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가 높으신 분들 만나면 제대로 행동해요. 나까지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모용준이 계속 말했다. “아니면 나도 그쪽 못 지켜요.” ...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아까만 해도 자기가 어린 나이에 홍의회의 멤버가 되었다면서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 양 허풍을 떨어대더니, 바로 정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미 들어왔으니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모용준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던 엄진우는 문득 아래쪽에 있는 투전장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건 야수들의 싸움이 아닌, 인간과 야수의 격투였다! 허름한 옷차림에 사슬에 묶인 남자 몇 명이 잔뜩 굶은 호랑이나 흑곰과 맞붙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투전장에서는 절망적인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관객석의 사람들은 오히려 흥분되어 열광적인 환호를 내뱉었다. “어쩐지 또라이라고 부르더니, 여긴 대형 도살장이나 마찬가지네.” 엄진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간성의 추악함은 여기서 완전히 풀려났다. 이때 모용준은 가장 시야가 좋은 관객석으로 걸어가 겸손하게 말했다. “형님들! 저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멤버 모용준입니다. 오늘 갑자기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 이 구역에는 남자와 여자 각각 열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카드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화려하고 독특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고귀한 눈동자 속에는 가장 원시적이고 병적인 광기가 가득했다. “모용준? 누군데?” “아, 나 생각났다. 지난달에 들어온 신입 맞지? 모씨 가문이 크게 한 건 해서 출세했잖아. 아니면 저런 토종개가 우리 홍의회에 어떻게 들어왔겠어.” 모용준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때, 꽃무늬 셔츠에 슬리퍼를 신은 남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사나운 말투로 말했다. “모용준? 근데 뭐라고? 친구를 데려와? 미친 새끼가 우리 홍의회가 어떤 곳인데 감히 외부인을 데리고 왔어?” “형님! 현무 형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엄진우
그들은 하나같이 웃고 떠들었고 모용준은 노현무에게 맞아서 점점 인사불성이 되어갔다. “현무 형님! 이러다 저 죽을 것 같아요. 제발,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모용준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듯 목소리가 약해졌다. 하지만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더 심한 매질만 당할 뿐이다. “보면 볼수록 재수 없어. 그러니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려!” 이때 노현무는 오른발을 들어 상대의 이마를 향해 힘껏 내리찍으려고 했지만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길고 힘찬 손이 빠르게 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내 엄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선은 지키라고 있는 거죠. 이 정도로 만들었으면 충분히 화가 풀릴법한 거 아닌가요?” 순간 사람들은 마치 큰 사건이라도 목격한 듯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히 홍의회의 핵심 멤버인 노현무를 막으려고 해? 노현무도 적잖이 놀란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야, 이 개새끼야. 늬미 너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알아?” “우리 엄마 아주 잘 계시니 안부 고마워요. 적당히 하세요. 그러다 사람 죽어요.” 엄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모용준이 아무리 더러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오늘은 엄진우의 길잡이가 되어주었고 아직 이용 가치가 남아있다. 더욱 중요한 건 그는 오윤하가 소개한 사람이다. 그러니 절대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더러운 손 떼!” 노현무는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살기등등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말했다. “발부터 치우시죠.” 그 말에 노현무는 순간 분노가 치솟아 올라왔다. “죽고 싶어?” 노현무는 공포의 기운을 풍기며 당장이라도 엄진우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무야.” 이때, 뒤에 있던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그런 잔챙이는 상대할 필요도 없어. 게다가 우리 홍의회에 찾아온 손님을 함부로 죽이면 보스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제야 노현무는 살기를 거두고 쌀쌀맞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새끼야, 넌 오늘 이 파티에
경매는 홍의회의 관례 중 하나이다. 경매에 나오는 제품은 각양각색인데 그중에는 보석도 있고 서화도 있으며 무공비책이나 무기, 인체 장기, 심지어 산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은 전부 상위 1%의 부자라고 할 수 있다. 모용준처럼 몸값이 몇천억에 달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고작 서민 취급을 받을 뿐 구경할 자격밖에 없다. 경매장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아까 투기장보다 더욱 시끌벅적했다. 모용준은 외진 자리를 찾아 앉으며 헤벌쭉 웃었다. “엄진우 씨, 홍의회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서 심지어 강남 전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기가 강남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비한 조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오늘 엄진우 씨는 이 경매회에서 진정한 권력과 재부를 직접 보게 될 거예요.” 모용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들에 비하면 창해시 사대 고대 무가는 정말 소꿉놀이나 마찬가지죠. 경매장은 모두 3층까지 있어요. 1층은 우리 같은 하급 멤버들이 운 좋으면 한두 개를 낙찰받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보기만 할 뿐이죠. 그리고 2층은 홍의회의 엘리트를 위한 거예요. 가입한 지 5년 이상이 되는 멤버들인데 또 경매회의 주력군이죠. 그중 80% 정도는 모두 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어있어요.” 여기까지 말한 모용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씩씩거렸다. “언젠가 내가 엘리트가 된다면 노현무도 감히 날 경멸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홍의회의 다양한 특권도 누릴 수 있겠죠...” “그래서 3층에는 바로 아까 봤던 그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엄진우는 모용준의 말을 끊고 물었다. 모용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은 대부분 홍의회의 초반 멤버이고 또 중층에서 레벨업한 멤버도 있는데 이번 경매회의 진정한 거물들이죠. 패들을 들었다하면 절대 20억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요. 사실 가장 귀한 경매품도 전부 그들을 위해 마련한 거죠. 심지어 그들이 눈독을 들인 물건이라면 우리는 돈이 있다고 한들 감히 패들
“상층 거물들은 유독 고다겸 앞에서는 예의 바르게 행동해요. 만보각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그들을 건드리면 홍의회에도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모용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고다겸은 홍의회 멤버가 아니라는 거죠?” “고다겸은 높은 페이로 영입한 경매사일 뿐인데 만보각의 명령에만 따른다고 들었어요.” 모용준의 말에 엄진우의 마음속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만보각, 익숙한데? 무대의 고다겸은 관중들의 희롱에도 여전히 기뻐하며 말했다. “제가 경매품이 된다고 해도 여러분은 절대 낙찰할 수 없어요. 전 비매품이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니까요.” 그 말에 관객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는데 분위기는 그야말로 즐거웠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죠. 경매 시작합니다.” 경매회는 그제야 정식으로 시작을 알렸다. “오늘의 첫 경매품은 50년 된 군함으로 세인트 조지호, 구축함입니다! 이는 군사적 개조에 사용될 수 있으며 관광 및 여행 용도로 개조될 수도 있습니다. 경매 시작가는 200억, 200억입니다!” “200억 800만!” “200억 2,000만!” 사람들은 끝없이 가격을 불렀고 엄진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런 고전적인 군함이 시작 품목으로 나오다니. 그렇다면 그 뒤의 경매품들은 더욱 놀라울 만한 물건이 될 것이다. 어쩐지 모용준이 잔뜩 흥분했더라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군함은 640억 6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고다겸은 현장 분위기를 유도하는 데 아주 능숙한 여자다. 200억으로 시작했던 경매품이 그녀의 몇 마디 말로 무려 640억까지 치솟았다. 400억이나 더 많은 이윤을 창조했으니 그녀가 경매사로 받을 수 있는 커미션이 훨씬 더 많아졌다. 물론,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은 바로 홍의회의 고층 인물들이었다. 뒤로 갈수록 더욱 고급스러운 경매품이 등장했다. 아프리카산 핑크 다이아몬드, 중동 모 나라의 석유장, 유럽의 귀족 작위...
하지만 모용준의 표정은 아주 단호했다. “엄진우 씨, 지금 나 2천억으로 그깟 행성이나 산다고 바보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난 저 별 꼭 사야겠어요.” “왜죠?” 엄진우는 궁금했다. “8년을 만난 여자 친구가 있는데 천문 애호가라서요. 그 여자는 별을 보는 걸 가장 좋아해요.” 여기까지 말한 모용준은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며 목이 메어왔다. “하지만... 그 여자는 백혈병에 걸려 병원에 꼬박 2년을 누워있었어요. 전에는 밝고 낙관적인 여자였는데 최근에는 한 달 사이에 다섯 번이나 자결을 시도했어요. 그래서 저 별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요. 그러면 기뻐하지 않을까요? 그러다 정말 언젠가 그녀가 날 떠난다면 난 저 별을 그녀라고 생각하고 올려다볼 거예요.” 엄진우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활하고 허세가 많은 모용준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상류 사회 사람으로서 백혈병에 걸린 여자 친구를 2년 동안 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이 깊다는 걸 설명한다. “미안해요, 아까의 무모함에 대해 사과할게요.” 엄진우는 미안한 듯 모용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남자다운 모습이 참 멋있네요.” 살면서 엄진우가 인정했던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모용준은 감정을 추스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평소에 내가 어떻게 비겁하게 살든 상관없지만 오늘은 반드시 남자답게 행동해야겠어요.” 2천억을 외친 후, 계속 입찰하는 사람은 아주 적어졌고 가격은 고작 2천억 800만까지만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 모용준은 더 놀랄만한 가격을 제시했다. 2천억 8천만! 이 가격은 사람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장내는 잠시 고요해졌고 이때 고다겸이 물었다. “자, 2천억 8천만! 다른 분 계신가요?” 장내는 여전히 조용했다. “없어요? 좋아요. 2천억 8천만 한 번! 2천억 8천만 두 번! 2천억 8천만 세...” “2,200억!” 이때, 장내를 뒤흔드는 듯한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바로 3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순간 장내는
모용준은 다리를 벌벌 떨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노현무에게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아찔할 정도로 생생했기에 감히 함부로 할 수 없었다.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러니까 백혈병에 걸린 여자 친구보다 노현무의 의견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요?”“엄진우 씨는... 몰라요!”모용준은 안색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한참 만에야 몇 마디를 겨우 내뱉었다.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자기 패들을 들었다.“2,400억!”엄진우의 외침에 조용했던 장내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누군가 입찰했어.”“2,400억! 한 번에 200억이라니. 이건 분명 현무 형님의 얼굴을 짓밟는 거야!”“게다가 가장 하층 사람이라니!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인가? 왜 이렇게 룰을 모르는 거지!”모용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엄진우 씨, 뭐 하는 거예요?”“모용준 씨가 못 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내가 대신 해주면 되잖아요. 내가 했는데 노현무가 모용준 씨에게 뭐 어쩌겠어요!”엄진우의 안색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엄진우 씨는 노현무가 무섭지도 않아요?”모용준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왜 무서워해야죠?”엄지우는 싸늘하게 웃었다.최상층에 있던 노현무의 미소는 즉시 굳어 버렸고 상당히 보기 흉했다.“누가 감히 겁도 없이 현무 형님이 찍은 경매품에 눈독을 들여!”“아마도 모용준이 데려온 외부인 같아! 대박! 한 번에 2,400억이라니!”사람들이 깜짝 놀랐다.화가 난 노현무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저럴 줄 알았다면 진작 죽였어야 했는데! 빌어먹을! 내 일을 망치다니! 모용준도 용서하지 않겠어!”무대의 고다겸은 외진 구석에 있는 엄진우를 힐끗 보더니 잠시 넋을 잃었다.이 사람 얼굴이 낯설어! 홍의회에서는 전혀 본 적 없는데. 신입인가?당당하고 특이한 카리스마가 있어 오히려 홍의회 대다수의 명문가 도련님과는 느낌이 완전 다르네!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2,400억입니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실
순간 사람들은 엄진우의 신분에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위층의 노현무는 안색이 푸르딩딩해져서 두 손으로 난간을 꽉 잡은 채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당장 애들 데리고 내려가서 저 새끼부터 죽인다.” 홍의회에서 높은 신분을 자랑하는 그는 오늘 처음으로 외부인으로 인해 체면을 잃게 되었다. 4,000억은 이미 노현무의 능력 범위를 초과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주범은 바로 엄진우, 그러니 반드시 그를 죽여야 한다. “현무야!” 이때 뒤에 있던 홍의회의 다른 조직원이 그를 불렀다. “여긴 경매장이야. 고다겸 씨 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만보각의 규칙을 어기는 거야.” 만약 이 일 때문에 만보각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면 보스는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노현무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정미 누나, 여기서 머리가 제일 좋은 사람은 누나니까, 누나가 방법 생각해 줘.” “현무야, 인간 하나 죽이는데 서두를 거 뭐 있어? 홍희회를 떠나고 죽이면 안 돼?” 짙은 화장을 한 아름다운 여자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자의 이름은 마정미, 홍의회의 원로로 보스와 가장 친한 인물이다. 심지어 그녀는 보스의 의지까지 대변할 수 있는 홍의회의 주요 인물이다. “맞네!” 노현무는 얼굴이 빨개져서 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어차피 여긴 홍의회이고 우리 바닥이잖아. 아무리 난 놈이라고 해도 절대 도망갈 수 없어.” 마정미가 말했다. “그러니까 성질 좀 죽여. 홍의회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이렇게 된 이상 노현무도 잠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가격을 외치지 않자 고다겸이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4,000억 한 번, 4,000억 두 번, 4,000억 세 번!”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축하드립니다! 4,000억 낙찰!” 현장은 패닉에 빠졌다. 사람들은 누군가 노현무의
고다겸이 손짓을 하자 정교하고 아름다운 붉은색 고풍의 혼례복이 사람들로 인해 무대에 옮겨졌다. 눈부신 광택과 단아한 아름다움이 보기만 해도 궁중 대가의 손에서 탄생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오백 년 전 귀비만이 입을 수 있었던 그 혼례복이야?!” “이미 실전된 옥설비단으로 제작했어! 장신구도 다양한 보석과 순금으로 만들었는데 봉관에서 진주 하나를 떼도 최소 수십억 원이야!”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화려한 봉관하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고풍 혼례복을 본 엄진우도 약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부분이 디테일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독특한 아이디어가 물씬 묻어나는 것이 그 어떤 여인이 입어도 세상을 장악하고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봉무구천’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 순간 이해가 되었다. “시작가는 2,000억!” 고다겸은 미소를 지으며 시작가를 외쳤고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패들을 들기 시작했다. 보기 드문 귀한 물건에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가격을 불렀다. “2,200억!” “2,400억!” “2,600억!” 그렇게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경매가는 3천억으로 치솟았지만 사람들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모용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늘 나온 매물 중에 처음 나온 괜찮은 매물인데 다들 벌써 이렇게 열광하다니...” “저런 혼례복을 선물로 주면 여자의 마음도 얻을 수 있고 문화재로 소장할 수도 있죠. 설령 되팔더라도 이득을 보는 거래가 될 거예요.” 엄진우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만약 어느 날인가 예우림이 봉무구천을 입고 그의 신부가 되어 그를 향해 걸어온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울까? 봉무구천과 비교하니 전에 그녀에게 입혔던 웨딩드레스는 그야말로 볼품없었다. 그리고 이때, 맨 위층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5천억, 이건 나 마정미가 낙찰할게.” 압도적인 목소리는 사람들의 욕망을 단숨에 꺾어버렸다. “마정미? 마정미 님이 나섰어?” 사람들은 마정미가 호가할 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