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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영감은 분명히 알고 있다

건곤전에 도착하니 태황상은 반쯤 일어나 앉은 채로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었다.

건곤전 안에는 상공공 외에 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이 사람은 온몸에 검은 옷을 두르고 검을 차고 있었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센 것으로 보아 나이가 좀 있어 보였다. 그는 원경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천둥번개가 치듯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었다.

태상황이 해바라기씨를 까면서 그에게 명령했다.

“이만 물러가거라.”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손을 모아 인사하고 물러갔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워서 걸음을 옮길 때 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는 듯했다. 그는 잠깐 사이에 건곤전 밖으로 종적을 감췄다.

“뭘 그리 쳐다보는 게야? 저 자는 암위(暗卫)이니라. 일은 잘 해결됐느냐?”

그녀를 흘겨본 태상황이 한가로이 물어왔다. 그는 꽤 기운이 있어 보였다.

문득 원경능은 이 영감이 정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희씨 어멈을 사주한 사람까지도.

영감은 그녀를 보더니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원경능은 머리털이 쭈뼛하고 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 이 영감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상공공, 내 태상황께 따로 할말이 있으니 잠깐 자리를 비켜주시게.”

원경능은 혼자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제대로 알아내야 했다. 상공공은 매우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는 곧 밖으로 나갔다.

태상황은 여전히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얄밉기까지 했다.

“물어볼 거라도 있느냐? 과인이 대답해 줄지는 모르겠다만.”

“누가 약을 바꿨습니까?”

원경능이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알고 계시지요?”

“알지!”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소나자.”

“어디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십니까?”

“방자하도다!”

태상황이 화내며 소리쳤다.

“지금 어느 안전에 말하는 것이냐?”

원경능은 눈을 내리 깔고 가슴에 가득 맺힌 억울함을 참으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태상황은 ‘흥’하며 콧방귀를 뀌고는 계속해서 해바라기 껍질을 깠다. 그러다가 사실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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