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얌전하게 있으면 몰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면 회사에서 나가게 만들어야죠."1팀 사원들은 하나같이 영업실적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회사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고 1팀보다도 훨씬 강한 팀이다.이신향 혼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하문이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2팀은 지금쯤 1팀의 뒤꽁무니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장연희가 의기양양했던 이유는 김선이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예천우는 결코 팀장직을 굳건히 지킬 수 없을 것이다.합심해서 이번 달 매출이 마이너스가 나오게 하면 예천우를 혼내줄 수 있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얼마 안 가, 예천우가 유현을 데리고 1팀 사무실로 들어왔다.그의 곁에는 또 한 명의 미모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하문의 비서다.직접 그들을 1팀에 데려와 소개할 생각이었으나, 예천우가 그녀를 귀찮게 바라본 탓에 기분이 나빠진 하문은 비서에게 이 일을 맡겼다. 비서를 그에게 배치한 것만으로도 이미 의리는 지킨 셈이다.하문의 비서와 예천우, 유현이 함께 들어오자, 예천우의 발령이 내려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사람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그들에게 눈길을 한 번 주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일에 몰두했다.비서가 살짝 당황하더니 황급히 소리쳤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전부 멈추고 여기 봐주세요. 1팀에 새로 온 팀장님을 소개할게요."그녀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불쾌한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들은 예천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문이 직접 소개를 하는데 무시할 수 없었다."예 팀장님이 앞으로 1팀을 책임질 겁니다, 알겠습니까?""네!"사람들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답했다. 그리고 몇 명의 여사원들은 예천우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버렸다.어쩌면 예천우가 외모를 팔아 승진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입사하자마자 승진을 할 리 없었다.예천우의 증서에 관해 김선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1팀 사람들은 당연히 예천우를 오
사무실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인원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조금 붐비는 것만 제외하면 모두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부 다 모였죠?" 예천우가 물었다.애석하게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예천우는 전혀 민망해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전부 모였나 보네요. 자, 지금부터 한 명씩 자기소개해주세요. 여러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그쪽부터 자기소개하세요."예천우는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유사라를 가리켰다.살짝 당황하던 유사라는 얼굴을 잔뜩 구기더니 대뜸 소리를 질렀다. "유사라라고 합니다!""끝났습니까?""네!" 유사라가 싸늘하게 답했다."다음!" 예천우는 꼬투리를 잡지 않고 빠르게 넘어갔다.앞에서 스타트를 자기 이름만 밝히는 자기소개를 하자, 뒷사람들도 자연스레 이름만 밝혔다. 군더더기 없이 이름만 깔끔하게 밝혔다.일부러 예천우를 난감하게 만들려는 모양새였다.유현은 사람들이 예천우를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마땅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래요. 다들 아는 사이니까. 그럼 이제 내가 자기소개를 할 차례네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장연희는 이 광경이 웃겼다. '저 바보 같은 놈은 할 줄 아는 게 자기소개밖에 없는가?'"반가워요.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새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예천우입니다.""우선,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네요. 난 영업에 소질이 없어요.""그리고 경영 관리에 관해서도 잘 모릅니다."예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그의 발언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당황했다.'미친, 누가 자기소개를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냐? 농담하는 건가?'전휘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 팀장직을 맡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창피하지 않으세요?"예천우가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전휘성의 고개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는 사실 방금 자기가 내뱉은 말을 벌써 후회
"하하!""당신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내가 매달 이 회사에 가져다주는 매출이 얼마인데!"전휘성이 대폭소를 하며 예천우를 비아냥거렸다.만약 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회사 측에서 그를 해고할 수 있다. 하지만 팀장의 말에 반박을 했다고 회사에서 쫓겨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뒷배가 있는 그를 예천우가 무슨 자격으로 쫓아낼 수 있을까. 설령 아무런 뒷배가 없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는 없다.대표가 직접 그를 해고하겠다고 해도 그는 기꺼이 대적할 것이다.예천우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딴 건 궁금하지 않습니다. 내 말 얌전히 따를 생각 없으면 지금 당장 나가세요.""내가 안 나가고 버티면 어찌할 건데?"전휘성은 꿈적도 하지 않으려 했다."그래요, 어쩔 수 없이 전휘성 씨의 공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작년 10월 15일, 전휘성 씨는 회사 물건을 최저가로 순성에 팔아넘긴 다음 중간에서 6천만 원을 횡령했습니다.""12월 10일에는... 3월 5일에는 H 호텔을 김선 씨와 갔네요..." "닥쳐! 어디서 헛소리야!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전휘성이 소리를 질렀다.김선과 호텔에 가 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만 알고 있어야 할 일을 예천우까지 알고 있자 그는 당혹스러웠다."헛소리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되잖아요!""이딴 건 알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요!""철저히 조사하면 전휘성 씨가 엄중한 처벌을 받는 건 당연지사고 감방에도 갈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호텔 사건은 호텔 CCTV만 확인해도 끝나는 일이에요.""남녀가 호텔에 간 게 중범죄도 아니고, 소문만 안 좋아지는 거니 이건 걱정하지 마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동안 예천우는 사람을 시켜 임유그룹과 연관된 사람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예천우는 상대의 치부까지 낱낱이 알게 되었다, 그의 기분에 따라 그 자료를 공개할 수도 있고,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려성한에 관한 치부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
유사라는 겁에 질렸는지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인정한다니 다행입니다. 자, 지금부터 규칙을 발표하겠습니다.""첫째, 난 여러분들의 팀장이지만 여러분을 일일이 관리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유현 씨가 나 대신 여러분을 관리할 겁니다.""유현 씨가 하는 말은 곧 내 말이니 다들 유현 씨한테 협조해주세요. 알겠죠?"예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이 말을 한쪽에서 듣고 있던 유현은 입을 떡 벌렸다.유현이 뭐라고 하기 전에,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현 씨가 업무에 관해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맡은 바를 충실히 홰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요.""예, 팀장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유현이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답했다. 유현은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다. 다만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성격이 내성적이라 줄곧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다른 의견 없죠?""없습니다!"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예천우의 말에 동의했다.1팀 사원들은 유현을 알고 있다. 판매 실적이 자신들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애송이가 그들을 관리한다는 게 어이없었다.예천우가 인맥을 마구잡이로 꽂아넣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임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예천우만 곤란해진다. 그들은 우연하게 잡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예천우를 제대로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둘째, 앞으로 내가 맡긴 일은 최선을 다해서 완성해야 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여러분의 근무 태도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온종일 외근을 나가든, 딴짓하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난 판매 실적만 볼 겁니다.""저... 팀장님, 영업은...""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난 오직 결과로 판단합니다. 여러분 중, 판매 실적이 하락하는 분이 나온다면 그분은 이 회사를 떠나야 할 겁니다. 괜히 남아서 월급만 축내지 마세요."예천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사람들은 포악하게 구는 예천우의 행동에 할 말을 일었다.장연희의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 자신이
예천우의 파격적인 발언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팀장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장연희가 황급히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팀장은 자기가 맡은 팀의 판매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 평가에 따라 팀장의 인세티브가 올라가는 셈이다. 팀을 2개로 나눈 이유도 서로 경쟁을 하기 위해서다.예천우는 엄청난 인세티브를 그대로 사원에게 돌려주고 자신은 월급만 받겠다고 했다."거짓말 같아요?""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킵니다."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팀장님은 월급만 받으시겠다는 거예요?""비록 금액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금은 평등하게 지급받을 겁니다.""평등하게요?"장연희이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모두가 균등 분배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위를 나눠야 모두 열심히 일할 것이다."네.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팀이고 서로 도우면서 함께 실적을 올리도록 해요.""여러분의 성과금은 여러분의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받게 될 보너스의 금액은 반드시 균등할 겁니다.""여러분만 열심히 일하면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겁니다."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지위가 달라지면서 예천우가 풍기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아주 좋은 사람 같았다.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은 확실히 예천우에게 압도당했다."내 규칙은 여기까지입니다. 회의를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각자 위치로 돌아가 일하세요."예천우는 할 말을 끝내자마자 사람들을 내쫓았다.얼이 빠진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예전에 김선이 팀장으로 있을 때에는 회의를 할 때마다 욕설이 난무했고 잔소리도 끝없이 늘어놓았다.심지어 같이 서로 비난하게 했다.그러나 새로 온 예천우는 간단명료했다. 사원들은 새 팀장이 마음에 들었다.유현은 옆에서 예천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예천우는 능력과 실력이 있는 사람 같았다, 그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다고 굳게 믿었다.사무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술렁거
아무도 생각지 못한 규칙을 제시했고 전휘성에 관한 조사도 미리 끝내둔 예천우가 감탄스러웠다. 자신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다.하문이 사무실로 임완유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임완유가 전휘성에 관해 조사한 뒤, 예천우가 대신 처리를 해줬다고 여겼다.그러나 하문의 보고에 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전휘성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임완유는 예천우가 세운 규칙들을 듣고 감탄했다.단순한 회의로 예천우는 팀을 완전히 장악했다.앞으로 그의 표현이 기대되었다.하문은 이 모든 게 예천우의 생각인 것을 알아차리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천우 씨, 보통내기가 아니네.' 하문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대표님, 천우 씨가 대표님의 숨겨진 칼인가요?"하문의 질문에 임완유가 살짝 놀라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이혼한 뒤, 자기 밥벌이라도 하고 살라고 취직을 시켜줬을 뿐이다.예천우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고 이번 기회에 예천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한편, 유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근데 정말로 인세티브를 저희 보너스로 주실 거예요?""네, 얼마 되지도 않는 돈... 상관없어요." 예천우가 말했다."얼마 되지 않다고요?"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간 예천우가 보여줬던 행동들을 돌이켜 보았다. 생각해보면 예천우는 영업 판매에서 남다른 내력이 있었다."앞으로 1팀 잘 부탁해요!"예천우가 말했다."아닙니다. 저한테 이런 기회 줘서 고맙습니다." 유현이 황급히 말했다."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나 먼저 갈게요, 여긴 유현 씨가 맡아줘요.""네? 퇴근 시간 아직 남았어요.""유현 씨가 나 대신 있잖아요."예천우는 이 말을 남기고 곧장 나가버렸다.유현은 멍하게 멀어지는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주차장에 도착한 예천우가 차에 막 오르려던 순간, 임완유가 그를 발견했다.임완유는 급한 일이 생겨 집에 다녀와야 했다. 그런데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바람에 출발하지 못했다. "예천우!""아직 퇴근 시
예천우는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내가 이 회사 직원 모두를 조사했다면, 믿을래?""당신 생각은 어떤데?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임완유가 예천우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대답해. 나 진지해.""그래.""마침내 친구 중에 전휘성을 아는 친구가 있더라고." "그래서 승진 한 번 해보려고 얻은 정보를 이용했지."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거짓 이유를 꾸몄다."그랬구나. 정말 운 좋은 것 같네. 어쩜 이렇게 귀인들의 도움만 받는지.""그러니까. 하지만 나한테 제일 중요한 귀인은 당신이야. 당신 덕분에 이렇게 취직하고 편안하게 사는 거잖아." 예천우가 장난스레 말했다.임완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알면 됐어. 회사 일 제대로 해, 사고 치지 말고.""그럴게.""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나 집까지 데려다 줘." 임완유가 말했다."운전하고 가도 되잖아." 예천우는 사실 진가인을 만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데려다 주기 싫어?" 임완유는 살짝 화가 나 있었다."아니야!""차가 고장 났어." 임완유는 말을 하면서 예천우의 차에 올라탔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유은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완유야, 무슨 일 생겼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니?""무슨 일인데 이렇게 다급해?" 임완유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급한 일이니 얼른 와." 유은수는 소파에 단정히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공손 가문의 공손진이 와있었다. 소정이 몰래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우수한 남자가 있다는 걸 모를뻔했다.임완유가 전화를 끊자, 예천우가 물었다."집에 무슨 일 있어?""몰라!"임완유가 고개를 저었다.예천우는 속도를 올렸고 두 사람은 곧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집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가봐 예천우도 같이 내렸다.유은수는 공손진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봐 노심초사해서 임완유가 오길 기다렸다. 그녀는 수시로 문을 확인하며 딸을 기다렸다.때마침 임완유가 집안에 들어서자, 유은수가 기
"몰라서 묻니? 당연히 너한테 공손진 도련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소개해주려고 불렀지. 예천우 같은 녀석과 살면 반드시 후회할 거야."유은수가 노발대발했다.'어쩐지, 이 사람 내쫓으려고 하더니...'임완유가 유은수를 나무랐다. "엄마, 내가 언제 해달라고 했어? 전에도 말했지만, 아직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야.""네 나이가 몇인데, 곧 있으면 서른이야."유은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오늘 도련님 진심으로 대해, 안 그럼 여기서 혀 깨물고 죽어버릴 거야. 너도 도련님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곧 알게 될 거야."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중에 얘기해."유은수는 예천우를 자기 뜻대로 할 수 없게 되자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넌 이따가 완유 경호원이라고 소개해. 안 그럼 가만히 안 있을 거야."예천우가 싱긋 웃더니 말했다. "언제는 저한테 예의를 갖췄었나요?"그는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유은수는 예천우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황급히 따라갔다."공손 도련님?"임완유가 남자에게 다가가 입을 열자, 앉아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허공에서 부딪친 두 사람은 단번에 서로 알아봤다."대표님이세요?"공송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품 넘치는 우아한 기색은 그가 얼마나 점잖은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줬다.유은수는 이 광경에 희색을 띠며 황급히 말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야?""응!"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날 크게 도와주신 분이야.""정말? 이런 인연이 다 있고... 두 사람을 하늘이 이어주나 봐." 유은수가 희색을 띠었다.임완유는 오바를 하는 유은수에게 그만하라는 눈총을 줬다. "엄마, 진정해! 도련님 앞에서 창피하게 왜 이래.""내 말이 틀렸니? 도련님이 워낙 출중한 분이고, 내 딸은 어디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잖아. 천해시에서 가장 유명한 미녀 대표를 쫓아다니는 남자만 해도 한 트럭이야." 유은수가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