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우림은 순식간에 얼굴이 변하더니 상대방의 정강이를 걷어찼다.“이호준 씨! 뭐 하는 짓이에요? 허튼짓하지 마세요!”“뭐 하는 짓이냐고요?”이호준은 두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예우림, 내 앞에서 청순한 척하지 마. 너 엄진우라는 그 자식과 혼인신고 한 거 다 알고 있어. 고작 그런 새끼와 결혼할지언정 나와는 안 하겠다고? 좋아, 그렇다면 오늘 네 그 콧대 납작하게 눌러주지. 남자란 무엇인지 오늘 제대로 알게 해줄게.”이호준은 다시 늑대처럼 달려들었다.예우림은 다급히 문을 향해 뛰쳐나갔지만 문은 이미 잠겨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너무 방심했다. 이호준이 아무리 막무가내라도 그녀의 신분 때문에 함부로 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영락없는 미친놈이었다.이호준이 뒤에서 크게 웃었다.“이 호텔은 호문의 산업이야. 밖에 내 사람들이 깔려있어. 여기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예우림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감히 날 건드린다면 우리 가문에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호준은 두말없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거칠게 침대에 내동댕이치더니 그녀의 턱을 부여잡고 말했다.“천박한 년, 내가 널 여기 어떻게 데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당연히 네 삼촌 예정명의 도움이 있었으니 가능했겠지? 예씨 가문에서는 널 이미 나한테 홀딱 벗겨서 보내고 싶어 했어.”그 말에 예우림은 안색이 변하더니 심장이 내려앉았다.예씨 가문에서 그녀의 뒤통수를 쳤다니.이호준은 사납게 웃기 시작했다.“왜? 놀랐어? 우리 도도하신 예우림 부대표님께서 왜 이러실까? 오늘 한번 도도한 예우림 부대표 제대로 한 번 놀아볼까요? 당장 무릎 꿇고 나한테 복종해!”이호준은 예우림의 검정생 스타킹을 찢었고,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백옥같은 다리가 드러났다.“변태 새끼! 가까이 오지 마!”예우림은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나 이호준을 밀치고 재빨리 욕실로 도망쳐 문을 잠갔다.그런데 오히려 이호준은 더 깔깔 웃어 보였
전화기 너머로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르더니 청용의 감격에 겨워 긴장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명왕님, 드디어 복귀하시려는 겁니까?”“그래, 당장 복귀하지.”말을 끝낸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꺼버렸고 귀에 맴도는 예우림의 애타는 외침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참을 수 없었다.예우림이 그에게 사과했다는 건, 이호준과 절대 한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오해가 풀렸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호준에게 더럽혀질 위기에 처해있다.왠지 모르게 엄진우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반드시 구해야 한다.엄진우는 예우림의 첫 번째 남자이니까!이 순간 엄진우는 더는 별 볼 일 없는 신입사원이 아니다.그는 명왕으로서, 북강의 폭군으로서 화려하게 복귀했다.명왕참살령이 떨어지자 창해시는 충격에 휩싸였고 큰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5년 동안 명왕참살령은 단 두 번 떨어졌다.첫 번째로는 해외의 작은 나라를 멸망시킨 것.두 번째로는 백만 명의 반군을 학살한 것.이제 세 번째 참살령이다.시장 조문지는 호텔 딜리스 부근의 모든 기관에 일체 침묵을 지키도록 명령했고 갑부 소대호는 호텔 딜리스 부근의 모든 산업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철수하라고 명령했다.심지어 어떤 거물들은 아예 가족을 데리고 창해시를 탈출했다.도시 전체가 공포에 빠져버렸다.호텔 딜리스는 금지구역이 되어버렸다. 죽음의 금지구역!호텔 딜리스 내부.욕실에서 겨우 예우림을 끌어낸 이호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친년이, 힘도 겁나 세요. 옷 벗기는데 시간 얼마를 낭비한 거야?”예우림은 이미 옷이 갈기갈기 찢긴 채 가련하게 바닥에 쓰러져 이호준을 향해 침을 뱉었다.그 모습에 이호준은 더욱 화가 치밀어 그녀의 뺨을 때렸고, 예우림의 입가에는 피가 배어 나왔다.이호준은 그녀를 억지로 침대에 내동댕이치더니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상하며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좋아, 네가 발악하면 발악할수록 난 네가 더 갖고 싶은걸? 오늘 널 제대로 박아주지 않으면 내가 내 이름
그러자 예우림은 더욱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엄진우, 상사의 신분으로 명령한다. 나 상관하지 말고 당장 저 사람들 뚫고 도망쳐. 그렇다면 목숨은 건질 수도 있어.”엄진우는 두말없이 한 손으로 예우림의 날씬한 허리를 잡고 어깨에 둘러메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럴 수 없어요.”엄진우는 커다란 두 손으로 그녀의 섹시한 허벅지를 꽉 눌렀다.거친 손은 그녀의 매끈한 피부를 쓰다듬더니 엉덩이를 살짝 꼬집었다.예우림은 순간 온몸에 전기가 붙은 듯이 짜릿함을 느끼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발버둥 쳤지만 이내 포기하고 앙탈을 부렸다.“너 진짜, 헛소리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안 가면 해고야!”“해고당하더라도 부대표님 여기서 안전하게 데리고 나갈 거예요.”엄진우의 확고한 말에 예우림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시울을 붉혔다.“고마워. 정말 고마워......”엄진우는 깜짝 놀랐다.차갑기만 한 얼음공주가 울었어?내가 알던 뼛속까지 한기를 풍기는 그 부대표 맞아?”이호준은 그 모습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우림! 저 새끼는 만져도 되고, 난 안 돼? 얘들아, 저 새끼부터 죽이고 저 여자 마음껏 데리고 놀아!”“네!”그 말을 듣자마자 이호준의 경호원들은 두 눈에 빛이 차올라 탐욕스러운 눈길로 예우림을 노려보며 사납게 달려들었다.하지만 그들이 겨우 한 발짝 다가섰을 때, 갑자기 머리가 터지더니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엄진우는 고개를 쳐들고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들 너무 시끄러운 거 알아?”퍽퍽퍽!줄줄이 달려들던 이호준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터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예우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 있지? 도저히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순간 모두 놀라 뒷걸음질 치며 다급히 말했다.“이 자식 사람이야 귀신이야?”이호준은 이마에 핏대가 섰다.“모자란 것들! 벌레보다 못한 자식 하나 처리하지 못해? 야, 식칼, 네가 처리해.”삽시간에 족히 2미터나 되는 얼굴에 섬뜩한 흉터
“도도하던 네 부대표가 침대에서 개처럼 꼬리를 살랑이는 모습이 궁금하지 않아? 옷 벗으라면 벗고 박고 싶으면 박고, 너무 황홀하지?”이호준이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늘 꿈꿔왔던 일 아니야?”그 말에 예우림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얼굴이 창백해져 다급히 풀어진 셔츠를 여미고 가슴을 가렸다.어떤 남자라도 이런 요구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엄진우가 이호준의 편에 선다면 그녀를 마음껏 모욕해도 된다.그녀는 엄진우의 긴장된 호흡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망했다.이 남자, 지금 흔들리고 있어.예우림이 또다시 절망에 빠지려는 그때, 엄진우의 시큰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부대표님?”예우림은 겁에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아파요.”엄진우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그제야 예우림은 자기가 엄진우의 배를 꽉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그 위치가 너무 낮아 굉장히 애매했다.그녀는 너무 긴장한 탓에 자기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깨닫지 못했다.예우림은 순간 얼굴이 붉어지더니 손을 내리며 말했다.“미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괜찮아요.”엄진우는 순간 움직이더니 발로 이호준을 걷어찼고, 이호준은 저만치 날아가 피를 토했다.“이거 완전 또라이네? 내가 우리 부대표님한테 어떤 마음이든, 네가 뭔 상관이야? 내가 여자를 공유할 사람으로 보여?”엄진우는 이호준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왠지 이상하게 들리는데? 엄진우 정말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건가?“으아아악! 죽여버릴 거야! 당장 죽여버릴 거야!”이호준은 완전히 격노하여 경기를 일으켰다.“애들 불러! 호텔 아래서 대기하는 애들 다 불러 모아. 모두 2천여 명인데 다 올라와서 이 자식 조져버려!”이호준은 이 나이 먹도록 처음 이런 비참한 상황을 맞이했다. 게다가 별 볼 일 없는 자식한테.그는 호문소주이자 창해시의 하늘이다. 그런데 이런 애송이한테 개처럼 맞았다니.지금 엄진우를 혼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창해시에서 머리를 쳐들고 다닌단 말인가?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창가로 가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시끄러우니까 다들 입 다물고 잠자코 있어!”아래 수만 명의 사람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고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이호준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하마터면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장강수가 정말 엄진우 때문에 왔다니!창해시 삼대 거물인 지하 황제 장강수가 이 자식 앞에서 고분고분하다니!예우림도 경악했다.“너 장강수를 불렀다고?”“빨리!”이호준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당장 우리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호문 사람들을 보내라고 해!”“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시청 놈들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이호준은 미칠 것 같았다.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설마 이 모든 것이 엄진우 때문인가?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지역 신호를 차단하고 시청까지 통제할 수 없어!하지만 엄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이호준을 향해 다가갔다.그러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은 놀라서 그대로 뒤로 물러섰고 이호준은 겁에 질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누가 없어? 내가 10억 줄 테니까, 아니 100억, 1000억도 호문의 절반이라도 줄 테니까 나 좀 도와줘!”하지만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돈도 중요하지만 목숨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누가 감히 이호준을 위해 눈앞의 이 대단한 인물을 건드리겠는가?바로 이때, 그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호준 도련님, 어찌 이리도 당황하셨단 말입니까?”가벼운 한마디가 일파만파로 퍼졌다.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이 사람은 바로 무도종사다.이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 무도! 그리고 무도종사는 인간 위의 인간이자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이다.도포를 입은 노인이 침착하고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행관 스님이 어떻게 여기까지?”이호준은 이내 희망을 찾은 듯 활짝 웃어보였다.상대는 바로 호문에서 모시는 스님 중 일원인 염행관 스님이다.창해시에서 무도종사는 아주 귀한 신분이다. 장문수가 무도에 입문하자마자 지하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동작 그만!”순간 엄진우는 예우림의 하얀 손목을 움켜쥐더니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이 세상에서 부대표님 몸을 볼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 바로 접니다. 무도종사면 어때서요? 전 무도종사를 수도 없이 죽였어요.”엄진우의 싸늘한 눈빛에 예우림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이호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행관 스님, 저 자식이 스님을 얕잡아보는 것 같아요.”염행관도 큰 소리로 웃었다.“아주 맹랑하네요. 수도 없이 죽였다니, 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은 지도 꽤 됐으니 오늘 당신의 목을 따서 몸 좀 풀어볼까 합니다.”염행관이 번개처럼 빠르게 뛰어오르자 이호준의 눈빛에는 동경과 광기로 가득 찼다.“이게 바로 무도종사지! 좋아요! 저 자식 죽여버리세요. 예우림은 반드시 내 노리개가 되어야 합니다.”염행관은 바람처럼 날아와 엄진우의 머리에 손바닥을 날리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엄진우의 눈동자에서 무궁무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살기는 마치 원혼처럼 울부짖었다.염행관은 깜짝 놀라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 순간 염행관은 마치 피바다에 널브러진 시체와도 같았고 엄진우는 그런 자기를 상공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엄진우의 눈에 염행관은 마치 미천한 개미처럼 비쳤다.“저분은...... 저분은......”염행관은 저도 몰래 몸을 벌벌 떨더니 한 공포의 인물을 떠올렸다.“명......”쿵!염행관의 주먹은 엄진우 바로 눈앞에서 멈췄다.이호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행관 스님, 왜 그러세요? 치세요. 스님의 주먹 한 대면 저 자식 바로 죽을 겁니다.”염행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엄진우를 찬찬히 살피더니 순간 혼비백산하며 피를 토했다.염행관은 순간 심장마비로 숨을 멈췄다.“쯧쯧, 무도종사가 대단해?”엄진우는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이호준을 노려보았다.이호준은 더는 체면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일단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이때 헬기 한 대가 30층 지붕을 뚫고 들어와 서더니 그 안
이호준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아무 말도 못 하는 거 보니 열 손가락 다 다쳤다는 소리네?”말을 끝내자마자 엄진우는 순식간에 이호준의 열 손가락을 전부 부러뜨렸다.이호준은 두 손이 피범벅이 된 채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엄진우는 이호준의 머리를 발로 밟았는데 상대가 아무리 발버둥 치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걱정 마, 너무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시시하잖아.”엄진우는 또박또박 말했다.“죽지도, 그렇다고 살지도 못하게 해줄게.”말을 끝낸 엄진우는 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호준의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이 자식 밟아. 그렇다면 너희들 목숨은 살려두지.”뚜벅뚜벅!순식간에 이호준의 경호원들은 주인이었던 이호준에게 달려들어 발길질했다.“짐승보다 못한 것들! 감히 나한테 손을 대? 개가 감히 주인을 물어? 으아악,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만해! 나 아파!”이호준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그만하라고! 야, 씨. 제발 그만해. 나 아파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그만해!”이호준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만방자하더니 금세 기세가 죽어 슬슬 기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심지어 창자가 바닥에 흘러나왔다.“그만해.”엄진우는 앞으로 걸어가 반쯤 죽어가는 이호준을 바라봤다.그제야 이호준의 경호원들은 행동을 멈추고 표정을 바꾸더니 엄진우에게 꼬리를 흔들어댔다.“아까는 우리가 보는 눈이 없어서, 아무튼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를 동생으로 받아주십시오.”엄진우는 그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고작 너 같은 놈들을? 청용아, 이것들 전부 싹 갈아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이호준의 경호원들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네? 분명 살려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약속 안 지키십니까?”“하하, 명왕에게 이치를 따지려고? 이 분은 수십만 명의 항병을 학살한 북강의 폭군이시다.”청용 등이 몰려와 순식간에 한 무리를 죽였다.이 사람들은 평소에 이호준을 따라다니며 온갖 악행을 다 저질
“엄진우 씨? 엄진우 씨가 왜 여기에?”소지안은 깜짝 놀랐지만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전에 엄진우는 바람처럼 사라졌다.“뜬금없네?”소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다급히 예우림이 있는 방으로 쳐들어갔다.문을 여는 순간, 소지안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이호준은 손가락이 부러진 채 사지가 묶여 바닥에 드러누웠고, 백 명도 넘는 시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대체 누가 한 짓이지?소지안은 문뜩 아까 로비에서 마주쳤던 엄진우가 떠올랐다.설마 그가 한 짓일까?“콜록콜록!” 이때 예우림이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눈을 떴다.“우림아!”소지안은 다급히 예우림을 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지안아, 네가 어떻게 여길?”눈을 떠보니 몸은 이미 회복되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욕실에 들어와 소지안에게 연락했지만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기억뿐이었다.예우림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방안 가득한 시체에 경악했다.“지안아, 이거 다 네가 한 짓이야?”“나 아니야. 내가 왔을 때 이미 이렇게 돼 있던데?”소지안은 사실대로 말했다.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곰곰이 기억을 떠올렸다.문뜩 소지안 이외에 또 두 사람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하나는 박도명, 또 하나는 엄진우.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도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예우림은 무심코 물었다.“너 혹시 엄진우 봤었어?”소지안이 대답하려는 순간, 갑자기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수십 명의 무장 부대를 거느리고 들어왔다.“자, 지금부터 전장을 처리한다. 시체들 빨리 옮기도록!”바로 집행청 부청장 박도명이다.예우림이 전화했을 때, 박도명은 분명 거절했다.비록 예우림을 탐냈지만 굳이 여자 때문에 호문에게 찍히기도 싫었고 그만한 담력도 없었다.그러다 문뜩 조문지의 전장을 처리하라는 통지를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부청장님?”예우림은 멈칫하더니 감격에 겨워 말했다.“부청장님이 저 구해주신 거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