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 쪽에서도 원경능의 임신 소식을 듣고 반가워했다.비록 그녀는 원경능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찌됐든 지금 그녀가 이미 초왕비라는 점은 당분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비록 왕비의 가문은 좋지 않으나 적자를 낳는다면 그래도 다를 것이다.이 아이가 사내아이이기만을 고대할 뿐이었다. 현재 친왕 중에는 아직 아들을 낳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넌 이후 죽을힘을 다해 원경능이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정에 무슨 바람이 부는 지 너도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원경능이 아들을 낳는다면….”현비가 목소리를 낮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네가 태자의 자리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현비는 사실 다섯째가 태자자리를 다툴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원경능의 임신은 그녀를 크게 자극했다. 그녀는 지금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고 투지가 충만했다.조정의 형세는 변화무쌍했다. 황제가 오늘날 자손의 여부로 태자자리를 정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모비, 그래도 그 희망은 버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조정에 부는 바람이 부황의 진실된 뜻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네가 뭘 안다고 그러느냐?”현비가 그를 쏘아보았다.“지난날이라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만, 너는 네 부황의 마음이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냐? 네 부황 슬하의 그렇게 많은 황자들 중 아직도 네 부황에게 사내 황손을 안겨준 이가 없다. 백성들도 적지 않게 비난할까 걱정이구나.”그녀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바로 황제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급한 것은 조정에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느냐 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문무대신들이 모두 이 말을 믿기만 한다면, 자연히 다섯째를 떠받들 터였다. 그러면 때가 되어 태자의 자리를 쟁탈할 때 충분한 경쟁 요소를 갖게 되는 셈이었다.현비는 우문호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이 아이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할 것이다. 이 모비가 네게 처방전을 알아봐주마. 듣기론 민간의 몇몇 방법들이 특별
원경능이 침대로 돌아갔을 때 그녀는 자신이 한 번 죽고 다시 살아난 것만 같았다.일어나자마자 하늘과 땅이 빙빙 돌더니 미친 듯이 토했다.태의가 모셔졌다. 그녀가 창백한 낯으로 무기력하게 물었다.“어째서 내 반응이 이렇게 심한 것인가?”조 태의가 말했다.“왕비의 몸이 너무 상하신데다 그저께 격노하시어 간장의 울화로 혈기가 막혀 이렇게 괴로운 것입니다. 몸조리를 잘 하신다면 많이 나아질 것입니다.”“빨리 몸조리해주게. 무슨 약이라도 좋으니. 내 어지럼증과 구토를 멈춰주게….”원경능은 눈을 뜨고 있을 힘조차 없었다. 우문호는 다급해서 한 손으로 어의를 끌고 나갔다.“좋은 처방전은 없는 것인가? 태후께서 하사하신 보약들을 좀 써보게나.”조 태의는 오히려 우문호를 더 멀리 끌고 가서 탄식하며 말했다.“왕야, 사실대로 아뢰겠습니다. 오늘 원판 대인과 의논했었습니다. 왕비의 이번 임신은 시기가 잘못되었습니다. 왕비는 아직 제대로 몸조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왕비가 자금탕을 먹고 며칠 뒤 해독탕을 드렸겠지요. 그건 자금탕의 한성(寒性)을 억지로 누른 것입니다. 지금 갑자기 폭발하니 왕비께선 당연히 몇 백배로 고통스러우실 테지요. 게다가 자객의 습격을 당했을 때 기혈이 손상되기도 했고요. 소인이 듣기 싫은 소리를 좀 하겠습니다. 현재 왕비의 신체 내부는 해진 솜과 같습니다. 가볍게 누르기만 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버틸 힘이 없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요.”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이를 갈았다. 애초에 자신은 왜 그리도 멍청했단 말인가?태의가 말을 이었다.“왕비가 이런 몸 상태에서도 임신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금단의 효력 덕분일 겁니다. 자금단이 왕비의 기혈을 통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일시적인 것입니다. 이젠 약효가 떨어졌으니 모든 것은 왕비의 운에 맡겨야 합니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태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만약, 이 아이를 포기한다면 어찌되는가?”태의가 깜짝 놀랐다.“절대 아니 될 일입니다. 강제로 낙태한다면 왕비의 몸
노부인은 이 말을 듣지 못했다는 듯 손씨 어멈더러 준비하라 일렀다.경후는 노부인이 반드시 그의 앞날을 생각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긴히 부탁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물러갔다.경후의 생각이 맞았다.경후부의 사람이 왔을 때 우문호는 그녀를 만나지 못하게 했지만 그는 그녀가 노부인을 관심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노부인이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왔으니 만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그가 친히 나가서 맞이하며 공손히 인사했다. 심지어 ‘조모’라 부르기까지 했다.노부인은 현주 출신이었으니 예의를 알고 있었다. 그가 우문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왕야, 너무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초왕의 조모는 지금의 태후였다. 만약 친밀한 관계라면 그런대로 구애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규칙이 적절하여 잘못을 골라낼 수 없었다.우문호가 이미 이 말을 입밖에 냈으니 그녀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라면 눈치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우문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으로 초대했다. 원경능은 노부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어나 앉으려 했다. 우문호가 재빨리 다가와 그녀를 말렸다.“일어나지 말고 누워있어. 어르신이 남도 아니고.”원경능이 불만을 터뜨렸다.“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누워있었다고요.”“나중에 내가 주물러줄게. 어르신과 얘기하고 있어. 관아에 좀 다녀올게.”겅후부에 그가 혐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직 노부인 뿐이었다.노부인이 왔으니 그도 안심되었다. 조손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그가 있으면 불편할 터였다. 그러나 왕부에 있으면서도 대접하지 않는 것도 좋지 않았다. 그러니 그 틈을 타 관아에 다녀왔다.원경능도 그가 떠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틀 동안 그의 빈틈없는 감시하에 누워 있었더니 미칠 지경이었다.우문호가 떠난 후 노부인이 침대 곁에 앉아 매우 만족스러운 목소리고 말했다.“네게 잘해주는구나.”원경능은 노부인을 보며 그녀의 말을 잇지 않고 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직 병이 낫지 않으셨어
기왕비와 제왕비의 선물도 도착했다.기왕비가 보낸 것은 비취 송자 관음(送子观音)이었다. 매우 정교하게 조각한 최상의 물건이었다. 적지 않은 은자의 값어치를 할 것이다. 기왕비는 이번에 큰 밑천을 들였다.그녀가 큰 선물을 보낸 것이 원경능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기왕비의 체면에 관련된 일이니 언제나 최고로 잘해내야 했으니까.반면 제왕비 저명취의 선물은 초라했다. 인삼 두 뿌리와 당귀 몇몇이었다.저명취는 실속을 따지는 사람으로, 겉치레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원경능을 좋아하지 않았고 임신하는 것은 더더욱 보기 싫었다. 이런 것들을 보낸 것도 아마 부중의 가신이 약간의 성의 표시를 한 것일 테다. 필경 동서지간인데 아무것도 보내지도 않고, 상관하지도 묻지도 않으면 옹졸해 보일 수밖에 없다. 또 정말로 먹을 것이나 약재를 주어도 초왕비가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너무 좋은 것으로 챙길 필요도 없었다.기씨 어멈은 송자 관음을 좋은 곳에 잘 들여놓으려고 했지만 닦는 과정에 송자 관음의 등에 실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균열은 뚜렷하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비취 무늬나 옥근(玉根)인 줄 알았을 것이다.모든 불상 조각은 완전무결해야 했다. 금이 간 송자 관음을 보낸 건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화가 난 기씨 어멈이 희씨 어멈에게 알렸다.희씨 어멈이 말했다.“됐네, 한 쪽에 놔두고 왕야께 아뢰면 되네. 왕비껜 아뢰지 말고. 화를 내시지 않게 말이야.”기씨 어멈이 화를 냈다.“기왕비는 사람을 참 업신여기는군요. 이건 저주가 아닙니까? 이렇게 속이 시커먼 여인은 처음 봤어요.”기씨 어멈은 항상 조심하고 분수에 맞게 말했다. 이렇게 한 왕비를 비난하는 일은 예전이라면 절대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녹아가 가끔 예의 없는 말을 할 때면 그녀는 꾸짖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일에 착오가 있거나 금기를 범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매우 불길한 일이었다.만약 발견하지 못하고 이 관음상을 방에 놓은 채, 왕비가 밤
우문호는 어린 시녀에게 물었다.“그 송자 관음은 어떻게 생겼더냐? 무슨 색이지?”어린 시녀는 방금 이미 너무 놀라서 눈물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우문호가 이렇게 물었지만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얼버무렸고 머릿속이 텅 빈 채 혀가 굳어버렸다.“그… 그건, 소인은, 소인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옥백색인 듯싶습니다.”우문호가 냉소를 터뜨리며 기왕비를 쳐다봤다.“큰 형수, 형수의 눈에는 제가 바보로 보이나 봅니다. 얼렁뚱땅 넘길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기왕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다섯째 시동생, 무슨 뜻입니까?”“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허면 그 사건은 계속 수사를 하는 걸로 하지요.”우문호가 몸을 돌렸다. 기왕비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천천히 다시 폈다.“제씨 어멈(齐嬷嬷), 네 죄를 알렸다!”기왕비가 엄하게 소리쳤다. 방금 어린 시녀에게 손대려 했던 어멈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했다.이 어멈은 기왕비가 시집올 때 데리고 온 총관 어멈이었다. 기왕비와 매우 사이가 두터웠으며 몇몇 계책은 그녀가 대신 낸 것이기도 했다.이번에 우문호는 기왕비의 말을 기다리지 않은 채 명령했다.“부중의 시위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밖에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여기 있습니다!”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제씨 어멈을 끌고가 곤장 서른 대를 쳐라.”기왕비는 침통한 얼굴로 어멈을 쳐다봤다. 입술을 달싹였으나 결국 자비를 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시위더러 끌고 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우문호는 사람을 시켜 맞는 것을 감시하게 했다. 한 톨의 인정도 베풀지 못하도록 말이다.기왕비는 처량하게 웃었다.“이럴 필요까지 있습니까? 왕야는 어찌 한 노비에게 이렇게까지 따진단 말입니까?”“바늘이 살에 박히지 않으면 기왕비는 영원히 그 고통을 모를 것 아닙니까?”우문호는 분풀이를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기왕비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왕야께서 이렇게 변변치 못한 분인 줄은 미처 몰랐군
원경능이 눈물을 떨구는 것을 본 우문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를 껴안았지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우문호, 집이 그리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원경능은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얼마나 많은 딸들이 출가 후에도 친정에 갈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딸들이 임신했을 때 엄마가 이것저것 챙겨와서 보살펴 주는가? 외손자를 위해 작은 옷이며 양말을 준비하고, 임신에 대한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그녀는 알 수 없는 시공 구석에 떨어져 평생 엄마를 만나지 못하는 처지였다. 엄마는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우문호는 그녀가 조모 생각이 나는 줄 알고 얼른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알겠어, 알겠어. 얼른 녹아더러 조모를 모셔오라고 할게. 조모를 모셔와 당신 곁에 머물게 할게, 응?”원경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욱 서글프게 통곡했다.우문호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그녀를 대신해 아파할 수 없었다. 어떤 말로 달래도 소용없었다.기씨 어멈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서 약간 달라진 안색으로 말했다.“왕야, 태상황께서 오셨습니다.”우문호는 잠시 멍해있다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뭐라?”“정말입니다. 지금 밖에 계십니다. 희씨 어멈이 맞이하고 계십니다.”기씨 어멈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세상에, 태상황께서 출궁하지 않으신지 얼마나 오래 됐던가? 그런 태상황이 왕비를 보러 걸음 하시다니?원경능은 울음을 그치고 우문호와 눈을 마주쳤다. 이게…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이건 정말… 정말 너무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태후나 황후, 현비가 온다면 모를까 태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평복 차림이시더냐?”우문호가 물었다.“아닙니다. 의장(仪仗)이 길을 내었습니다.”우문호가 원경능을 보며 말했다.“잠시 다녀올게.”그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밖에 나가 보니 과연 태상황이 상공공과 함께 걸어왔다. 의장은 뒤에 있었고 한 무리의 궁인과 시종들이 따라 나섰는데 그 기세가 대단했다.우문호가 다가가 인사 올렸다.“황조부를 뵙
원경능이 어깨 수레에 실려 나왔다. 한가운데 앉아 있던 태상황은 일찌감치 발견하고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쟤는 나와서 뭐 하려고?”원경능도 멀리서 태상황의 불쾌해하는 기색을 엿볼 수 있었다. 저 영감은 왕부로 그녀를 보러 왔으면서 무슨 거드름을 피우며 아닌 척 한단 말인가?우문호는 재빨리 걸어나가 원경능을 안아 들여왔다.태의의 침대에서 내려오면 안 된다는 한마디 때문에 볼 일이나 목욕을 할 때에도 다 우문호가 그녀를 안고 다녔다.원경능은 자신이 폐인이 된 것 같아 그의 팔을 때리며 말했다. “내려주고 두어 걸음 걷게 하면 어디 덧나요?”“안돼. 태의가 당신은 아직 침대에서 내려오면 안 된다고 했단 말이야.”우문호는 말하며 그녀를 직접 의자에 앉혀주었다.”당신은 참 말을 안 들어.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부중에 없을 때 당신이 몰래 침대에서 내려온다는 걸 알고 있어.”원경능이 말했다. “만약 두어 발자국이라도 안 걸으면 다리를 못쓰게 될 것 같다고요.”그녀는 애처롭게 태상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조부께서 말씀해보세요. 안 그래요?”태상황은 그녀를 한번 보더니 머리를 돌려 우문호를 보고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외출할 때 저 애를 못 내려오게 침대에 묶어 놓을 줄도 모르느냐? 만약 묶어놔도 얌전해지지 않는다면 한바탕 두들겨 놓기라도 해야 한다는 걸 모르겠느냐?”우문호는 머리를 끄덕이며 원경능에게 눈을 깜박였다. “네, 손주 명심하겠습니다.”원경능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영감을 보며 말했다. “아무리 임신을 해도 이렇게까지 하는 법은 없습니다. 가끔은 그래도 내려와 두어 걸음 걸어야 합니다. 전 분수를 알고 있어요. 저도 의원입니다.”태상황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리 의술이 좋은 의원도 자신의 병은 고치는 못하는 법이야. 어때? 그 탕은 먹을만하더냐?”원경능은 눈을 반짝였다. “먹을만 합니다. 먹은 후에는 가슴이 답답한 증상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건 뭐예요? 제가 보기에는 제비집과 야자즙인 것
원경능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혼내 줬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우문호는 그날 기왕부에서 있었던 일을 낱낱이 말해주었다. 기왕비 신변의 어멈을 엄하게 곤장까지 때린 일까지 다 말했다. 하지만 기왕비가 마지막에 그에게 한말은 꺼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다시 신신당부했다.“기왕비든 다른 그 어떤 사람이든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말에 당신은 절대 넘어가면 안돼.”원경능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 옳고 그름도 판단하지 못할까 봐요?”우문호는 그래도 마음속으로 좀 근심이 됐다.그와 원경능의 사이가 좋아진 건 그녀가 태상황의 병을 치료한 후부터였다. 혹시 그녀도 속으로 그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까?이런 근심을 하노라니 우문호의 마음은 더없이 가라앉았다.그는 원경능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또 감추려다 도리어 더 드러나는 격이 될까 봐 겁났다.어르신이 보내온 달콤한 탕은 원경능에게 이틀간 천국 같은 생활을 선사했다.토하지도 않았기에 음식도 조금 먹을 수 있었다. 가끔 위가 불편했으나 그전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게다가 태의의 진단에 따라 그녀는 매일 침대에서 내려 정원에서 조금 산책도 할 수 있었다.다만 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더욱 자유로웠을 것이다.우문호는 여느 때보다 더 긴장했다. 집밖을 나가기 전 천만번 당부했다. 특히 서일과 태의에게 분부했다. 그녀가 침대에서 내리기만 하면 반드시 두 사람이 그 뒤꽁무니를 따라다녀야 한다고 말이다.이틀 후 원경병이 짐을 챙겨 들고 찾아왔다. 그녀는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부친이 저한테 부탁했어요. 언니 곁에 있으라고요.”“부탁이라고?”원경능은 웃었다. 원경병의 이 단어가 좀 익살맞은 것 같았다.원경병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비록 명령이었지만, 그래도 어투는 많이 좋아졌다고요.”원경병이 후부의 소식을 전해줬다.노부인은 최근 식사도 많이 하시고 약도 적극적으로 마시고 있으며 매일 마당에 나가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