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예 선생은 이루어질 수 없어. 네가 모르는 일이 있다. 임완유와 예 선생의 인연은 어렸을 때부터 맺어진 거야.”양대복은 급한 나머지 예천우가 여자애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말해버렸다. 이 말을 들은 양체은은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천우 오빠가 임 대표와 이렇게 깊은 연고가 있을 줄은 몰랐다. ‘천우 오빠가 여태 찾고있던 그의 마음속의 천사가 바로 임 대표라니...’“아빠, 방금 한 말 다 정말이에요?”양체은이 물었다. “그럼. 아니면 예 선생이 왜 그 실력으로 임 씨 가문 사람들이 그렇게 구박하는데도 참고 살겠냐. 임 대표마저도 예 선생을 막 대하더라.”“이건 다 임 대표가 예 선생 마음속에 천사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야. 그분이 줄곧 찾고 있던,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 여자이기 때문이지.”양대복이 연유를 설명했다. 그인들 왜 자신의 딸아이가 예천우와 한 쌍이 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자신은 용왕의 장인어른이다. 이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하지만,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한 걸 알았으니 그는 반드시 딸아이를 위해 다른 길을 닦아놔야 했다. 딸아이가 더 깊이 빠지기 전에.무엇보다 당찬성은 매우 훌륭해 보였다. 게다가 양체은이 시집오면 양대복을 도와 종사의 경지에 오르게 하겠다고 장담까지 했다. 만약 일반인이라면 양대복은 절대 외력으로 종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문 도련님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당문은 천년이란 세월 속에서 파묻히지 않고 굳건히 견디어 왔고 그 세력은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종사의 경지에 오른다니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양체은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아빠 말이 맞을 지도 몰라요. 저랑 천우 오빠는 가망이 없어요. 근데 저 꼭 지금 당찬성과 약혼해야 돼요?”양대복은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당찬성이 요구한 거야. 체은아, 아빠를 좀 이해해 주면 안 되겠니? 아빠도 지금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양체은도 결국에는 동의했다. 딸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하자 양대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용왕님께서 자신의 딸을 데려가겠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당문에 시집가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근데 이 일은 예 선생한테는 말하지 말거라.”“왜요?”“그분이 네가 핍박을 당해서 원치 않는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고 너를 위해 당문과 싸우기라도 할까 봐 그런다. 당문의 실력은 아까도 말했지만 예 선생이 나섰다가는 결과는 죽는 것밖에 없어.”“저도 알아요. 근데 천우 오빠는 자신의 와이프만 사랑하는데 절 위해 당문과 맞설 리가 있겠어요?”“그건 단정 지을 수 없지. 자기 와이프만 사랑하더라도 너한테도 감정은 있으니까. 감정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믿고 나설 수도 있지.”“네. 알겠어요.”아버지의 말을 듣고 양체은은 속으로 꽤 기뻤다. 천우 오빠의 마음속에 조금이나마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하지만 당문의 무서운 실력을 떠올리니, 그녀는 천우 오빠에게 이 모든 것을 알리고 천우 오빠가 자신을 위해 나서줄지 떠보려던 생각을 바로 접어버렸다.이와 같은 시간에 공손진은 부하의 보고를 받고 얼굴이 푸르뎅뎅해졌다. “건방진 놈, 나마저도 무시하다니. 겁대가리 없이!”“도련님, 걔네들 다 주먹이 센 애들인데 예천우한테 한방에 쓰러졌답니다. 이 자식이 무술을 꽤 하나 봅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처리할까요?”“성급해 하지 마!”공손진은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겁대가리 없는 놈은 오랜만이야, 천천히 데리고 놀아야겠어.”“잘 감시해. 기회를 봐서 안에 데리고 와서 놀아.”“그 자식이 정말 실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식한 건지 좀 봐야겠어.”“네!”“알겠습니다!”이 모든 일을 예천우는 모르고 있었다. 시간은 일분일초 지나 금방 밤 9시가 되었다. 딸아이가 집을 나서는 것을 보고 양대복은 곧 신변에 있던 화경고수 한 명에게 말했다. “따라가 보세
“자, 이젠 말해줄 수 있겠니? 대체 무슨 일이야?”예천우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속이 답답해서.”“답답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천우 오빠. 더 묻지 말고 스트레스 확 풀리게 오늘 밤 나랑 신나게 놀아줘.”“그래. 오늘 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예천우는 더 캐묻지 않았다.차는 한참 달려서 한 클럽 앞에서 멈췄다. 양체은이 내리더니 예천우의 손을 덥석 잡고 안으로 끌고 갔다. 안에 도착하니 현란한 조명 불빛이 끊임없이 반짝거렸고 귀를 진동하는 음악소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무대 중앙에는 한 쌍 한 쌍의 남녀들이 음악에 취해 미친듯이 몸을 흔들며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었다. 남녀 지간의 신체 접촉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에는 왜 왔어?”예천우는 솔직히 이런 환경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트레스 풀려고 왔지.”양체은은 말하면서 카운터로 가서 술을 잔뜩 시키고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예천우도 할 수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자리에 앉은 후 아직 얘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양체은은 연거푸 몇 잔 들이켜더니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사레가 들려서 얼굴마저 빨갛게 되었다.이는 그녀에게 또 한 층의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그 후로 또 여러 잔을 마셨다. 예천우는 양체은이 취한 것 같아서 말리려고 했다.“체은아, 술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무슨 일이 있으면 오빠한테 말해 봐. 오빠가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혹시 알아?”“별일 없어. 그냥 오늘은 맘껏 즐기고 싶어.”양체은은 아버지의 당부가 생각나서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가자, 우리도 가서 춤추자.”“됐어. 거기는 너무 시끄러워.”“안 가면 나 혼자 간다.”양체은은 이 말을 하고는 정말로 일어서더니 혼자 무대 위로 비집고 들어갔다. 예천우는 하는 수 없이 따라갔다. 무대 위로 올라가자마자 양체은은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탔다. 워낙 청순하던 그녀가 대뜸 요염해 보였다. 청순한데 섹시함까지 더했다고나 할까.인형 같
예천우가 즐기고 있는 모습은 분명 분위기에 푹 빠져 아무 생각이 없음이 분명했다.그러다 문득 임완유가 화내는 모습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임완유 한 사람만 사랑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놓고 딴짓을 하면 되겠는가.바로 이때, 음악도 멈췄다. 사람들도 동작을 멈췄다. 적잖은 사람들이 예천우와 양체은을 주시하고 있었다. 멈춰선 양체은은 얼굴이 더욱 발그레 해져서는 자신의 몸을 예천우 품에 맡겼다. 춤추느라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예천우 품에 안기니 힘이 빠진 건지는 모른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수 있도록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음악도 사라진 터라 예천우는 슬며시 그녀를 밀어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어. 내려가자.”“사람들 눈을 못 보겠어. 날 안고 내려가줘.”양체은이 속삭였다. 예천우는 좀 난처했지만 계속 이렇게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할 수없이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양체은을 안고 내려갔다. 그런데 더욱 난감한 것은 자리에 왔는데도 양체은이 내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예천우는 하는 수없이 그대로 먼저 자리에 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양체은은 그의 무릎에 앉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 친밀한 접촉과 은은한 향기는 한 남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체은아, 내려와.”예천우는 약간 짜증이 나려 했다. 양체은이 모든 남자들이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예천우는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었다. 양체은은 취해서 그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 “싫어, 천우 오빠, 날 이렇게 안고 있으니 좋아?”“원한다면 오늘 밤 계속 이러고 있어도 돼.”“체은아, 너 취했어.”예천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나 안 취했어. 난 천우 오빠가 좋단 말이야. 오빠한테는 내 모든 걸 줄 수 있어.”양체은이 큰소리로 말했다. “천우 오빠, 오빠 눈에는 내가 예쁘지 않아? 나한테 원하는 거, 그게
“쳤다, 왜? 더 지껄이면 죽여버릴 줄 알아.”예천우는 한심해났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나와서 미친 듯 날뛴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네가? 날 죽이겠다고? 그래, 나 바로 네 앞에 서있잖아. 재간 있으면 죽여봐.”남자는 크게 웃더니 얼굴을 들이밀었다.“미친놈!”예천우는 욕하고 나서 바로 발로 냅다 찼다.남자는 당황해서 피하려 했는데 이미 아예 피할 수 없음을 발견했다. 발에 차여 날아올라 멀리 가서야 쿵 하고 떨어졌다. 그는 삭신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 힘은 너무 끔찍했다. 남자의 일행도 마른침을 삼키더니 내밀었던 발을 다시 거두어들이고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들도 이번에는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예천우도 더 이상 이런 양아치들을 상대하기 귀찮아서 아예 양체은을 안고 밖으로 향했다. 여기는 사람도 많고 입도 많아서 더 시간을 끌어봤자 그에게든 양체은에게든 좋을 것이 없었다. 특히 양체은같이 어린 여자애한테는 더욱 그러했다. 양체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예천우 품에 콕 박고 있었다. 그녀는 쑥스럽기도 한 동시에 지금 안겨있는 이 품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될 수만 있다면 평생 이렇게 안겨있고 싶었다. 예천우는 그녀처럼 생각이 많지 않았다. 비록 품에 수많은 남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인을 안고 있어도 그의 눈빛은 한결같이 투명했고 일말의 사념도 없었다.두 사람이 나가는 걸 본 관객들도 다 흩어졌다.클럽에서 시비가 일어나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었다.밖에 나온 후 예천우는 곧장 양체은을 차에 태우고 돌아가려고 시동을 걸었다. 그가 마신 술은 이미 내공으로 체외로 밀어내서 운전하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술이 깼는지 놀랐는지 양체은은 정신이 맑아져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천우 오빠, 아까 나……”“말 안해도 돼. 알아, 너 너무 마셨어.”예천우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 진짜 많이 마셨어. 근데 내가 한 말은 다 진심이었어.”양체은이 용기를 내서 말했
이튿날 오전 9시, 예천우 기상하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유은수였다. 찾아올 테니 만나자고 했다.예천우가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어디 있는가. 당연히 거절했다. 하지만 유은수가 꼭 만나야겠다고 하니 할 수 없이 회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어차피 회사에는 가야 하니 말이다.이 말을 듣고 나서야 유은수는 예천우가 자신의 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예전 같았으면 노발대발하면서 심한 말을 했을 테지만 지금은 내심 좋아하고 있었다. 역시 자신의 딸이 보는 눈이 있어서 벌써 예천우의 마음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임강, 유은수 부부는 10시에 회사에 도착하여 예천우를 찾았다. 이에 임완유가 깜짝 놀라 그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회사 사람들은 예천우가 자신의 남편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만약 유은수가 예천우와 양체은의 일을 모르고 있었으면 반드시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부부라면 당당하게 남들 앞에 같이 나서고 부부 사이에 해야 할 일도 해서 아기 여럿을 낳으라고 바가지를 긁었을 것이다. 부부인 걸 숨긴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하지만 지금은 유은수는 속으로 자신의 딸이 참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이 전제가 있으면 그다음은 얘기가 많이 쉬워질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이 한 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임강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완유야, 지금이 몇 시인데 예천우는 아직도 안 오냐, 걔는 매일 이따위로 출근하냐?”“그게 뭐 어때서요, 능력 있어서 일만 잘하면 되죠.”“지각하는 게 뭔 대수에요, 아예 안 나오면 뭐 어때요. 천우가 이 회사 자리 하나가 아쉽겠어요?”유은수가 냉큼 대꾸하자 임강은 할 말이 없었다. 회사 직위 이야기가 나오자 유은수가 또 물었다. “아, 맞다! 완유야, 천우는 회사에서 무슨 직급이니?”“영업팀 팀장이에요.”“뭐, 고작 팀장이야? 안돼, 당장 승진시켜, 적어도 영업실장 정도는 돼야지.”유은수가 냉큼 말했다
“잠시만요, 누가 그래요, 제가 양 씨 가문 사위가 될 거라고요?”“천우야, 넌 정말 이 상황을 모르겠니? 너도 생각해 봐라, 양 회장이 널 이렇게 마음에 들어하는데 네가 그분 뜻을 어기면 어떤 처지에 몰리겠니.”“게다가, 나도 들어서 알고 있는데 양 회장 댁 딸이 그렇게 보기 드문 미인이라며? 완유보다 훨씬 예쁘고 매력 있다더라.”임강이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유은수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렇게까지 말했다. “천우야, 나도 네가 완유를 좋아하는 걸 안다. 근데 지금 너한테는 양 씨 가문 사위가 되는데 더 가장 중요한 일이야.”“완유는, 네가 정 마음을 접을 수 없으면 앞으로 조용히 만나면 되지 않니? 다만 임신 안 되게 조심해. 양 회장이 알면 큰일 나.”이 말에 임완유도 너무 황당하여 성내며 말했다.“엄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무슨 말을 하든 다 너를 위해서야. 네가 예천우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이렇게 하면 천우도 양 씨 가문 사위가 돼서 권력을 키울 수 있고, 너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있지 않니.”“그만해요, 엄마. 말도 안 되는 소리 계속하면 저 화낼 거예요.”임완유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자신을 대체 뭘로 보는지 묻고 싶었다.“그만하세요. 싸우지 마세요.”예천우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두 분께서 절 양 씨 가문 사위로 들어가라고 설득을 하시러 온 거면 제가 실망만 드릴 것 같습니다.”“천우야, 너 이게 무슨 말이니, 꼭 네 고집때문에 너도 다치고 완유도 다치게 할 거야?”유은수가 급해서 말했다.“그래, 천우야, 심사숙고 후 판단해야 한다.”“제가 심사숙고하지 않은 게 아니고 기회가 없습니다. 제가 원한다고 해도 이젠 기회가 없다고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듣자 임강 부부는 놀라서 멍해 있었다. 그들뿐이 아니다.임완유도 놀라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바로 방금 전 예천우가 회사에 오는 길에 양체은이 가족들과 찍은 약혼 사진과 함께 당문 도련님과 약혼한다는 문
"무슨 뜻이니?" 유은수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그러게, 무슨 일이니? 설마 완유와 결혼한 사실을 들킨 거니?" 임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혹시나 자신들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그거랑 상관없어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 "양체은이 오전에 다른 사람과 약혼을 했어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특히 임완유는 표정 관리가 안 될 지경이다. 예천우가 양체은와 얼마나 깊은 친분이 있는지 몰랐지만, 양체은이 예천우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녀는, 양체은이 예천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은 거짓이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양체은이 다른 남자와 약혼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양체은은 양 회장의 금지옥엽이다, 막강한 부와 권세를 가진 양 회장이 하나밖에 없는 딸의 결혼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유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니? 약혼이라니? 설마 그 집안사람들 눈 밖에 나는 행동한 거야?""그래, 천우야, 무슨 짓을 한 거야?"임강은 예천우가 무슨 실수를 한 것은 없는지 다급하게 물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갑자기 다른 사람과 약혼을 할 수 없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임완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가씨가 왜 갑자기 다른 사람과 약혼을 해?""나도 잘 모르겠어. 양 회장님이 요구한 것 같아. 약혼 상대가 당문의 독자거든, 미래 당문의 가주야." "뭐? 당문?"임강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믿기 어려웠는지 온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임완유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아빠, 당문에 대해 알아? 어떤 집안이야?""그러게, 나도 들어본 적 없어." 유은수가 말했다."당문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용문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 임강이 물었다."용문은 나도 알아요. 소문에 용문의 실력이 아주 대단하다던데, 가장 강한 고수들뿐만 아니라 사업 관련 인맥도 아주 넓다고 했어요."유은수가 흥분해서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문파에 관한 소
“역시 김희자 씨, 대단하시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곧 네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알게 될 거야.”김희자는 싸늘하게 웃었다.“보아하니 김희자 씨는 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나비 회사에 투자할 돈이 2조 원이라 했지. 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호구가 있군.’“내기?”“네. 만약 제가 백도훈을 이기면 당신이 저에게 2조를 주는 거예요.”“뭐라고? 2조 원?”김희자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자식아, 넌 2조 원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대체 뭘 걸고 나랑 내기하겠다는 거지?”“제 목숨을 걸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은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풋, 네 목숨 따위가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희자는 조롱하듯이 크게 웃었다.‘저 하찮은 녀석의 목숨이 감히 2조 원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그럼 내기는 취소하고 그냥 싸우죠.”예천우는 무심하게 덧붙였고 그때 김희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안 돼! 내기할 거야.”예상대로였다.김희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좋아. 네가 제안한 거니까 우리가 지면 2조 원을 주지. 하지만 네가 지면 네 목숨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형수님, 그건...”백도훈이 당황하며 말하려 했지만 김희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걱정할 것 없어. 난 널 믿어.”김희자는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겨우 저런 풋내기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화경 초급의 경지인 백도훈을 이길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건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안 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이기기만 하면 이놈을 내 손으로 철저히 짓밟을 수 있어.’백도훈도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어차피 말뿐인 내기였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좋아요. 저는 이미 녹음
진 서장은 이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김희자란 여자는 도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감히 경찰을 이렇게 무시해?’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꾸짖으려 했지만 그때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 서장님, 이분들이 이렇게 싸우고 싶어 하시니 그냥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요?”그러면서 그는 백도훈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백도훈 맞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한 번 겨뤄보자. 단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든 책임은 각자 지는 걸로 하자.”백도훈은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김희자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좋아. 이건 네가 먼저 제안한 거야. 네가 죽어도 우리 탓이 아니라고.”백도훈은 순간 멍해졌다.‘형수,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건 내가 해야 하는데 왜 형수님이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는 신중한 성격이라 예천우를 계속 살펴보고 있었으나 보면 볼수록 상대를 쉽게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경계심이 커졌다.다행스럽게도 그때 진 서장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싸우더라도 경찰서 안에서는 절대 피를 보거나 사상자가 나오는 일은 허락할 수 없어요.”그러자 김희자는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그럼 밖으로 나가서 하면 되잖아?”“좋아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백도훈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이제 진짜 피할 수도 없게 됐네...’진 서장은 김희자가 계속하여 억지를 부리자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나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아요. 당신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당연하죠.”김희자는 확신에 찬 듯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별일 없을 거야. 우리는 말이지. 저놈은 박살 나겠지만 말이야.’진 서장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주변 경찰들에게 지시했다.“너희들도 각자 할 일에 집중해.”경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장님의 명령을 따랐다.그들이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
유은수가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들이 곧바로 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경찰은 자기 신분을 제시하며 말했다.“유은수 씨, 당신은...”그 말을 듣는 순간 유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어, 어떻게 된 일이...’‘설마 완유가 나를 경찰에 신고한 건가? 날 잡으라고 한 거라고?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엄마인데 이렇게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하지만 유은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그녀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비록 수갑은 채우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은 금세 큰 화제가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곧 유은수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온라인에서 우리 임 대표님을 험담하던 사람이 그게 유 대표님이라던데?”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유은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도 그녀가 이런 짓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특히, 임완유를 충직하게 따르던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인 하문은 이 사실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서 내가 뭐가 되겠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자 하문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임 대표님은 유 대표님이 화를 내실까 봐 전화기를 끄고 있었던 거겠지.’사실, 임완유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을 뿐이었다.‘차라리 이렇게 안 보는 게 속 편해.’임완유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서은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임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요. 서은씨가
이 상황에 임완유는 조금 갈등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비법을 정말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화장품의 재료 비법을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 지어라는 말은 예천우가 했지만 임완유는 그의 속마음을 잘 이해했다. 사실 예천우는 비법을 지금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완유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임씨 가문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엄마, 그게 무슨 뜻이죠?”“별것 아니야.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천우 말이야,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그런데 비법을 이렇게 꼭 쥐고 놓지 않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런 거 아니겠어?”“난 그렇게 생각해. 천우가 일부러 너를 막고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설령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지 비법을 손에 쥐고 너랑 거래할 것 같아.”유은수의 말에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사실 비법을 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엄마 말대로라면 천우는 분명히 저에게 비법을 주지 않겠죠. 그럼 저를 찾아서 뭐 하겠다는 거죠?”“그게...”유은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이 말한 대로라면 지금은 예천우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걸 알았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그제야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웬만해서는 주지 않겠지만 네가 미인계를 쓰면 통할지도 몰라. 어차피 너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잖아. 임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노력해 봐.”“미안하지만 엄마, 난 그런 걸 잘 못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비법을 원하는 거라면 엄마가 직접 천우에게 전화해서 달라고 하세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죠?”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엄마는 정말 너무해. 천우가 얼마나 엄마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지 알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