형님의 은혜는 어떻게 갚아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살아 있는 한 형님의 큰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겠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문하야, 아까 전화로 다 얘기했잖아.”“네! 형님 앞에서 말하지 않은 것이 속에 걸렸어요. 형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평생 남의 괴롭힘을 받으면서 살아야 했어요.”“됐어. 다 잘 마무리되었으니 다행이야. 빨리 일어나. 사내대장부가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어?”예천우가 고개를 내저으며 그를 부축했다.“네!”소문하는 몸을 일으켜서 예천우와 함께 회의실을 떠났다.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정은 핑계를 대고 회의실로 돌아와 미리 숨겨둔 녹음 펜을 찾아 꺼냈다.임완유의 계획을 알게 된 후 소정은 가장 먼저 녹음 펜을 회의실에 숨겨두었다.보아하니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 같았고 그녀는 돌아가자마자 안의 내용을 들었다.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은 소정은 다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예천우, 또 예천우 그 자식의 도움으로 소씨 집안의 화장품 주식을 직접 가져온 거였구나.’비록 예천우에게 주식을 주었지만 그건 임완유에게 준거나 다름없었다.게다가 녹음 펜 안의 소리만 들어도 소문하가 예천우에게 얼마나 공손하게 대하는지 알 수 있었고 심지어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임완유가 예천우를 회의실에 남겨두고 도망친 건 결국에는 그에게 주식을 넘겨주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그래서 예천우는 순순히 계약을 체결하고 20%의 주식을 가졌다.최근 며칠 동안 좋은 일이 계속 생긴 덕분에 그녀는 정말 기뻤다.특히 예천우에게 주식을 챙겨 주었다는 것이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임완유가 사무실에 앉아서 한참 동안 행복에 잠겨있을 때 하문이 흥분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뛰어들었다.“하문 씨, 무슨 일로 그렇게 좋아하세요?”임완유는 단 눈에 그녀가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하문은 그 말을 듣더니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임 대표님, 우리 화장품이 아주 잘 팔리고 있어요. 심지어 전부 매진 되어서 유통점에서 구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우리 화장품? 루루 빼고 다른 건 없잖아요?”“네! 바로 루루예요.”“루루라고요? 그럴 수가. 어제 이른 아침에 막 판매가 재개된 게 아니에요?”임완유는 얼떨떨했다.‘그 제품에는 문제가 생겨서 전부 판매 종료되지 않았어? 그저께까지 확실하게 조사해서 문제가 있는 제품들을 모두 깨끗이 처리했는데.’장연희가 자백하고 려성한을 조사하자 모든 것이 곧 밝혀졌고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모든 걸 해결하고 인맥을 동원해서 어제 아침에야 다시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임완유는 심지어 누구도 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문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소비자들이 특별히 우리 제품을 선호해요. 심지어 많은 사람이 사지 못해서 고민이래요.”“무슨 영문인지 알 거 같아요.”임완유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전에 누군가가 썼던 리뷰가 떠올랐다. 누군가가 이 화장품을 사서 사용한 후, 얼굴에 검은 반점이 생기면 임연 그룹에 찾아가 손해 배상과 치료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다.그냥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사람들은 정말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도 이런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마음이 편해졌다고요? 그건 안 돼요.”임완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준비해 주세요. 내일 오전에 바로 여러분의 새로운 임명을 발표하겠어요.”“네! 알겠어요.”하문은 억지를 부리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하문이 떠나자 임완유는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빠졌다.그러자 지금 못마땅하게 느낀 려성한은 주식을 잃은 다른 주주 2명을 불러들여 함께 일을 꾸미고 있었다.알고 보니 지난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폭로된 후에도 려성한은 자신이 큰 골칫거리를 벗어났다고 생각했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그와 동시에 그는 모두가 예천우가 어떻게 남을 속였는지 폭로하기를 기다렸다. 회사에는 신제품이 전혀 없었기에 얼굴의 검은 반점을 제거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임완유와 예천우는 피부 분야에서 최고의 한의사를 불러와서 한의학으로 모두를 치료해 줬다.그는 피해자를 찾아 상황을 알아보았기에 그 사람이 한의사임을 알아냈다.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임연 그룹에서 화장품에 관해 깊은 연구를 하고 있으며 더 놀라운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여겼다.이 모든 것이 려성한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했다. 지금은 뜻밖에도 루루 화장품이 더 잘 팔려서 회사의 시장 가치가 치솟기 시작할 줄은 전혀 몰랐다.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며칠 전에 20%의 주식을 200억 원에 판 것이 한없이 후회되었다.다른 두 명의 주주도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 그들도 려성한의 일에 참여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임완유에게 팔아야 했다.그래야 만이 임완유가 그들을 용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임완유는 매우 똑똑했다. 그 당시 가격도 매우 적당했고 모든 게 불합리해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그들은 꼬투리를 잡을 수도 없었다.“두 분, 어떻게 해요? 우리가 이대로 큰 손실을 보게 내버려둘 텐가요?”려성한이 음흉한 눈빛으로 묻자 그 두 사람은 불만을 토로했다.“저희도 어쩔 수가 없잖아요. 이제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어요.”“쳇. 정말 복수하고 싶으면 방법은 있어요.”
“무슨 소리야?”예천우가 물었다.“예전에 루루 화장품이 문제가 생겼던 건 임연 그룹이 마케팅을 위한 의도적인 목적이었다는 소식이 돌고 있어요. 게다가 임연 그룹에는 그런 신기한 화장품이 전혀 없고 모든 사람을 속였다는 말도 있어요. 이런 소식이 돌자 즉시 많은 사람이 루루 화장품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어요. 무엇보다 배후의 사람은 루루 화장품의 계획과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해요. 신제품은커녕 임연 그룹에는 아예 새로운 제품에 대해 전혀 연구할 계획이 없다고 해요. 심지어 일부 사내 문서 캡처 사진도 있는데 제 추측이 맞는다면 임연 그룹에는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딴 한 명만 맞아떨어져요. 현재로서는 그 사람만이 이 일을 추진할 능력이 있어요.”“려성한!”예천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제가 이미 제 사람들을 보내 그를 주시하고 있어요. 무슨 상황이 생기면 다시 보고드리겠어요.”“알겠어!”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댓글을 확인했다.많은 사람이 모든 것이 임완유가 계획한 것처럼 온갖 담지 못할 말을 해가며 그녀를 욕했다.너무 심한 욕 때문에 예천우는 완전히 화가 났다.원래는 그들도 임연 그룹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용서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니 결코 순순히 넘어갈 수 없었다.예천우는 지금 임완유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댓글을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 분명 이런저런 댓글도 다 보았을 것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고 낯선 전화번호였다. 예천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보세요.”차가운 목소리에 여자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안녕하세요. 예천우 씨 맞습니까?”예천우는 어리둥절해져서 물었다.“누구세요? 진나비 씨에요?”“네! 맞아요. 예천우 씨, 안녕하세요. 방금 저녁 뉴스를 봤어요. 제 얼굴의 흉터를 정말 치료해 주신다면 제가 천우 씨를 도와드릴 수
유은수가 임완유를 끌어당기면서 물었다.“완유야, 회사 일은 다 해결된 거야?”“응.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이번 일은 예천우 덕분에 잘 해결됐어.”임완유는 예천우가 부모님께 더 좋은 인상을 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그의 이름을 언급했다.하지만 유은수는 썩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덕분은 개뿔. 그 사람도 네 명령에 따라서 움직일 뿐이잖아. 그렇지 않으면 그 정도의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야.”“엄마, 오해야 그건. 사실 그날의 모든 것은 내가 시킨 게 아니라 천우가 스스로 한 것이었어. 회사 사람들이 모두 날 존경하고 숭배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가 일부러 그랬던 거였어.”“허튼소리! 말도 안 돼. 임완유, 지금 그 가난한 자식 때문에 날 바보로 만들어? 그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돼? 이렇게 큰 공을 세웠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망설임 없이 넘겨줄 수 있다고 생각해?”유은수는 임완유의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기에 언성을 높였다.“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야.”임완유도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넌 정말 날 끝까지 속이려는 거구나. 임완유, 똑바로 들어. 너와 예천우는 절대 불가능해. 어제 할아버지가 돌아와서도 말씀했어. 너와 예천우는 빨리 이혼해야 해.”“엄마와 할아버지가 뭐라 해도 난 절대 이혼 못 해.”임완유는 이 말을 팽개치고 씩씩거리며 떠났다.그녀는 점점 더 예천우가 의심받고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그런 느낌이 이해되었다.게다가 그녀는 예천우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했다.심지어 예천우는 그때 홀로 많은 공로를 세웠는데도 누명을 썼으니 그 느낌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심했을 것이다.임완유는 그날의 예천우를 점점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씩씩거리며 떠나는 임완유를 보며 유은수는 임강과 상의해서 더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큰일이 날 것 같았다.방으로 돌아온 후에도 임유완은 마음이 계속 괴로웠다.바로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원래 받기조차 귀찮았
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차를 몰고 스카이 호텔로 향했다. 그는 먼저 진나비를 만나서 다음 계획을 세워야 했다.예천우는 이번 일의 배후 사람에게 분명히 절망스러운 느낌을 안겨주겠다고 다짐했다.같은 시각, 진나비와 장미나도 긴장한 표정으로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미나야, 그가 정말 할 수 있을 거 같아?”진나비는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느낀 적이 너무 많았기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분이 굳이 거짓말할 것 같지 않아요.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장미나도 사실 속으로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진나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녀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제발 성공했으면 좋겠어. 또 실망하지 않길 빌어야지.”진나비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바로 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고 진나비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아마도 천우 씨가 온 것 같아.”“네! 제가 가서 문을 열게요.”장미나는 즉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녀가 문을 열어보니 몇 명의 험상궂은 남자들과 옆에 한 명의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그들과 말썽이 있었던 조혜선이었다.“나비 씨, 조혜선이에요. 빨리 도망가요!”“가긴 어딜 가?”조혜선은 냉소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미나는 바로 건장한 남자에게 잡혔다. 그 남자는 장미나의 두 손을 뒤로 묶고 입안에 수건을 쑤셔 넣었다.진나비는 도망가지 않았고 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기에 조혜선은 그녀를 묶지 않았다.진나비는 안색이 정말 좋지 않아 보였다.‘조혜선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 설마 예천우가 말해 줬어?’진나비는 자기 주소를 예천우에게만 알려주었고 그것도 알려주자마자 조혜선이 찾아왔으니 너무 우연스럽게 생각했다.“왜? 너희들이 이곳에 숨어 있으면 내가 모를 것 같아? 너희는 내 능력을 너무 얕잡아 봤어. 내가 사람을 찾으려고 마음 먹으면 그 누구도 도망 못 가.”조혜선은 거만한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사실 그녀들을 찾을 수 있었던 건 때마침 호텔에 있던 사람
둘째는 사기를 치기 위해서였다.조혜선은 진나비에게서 많은 돈을 사기 쳤지만, 밖에서 남자에게 돈을 거의 다 써버렸고 지금 돈이 필요했다.“2억 원? 조혜선, 내가 지금 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것 같아?”진나비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물었다.“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네가 돈을 주지 않으면 난 이년의 몸을 팔 거야. 그리고 너는 여기 남자들에게 선물해 줄 생각이야. 이 사람들은 틀림없이 좋아할 거야.”조혜선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여러 남자는 금세 눈을 반짝이며 진나비를 바라보았다.비록 진나비는 얼굴 반쪽이 다쳤지만 여전히 하얗고 아름다운 피부, 으뜸가는 몸매에 매력적인 긴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얼굴을 절반 가리고 있어도 여전히 남자들이 넋을 잃게 할 정도였다.이런 여자랑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싫어할 남자가 없을 것이다.진나비의 얼굴이 손상되지 않았을 때 수많은 남자가 그녀를 순결한 천사로 여겼고 그녀는 갈망했지만 얻을 수 없는 존재였다.진나비는 그녀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 웃음이 나왔다.“조혜선, 내가 그 당시 너에게 그렇게 잘해줬는데, 너는 지금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해? 나중에 죽어서 지옥으로 갈 거야.”“허허. 지옥으로? 세상에 정말 지옥이 있다면 난 열 번이고 이미 내려갔겠어.”조혜선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자. 이제 너의 답을 알려줘.”진나비는 될수록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말했다.“조혜선, 이곳이 호텔이라는 걸 잊지 마. 곳곳에 CCTV가 있어. 만약에 우리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난 무조건 경찰에 신고해서 반드시 널 찾아낼 거야.”“허허. 호텔에 CCTV가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하나 깜빡하고 말 못 한 게 있지. 이 호텔의 황 사장이 바로 내 친구야. 그래서 그는 나를 도와 너희들을 찾아줬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왔던 흔적도 깨끗이 지워버렸지.”조혜선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진나비는 그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마침내 그들이 어떻게 이곳으로 찾아오게
그 말을 들은 진나비는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조혜선이 많은 대단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흑룡회 사람들까지 불러 올 줄은 몰랐다.그녀도 당연히 흑룡회가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되면 예천우가 이곳으로 온다고 해도 죽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진나비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본 조혜선은 점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이제 좀 상황 파악이 되나 봐. 예천우 같은 쓰레기는 오지 않으면 그만이지 오면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그래?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은 정말 느껴본 적이 없어.”바로 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진나비는 눈을 반짝이며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그가 왔구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정말 왔구나!’하지만 그녀는 매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방금 몇몇 사람들이 자신이 흑룡회의 사람들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이 예천우를 해치는 것만 같았다.장미나도 놀라서 멍해졌다. 그녀는 기가 막혀서 말할 수가 없었지만 매우 조급해졌다. 그녀는 예전에 심지어 예천우와 조혜선이 어쩌면 같은 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면 분명 그렇지 않았다.“예천우, 정말 왔구나.”조혜선은 예천우를 보자 음흉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지난번에 예천우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뺨을 때리고는 바로 가버렸다.그래서 그녀는 정말 화가 났고 줄곧 복수할 기회를 노리던 중이었다.그녀가 원하는 복수는 찾아가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면 진작에 회사에 찾아갔을 것이다. 그녀가 원했던 건 몰래 손을 써서 예천우가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하고 자신을 건드린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뜻밖에도 오늘 여기서 만났다.조혜선은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두 번이나 널 놓쳤는데 네가 스스로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어. 걱정하지 마. 너에게 곧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
예천우가 잠시 말이 없자 한지연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물론 그녀 입장에선 아들을 위해 이신향이 조신우 같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천우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그녀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서둘러 나섰다.“조신우 씨, 농담이죠? 여긴 그냥 평범한 식당인데 그런 최고급 술이 있을 리가 있나요.”하지만 조신우는 턱을 치켜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럼 딴 데 가시죠. 이딴 데선 도저히 못 먹겠네요.”그 말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풋, 네가 나한테 밥 한번 사보겠다고? 한참 멀었어. 이 정도 식당에서 몇십만 원 쓰는 것만으로도 네 눈은 휘둥그레지겠지.’조신우는 속으로 그렇게 예천우를 조롱하고 있었다.그런데 예천우는 그를 슬쩍 쳐다볼 뿐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애초에 난 널 초대한 적도 없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그 말에 조신우의 얼굴빛이 확 어두워졌고 이제동은 깜짝 놀라 급히 끼어들었다.“천우야, 너 지금 무슨 말버릇이니. 조신우 씨가 어떤 분인데? 이런 분께 음식 대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너에겐 큰 영광이야.”예천우는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고 그러자 이신향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아빠, 그런 말은 너무하시잖아요. 오늘은 천우 씨가 초대한 자리예요. 뭐가 나와도 그걸로 먹는 거죠. 손님이 무슨 메뉴까지 고르고 술까지 따져요?”그러고는 예천우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천우 씨, 제가 가서 식당에 무슨 술 있는지 보고 올게요. 적당한 거 가져다드리면 되죠.”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막았다.“괜찮아요. 제가 준비해 왔어요. 굳이 여기 술 안 써도 됩니다.”사실 그가 가져온 술은 모두 공간 반지 안에 들어 있었기에 언제든 꺼낼 수 있었지만 굳이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아 자연스럽게 옆 가방에서 꺼내는 척을 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방금까지 분명 손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술병이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누구
“흥, 그건 당연하지.”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쟤는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무릎 꿇게 될걸요?”“그럼요. 조신우 씨,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죠.”이제동은 말하면서도 속으론 걱정이 가득했다.이신향이 갑자기 남자 친구를 데려왔다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예천우가 무턱대고 나서서 조신우를 자극할까 봐 더 불안했다.특히나 예천우라는 사람은 뭘 좀 안다고 착각하는 무모함까지 있으니 더 위험했다.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먼저 안으로 향했다.그런 모습에 이제동과 한지연은 눈살을 찌푸렸고 이신향은 난감한 마음에 얼른 뒤따랐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예천우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괜히 그가 모욕당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조신우도 마지못해 따라 들어왔고 일행은 함께 식당 안으로 향했다.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전통적이고 소박한 농가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오히려 대도시 고위층들이 선호하는 콘셉트 중 하나였다.하지만 조신우는 들어서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투덜댔다. “뭐야, 이런 촌스러운 데를? 딱 봐도 저질이네. 대도시에서 인당 2만 원도 안 되는 데면 분명 어디서 쿠폰이라도 긁어온 거겠지.”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히려 잘 됐네. 이따가 제대로 면박 줄 수 있겠다.”사실 오늘 조신우는 아버지에게서 활동 자금으로 4억 원을 통 크게 받아온 상태였다.그 돈으로 오늘 제대로 부자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이번 자리는 급하게 잡긴 했지만 예천우에겐 아무런 어려움도 아니었다.왜냐하면 이 동강루의 최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바로 천상 그룹이었고 결국 이 식당도 그의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러니 예약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사실 식당 대표는 그에게 가장 최고급 방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예천우는 일부러 거절했다.너무 티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안내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