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호준준은 또 웃었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정말 배짱이 하늘을 찌르는 군, 너 같은 젊은이는 처음이야!" 그의 진심으로 엄진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고고하고 패기 있고 아주 강하네." 사호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죽이는 건 정말 아깝단 말야."엄진우가 눈짓을 하자 모용준은 가슴을 움켜쥐고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그제야 엄진우은 사호준을 향해 말했다. "이미 그쪽 사람들에게 성도에는 한 달만 머물 거라고 말했어. 내 말을 들어준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싸울 수밖에 없지."사호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위에서는 너를 성안에서 쫓아내라고 명령했어. 하지만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도 있지."“전에 말했다시피 난 절대 드래곤 크루에 들어가지 않아." 엄진우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상대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드래곤 크루에 들어가야 한다면 차라리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 낫다."드래곤 크루에 들어가는 것 외에도 널 구할 방법이 있긴 하지." 사호준이 말머리를 돌렸다. "나에게는 아들이 필요하다. 내가 너의 아버지가 된다면, 드래곤 크루의 부리더으로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어. 심지어 9대 수진 가문도 문제없지." 사호준은 계속해서 말했다. "용국에서 드래곤 크루를 의지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일이 어디 있겠어? 게다가 내가 네 아버지가 된다면 난 결코 널 홀대하지 않을 거야. 너를 용국의 다른 기관에 배치하여 높은 관직과 후한 보수를 얻게 해줄게. 몇 년 후에는 내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어." 사호준은 자기만의 속셈이 있었다. 현재 드래곤 크루 내부에서는 아주 치열한 권력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그는 자기를 도와줄 유능한 조수가 필요했다. 드래곤 크루에는 양아들을 통해 자기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불문율이 있다. 그는 현재 드래곤 크루의 부리더로 위로 올라가려면 반드시 리더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 이 일은 절대 그 혼자 완성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재능 있는 엄진우가
엄진우의 조롱에. 바드득. 사호준의 웃음이 돌처럼 굳었더니 두 눈에서는 마치 화산이 폭발한 듯 격렬한 분노를 드러냈다!"보아하니 넌 이미 죽을 방법을 선택했구나!"어두워진 안색과 함께 거대한 기압은 또 한 단계 높아졌다. "잠깐!" 엄진우가 말했다."지금 와서 용서를 빌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화가 난 사호준는 경멸스럽게 말했다.워낙 소심한 성격인데 이렇게 도발 당하자 마음속에 있는 살의가 완전히 불타올랐다."용서를 빌려는 게 아니야. 내 말은... 우리 게임이나 하자는 거지!"엄진우은 웃음을 억누르며 말했다."20분 동안 난 공격하지 않을 테니 만약 이 20분 동안 당신이 내 몸에 손끝이라도 닿는다면 내가 항복할게. 죽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엄진우의 말에 사호준은 분노가 치밀었다. 지나치게 무례하다."20분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난 1분이면 네 사지를 뜯을 수 있어!"사호준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지르더니 두 손을 동시에 내뻗었다. 그러자 엄청난 진기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사호준이 드물게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력을 다한 것은 사대 테러왕에게 포위당했을 때였다. 그리고 그날 사호준은 사대 테러왕을 초토화 시켰었다. 펑!사호준이 양손을 날카롭게 내리치자 마치 산과 강이 부서지는 듯한 힘이 분출하며 좁은 골목은 강력하게 진동했다.이내 거친 붕괴감이 뒤따르더니 엄진우의 몸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그러나 순식간에 엄진우는 원래 위치에서 사라져 버렸다. 허탕을 친 사호준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떻게 이런 일이...""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동남쪽 뒤에서 나타났다.순간 사호준은 경악을 금치 못하더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죽어라!"상대는 제대로 뚜껑이 열린 듯 번개 같은 공격을 쏟아부었다.하지만...엄진우은 뒤로 살짝 몸을 움직이며 이 번개 같은 공격을 우아하게 피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바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미터나
엄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의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당신은 죽을 필요가 없었어.” 그는 드래곤 크루와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았기에 전에 그 두 드래곤 크루 멤버를 죽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상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호준은 너무 건방지게 굴었고 감히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어 행동하며 결국 엄진우의 한계를 건드렸다. “모두가 당신을 이길 수 없어서 뒤로 물러나고 두려워했다고 생각해? 착각이 심하네!”엄진우은 싸늘하게 말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 사호준가 아닌 당신 뒤에 있는 드래곤 크루야! 드래곤 크루의 뒤에는 궁정이 있어. 그리고 궁정의 뒤에는 용국의 천자가 있지! 당신은 당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죽은 거야!” 몇 마디 감탄한 후, 흥미를 잃은 엄진우는 더는 소지안과 축하주를 마실 생각도 사라져 버렸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푹 쉬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드래곤 크루의 복수 여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북강의 왕좌에 앉아 있을 때, 제경의 드래곤 크루 본부는 북강에 감히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그래서 그는 이른바 상위자들을 마음속 깊이 무시했다.엄진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삿갓을 쓴 두 남자가 서둘러 나타났다. 바로 엄진우가 전에 살려두었던 공작새와 범고래이다. “사호준이 죽었어. 정말 처참하게도 죽었군!” 눈앞의 참혹한 장면에 두 사람은 숨을 들이쉬었다. “어쩐지 리더가 시체를 수습하라고 하더니, 이미 사호준의 죽음을 예견했던 거야!” “사호준은 강남성 드래곤 크루의 부리더였어!” 두 사람은 가슴이 답답해졌다.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공작새, 우리... 상부에 신청해서 다른 성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 범고래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고 공작새는 놀라서 되물었다. “왜? 여기서 잘 지내고 있는데...” “난 그놈이 곧 성안에서 피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는 예감이 들
“사람들의 생각이 맞았는 지 한 번 보고 싶네요.” 오윤하는 새 잔을 들어 와인을 절반가량 따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자, 죽여버려.” 스스슥...사방팔방에서 에너지가 마치 폭우처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천민은 순간 이동으로 피하더니 저택은 금세 피바다가 되었다. 수십 명이 동시에 뼈와 살이 분리되더니 피와 살이 흩날리며 비명조차 지를 시간도 없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가 죽어버렸다. 그 모습에 오윤하는 너무 놀라 술잔을 들고 있던 손이 떨려왔다. 이때 피바다 속의 시천민은 마치 살신처럼 손끝 하나하나에서도 모두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런 기운은 오직 그 남자에게서만 느껴봤어.” 늘 침착했던 오윤하도 이 순간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상대에게는 전혀 명왕에 뒤쳐지지 않는 살기가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만약 당시 북강에 간 사람이 그였다면 명왕의 자리는 여전히 엄진우의 것이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안심해요, 당신은 죽이지 않을 거예요.” 시천민이 가볍게 말했다. “당신 뒤에는 북강 최강의 명문가가 있으니 내가 당신을 죽이면 강남성은 혼란에 빠질 거예요!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에요. 아무튼 엄진우가 성안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죽어요.” 시천민은 싸늘한 얼굴로 오윤하을 뒤로하고 천천히 나갔다. 저택의 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부하의 메시지를 받았다. “사호준이 죽었습니다!” “역시......” 이미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천민의 얼굴은 눈에 띄게 변했다. 공작새와 범고래가 보내온 사호준의 시체 사진을 보던 시천민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순식간에 죽었네. 한 손으로 머리를 부숴버렸어! 상대는 사호준을 아예 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거야. 이 자식, 생각보다 까다롭군!” 만약 사호준을 간신히 이겼다면 시천민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호준 같은 이른바 부리더는 그에게 있어 지렁이와 메뚜기처럼 하찮은 존재이기에 죽었다고 해도 상관없었
오윤하는 불안한 마음에 엄진우에게 연락해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이내 다시 전화를 끊어버리고 뾰루통해서 중얼거렸다. “아니지, 내가 왜 전화해야 해? 지금쯤 다른 여자와 아주 신나게 놀고 있을 텐데.” 어쩌면 호의를 무시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척할 수도 없었다. “됐어! 일단 시천민을 주시하고 상황 지켜보자!” 오윤하는 시천민이 움직이지 않는 한, 성안에서는 큰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엄진우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푹 잔 후 금복생의 다이아 그룹에 차를 몰고 도착했다. 이 회사는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성안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이었다.“엄 대표! 환영해!” 금복생은 특별히 직접 나와 그를 맞이했고 호칭도 ‘엄진우 씨’에서 ‘엄 대표’로,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었다. 역시 그는 강남성의 상업 황제다! 엄진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형님, 회사가 정말 엄청나게 크네요!” 지금 보니 지성그룹의 규모는 이 회사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금복생은 웃으며 말했다. “과찬이야! 여기는 다이아 그룹 본사일 뿐이지. 내 분사는 33개, 자회사는 50개 이상이 있고 점포 수는......” 그는 손가락을 꼬며 세어보다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 엄진우은 턱이 빠질 정도로 놀라웠다. 순간 비담 컴퍼니의 볼품없는 2층짜리 사무실이 떠올라 그는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역시 금복생과의 협력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계약서 다 준비했으니 엄 대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금복생은 엄진우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여러 회사의 대표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금복생이 나타나자 두려운 표정으로 일어섰다. “회장님!” “다 나가! 오늘은 손님을 모실 테니 당신들 혼낼 시간 없어.” 금복생은 그들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실적 최하위 10명은 본사 정문 앞에 10시간 동안 무릎 꿇고 있어! 나머지는 10만 자 반성문 작성
분명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가 예씨 가문에 복수한다고 했는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 “왜? 난 오면 안 돼?” 예우림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날 환영하지 않는 건가?” 엄진우는 다급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구를 환영하지 않아도 당신을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지. 당신은 내 밥그릇을 들고 있잖아.” “앉아, 예 대표. 난 서 있으면 돼.” 엄진우는 다급히 자기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예우림도 사양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턱을 높이 쳐들었다. 완벽한 그녀의 옆모습에 금복생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참 뒤, 그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엄 대표, 정말 대단하군. 난 평생 바람둥이로 살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는 보지 못했어.”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내 상사가 어디 가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죠.” 세상에서 가장 강한 북강의 명왕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오직 그녀뿐이다. “그렇다면 예 대표님이 비담 컴퍼니의 배후 보스라는 얘긴가요?” 금복생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예우림에게 물었고 예우림은 안색이 약간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 회장님. 간단히 제 소개부터 드릴게요. 전 창해시 지성그룹의 대표 예우림이에요. 그리고 비담 컴퍼니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죠. 오는 길에 소 대표한테서 들으니 회장님이 비담 컴퍼니와 협력하고 싶다고 하셨더군요. 비담 컴퍼니 모회사의 책임자로서 저는 양측의 더 깊은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금복생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들어보죠.” “비담 컴퍼니는 현재 지성그룹의 자회사일 뿐이라 제공할 수 있는 자원과 지원이 한정되어 있어 금 회장님의 사업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예우림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하여 저는...” 이렇게 예우림은 엄진우를 대신해 금복생과 오랜 시간 협상을 이어갔다. 역시나 그녀는 프로 사업가라 엄진우보다 더 폭넓게 문제를 고려했다. 엄진우는 그제야 소지안의 관리 능력이
세 사람은 이렇게 한 공간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엄진우는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여자 정말 화가 난 걸까? 왜 아직도 아무 말 없는 거지? 망했어. 빙산녀를 화나게 했으니 집에 가면 국물도 없는 거 아니야? 참다못한 소지안이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함을 깨버렸다. “두 사람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아까 금 회장님의 표정, 분명 큰일이 난 것 같았어.” 그러자 예우림도 마침내 돌아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그런 예감이 들어.” 금복생의 성격상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본다 해도 저런 당황한 얼굴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엄진우가 말했다. “금 회장님 사적인 일일 수도 있으니 일단 묻지 말고 기다리는 게 좋겠어.” 소지안과 예우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진우의 말에 찬성했고 세 사람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튼 손님을 두고 금복생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거의 반 시간을 기다렸건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확실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예우림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 역시 한 기업의 대표로 금복생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때 금복생의 비서가 급히 와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회장님께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세 분을 더는 접대할 수 없게 되었으니 사과의 말씀 전하라 하셨습니다. 협력은 계속되겠지만 계약은 다음에 다시 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지안과 예우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분명 열정적으로 계약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단하다니! 다음에 다시 체결하겠다는 말은 듣기 좋은 표현일 뿐, 사실상 취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예우림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금 회장님한테 바쁜 일이 있으시다니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 소지안도 한마디 했다. “그래요. 금 회장님께 대신 인사 전해주세요. 고마워요.” 비서는 예의 바르게 응답하더니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돌아서서 다시 떠나려고 했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때 예우림이 중얼거렸다. “금 회장님이 우리 때문에 곤란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더 놀라운 것은 금복생 같은 최상위 강남 부호가 9대 수진 가문의 대리인에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놀라운 상황이다. “자, 이젠 아셨으니 빨리 회사에서 나가주세요. 지금도 충분히 혼란스러우니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 주세요.” 비서는 삐뚤어진 넥타이를 정리하며 분노를 표했다. “하하, 아까는 미안했어요.” 엄진우는 비서를 놓아주더니 빙그레 웃으며 사과했다. “세 분도 회장님을 위해서 그러시는 거라면 더는 뭐라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빨리 나가주세요. 전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야 합니다.” 비서는 더는 엄진우와 얽히기 싫다는 듯 다급히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다시 그를 가로막았다. “저기, 잠깐만요.” 그러자 비서는 화가 나서 말했다. “또 왜요? 빨리 떠나시라고요.” “가는 건 당연히 갈 거예요. 하지만 가기 전에...” 엄진우는 눈알을 굴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같은 길이니 우리도 회의실에 데려다주는 건 어때요?” 그 말은 정말 놀라웠다. 비서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계신 거죠?” 같은 시각, 다이아 그룹 회의실. 금복생은 홀로 수십 명의 정장 차림의 재단 거물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전체 강남성에서 가장 높은 재벌 중 하나로 제경의 권력자들까지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금복생 배후의 가장 큰 투자자들로 투자 금액은 엄청난 숫자에 이르렀다. “늙은 여우들, 적당히 하시죠?” 금복생은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들의 돈으로 다이아 그룹을 성공시킨 건 맞지만 당신들한테 손해를 끼친 적은 없어요! 몇 년간 당신들이 이 금복생한테서 가져간 이익은 최소 몇 배는 될 거예요.” 강남에서 사업을 하려면 재벌의 투자를 피할 수 없다. 금복생도 처음에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