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천한 것은 언제 또 왕 사장님과 만난 거야?"허유나는 낮은 목소리로 욕을 내뱉었고, 더 나아가 그것은 일종의 질투였다.그녀에게 이런 능력이 없다는 게 정말 인정하기 싫었다!그녀가 처음에 왕 사장을 찾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 여자, 겉으로는 청순해 보이지만 뒤에서는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장문호가 비웃으며 말했다."문호 씨,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우리가 너무 큰 손실을 입었는데, 저 자식들이 계속 우쭐하도록 놔둬야 할까요?"허유나는 이를 악물었고, 얼굴은 여전히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오늘 일은 이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장문호는 눈을 가늘게 떴고, 눈에는 한기가 서렸다."하지만 약간의 조급함은 큰 계획을 망칠 수 있는 법이지. 지금 저 자식들은 왕 사장님과 조재용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아직은 건드릴 수 없어.”"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허유나가 물었다.그녀는 포기할 의지가 없었다!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각광을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잊지 마, 서인아 씨가 모레 S 시에 온다고.” 장문호는 차분하게 웃었다."이게 서인아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허유나는 장문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물론 상관이 있지."장문호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내일모레 픽업 일정은 이미 준비를 다 해놨으니 그때쯤이면 서인아 씨가 확실히 우리 장 씨 집안의 성의를 인정해 줄 거야!” "서인아 씨의 호의를 얻을 수만 있다면 조재용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럼 왕 사장님은요? 그 사람의 뒤에는 흑제 어르신이 계신데요!” 허유나는 여전히 걱정했다. "당신은 왕 사장님이 여자 하나 때문에 서인아 씨를 화나게 하고 흑제 어르신에게 도움을 청할 거라고 생각해?” 장문호는 차갑게 웃으며 전략을 세웠다."아뇨!"허유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럼 문제없는 거지! 이제 볼거리는 뒤에 있다고!” 장문호는 눈을
윤서린은 낯빛이 어두워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죄송해요, 시간 없어요.”몇 초 지나지 않아 윤서린은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곧, 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이번에는 큰엄마였다.그녀는 전화를 받고 소리쳤다. “큰엄마, 전 그 사람 만나기 싫다고 했잖아요.”“서린아, 얘도 참. 큰엄마도 다 너희 집안 잘 되라고 하는 일이야. 지금 너네 집 사정 몰라서 그래? 태수 이미 우리 집에 와 있어. 나랑 큰아빠도 있으니까 빨리 들어와. 저녁까지 기다리게 하지 마!”“큰엄마, 저......”뚜뚜뚜말을 맺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하...”윤서린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들어가야 한다.“무슨 일이야?”윤서린의 안색을 살피던 임유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우리 큰엄마에요.”윤서린은 곤란해하면서 대답했다. “자꾸 소개팅하라고 그러셔서...”“소개팅?”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네.”윤서린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혹시 임유환이 오해할까 봐 설명을 늘어놓았다. “우리 집이 요즘 형편이 좋지 못해서 돈 쓸 데가 많거든요. 큰엄마랑 큰아빠가 회사 지켜보겠다고 돈 많은 남자라며 소개해 주셨어요.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애쓰시는 중이고요.”“근데 전 그 사람 별로에요. 그래서 거절했는데도 툭하면 집에 불러들이시고...... 제 말은 듣지도 않으시네요.”“그렇구나.”임유환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너는 그 사람이 더 집적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지?”“네.”윤서린이 세게 끄덕였다.“그러면 내가 같이 가줄게.”임유환이 말했다.“진짜요?”윤서린은 기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하지만 곧 내키지 않는 점을 발견했다. “근데... 집에는 누구라고 소개하지...”상대방을 거절하기에 그냥 친구는 역부족이었다.이미 핑계를 생각해 놓은 임유환은 머리를 굴리는 윤서린을 보면서 얘기했다. “너만 괜찮으면 내가 네 남자친구라고 할까?”남자친구?윤서린은 심장이 두근댔다.핑계에 불과하다고는 하
거안 빌라.오래된 일반 빌라였다.윤서린의 집이 바로 여기였다.좁은 복도를 걸으면서 윤서린은 멋쩍게 말했다. “미안해요, 전에 살던 별장을 팔아서 잠시 옛날 집으로 들어왔어요...”“괜찮아.”임유환은 다정하게 웃으며 얘기했지만 속으로는 미간이 찌푸려졌다.요즘 서린이네 집안이 형편이 안 좋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이 정도로 가난한 줄은 몰랐다.아마도 전에 도와준 걸로는 부족했나 보다.“여기에요.”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윤서린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환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눈앞의 302호라 적혀있는 문을 바라봤다.“유환 씨, 저희 큰엄마 성깔 장난 아니셔요. 마음 단단히 먹어요.”윤서린은 본인도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가방에서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서린아. 빨리도 왔다, 이 기집애야!”집에 들어서자마자 예상대로 파마머리에 꽃치마를 입은 정미선이 씩씩거리면서 다가왔다.윤서린 뒤의 임유환을 보고는 세모눈을 치켜뜨고 쏘아붙였다. “서린아, 얘는 또 누구니? 태수가 있는데 외간 남자를 함부로 집에 들여?”이 말에 윤서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말을 왜 이렇게 하시지?하지만 그래도 어른이신지라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큰엄마, 임유환이라고 제 남자친구예요.”“뭐? 남자친구? 큰엄마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정미선은 분에 못 이겨 윤서린을 나무랐다. “태수가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큰엄마, 말씀드렸잖아요. 저 그 사람 안 좋아해요. 그리고, 저도 행복하게 살 자격 있어요.”윤서린이 말했다.“너!”“형수님, 일단 들어와서 얘기해요.”이때 윤서린의 부모님이 인기척을 듣고 말했다.“일단 들어가!”정미선은 양손으로 허리를 짚으면서 눈을 흘겼다.“이런 꼴 보여서 미안해요.”윤서린은 등 뒤의 임유환을 향해 씁쓸하게 웃었다.정미선은 평소에 집에서도 늘 이런 식이었다.“괜찮아.”임유환은 별일 아니라는다는 듯이 웃었다.둘은 신발을 갈아 신고 거실로 들어왔다.“아빠, 엄마.”윤서린은 거실의 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서린 씨.”조태수가 먼저 호의를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윤서린은 조태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중하게 인사를 받았다.“윤서린, 너 자꾸 이런 식으로 할래?”윤태호는 또 다그쳤다.“큰아빠, 저는 이 사람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전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요!”윤서린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말했다.일단 그녀는 정말로 조태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보다 자기를 팔아 집안을 일으키려는 큰아빠네 식구의 의도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서린아, 너!”윤태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윤서린을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태수같이 훌륭하고 너한테 잘해주기까지 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네 남자친구란 놈 꼴을 좀 봐라. 자기 일자리 하나 찾지 못하는 등신 아니냐!”“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유환 씨가 대단한 걸 여러분들이 모를 뿐이에요!”윤서린도 덩달아 언성을 높이면서 임유환을 감싸주었다.다른 사람들이 임유환을 깎아내리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다.“대단하다고? 일도 없는 놈이 뭐가 잘나서?”윤태호는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 “우리 태수 좀 봐라!”“큰아빠, 맹세코 진짜예요! 그리고, 태수 씨가 정 그렇게 마음에 드시면 큰아빠 딸한테 소개해 주시지 그러세요?”“난......”윤태호는 말문이 막혔다.늘 나긋하고 다정한 서린이가 오늘 이렇게 과격해져서 자신에게 말대꾸를 할 줄 몰랐다.조태수와 혜정이의 만남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조태수가 너무도 못생겨서 혜정이는 사진만 보고서 싫다 했을 뿐이다. 혜정이를 늘 예뻐했던 친아빠로서 자기 딸을 몰아붙일 수가 없었다!“서린이, 큰아빠한테 무슨 말버릇이니?”정미선이 보다 못해 끼어들었다. “큰엄마,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어요. 하지만 유환 씨를 그렇게 말씀하셔서는 안 됐어요.”윤서린은 자신이 감정적이었음을 깨닫고 언성을 낮췄다.“어른들이 뭐라고 좀 할 수도 있지!”정미선은 까칠하게 말했
풋!조태수는 하마터면 화가 끓어올라 피를 토할 번 했다.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가 있지!“큰소리만 잘도 치시네요.”조태수는 임유환을 비웃었다.그는 여자 돈으로 먹고사는 임유환이 대단한 능력이 있을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전 절대 지키지 못할 말을 내뱉지 않습니다.”임유환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서린이가 원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생각이었다.“웃기지 마!”상대방의 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조태수는 화를 참지 못했다. “여기서 헛소리할 시간에 일이나 구하세요. 여자한테 빌붙지 말고!”“누가 일이 없다 했나?”임유환은 눈썹을 치켜들었다.“방금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요?”조태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방금 본인이 한 소리도 까먹었다 할 심산인가?”“제가 언제 일이 없다 그랬나요? 잠시 일을 쉬고 있다 했지.”임유환은 다시 설명했다.“그게 그거 아니에요?”조태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 건가? 나 외국에서 석사까지 한 남자야!”“돈 주고 샀나?”임유환은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아무리 봐도 딱히 명석해 보이는 놈 같진 않은데.조태수는 낯빛이 확 변했다. 이 자식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확실히 자신의 석사학위는 큰돈을 들여서 산 거였다.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는 삼류대학에서 말이다.하지만 본인이 석사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집에 돈이 넘쳐나는 걸 어떡하라고?조태수의 부모님은 S시에서 석탄산업을 하시는 분들이셨다. 2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 있었다!“맞나 보네?”임유환은 조태수의 반응을 보고 눈썹을 씰룩거렸다.“말 돌리지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요!”조태수는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서 임유환을 쳐다봤다.하마터면 말릴 뻔했네.“묻는 말? 방금 대답했잖아요.”임유환이 말했다.“허, 아까 그 말장난?”조태수는 피식 웃었다.임유환이 막 뭐라고 하려는데 윤서린이 끼어들었다. “태수 씨, 계속 이런 식으로 유환 씨한테 시비걸 거면 그만 해요!”“하하.
조태수는 눈을 번뜩였다.이 자식 진짜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윤서린의 아버지 윤동호도 허리를 펴고 한껏 진지해졌다.이 청년의 정체가 궁금해졌다.임유환은 어른들의 눈빛에 웃으면서 얘기했다. “사실 저는 딱히 한 게 없어요. 왕 사장이랑은 친구 사이여서 한 마디 보탰을 뿐이에요.”Y그룹 전체가 다 자기 거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어른들이 믿을지는 둘째치고 만약 서린이가 알게 된다면 부담스러워할 것이 뻔했다. 본인을 속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윤서린에게 나쁜 기억은 단 하나도 남기도 싶지 않았다.“뭐? 왕윤재 사장님이랑 친구라고?”그래도 사람들이 놀라기에는 충분했다.“제가 유환 씨 엄청 대단하다고 했죠?”윤서린은 새침하게 턱을 치켜올렸다.어른들이 놀라워하는 눈빛을 본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이 성과를 따냈을 때보다 더 기뻤다.“서린아, 얘 말이 사실이니?”정미선은 믿을 수가 없었다.“그럼요!”윤서린은 뿌듯해서 말했다. “유환이는 왕 사장님이랑 친구일 뿐만 아니라 흑제 어르신이랑도 친분이 있어요!”임유환이 예전에 자신에게 말했었던 사실이다.과거에 임영 그룹 사람이어서 흑제와도 아는 사이라고.이걸 알면 다들 기절초풍하겠지!“뭐? 흑제 어르신이랑 친분이 있어?”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입이 떡 벌어지다 못해 턱이 빠질 것 같았다.하지만, 곧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임유환이 왕 사장이랑 친구인 것도 이미 기적인데.새파랗게 어린 나이에 흑제 어르신과도 친분이 있다고?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세계 갑부인 흑제 어르신이셨다.재산은 세계 각지에 널려있고!임유환이, 대체 어떻게?그리고, 왕 사장님에 흑제 어르신까지 있는데 지금껏 일자리 하나 못 구했다고?둘 중 누구든 말 한마디면 인생 한 방에 역전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에라, 이딴 헛소리로 우리 서린이를 아주 잘도 홀렸구나!”정미선은 바로 비웃음을 날렸다. “네가 정말 그 정도였으면 우리 서린이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사정했겠니?”“하!”조태수도
윤서린 부모님의 안색을 살피던 조태수는 득의양양해졌다.어른들의 마음이 본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임유환한테로 걸어가 너그러운 척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봐요, 같은 남자로서 이해해요. 자존심 때문에 큰소리치고 싶고 그럴 수도 있지.”“저희 왕 사장님이랑 알고 지내고 싶은가 본데 제가 소개해 드릴까요? 이왕 소개하는 김에 일자리도 구해주고요.”“남자로 태어나서 계속 여자한테 빌붙어서 살 수만은 없잖아요?”임유환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다.얘는 귀가 안 좋은 거야 머리가 멍청한 거야,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조태수는 임유환이 들통나서 할 말이 없는 줄 알고 더 기세가 등등해졌다. “내일, Y그룹 인사부에 찾아와요. 몸도 튼튼해 보이는데 경비원 어때요?”“그러면 왕 사장님 출퇴근하실 때마다 얼굴도 볼 수 있고 운 좋으면 인사도 할 수 있고!”말이 좋아 소개지 사실은 대놓고 모욕하는 거였다.자신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알게 해주고 싶었다.“됐네요.”임유환은 차분하게 거절했다.“흥!”정미선은 이를 보고 비웃으면서 얘기했다. “왜, 또 꼴에 경비는 싫은가 보지?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다들 Y그룹에 발 한 번 담가보겠다고 얼마나 애쓰는데!”“우리 태수랑 널 좀 비교해 봐!”정미선은 조태수와 윤서린을 엮지 못해서 안달이었다.이때 윤태호가 말했다. “동호야, 내가 너랑 제수씨를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니다. 너희도 다 봤잖니. 이런 사람을 우리 윤가네 사위로 맞이할 수 있겠니?”윤서린의 부모님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더 나빠졌다.윤동호는 아예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입만 열면 큰소리에 착실하지 못하고, 이런 사람에게 도저히 자기 딸을 맡길 수가 없었다.조태수는 임유환보다 좀 유세를 떤다 해도 그럴만한 스펙이 되긴 하니까. “아빠, 엄마...... 왜 그러세요? 큰엄마랑 큰아빠 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진짜로 유환 씨가 왕 사장님한테 부탁해서 계약이 성사된 거예요. 제 말 못 믿으세요?”윤서린은
“엄마, 저 안 가요, 여기서 말해요!”윤서린은 입술을 꽉 다물고 고집스럽게 말했다.“서린아, 너......”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딸을 본 적이 없어서 김선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정미선은 인상을 쓰면서 윤서린이 철없이 군다면서 나무랐다. “너 오늘 대체 왜 이러니, 서린아. 남자 하나 때문에 엄마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고!”“큰엄마가 제멋대로 조태수를 집에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일이 이 지경으로 됐겠어요?”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정미선 때문에 늘 나긋하던 유서린도 결국 꿈틀하고 말았다.“서린아, 말 그런 식으로 할래?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다 너 잘 되라고 이러는 거지!”정미선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지금 너네 가족이 사는 이 집 좀 봐라. 낡고, 작고. 나랑 네 큰아빤 올 때마다 아는 사람 만날까 봐 무서워. 엄마 아빠 짐 좀 덜어드릴 생각 안 하니?”윤서린을 향한 말이었지만 이 말은 윤동호를 크게 자극했다.집안의 가장인 그는 순식간에 얼굴이 벌게져서 주먹을 꽉 쥐었다.본인이 못나서 와이프와 딸을 고생시킨다고 생각했다.김선은 기분이 확 상했지만 정미선의 성격을 알기에 꾹 참았다.이런 데서, 특히 제삼자가 있는 곳에서 형님과 아주버님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적당히 좀 하세요!”하지만, 윤동호도 참았고 김선도 참았지만 윤서린은 결코 참지 않았다. 그녀는 진작에 이 집안사람들한테 진절머리가 났었다.방금 그 말 때문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큰엄마, 우리가 지금 왜 이런 집에서 사는 지 몰라서 그러세요? 아빠가 회사 살려보려고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으니까요, 별장까지도요!”“이 두 달동안 우리 아빠가 뼈 빠지게 회사에 자금 댄 게 아니었으면 윤성 그룹 진작에 망했어요!”“그동안 단 일 푼이라도 보탠 적 있어요?”“당신들은 회사랑 상관없는 사람들이에요?” 과거에, 윤서린네 집도 정원에 풀장까지 다 갖춘 800평이 되는 큰 별장이 있었다. 아빠가 회사의 빚을 갚아보겠다고 모든 걸 팔았지만 돌아오는 건 친척들의 무시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