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진의 말에 조연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늙은 여우 같으니라고, 욕심이 끝이 없군. “그럼 아저씨는 얼마를 원하세요?” 조연설은 시험 삼아 물었다. 그러자 황덕진은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였다. “50억이요?” 조연설은 약간 놀랐지만 그나마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 하지만 황덕진은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500억이 필요해.” “500억?” 조연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저도 몰래 소리를 질렀다. 그 돈은 조씨 가문의 경제력으로도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조연설은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엄진우를 향해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엄진우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배신자!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 늙은 영감탱이의 변태 짓까지 꾹꾹 참았건만! 조연설은 진심으로 서러웠다. “시천민의 분노를 감안하면 500억은 아주 적은 거야. 네 체면을 봐서 내가 적게 불렀어.” 황덕진은 뻔뻔스럽게 한마디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적어도 2,000억이야.” 조연설은 하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요. 계좌 보내주시면 오늘 밤 열두 시 전까지 입금해 드릴게요. 그럼 예강호는 풀어주실 수 있는 거죠?” 조연설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황덕명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외에도 특별한 요구가 하나 더 있어. 연설이 넌, 반드시 나와 식사를 해야 해. 그러면 예강호를 풀어줄 거야.”조연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 “좋아요, 아저씨. 제가 한 잔 올릴게요.” 그녀는 잔에 술을 가득 따라 황덕진에게 건넸지만 황덕진은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렸을 때처럼 내 무릎에 앉아.” 찌릿! 순간 엄진우의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매서운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황덕진의 심장을 푹 찔렀다. “적당히 하세요. 500억, 적지 않은 금액이에요.” 엄진우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마치 잠자던
조연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재빨리 다리를 빼려 했지만 황덕진은 그녀의 다리를 꽉 잡았다. “연설아, 너 이거 실수하는 거야.” 조연설의 얼굴은 점점 더 새파랗게 변했다. “총리님! 저한테도 한계가 있어요. 전 늘 아저씨를 어른으로서 존경했어요. 그러니 적당히 하세요.” 조연설은 아무리 그래도 강남성의 총리로 행동에 절제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 겨우 한 잔 마셨을 뿐인데 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허벅지에 닿았다. 몇 잔 더 마시면 술기운에 무슨 더러운 짓을 하지 누가 알겠는가. 황덕진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얘기는 끝난 거지? 좋아. 난 이만 간다.” 그러자 조연설은 다급히 물었다. “그럼 예강호는 어떻게 되는 거죠?” “당연히 내일 공개 처형이겟지?” 그는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여자에게 두 번 거절당하고도 부탁을 들어주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황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조연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 “아저씨, 잠시만요. 죄송해요. 제가 실수했어요.” “또 반항할 거야?” 황덕진이 빈정거리며 물었는데 손은 조연설의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조연설은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구토감을 억누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오늘은 제가 아저씨 잘 모실게요. 아저씨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이 말을 하는 동시에 조연설은 엄진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두 귀는 외부 소리를 차단한 듯 했다. 그는 조연설에게 완전히 실망한 것 같았다. 조연설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 남자를 위해 이런 더러운 희생을 하고 있는데 왜 결국 무시당해야 하는 거지? 그녀는 마음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황덕진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오히려 크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너만 날 즐겁게 모신다면 예강호는 안전하게 꺼내주도록 하지.” 황덕진은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
순간 황덕진은 비명을 지르며 마치 줄이 끊어진 연처럼 멀리 날아나 벽에 부딪혔다. 그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렸는데 그를 던져버린 사람은 바로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던 엄진우였다. “엄진우!” 조연설은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자기를 보호하려는 엄진우의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몰래 눈물이 맺혔다. “고마워...” “고마워할 사람은 나야.” 엄진우는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 “상관없는 일에 이런 수모까지 참으려 하다니... 조연설, 이 은혜 나 평생 기억할게.” 그러자 조연설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난 네가 날 경멸하고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할 줄 알았어...”“내가 그런 말 할 자격이라도 있었나?” 엄진우는 쓸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장 경멸스러운 사람은 바로 나야. 여자의 보호를 받는 나 같은 남자. 그러니 비웃음을 받아도 내가 받아야지.” 조연설은 코끝이 시큰거려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성격이 강인했다. 백 번을 넘어져도 씩씩하게 일어섰던 그녀, 심지어 눈물을 흘린 적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한 남자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엄진우,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아니야. 나쁜 사람이라 해도 성총리잖아. 강남성 최고의 장관이라고.” 조연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웃어 보였다. “성총리가 그렇게 대단한 자리야?” “하아... 대단하지 않지. 단지 너희 두 사람과 가문까지 다 쓸어버릴 수 있을 능력을 가진 것뿐이야.” 이때 피투성이가 된 황덕진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피 묻은 이빨 두 대를 뱉어내며 사악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내가 관직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당한 건 또 처음이네? 어이, 너 용기가 정말 대단한데? 이름이 뭐야? 네 뒤에 누가 있는지 어디 보자고!” 그러자 조연설은 겁에 질린 채 황급히 설명하려고 했다. “아저씨, 이건 오해예요!” “늬미, 오해는 개뿔!” 황덕진은 소리를 지르며 조연설의 말을 끊어버렸다. “저 자식한테 직
“지금 우리 가족을 빌미로 나 협박해요?” 조연설은 화가 나서 안색이 다 일그러졌다.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린다면 난 지금 당장 목숨을 걸어서라도 당신과 싸울 겁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황덕진은 조연설의 위협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이미 상대의 약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잔인한 수단은 모두의 인정을 받았고 오늘날 성총리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벼랑 끝까지 몰린 조연설은 사색이 되어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이때, 엄진우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황덕진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설마 사람이라도 부르려는 건가? 잊지 마, 여긴 성부야. 밖에 군경 쫙 깔렸어. 내가 신호만 보내면 지원군은 당장이라도 몰려올 거야! 네가 부른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내 사람들이 널 먼저 포위한다 이 말이야.” “아, 그게 아니고. 그냥 우리 엄마한테 안부 전화 좀 하려는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인했다. “엄마? 설마 네 엄마가 제경에 있어? 그래서 도움을 청하려는 건가?” 상대는 무서울 것 없다는 듯 엄진우를 비웃었다. “술도 안 마신 놈이 술 냄새에 취한 건가?” 그러자 엄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우리 엄마 강남에 있어. 성안 장미 대로 107번지 별장.” “하하! 장미 대로 107번지 별장?” 황덕진은 배를 끌어안고 웃다가 갑자기 안색이 굳어지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그거 우리 집이잖아.” “빙고, 당신 집이지!” 엄진우는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말했다. “쉿! 전화 왔어.” 엄진우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 “엄진우 님, 분부대로 별장 포위했습니다. 황덕진의 가족은 우리에 의해 통제된 상탭니다.”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바로 강남성 지하 황제인 독고준이다. 지난번 창해시에서 엄진우를 도와 예정아를 처리한 후, 엄진우의 작은 조작으로 독고진은 몇몇 경쟁자들을 굴복시키고 지하 세계를 전부 통일해
맞아. 바로 우아한 폭군이야! 이런 형용사만이 엄진우라는 우아하면서도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남자를 설명할 수 있다. 지하 세력을 황덕진 입에 보내 그 가족을 ‘보호’하게 하다니, 이런 일은 엄진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최근 급부상한 강남성의 지하 황제 독고준을 엄진우가 마음껏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성 전체를 쑤시고 다니며 무법자처럼 행동하는 독고준이 엄진우 앞에서는 마치 키우는 강아지처럼 순종적이다. 황덕진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예강호 당장 풀어줄 테니 우리 가족은 풀어줘!”그러자 조연설은 기쁨에 겨워 말했다. “잘됐다. 우리 빨리 가자.” 하지만 엄진우는 조연설을 제지하고 여유작작하게 말했다. “나 지금 하나도 안 급해. 일단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어.” 조연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몇 가지 문제?” 그러자 엄진우가 평온하게 대답했다. “500억은 더는 줄 필요가 없어.” 황덕진은 눈앞까지 굴러왔던 먹잇감을 놓치는 듯한 기분이 들어 고통스럽게 말했다. “좋아.” 엄진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예강호 일에 대해 절대 드래곤 크루와 9대 수진 가문에 말해선 안 돼. 그냥 탈옥한 거로 해.” 황덕진의 입가에는 경련이 일어났다. 이건 그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쓰라는 말이다. 상관없다. 그는 성총리니까. 나중에 대체양을 하나 찾으면 되니까. 결국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연설은 엄진우의 순발력에 감탄했다. 본인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승기를 잡는 그의 모습에 경외심이 들었다. 그의 차분하고 위엄있는 태도에 조연설은 엄진우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하네? 평사원 출신의 일반인에게 어떻게 저런 아우라가?”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 한 가지... 신발 벗고, 눈 감아.” “그건 왜?” 두 가지 요구는 비록 치명적이었지만 예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세 번째 요구는 황당 그 자체이다
“먹어.” 엄진우는 황덕진의 머리를 더 세게 밟았는데 조금도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어 보였다. 황덕진이 조연설에게 했던 과도한 행동을 이제 그는 열 배로 되갚아줄 생각이다. “먹을게! 먹을게!” 황덕진은 머리가 흐트러진 채 성총리로서의 자존심을 완전히 잃고 손으로 남은 음식들을 쓸어 모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식물 속에는 유리 조각들도 섞여 있었다. 그 모습에 조연설은 헛구역질을 해댔다. 대단한 강남성의 총리가 머리를 밟힌 채 바닥에 널브러진 음식물을 강제로 먹게 되다니, 정말 충격 그 자체이다. “엄진우, 이건 말도 안 돼...” 조연설은 혼자 중얼거렸다. 엄진우가 짠 판은 한 치의 빈틈도 없어 조연설은 냄새조차 맡지 못했다. 그제야 엄진우는 천천히 발을 떼며 말했다. “길 안내해!” 황덕진은 심하게 기침을 하며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섰는데 더러운 꼴은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 나온 벌레처럼 역겨웠다. 그의 얼굴은 온통 기름과 피로 뒤범벅이 되었다. 황덕진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엄진우, 네 가족들까지 내가 전부 죽여버린다.” 그러자 엄진우는 황덕진의 머리통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그럼 계속 먹어.” “그만! 그만!” 그러자 황덕진은 완전히 굴복하며 말했다. “준비할 시간을 줘. 이 상태로는 밖에 못 나가!” “3분.” 엄진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카운트다운 시작이다...” 황덕진은 어쩔 수 없이 대충 정리를 한 뒤 엄진우와 조연설을 데리고 성부의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여기는 중화력과 인공지능 기술로 엄중히 경비 되는 최고 등급의 감옥이다.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로 불리는 강남 제일 폭도인 예강호는 지금 이곳에 감금된 채 철저한 경비 속에서 철통같이 감시당하고 있었다. 감옥은 천자호, 지자호, 인자호로 나뉘는데 인자호에는 위험한 범죄자들이, 지자호에는 사형수와 초강력 범죄자들이, 천자호에는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총리님!” 황덕진을 발견한 두 명의 간수는 순간 사색이 되어 다리를 벌벌 떨었다. 그들은 손에 들린 형구를 던져버리더니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총리님, 이 더러운 곳까진 어떻게 오셨습니까? 우린 아무런 연락도 받은 적 없는데...” 그러자 황덕진은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 알려주면 돼? 아니면 사무실로 가서 서명이라도 할까?” “아닙니다. 그 말이 아닙니다. 성부에서 가장 높으신 분인데 서명이라뇨.” 두 사람은 겁에 질린 채 머리를 조아렸다. 이때 조연설이 큰 소리로 말했다. “데리고 나갈 테니까 당장 풀어!” “네? 예강호를 데리고 풀어주라고요? 성부에서 직접 지명 수배한 악명 높은 범죄자를 어떻게 함부로 풀어줍니까?” 두 사람은 잔뜩 겁에 질려 말했다. “풀어줘. 내가 허락했다.” 황덕진이 가볍게 기침하며 명령했지만 두 간수는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였다. “총리님, 위험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뭐야?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야?” 망설이는 그들의 모습에 황덕진은 분노가 솟구쳤다. “우리가 어찌 감히...” 두 사람은 다급히 일어나 예강호를 풀어줬다. 엄진우가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자 조연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진우! 넌 양심도 없어? 예강호 네 형님이라며? 이 자식들이 예강호를 학대하고 있는데 왜 한마디도 안 해? 냉혈동물도 너보다는 낫겠다!”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형님은 지존종사야. 고작 두 간수가 이렇게 만들 수는 없어. 이상해.” 말라죽은 낙타도 말보다 큰 법이다. 시천민에게 당해 폐인이 됐더라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연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네 형님이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맞았는데도 넌 지금 진짜가 아니라고 의심하는 거야?” 조연설은 이제야 풀려난 예강호를 급히 일으키며 말했다. “예강호 씨, 고생 많았어요. 엄진우와 함께 당신을 데리러 왔으니 함께 강남을 떠나요. 여긴 위험해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상대 머리를 덮은 검
“뭐라고?” 엄진우는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황덕진의 가족이 죽임을 당했다면, 황덕진은 분명 그에게 죽기 살기로 덤벼들 것이다. 황덕진의 구역에 있는 지금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할 것이다. “엄진우, 뭐야? 무슨 일이야? 우리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엄진우의 표정에 황덕진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엄진우는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부하들이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야. 당신 가족, 안전해.” “다행이군.” 황덕진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한시름 놓았다. 가족이 무사하기만 하다면 그는 어떤 수모도 다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 그의 전화기가 울리고 사진 몇 장이 전송되었는데 그것은 황덕진의 가족이 참혹하게 죽은 모습이었다. “이건...” 황덕진은 충격에 휩싸여 순간 기절해 버렸다. “총리님!” 두 간수는 사색이 되어 급히 외쳤다. “사람 살려! 총리님이 심장마비로 쓰러지셨어. 빨리 구급차 불러!” 순간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조연설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체 뭘 본 거지? 멀쩡했던 사람이 왜 갑자기 쓰러진 거야? 심폐소생술과 인공 호흡을 배웠으니까 일단 응급조치부터 해봐야겠어.” 하지만 엄진우는 단호하게 그녀를 제지하더니 그녀를 끌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엄진우, 왜 그래?” 조연설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우린 함정에 빠졌어. 이건 함정이야.” 이내 황덕진은 간수들의 응급조치 덕분에 다시 의식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의식을 찾은 황덕진은 혈안이 된 채 주변을 살피며 소리를 질렀다. “엄진우와 조연설 어디 갔어?” “방금 떠났습니다.” 한 부하 직원이 말했다. “누가 보내라고 했어?” 황덕진은 미친 듯이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것들이 내 가족을 죽였어! 난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아! 당장 사람을 소집해서 두 사람 죽여버려!” 쿵쾅쿵쾅! 두 사람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