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젠 말해줄 수 있겠니? 대체 무슨 일이야?”예천우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속이 답답해서.”“답답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천우 오빠. 더 묻지 말고 스트레스 확 풀리게 오늘 밤 나랑 신나게 놀아줘.”“그래. 오늘 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예천우는 더 캐묻지 않았다.차는 한참 달려서 한 클럽 앞에서 멈췄다. 양체은이 내리더니 예천우의 손을 덥석 잡고 안으로 끌고 갔다. 안에 도착하니 현란한 조명 불빛이 끊임없이 반짝거렸고 귀를 진동하는 음악소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무대 중앙에는 한 쌍 한 쌍의 남녀들이 음악에 취해 미친듯이 몸을 흔들며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었다. 남녀 지간의 신체 접촉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에는 왜 왔어?”예천우는 솔직히 이런 환경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트레스 풀려고 왔지.”양체은은 말하면서 카운터로 가서 술을 잔뜩 시키고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예천우도 할 수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자리에 앉은 후 아직 얘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양체은은 연거푸 몇 잔 들이켜더니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사레가 들려서 얼굴마저 빨갛게 되었다.이는 그녀에게 또 한 층의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그 후로 또 여러 잔을 마셨다. 예천우는 양체은이 취한 것 같아서 말리려고 했다.“체은아, 술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무슨 일이 있으면 오빠한테 말해 봐. 오빠가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혹시 알아?”“별일 없어. 그냥 오늘은 맘껏 즐기고 싶어.”양체은은 아버지의 당부가 생각나서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가자, 우리도 가서 춤추자.”“됐어. 거기는 너무 시끄러워.”“안 가면 나 혼자 간다.”양체은은 이 말을 하고는 정말로 일어서더니 혼자 무대 위로 비집고 들어갔다. 예천우는 하는 수 없이 따라갔다. 무대 위로 올라가자마자 양체은은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탔다. 워낙 청순하던 그녀가 대뜸 요염해 보였다. 청순한데 섹시함까지 더했다고나 할까.인형 같
예천우가 즐기고 있는 모습은 분명 분위기에 푹 빠져 아무 생각이 없음이 분명했다.그러다 문득 임완유가 화내는 모습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임완유 한 사람만 사랑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놓고 딴짓을 하면 되겠는가.바로 이때, 음악도 멈췄다. 사람들도 동작을 멈췄다. 적잖은 사람들이 예천우와 양체은을 주시하고 있었다. 멈춰선 양체은은 얼굴이 더욱 발그레 해져서는 자신의 몸을 예천우 품에 맡겼다. 춤추느라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예천우 품에 안기니 힘이 빠진 건지는 모른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수 있도록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음악도 사라진 터라 예천우는 슬며시 그녀를 밀어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어. 내려가자.”“사람들 눈을 못 보겠어. 날 안고 내려가줘.”양체은이 속삭였다. 예천우는 좀 난처했지만 계속 이렇게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할 수없이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양체은을 안고 내려갔다. 그런데 더욱 난감한 것은 자리에 왔는데도 양체은이 내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예천우는 하는 수없이 그대로 먼저 자리에 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양체은은 그의 무릎에 앉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 친밀한 접촉과 은은한 향기는 한 남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체은아, 내려와.”예천우는 약간 짜증이 나려 했다. 양체은이 모든 남자들이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예천우는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었다. 양체은은 취해서 그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 “싫어, 천우 오빠, 날 이렇게 안고 있으니 좋아?”“원한다면 오늘 밤 계속 이러고 있어도 돼.”“체은아, 너 취했어.”예천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나 안 취했어. 난 천우 오빠가 좋단 말이야. 오빠한테는 내 모든 걸 줄 수 있어.”양체은이 큰소리로 말했다. “천우 오빠, 오빠 눈에는 내가 예쁘지 않아? 나한테 원하는 거, 그게
“쳤다, 왜? 더 지껄이면 죽여버릴 줄 알아.”예천우는 한심해났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나와서 미친 듯 날뛴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네가? 날 죽이겠다고? 그래, 나 바로 네 앞에 서있잖아. 재간 있으면 죽여봐.”남자는 크게 웃더니 얼굴을 들이밀었다.“미친놈!”예천우는 욕하고 나서 바로 발로 냅다 찼다.남자는 당황해서 피하려 했는데 이미 아예 피할 수 없음을 발견했다. 발에 차여 날아올라 멀리 가서야 쿵 하고 떨어졌다. 그는 삭신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 힘은 너무 끔찍했다. 남자의 일행도 마른침을 삼키더니 내밀었던 발을 다시 거두어들이고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들도 이번에는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예천우도 더 이상 이런 양아치들을 상대하기 귀찮아서 아예 양체은을 안고 밖으로 향했다. 여기는 사람도 많고 입도 많아서 더 시간을 끌어봤자 그에게든 양체은에게든 좋을 것이 없었다. 특히 양체은같이 어린 여자애한테는 더욱 그러했다. 양체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예천우 품에 콕 박고 있었다. 그녀는 쑥스럽기도 한 동시에 지금 안겨있는 이 품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될 수만 있다면 평생 이렇게 안겨있고 싶었다. 예천우는 그녀처럼 생각이 많지 않았다. 비록 품에 수많은 남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인을 안고 있어도 그의 눈빛은 한결같이 투명했고 일말의 사념도 없었다.두 사람이 나가는 걸 본 관객들도 다 흩어졌다.클럽에서 시비가 일어나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었다.밖에 나온 후 예천우는 곧장 양체은을 차에 태우고 돌아가려고 시동을 걸었다. 그가 마신 술은 이미 내공으로 체외로 밀어내서 운전하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술이 깼는지 놀랐는지 양체은은 정신이 맑아져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천우 오빠, 아까 나……”“말 안해도 돼. 알아, 너 너무 마셨어.”예천우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 진짜 많이 마셨어. 근데 내가 한 말은 다 진심이었어.”양체은이 용기를 내서 말했
이튿날 오전 9시, 예천우 기상하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유은수였다. 찾아올 테니 만나자고 했다.예천우가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어디 있는가. 당연히 거절했다. 하지만 유은수가 꼭 만나야겠다고 하니 할 수 없이 회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어차피 회사에는 가야 하니 말이다.이 말을 듣고 나서야 유은수는 예천우가 자신의 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예전 같았으면 노발대발하면서 심한 말을 했을 테지만 지금은 내심 좋아하고 있었다. 역시 자신의 딸이 보는 눈이 있어서 벌써 예천우의 마음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임강, 유은수 부부는 10시에 회사에 도착하여 예천우를 찾았다. 이에 임완유가 깜짝 놀라 그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회사 사람들은 예천우가 자신의 남편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만약 유은수가 예천우와 양체은의 일을 모르고 있었으면 반드시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부부라면 당당하게 남들 앞에 같이 나서고 부부 사이에 해야 할 일도 해서 아기 여럿을 낳으라고 바가지를 긁었을 것이다. 부부인 걸 숨긴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하지만 지금은 유은수는 속으로 자신의 딸이 참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이 전제가 있으면 그다음은 얘기가 많이 쉬워질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이 한 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임강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완유야, 지금이 몇 시인데 예천우는 아직도 안 오냐, 걔는 매일 이따위로 출근하냐?”“그게 뭐 어때서요, 능력 있어서 일만 잘하면 되죠.”“지각하는 게 뭔 대수에요, 아예 안 나오면 뭐 어때요. 천우가 이 회사 자리 하나가 아쉽겠어요?”유은수가 냉큼 대꾸하자 임강은 할 말이 없었다. 회사 직위 이야기가 나오자 유은수가 또 물었다. “아, 맞다! 완유야, 천우는 회사에서 무슨 직급이니?”“영업팀 팀장이에요.”“뭐, 고작 팀장이야? 안돼, 당장 승진시켜, 적어도 영업실장 정도는 돼야지.”유은수가 냉큼 말했다
“잠시만요, 누가 그래요, 제가 양 씨 가문 사위가 될 거라고요?”“천우야, 넌 정말 이 상황을 모르겠니? 너도 생각해 봐라, 양 회장이 널 이렇게 마음에 들어하는데 네가 그분 뜻을 어기면 어떤 처지에 몰리겠니.”“게다가, 나도 들어서 알고 있는데 양 회장 댁 딸이 그렇게 보기 드문 미인이라며? 완유보다 훨씬 예쁘고 매력 있다더라.”임강이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유은수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렇게까지 말했다. “천우야, 나도 네가 완유를 좋아하는 걸 안다. 근데 지금 너한테는 양 씨 가문 사위가 되는데 더 가장 중요한 일이야.”“완유는, 네가 정 마음을 접을 수 없으면 앞으로 조용히 만나면 되지 않니? 다만 임신 안 되게 조심해. 양 회장이 알면 큰일 나.”이 말에 임완유도 너무 황당하여 성내며 말했다.“엄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무슨 말을 하든 다 너를 위해서야. 네가 예천우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이렇게 하면 천우도 양 씨 가문 사위가 돼서 권력을 키울 수 있고, 너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있지 않니.”“그만해요, 엄마. 말도 안 되는 소리 계속하면 저 화낼 거예요.”임완유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자신을 대체 뭘로 보는지 묻고 싶었다.“그만하세요. 싸우지 마세요.”예천우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두 분께서 절 양 씨 가문 사위로 들어가라고 설득을 하시러 온 거면 제가 실망만 드릴 것 같습니다.”“천우야, 너 이게 무슨 말이니, 꼭 네 고집때문에 너도 다치고 완유도 다치게 할 거야?”유은수가 급해서 말했다.“그래, 천우야, 심사숙고 후 판단해야 한다.”“제가 심사숙고하지 않은 게 아니고 기회가 없습니다. 제가 원한다고 해도 이젠 기회가 없다고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듣자 임강 부부는 놀라서 멍해 있었다. 그들뿐이 아니다.임완유도 놀라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바로 방금 전 예천우가 회사에 오는 길에 양체은이 가족들과 찍은 약혼 사진과 함께 당문 도련님과 약혼한다는 문
"무슨 뜻이니?" 유은수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그러게, 무슨 일이니? 설마 완유와 결혼한 사실을 들킨 거니?" 임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혹시나 자신들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그거랑 상관없어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 "양체은이 오전에 다른 사람과 약혼을 했어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특히 임완유는 표정 관리가 안 될 지경이다. 예천우가 양체은와 얼마나 깊은 친분이 있는지 몰랐지만, 양체은이 예천우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녀는, 양체은이 예천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은 거짓이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양체은이 다른 남자와 약혼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양체은은 양 회장의 금지옥엽이다, 막강한 부와 권세를 가진 양 회장이 하나밖에 없는 딸의 결혼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유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니? 약혼이라니? 설마 그 집안사람들 눈 밖에 나는 행동한 거야?""그래, 천우야, 무슨 짓을 한 거야?"임강은 예천우가 무슨 실수를 한 것은 없는지 다급하게 물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갑자기 다른 사람과 약혼을 할 수 없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임완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가씨가 왜 갑자기 다른 사람과 약혼을 해?""나도 잘 모르겠어. 양 회장님이 요구한 것 같아. 약혼 상대가 당문의 독자거든, 미래 당문의 가주야." "뭐? 당문?"임강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믿기 어려웠는지 온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임완유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아빠, 당문에 대해 알아? 어떤 집안이야?""그러게, 나도 들어본 적 없어." 유은수가 말했다."당문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용문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 임강이 물었다."용문은 나도 알아요. 소문에 용문의 실력이 아주 대단하다던데, 가장 강한 고수들뿐만 아니라 사업 관련 인맥도 아주 넓다고 했어요."유은수가 흥분해서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문파에 관한 소
"그래서 바보가 아니라면 반드시 당문과 사돈으로 이어지길 원할 거야. 그래서 천우가 퇴장당한 거야, 이건 논할 여지가 없는 일이야."임강이 설명해줬다."그렇군요. 그러면 예천우는 다시 쓸모가 없어졌잖아요. 양 회장님이 앞으로 예천우를 예전처럼 신경 써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유은수가 말했다."아마 그렇겠지.""예천우가 다시 쓸모없어진 게 확실해. 이런 기회를 놓치고." 임강이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다."쓸모없어진 걸 떠나 큰 재앙이야."유은수는 곧장 표정을 돌변했다. "예천우, 양 회장님도 널 탐탁지 않게 여기는데 우리 완유라고 별수 있겠니?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정도는 알고 있지?" 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아직 그의 얘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공격을 해댔다. 이 말을 들은 임완유가 발끈했다. "엄마, 아빠 왜 그래? 왜 이렇게 속물이야?""속물이라니? 득실을 따지는 거다. 양 회장님도 예천우의 편이 아니라잖니. 이건 예천우가 쓰레기랑 다름이 없다는 거야. 우리가 왜 저런 놈을 사위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너 설마 저런 무능력한 남자랑 살겠다는 거니?"유은수고 소리를 질렀다."그래, 난 그럴 거야." 임완유도 화를 내며 답했다."살겠다고?""임완유, 너 정말 이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니? 회사 사람들 모두에게 물어봐, 너한테 저딴 놈이 가당키나 하는지?""그래. 이렇게 된 거 사람들 앞에서 선언할 거야! 내가 예천우 아내라고!""너!"유은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예천우, 너 사람이긴 하니? 이렇게 우리 집안을 망쳐야 네 속이 시원해?"갑자기 화살이 자기에게 날아오자 예천우는 황당했다. 자기 하나 때문에 패가망신을 한다는 유은수의 황당한 발언에 예천우는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임강이 소리를 질렀다. "됐다! 그만해! 내가 몇 마디 해야겠다.""예천우, 네 능력으로, 네 위치로 우리 완유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니?""어울립니다!""……"임강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옆에서
"또 반년이야?""전에도 반년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러더니 또 반년을 기다려달라고? 장난해?"유은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절대 안 된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날 못 믿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완유가 날 내쫓지 않는 이상 나도 절대 떠나지 않아."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두 사람은 화가 잔뜩 났다. 바로 이때 임완유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임완유가 전화를 대충 끊어버리자 하문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자 하문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경찰에서 예천우 씨를 체포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뭐라고요?"임완유는 깜짝 놀라서 예천우를 돌아보았다."사람들이 그를 찾으러 다니고 있어요."하문은 그 말을 남겨두고 전화를 끊었다."왜 그래?"경찰서에서 왔다는 말을 들은 부모님께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예천우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임완유는 유은수의 말을 무시하고 예천우에게 황급히 물었다. "경찰이 회사까지 찾아와 당신 찾는다고 하던데?""날?""난 아무것도 안 했어."예천우는 알 수 없는 일에 당황했다. 공손진의 부하를 전에 훈계한 일 때문일 수 있다고 여겼다.그들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은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 공손진 같은 인물이 자기를 상대하기 위해 경찰 신고를 할 사람이 아니다."아무것도 안 했다니? 숨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유은수가 흥분해서 말했다. "완유야, 너도 봤겠지만 예천우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이런 하층 계급의 사람은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제대로 할 줄 아는 일 없다고." "됐어, 엄마 그만해."너무 마음이 급했던 임완유가 계속 말했다. "예천우, 무슨 문제 있는 거면 얼른 도망가."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예천우가 잡히지 않기를 바랐다.그러나 임강이 곧바로 제지했다. "완유야, 너 무슨 소리니? 범죄자를 숨긴다고? 안돼. 어디도 못 간다." "그래, 범인을 감싸면 안 된다."유은수가 입구로 돌진해서 문을 열고 소리쳤다. "경찰
“네, 맞습니다.”예천우의 질문에 양서은은 긴장한 듯 대답하며 덧붙였다.“장 대표님께서 중요한 일이 있으셔서 내일 회사에 가시면 직접 만나 뵐 겁니다.”말하면서도 그녀는 은근히 예천우를 힐끔거렸다. 예천우는 잘생긴 데다 어딘지 모를 묘한 기운이 있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했다.“네, 알겠어요. 갑시다.”임완유는 태연하게 답했다. 낯선 곳에선 어려움이 있는 법이니 그녀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그러자 예천우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따라 들어섰다.양서은은 분명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였다. 얼굴은 정교하게 생겼고 피부는 하얗고 고왔다. 특히 가느다란 긴 다리는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임완유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각자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모두 다른 방식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법이었다.세 사람은 안으로 걸어 들어가 곧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잠시 후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근처로 몰려들었다.더불어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여섯 명이 잽싸게 손을 뻗어 예천우 일행을 밀어내며 소리쳤다.“비켜요! 어서 모두 비키세요!”예천우는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바로 화를 내려고 했다. 그러자 임완유가 그의 소매를 잡으며 말렸다. 천우의 신분상 이런 일 따위는 문제도 아니지만 그녀는 이런 작은 일로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양서은도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놓칠 뻔했다. 그녀는 방금 상사에게서 손님을 제대로 맞이했는가는 문자를 받고 있던 참이었다.그때 선글라스를 낀 보디가드들에게 둘러싸인 채 화려하게 등장한 젊은 남자가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귀걸이를 하고 짙은 화장을 한 채 걸어왔고 그 뒤로는 수많은 팬이 따라붙어 있었다.팬들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고 특히 여성 팬들의 날카로운 고함은 귀를 찌를 듯했다.“우형 오빠!” “우형님, 사랑해요!” “우형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멋져요!”예천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천우가 실력을 크게 향상한 걸 알게 되면 제일 먼저 나한테 알려줘.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알겠습니다!”독고살은 바로 대답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것은 그의 뒤에 양박군의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통 상황이라면 독고살의 예민한 감각으로는 주변에 최고 수준의 종사자들 외에는 전혀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는 이미 차를 타고 떠난 뒤였고 독고살은 남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을 놓았다.그러나 예기치 않게도 양박군이 실력을 크게 향상한 뒤에도 여전히 독고살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기에 고의로 숨어서 그의 행동을 살펴보았다.이 모습을 본 양파군은 살기를 뿜어냈다. 참지 않으면 아마 바로 폭로했을 것이다. 독고살이 떠난 후 그는 즉시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양박군의 말을 들은 후, 눈에 살기가 스쳤다. 그 안에 분명히 음모가 있었고 뒤에서 다른 세력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세력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기에 예천우는 양박군에게 계속해서 지켜보라고 했다.예천우는 별장에 돌아온 후 즉시 성사리를 다 흡수해 버린 사실을 남궁은서에게 전했다. 남궁은서는 잠시 멈칫했지만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처음에 예천우가 스스로 많이 흡수했고 그 뒤로는 자신과 선우서림에게도 사용된 것이다. 남궁은서 뒤로도 선우서림이 종사의 경지로 돌파했다. 선우서림에게 있어 예천우의 위치는 다시 한번 높아졌다. 예천우가 원한다면 그의 곁에서 하녀를 한다 해도 기꺼이 하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성사리가 모두 사용된 후에도 남궁은서는 예천우에게 성사리를 잘 보관하라고 했다. 비록 빛을 잃었지만 여전히 손상되지 않았기에 언젠가는 쓰일 가능성도 있었다.모든 일이 정리된 후, 예천우는 임완유와 함께 성도 동성으로 이동했다.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에 예천우는 직접 차를 몰고 갔다. 임완유의 요구에 따라 큰일을 벌이지 않기를 원했지만
양박군의 실력을 종사 절정에까지 끌어올리며 예천우가 일을 마친 후, 곧바로 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갑자기 독고살이 찾아왔다.예천우는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 “독고살, 무슨 일이야?”“네!”독고살은 이를 꽉 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사실 한 가지 일이 마음속에 계속 걸려 있었고 오늘까지도 괴로움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무슨 일이냐? 말해라.”예천우는 속으로 안도하며 생각했다.‘내가 증거를 찾기 전에 독고살이 자진해서 고백했다면 아직 기회는 있을지도 몰라.’“사실 저는 줄곧 한 사람을 도와주고 있었고 도련님의 정보를 그에게 계속해서 전해주고 있었습니다.”“그게 누구야?”예천우는 무심하게 물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저 독고살이 언제부터 그들을 위해 일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바로 용진성입니다. 용진성도 비룡위의 창시자이죠”독고살은 사실대로 말했다. ‘비룡위의 창시자라고? 예천우는 놀라며 생각했다. 비룡위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조직이었고 창설 당시 아마 용진성도 젊지 않았을 텐데 아직도 살아 있었단 말인가?’“용진성이 왜 이런 일을 시켰어?”예천우가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럼 언제부터 용진성을 도와주기 시작했지? 왜 도와주게 된 거야?”예천우는 독고살이 자신을 처음 만났을 때는 분명 의도적으로 다가온 것 같지 않았기에 의문을 품었다.“도련님을 따르기 시작한 후 천도 용진성의 사람들이 저를 찾아왔어요. 그 사람들은 제 여동생이 그들의 손에 쥐고 있었고 제가 말을 듣지 않으면 제 동생이 비참하게 죽을 거라고 협박했어요.”“여동생이 있었어?”“네. 유일한 여동생입니다.”“알겠어. 네가 스스로 이런 모든 일을 자백한 걸 보니 나도 정말 어느 정도 안심이 돼.”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이어서 물었다.“그런데 천도 용진성의 실력이 어떠한지 알고 있어?”독고살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
이 세상에서 육지 신선의 경지에 오른 자는 극히 드물었다. 적어도 예천우는 그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특히 용문에서 제공한 자료에도 그러한 기록은 없었고 예천우는 용문이 어떤 정보를 일부러 감춘 것이 아닐까 싶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자신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경험과 성사리에서 확인한 것들로 미뤄 보아 과거 성종의 종주 중 다수가 이미 그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다른 이들도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그런 와중에 예천우가 양박군에게 가르쳐준 간단한 기법은 양박군에게 매우 쉬웠고 그는 이를 빠르게 익혔다.이후 예천우는 성종 대회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전달한 후 양박군과 함께 수련실을 나섰다.밖에서는 당만수가 두 사람을 기다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예천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또 놀랐나 보군요.”“당연하지 않습니까! 도련님, 양박군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당만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먼저 양박군을 세심히 살펴보았지만 종사 절정에 이른 자신의 경지로도 양박군의 실력을 전혀 간파할 수 없었다.예전엔 양박군이 종사 후급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무슨 일이긴요. 그냥 실력이 조금 상승했을 뿐입니다. 다만 당 장로님께서는 이 사실은 비밀로 해 주시길 바랍니다.”양박군은 담담하게 말했다.“실력이 향상됐다고요? 당연히 알죠!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향상한 건지 알려 주세요.”당만수가 재촉하듯 물었다.양박군은 답을 주저하며 난감해했지만 예천우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은 우리 사람이니 비밀로 하지 않을게요. 박군의 현재 실력은... 간단히 말해 세 번의 공격이면 장로님을 이길 수 있는 정도죠.”“뭐라고요!”당만수는 그 자리에서 충격에 휩싸여 멍해졌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말한 사람이 예천우라면 다를 수밖에 없었다.이 모든
예천우는 양박군이 성사리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낌없이 황제심경을 이용해 성사리의 힘을 전환해서 그의 몸에 계속 흘려보냈다.한 시간 넘게 흐르자 성사리의 빛은 점차 희미해졌고 마침내 완전히 소멸했다.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감탄했다.‘이 녀석은 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군. 나보다도 더 신비로운 재능을 가졌어.’예천우는 수년의 수련 끝에 종사 절정에 도달했지만 양박군은 그 단계를 이미 초월하고 있었다. 이제는 육지 신선 경지로의 돌파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그러나 이번 경험은 예천우에게도 놀라운 변화를 불러왔다. 그의 진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응축되고 강력해졌으며 정신력 또한 한층 더 단단해지고 강렬해졌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애매한 억압감을 느꼈다.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의 힘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듯했다.예천우는 성사리를 흡수하는 동안 이 느낌을 처음 느꼈지만 지금은 더욱 뚜렷했다.‘혹시 이 세계의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이곳에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인가? 어쩌면 정말로 그럴 수 있어.’예천우는 자신이 이미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지인 육지 신선의 문턱에 있는 만큼 더 이상 새로운 경지를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때, 양박군이 마침내 눈을 떴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충천하듯 솟구쳤다.밖에서 이를 감지한 당만수는 깜짝 놀랐다.‘이 기운은 도련님의 것인가? 아니야. 이건 분명히 양박군의 기운인데... 설마 양박군이 정말 이렇게 강해진 거야?’당만수는 이미 종사 절정에 도달한 자신이 양박군의 기운 앞에서 완전히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밖에서 홀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린 당만수는 원래 좀 답답했지만 그래도 예천우와 양바군의 수련에 피해가 생길까 봐 줄곧 문을 지키고 있었다.그런 도중에 이런 기운을 느낀 당만수는 정말 궁금해서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양박군에게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다.
“당 장로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희가 나올 때까지 절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예천우는 자신이 방해받는 건 상관없지만 양박군이 방해받으면 그의 수련, 특히 영혼의 수련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알겠습니다.”당만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수련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양박군을 향해 말했다.“박군아, 잠시 후 모든 방어를 풀고 내 진기와 정신력이 네 몸으로 들어오는 걸 막지 마. 네 체질을 단련하고 강화해 줄 거야.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는 네 인내력에 달렸으니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마.” 그러자 양박군은 순간 멈칫하며 물었다. “도련님, 혹시 이게 도련님의 진기를 소모하는 건 아니겠죠?”“걱정하지 마. 소모하는 만큼 난 금방 회복할 수 있으니까.”예천우는 당연히 자신에게는 손해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만약 도련님의 진기 소모가 크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성종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양박군은 감동했지만 예천우를 위해 거절하려 했다.“그래서 너의 실력을 끌어올리려는 거야. 성종 대회에 네가 나설 기회가 올 수도 있어.”예천우는 어머니의 조언대로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력을 숨기면 오히려 그가 용도로 가는 계획이 더 순리로울 수 있을 것이다.성종의 일만 잘 마무리되면 예천우는 바로 용도로 갈 계획이었다.어찌 됐든 할아버지 때문에 예천우는 예씨 가문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양박군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절정의 실력을 지닌 무인을 상대하려면 자신도 한참 부족했는데 도련님이 이렇게 힘을 쏟아 자신을 강화하려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도련님도 엄청나게 큰 대가를 치르실 것 같은데. 나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해주신다니. 정말 고마워.’“됐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여기 앉아. 저항하지 말고 내 힘이 네 몸 안으로 자유롭게 들어가도록 해. 정신력도 말이야.”완전히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완전히 저항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나쁜 마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