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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이제리
최소택은 온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화가 잔뜩 난 채 생트집을 잡으려는 모양이었다.

다시 그의 뒤를 보니, 온모가 겁에 질린 얼굴로 입을 벌려 ‘하지 마’라고 했다. 하지만 최소택을 제지하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온모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녀는 만족스러운 눈빛이었다.

최소택이 자신을 위해 쉽게 나서는 것에 대해 아주 만족스러운 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소택이 온사의 근처까지 다가오자, 예단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섯째야, 막내야, 길시가 다 되었는데 얼른 와서 성년식 준비를 하지 않고 무엇 하느냐.”

온사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예단 위에는 단정하게 푸른색 도포를 입은 중년 남자가 맨 앞에 앉아 차가운 얼굴로 그녀들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 진국공 온권승이었다.

아무리 최소택이 그녀를 괴롭히려고 했지만, 이때는 그저 잠시 물러나 있어야 했다.

온사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예단으로 올라갔다.

온모는 예단으로 올라가니 보조개가 들어가 꽃이 핀 듯 예쁜 얼굴로 그녀에게 팔짱을 끼며 친한 척을 했다.

“언니, 옷 꿰매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아버지께서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는데.”

“옷을 꿰매?”

온권승은 온사를 흘끗 보았다.

온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온모는 못 참겠다는 듯 온사가 관복을 잘라버린 일에 대해 얘기하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역시 제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둘째 오라버니를 잘 타일렀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언니도 화가 나서 관복을 잘라버리지 않았을 거예요.”

짜증 나 죽겠다. 굳이 이 일로 그녀를 난감하게 해야 했는가?

온사는 이때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몇 초간 온권승이 그녀를 쳐다보도록 내버려뒀지만 짜증이 났다.

“도대체 성년식은 시작하긴 하는 건가요? 아버지랑 막내가 제가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제가 알아서 꺼져 드릴게요. 그럴까요?”

온사는 생각지도 못한 폭력적인 말과 함께 짜증 가득한 얼굴로 예쁜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

이 말을 들은 온모도 순간 멍해졌다.

온사가 이렇게 대담한 행동을 할 줄 상상도 못했다. 언제부터 아버지한테 이런 식으로 말을 했지?

아버지가 진짜 쫓아낼까 봐 무섭지도 않은가?

하지만 온사는 정말 두렵지 않았다.

명나라 모든 여인들에게 성년식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의식 중 하나였다.

그래서 모든 여인들은 성년이 되는 날을 아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 전생의 성년식이 온사에게 잊을 수 없는 굴욕을 남겨주었기 때문인지, 예단에 올라서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계속 뭐라 말할 수 없는 거부감과 조급함이 느껴졌다.

“필요 없다. 계속 진행하거라.”

온권승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말했다.

“관복도 없으니 그냥 이렇게 시작하게나. 스스로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

그는 온사가 꺼지겠다고 한 말이 진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도망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히 대담하게 그의 앞에서 건방지게 행동했으니, 제대로 벌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 스스로 고생 좀 하고, 체면을 좀 구겨야 나중에도 말을 잘 들을 것이다.

온권승은 이렇게 생각하며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간단한 연설을 통해 손님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성년식의 시작을 알렸다.

진국공 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온씨 가문에 어머니가 없었기 때문에 온사의 고모, 즉 온권승의 여동생 온아려가 그녀들에게 두관을 씌워주었다.

“아이고, 우리 온모 예쁜 것 좀 봐. 성년식이 끝나면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찾아와서 구혼을 하려나.”

“그저 우리 소택이가 정혼을 일찍 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네. 그것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좋은 복을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지 않았을 텐데.”

온아려는 뼈가 있는 말을 하고 빙긋 웃으며 온모의 작은 손을 잡고 혼잣말을 했다. 옆에 있던 온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래에 있던 사람이 들으면 누가 이 말의 뜻을 모르겠는가?

온아려의 아들이 누구던가?

바로 충용후 저택의 최소택이다.

모두가 잘 알듯, 최소택과 온사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고, 몇 년 전 이미 정혼을 했다.

온아려가 말한 정혼을 일찍 했다는 얘기는 온사를 가리키며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예전엔 온사가 이렇게 악독한 줄 몰랐다는 거지.”

“자기 여동생한테까지 질투를 하다니, 마음이 정말 옹졸하구나.”

“예전에는 집에서 횡포를 부리며 막내 아가씨를 자주 괴롭히고, 물에 빠뜨린 적도 있다고 들었소.”

“어린 나이에 아주 악독하네!”

“이제라도 진면모를 알았으니, 충용후 저택 사람들은 다들 후회하겠어.”

“그렇겠지, 방금 충용후 부인이 한 말 못 들었소? 이제 애초에 온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저 진작 파혼하지 않은 것이 한스럽겠지.”

“……”

온모는 수줍고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고모, 그런 말씀 마세요. 사실 저는 계속 소택 오라버니를 친 오라버니처럼 대했는 걸요. 비록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언니도 계속 소택 오라버니 좋아하고 있었어요. 언니가 소택 오라버니를 위해 자신을 바꾸려 할 것이니, 이제 앞으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듣고 있자니, 아주 이해심이 깊기도 하다.

“다섯째야 네 동생이 하는 말 좀 들어보거라. 얼마나 착한 아이더냐? 넌 매일 집에서 할 일 없으면 동생한테 좀 배워보지 그러느냐?”

온아려의 말에 온사의 마음에는 충격이 일었다.

온아려는 분명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괴롭히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온사는 그저 재밌었다.

“됐네, 시간 낭비하지 말게.”

온권승은 온아려가 불만스러워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너무 지나친 행동을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 오신 손님이 많은데, 진국공 저택의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온아려는 어떤 것이 중요하고 아닌지 조금은 구분할 줄 알아서,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성년식이 진행되는 동안 한 작은 행동들은 적지 않았다.

두관을 씌워주는 순서도 원래 규율에 따르면 온사의 머리를 먼저 빗겨주고 두관을 씌워준 뒤, 온모에게 해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온아려는 온사를 좋아하지 않아 온모의 머리를 먼저 빗겨주고 두관을 씌워주었다.

축사를 읽는 동안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축사 몇십 문장을 읽는 내내 사랑이 가득한 말투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온모가 자신의 친 딸, 아니, 진짜 아들 며느리라도 되는 줄 알 것이다.

온사의 차례가 되니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냉담함을 감출 수 없었고, 축사마저 대충 아무렇게나 지어내 ‘평안하고 즐겁게’라며 간단하게 끝내버렸다.

아래에 있던 손님들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누가 이렇게 악독한 사람을 축복하고 싶겠는가?

“두관 수여식은 마무리하겠습니다. 성년은 방으로 돌아가 관복을 착용하고……”

“관복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다음 차례부터 계속하게나.”

온권승은 차가운 말투로 낭독 인사를 잘랐다.

낭독하던 사람은 순간 멍해졌지만 결국 눈치껏 진국공의 말을 따르며 관복을 갈아입는 관복례를 건너뛰고 바로 다음 차례로 넘어가 화복례를 시작했다.

오늘 진국공의 식을 위해 많은 손님이 왔다.

그중에는 윗사람 몇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고위 관리들도 있었다.

직접 오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보내 화복례에 그녀들에게 축복을 위한 꽃 한 송이라도 보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손에 꽃을 들고 있던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다.

“왜 관복을 갈아입으라고 하지 않지?”

“진국공 말씀 못 들었어? 아가씨들 관복을 준비하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갈아입어?”

“준비를 안 하긴, 내가 듣기로는 하루 전에 막내 아가씨 관복을 다섯째 아가씨가 망가뜨렸대.”

“역시 그랬구먼!”

“다섯째 아가씨 진짜 악랄하네, 이렇게 중요한 날 자기 동생의 관복을 망가뜨리다니.”

“그럼 다섯째 아가씨는 왜 관복을 입지 않으셨지?”

“말할 필요도 없지. 분명 진국공 어르신이 벌을 주신 거야.”

“진짜 너무하다. 이런 사람한테는 축복 꽃을 줄 가치도 없어!”

“여러분, 드리려면 다들 다섯째 아가씨 말고 막내 아가씨께 드립시다.”

“그럽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화를 내며 성년을 축복하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모두 온모의 앞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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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다. 누구의 몫이든, 기회만 있으면 된다.“명을 내리시옵소서, 폐하.”온사가 정중하게 말했다.왕은 몸을 일으켜 온사의 앞까지 가서 어명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최근 몇 년 간 나라 남쪽에서 천재지변이 끊이질 않아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어, 짐의 근심이 깊다. 그리하여 국가와 백성을 위해 진심을 다해 기도할 사람 한 명이 필요하다.”“신녀 하겠사옵니다!”온사는 바로 하겠다고 했다.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네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경성 근처 남산 수월관의 관주가 덕망이 높고 덕을 많이 쌓은 스승이다. 만약 스승께서 동의하신다면, 짐도 동의하겠다.”“네, 폐하의 성은에 감사드립니다.”“감사하기엔 아직 이르다. 만약 스승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짐도 네게 도움을 줄 수 없다.”말을 마친 왕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거라. 짐이 소식을 기다리겠노라.”지금의 온사에게는 이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아무리 험악하고 위험하더라도 온씨 가문을 떠나야만 했다.온사가 물러가겠다 하며 돌아섰을 때, 왕이 갑자기 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잠시.”온사는 발걸음을 멈추고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돌아보았다.그녀의 이런 표정을 본 왕은 더더욱 복잡해진 눈빛이었다.하지만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남산으로 가는 길이 멀다. 만약 바로 가려거든 덕자에게 마차를 준비하라 하겠다.”이 말을 들은 온사는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감사합니다, 폐하. 그럼 덕공께서 고생하시겠네요.”“아닙니다. 아가씨 이쪽으로 오시죠.”온사가 떠난 뒤, 왕의 뒤에 있던 내시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온씨 아가씨, 아프신 것 같사옵니다”혈흔이 가득하고, 상처가 가득한 것이 딱 봐도 곤장에 맞아 새로 생긴 상처였다.위대한 진국공 정실의 딸인데,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녀가 이렇게 맞았다는 것을 누가 감히 믿을 수 있겠는가?어쩐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면서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에게 알리지도 못했다니.정말 불쌍하구나.왕은 그저 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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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너무 많은 피를 흘린 온사는 서재에서 잠시 무릎을 꿇고 있었을 뿐인데, 일어날 때 조금 어지럽고 눈이 침침했다.하지만 그녀는 폐하 앞에서 예의를 갖추기 위해 강제로 버텼고, 원래 마차에서 쉴 생각이었지만, 서재에서 막 나오자 눈앞이 깜깜해져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덕공의 ‘섭정왕 전하’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부딪혔다.섭정왕?부축을 받은 온사는 매섭게 자신의 혀를 물었다. 고통으로 머릿속이 훨씬 맑아졌다.그녀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부축한 사람이 누군지 보았을 때, 차갑고 비할 데 없는 아름다운 얼굴에 그녀는 깜짝 놀라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었다.명나라 전체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은발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바로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명나라의 전신, 섭정왕 전하 북진연이었다.“신녀 예의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섭정왕 전하.”온사는 급히 몸을 똑바로 세우고 예의를 갖추어 공손하게 말했다.그녀는 섭정왕의 살신이라는 이름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명나라가 지금처럼 평안할 수 있는 것은 다 전하의 덕분이었다.그저 예전에 섭정왕 전하는 여인이 다가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경성으로 돌아오기 전, 오는 길에 만난 관료들이 북진연에게 여인 몇 명을 보냈지만, 다음 날 그 여인들은 모두 죽었다. 심지어 모두 손이 잘린 채였다.듣기로는 여인들의 손이 섭정왕 전하에 닿아서 그가 베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아무리 소문은 믿을 수 없다지만, 지금 온사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북진연에게 용서를 구했다.다행히 전하의 안중에 그녀는 없었고, 그저 담담히 그녀를 훑어보고는 그녀가 똑바로 서자마자 손을 거두고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서재로 향했다.온사는 속으로 몰래 생각했다.역시 전하는 여인을 싫어하시는구나, 나중에 또 만나면 아무래도 조금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겠어.하지만 그녀가 다시 몸을 일으켜 덕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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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0화

    바로 이때.“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하인 한 명이 급히 달려 나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둘째 도련님 셋째 도련님, 사모님…… 사모님의 위패가 사라졌습니다!”온자신과 온자월은 동시에 낯빛이 변했다.“뭐?! 너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사당에서 위패가 사라졌는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어머니의 위패를 누가 가져갔지?”온자월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온자신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두 형제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화가 나서 말했다.“설마…… 온사?!”“어머니의 위패까지 가져가다니!”온자신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도둑년이다! 무슨 자격으로 어머니의 위패를 가져간 것이냐!”온자월은 낯빛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녀는 아버지의 허가도 없이 출가하여 여승이 되었고, 이런 온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을 한 것도 그렇다 쳐도, 이제는 어머니의 위패까지 훔치다니!“이 년이! 어제 계속 몰래 무언가를 한다 싶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걸 그랬네!”온자신은 화가 나서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들은 아직 온사가 위패뿐만 아니라, 그녀 어머니의 혼수, 유품 같은 물건을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저 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었다.온자월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욕해봤자 소용없어. 아마 어제 어머니의 위패를 수월관으로 가져갔을 거야.”“이제 너만 믿을게, 막내야.”온자신은 온모를 바라보여 말했다.“반드시 다섯째랑 어머니의 위패를 같이 데려오거라!”“알겠습니다, 둘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온모는 속으로 생각했다.온사 이 천한 것이 그 천한 위패를 가져갔을 줄은 몰랐다.이러면 더 잘 됐지!애초에 나중에 반드시 그 천한 위패를 온씨 가문 사당에서 내다 버리고 그녀 어머니의 자리를 비워두려고 했었다.이렇게 빨리 그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수월관에 가서 그저 작은 사고를 일으킨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9화

    온모의 말을 듣자 온자신 일행은 모두 동의했다.“아버지, 막내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수월관에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막내가 간다면 스승님 역시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온권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막내구나. 이번 일은 너한테 맡기마.”온모는 갑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다.“아버지, 염려 마세요. 제가 반드시 언니를 데리고 오겠습니다!”온자신이 웃으며 말했다.“막내가 가면 분명 성공할 것이야!”“맞아, 맞아. 막내는 이렇게 착하고 귀여우니, 수월관에 가서도 분명 스승님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그때 가서 막내랑 같이 다섯째를 잘 타이르면 다섯째가 돌아올지도 몰라!”온모는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그 늙은 여승들의 사랑은 받고 싶지 않았다.재수 없어.하지만 그녀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유지하며 가끔 칭찬을 받으면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니 그녀의 진짜 속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온자신 일행이 계속 온모를 칭찬하고 있을 때.옆에 있던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는 온모와 딸에게 무한한 웃음을 내보이는 온권승, 그들의 곁을 둘러싸고 온모를 달래고 있는 동생들을 보고 있으니, 순간 머릿속에 수월관 앞에서 섭정왕이 한 말이 떠올랐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온장온은 또 한 번 의문이 들었다.다섯째가 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을까?집안이 이렇게 화목하고 따뜻한데, 아버지는 자식들을 아끼고, 오라버니들은 동생을 아끼고, 가장 어린 여동생도 그렇게 양보하는데, 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비록 둘째가 가끔 때리기도 하고, 아버지도 가법으로 처벌하기도 했지만 그건 다 그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철없이 행동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설마 겨우 이런 일로 집에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고, 집안이 싫어진 건가?온장온은 갑자기 화가 났다.온사에게 화가 났고, 온사가 본인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그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8화

    온사는 묵묵히 자신을 타일렀다.이제 그녀는 출가한 사람이니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이렇게 생각한 뒤, 온사의 마음은 빠르게 물처럼 평온해졌다. 오래된 우물에는 파도가 치지 않는 법이다.“그럼 다시 한번 섭정왕 전하께 감사드립니다.”“여승은 아직 정리할 짐이 남아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전하.”온사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돌아서서 관내로 들어갔다.그녀의 수척한 모습이 월동문 뒤로 사라지자, 북진연은 그제야 뒤로 돌아 수월관을 나섰다.그가 출발하려 할 때, 온장온은 여전히 대문 밖에 있었다.북진연이 나오는 모습을 본 온장온은 재빨리 앞으로가 급히 물었다.“섭정왕 전하, 다섯째는 어찌 되었습니까? 다섯째는 같이 안 나오신 겁니까?”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이 그를 세 걸음 밖으로 밀쳐냈다.북진연은 담담히 그의 눈을 보더니 말했다.“그 아이는 이제 이미 수월관의 여승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지 않았습니다.”온장온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낯빛이 변했다.“네?!”“하지만 폐하께서 이미 다섯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로 약조하셨습니다. 그저 저 아이가 후회하여 돌아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폐하께서 어명을 거두시겠다 하셨습니다!”“제가 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외쳤는데 섭정왕 전하께서는 설마 듣지 못하신 겁니까?”북진연은 부하들에게 고삐를 건네받으며 말했다.“들었습니다.”“들으셨으면서 왜 데리고 나오지 않으신 겁니까?!”온장온은 순간 놀라서 화를 내며 물었다.그러자 북진연은 바로 말에 올라타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기세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온장온과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몰고 가버렸다.폭포 같은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지금 북진연의 마음과 같았다.의서?의학을 배우려는 건가?배우기 어려울 것인데, 임씨 성을 가진 자들에게 달라고 해야겠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화

    그 순간, 그녀의 속에서 마치 끈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마치 몸에 있던 모든 속박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드디어 그녀의 두 번의 생을 고통스럽게 하던 곳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북진연은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었다.몇 년이 지나도 그는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그는 전장에서 수많은 살육과 죽음을 목격했고, 매번 다른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의 충격적인 감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이미 살육으로 혼탁해진 눈에 금색의 불상과 소녀가 비쳤다.그 불상의 빛이 쏟아지니 마치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그리고 소녀 역시 환골탈태한 듯했다.*북진연이 떠날 때, 온사는 대문까지 그를 배웅했다.그녀는 대문에 가까이 가지 않고,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 예를 갖추었다.“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섭정왕 전하.”만약 북진연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쉽게 온씨 가문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온씨 가문을 떠났다고 해도, 도중에 다시 잡혀갔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북진연에게 감사해야 했다.“명을 받들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오.”북진연는 그녀의 눈을 피한 채 고개를 돌리고 벽에 가득한 푸른 덩굴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물었다.“오늘 물건을 다 잘 챙기셨소? 두고 온 것은 없소?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대신 가져다드리겠소.”온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물건과 어머니의 물건 중에 중요한 것은 대부분 옥패의 공간에 넣어두었다.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어도 상관없었다.북진연은 뭔가 불만스러운 듯 무심코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오늘 그렇게 급하게 준비했는데, 정말 다 챙긴 게 확실하오? 앞으로 하산이 쉽지 않을 것이니, 만약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 귀찮게 하지 마시고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것이 나으실 거요.”온사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나중에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확실히 번거로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화

    그 뒤로 길은 굉장히 험했다.특히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차 때문에 마차 안에 있던 온사는 몇 번이고 튕겨져 나갈 뻔했다.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이다.그래서 여기저기 부딪혀서 등 뒤의 상처가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역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행렬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저번에 덕공의 마차를 탔을 때는 1시간이 지나서야 남산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겨우 30분 만에 도착했다. 계속 흔들리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밖에서 북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착했소.”온사는 너무 흔들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그녀는 앉아서 조금 진정한 후에야 천막을 젖히고 비틀거리며 내렸다.북진연은 말에 탄 상태로 그녀가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채찍을 든 채 가서 부축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온사를 보고 있다가 그녀가 매무새를 잘 정돈하고 땅 위에 똑바로 선 뒤에야 입을 열었다.“폐하의 명을 받들어 제가 함께 들어가 직접 제 눈으로 당신이 정식으로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보고 떠날 것이니, 들어가시오.”북진연은 무뚝뚝한 말투로 이렇게 설명했다.“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섭정왕 전하.”온사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어쨌든 지금 그녀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된 성녀라는 특수한 신분이니, 폐하께서 섭정왕 전하께 곁에서 지키라고 하신 것도 정상이다.북진연은 몸을 돌려 말에서 내린 후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 명하고 온사를 데리고 수월관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온사는 막수 스승의 앞으로 갔다.그녀는 조금 의외였다. 위대한 섭정왕 전하께서 수월관에 이렇게 익숙하신 줄 몰랐다.하지만 그녀도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대전 불상 앞에 도착했을 때, 막수 스승과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린 뒤였다.그녀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자, 막수 스승은 그녀의 곁으로 와 그녀의 풋풋하고 앳된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정말 후회 없으십니까?”“후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5화

    서재를 나서면서 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온장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버지, 다 이 아들의 잘못입니다. 제가 다섯째를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그 역시 후회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어쩌면 온사가 그렇게 단호하게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한 것이 그날 그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곤장 50대를 쳤으니, 다섯째도 속으로 원망하는 것이 당연하다.다섯째가 너무 철이 없는 것이다.속으로 그렇게 억울했으면 어찌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까?굳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여야 속이 후련했을까?비록 아까 왕이 언급했지만, 온장온은 마치 아직도 온사가 정말 온씨 가문을 떠나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온권승도 똑같았다.그는 덤덤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이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그 아이를 방치하여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해,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하지만 다행히 폐하께서 아버지의 체면을 고려하여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온장온은 표정이 약간 풀렸다.“맞다. 네가 지금 바로 온사의 마차를 따라가거라. 반드시 그 아이가 출가하기 전에 잡아와서 더 큰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궁에 다녀온 온권승과 온장온은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이 입을 열었다.온씨 가문이 조정에 오랜 시간 충성을 다한 것을 봐서 온권승 일행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그들이 온사를 타이를 수 있다면, 그도 온사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허가하겠다는 어명을 거두기로 하였다.그 후, 온장온은 말의 속도를 높여 남산으로 항했다. 그리고 온권승은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 소식을 기다렸다.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마차가 성에서 나간 뒤, 온사는 북진연을 계속 재촉했다. 그가 속도를 더 올려 더욱 빠른 속도로 수월관에 도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섭정왕 전하, 청컨대 속도를 올려 최대한 빠르게 갈 수 있겠사옵니까?”온사는 두려움을 참고 천막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화

    다음 생에는 어머니가 다시는 온씨 가문 사람들 만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곧 온사는 진국공 저택의 앞뜰로 돌아왔다.북진연을 보자 마치 이미 지겹도록 기다린듯했다. 그녀는 급히 앞으로 가 그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 채비를 마쳤습니다.”“그럼 가시지요.”북진연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온사가 곧 따라갔다.온자신 일행도 가려고 했지만,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의 칼 때문에 갈 수 없었다.그저 온사가 정말 북진연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지켜보던 온자신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온사! 네가 그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버지와 우리에게 떳떳할 수 있겠느냐? 넌 언젠가 후회할 것이 두렵지도 않는 것이냐?!”이 말을 듣자 온사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며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온사는 단 한 번도 당신들에게 떳떳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차에 올랐다.북진연도 뒤돌아 말에 올라타 군사를 이끌고 앞장섰다.그가 ‘이랴’소리를 내며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을 데리고 남산으로 향했다.이때 다른 한쪽.온권승과 큰 아들은 궁으로 들어가 예상외로 쉽게 서재로 가 정무를 보고 있는 왕을 만날 수 있었다.“폐하 제 다섯째 동생 온사는 충용후 저택 최세자에게 파혼당한 뒤, 순간적인 충동으로 괴로워하여 폐하께 찾아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게 해달라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오늘 정말 수월관으로 가 출가한다면 제 다섯째 동생은 앞으로 평생 푸른 등불과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폐하, 제 철없는 딸은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어명을 거두시어 소신의 딸이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소신이 앞으로 아이를 잘 다스려 다시는 소란을 피우는 일이 없도록 하겠나이다.”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은 함께 무릎을 꿇고 청했다.왕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만약 온사의 상처를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정말 이 두 여우의 말을 믿고 온사가 정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3화

    “진국공 걱정 마시오.”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은 북진연에게 의자를 하나 가져오게 해, 의자에 앉아서 꽤 자유분방하게 말했다.“내 부하들은 모두 전장에서 수많은 적군을 죽인 숙련자들이오. 검을 다루는 일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 당신과 당신 아들들이 우리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저들도 당연히 정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이 말은 오늘 감히 날 막으면 저들이 손을 쓸 것이라는 말이었다.온권승은 북진연의 행실이 항상 제멋대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진국공 저택까지 올 정도로 제멋대로 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온권승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온사는 내 딸이오. 저 아이는 내 허가 없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폐하께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하였소. 지금 내가 저 아이에게 다시 폐하께 찾아가 어명을 거두라고 하였으니, 폐하께 저 아이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시오. 그리고 섭정왕께서 저 아이를 수월관까지 데려가실 필요도 없소.”북진연은 발걸음을 멈춘 온사를 보고 담담히 그녀에게 물었다.“이것은 당신의 뜻이오?”“아닙니다.”온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부정했다.“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것이 여전히 저의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온사!”온권승은 화를 내며 호통쳤다.“너 설마 지금 정말 온씨 가문과 연을 끊고자 하는 것이냐?”온권승의 분노를 마주한 온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말했잖습니까, 아버지께서 도와주시면 감사하다고요.”순식간에 온권승의 낯빛이 무섭게 변했다.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온사는 속으로 두려웠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북진연은 온사의 입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소. 시간이 꽤 지났으니, 성녀님께서는 서둘러 채비를 마치시오.”이 말을 들은 온사는 더 이상 온권승의 얼굴은 고려하지 않고 뒤로 돌아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온권승은 다시 북진연을 보며 차가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2화

    얼마 지나지 않아, 온사는 그들에게 따라잡혔다.“다섯째야, 제멋대로 굴지 마.”“더 이상 아버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온자신과 온자월은 앞뒤로 그녀를 가로막았다.온권승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했다.“데리고 내려가서 잘 가두어 두거라.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꺼내주어서는 아니 된다!”이때, 갑자기 나지막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대문 쪽에서 들려왔다.“오늘 진국공 저택이 참으로 활기차구나.”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바라보자, 신처럼 아름다운 은발을 한 남자가 검은 깃발을 든 군사 몇 명을 데리고 국공 저택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봉황 눈을 가늘게 뜨고 기세등등하게 온모 일행을 훑어보았다.북진연이 물었다.“이게 뭣들 하는 것이오?”온장온은 낯빛이 살짝 변하며 온사와 온모를 잡아끌어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섭정왕 전하를 뵙습니다.”온모는 북진연을 쳐다보고 있었고,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온권승은 예를 갖추지 않고 그저 미간만 살짝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께서 오셨군요. 하지만 오늘은 제가 전하를 접대할 시간이 없사오니, 전하께서는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찾아온 사람이 그 일 줄은 몰랐다.정말 귀찮게 되었다.“괜찮습니다. 오늘은 저도 손님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북진연은 온권승의 예의 없는 말투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려 온사를 보며 말했다.“복명 성녀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온사도 폐하께서 그녀를 데려갈 것이라고 한 사람이 이렇게 위대한 인물일 줄은 몰랐다.평소의 그녀였다면 조금 무서웠을 텐데, 지금 북진연을 보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선왕께서 돌아가신 뒤, 그녀의 아버지는 재빨리 중요한 문신들을 회유했기 때문에 지금의 조정에서 아버지의 권력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여우처럼 간사하고 교활해서 왕이 이곳에 있었다면 왕도 그를 조금은 신경 썼을 것이다.하지만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선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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