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예요! 계속 해야죠! 저 고작 20만 원 잃었어요! 다시 되찾아 올 겁니다!” 승준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도윤은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생각했다. ‘아직도 나에게 덤비려고 하다니! 이렇게 된 이상, 네 돈을 빼앗아 갔다고 내 탓 하지 마!’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해될 때까지 집요하고 끈질기게 상대해 줘야 하는 사람들…그렇게 그 둘은 다음 라운드를 시작했다. 주사위를 흔드는 내내 승준은 도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짜증스럽게도 도윤은 어떤 속임수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도, 승준은 도윤에게서 자기가 눈치채지 못한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뭐가 됐든, 잠시 후, 두 사람은 흔들던 주사위를 동시에 멈췄다. 이번에 도윤은 2 네 개 그리고 1 한 개를 가졌다. 게임 룰에서 아주 많은 주사위가 같은 값을 내게 되면, 이러한 결과는 ‘레오파드’라고 불렀다. 한편, 승준은 3 네 개 그리고 2 한 개였다. 자신의 주사위 값을 보고 승준은 자신감에 차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 도윤이 말했다. “자, 과대님부터!”“2 네 개!” 도윤을 속이려는 시도로 승준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승준이 그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번 라운드에서 도윤에게 또 패배하는 것뿐이었다. 당연히 도윤은 바보가 아니었고 승준의 주사위 값을 외쳤다. “3 네 개!”그 말을 듣자, 승준은 바로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알고 있는 거지?재빨리 생각을 떨쳐내고 방금 도윤이 아무 숫자나 외쳤다고 생각하며 승준이 소리쳤다. “2 다섯 개!”“오? 그럼 전 한 개 추가할게요! 2 여섯 개!” 도윤이 맞받아쳤다. 그 말을 듣자, 승준은 깜짝 놀랐다. 도윤이 이렇게 빨리 행동을 개시할 줄이야!그런데도, 이미 도윤이 여섯 개를 부른 이상,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만약 계속해서 숫자를 외치면, 승준은 결국 도윤이 주사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패배한 건 사실이었기에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화를 낸다면, 사람들이 그가 게임을 마음 놓고 즐길 정도로 돈이 여유롭지 않다고 생각할까 두려웠다. 그건 절대로 그가 겪고 싶지 않은 굴욕적인 감정이었다.그는 방금 30만 원을 잃었다. 아직 괜찮았기에 무조건 게임을 계속할 생각이었다…!도윤은 이렇게 지고도 승준이 계속 게임을 원치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보며 물었다. “과대님, 계속할 건가요?”“당연하죠! 빨리 시작합시다!” 승준이 단호히 말했다. 현재 상태로 보아선, 승준은 전형적인 도박꾼 기질이 보였다. 도윤을 상대로 이기지 않는 한, 그는 절대 마음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 물론, 도윤도 이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승준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좋아요, 과대님! 하지만, 이전 게임은 과대님이 제안하셨으니, 이번엔 제가 제안해 볼까 합니다. 살짝 룰을 바꾸는 건 어떨까요?” 도윤이 물었다. 그 말을 듣고 도윤이 어떤 게임을 제안하든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승준이 말했다. “좋습니다!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꽤 간단합니다. 저희는 각각 다섯 개 주사위가 있고 상대편 주사위의 값을 추측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승준 씨가 제 주사위 값에 가깝게 추측하면, 승준 씨가 이기는 겁니다. 제 손실만큼 저는 실제 주사위 값과 승준 씨가 추측한 값 차액만큼 돈을 내야 합니다. 1점당 2만 원입니다. 어때요?” 도윤이 설명했다. 도윤이 제안한 게임에 흥미가 생긴 승준이 바로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요!”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높은 위험과 높은 보상이 따르는 게임에 빠르게 중독되고 만다. 그렇게 승준은 그런 사람이 되었고 도윤을 상대로 만났다는 건 그에게 있어 실로 불행이었다.그런데도 그 둘은 바로 주사위를 들어 흔들기 시작했다.흔들기를 멈추자, 도윤은 고개를 돌려 승준을 바라보고서 말했다. “먼저 하시죠!”그러자, 승준은 바로
껄껄 웃으며 승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전에, 화장실 먼저 갔다 오겠습니다!”“그러시죠”! 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승준이 도망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티 내지 않았다. 이렇게 승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화장실로 갔다. 이제 겨우 도윤의 끈질긴 손아귀에서 탈출하자, 이제 다시는 도윤에게 시비 걸고 싶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창회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도윤은 주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들어서자, 주윤이 갑자기 미소를 지어 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윤아, 오늘 승준이 너무 놀린 거 아니야?”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도윤이 대답했다. “애초에 나한테 시비 건 걔 잘못이야! 나한테 그렇게 하니, 가만 둘 수 없었지! 안 그래? 그리고, 내가 놀려줘서 너도 속 시원하지 않아?”그 말을 듣자, 주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너무 행복하지! 걔가 대학생때부터 나 얼마나 괴롭힌 줄 알아? 결국, 누군가에게 호되게 망신당하다니!”오늘 도윤이 승준에게 너무 많은 굴욕을 선사했기에, 주윤은 이제 승준이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건 정말 누군가에게 골칫거리 같은 일이었다…그 순간, 작게 삐걱하는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 열리는 문을 보니, 명오가 천천히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명오는 바로 그들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도윤아! 주윤아! 왔구나!”“응, 그런데 아직도 안자고 뭐해, 명오야?” 주윤이 물었다. “너희들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구병만 도사가 너한테 뭔가 보냈어!” 명오가 말했다. “뭐? 정말? 뭘 보냈는데?” 도윤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명오는 다시 방에 들어가서 상자 하나를 갖고 나와 도윤에게 건넸다. “상자를 아직 안 열어 봤는데, 편지랑 같이 들어있어! 내가 보기에 구병만 도사가 너한테 편지를 쓴 것 같아!”그 말을 듣자, 도윤은 상자를 받아 서둘러 열었다… 상자 안에는
도윤의 설명을 듣자, 그 둘은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이 향수 가방에 상징적 의미가 담긴 건 맞았다. “…그런데… ‘큰일’ 이라는 게 좋은 일은 아닐 거잖아?” 명오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도윤이 대답했다. “응 맞아. 나도 그헴에 대한 얘기를 전에 들어본 적이 있어. 아주 사악한 곳이어서 그곳에 가신다는 말은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야.”도윤은 병만이 평범한 상황에서 이런 향수 가방을 보낼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낸 것이다. “…그렇구나! 그러면… 우리는 언제 가면 되지?”“내일 아침 9시에 떠나자!” 상황이 급한 것을 느낀 도윤이 말했다. 그리고 도윤은 명오와 주윤을 바라보며 지시 내렸다. “명오야, 주윤아, 가서 윤희 깨우고 자세히 설명해줘. 그러고 나서 얼른 짐 싸기를 시작해. 나와 함께할 너희 세 명이 필요해!”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도윤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결국,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무리는 더 큰 힘을 지닐 수 있었다. 그러자, 주윤이 대답했다. “알겠어!”명오도 이에 불만이 없었기에 그 둘은 서둘러 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네 명은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했고 내일 아침에 떠낼 채비를 했다. 도윤은 상대적으로 짐을 빨리 쌌지만, 안절부절못하는 밤을 지낸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른 아침, 네 명 모두 준비를 마치고 각자 할 일과 아침 식사를 마무리하고 넷은 갈 길을 떠났다. 운전은 명오가 했고 그들은 1시간 반 정도가 걸려 바다 근처 고속도로가 보일 때까지 차를 몰았다. 편지에 따르면, 병만이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이었다. 고속도로 입구에 도착하자, 네 명은 검은 모자와 함께 검은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한 노인이 길가에 앉아 손에 백단향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 눈에 병만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기에 도윤은 명오에게 노인 옆에 차를 세우라고 말했다. 차가 멈추
도윤과 일행들이 마침내 에메랄드 영토에 도착했을 때는 11시쯤이었다. 뱀파이어 영토는 그곳 고대산에 위치한 오래된 숲이었고 고대 이후로, 그곳을 찾은 사람은 몇 없었다.도윤의 일행에게는 운이 좋게도, 근처에 운영하는 호텔이 있었다. 그랬기에 다섯 명은 마침내 짐을 풀고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방 몇 개를 예약하고 도윤은 모두가 숙면을 취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각자에게 방을 주었다. 어쨌거나, 내일 아침 일찍 뱀파이어 영토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려면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날이 밝아오자, 모두 일찍이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바로 산중에 위치한 오래된 숲으로 떠났다. 40여 분을 운전 한 끝에, 차는 마침내 산자락에 멈췄다. 차로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이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길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짐을 챙기고 그들은 등산을 시작했다…걸으면서, 명오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도 느꼈는지 모르겠는데, 여기 공기 진짜 미친 듯이 좋다! 북적대는 도시에서 멀어지니까 더 좋은 것 같아!”다른 사람들도 명오의 말 뜻을 이해했다. 어쨌든, 이곳의 환경은 도시의 것보다 훨씬 더 쾌적했다. 상쾌한 공기 말고도, 주변에 원기를 채워주는 식물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그렇게 30분을 걸으니 다섯 사람은 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현지 뱀파이어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고 이런 고립된 장소에 살아서 당연히 그들의 관습은 일반적인 것과 달랐다. 주변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도윤과 그의 일행들이 온 것을 보자, 하던 일을 일제히 멈추었다. 모든 뱀파이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윤의 무리를 바싹 경계한 상태로 바라보고 있었고, 한 가죽 자켓을 입은 남자가 도윤에게 걸어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야?”너무 놀라 동작을 멈추고 도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무역상입니다!”“하하! 무역상이라고? 너 같은 사람들 수도 없이 많이 봤어. 연기 때려치워! 말해 봐, 숲 속에 있는 보물 때문에 온 거
옆에 서 있는 배불뚝이 남성을 보며, 도윤은 이 남자가 골칫거리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뚱뚱한 남자는 마을의 깡패이자 흔한 불량배 같은 사람이었다. 도윤은 그 남자나 그의 부하들과 조금의 접촉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음식 좀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거의 다 마을분들과 거래가 끝났습니다!”그러자, 배불뚝이 남자는 고개를 치켜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잘 들어! 내 이름은 백철산. 이 마을 실세다! 우리 마을에 온 이상, 입장 선물을 내야 해! 안 그러면, 내가 너희를 들여보내 줄 수 없어!”그러자, 도윤은 철산이 그저 공갈하는 단순한 깡패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런 협박은 순진한 사람들에게 통했겠지만, 도윤은 이런 사람에 능숙했다. 그랬기에 철산이 그들에게 이득을 취하는 꼴을 보고만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윤이 무슨 대답도 하기 전에, 한참을 주윤과 윤희에게서 눈을 못 떼던 철산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이 뒤에 있는 미녀 두 명은 꽤 반반하네!”그 말을 듣자, 도윤은 바로 철산과 윤희, 주윤 사이에 끼어들며 철산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말했다. “아저씨, 저희는 일 때문에 온 무역상입니다! 이제 물건들을 다 팔았으니, 가 보겠어요!”주윤과 윤희에게 떠날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화난 철산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멈춰! 내가 보내준다고 했어? 분명히 말해두는데, 여기를 떠나고 싶거든, 뭔가를 넘겨야 할 거야! 안 그러면, 이 마을에서 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그 말을 듣자, 도윤의 표정은 바로 굳어졌다.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철산을 보며 도윤은 이 뚱땡이가 이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 점을 염두에 두자, 도윤에게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 이렇게까지 나랑 맞서고 싶어 하다니! 그래, 그럼 나야 좋지! 기꺼이 널 상대해주지! 감히 내게 그런 불순한 마음을 품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군
곧, 밤이 되었고 온 지역이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어찌나 조용한지, 도윤의 일행들이 뜰에서 피운 모닥불의 탁탁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현재 모닥불 위에 저녁 메뉴인 아주 큰 고기 조각이 있는 걸로 보아, 도윤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음식을 비축해 둔 게 분명했다. 도윤은 명오의 백팩 안에 들어있는 음식 모두를 교환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기 가방에 비상용 음식을 확실히 챙겨 두었다. 고기가 몹시 컸기에, 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 다섯 명 모두 충분히 배가 불렀다. 이제 배가 든든히 차자, 명오는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도윤아, 오늘 밤에 백철산이랑 그 깡패 무리들이 사고 치러 오지 않겠지?”“걱정하지 마. 오늘 밤 번갈아 가면서 보초를 서면 돼. 너 먼저 자. 그리고 두 시간 후에, 교대하자. 그러면, 아무도 우리한테 몰래 접근할 수 없을 거야!” 도윤이 말했다. 철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윤은 똑같이 이렇게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곳은 낯선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기습당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했다. 병만도 병만이지만, 도윤은 윤희와 주윤의 안전이 더더욱 걱정되었다. 이번 여정동안 그들 누구도 부상을 당하거나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스스로 맹세했다. 당연히 명오는 도윤의 제안엔 불만이 없었고 동의를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윤과 윤희가 서로 어깨에 기대어 잠에 들었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명오가 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는 동안 병만은 옆에서 명상하고 있었다. 도윤은 모닥불 앞에 앉아 이따금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에서 밤하늘은 완전히 그림과도 같았다. 곧, 구름에 가려져 있던 밝은 초승달이 무수히 많은 눈부신 별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네온 사인과 가로등 때문에 이런 아름다운 장면은 도심에서 즐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이곳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뭐가 됐든, 그날 밤은
“이봐요, 저는 어제 저기서 한 발짝도 안 나갔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백철산을 죽여요?” 도윤이 말했다. 사실이었지만, 도윤은 마을 사람들이 그리 쉽게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철산이 어떻게 죽었는지 조사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철산의 패거리가 도윤의 무리에 어젯밤에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철산은 머지않아 천벌 받아 마땅한 더러운 깡패였지만, 도윤이 봐도 그의 죽음은 너무 빨랐다. 뭐가 됐든, 도윤이 이어서 말했다. “…보세요, 사람 몰아가기 전에, 일단 시체부터 봐서 정말로 어떻게 죽은 건지 봅시다!”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도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기에 시체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뚱뚱한 시체가 밖으로 나온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다. 철산의 얼굴이 얼마나 심하게 할퀴어져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얼굴 형체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서 철산의 시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도윤은 철산의 목에 남은 깊은 상처를 발견했다. 그것으로 도윤은 그가 출혈로 사망했음을 추론했다. 다시 두 발로 일어서며, 도윤은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고 손을 들어 올리고서 말했다. “제가 보기에, 백철산을 죽인 게 사람이든 짐승이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었어요. 자, 여기 망가진 얼굴을 잘 보세요! 엄청 날카로운 발톱만이 남길 수 있는 상처가 여기 목에 깊게 나 있어요! 그러니, 저는 살인자가 될 수 없습니다!”도윤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마을 사람들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가 범인이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철산은 부하들과 함께 있지 않았던 걸까?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다.갑자기, 한 젊은 사람이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큰…. 큰일 났어요! 사람이 죽었어요!”뒤를 돌아보니 불안한 얼굴로 소년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눈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