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 와이프 말이 다 옳아!""누가 네 와이프인데."임완유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화만 났다. 예천우가 전에 이렇게 말했으면 혐오스러워 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그녀의 기분은 사뭇 달랐다."당신이 내 와이프지." 예천우가 능글맞게 말했다. 이전처럼 진지하지만 않았다."경고하는데, 우리...""매일 경고하지 않아도 나도 안다고, 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 예천우가 미소를 지었다. "려성한이라는 사람 너무 오만방자하던데, 정리하고 싶지 않아?"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싶지만, 쉽지 않네! 회사에서 우리 가문 다음으로 입지가 높은 게 려씨 가문이야. 게다가 려성한은 능력도 뛰어나서 다루기 쉽지 않아.""네가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 곧 두 발로 회사를 걸어나갈 테니까."예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서 나갔다.임완유는 얼빠진 얼굴로 멀어지는 예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가끔 아주 세심한 것 같아." 예천우가 자기 때문에 려성한과 기꺼이 대적하겠다고 하자, 임완유는 기분이 이상했다.'그래도 능력은 꽤 있다니까.'하지만 그녀 마음속의 백마 탄 왕자님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밖으로 나온 예천우는 1팀으로 가 인수인계를 받아야 한다. 1팀은 영업 실적이 아주 뛰어난 걸로 소문이 자자했다.꽃미남 왕신철과, 예쁘장한 여직원들은 몸매가 아주 좋은 걸로 유명했다. 그들의 영업 실적은 그들의 외모와 상관관계가 있었다.예천우는 유현를 데리고 1팀으로 향했다.한편, 1팀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했다.이번만큼은 승리를 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대는 수십억짜리 매출을 숨기는 계략을 꾸몄다.결국 막판 뒤집기로 2팀이 승리를 쟁취했다.1팀은 이러한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평소에는 2팀보다 뛰어났지만, 관건적인 순간에 2팀에 패배하자 그들은 이 상황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특히 장연희는 뛰어난 외모와 말솜씨로 판매 실적이 상당히 좋아 김선의 후임으로 유력했다.그녀는 김선이 승진
"그래요, 얌전하게 있으면 몰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면 회사에서 나가게 만들어야죠."1팀 사원들은 하나같이 영업실적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회사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고 1팀보다도 훨씬 강한 팀이다.이신향 혼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하문이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2팀은 지금쯤 1팀의 뒤꽁무니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장연희가 의기양양했던 이유는 김선이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예천우는 결코 팀장직을 굳건히 지킬 수 없을 것이다.합심해서 이번 달 매출이 마이너스가 나오게 하면 예천우를 혼내줄 수 있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얼마 안 가, 예천우가 유현을 데리고 1팀 사무실로 들어왔다.그의 곁에는 또 한 명의 미모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하문의 비서다.직접 그들을 1팀에 데려와 소개할 생각이었으나, 예천우가 그녀를 귀찮게 바라본 탓에 기분이 나빠진 하문은 비서에게 이 일을 맡겼다. 비서를 그에게 배치한 것만으로도 이미 의리는 지킨 셈이다.하문의 비서와 예천우, 유현이 함께 들어오자, 예천우의 발령이 내려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사람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그들에게 눈길을 한 번 주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일에 몰두했다.비서가 살짝 당황하더니 황급히 소리쳤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전부 멈추고 여기 봐주세요. 1팀에 새로 온 팀장님을 소개할게요."그녀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불쾌한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들은 예천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문이 직접 소개를 하는데 무시할 수 없었다."예 팀장님이 앞으로 1팀을 책임질 겁니다, 알겠습니까?""네!"사람들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답했다. 그리고 몇 명의 여사원들은 예천우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버렸다.어쩌면 예천우가 외모를 팔아 승진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입사하자마자 승진을 할 리 없었다.예천우의 증서에 관해 김선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1팀 사람들은 당연히 예천우를 오
사무실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인원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조금 붐비는 것만 제외하면 모두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부 다 모였죠?" 예천우가 물었다.애석하게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예천우는 전혀 민망해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전부 모였나 보네요. 자, 지금부터 한 명씩 자기소개해주세요. 여러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그쪽부터 자기소개하세요."예천우는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유사라를 가리켰다.살짝 당황하던 유사라는 얼굴을 잔뜩 구기더니 대뜸 소리를 질렀다. "유사라라고 합니다!""끝났습니까?""네!" 유사라가 싸늘하게 답했다."다음!" 예천우는 꼬투리를 잡지 않고 빠르게 넘어갔다.앞에서 스타트를 자기 이름만 밝히는 자기소개를 하자, 뒷사람들도 자연스레 이름만 밝혔다. 군더더기 없이 이름만 깔끔하게 밝혔다.일부러 예천우를 난감하게 만들려는 모양새였다.유현은 사람들이 예천우를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마땅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래요. 다들 아는 사이니까. 그럼 이제 내가 자기소개를 할 차례네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장연희는 이 광경이 웃겼다. '저 바보 같은 놈은 할 줄 아는 게 자기소개밖에 없는가?'"반가워요.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새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예천우입니다.""우선,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네요. 난 영업에 소질이 없어요.""그리고 경영 관리에 관해서도 잘 모릅니다."예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그의 발언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당황했다.'미친, 누가 자기소개를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냐? 농담하는 건가?'전휘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 팀장직을 맡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창피하지 않으세요?"예천우가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전휘성의 고개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는 사실 방금 자기가 내뱉은 말을 벌써 후회
"하하!""당신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내가 매달 이 회사에 가져다주는 매출이 얼마인데!"전휘성이 대폭소를 하며 예천우를 비아냥거렸다.만약 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회사 측에서 그를 해고할 수 있다. 하지만 팀장의 말에 반박을 했다고 회사에서 쫓겨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뒷배가 있는 그를 예천우가 무슨 자격으로 쫓아낼 수 있을까. 설령 아무런 뒷배가 없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는 없다.대표가 직접 그를 해고하겠다고 해도 그는 기꺼이 대적할 것이다.예천우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딴 건 궁금하지 않습니다. 내 말 얌전히 따를 생각 없으면 지금 당장 나가세요.""내가 안 나가고 버티면 어찌할 건데?"전휘성은 꿈적도 하지 않으려 했다."그래요, 어쩔 수 없이 전휘성 씨의 공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작년 10월 15일, 전휘성 씨는 회사 물건을 최저가로 순성에 팔아넘긴 다음 중간에서 6천만 원을 횡령했습니다.""12월 10일에는... 3월 5일에는 H 호텔을 김선 씨와 갔네요..." "닥쳐! 어디서 헛소리야!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전휘성이 소리를 질렀다.김선과 호텔에 가 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만 알고 있어야 할 일을 예천우까지 알고 있자 그는 당혹스러웠다."헛소리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되잖아요!""이딴 건 알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요!""철저히 조사하면 전휘성 씨가 엄중한 처벌을 받는 건 당연지사고 감방에도 갈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호텔 사건은 호텔 CCTV만 확인해도 끝나는 일이에요.""남녀가 호텔에 간 게 중범죄도 아니고, 소문만 안 좋아지는 거니 이건 걱정하지 마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동안 예천우는 사람을 시켜 임유그룹과 연관된 사람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예천우는 상대의 치부까지 낱낱이 알게 되었다, 그의 기분에 따라 그 자료를 공개할 수도 있고,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려성한에 관한 치부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
유사라는 겁에 질렸는지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인정한다니 다행입니다. 자, 지금부터 규칙을 발표하겠습니다.""첫째, 난 여러분들의 팀장이지만 여러분을 일일이 관리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유현 씨가 나 대신 여러분을 관리할 겁니다.""유현 씨가 하는 말은 곧 내 말이니 다들 유현 씨한테 협조해주세요. 알겠죠?"예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이 말을 한쪽에서 듣고 있던 유현은 입을 떡 벌렸다.유현이 뭐라고 하기 전에,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현 씨가 업무에 관해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맡은 바를 충실히 홰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요.""예, 팀장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유현이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답했다. 유현은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다. 다만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성격이 내성적이라 줄곧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다른 의견 없죠?""없습니다!"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예천우의 말에 동의했다.1팀 사원들은 유현을 알고 있다. 판매 실적이 자신들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애송이가 그들을 관리한다는 게 어이없었다.예천우가 인맥을 마구잡이로 꽂아넣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임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예천우만 곤란해진다. 그들은 우연하게 잡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예천우를 제대로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둘째, 앞으로 내가 맡긴 일은 최선을 다해서 완성해야 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여러분의 근무 태도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온종일 외근을 나가든, 딴짓하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난 판매 실적만 볼 겁니다.""저... 팀장님, 영업은...""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난 오직 결과로 판단합니다. 여러분 중, 판매 실적이 하락하는 분이 나온다면 그분은 이 회사를 떠나야 할 겁니다. 괜히 남아서 월급만 축내지 마세요."예천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사람들은 포악하게 구는 예천우의 행동에 할 말을 일었다.장연희의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 자신이
예천우의 파격적인 발언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팀장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장연희가 황급히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팀장은 자기가 맡은 팀의 판매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 평가에 따라 팀장의 인세티브가 올라가는 셈이다. 팀을 2개로 나눈 이유도 서로 경쟁을 하기 위해서다.예천우는 엄청난 인세티브를 그대로 사원에게 돌려주고 자신은 월급만 받겠다고 했다."거짓말 같아요?""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킵니다."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팀장님은 월급만 받으시겠다는 거예요?""비록 금액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금은 평등하게 지급받을 겁니다.""평등하게요?"장연희이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모두가 균등 분배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위를 나눠야 모두 열심히 일할 것이다."네.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팀이고 서로 도우면서 함께 실적을 올리도록 해요.""여러분의 성과금은 여러분의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받게 될 보너스의 금액은 반드시 균등할 겁니다.""여러분만 열심히 일하면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겁니다."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지위가 달라지면서 예천우가 풍기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아주 좋은 사람 같았다.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은 확실히 예천우에게 압도당했다."내 규칙은 여기까지입니다. 회의를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각자 위치로 돌아가 일하세요."예천우는 할 말을 끝내자마자 사람들을 내쫓았다.얼이 빠진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예전에 김선이 팀장으로 있을 때에는 회의를 할 때마다 욕설이 난무했고 잔소리도 끝없이 늘어놓았다.심지어 같이 서로 비난하게 했다.그러나 새로 온 예천우는 간단명료했다. 사원들은 새 팀장이 마음에 들었다.유현은 옆에서 예천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예천우는 능력과 실력이 있는 사람 같았다, 그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다고 굳게 믿었다.사무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술렁거
아무도 생각지 못한 규칙을 제시했고 전휘성에 관한 조사도 미리 끝내둔 예천우가 감탄스러웠다. 자신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다.하문이 사무실로 임완유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임완유가 전휘성에 관해 조사한 뒤, 예천우가 대신 처리를 해줬다고 여겼다.그러나 하문의 보고에 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전휘성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임완유는 예천우가 세운 규칙들을 듣고 감탄했다.단순한 회의로 예천우는 팀을 완전히 장악했다.앞으로 그의 표현이 기대되었다.하문은 이 모든 게 예천우의 생각인 것을 알아차리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천우 씨, 보통내기가 아니네.' 하문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대표님, 천우 씨가 대표님의 숨겨진 칼인가요?"하문의 질문에 임완유가 살짝 놀라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이혼한 뒤, 자기 밥벌이라도 하고 살라고 취직을 시켜줬을 뿐이다.예천우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고 이번 기회에 예천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한편, 유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근데 정말로 인세티브를 저희 보너스로 주실 거예요?""네, 얼마 되지도 않는 돈... 상관없어요." 예천우가 말했다."얼마 되지 않다고요?"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간 예천우가 보여줬던 행동들을 돌이켜 보았다. 생각해보면 예천우는 영업 판매에서 남다른 내력이 있었다."앞으로 1팀 잘 부탁해요!"예천우가 말했다."아닙니다. 저한테 이런 기회 줘서 고맙습니다." 유현이 황급히 말했다."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나 먼저 갈게요, 여긴 유현 씨가 맡아줘요.""네? 퇴근 시간 아직 남았어요.""유현 씨가 나 대신 있잖아요."예천우는 이 말을 남기고 곧장 나가버렸다.유현은 멍하게 멀어지는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주차장에 도착한 예천우가 차에 막 오르려던 순간, 임완유가 그를 발견했다.임완유는 급한 일이 생겨 집에 다녀와야 했다. 그런데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바람에 출발하지 못했다. "예천우!""아직 퇴근 시
예천우는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내가 이 회사 직원 모두를 조사했다면, 믿을래?""당신 생각은 어떤데?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임완유가 예천우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대답해. 나 진지해.""그래.""마침내 친구 중에 전휘성을 아는 친구가 있더라고." "그래서 승진 한 번 해보려고 얻은 정보를 이용했지."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거짓 이유를 꾸몄다."그랬구나. 정말 운 좋은 것 같네. 어쩜 이렇게 귀인들의 도움만 받는지.""그러니까. 하지만 나한테 제일 중요한 귀인은 당신이야. 당신 덕분에 이렇게 취직하고 편안하게 사는 거잖아." 예천우가 장난스레 말했다.임완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알면 됐어. 회사 일 제대로 해, 사고 치지 말고.""그럴게.""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나 집까지 데려다 줘." 임완유가 말했다."운전하고 가도 되잖아." 예천우는 사실 진가인을 만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데려다 주기 싫어?" 임완유는 살짝 화가 나 있었다."아니야!""차가 고장 났어." 임완유는 말을 하면서 예천우의 차에 올라탔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유은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완유야, 무슨 일 생겼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니?""무슨 일인데 이렇게 다급해?" 임완유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급한 일이니 얼른 와." 유은수는 소파에 단정히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공손 가문의 공손진이 와있었다. 소정이 몰래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우수한 남자가 있다는 걸 모를뻔했다.임완유가 전화를 끊자, 예천우가 물었다."집에 무슨 일 있어?""몰라!"임완유가 고개를 저었다.예천우는 속도를 올렸고 두 사람은 곧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집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가봐 예천우도 같이 내렸다.유은수는 공손진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봐 노심초사해서 임완유가 오길 기다렸다. 그녀는 수시로 문을 확인하며 딸을 기다렸다.때마침 임완유가 집안에 들어서자, 유은수가 기
예천우는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만으로도 백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특히 백씨 가문과 흑호파의 밀접한 관계와 원래부터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던 백씨 가문의 행적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그래서 그는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지금 당장은 성종대회 참가가 우선이었으니까.그런데도 김희자는 계속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다.이 정도면 그냥 놔두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좋아. 원한다면 끝까지 가보자.”김희자는 예천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았고 옆에 있던 백도훈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도훈아,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고작 풋내기 하나도 못 이기고 이 꼴이 돼? 정말 쓸모없는 놈이네.”‘쓸모없는 놈? 내가?’평소라면 백도훈은 그 말에 참았을 것이지만 지금 그는 평생 쌓아온 무공을 잃고 인생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다.‘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이었는데? 신중한 성격대로 움직였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그런데 그걸 다 무시하고 억지로 싸움을 붙인 건 바로 김희자였다.백도훈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그러나 김희자는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은 채 쏘아붙였다.“뭘 봐? 너 때문에 백씨 가문이 얼마나 큰 손해를 봤는지 알아? 이제 넌 쓸모도 없으니 네 몸은 네가 책임져. 스스로 119나 불러. 난 널 신경 쓸 시간도 없어.”그녀는 그렇게 냉정한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백도훈이 알아서 하든 말든 더 이상 관심도 없는 듯했다.“하...”백도훈은 분노와 모멸감에 치를 떨면서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올려 전화를 걸었다.“형...”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무거웠다.“단전이 완전히 파괴됐어. 지금 당장 돌아와 줘.”백강호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생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박함과 절망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뭐라고?”그는 즉시 전화를 끊고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이미 아들 백지훈이 폐인이 된 상태였고 아내
예천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에게는 처음부터 명확했던 일이었기에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경찰에서 전화 온 거야?”그러자 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전화 왔어.”“오늘 오후에 경찰이 엄마를 데려갔어.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모든 걸 하나하나 다 자백했대.”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이전까지 엄마가 그렇게 확신에 차서 아니라고 했던 말을 믿고 싶었고 차마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하지만 결국 유은수는 줄곧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사실 유은수도 속수무책이었다.경찰서로 끌려갔을 때부터 다리가 후들거렸고 경찰이 사실대로 자백하고 피해자의 용서를 받아 합의서를 작성하면 바로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하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경찰은 유은수에게 만약 거짓말을 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결국 그녀는 가장 믿고 있는 딸이 자신을 감옥에 보내진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고 망설임 없이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유은수는 두려워서 심지어 너무 자세하고 완벽하게 자백했다.그런데도 임완유는 직접 유은수에게 전화해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러기도 전에 오히려 먼저 유은수가 전화를 걸어와 내일 오전에 천해시 경찰서로 와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유은수는 모든 것을 인정했다.유은수의 말을 들은 임완유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희망이 완전히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임완유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너무 힘들어하지 마. 어쩌면 네 어머니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어.”“사정?”임완유는 허탈한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제 보니 처음부터 네 말이 맞았어. 그냥 엄마는 나를 밀어내고 싶었던 거야. 임연 그룹에서 유일한 주인이 되고 싶어서 내 성과를 절대 인정할 수 없었겠지.”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엄마의 딸이잖아. 딸의 성공을 축하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걸까? 이게 정말 어머니가 할 행동이었을까?”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백도훈이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본 김희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뭐야? 나 때문이라는 건가?’그녀는 자신이 직접 때린 것도 아닌데 백도훈이 왜 이런 눈빛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예천우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말도 안 돼! 분명 처음에는 도훈이가 우세였는데.’김희자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야!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예천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쓸데없는 말 말고 빨리. 2조 원은 언제 줄 건데?”“뭐? 2조 원? 웃기지 마. 네가 사기를 쳤잖아. 이런 건 인정 못 해.”“그래?”예천우는 눈빛이 차갑게 변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보아하니 아침의 교훈이 부족했나 보네.”“너,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여긴 경찰서 바로 앞이라고! 살려...”“짝!”“으악!” 김희자는 비명을 지르며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예천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누가 아까 경찰 부르지 말자고 했더라? 마지막으로 물을게. 2조 원은 줄 거야? 말 거야?”김희자는 이를 악물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줄... 줄게!”“좋아. 근데 너 같은 사람이 한 번에 2조를 내놓을 리 없으니 우선 2천억부터 보내. 남은 돈은 하루 안에 준비해.”그 말에 김희자는 얼굴이 새파래졌다.“나, 나 지금 당장 2천억은 없어...”“그럼 어쩔 수 없지.”예천우는 담담하게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며 말했다.“네 목숨이 2조 원짜리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지금 여기서 처리하면 백씨 가문도 돈 굳겠네?”“잠, 잠깐만. 있어. 있어!”김희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급하게 소리쳤다.“그럼 빨리 보내. 5분 줄게. 5분 안에 입금 안 하면 네 목숨으로 대신 받을게.”“알겠어.”김희자는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지시했다.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깨달았다.‘이 자식 미쳤어... 진짜야...’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백강호가 돌아오면 돈을 다시 뺏어오면 되겠다고
예천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이제까지 지켜본 결과 백도훈의 움직임은 확실히 정교했다.그렇다는 건 분명 누군가가 뒤에서 가르쳤다는 뜻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이 수련하는 무공으로 이렇게 정교한 몸놀림이 나올 리 없었다.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누가 가르쳤든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그가 아직 반격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바로 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그런데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더 이상 봐줄 필요가 없었다.반면, 백도훈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처음에는 예천우가 얼마나 강한지 긴장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뭐야,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자신이 계속 몰아붙이고 있는데 상대는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고 있었다.운이 좋게 몇 번 피해 간 게 아니었더라면 이미 몇 대는 맞았을 것이다.그리고 지금쯤이면 상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강한 줄 알았는데 고작 암경 절정의 경지겠네? 나랑 한 단계 차이가 나는데?’처음에는 예천우를 경계했지만 이제 보니 괜한 걱정을 한 듯했다.그가 흑호를 이긴 것도 아마 기습 덕분일 가능성이 컸다.‘아하, 신법이 워낙 뛰어나니 흑호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당했겠군.’그렇게 생각하니 자신감이 더욱 차올랐다.예천우가 더 이상 피하지 못하도록 유도해야 했기에 그는 일부러 멈춰 서서 비웃듯 말했다.“계속 도망만 다니는 게 네가 할 줄 아는 전부냐? 나랑 정정당당하게 한 번 붙어볼 용기는 있어?”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원한다면야.”백도훈은 속으로 비웃었다.‘이 녀석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군. 이렇게 쉽게 도발에 넘어오다니.’그가 반대로 도망치는 처지였다면 절대 이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주먹을 꽉 쥐고 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소리쳤다.“좋아. 그럼 한 방 받아 봐!”그의 주먹이 날아갔다.처음에는 위압감을 주기 위해 힘을 조금 감춘 상태였다.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역시 김희자 씨, 대단하시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곧 네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알게 될 거야.”김희자는 싸늘하게 웃었다.“보아하니 김희자 씨는 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나비 회사에 투자할 돈이 2조 원이라 했지. 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호구가 있군.’“내기?”“네. 만약 제가 백도훈을 이기면 당신이 저에게 2조를 주는 거예요.”“뭐라고? 2조 원?”김희자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자식아, 넌 2조 원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대체 뭘 걸고 나랑 내기하겠다는 거지?”“제 목숨을 걸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은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풋, 네 목숨 따위가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희자는 조롱하듯이 크게 웃었다.‘저 하찮은 녀석의 목숨이 감히 2조 원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그럼 내기는 취소하고 그냥 싸우죠.”예천우는 무심하게 덧붙였고 그때 김희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안 돼! 내기할 거야.”예상대로였다.김희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좋아. 네가 제안한 거니까 우리가 지면 2조 원을 주지. 하지만 네가 지면 네 목숨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형수님, 그건...”백도훈이 당황하며 말하려 했지만 김희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걱정할 것 없어. 난 널 믿어.”김희자는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겨우 저런 풋내기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화경 초급의 경지인 백도훈을 이길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건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안 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이기기만 하면 이놈을 내 손으로 철저히 짓밟을 수 있어.’백도훈도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어차피 말뿐인 내기였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좋아요. 저는 이미 녹음
진 서장은 이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김희자란 여자는 도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감히 경찰을 이렇게 무시해?’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꾸짖으려 했지만 그때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 서장님, 이분들이 이렇게 싸우고 싶어 하시니 그냥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요?”그러면서 그는 백도훈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백도훈 맞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한 번 겨뤄보자. 단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든 책임은 각자 지는 걸로 하자.”백도훈은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김희자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좋아. 이건 네가 먼저 제안한 거야. 네가 죽어도 우리 탓이 아니라고.”백도훈은 순간 멍해졌다.‘형수,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건 내가 해야 하는데 왜 형수님이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는 신중한 성격이라 예천우를 계속 살펴보고 있었으나 보면 볼수록 상대를 쉽게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경계심이 커졌다.다행스럽게도 그때 진 서장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싸우더라도 경찰서 안에서는 절대 피를 보거나 사상자가 나오는 일은 허락할 수 없어요.”그러자 김희자는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그럼 밖으로 나가서 하면 되잖아?”“좋아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백도훈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이제 진짜 피할 수도 없게 됐네...’진 서장은 김희자가 계속하여 억지를 부리자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나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아요. 당신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당연하죠.”김희자는 확신에 찬 듯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별일 없을 거야. 우리는 말이지. 저놈은 박살 나겠지만 말이야.’진 서장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주변 경찰들에게 지시했다.“너희들도 각자 할 일에 집중해.”경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장님의 명령을 따랐다.그들이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