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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작가: 이제리
“안 돼!”

“그럴 수 없다!”

맹세하는 것뿐이라서 최소택도 알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크게 반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더 이상한 것은, 그와 똑같이 크게 반응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막내?”

온장온과 일행은 이상하다는 듯 온모를 바라보았다.

온모는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급히 감정을 추스르며 억지로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아니…… 그게, 저는…… 저는 그저 언니가 한 말이 조금 옳지 않은 것 같아서, 만약…… 만약 나중에 소택 오라버니가 마음을 돌리면, 그러니까 언니도 여지를 좀 남겨두는 게 어떨까?”

첫째 온장온은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 온모의 말이 뭔가 이상했다.

셋째 온자월은 별 반응이 없었다.

넷째 온옥지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온모를 보더니 다시 최소택을 보았다.

그들에 비해 순진한 둘째 온자신은 온모를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는 애초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됐다, 막내야. 나도 네가 온사를 걱정하는 것은 알지만,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시큰둥하게 최소택을 흘끗 보았다.

“너도 그렇게 우리 온씨 집안 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아예 깔끔하게 오늘 우리 아버지 앞, 오신 이렇게 많은 손님들 앞에서 깔끔하게 맹세하면, 앞으로 온사가 네게 매달린다 하여도 우리 온씨 가문에서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오라버니……”

온모가 다급해졌다. 하지만 최소택은 그녀보다 더 다급했다.

“안 됩니다. 이 맹세는 할 수 없습니다!”

최소택은 매섭게 온사를 노려보았다.

그는 온사가 분명 온모에 대한 그의 마음을 깨닫고 고의로 이런 못된 조건을 내걸어 그와 온모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허.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도 이 못된 여자가 절대 우쭐거리게 두지 않을 것이다.

최소택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속에서 굳건한 용기가 솟았다.

그는 다시 손을 모으고 고민도 없이 온권승에게 말했다.

“외삼촌, 파혼 외에 또 한가지 말씀 드릴 일이 있습니다. 외삼촌께서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너는 요구가 많구나.”

이때 온권승은 이미 그와 온모의 반응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손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온아려는 그녀의 오라버니가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급히 최소택을 끌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지금 최소택은 온 정신이 다 온모에게 가 있으니 어미 말을 들을리가 있나?

그는 다시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단숨에 남은 말을 다 내뱉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외삼촌. 제가 이번 생에 혼인하고 싶은 여인은 오직 하나, 바로 온모입니다! 그러하오니, 외삼촌께서 이 소망을 들어주셔서 온사와 파혼하고, 온모와 혼인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가 이 말을 내뱉자, 장 내에 있던 온씨 가문 형제들은 낯빛이 서서히 변했다.

“최소택, 네가 감히!”

온자신이 크게 화를 냈다.

온장온은 침울한 얼굴로 타일렀다.

“소택아, 우리 온씨 가문 여식은 네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온자월과 온옥지 두 사람도 좋은 눈으로 보지는 않았다.

서로 흥분해서 단점을 가려주는 모습이 아까보다 훨씬 더 보기 좋기는 했다.

온사는 차갑게 웃었다.

옆에서 우연히 이 모습을 본 온자신은 그녀가 웃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넌 지금 웃음이 나와?! 온사야, 넌 도대체 우리 온씨 가문 여식이 맞긴 하냐? 네 정혼자를 보거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널 괴롭히는데 관리 좀 잘 할 수 없겠느냐?”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둘째 오라버니께서는 못 들으셨습니까? 제 정혼자가 이번 생에 혼인하고 싶은 여인은 제 동생뿐이라 하셨잖습니까. 그럼 불륜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막내야?”

온사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감탄하는 듯했다.

게다가 이 말이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자, 몇몇 사람들은 서서히 되새겼다.

오늘 온 손님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암투와 음탕한 생활을 수도 없이 지켜본 관가의 부인이었다.

여동생이 형부를 꼬셨다거나 그런 일들은 경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정말 순수하다면 언니의 약혼자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온사가 앞뜰에 오기 전, 온모와 최소택이 같이 하하호호 웃으며 아주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사람들이 똑똑히 보았다.

전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저 사촌 관계가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최소택이 이렇게 나오고 온사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순간 많은 사람들이 온모를 바라보는 시선에 의미심장함이 더해졌다.

주변의 분위기가 변한 것을 느낀 온모는 이를 악물어 이가 깨질 뻔했다.

빌어먹을!

이 년이 왜 갑자기 똑똑해진 거야?

예전에는 돼지처럼 멍청해서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더니, 이제는 확실히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설마 어떤 고수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온모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멍청한 건 멍청한 거다.

아빠와 오라버니들이 그녀의 편이라면, 영원히 온사가 판을 뒤집을 기회는 없다.

전생의 나는 너무 멍청했다.

똑같이 주변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낀 온사도 속으로 감개무량한 말투로 스스로를 욕했다.

전생에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최소택에게 파혼을 당했을 때 그 충격이 너무 커 받아들일 수 없었고, 최소택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손님들 앞에서 힘겹게 애원했지만, 되돌아온 건 최소택의 불쾌하다는 듯한 눈빛과 증오였다.

그가 말했다.

“나 최소택은 사람됨이 공명정대하여 가장 싫어하는 것이 그런 음모인데, 온사 너는 내 금기를 어겼고 진작 내 아내가 될 자격이 없었어.”

그 뒤로, 그녀는 최소택의 이 말 때문에 하루 아침에 경성 전체의 비웃음을 샀다.

이제는 새로운 인생이니, 온사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녀의 것이 아닌 것들에 집착하지 않으니 그제야 모든 것이 간단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사야, 적당히 해!”

최소택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일은 온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너랑 파혼하려는 거니, 할 말이 있다면 나한테 해! 하지만 내 생각을 바꾸려 한다면 내가 말해두는데……”

그는 가장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

“허튼 생각 마!”

짝!

청아한 뺨 때리는 소리가 장 내에 울려퍼졌다.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며 예단 위의 온사를 바라보았다. 온장온 형제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했다.

온사가 최소택을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최소택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빨리 커서 소택 오라버니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온사가 최소택을 때리다니?

“온사! 너 미친 게냐? 네가 뭘 믿고 우리 아들을 때려!”

온아려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흥분해서 소리치며 손을 들어 온사의 얼굴을 때리려했으나 온사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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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막수 스승님도 엄청 까다로우십니다. 짐이 보기에 그 아이는 크게 실망하고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왕이 온사에게 들게 한 시험은 쉬워 보였지만, 막수 스승님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수월관의 막수 스승은 고집불통이었다.왕은 물론, 선왕도 그녀의 앞에서는 체면을 조금도 챙길 수 없었다.그녀가 만약 온사가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온사에게도 기회는 없다.그래서 왕은 온사가 수월관에 가면 분명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만약 이 일로 그녀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더욱 좋을 일이다.결국 그 역시 란 고모의 딸이 여승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북진연은 그 아이가 넘어졌다가 일어날 때, 여전히 몸에 입은 상처들로 고통스러워 하긴 했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자리를 뜨는 모습을 떠올렸고, 왕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온사는 이때까지도 그녀가 얻은 이 기회에도 희망이 크지 않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포기할 리 없었다.마차에서 온사는 덕공이 따로 준비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덕공은 진작부터 그녀의 상처를 눈치챘고, 약 한 병과 붕대도 조금 챙겨 주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상처가 등 뒤에 있어 온사는 대충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조금 뒤, 공간에 있던 시냇물을 담은 작은 병을 꺼냈다. 상처를 씻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그대로 마셔버렸다.이 시냇물은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 주니, 분명 그대로 마셔도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이다.그녀는 이제 상처가 너무 빨리 아물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정신은 멀쩡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역시 온사가 예상한 대로, 아주 조금만 마셨을 뿐인데, 우울하고 무겁던 머릿속이 마치 맑은 바람에 먼지가 날아간 듯 금방 상쾌해졌다.온사는 정신을 차리고 바로 염탐을 시작했다.그녀는 수월관의 그 스승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폐하가 알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7화

    “스승님과 제 아버지요?”온사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덕자는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왼쪽의 햇살을 즐기며 온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이 일은 말하자면 재밌습니다. 예전에 막수 스승님께서는 하산을 하지 않으셨고, 수월관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 태어나신 해에 막수 스승님께서 사람을 시켜 진국공 저택에 선물을 보냈고, 외부 사람들은 그제야 세상사에 관심 없던 막수 스승과 진국공 저택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사람들은 진국공 어르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로 막수 스승님은 더 이상 진국공 저택과 왕래하지 않았습니다. 진국공 부인의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뜨던 날까지요. 그날 막수 스승님께서는 급히 하산하시어 진국공 부인의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장례를 치른 뒤, 막수 스승님께서는 사람들 앞에서 진국공께 양심이 없다며 욕을 퍼붓고 그의 부인에게 미안하니 앞으로 다시는 진국공 저택의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그제야 외부 사람들은 알게 되었죠. 알고 보니 막수 스승님께서 오래 알던 사람은 진국공이 아닌 국공 부인이었다는 것을요.”덕자가 묵묵히 얘기했다.“아가씨, 어머니와 막수 스승님께서는 확실히 오래 알고 지내셨습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는 진국공의 딸이기도 하시니 막수 스승님께서는 아가씨 체면을 살려주지 않으실 겁니다.”“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온사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그녀는 수월관의 관주인 스승이 온씨 가문과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상상도 못했고, 그게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었다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이 일은 그녀의 전생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온사는 입술을 문지르며 말했다.“덕공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기왕 이렇게 된 거, 그녀도 수월관에 가봐야 한다.마차는 한참을 흔들거리며 남산에 도착했다.덕자는 온사를 수월관 앞까지 바래다주고 말했다.“아가씨, 들어가세요.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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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9화

    온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온사가 자신도 몰랐던 정곡을 찔렀으니 말이다. 그녀는 독기 어린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서 온씨 가문에는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거야?”온사도 사실 그럴 생각이었지만 온모가 편하게 살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온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상황을 봐야겠지.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되면 돌아가서 진국공부의 적녀의 신분으로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적녀라는 두 글짜가 온모의 자존심을 찔렀다.대외적으로 그녀는 온권승이 은인의 딸을 입양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단지 그녀의 어머니가 정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제대로 따지면 온모는 서녀의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그녀는 비천한 사생아에 불과했다.온사의 어머니인 란자군의 이름을 족보에서 지우고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써넣지 않는 한은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영원히 온사를 뛰어넘어 진국공부 적녀가 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전생의 온모가 죽은 온사의 어머니를 괴롭혔던 이유기도 했다.“꿈 깨!”온모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며 잔뜩 분노한 눈으로 온사를 노려보았다.“가문에서 나갔으면 다신 돌아오지 마!”온사의 말은 일부분 사실이었다. 그녀는 온사를 집에 다시 데려다가 자신이 장악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기를 원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온사는 이미 예전처럼 그녀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보다는 밖에서 해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온모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그런데 바로 그때, 그녀는 등 뒤가 무엇인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돌린 온사의 눈에는 막수 사태와 다른 사태들의 싸늘한 눈동자가 들어왔다.“이곳은 수월관 승려들이 옷을 갈아입는 곳입니다. 함부로 침입하지 마시지요.”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흉악한 모습을 들켰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온모는 처음부터 이 여승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래서 곧바로 표정을 수습하고는 온사에게 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8화

    “수상한 여자?”온사는 멈칫하며 되물었다.“사람들과 같이 오고 있어?”“아니요. 혼자인 것 같았습니다.”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그럼 넌 일단 숨어 있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고.”“예.”추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자취를 감추었다.온사는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밖으로 향했다.막 대문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나타난 손바닥이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온사는 가볍게 고개를 비틀어 피하고는 손을 뻗어 상대의 귀뺨을 쳤다.선수를 치려다가 된통 당한 온모는 얼굴을 감싸며 분노해서 소리쳤다.“온사, 네가 감히 나를 쳐?”“그래 쳤다. 그래서 뭐?”온사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정말 머리가 안 좋은 건가. 내가 또 말해줘야 해? 내가 널 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말이야.”“너!”분노한 온모가 다시 손을 뻗었지만 온사가 더 빨랐다. 그녀는 바로 상대의 손목을 낚아채고 주저없이 귀뺨을 날렸다.짝!방금 전보다 더 찰진 소리가 들려왔다.온모는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매를 맞은 탓에 볼이 빵빵하게 부어올랐다.온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디 다시 쳐봐. 내가 한대라도 맞나?”진작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전에는 기회가 없어서 못했는데, 그럼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온사는 몇 대 더 때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러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온모가 뒤로 뒷걸음질을 쳤다.그녀는 힘겨루기로 온사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화제를 돌렸다.“언니, 어떻게 동생한데 이렇게 할 수 있어? 내가 당장 폐하한테 가서 이르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위선자 같으니라고! 네 본모습을 폐하한테 다 까발릴 거야!”“동생?”온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웃기지 마. 내 어머니는 내게 여동생을 낳아주지 않으셨어.”“그래. 같은 배에서 나온 게 아닌 건 인정해. 하지만 그래서 뭐?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은 다들 날 친딸, 친동생으로 생각하고 챙겨줬어.”온모는 의기양양하게 온사를 도발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7화

    오늘의 온사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태어나기를 성녀로 태어났다고 감탄하며, 앞으로 본분을 다하며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면 성녀로 존중해 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온사 본인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진짜 성녀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삼촌, 보세요. 짐이 선택한 성녀 괜찮지요?”한편, 어린 황제는 조정의 대신들과 백성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았다.그는 점점 더 온사가 마음에 들었다.처음에는 그저 기회를 준 것뿐이었지만, 그녀가 지금 보여준 모습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폐하의 안목이 참 탁월하십니다.”북연진도 어린 황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동안 온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북연진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기도 의식에 필요한 경문은 총 아홉 장,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전부 암기해서 읊어야 했다.이것이 온사가 급하게 수월관으로 돌아온 이유이기도 했다.다행히도 남은 며칠 동안 막수 사태의 도움으로 그녀는 결국 기도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아홉 장절의 경문을 모두 암기하는데 성공했다.“그런데 나보다 나이도 많은 영감탱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어린 황제는 피식 웃으며 온씨 가문 일행을 힐끗 바라보았다.온자신을 제외한 온씨 가문의 모두가 무대 아래에서 행사를 참여했지만, 온권승은 그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관망대에 올라간 딸을 바라볼 뿐이었다.온장온과 다른 형제들의 표정은 착잡했다. 지금도 그들은 여동생이 성녀이자 여승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리고 온사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눈빛 한번 안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분명 가족인데도 그녀는 그들을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이 대하고 있었다.“온사 쟤는 정말 저렇게까지 우리랑 멀어지고 싶은 걸까?”하지만 온장온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그건 아닐 겁니다.”옆에 있던 온자월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집에서 좋은 것만 입고 좋은 것만 먹으면서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6화

    갑작스러운 상황에 온사는 순간 넋을 잃고 말았고,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사부님이… 독왕이셨다고요? 귀의라고 불리는 독왕이요?”막수 사태가 눈썹을 찡긋했다. “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단다.”대명 왕조에는 두 명의 유명한 의술 천재가 있었다.한명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의성 임자부, 그리고 또 한명은 의술과 독학을 겸비한 귀의 독왕이었다.그들의 명성은 안방에서 곱게 자란 온사마저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중 신출귀몰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바로 귀의 독왕이었는데, 소문에 지금까지 귀의 독왕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그런데 오늘 온사가 그런 인물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신비에 둘러싸인 귀의 독왕이 여승들만 사는 허름한 사찰의 주지 사태인 줄을 누가 알았을까?“그럼 사부님, 정말 저에게 독학을 가르쳐 주신다는 말씀인가요?”“왜? 싫으냐?”“그럴 리 없잖아요!”온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냥 제가 이렇게 큰 행운을 가졌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요.”안 그래도 직전에 북진연이 믿을만한 스승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일깨워 줬었는데 독왕이 바로 신변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그렇게 대단한 분이 자신의 사부라니!온사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지금 기뻐하긴 일러. 독학을 배워주는데 있어서 만큼은 나도 아주 엄격할 거니까.”막수는 온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그러니 지금은 먼저 날 따라서 의술부터 배우겠다고 맹세하렴.”“무슨 맹세요?”막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불가에서 해서는 안 될 것 중에 하나가 살생이야. 독을 배우겠다면 그 독으로 절대 살인을 하거나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한다.”그러자 온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그녀는 한참의 고민 끝에 막수에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사부. 비록 독을 이용해서 복수할 생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제 신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녀는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이유로 가문을 떠났고 나라를 위해 기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5화

    “이건 섭정왕 전하께 드리는 저의 답례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폐하께 드리는 거예요. 귀찮으시겠지만 섭정왕 전하께서 소인을 대신해 폐하께 전해주셨으면 합니다.”북진연은 나무 상자를 건네받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렇게 북진연이 돌아간 후, 온사는 다시 경문을 베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필사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바로 막수 사태였다! “무우야.”막수 사태는 진지하게 경문을 필사하는 온사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사부님?”온사가 이내 붓대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섭정왕 전하께서 그림자 호위 한 명을 데려왔다지?”“예. 감사히 받았습니다. 제가 추월이라는 이름도 지어줬어요! 그 아이를 만나보시렵니까?”사람을 수월관에 들이는 일은 막수 사태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럴 필요까지 없다. 네 사람이니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막수는 손사래를 치고는 온사가 건넨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이리 와서 앉아 보거라. 내가 너한테 긴히 물어볼 게 있으니.”온사는 찻잔을 내려놓고 사부의 옆으로 다가가서 앉았다.“무슨 일입니까?”막수는 온순한 그녀의 표정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너… 최근에 독약을 연구하고 있었니?”온사는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다급히 해독약을 그녀에게 먹여준 사람이 바로 사부였으니 말이다.“예.”온사는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다.막수 사태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불가에 발을 들인 제자는 독을 연구하면 안 되는 겁니까?”막수 사태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그런 건 아니다. 독이라도 잘 쓰면 사람을 구할 수도 있는 거니까.”온사는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막수 사태가 말을 이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몰래 독을 연구하는 것은 안 된다.”막수는 엄중한 표정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그날 자칫 잘못했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하지만 사부님, 저 이미 독경을 손에 넣은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4화

    목소리를 들은 온사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칠호는 키도 꽤 큰 편이며 온몸을 꽁꽁 감싼 복장을 하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특이점이 없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여인이었기 때문이다.“섭정왕 전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온사 역시 귀족가에서 나고 자랐기에 권세가문, 특히나 황족들이 그림자 호위를 옆에 두고 육성한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았다.진국공부 역시 마찬가지였다.온권승의 신변에는 그림자 호위가 있었는데, 어릴 때 아버지의 신변에서 그들을 본 것 같았는데 칠호 역시 그들이 주었던 느낌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폐하께서 보내신 그림자 호위입니다. 원래는 황실에만 속한 자들이었지만 당신은 이 나라의 유일한 성녀이고 나라를 위해 관내에서 기도를 올리고 계시니 제가 폐하와 상의 후에 전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당한 녀석을 선별하여 데려왔습니다.”북진연은 칠호의 신분패를 온사에게 건넸다.“앞으로 성녀는 이 아이의 주인입니다. 아무리 폐하라도 성녀를 제치고 이 아이에게 무언가를 명령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온사는 북진연이 이렇게 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칠호를 신변에 두면 앞으로 온자신 일행이 또 그녀에게 무력을 행사하려 할 때 그녀에게도 반격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그녀는 이 선물을 거절할 수 없었다.그저 폐하가 은혜를 베푼 것이라고는 말했지만, 북진연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그가 아니었으면 아무리 폐하라도 이렇게 쉽게 황실의 그림자 호위를 내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잠깐의 고민 후에 온사는 결정을 내렸고, 곧이어 추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너를 추월이라고 부르겠다. 관내에는 사람이 적고 조용하니 나를 따르면 조금 따분하고 무료할 수 있다.”추월이 답했다.“이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소인 주인님의 곁에 남고 싶습니다.”“그러면 그 호칭부터 바꿔야겠구나.”온사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출가인이니, 주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예의에 어긋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3화

    “뭐라고? 돌아갔다니?!”온권승과 온장온 부자는 또 온사를 만나지 못했다.모든 걸 알고 왔다고 생각했건만, 다시 황궁에 도착하자 온사가 수월관으로 돌아갔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내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성녀께서는 며칠 후에 있을 기도 의식을 걱정하시어 깨어나자마자 수월관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셨습니다.”하지만 온권승의 얼굴이 분노로 퍼렇게 질린 뒤였다.단단히 따지러 준비하고 왔는데 수월관으로 돌아갔다니.만약 그녀가 황궁에 계속 있었다면 만날 핑계라도 있었을 텐지만, 이미 수월관으로 돌아갔다면 그들은 대문에 발조차 들일 수 없게 된다.‘이것도 북진연의 꿍꿍이인가?’온권승은 의심이 들었지만, 이것은 북진연이 꾸민 꿍꿍이 따위가 아니었다.온사는 온권승이 찾아올 것을 미리 예견하고 시력이 돌아온 후에 막수 사태와 함께 바로 수월관으로 돌아갔다.온권승을 만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닌, 기도 의식 준비를 마친 후에 그들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온자신이 이렇게 빨리 옥에서 나오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기분이 풀릴 때까지 옥에 가둘 생각이었다.온권승과 온장온은 그렇게 남산 산기슭까지 쫓아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흑기군이 진을 치고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성녀를 보호하고 침입자를 엄벌한다며 진국공부의 마차를 막아섰다.그리고 온씨 성을 가진 사람은 그 누구도 산에 발을 들일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이 광경에 온권승은 순식간에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모두의 존중을 받던 진국공에게 이런 홀대와 수치는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원흉이 철없는 딸 때문이라니 더 기가 막힌 것이었다.집으로 돌아간 온권승은 적어도 기도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온사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직감했다.그리하여 화를 진정시킨 후, 이 일을 장남에게 떠맡겼다.“폐하께서 원하시는 건 우리의 태도야. 요 며칠 너희들은 번갈아가며 남산을 방문해. 만나면 좋겠지만, 못 만나더라도 폐하께 우리가 이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온장온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2화

    “걔는 거기서 대체 뭘 하고 있었단 거지?”온장온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자 온모는 잠시 머뭇거리는 척하다가 눈물을 쥐어 짜내며 말했다.“언니가 거기서 한 사내랑… 밀회를 하고 있는 걸 봤어요.”탁!이때, 온장온이 쥐고 있던 찻잔이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막내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니?”온사가 사내랑 밀회를 한다니!그럴 리는 없었다.아무리 온사가 막무가내에 철부지라고 하더라도 그런 발칙한 짓까지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온모가 여전히 울며 말했다.“저도 제 눈을 믿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제 눈으로 직접 보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죠. 언니에게 발각된 후로 저도 이러면 안 된다고 설득하려 했는데 언니가 저를 시냇물에 담그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협박까지 하는 거예요. 안 그러면… 물에 빠뜨려 죽이겠다고까지 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도록 온권승과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온권승의 얼굴은 음침하게 굳어 있었고 온장온 또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듯 보였다.그가 아는 온사는 말도 잘 안 듣고 철이 없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불경한 짓을 저지를 아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막내를 협박까지 하다니!온권승은 길게 심호흡을 한 후, 온모에게 말했다.“일단 돌아가 보거라.”온모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예를 행한 후에야 서재를 나갔다.“아버지….”온장온은 착잡한 얼굴로 온권승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저는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게 아닌지 싶습니다….”“오해?”온권승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오해인지 아닌지는 불러서 물어보면 확인되겠지.”곧이어 온모의 처소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 한 명과 온자신의 처소에서 일하는 남자 시종을 불렀다.그러고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9일 전, 막내 아가씨와 둘째 도련님이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알고 있느냐?”온자신 처소의 시종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날 둘째 도련님은 뜰에서 무공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1화

    한편, 온자신이 수월관에 침입해서 온사에게 중상을 입혔다는 소식을 들은 온모는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다만 그 뒤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폐하께서 온사를 위해 온자신에게 곤장 80대나 칠 줄이야!게다가 온씨 가문은 무조건 온사에게 용서를 받은 후에야 온자신을 풀어주겠다며 으름장을 늘어 놓았다.이 소식을 들은 온모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왜 그렇게까지 하지?”그녀는 폐하께서 드디어 미친 게 아닌지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한낱 여승을 위해 진국공부를 적으로 돌리다니, 온모는 생각할수록 황당했다.‘그럼 온사는 무슨 자격으로 폐하의 보호를 받지?’현재의 온사는 진국공부의 적녀도 아니고 한낱 여승에 불과한테 왜 존귀하신 이 나라의 주인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챙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정의 상황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르는 온모는 온사를 두둔하는 사람이 어린 황제 한 명뿐이라고 착각했다.하지만 실제로 조정의 반을 휘어잡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다. 온권승이 서재로 부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온모는 올 게 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렇다면 온사가 수월관에서 한 짓을 까발릴 좋을 기회였기 때문이다.‘그런 더러운 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이 집에서 온사의 편은 없을 거야.’온모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냉소를 지은 후, 말을 전하러 온 하인에게 말했다.“알겠다. 아버지께 옷만 갈아입고 곧 가겠다고 전하거라.”온모는 방으로 돌아가 소박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전에 성인식 때 온사가 소박한 옷을 입고 고아한 자태를 뽐낸 이후로 그녀는 줄곧 질투욕에 불타 있었다.그래서 요즘 그녀는 색감이 연하고 깨끗한 옷을 수두룩하게 사놓기 바빴다.온사도 그런 분위기와 자태를 갖고 있는데 자신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온사처럼 옷을 입고 자신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증명할 속셈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온모는 뭐가 자신에게 어울리고 뭐가 안 어울리는지를 전혀 몰랐다. 그녀가 아무리 순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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