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고 강씨 집안과 약속했던 날이 밝았다.오늘의 S 시는 먹구름이 잔뜩 낀 회색 도시였다.거리의 사람들 기분도 덩달아 울적해지게 만들 정도의 흐림이었다.그때 강호명의 별장 앞에는 P 시 곳곳에서 모아온 경찰 쪽 사람들과 조폭들이 쫙 깔려 있었다.강호명은 뒷짐을 진 채 천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인력들을 훑어보며 이 정도면 됐다 생각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강호명 뒤에 선 강씨 집안 사람들도 하나 같이 득의양양한 표정들이었다.강씨 집안 강호명의 말 한마디에 P 시 안팎에서 이틀 만에 이 많은 인력들이 강호명 별장 앞으로 모여드는 것이 바로 강씨 집안이 다른 가문들과 비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한성아, 지금 몇 시야?”“아홉 시입니다 아버지.”“그놈이 올 때가 됐구나.”강호명은 천천히 눈을 감고 임유환이 사냥감이 스스로 잡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임영그룹의 버려진 아들이 오늘에야말로 죽게 되었다....청운별장 제1동.시계가 정확히 아홉 시를 가리킬 때 소파에 앉아있던 임유환이 별안간 눈을 떴다.강씨 집안과 약속한 시각이 되자 임유환은 몸을 일으켜 별장을 나섰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줄 늘어진 차량과 함께 내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별장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흑제는 검은 망토를 걸친 채 손엔 또 검은 우산을 들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그러다 임유환이 나오는 걸 본 흑제가 금세 공손해지며 얼른 뛰어가 임유환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주인님!”“사람은 다 왔어?”“예, 흑기군 전원 1856명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집합했습니다!”“가자.”“예, 주인님!”임유환이 차에 타자 그 뒤에 줄 늘어섰던 차들도 뒤를 따라 천천히 청운별장을 떠났다.가면서 흑제는 이틀 동안 수집했던 정보들을 임유환에게 보고했다.“주인님, 지금 강호명 별장 앞에 모여있는 경찰, 조폭을 포함한 인력은 천 명 조금 넘습니다.”“천 명?”임유환은 천 명을 입속에서 되뇌이다 입꼬리를 올려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흑제, 흑기군 전원은 이곳에서 대기시키고 너만 나랑 별장으로 가자.”임유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매정한 눈을 하고 말했다.“예, 주인님!”차가 별장 대문 앞에 멈춰서고 검은색 맥라렌의 문이 열리며 임유환이 내렸다.흑제는 임유환 뒤에서 임유환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는데 둘은 그 우산에 얼굴이 다 가려져 버린 채 성큼성큼 별장 정문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그들이 걸어오는 걸 본 강씨 집안 사람들은 고대했던 순간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빛으로부터 잔인함을 내비쳤다.“드디어 왔구나.”강호명은 살의가 감도는 푹 패인 눈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오길 기다렸나 봐?”고개를 든 임유환의 속을 알 수 없는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가 강호명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연하지.”강호명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3일 지났는데, 내가 말했던 사람은 찾았어?”“무슨 사람?”담담히 말하는 임유환에 강호명은 시치미를 떼며 대꾸했다.“너한테 내 어머니 소유의 집을 판 중개인.”임유환은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말했다.“나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는데? 그런 사람이 있었어?”강호명은 웃으며 일부러 제 뒤에 서 있던 강씨 일가를 보며 물었다.“너희들은 내가 그런 얘길 하는 걸 들은 적 있니?”“아니요 어르신, 저희도 금시초문인걸요.”“저도 못 들었어요 아버지.”“저놈이 지어낸 얘기겠죠 당연히.”강씨 일가는 서로 쳐다보며 다들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다들 못 들었다고 하네, 이걸 어쩌나?”강호명은 얼굴에 다 드러나는 조롱과 야유를 전혀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이 임유환을 보며 웃었다.“내가 준 기회가 별로 소중하지 않았나 보네.”임유환은 고개를 젓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기회?”강호명은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는 서늘해진 눈으로 임유환을 보며 말했다.“네가 뭔데 강씨 집안에 기회를 준다 만다야, 주제넘게.”“그리고 이 중령님은 왜 같이 안 왔어?”말을 하며 강호명은 별장 밖을 훑어보았지만 줄 늘어진 승용차뿐이었고 작전지역의
“지금 제가 지금 당장 저 강씨 집안 사람들을 죽이겠습니다!”임유환이 감히 누군지도 모르고 으스대며 무시하는 꼴을 더는 볼 수 없었던 흑제가 우산 아래로 가려진 얼굴을 굳히고는 발끈하며 말했다.“죽여? 너희들이 우리를?”강씨 일가는 입꼬리를 올려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임씨 집안의 버려진 아들 주제에 S 시 대리인이 됐다고 많이 들떴나 본데, 착각하지마.”“근데 네 용기 하나는 진짜 칭찬해줄게. 저번에는 어떻게 우리를 속여 넘어갔겠지만 오늘은 절대 그럴 일 없어.”“이왕 왔으니 그냥 여기 영원히 있는 것도 좋겠네.”“다들 나와, 이 자식에게 우리 강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똑똑히 보여줘야지.”강호명의 명령이 떨어지자 곳곳에 숨어있던 인력들이 하나둘 모습을 비치기 시작했다.각기 검은 옷과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마치 흑과 백이 섞인 홍수마냥 바로 부채형으로 흑제와 임유환 주위를 에워쌌다.“”흑도 조권, 어르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흑도 손주한, 어르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백도 고한결, 어르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백도 서하준, 어르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흑도와 백도의 모든 인력들이 한순간에 일제히 주먹을 앞에 모아 쥐며 강호명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그 기세가 담긴 우렁찬 목소리에는 강호명에 대한 공경이 다분했다.“하하, 오늘 다들 수고가 많네. 오늘 자네들이 나를 도와준 건 절대 잊지 않을 거야.”강호명은 입에 발린 말을 하며 눈앞에 쫙 갈린 자신의 인력들을 보다 임유환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봤지? 이게 바로 우리 강씨 집안이야. 우리의 권력과 신분이 이 정도라고!”임유환은 으스대며 뽐내기 바쁜 강호명을 보고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벌써 겁먹어서 말이 안 나오나?”강호명은 말이 없는 임유환을 보곤 더 우쭐거렸다.“내가 기억한 바로는 3일 전에 누가 나한테 3일 뒤에도 사람 못 찾으면 우리 강씨 집안을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만든다고 했던 것 같은
대지의 울림과 함께 검은 제복 차림의 군대가 총을 들고 검은 홍수마냥 철문을 지나 강호명의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1856명이나 되는 군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삼엄했는데 그들 어깨에는 흑제의 친위부대, 즉 흑기군을 가리키는 독특한 문양의 배지가 달려있었다.“흑기군 통솔자 조무관, 임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흑기군 통솔자인 조무관이 앞으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자리에 있던 모두를 얼어붙게 만드는 그 기백에 방금까지도 웃음을 터뜨리던 강씨 일가의 얼굴이 하나같이 굳어 갔고 강호명은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하느라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강호명은 검은 홍수같이 늘어선 흑기군이라 자칭하는 군대와 우산 아래의 임유환과 남자를 번갈아 보며 혼란에 빠졌다.설마... 임유환 옆에 있는 게 진짜 흑제 어르신인가?“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흑제는 연경 8대 가문의 재산을 다 합쳐도 비할 바가 못 되는 세계 제일가는 부자였고 또 그이 명령 한마디면 강씨 집안 같은 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고도 남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근데 그런 사람이 임유환을 주인으로 섬기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너 진짜 무슨 배짱으로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벌이는 거야? 흑제 어르신을 사칭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흑기군까지야?”강호명은 눈을 크게 뜨며 눈앞에 보이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표정을 구긴 채 말했다.“사칭?”임유환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조소를 흘렸다.“건방진 놈!”흑제는 그런 강호명을 향해 호통을 치며 천천히 손에 들었던 우산을 내려놓고는 얼굴을 드러냈다.그 얼굴을 마주한 강호명은 귀신이라도 본 듯 경황실색 했다.정말 흑제 어르신이었다니!뒤에 서 있던 강씨 일가의 한 사람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흑도 백도의 인력들도 말로만 듣던 흑제 어르신의 얼굴을 직접 보게 되자 하나같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저...”강호명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몸을 부산스럽게 떨어댔다.임유환이 흑제까지 대동하고 물으니 그날 일에 대해 이실직고는 해야겠지만 또 말하자니 앞으로 제게 벌어질 일이 예상되어 두려웠다.“잘 생각하고 대답해.”그때 임유환의 냉정한 말이 다시 들려오자 강호명은 또 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어 엄동설한의 호수마냥 시리고 깊은 임유환의 눈을 마주했다.임유환의 복합적인 감정은 다 보아내지 못했지만 영혼까지 산산조각이 나게 할 것 같은 매정함은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저...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때 일을 꾸몄던 세력이 임유환보다 더 무서웠기에 강호명은 임유환이 기회를 줬음에도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여기서 사실을 고했다가는 더 처참하게 죽을 게 분명했다.“모른다고?”강호명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임유환은 살의를 드러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때 갑자기 울려오는 핸드폰에 흑제가 확인을 마치고는 임유환의 귓가에 대고 낮게 말했다.“주인님, 최서우 씨가 지금 좀 곤란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곧 일을 당할 것만...”“뭐?”최서우의 소식을 전해 들은 임유환은 동공이 확 작아지며 되물었다.“알았어.”임유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제 할아버지와 똑같이 기회를 줘도 차버리는 강준석에 아까보다 더 짙은 살의를 드러냈다.“흑제, 팀 하나 데리고 가서 최서우 씨 할아버님 구해.”“그리고 조무관은 나랑 같이 가. 나머지는 나랑 흑제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대기한다!”“예!”“내가 돌아오면 이 일까지 같이 책임져야 할 거야.”흑기군의 우렁찬 대답 뒤로 임유환이 살기 어린 눈빛을 한 채 한마디를 더 남기고는 흑기군 분대를 이끌고 뒤돌아나갔다.임유환과 흑제가 떠나고서야 강씨 일가를 옥죄여왔던 두려움이 점차 기시기 시작했다.모두들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옷은 이미 땀에 젖은지 오래였다.갑자기 철군한 임유환이 의아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흑기군이 완전히 철수한 게 아님을 이내 알아차렸다.단지 임유환과 흑제가 분대를 이끌
S 호텔 1206호 로열 스위트룸 앞.흰색 원피스를 입은 최서우가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서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임유환에게 말할까 말까 수백 번을 고민했지만 최서우는 강준석 손에 잡혀있는 할아버지 때문에 그러길 포기했다.강준석은 오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순간 바로 거래는 끝나는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었다.최서우도 강준석이 제 할아버지를 납치할 정도로 비겁한 사람인지는 미처 몰랐었다.해외에 나가서 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어린 서우를 돌봐주고 아플 때 옆에 있어 주며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 건 항상 할아버지였다.그래서 최서우는 제 가장 소중한 혈육인 할아버지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강준석에게서 저를 지키고 싶지는 않았다.이 호텔방문을 열면 무슨 일이 벌어지지 최서우도 모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에겐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다.여기서 돌아서면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해야 했다.그리고 최서우는 강준석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똑똑똑.최서우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용기를 내어 노크했다.“누구야?”문 너머에서는 익숙한 강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예요.”최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철컥.문이 열리고 최서우는 검은 정장 차림의 경호원을 따라 눈을 도르륵 굴리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철컥.그리고 이내 방문은 다시 닫혔다.“서우 씨, 왔어요?”소파에 편하게 기대 누워있던 강준석은 최서우를 보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할아버지 어딨어요! 나 왔으니까 빨리 할아버지부터 풀어줘요!”“하하, 너무 조급해 말아요. 서우 씨 할아버지 아직 멀쩡해요.”강준석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그는 아직 최대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오늘로 최서우의 약점은 할아버지가 맞았고 최대호가 제 손안에 있는 한 최서우는 제가 시키는 대로 할 것임을 알았는데 그 약점을 이렇게 쉽게 놓아줄 수는 없었다.이 얼굴에 이 몸매를 가진 여자라면 한번으론 부족했고 당분간은 계속 제 욕
“이쁘고 몸매 좋은 여자 좋아하는 건 남자들의 본능이에요.”화를 내지만 도망가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는 최서우를 보며 강준석은 득의양양해서 웃었다.그리고 오늘 밤은 꼭 최서우와 보낼 것이라 다짐했다.“그건 당신의 본성이죠.”최서우는 이를 악물고 반박하다 문득 임유환의 얼굴이 떠올랐다. 임유환은 절대 그런 본능이 앞서는 남자가 아닐 것 같았다.“하하, 그건 서우 씨가 아직 남자를 잘 몰라서 그래요. 내가 서우 씨를 사랑하는 마음을 잘 모르는 것처럼.”강준석은 소름 끼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할아버지 어딨냐고요!”최서우는 강준석이 뭐라고 하든 말든 온 신경이 사라진 할아버지에게만 가 있었다.“하하, 할아버님 잘 있다니까요. 걱정하지 마요. 미래의 내 할아버지도 되실 분인데 제가 설마 함부로 대하겠어요?”강준석이 턱을 매만지며 음흉한 눈빛으로 최서우를 보았다.“그럴 일 없으니까 꿈 깨요!”최서우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난 지금 할아버지가 무사한지 내 두 눈으로 봐야겠다고요!”“그래요.”강준석은 대답하며 경호원에게 손짓했다.“내 핸드폰 줘봐.”“여기 있습니다, 도련님.”경호원이 공손히 핸드폰을 건네자 강준석은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고 이내 상대방이 연락을 받으며 핸드폰 화면에 어두운 작은 방 하나가 비쳐 들어왔다.그리고 일흔은 넘은 듯 보이는 노인 하나가 의자에 묶인 채 초췌한 얼굴을 하고 축 늘어져 있었다.“할아버지!”최서우는 몇 시간 사이에 초췌해진 할아버지가 안쓰러워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가 발개졌다.핸드폰 너머로 손녀의 목소리를 들은 최대호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손녀를 향해 말했다.“서우야.”“할아버지, 그놈들이 할아버지 어떻게 한 건 아니죠!”최서우는 가슴을 졸이며 물었다.“걱정 마, 서우야. 할아버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켁켁...”말을 하다 갑자기 기침을 뱉는 최대호에 최서우는 빨개진 눈으로 강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할아버지!”“만약 우리 할아버지 잘못되
임유환 씨...최서우는 가슴이 또 흔들렸다.왜 이 순간에 임유환이 생각났는지는 최서우 본인도 몰랐다.아마도 저도 모르는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임유환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미안해요...최서우는 마음속으로 임유환에게 사과를 전했다.파티에서 그 위험을 무릅쓰고 저를 도와줬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에 대한 사과였다.최서우는 단추를 다 풀고 어깨끈을 내리자 하얗고 말간 살결이 드러났다.강준석은 음흉하게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제 손으로 최서우의 옷을 잡아끌었다."왜 이렇게 느려요, 내가 도와줄게요!""아!!"최서우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몸을 빼내려 힘을 주었는데 그 힘에 원피스의 어깨끈이 뜯겨져 버리고 말았다.최서우는 낯빛이 창백해지며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는데 강준석은 뜯긴 어깨끈을 코앞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더니 더 흥분되어 당장 최서우를 갖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게 치솟았다.띠-그때 방문에 누군가 카드를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뭐야?"강준석도 깜짝 놀랐고 최서우도 몸을 흠칫 떨었다.문 앞에 있던 경호원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목을 빼 들 때 문틈 사이로 은침이 하나 날아오더니 경호원의 눈썹 사이에 정확히 꽂히며 몸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경호원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은침은 더 깊숙이 꽂혀 들어갔고 그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쓰러졌다.그리고 방문이 서서히 열리며 익숙한 인영이 강준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강준석은 놀라서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유환 씨?!"깜짝 놀란 최서우는 다급히 가슴팍을 여며 쥐며 옷이 흘러내리지 않게 잡고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진짜 유환 씨에요?""네, 나 맞아요."귓가에 들려오는 다정한 그 목소리에 최서우는 환각이 아님을 확신하고 몸을 떨더니 순식간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유환 씨... 진짜 유환 씨..."최서우는 눈물을 흘리며 진짜로 나타난 임유환에 참아왔던 두려움과 서러움을 한꺼