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닦거라!”태상황이 소리쳤다.원경능은 얼른 손수건을 꺼내 그의 땀을 닦아 주었다. “좀 쉬세요. 물을 마시고 다시 해도 됩니다.”“이젠 거의 다 돼 간다. 이제 용무늬를 몇 개 더 새기고 속단추로 마무리하면 된다.”태상황이 그녀를 흘기면서 말했다. “혜정후의 일로 말할 것 같으면, 네가 기왕 명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네 자신을 갖고 모험할거였으면, 여장남자로 분장할 것이 아니라 직접 왕비의 신분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 주의를 끌었어야 했다. 좋기는 그의 마음을 들뜨게 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야 했었다.”원경능이 물었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요? 그는 제가 초왕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태상황이 말했다. “그가 모른 척 할 수도 있지 않느냐. 나중에 일을 해결하고, 사람도 죽여버리면, 네가 그의 수중에 떨어졌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느냐? 그럼 넌 개죽음을 당한 게 아니냐? 하지만 네가 왕비의 신분으로 그와 왕래했다면, 옆에서 본 사람들도 많으니 네가 만약 죽었고, 그가 너를 죽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 해도 그의 죄를 추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네 죽음도 가치가 있단 말이다.”원경능은 태상황의 말을 듣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걸 두고 여우 같은 늙은이라고 하는 것이지.“그 어떤 일을 하든 넌 먼저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죽더라도 결코 상대방을 잘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처리해야 대부분 일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태상황의 말씀을 들으니 많은걸 얻게 되었습니다.”원경능은 그 말들이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이 일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만약 그때 다보와 그의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일은 태상황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개죽음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죽기 전 적에게 즐거움도 줄 뻔했다.상공공이 말했다.“왕비, 반드시 잘 기억하셔야 합니다. 태상황은 이런 말씀을 다른 사람과는 잘 하지 않습니다. 왕비가 처음입니다.”필경 너무 음침한 말들이었으니까.“알겠네.”원경
철화목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일 것이다. 일반적인 강재보다도 곱절 단단했다.현대에서 철화목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야생식물이었다. 예전의 사람들은 철화목으로 금속을 대신하여 조그마한 작은 물건도 만들곤 했다. 하지만 가격이 좀 비쌌다.하지만 그녀는 오늘 분명히 태상황이 톱으로 짤막하게 자르는 것을 보았었다. 게다가 이렇게 단단한 나무에 어떻게 조각까지 했단 말인가? 금강석(金刚石) 칼로 조각했을 리는 없지 않는가?“태상황께서 직접 조각하신 거네. 이건 철화목이 아닐 걸세!”원경능이 말했다.희씨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오직 태상황만이 조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반 시위들은 할 수 없습니다.”“태상황께서는 지금 몸이 편치 않으시네. 걸을 때도 힘에 부치시는데 어떻게 이런 단단한 나무를 조각할 수 있단 말인가?”원경능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태상황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걸을 때 힘에 부치시는 건 병 때문이지만, 태상황은 젊은 시절 우리 북당의 내력과 외력을 겸비한 제일 강한 무림용사였습니다. 지금은 연세가 있으시고 병도 많지만, 조각할 수 있는 내력(内力)은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정말로 내력이란 게 있단 말인가?”원경능은 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무협소설에서 말하기를, 내력이 일정한 정도에 도달하면 꽂이나 나뭇잎으로도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희씨 어멈이 해석하려고 할 때 문 어구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췄다. 그녀가 자세히 관찰하다 말했다.“아이고, 이렇게 늦은 밤에 왕야께서 웬일이십니까?”우문호는 원래 궁에서 하사한 물건이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문 어구에서 볼 생각이었다. 기왕 희씨 어멈에게 발각되었으니 그는 아예 대범하게 들어 왔다. 그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원경능의 손에 있는 어장을 한번 쳐다보고는 물었다.“이것이 황조부가 하사한 것인가?” “그래요. 조각이 특별히 정교하고 아름다워요. 왕야도 보세요.”원경능은 어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우문호는 원경능이 이렇게 대
반 시진이 지난 후 우문호는 분개하면서도 원망하는 눈빛으로 탁자 위에 앉아 있는 이 뻔뻔스러운 여인을 바라보았다.옷은 반쯤 벗겨져 있었고 두 손은 목과 쇄골을 오르내리며 힘껏 긁고 있었다.얼굴에도 쇄골에도 목에도 심지어 반쯤 벌어진 가슴에도 다 줄줄이 붉은 흔적들이 나있었다. 게다가 붉은 반점들도 한 무더기 나있었다.바닥에는 음식이며 그릇들로 엉망진창이었다. 기씨 어멈과 녹아는 쫓겨 났다. 희씨 어멈은 그래도 머리가 좋아 스스로 도망쳐 나와 해장탕을 끓이고 있었다.다보마저도 폭풍이 휘몰아 치기 전, 그러니까 첫 번째 그릇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이미 도망쳐 버렸다.한잔의 계화주였다. 그는 맹세할 수 있었다. 정말 딱 한잔이었다고. 그는 천천히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원경능은 어장을 들고 탁자를 힘있게 두드리며 목이 쉬도록 고함쳤다. “어디 한번 해보시지?”우문호는 순간 그녀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다른 사람에게 위협당하는 건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원경능은 온몸이 다 근질근질하여 미칠 것만 같았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때에는 그저 취했을 뿐 거부반응은 없었었다. 근데 왜 이번에는 거부반응이 생겼지? 그녀는 아직 의식이 있었다. 그저 그 뼈에 사무치는 가려움을 참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 마치 혈액 속에서 흘러나오는듯한 그런 가려움이었다. 공교롭게도 약상자를 한바탕 뒤졌지만 거부반응에 쓰이는 약은 한 알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온 몸의 껍질을 다 벗겨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런데 이 중요한 순간에 감히 나가려 하다니?“등이 너무 가려운데 손이 안 닿아요!”원경능은 미친 듯이 두 다리로 탁자를 두드리며 양손을 끊임없이 뒤로 가져가 긁기를 시도했다.“태의는?”우문호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걸어가 그녀의 등을 긁어줬다.그녀의 등은 뜨거워 손이 데일 정도였다. 손끝이 닿는 곳은 마치 불덩이를 만지는 것 같았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 정도로 뜨거운데 그녀는 왜 제 불에 타 죽
우문호는 등이 그녀를 향하게 측면으로 돌아 누워 화를 감추고 담담하게 말했다. “셋이나 다섯 정도 되지.”원경능은 깜짝 놀랐다. 한 두 명도 많다고 여겼는데, 셋이나 다섯 정도 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 했다.현대인으로서 남자들이 통방을 찾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후대를 번식하기 위해서라는 그 원인도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도 그를 등져 누웠다.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 여인들을 위해 분노했다. 녹아를 놓고 보았을 때, 통방이 되기를 바라는 여인은 없었다. 누가 한 사내의 생육 도구가 되길 바라겠는가? 하지만 강한 권력의 압박 속에서 그녀들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의 사회적 지위는 너무 낮기 때문이었다.그 가엾은 여자애들이 이렇게 우문호 같은 무뢰한에게 능욕당하게 내버려 둬도 된단 말인가?하지만 이제 와서 그녀들을 왕부에서 내보낸들 이런 봉건사회에서 그녀들이 좋은 남자를 찾아 시집갈수나 있을까? 원경능은 화가 잔뜩 났다. 우문호도 마찬가지였다.그녀 그 말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대체 그를 어떤 사람으로 보는 것인가? 그는 통방은커녕 측비나 첩도 없었다. 오직 정비만 있었다. 그것도 혐오해서 건드리기도 싫은 사람 말이다. 화가 난 두 사람은 결국 누구도 잠들 수 없었다.눈을 감고 서로 마음속으로 한바탕 저주를 퍼붓고 나니 날이 밝아왔다. 우문호가 먼저 일어났다. 나가서 탕야에게 두어 마디 분부했다. 그더러 관아로 가서 오늘 정오 이후나 돼야 관아로 갈수 있다고 말하라 했다.원경능도 일어났다. 그녀는 녹아의 시중을 받지 않고 자신이 직접 옷을 들고 병풍 뒤로 가 갈아입었다. 기씨 어멈이 우문호의 옷을 들고 들어와 하나하나씩 벗기고 또 하나하나씩 그에게 입혀주고 매주고 했다. 원경능은 화장대 앞에 앉아 그 모습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은 손을 못쓰는 것도 아닌데 왜 스스로 옷을 입지 못하는 거예요?”이 말은 평소 같으면 그녀는 절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부잣집 도련님들의 교만함을 잘
원경능이 정색하며 말했다.“회왕의 병은 전염성이 있으니 드나드는 사람은 모두 입 가리개를 착용해야 합니다. 제가 회왕에게 잘 설명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말입니다.”“닥치거라.”로비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궁을 나선 원인은 원경능을 잘 주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아직 치료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이 따위 수작을 부리다니.기왕비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주의하면 됩니다. 전 요 며칠 드나들면서도 그… 입 가리개라고 했지요? 그걸 쓰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시동생은 병이 위중하니 자연히 생각도 많을 터인데, 우린 될수록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즉시 입 가리개를 원경능에게 돌려주고는 몸을 돌려 들어가려 했다. 자신은 조금도 불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원경능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멈추세요!”기왕비가 차갑게 말했다.“무슨 위세를 부리는 겁니까?”원경능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부황께서 저를 보내시어 회왕의 병을 치료하게 하셨으니, 병세에 관해선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합니다. 결핵은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타액으로도 전염이 가능하단 말입니다. 입 가리개를 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치일 뿐입니다. 누구든 입 가리개를 하지 않는다면 이 방에 들어갈 수 없어요.” 그녀는 고사를 돌아보며 차갑게 명령했다.“고 대인, 문 앞에서 지키고 있게. 누구든지 들어가려면 반드시 입 가리개를 써야 할 것이네. 쓰지 않는 자는 전부 못 들어가게 막으시게. 로비 마마도 포함해서 말이네.”“네!”고사가 명을 받았다. 황제가 명령했듯이 모든 건 초왕비의 말에 따라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고사는 속으로 초왕비가 오늘 담력이 참 크다고 생각했다. 다시 초왕을 바라보니 그는 익숙하다는 듯 더없이 차분하고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서서 초왕비를 위해 해명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로비가 크게 화를 냈다.“네가 감히 본궁까지 막으
우문호가 회왕을 부축하자 기왕비가 냉큼 말을 걸어왔다.“다섯째 시동생, 혹시 전염되는 것이 두려우면 머슴을 시키세요.”이 말은 도가 지나쳤다.원경능은 더는 참지 못하고 청진기를 귀에 건채 몸을 돌려 기왕비에게 냉혹한 어조로 말했다.“기왕비, 당신은 여기서 분쟁을 일으키고 떠들어 대는 것 외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요. 차라리 나가셔서 차를 마시면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낫지 않겠어요? 당신이 잘하는 일을 하시면 되겠네요.”기왕비는 원경능이 이렇게 말할 줄 몰라서 잠시 멍해졌다. 곧 그녀가 미안한 얼굴로 로비를 바라보며 말했다.“로모비, 정말 죄송합니다. 확실히 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로비는 날이 선 원경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차갑게 일갈했다.“네가 왜 기왕비더러 나가라 하는 것이냐? 요 며칠 기왕비가 왕부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지 않았더라면 왕부는 진작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네 실력이 어떤지도 아직 모르겠는데 지금 감히 윗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냐?”원경능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로비 마마, 침상에 누워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저는 명을 받고 치료하러 온 것이지 그를 해치려 온 것이 아닙니다. 입 가리개를 쓰는 일은 이미 마마께 설명 드렸습니다. 회왕의 병은 전염될 수 있다고요, 입 가리개를 쓰는 것은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불쾌해서 쓴다고 여기시든 어떻든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그러나 기왕비와 함께 제 치료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왕비가 무슨 속셈을 갖고 있는지 저는 모르지만 기왕비는 절대 마마보다 당신의 아들을 아끼지 않을 거예요. 허나 저는 지금 의원의 신분입니다. 저는 환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도 같은 선상 위에 놓여있단 말입니다. 마마께서 이성적이시라면, 응당 제 말에 따라야 합니다. 필경 회왕을 치료하는 일은 부황께서도 제 말에 따르고 계시니까요.”“초왕비, 저는 도무지 당신이 왜 제가 속셈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제게 무슨 속셈이 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제왕은 도리어 그를 위로했다.“다섯째 형님, 그럼 됐습니다. 형님도 그녀와 승강이하지 마십시오. 여인은 도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모든 여인이 명취처럼 사리에 밝은 게 아니니까요.”우문호가 말했다.“그래, 명취는 사리에 밝은 사람이니 그녀에게 이 일은 여기까지 하자고 전하거라. 그녀를 화나게 했다간 지팡이가 날아들지도 모르는 일이니. 물에 빠진 것도 서러운데 맞기까지 해서야 되겠냐? 그럴 가치가 없다. 저런 여자한테 화풀이하는 건 가치가 없는 일이야.”그는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꼬리가 풀려버렸다.제왕은 잠시 멍해 있었다.“다섯째 형님, 어째 형님은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우문호는 표정을 갈무리하고 그를 한번 흘겨봤다.“그럼 울기라도 하란 말이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부인에게 맞고 산다는 걸 들키면 안되지 않느냐?”일리가 있었다!“허면 이 일은, 이렇게 끝내는 건가요?”“어장을 봐서 참아 보거라!”우문호는 말을 마치고는 원경능을 찾으러 갔다.요즘 이 여인은 한시라도 자신의 시야를 벗어나게 하면 안되었다. 걸핏하면 사람들에게 화를 내니 말이다. 점점 더 제멋대로 굴고 있었다.그런데 원경능은?우문호는 한번 쭉 훑었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이렇게 사라진단 말인가?원경능은 창평공주 우문령(昌平公主宇文龄)과 문경공주에게 끌려갔다.두 자매는 진심으로 회왕의 병세를 관심하고 있었다. 하여 제왕이 우문호를 끌고 간 후 냉큼 원경능을 이끌고 밖의 정원으로 걸음을 옮겨 회왕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능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줬다. 문경공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미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그녀의 눈 밑이 거멓고 피부도 푸석해진 것을 보아 확실히 잠을 설친 듯싶었다. 하여 원경능은 그녀에게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공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곁눈질로 저명취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우문령이 치를
원경능은 손을 내리고 조금 달가워하지 않는 투로 물었다.“그럼 어떤 방법이 당신한테 먹히는 데요? 미안하다니까요?”“미안한데도 이렇게 당당한 거야? 이렇게 날뛴다고? 이게 잘못했다는 태도야? 사과는 했어? 용서는 구했냐고?”그는 힐난을 퍼부었다. 실로 너무 오랫동안 이 분노를 참았었다.원경능도 화가 치밀었다.“그냥 한마디 한 것 같고 왜 그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건데, 이렇게 바가지 긁는 아낙네처럼 계속 늘어져야겠어요? 당신도 뒤에서 저에 대한 좋은 말은 한적 없잖아요, 어쨌든 난 당신 생명의 은….”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앵두빛 입술 끝은 살짝 올라가고 눈빛은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는 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몸을 조금 기울이고 있었는데 불쾌감 속에서도 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은인이라는 한마디는 차마 입밖에 낼 수 없었다. 그녀가 눈길을 슬쩍 피했다.우문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은혜로 사람을 협박하겠다는 것인가? 무법천지가 따로 없군. 그는 생각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살짝 치켜 올라간 입술을 베어 물었다. 손찌검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니 그저 대신 벌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빨간 입술이 닿는 순간 그 말랑함이 심장 끝까지 파고들었다. 몸은 뻣뻣하게 굳었고 머릿속도 새하얘졌다. 원경능의 머리도 순식간에 새하얘졌다.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포개진 입술 그대로 얼어붙었다. 원경능은 저도 모르게 가지런한 이빨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두 손으로 우문호의 가슴을 밀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는 텅 비었다. 심장 박동소리는 천둥소리처럼 가슴속에서 메아리 쳤다.두 사람의 호흡이 가빠졌다. 서로의 손이 통제를 잃고 상대방을 껴안았다. 이건 주관적인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그녀가 가볍게 그의 입술을 깨문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우문호의 입술이 묵직하게 내려앉으며 비벼지고 깊게 파고들었다. 입술과 이가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마음도 서로 뒤엉키며 숨결이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