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는 둘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이때 예천우가 다가오자 그녀는 냉큼 예천우를 잡고 한쪽으로 끌고 갔다.예천우는 너무 꽉 잡혀있어서 팔을 빼기 불편했다. 힘을 주면 유은수가 바닥에 드러누워버리기라도 하면 자신마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유은수의 성격에 이런 일은 못할 것도 없었다.“예천우, 봤지? 공손 도련님 같은 엘리트만이 우리 완유에게 딱 맞는 신랑감이야. 너 같은 사람은 바라볼 자격도 안 돼.”유은수가 쌀쌀맞게 말했다.예천우는 화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보름 전에도 저한테 유걸을 이렇게 소개했었죠. 유걸은요, 지금 어디에 있나요?”이 말에 유은수는 대뜸 성을 내며 말했다.“유걸 그건 하도 감쪽같이 위장해서 그렇지, 아니면 내가 진작에 알아봤을 거야.”“그럼 저 공손 도련님은 위장한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알아요?”예천우가 되물었다. 그가 자료를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공손 가문은 집안 내력이 별로 좋지 않다. “당연히 아니지, 공손 도련님은 딱 봐도 기풍이 위엄있지 않니. 참 싹싹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야.”“유걸은 안 그랬나요?”예천우가 또 되물었다.“너... 너, 유걸 유걸 좀 그만하지 못해?”유은수가 성을 냈다.“알겠어요. 그럼 당신도 공손 도련님 칭찬 그만하세요.”“하이고, 자기도 공손진보다 못한 걸 알고 열등감 느끼나 보네. 그러니까 내가 공손진을 칭찬하는데 말끝마다 꼬투리 잡는 거 아냐?”예천우는 너무 한심해서 대꾸했다. “꼬투리 잡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데요?”“아주머니, 나이로 따지면 아주머니뻘이니 이렇게 불러드리죠. 알아두세요, 아주머니 딸이 누구랑 결혼하는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사자가 결정하는 겁니다.”“그러니 저한테 시간 낭비할 것 없습니다.”예천우는 이 말을 내뱉고는 곁을 지나갔다. 그가 아무리 마음이 너그럽다 한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공손진과 희희낙락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좋아할 리가 없었다.그는 자리로 돌아가서 공손진이 어떻게 보든 상관
‘이 녀석이 남자구실을 못하는구먼.’‘이렇게 눈부신 절세미인을 아내로 두고 품어보지도 못했다니.’‘참 지질한 놈이야.’‘이런 지질한 놈과 경쟁하면 너무 체면이 안 서는데?’‘그래도 어쩌겠어, 여신을 위해서라면 내가 나서서 이 지질한 놈 좀 치워야지 뭐.’하지만 여신 앞이라 매너는 지켜야 했다. 공손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예천우 씨가 임 대표님처럼 훌륭하고 완벽한 여자를 포기하다니 너무 놀랍네요.”“그쪽에서 아쉬워서 포기하겠어요? 우리 쪽에서 버리는 거죠. 저런 꼴로 우리 완유의 짝으로 가당키나 해요? 공손 도련님 같은 훌륭한 청년이라야 우리 완유와 운명의 한 쌍이지요.”유은수가 냉큼 말했다.“그런가요? 유걸과 운명의 한 쌍이 아니었어요?”예천우가 담담한 미소를 짓더니 되물었다.또 유걸, 유은수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유걸은 또 누굽니까?”공손진이 궁금해서 물었다.그의 물음에 유은수가 급히 둘러댔다.“아, 그게... 예전에 완유를 쫓아다니던 청년이에요. 근데 신경 쓸 거 없어요. 완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까요.”말하고 나서 그녀는 매서운 눈초리로 예천우를 째려봤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경고의 눈빛이었다.이번에 예천우는 말하기도 귀찮아서 더 말하지 않았다.공손진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임 대표님이 훌륭하니 우수한 총각들이 떼를 지어 따라다니는 것도 정상이지요.”“그럼요, 그럼요.”유은수가 맞장구를 쳤다.“엄마, 가서 일 봐. 응?”엄마가 자리에 앉아계시면 자신을 시집보내는 것만이 엄마의 사명인 듯 계속 자신의 칭찬을 할 것이다. ‘엄마는 나를 무엇으로 생각할까, 사고 팔 수 있는 물건?’“그래그래, 둘이서 이야기 나누고 있어. 예천우, 우린 저쪽에 가자. 방해하지 말고.”유은수는 말을 하면서 예천우를 잡아당겼다.예천우는 그녀에게 끌려 일어나느니 차라리 절로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다만 유은수와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그는 혼자 밖에 나가 차에 탔다.20분이 채 되지 않아 임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아 보이더니 갑자기 안색이 안 좋네?”예천우의 눈은 참 예리했다. 한눈에 임완유 표정의 변화를 캐치했다.“너랑 뭔 상관이야!”임완유가 쏘아붙였다. 이 남자는 이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우린 부부잖아. 어떻게 나랑 상관이 없어?”“누가 그래? 잊지 마. 이혼 날짜가 코앞이야. 그때가 되면 우린 남남이야.”“벌써? 이렇게 빨리? 이혼 안 하면 안 돼?”예천우가 물었다. 그는 오늘 임완유가 하는 짓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공손진한테 자신을 소개할 때 너무 흡족스러웠다. 임완유는 이 말을 듣고 왠지 흐뭇해났다. 입꼬리도 말을 듣지 않고 자꾸 올라갔다. 하지만 입으로는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흥, 꿈 깨.”“꿈이라도 꿔야지. 아니면 무슨 낙으로 살아?”“됐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 우리 먼저 어디 가서 밥이나 먹자.”톡톡 쏘는 말투였지만 임완유도 이혼하기 싫다는 뜻이 분명했다. 예천우는 기분이 더욱이 좋아져서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아는 맛집 있어. 맛이 정말 끝내줘. 거기 가자.”그는 말을 끝내고는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오늘 임완유의 태도를 보아 그녀는 자신과 갈라서는 걸 원치 않는 것이 분명했다. 다만 마음속으로 여전히 갈등되는 것 같았다.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 어려서부터 형성된 뿌리 깊은 사상이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전부 밝힐 생각은 없었다.가장 좋기로는 임완유가 갈등을 헤쳐 나오는 것이다.나오지 못한다면 그런 여자는 그도 원하지 않는다.한참 달려서 둘은 식당 앞에 도착했다. 막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약간 들떠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여기서 뵙게 될 줄이야.”예천우는 살짝 놀랐다. 그는 목소리를 듣고 이미 누구인지 맞췄다.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 송강이었다. 지난번 양대복의 집에서 본 이후로, 송강은 줄곧 예천우에게 접근할 기회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러다
“뭘 뻔한 걸 물어? 식당에 당연히 밥 먹으러 왔지.”예천우가 냉담하게 대답했다. “네, 그렇죠.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오늘 맘껏 시키세요. 제가 계산하겠습니다.”예 도련님이 여자랑 식사하는데 끼는 건 아닌 듯 싶었다.사실 그는 지금 얼마나 예천우에게 접근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고 싶은지 모른다. 이것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당부하신 일이다.어떻게든 예천우에게 접근해야 한다.생각해 보면 양 회장도 공손하게 대할 수 있는 존재이니 얼마나 공포스러울까.사실 송강뿐이 아니라 소문하도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송강은 이 말을 하고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예천우는 머리를 저었다. 더 이상 상대하기 귀찮아서 임완유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다.아직 주문도 전에 임완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예천우, 송강 그 송 씨 큰 도련님이 웬일로 너한테 이렇게 예의를 차리지?”그녀는 실로 너무 궁금했다.예천우가 웃더니 말했다.“급해 마. 먼저 뭐 좀 시키자.”임완유는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꾹 참고 음식을 주문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또 물었다. “이젠 됐지? 빨리 말해 줘.”“진실을 들을래? 아님 거짓을 들을래?”예천우가 물었다.“장난해? 당연히 진실이지.”“그렇다면... 그건 내 실력이 너무 끔찍해서야. 걔 처음엔 날 두려워했어. 그다음엔 나랑 편먹으려고 나한테 알랑거리는 거야.”예천우가 설명했다.“너 거짓말이라도 좀 그럴듯하게 못해?”임완유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음... 알았어. 사실은 카드 한 장 때문이야.”“카드?”“응. 바로 이 카드.”예천우는 바로 용등 블랙카드를 꺼내 임완유 앞에 놓았다.임완유는 멍하니 카드를 바라봤다. 어쩐지 눈에 익었다.‘지난번에 예천우가 말했었지. 양 회장이 준 용등 블랙카드라고 했던 것 같은데’그녀는 용등 블랙카드 실물은 본 적이 없지만 들어는 봤다. 총 3장뿐인 데다가 그 중 한 장은 양회장 손에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그런 카드
“응, 불러와. 내가 직접 물어봐야겠어. 근데 내가 물어볼 때 너 눈치 주거나 하면 안 돼.” 임완유는 참으로 똑똑했다. “걱정 마. 안 그래.”예천우가 고개를 드니 먼 곳에서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송강이 보였다. 예천우는 내키지 않는대로 손을 흔들었으나 입은 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송강이 보더니 바로 쪼르르 달려왔다. 송강 옆에 있던 여인도 그의 이런 모습에 놀라며 송 도련님이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가 어떻게 누군가에게 이렇게 정성스러울 수가 있단 말인가.이건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예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송강이 알랑거리며 물었다. 송강이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임완유는 한심해났다. 이 사람이 예전에 그 난폭하던 송 씨 가문 큰 도련님이 맞나 싶었다. 지금은 마치 주인의 손길을 바라는 고양이와도 같았다. “별일은 아니고, 우리 집사람이 뭐 좀 물어보고 싶대. 우리 처음 충돌이 있었을 때 말이야. 그때 왜 도망갔지?”예천우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물었다. 송강이 듣더니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부담 갖지 마. 따지려는 게 아니고 우리 집사람이 그날 상황을 제대로 알고 싶사해서 그래.”“아, 그렇군요. 사실대로 말씀드려요?”“그럼. 당연히 사실대로 말해야지.”예천우가 한심한 듯 말했다.긍정적인 답을 듣자 송강은 시름이 놓였다. 임완유는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둘이 짠 것이 아님을 확인 후 물었다. “송 도련님......”송강이 듣더니 손사래를 쳤다. “형수님 저를 그냥 송강이라고 불러주세요. 도련님이라 부르면 제가 너무 송구스럽습니다.”“됐어,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돼. 호칭은 상관하지 말고.”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이 녀석이 더 지껄이다가는 무슨 말을 할 지 모른다.“송 도련님, 제가 알고 싶은 건, 지난번 상점에서 왜 갑자기 나갔어요? 누군가의 전화를 받은 건가요?”임완유가 물었다. 송강은 어리둥절해졌다. ‘전화?’그는 예천우를 흘깃 쳐다봤
상대방이 이렇듯 깍듯이 물어보는 말에 잘 답해주니 예천우는 자신도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자 하고 대충 한 마디 보탰다. 어차피 그에게는 사소한 일이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도련님!”단 한 번의 기회라도 송강은 감지덕지했다. 자리로 돌아가는데 너무 흥분되어 다리마저 떨렸다. 그동안 공을 들인 게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다. 이건 자신에게 보험을 들어놓은 셈이다.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송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멀리 가자 한숨 쉬며 예천우를 나무랐다. “너 이렇게 덜컥 약속해버리면 어떡해. 혹시 정말 큰일이 생겨서 널 찾아오면, 그때에는 어떡하려고?”“찾아오면 도와서 해결하면 되지. 방금 봤지? 태도가 너무 좋잖아.”예천우가 대답했다. “해결? 뭘로 해결할 건데? 넌 네가 양 회장님이랑 같은 급이라도 되는 줄 알아? 양 회장님이 왜 너한테 카드를 줬는지는 모르겠는데, 카드가 있다고 해서 너한테 양 회장님의 실력이 생긴 건 아니잖아.”송 씨 가문의 세력은 말할 것도 없이 강하다. 송강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건 정말 큰 골칫덩이일 것이다. 양 회장님이라면 몰라도 예천우가 그걸 어떻게 해결한다는 말인가.“음... 네 말도 맞는 것 같아.”예천우는 더 반박하기도 좀 그래서 수긍하는 척했다.“흥, 당연히 맞는 말이지. 넌 허풍 떠는 게 버릇이 됐어. 적당히를 몰라.”임완유는 나무람하고 나서 자신이 예전에 예천우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서 말했다.“근데... 예전에는 미안했어. 널 오해했어. 난 줄곧 유걸이 도와준 걸로 알고 있었어.”“그리고, 네가 용등 블랙카드를 꺼내들어도 난 계속 진짜라고 믿지 않았어.”지금은 상가의 검증 없이도 그녀는 이미 이것이 바로 전설의 용등 블랙카드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괜찮아. 그런 상황에서 네가 믿지 못할 만도 하지.”예천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응, 근데 앞으로는 너 용등 블랙카드를 들고 뻥치는 거 되도록 자제해. 아니면 언젠가는 큰코다쳐.”임완유가 관심 어린 말투로
요근래 양체은이 예천우를 찾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가. 동생같은 여자애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예천우는 거절해버리든지, 아니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양체은은 할 수없이 씩씩거리며 직접 예천우네 집으로 찾아가려고 했다.그런데 아직 가기도 전에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양체은은 뜻밖의 만남에 너무 기뻤다.“오, 너야?”더는 피할 수 없다는 걸 안 예천우는 억지로 웃으며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양체은이 평소 자신에게는 잘했으니... 그에게 일이 있으면 항상 나서서 도와줬다. “왜, 내가 반갑지 않아? 요즘 어디에 숨어있었어? 코빼기조차 못 봤잖아.”양체은은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요즘 바빴어.”예천우가 건성으로 대답했다.“뭐가 그리 바쁘다고... 내일 저녁 반드시 나랑 만나.”양체은은 오늘 어떻게 해서라도 예천우와 내일 저녁 약속을 잡으려고 했다.임완유는 옆에 서서 둘이 웃으며 얘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일 저녁 반드시 만나야 된다는 말이 그녀 귀에 거슬렸다. 그녀는 이 여자애가 예천우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지난번 연회에서도 둘은 아주 친해보였다.그래서 임완유는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이걸로 자신의 주권을 선언한 셈이다.이때가 되어서야 양체은은 옆에 임완유가 있는 것을 보았다. 예천우도 눈치채고 급히 소개했다.“체은아, 소개할게. 이쪽은 우리 집사람 임완유야.”“알아. 임 씨 그룹 미녀 대표님.”양체은은 웃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양체은이라고 합니다.”양체은?임완유가 놀라며 물었다. “아가씨가 양 회장님 댁 따님이세요?”그녀는 양 회장의 보배 딸 양체은에 대해서 이름만 들어봤지, 실물을 본 적은 없었다. 이 이름을 듣고 방금 전 용등 블랙카드 일, 그리고 예천우가 양 회장의 딸을 치료해준 일이 겹쳐져, 그녀는 자연스럽게 양대복의 딸을 연결시키게 되었다. “네. 그런데요?”양체은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임완유는 듣고 나서 안색이
‘나쁜 자식, 아내가 있는데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다니.’‘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건가? 너무해.’예천우는 임완유가 차에 타자 쫓아가서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임완유가 엑셀을 얼마나 세게 밟았는지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그래도 멀리서 보니 속도가 점차 늦춰져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양체은도 멍한 채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천우 오빠, 내가 뭘 잘못 말했어? 근데,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네 문제가 아니야. 나 때문이야. 내가 뭘 잘못했을 거야.”“응, 천우 오빠도 너무 걱정하지 마. 여자애들은 원래 잘 삐지거든. 언니도 금방 괜찮아질 거야.”양체은이 위로했다.“응.”“저기... 내일 저녁?”“나 정말 시간 없어.”“내가 그렇게도 싫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리 오랫동안 내 연락도 안 받고, 나랑 한 번 만나주는 것도 싫어?”양체은은 말하면서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잠깐, 울지 마.”예천우는 여자가 우는 걸 못 본다. “나도 울기 싫은데 속상하잖아. 나 속상하다고. 천우 오빠가 날 미워하면 난 콱 죽어버릴 거야......”“그래, 그래. 알았어. 내일 저녁 나갈게. 됐지?”예천우도 어쩔 수 없었다. 한동안 연락받지도 않았던 걸 생각하니 좀 미안하기도 해서 승낙하고야 말았다. “정말? 너무 좋아! 고마워, 천우 오빠!”양체은은 너무 기쁜 나머지 예천우를 와락 껴안았다. 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 이 계집애는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는건가? 청순하고 예쁜 얼굴은 그렇다 치자.아담하고 귀여운 몸매인데 이렇게 볼륨있고 빵빵하기까지...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향기가 그를 취하게 만들었다. 양체은도 예천우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발견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꼭 끌어안고 몸을 꼬며 비벼댔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예천우와 임완유의 혼인은 핍박에 의해서 한 거고, 곧 갈라설거라는 것도. 다행히 예천우가 정신을 차리고 아무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