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걸은 한참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끼어들었다."이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근데 과연 피아노 곡들을 잘 감상할 수 있겠는지 모르겠네요.""들어본 적은 많지 않긴 하지만 분명히 그쪽보다는 적지 않을거예요."예천우는 일부러 임완유 앞에서 자신에게 도발을 걸어오는 유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뜻밖의 반격에 유걸은 당황했다. 예천우의 말대로 그는 피아노에 대해 아는 게 전혀없었다."허세 부리지는 마시죠.""허세 아니고, 저 진짜 잘 알거든요." 예천우는 여유롭게 웃었다."그럼 제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볼가요?""됐거든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서 시험 받는거 별로 안 좋아해요." 예천우는 가볍게 거절했다.뜻밖의 신경전에 임완유는 저도 모르게 둘을 번갈아보았다.한편으론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예천우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유걸과 함께 있을 때랑은 달리 덜 눈치가 보였다. 임완유의 이런 마음을 유걸도 진작에 눈치를 챘다.그리하여 더더욱 화가 났다. 자신이 공을 들여 짠 판이 계속하여 이렇게 흐트러지게 되니. 그는 곧이어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곧 연주회가 시작될거야. 얼른 가서 자리에 앉자.""응, 그래."두 사람이 자리를 찾으러 떠나자,예천우도 곧바로 함께 했다.이를 본 유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쪽은 모처럼 이렇게 화려한 곳에 온 것 같은데,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하시죠?” "연주회가 시작된다 하잖아요. 저도 들을거거든요."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유걸은 그가 얄미워 미칠 지경이었다.이번 연주회의 좌석 배치는 일반 연주회와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모두 세 좌석에 작은 둥근 탁자 하나씩 배치되어있었다.가장 큰 포인트는, 앞의 첫 줄에 있는 몇 개의 원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원탁들은 모두 마음대로 앉을 수 있는 좌석들이었다. 심지어 넉넉하게 여분의 자리도 남겨뒀었다.그리하여 이번 연주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탁상 옆에 도착하자마자 임완유는 자연스레
피아노에 대해 잘 모르는 유걸이었지만 그는 괜히 시비를 걸고 싶었다. 이렇게 큰 연주회에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수 있는 실력의 고수라면 틀림없이 뛰어난 실력자일텐데 어떻게 그저 보통이라고 평가를 할 수가 있지?다들 기립박수 하는 거 안 보여?"무식한 놈."예천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더이상 유걸을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러자 유걸은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제3자로서 지켜보고 있던 임완유는 더 이상 참다 못해 호통을 쳤다."예천우, 너 말 조심해.”"됐어. 딱 보니까 피아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나한테 들켜서 일부러 나한테 도발을 하면서 센 척 한거야. 민망하면 그럴 수 있지 뭐."유걸은 옆에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러나 임완유는 마치 바보를 보듯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사실 예천우의 말이 맞긴 한데, 정말 피아노에 대해서 모르는건 너인 것 같네. "완유야, 굳이 그렇게 날 볼 필요는 없어. 비록 천우 씨가 일부러 나쁜 의도로 날 건드리긴 했지만 내가 그렇게 뒤끝 있는 성격은 아니라서 걱정 마. 어찌 됐든 천우 씨는 네 남편인데 내가 체면을 세워 줘야지."유걸은 점점 허세를 떨어갔고, 이렇게 하면 임완유가 감동을 받을 줄 알았다. 정작 임완유는 내심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유걸이 매번 자신을 도와준걸 생각하면 차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일단 연주회나 계속 듣자."멍청한 놈.예천우도 한심하기 그지 없는 유걸 때문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그 영문을 알리가 없던 유걸은 괜히 기분이 나빴지만 따질 수는 없어 계속 음악을 감상하기로 했다.곧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해외파 피아니스트였다. 이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갔다.곧 마지막이 다가올 시점, 사회자가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음으로 모실 분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맨틀의 공연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주세요!”그러자 장내에서는 열렬한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다들 이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필경 당대 세계 제일
"전혀 없습니다.""그래서 제가 예측하기에도 이 곡은 틀림없이 서양의 피아니스트가 창작한 것일거란 말이죠.""다만 국내 사람들은 본인들의 체면을 살리는 것만 좋아해서 허세도 자주 떨고, 심지어는 이렇게 서양 피아니스트의 곡도 자신의 것이라고 우기고."맨틀이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갑자기 웅성대기 시작했다.이 곡은 국내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아는 곡이었다. 용국 고대로부터 전해져온 곡으로서 몇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믿기지 않는 듯한 얘기에 사람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는 일일이 일어서서 그를 노려보았다.임완유조차도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어릴 때부터 TV에서 봐왔던 스타가 이렇게 자신의 모국을 모욕할 줄은 몰랐다.아무리 대단한 피아니스트라 해도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예천우 또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에 강 선생이 말했던 것처럼, 맨틀은 역시나 용국에 대해 차별을 하고 있었다."저 병신, 대체 뭔 소리를 지껄이는거야? 이 곡은 분명히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거라고.""그러게. 아무리 본인이 가장 잘 연주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면 안되지.”“오래동안 좋아해온 연주자였는데, 이런 쓰레기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많은 사람들의 분노에도 맨틀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득의양양하게 계속하여 조롱만 했다."물론 저도 여러분들이 틀림없이 인정하지 않을거란걸 잘 압니다.""그럼 이렇게 하죠. 여러분 들 중 누구라도 여기에 올라오서 방금 제가 연주한 곡을 저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해내면 그때는 이 곡이 여러분의 것이라고 인정하겠습니다.""맞아. 저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직접 실력으로 증명해봐.""나도 사실은 이 곡이 용국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을 해왔어. 정말로 맞다면 왜 용국에는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없는 걸까.""그렇지. 내가 봐도 이건 용국이 서양 피아니스트의 작품을 표절하고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기는 것 같아.""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게 아니라 그냥 억지를 부리네. 실력도 안
예천우의 갑작스런 돌발 행동에 돌란 임완유는 급히 말렸다."너 뭐 하는거야?"다급했던 나머지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예천우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람들은 시선을 자연스레 그에게로 돌렸다.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하지만 예천우는 오히려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나서야지.""그게 뭔 소리야?""네가 이렇게 가만히 참는걸 난 도저히 못 보겠어. 내가 올라가서 제대로 한 수 보여줄거야.""안돼. 싸움 벌일 생각이면 절대 안돼." 임완유는 평소에 누구보다도 폭력적이던 예천우가 또 이성을 잃을가봐 불안했다. 그러자 예천우가 씨익 웃었다."패버리겠다는게 아니라 실력으로 저 놈들을 이길거야.""걱정 마. 넌 그냥 지켜보기만 해."이 말을 끝으로 예천우는 곧바로 무대 위로 걸어갔다."너 뭐하는거야!"임완유는 막무가내인 그를 미처 붙잡을 겨를조차도 없었다.이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도 당연히 크게 놀랐다."저 사람, 대체 뭐하려는거지?""아까 저 여자가 한 말 못 들었어? 올라가서 때리려는거겠지.""에이, 아닐거야. 설마 맨틀이랑 한 판 붙으려고 하겠어?""그건 말이 안돼. 얼핏 봐도 맨틀보다 더 셀 것 같지는 않아.""정말 불가능하다 해도 그냥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저 용기만으로도 난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그래도 고작 용인이 뭘 할 수가 있겠어. 그 누구도 감히 맨틀이랑 겨룰 수는 없어.""이렇게까지 겁 없을 줄은 몰랐네. 어떻게 보면 괜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 되는거 아니야?""어휴, 내가 다 창피하네."더이상 상황을 수습할 수가 없었던 임완유는 말썽만 피워대는 예천우를 생각하면 연신 한숨만 나왔다. 다시는 어딜 가든 절대 같이 데려가지 않을거야. 한편 유걸은 그런 예천우를 비웃으며 겉으로는 임완유를 달래주었다."너무 걱정하지 마. 천우 씨가 정말로 피아노를 잘 칠 수도 있잖아.” "잘 치긴 무슨... 그 손가락이 어딜 봐서 피아노를 칠 손가락이야? 설령 진짜 칠 줄 안
모두들 벙쪄있었다. 이렇게 설쳐도 되나?그러나 예천우의 무례함을 질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환호성을 질렀다. “잘한다!”비록 다들 피아노 실력은 그가 상대방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데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주로 너무 어려서 아무리 봐도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당, 당신 참 건방지군. 용국이 예의지국이라고 들었는데 예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군.” 분노에 찬 맨틀이 한쪽으로 밀쳐졌다.“예절은 벗에게 갖추는 것이지, 당신 같이 능력이 좀 있다고 해서 용국을 무시하는 쓰레기한테 갖추는 게 아니거든요.”예천우의 얼굴은 분노의 기색이 없이 몹시 평온해 보였지만 말은 심히 날카로웠다.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더욱 열렬히 호응하면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다만 곧바로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말은 멋지게 잘했으나 피아노 연주는 어찌할까.맨틀은 화가 잔뜩 나서 예천우를 매섭게 째려보면서 그가 망신을 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말을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해도 소용없다. 결국에는 실력으로 승부를 본다.임완유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몹시 흥분되었으나 이제 곧 피아노 연주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풀이 죽었다.유걸이 옆에서 속삭였다. “예천우 씨 용기는 가상하나, 경솔하게 올라가서 말은 멋지게 해놓고 그다음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참.”“지면 우리 용국 망신을 시키는 게 아니냐. 만약 처절하게 완패하면 그건 전 용인의 얼굴에 먹칠해서 용국의 죄인이 되는거야.”“설마, 아닐 거야.” 임완유는 눈살을 찌푸렸다.“아니긴 왜 아니야, 인터넷에 업로드되지 않아 다행이지, 아니면 반드시 전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을 거야.” 유걸이 말했다. “역시 너무 어려. 충동적이야.”“어쨌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임완유의 말에는 불쾌함이 섞여있다.그러나 유걸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나불거렸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야. 인내심도 우리 용국의 훌륭한 품성이지. 곰
이때 장내는 고요함만이 흐를 뿐이다. 모두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에 취해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마침내, 누군가 먼저 정신이 들어 두 손을 들어 미친 듯이 박수를 쳤다.그의 행동은 나비효과 마냥 모두를 이끌었다.결국,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그 소리는 연주홀 전체를 흔들었다!“와, 닭살 돋아!”“시발 너무 좋아!”“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어!”“시발, 내 아랫도리를 걸고 맹세하는데, 이건 절대 내 인생에서 들어 본 제일 완벽한 피아노곡이야. 반박 불가!”“대박, 완전 대박!”“이 뻔뻔한 서양 피아니스트들아, 잘 봐둬, 누가 우리 용국에 탑 피아니스트가 없다고 했냐!”이 시각,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아올랐다.원래 조용하던 연주홀이 순식간에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해졌다.유걸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예천우가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광대는 자신이었다.시발.그는 줄곧 예천우가 피아노를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매우 능숙할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를 제치고 모든 사람들의 인정까지 받았다.어떻게 이럴 수가.그 시골뜨기가 어떻게 이런 고급스러운 예술을 안다는 말인가.이건 상위층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놀라기는 임완유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놀아움 뒤에는 흐뭇함이 있었다. 특히 맨틀의 기세를 팍 꺾은 흐뭇함.이 순간, 방금 전 예천우가 한 말이 뇌리에 스쳤다.그는 거짓말하지 않았어. 다 진짜야.자신의 순결을 뺏어간 이 양아치 새끼가 이번에는 끝내 거짓말을 하지 않았구나.임완유가 흥분하고 설레는 모습을 보니 유걸은 질투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시발, 빌어먹을 예천우, 죽여버리고야 말겠어.지난번에 장혁이 예천우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말을 했었다. 심지어 그의 패거리를 반쯤 죽여놔 지금 다들 병원에 누워있다고 했다.그가 잘 달랬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장혁에게 주식으로 사기 친 일을 들킬 뻔했다.하지만 누군가 귀띔해 준 이상 얼마 못 갈 것이다. 다만 그가
“예술가에게는 국경이 있지만 예술 자체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어요. 서양과 동양을 막론하고 그 본질은 완전히 통해요.” “그래서 맨틀 씨가 이런 아마추어 같은 말을 한 것은 정말 뜻밖입니다. 세계 최고의 피아노 거장이라는 당신의 명성을 실추시킨 것과 같아요.”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맨틀은 얼굴이 빨개지며 자신도 모르게 무례한 태도로 말했다. “됐어요. 당신이 반드시 죽어야 하겠다면 원하시는 대로 해세요.” 모든 사람들의 놀란 시선 속에 예천우는 피아노 앞으로 돌아 앉은 뒤 싱긋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맨틀 씨에게 '절망'을 선물합니다.” 그의 말에 장내는 다시 한번 정적에 휩싸였다. 절망은 맨틀의 히트곡이자 그 스스로가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곡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적어도 백 년 동안 이 곡을 이길 만한 곡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는 곡이었다. 맨틀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이어 차갑게 미소 지었다. 이 자식이 화가 나서 정신이 나갔는지, 찾아도 연주하기 제일 어려운 그리고 맨틀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찾았다. 잠시 후 예천우가 어떻게 죽는지 두고 보자. 임완유는 한때 맨틀을 피아노 분야의 우상으로 여겼던 만큼 이 곡에 익숙했다. 하지만 임완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 곡을 훌륭하게 연주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예천우가 이걸 골랐다는 말을 듣자 진땀을 흘렸다. 그런데 그때 깊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잠시 넋을 잃었다. 예천우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그는 완전히 곡에 몰입했다. 마치 그의 영혼이 피아노 속에 녹아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에 예천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연주를 했다. 모든 사람들이 금세 연주에 빠져들었다.사람들은 예전도 절망과 활력이 가득 찬 이 곡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 이 곡에 깊게 빠진 적은 없었다. 절망 속에 용기, 절망 속에 놀라운 생기가 그들을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옆에 서 있
“승복해요. 정말 승복해요!” “승복해요!” 맨틀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세상에 누가 곡을 이렇게 기적적으로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용국 사람이 말이다. 보아하니 옛 친구가 자신을 속이지 않은 것 같다. 용국은 정말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마법의 고대 국가였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너무나 많은 신비하고 전설적인 인물과 사물들이 탄생했다. 임완유는 이미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예천우에게 큰 호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예천우는 자신에게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피아노를 예로 들며 두 사람이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했었다. 어쩌면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은근히 자신을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유걸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특히 임완유가 격앙된 듯 예천우를 바라보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 돼, 이대로는 절대 안 돼. 이때 예천우가 돌아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완유, 나 가야 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그는 사람들이 감동해 흥분한 것을 보았고, 만약 그가 계속 이곳에 머무른다면 많은 방해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급한 일 있어? 무슨 일이라도 있어?” 임완유가 물었다. “아무 일 없어. 난 간다.” 예천우는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 잠시만요.” “잠깐만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 젊은이에 대해 사람들은 아무것도 심지어 이름도 알지 못했다. 임완유도 예천우가 왜 그곳을 떠나려는지 알아채고 일어나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유걸도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밖으로 나온 임완유는 예천우를 따라잡으며 말했다. “우리 차에 타.” “나도 차 갖고 왔어!” 예천우는 멀리 있는 자신의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잘됐다. 내가 네 차를 타고 가면 유걸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돼!” 사
남궁은서는 예천우의 눈짓을 보고 일어나며 말했다.“여기서 일어난 일은 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렇게 먼 길 오신 분들이 많으니 잠시 여기서 쉬거나 둘러보시길 바랍니다.”“내일은 우리 5대 문파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알겠습니다.”여러 종주는 차례로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했다.모든 이들이 자리를 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우찬은 정우환을 데리고 돌아왔다. 정우환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지만 절정종의 깊은 내공 덕분에 적어도 정신은 온전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매우 허약해 보였다.정우환은 형의 상태를 듣고 정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형이 말하는 내용이 믿기지 않았다. 그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일들이었다.그중에서도 절정 노조와 정우찬이 예천우를 주인님이라 부른 것을 듣고는 이 모든 것이 뒤집어진 현실 같았다.만약 절정 노조가 직접 이 사실을 증명해 주지 않았다면 정우환은 여전히 믿지 않았을 것이다.절정 노조는 정우환을 타일렀다.“우환아, 주인님이라고 불러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주인님이 어떤 능력을 갖춘 존재인지 생각해 봐.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너도 알겠지?”“내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있다고 해도 주인님은 손가락만 까딱하시면 우리를 멸망하게 만들 수 있지. 그리고 주인님이 너한테 뭘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봐. 주인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몇 년을 들여서 힘을 회복한다고 해도 너는 더 이상 진보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야. 하지만 주인님을 따르게 되면 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육지 신선의 경지에 이를 수도 있어. 주인님의 능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야. 주인님이 이루어낼 성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야. 그때가 되면 우리의 실력으로는 주인님을 섬기는 것조차 자격이 없을지도 몰라.”절정 노조도 정우환을 설득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다.사실, 형의 말을 듣고 이미 정우환은 마음이 움직였고 절정 노조의 설득이 더해지자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이미 길이 열려 있으니 이 길을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가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예천우의 신기한 손놀림을 보며 모두의 눈엔 놀라움이 가득했다.단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예천우는 오른손을 거두었고 그의 모습은 여전히 우아하고 바람처럼 가볍고 평온했다. 마치 아무런 힘도 들지 않는 듯했다.절정 노조는 정우찬의 상태가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며 기뻐하며 급히 말했다.“주인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모두가 이 말을 들으며 다시 한번 놀랐다. 절정 노조는 육지 신선의 경지에 다다른 세계적 고수였다. 그런 고수가 이렇게 주인님이라 부르며 복종하는 모습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이제 예천우는 양박군에 이어 정우찬과 정우환 두 형제까지 부하로 받아들인 셈이었다.“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이 두 사람보고 꼭 조심하라고 해. 만약 누군가 나한테 해가 될 일을 한다면 난 가차 없이 행동할 것입니다.”예천우는 차분하게 말했다.“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제가 첫 번째로 두 사람을 처리하겠습니다.”절정 노조는 재빠르게 대답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오늘 여기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이 일에 관한 모든 것은 철저히 비밀로 해주세요. 어떤 일도 외부에 누설되면 안 됩니다.”“모두 들었지? 만약 누군가 주인님의 명령을 어기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반드시 처리할 거야.”절정 노조는 즉시 말하며 경고했다. 예천우가 큰 도움을 준 만큼 그만큼 충성스럽게 일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뭔 소리야? 내가 걱정하는 건 바로 너희 절정종의 사람들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여기서 절정종과 화간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내 편이야. 화간종은 총 네 명뿐이니 내가 잘 말해두면 문제없을 것이다. 문제는 절정종 사람들이지. 그렇다고 해도 사실 절정종은 이미 무너졌으니 남아 있는 사람도 많지 않네.”하지만 절정 노조는 즉시 대답했다.“주인님,
절정 노조는 수백 년을 살아온 고수였다. 예천우를 주인님으로 인정한 후 그는 바로 예천우의 생각을 깨닫고 급히 말했다.“정우찬, 왜 멍하니 서 있어? 빨리 무릎 꿇어.”정우찬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그 뜻을 이해했고 그는 얼굴이 살짝 변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절정종은 이제 예천우의 통제 아래 있을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그가 꿈꾸던 육지 신선의 경지라니. 이건 그의 이루지 못한 꿈이었는데 이를 얻을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굳어졌다.정우찬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여 전주님께서 우리 두 형제를 도와주실 수 있다면 그 후로 우리의 목숨도 오직 전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명령만 하시면 절대 거역하지 않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모두가 예천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과연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했다.만약 여 전주의 말대로라면 정우찬과 정우환은 불행 중 다행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잠시 정우찬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여유롭게 말했다.“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은 성종에게 복귀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야. 일단 너희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너희 생명은 내 손에 달리지. 내가 무엇을 시키든 반드시 실행해야 해. 만약 배신한다면 너희는 비참한 끝을 맞을 것이야. 너희도 내 능력을 알고 있겠지?”정우찬은 당연히 예천우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그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오르기 전에 이미 여 전주에게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꿈꾸던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는 기회는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기에 정우찬은 마음을 굳히고 말했다.“네. 확실히 알겠습니다. 여 전주님, 저와 제 형제를 받아주십시오.”“좋아.”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희의 충성심을 받아들일게. 정우환은 원하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면 돼.”“알겠습니다. 주인님!”정우찬은 존경의 말을 더하며 고개를 숙였다. 절정 노조가 예천우를 주인님이라고 부르자 자신도 그에 맞춰 주인님이라고 부르기 시
모두가 하나씩 존경의 태도로 남궁은서를 칭찬하는 모습을 보며 정우찬의 얼굴은 매우 침울해졌다.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돌아와야 했지만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가 나왔다.그러나 남궁은서의 자세를 보면서 남궁은서가 지금 자신의 전성기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는 남궁은서는 신분과 지위 모두에서 성종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다.여 전주가 그렇게 강력한 실력을 갖추고도 자리를 내어주기로 결심한 걸 보니 자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이런 생각에 정우찬은 마음을 조금 놓게 되었다.그러나 그 순간 정우찬은 절정 노조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주인님?’그 말을 듣고 정우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뒤에 나온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그냥 나올 수 있는 게 아닌데... 정우찬의 얼굴에는 수치심이 스쳤다.남궁은서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절정 노조가 그처럼 말하는 걸 보고 그가 이미 완전히 복종한 걸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예천우한테 완전하게 복종하면서 주인님이라 부를 줄은 몰랐다.절정 노조는 정우찬의 놀란 표정과 다른 사람들의 이질적인 반응을 느꼈다.그러나 그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며 차분히 말했다.“주인님의 능력은 천지를 넘어서시니 내가 이렇게 부르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잖아?”그 말을 들은 모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 뭐 정상이라고 하면 정상이겠지.’예천우는 웃으며 답했다.“절정 노조, 말해봐. 무슨 일이야?”절정 노조가 이렇게 예의 있게 말해주는 이상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절정 노조는 급히 대답했다.“정우찬과 정우환 두 형제에 대한 일이에요. 두 사람이 예전에 잘못해서 주인님을 모욕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재능이 뛰어나고 수련 능력도 매우 높습니다. 만약 몸이 회복된다면, 훗날 육지 신선의 경지에 이를
남궁은서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 보니 예천우의 성격상 이런 큰일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었다.원래는 양박군이 괜찮은 후보였는데 그의 실력은 충분하지만 이렇게 큰 종파를 다루는 경험이 부족해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었다.남궁은서는 남궁청휘가 임종 때 유언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성종을 발전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라는 부탁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젠 예천우가 그 자리에 앉을 때까지 자신이 대신해야 할 것 같았다.“어쩔 수 없군. 네가 원할 때까지 내가 대신 맡을게.”남궁은서는 속으로 결심을 다지며 말했고 예천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말을 이었다.“다들 궁금할 수 있겠지만 영종의 종주는 사실 이전 성종 종주님의 딸이었습니다. 영종 종주님의 실력은 다들 보셨죠? 분명히 종사 절정의 경지를 찍은 실력자입니다. 신분과 실력 모두 이번 성종 종주 자리에 적합한 분이시죠. 이의가 없으시죠?”그러자 모두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예천우라는 대단한 존재가 이렇게 말하는 이상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양박군은 예천우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말했다.“귀왕종은 아무 이의 없이 남궁 종주님을 지지합니다!”정우찬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가 가진 자존심과 자신감을 완전히 깨버렸고 이제 그는 아무 힘도 없는 듯 한없이 무기력해졌다.“정우찬,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정우찬이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것을 본 절정 노조는 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절정종도 남궁 종주님을 지지합니다!”정우찬은 이 말을 듣고 더욱 쓰라린 마음을 느꼈다.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절정종도 이미 예천우에게 복종해 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수라전, 귀왕종, 절정종, 영종은 이미 모두 지지 선언을 마쳤고 이제 남은 건 화간종이었다.원현주는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음을 느꼈고 남궁은서와 예천우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화
모든 일이 해결되었음을 확인한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자. 오늘 우리가 나눈 대화는 절대 외부에 누설되지 않게 해. 알겠나?”“예. 주인님.”절정 노조는 고개를 숙여 존경을 담아 대답했지만 대답을 마친 후 잠시 머뭇거렸다. ‘주인님?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지만 곧 자신이 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생각했다.‘내 목숨이 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는데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지.’예천우 역시 잠시 깜짝 놀랐다가 다른 사람의 말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었다. 일이 해결되었으니 그는 오른손을 휘둘러 주변의 장벽을 제거했다.예천우와 절정 노조가 사라진 뒤 약 20분 정도가 흘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쳐 조금 초조해졌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 이상이 없자 그들은 또다시 혹시나 변수가 생길까 두려워해서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사모님,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겠죠?”선우서림이 걱정스레 속삭였다.“그럴 리 없을 거야.”남궁은서도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예천우의 실력은 절정 노조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런데도 절정 노조는 그처럼 오랜 시간을 살아온 괴물이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5분만 더 기다리자. 안 되면 우리가 직접 들어가 봐야겠어.”선우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원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남궁 종주님, 여 전주님은 당신과 어떤 관계인가요?”남궁은서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제야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물론 관계가 있습니다. 이번 행동은 전부 여 전주가 설계한 거니까요.”원현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지만 남궁은서는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한 것 같았다.‘이런... 또 뭐가 숨겨져 있는 건가?’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세상에 정말 사람의 모습을 바꿀 방법이 있을까?변장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신체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거
예천우는 곧바로 자신이 배운 공법을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이 공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번거로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곧 자신이 가진 영혼력과 강력한 정신력 덕분에 배우는 일이 훨씬 수월한 것 같았다.어쩌면 성종의 사리 덕분일 수도 있지만 몇 분 만에 공법의 요령을 모두 익히고 말았다.이 공법은 영혼의 힘을 사용해 사람의 생사를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운 공법이었다. 예천우는 그 공법을 배우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렇게 영혼의 힘을 이용해 사람을 제어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군.’예천우는 속으로 감격하며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층 예리한 눈빛으로 절정 노조를 바라보았다. 이제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물론 이 공법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기 영혼의 힘이 상대보다 월등히 강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또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그리고 상대가 아무 준비 없이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만약 방어한다면 영혼의 힘이 쉽게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가 절정 노조를 바라보자 절정 노조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예천우의 눈빛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선배님,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보물을 주면 저를 놓아주겠다고요.”절정 노조는 급히 물었다.“물론이지. 내가 놓아주겠다고 했으니 확실히 놓아줄 거야.”예천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네가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냥 무사히 놓아주는 건 불가능하겠지.”“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절정 노조는 점점 더 불안해하며 물었다.“간단해. 내가 네 영혼을 통제할 거야.”예천우는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뭐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거죠?”절정 노조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자기가 영혼을 잃은 꼭두각시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너무 긴장하지 마. 전혀 완전한 통제는 아니야. 단지 네 머릿속에 영혼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뿐이야. 만약 나게 나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한다면 한 번의 생각
예천우는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앞에 갑자기 넓고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이 나타났고 그 길이와 너비는 대략 10미터 정도였다.이렇게 거대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자 예천우는 당연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공간 반지는 대략 1세제곱미터도 안 되어서 그조차 매우 신기하게 여겨졌고 세상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공간 안에 신선하고 푸르른 약초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예천우는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약초들이 여기서 시들지 않아?”절정 노조는 잠시 머뭇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다른 공간 반지들은 이렇게 효과가 없었나 싶었고 자신이 뭔가 중요한 보물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래도 그는 솔직히 대답했다.“네. 이곳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의도에 따라 구역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어요. 정말 신기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공간이 너무 작은 게 흠이죠. 겨우 3미터 정도밖에 안 되죠.”“3미터 정도라고?”예천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네. 그런데 이 공간은 변화가 가능한 것 같아요. 처음 받을 때보다 분명히 커졌습니다.”절정 노조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예천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깨달은 듯 눈을 반짝였다.‘이 반지는 아마 주인의 실력이 강해짐에 따라 확장될 수 있는 것 같네.’자신이 절정 노조보다 훨씬 강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그에 비해 공간이 더 커졌고 나중에 실력이 더 올라가면 공간도 더 넓어질 것이다. 언제 한계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반지는 정말 특별하고 비범한 물건이었다.예천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번에 정말 신기한 물건을 얻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이 반지가 옥패보다도 훨씬 더 기쁘고 흥분되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옥패는 현재 아무런 효과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예천우가 그토록
이 장면을 보며 예천우는 마음속으로 떨림을 느꼈다. 어머니는 그 옥패 속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고 그것이 수련자에게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했다.그렇지 않다면 아버지가 그렇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리 없었다.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다른 조각이 부족해서 두 조각을 맞춰야만 비밀을 풀 수 있는 것일까?그 생각에 예천우는 점점 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어쨌든 예천우는 당장 시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괜찮은 것 같고 보니까 꽤 오래된 것 같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에 쓰는 건가?”그 말에 절정 노조는 잠시 멈칫한 뒤 급히 설명했다.“이건 아주 특별한 물건입니다. 다만 저도 정확히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우연히 제 체질을 개선해 준 적이 있어요. 그 덕분에 제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겁니다.”“정말 그런가? 그 당시 상황은 어땠고 그렇게 오랫동안 연구했는데도 뭔가 얻은 게 없었어?”“아뇨.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처럼 수련하던 중에 갑자기 에너지가 넘쳐 흐르더니 자연스럽게 제 안으로 흡수되었어요.”절정 노조는 어쩔 수 없이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옥패의 비밀을 알아차렸다면 지금처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 체질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크게 향상되었고 거의 몇 년의 수련을 한 것처럼 능력이 향상되었다.“제대로 활용법도 모르면서 이게 무슨 보물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이건 분명 쓸모가 있는 물건이에요. 활용하는 방법은 몰라도 선배님께서 두 번째 조각을 찾으면 아마 그 비밀을 풀 수 있을 겁니다.”“두 번째 조각?”예천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절정 노조는 급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예전에 남궁청휘와 함께 유적을 발견하고 탐험했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절정 노조의 설명을 들은 예천우는 모든 것이 이해됐다.이 두 개의 옥패는 분명 쌍이었고 절정 노조가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